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431 - 챕터 440

916 챕터

제431화

“백아영, 네가 화를 자초한 탓에 선우 일가는 큰코다치게 되었어!”백아영의 당숙 뻘인 선우광범은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거실에 선우 일가 사람이 가득 앉아 있었는데, 하나같이 안색이 어둡고 수심에 잠겼다.선우광범이 백아영에게 화살을 돌리자 다들 못마땅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회복약은 선우 일가에게 침술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중요한 보물인데, 조제법을 유출했으니 막대한 영향을 줄 거야! 선우 일가의 생존 여부와 직결된 일이라고!”이번에는 선우 일가가 파산을 신청했을 때보다 더 심각했다.의약 명문가는 재산이 없을지언정 처방전과 의술만큼은 지켜야만 했다. 이는 또한 가문이 존재하고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백아영은 거실 중앙에 서서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이내 어렵사리 입을 뗐다.“최대한 만회할 방법을 생각해볼게요. 어떻게든 영향을 덜 받게 노력할게요.”“만회한다고? 네가 무슨 수로 만회해?!”선우광범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물었다.이때, 위층에서 도우미의 비명이 들려왔다.“큰일 났어요! 어르신께서 피를 토하시더니 쓰러지셨어요.”깜짝 놀란 사람들이 우르르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침대에 누워 요양 중일 텐데, 갑자기 왜 복도에 쓰러져 있단 말인가?주름이 자글자글한 선우소훈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고, 입가에 묻은 핏자국이 유난히 빨갰다.“할아버지!”백아영은 서둘러 맥박을 확인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당황함과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은 그가 치솟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서 원래 앓고 있던 병을 자극해 무너져버린 댐처럼 한순간에 폭발한 것이다.심지어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침 놔드릴게요!”백아영은 선우소훈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서둘러 침을 놓았다.그녀의 손놀림은 매우 빨랐고, 식은땀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옆에 있던 사람은 당혹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그런데 왜 갑자기 쓰러지신 거죠?”“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심은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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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만약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백아영은 평생 일반인 신세로 여느 사람과 다름없는 무난하고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하지만 선우 일가에서 쫓겨나는 순간 죽을 때까지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혀 어디를 가든 무시당하고 환대를 받지 못하는 죄인이 된다.이는 배은망덕을 넘어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짓밟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선우경진은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주먹을 쥔 손가락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작은아버지, 작작 하세요!”그가 웃어른만 아니었다면 벌써 주먹으로 얼굴을 내리치고도 남았다.만약 선우광범이 계속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인다면 더는 참을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선우광범은 물러서기는커녕 당당하게 말했다.“나도 선우 일가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백아영은 재앙이자 불길한...”“그만 하세요!”선우경진이 버럭 화를 내면서 더는 참지 못하고 주먹을 번쩍 들었다.옆에 있던 사람들이 급히 그를 뜯어말리면서 현장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이때, 백아영도 침을 내려놓았다. 비록 죽음의 문턱에서 선우소훈을 살려냈지만, 워낙 몸이 약한데 화병까지 더해 다시 깨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그녀는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진이 빠져서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들을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이내 혼자서 조심스레 선우소훈을 부축하여 방으로 걸어갔다.“아영 씨, 제가 도와줄게요.”심은아가 손을 뻗었지만, 백아영은 살짝 피했다.심은아를 바라보는 백아영의 서늘한 눈빛은 왠지 모르게 소외감이 느껴졌다.그녀는 선우소훈의 귀에 이런 말이 ‘무심코’ 흘러 들어가게 한 심은아를 용서할 정도로 관대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과연 우연일까 하는 근본적인 의심마저 들었다.“은아 씨, 도하 도련님은 제가 사람을 보내서 계속 수소문할게요. 은아 씨도 이제 컨디션을 어느 정도 회복했으니 계속 선우 일가에 남아있는 것도 좀 그렇네요. 조만간 시간을 봐서 이만 나가주면 감사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선우소훈을 부축해서 방으로 들어갔다.제 자리에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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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나한테 화난 거 아니야?”백아영이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거나 그날 바다 위에서 한 짓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들었으니까.심지어 스스로 용서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녀는 이성준이 열 받아서 아예 자신을 무시하거나, 다시 만나면 목을 졸라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날 있었던 일을 언급하자 이성준의 표정이 문득 굳어졌다. 이내 눈물을 닦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그러고 나서 짐짓 화난 척 말했다.“만약 내가 화가 났다면 용서를 구하고 기분을 달래줄 거야?”당연한 일이지 않은가!사실 그녀는 이미 한 달 뒤에 석고대죄하고 불평불만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백아영은 죄책감에 그의 손을 잡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아파...”대답도 변명도 없지만, 애교만큼은 잘 부렸다.이성준은 화가 나고 짜증도 밀려왔지만, 그녀 앞에서는 또 속수무책이었다.“아픈 건 아네? 그렇다면 사실대로 말해 봐. 대체 어쩌자는 거야? 날 좋아하면서 왜 성무열과 헤어지지 않은 거지?”비록 말투는 거칠었으나 어느새 손에 힘이 다 빠져서 전혀 무섭지가 않았다.백아영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차마 시선을 마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얼른 화제를 바꿨다.“당신한테 제약 기계가 왜 있지?”“선우 일가 제약 공장 사건 이후로 해외로 사람을 보내 구매했어. 며칠 전에 막 도착했거든.”해외에서 이런 대형 기계를 대량으로 구매하면 전용기로 운송한다고 해도 시간이 꽤 걸렸다. 따라서 백아영이 민우진의 도움을 받자 이성준은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다.그러나 민우진이 사람만도 못한 짓을 저지른 건 예상 밖이었다.이런 제약 기계는 한 대만이라도 금액이 만만치 않았고, 하물며 대량으로 구매했으니 이성준은 거금을 들였을 것이다.심지어 아무도 몰래 돈을 쓰지 않았는가?백아영은 속으로 감동을 금치 못했다. 금세 또 기운이 생겨난 듯 투지가 불타올랐다.“기계 좀 보여줘.”이성준은 기분이 좋아진 듯 입매가 살짝 풀어졌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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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혹시라도 서로의 기계를 부숴버려 불필요한 손실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그녀는 재빨리 끼어들었다.“납품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서 기계가 많을수록 좋아. 두 사람 기계 다 필요하니까 지금 사람 보내서 옮겨갈게.”말을 마친 백아영은 거절할 틈을 주지 않고 돌아서서 선우 일가로 향해 이 소식을 전했다.새로운 기계가 생겼다는 말에 선우 일가 사람은 즉시 의욕이 불타올랐다.한편, 선우광범도 위층에 서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표정이 잔뜩 굳어 기뻐하는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심은아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탄식했다.“백아영은 운도 좋네요. 민우진과 틀어졌더니 이성준과 성무열이 나타나고...”선우광범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지며 두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기계를 구하면 대수인가? 나중에 누가 가서 또 깡판 칠지도 모르는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계집애가 무슨 자격으로 선우 일가를 다스린다는 거지?”선우광범의 눈빛에는 야망이 활활 타올랐다.그동안 제갈 일가의 위협을 받아온 선우 일가에서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선우 일가의 아가씨였기에 백아영이 가문을 이끄는 후계자인 건 사실이다.그러나 제갈 일가가 무너지면서 위협도 사라졌고, 그 누구든 백아영의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생겼다.나이도 어린 계집애가 굳이 이렇게 큰 가문을 지탱하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고, 경험이 풍부한 연장자에게 맡기는 게 훨씬 좋지 않겠는가?“가서 여섯째랑 일곱째랑 여덟째를 불러와.”선우광범이 부하에게 말했다. 그들도 백아영에게 불만이 있는지라 바람 조금만 넣고 부채질한다면 그의 편에 설 것이다.이번 기회를 틈타 그는 백아영을 후계자 자리에서 끌어내릴 작정이다.이성준과 성무열이 구한 기계는 새 제품이라서 전부 선우 일가 제약 공장에 바로 옮겼다.게다가 공장은 선우 일가 별장 안에 있으므로 보안 등급도 보장할 수 있다.기계와 약재가 준비되자 백아영은 선우 일가 사람한테 즉시 공장으로 복귀해 생산에 돌입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예전처럼 순조롭지 않았다.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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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그렇다고 해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고작 몇 마디 말로 그녀의 공로를 가로챌 수 없는 법이다.“아영아, 선우 일가를 위해서라도 후계자 자리를 내놓는 게 좋지 않겠어?”여섯째 작은아버지가 온화한 얼굴로 타일렀다.여덟째 작은아버지도 맞장구를 쳤다.“넷째 작은아버지가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다 우리 가문을 위해서야. 네가 후계자 자리를 포기한다고 해도 선우 일가 사람인 건 변함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일곱째 작은아버지는 성격이 불같아서 단도직입적으로 거의 명령하다시피 말했다.“납품 기한을 맞추는 게 최우선이니까 괜한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백아영, 얼른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나. 넌 선우 일가를 책임질 자격이 없어, 물론 그럴 만한 능력도 안 되고.”“다들 너무한 거 아니에요? 작은아버지라는 사람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기 조카를 몰아붙이는 게 어딨어요?”화가 난 온유성이 뛰쳐나와 깡마른 몸으로 백아영 앞에 막아섰다.선우광범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온유성 씨, 이건 우리 집안일이니까 당신 같은 외부인은 낄 자격이 없어요. 마침 이 기회에 백아영을 당신 집으로 데려가요.”온유성은 화가 나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비록 기억은 잃었지만,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원래는 선우정현이 시집오는 입장이지만, 능력이 뛰어난 백아영을 낳았다는 이유로 제갈 일가의 위협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게 되자 그는 데릴사위로 선우 일가에 합류하여 족보상 백아영은 선우 일가 사람이다.그러나 이제는 제갈 일가를 무너뜨렸다고 백아영을 쪽쪽 빨아먹고는 필요 없다고 쫓아낸다는 건가?“다들 의사의 사명감을 운운하며 성인군자인 척할 때는 언제고, 이처럼 배은망덕한 짓을 하다니! 정말 뻔뻔스럽군요. 오늘 내가 여기 있는 한 우리 딸한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줄 알아요!”선우광범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선우소훈이 인사불성이 되어 선우경진의 보살핌을 받고 있기에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진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백아영을 후계자 자리에서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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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특히나 선우광범은 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평소에 여리고 만만해 보이던 백아영이 큰소리치며 거칠게 행동하다니! 그는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백아영, 너 정말 미쳤구나?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네. 어른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야!”“작은 아버지?”백아영은 경멸하듯 비웃었다.“어차피 이제 선우 일가 가족도 아닌데 제가 굳이 예의를 갖춰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선우광범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더니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이미 기싸움에서 진 거나 다름없다.다른 사람들도 겁에 질렸다. 그들은 그저 선우광범을 따라온 것일 뿐 선우 일가를 떠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비록 그들 모두 좋은 의술을 가지고 있지만, 선우 일가의 핵심 의술은 오직 후계자만이 터득할 자격이 있다.선우 일가에서 쫓겨나는 순간 그들은 평범한 의사로 전락해 오늘날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누릴 수 없게 된다.“아영아, 너 그게 무슨 말이니. 우리가 인연 끊으려는 게 아니라 다 선우 일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이러는 거야.”여섯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래, 작은 아빠들은 너한테 제안하는 것뿐이니까 하기 싫으면 마음대로 해.”여덟째도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오직 일곱째만이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선우광범은 다른 세 형제가 굴복하는 모습에 매우 화가 났지만 분노를 표출할 수 없었던 그는 그저 주먹을 불끈 쥔 채 이를 악물었다.“호의를 악의로 받아들이네. 네가 회복약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지 내가 똑똑히 지켜볼 거야!”말을 마친 선우광범은 화를 내며 돌아섰고 그가 데려온 인원들은 전부 공장에 합류했다.마침내 ‘내란’이 해결되자 백아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가슴은 뭔가 꽉 막힌 듯 여전히 답답했다.굴복하고 물러선 선우광범과 달리 그가 데려온 인원들은 의도적으로 게으름을 피우며 일의 전반적인 진행 속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백아영이 따로 만나보기도 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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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도시락 두 개가 나란히 그녀의 테이블 위에 놓였다.이성준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픈 듯 눈살을 찌푸렸고 곧바로 도시락을 열었다.“네가 좋아하는 것들로 준비했어. 얼른 먹어.”“매일 한식만 먹으니까 질리지? 그거 말고 내가 가져온 스테이크 먹어.”성무열도 곧바로 도시락을 열었고 기대하는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다.눈앞에 놓인 음식들 모두 완벽했지만 그걸 보고도 백아영은 여전히 식욕을 잃은 채 입맛을 돋우지 못했다.그러나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한테 감히 티 내기도 힘들었다.밥은 어떤 걸 선택하나 마찬가지였는데 두 사람의 기세를 마주하고 있으니 잘못 선택한 순간 일이 커질 거란 직감이 들었다.백아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정말 배 안 고파.”“안 고파도 먹어야지!”성무열은 스테이크를 백아영 앞으로 가져가더니 포크를 그녀의 손에 쥐어줬다.“먹는 거 보고 있을게.”백아영은 순간 자신을 바라보는 이성준의 싸늘하고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졌고 감히 포크를 세게 쥘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전생에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밥조차 맘 편히 먹을 수 없냐는 말이다.“입맛 없을 때 기름진 음식 먹으면 안 돼.”이성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다 현무가 직접 고른 음식이야. 돌아가서 현무한테 네가 맛있게 먹었는지 알려줘야 해.”경멸하듯 이성준을 바라보던 성무열의 두 눈은 순식간에 분노로 가득 찼다.“이성준 씨, 관심받으려고 아이까지 내세우는 건 너무하네요.”이성준은 여전히 차분하고 우아한 모습을 보였다.“못 믿겠으면 지금 바로 현무한테 전화해 볼까요?”성무열은 분노했다.“여기 오기 전에 미리 입을 맞췄을 수도 있잖아요!”이성준은 대답 대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고 그 눈빛은 마치 현무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현무 생각에 마음이 약해진 백아영은 이성준의 말이 진짜든 가짜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현무의 마음이라면 실망시킬 수 없지.”백아영은 그제야 젓가락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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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분주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두 사람이 같이 있으면 무조건 일이 커질 거란 생각에 적어도 한 명은 돌려보내기로 결심했다.“오후에 해야 할 일은 회복약 재고 조사하는 것뿐이라서 이렇게 많은 사람은 필요 없어.”백아영은 두 사람 모두 돌려보내고 싶었다.그러나 이때 성무열은 재빨리 그녀의 옆에 놓인 장부를 집어 들었다.“이런 일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지.”“성준 씨 도움은 필요 없을 것 같으니까 이만 돌아가시죠.”재고 조사하는 곳은 완제품을 보관하는 별도의 창고인데, 일손이 부족하여 줄곧 백아영 혼자서 해온 일이다. 만약 남는다면 그녀와 단둘이 있는다!성무열은 머릿속으로 둘만의 로맨스를 상상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이성준은 그의 손에 들려있는 장부를 싸늘한 눈빛으로 힐끗 훑어보았고 그 눈빛에 백아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장부를 빼앗을 게 분명했다!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당황하며 고민에 빠진 그때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바쁜 것 같으니까 그럼 난 먼저 갈게.”갑작스러운 포기에 백아영은 그가 화난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불안해졌고 넋을 잃은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떠나는 이성준의 뒷모습을 보고있으니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아영? 백아영, 내 말 듣고 있어?”성무열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백아영을 잡았고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왜 내가 이성준 씨한테 진 것 같은 기분이지? 설마 다른 계획이 있는 건가?”이성준은 떠나면서 그녀의 마음마저 가져간 듯했다.백아영은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침착하게 말했다.“성무열, 성준이랑 경쟁할 필요 없어.”성무열은 내심 기분이 좋은듯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래, 내가 남자친구니까 이게 맞지.’“어차피 넌 상대가 안 돼.”곧이어 들려온 백아영의 말에 성무열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버렸고 두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지금 이 자리에서 장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야!”이성준이 어떤 속셈으로 물러섰든 기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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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두 사람이 호흡 맞춰 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난초가 급히 달려왔다.“대표님, 공장에 사고가 났는데 지금 바로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백아영은 서둘러 장갑을 벗고 난초와 함께 그쪽으로 향했다.“무열 씨는 공장으로 들여보내기 불편하니 이곳에서 대표님을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완제품 재고 조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 만큼 잘 부탁해요.”“알겠어요.”성무열은 눈에서 꿀 떨어질듯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다. “자기야, 여기서 기다릴게.”백아영은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황급히 공장으로 달려가던 그때 난초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당황하며 말했다.“대표님, 실은 제가 거짓말했어요. 공장에 아무 일도 없어요.”비록 난초는 남들보다 늦게 이곳에 왔지만, 똑부러지는 성격과 착한 마음을 갖고 있어 백아영은 줄곧 그녀에 대해 좋은 감정이 있었다.그래서 거짓말 한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녀를 탓하기보다는 상냥하고 부드럽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저분이 대표님을 이곳으로 불러오라고 했어요.”고개를 돌려보니 입꼬리를 올린 채 긴 다리를 뻗으며 우아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이성준이 보였다.백아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아직 안 갔어? 설마 난초를 구슬린 거야? 뭐 하려는 거지?’“대표님, 저분이 공장에서 게으름 피우는 인원들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난초는 미안한 마음으로 사과했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백아영은 순간 두 눈이 반짝이더니 간절하게 물었다.“무슨 방법?”이성준은 먹이를 발견한 짐승처럼 백아영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나랑 쇼핑하면 알려줄게.”백아영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바빠서 하루에 세 시간밖에 못 잘 정도로 일분일초가 중요한 순간에 쇼핑가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이성준, 일단 알려줘. 예정대로 회복약 납품하면 꼭 같이 쇼핑갈게.”“안돼.”이성준의 태도는 단호했다.“난 지금 당장 가고 싶어.”아쉬울 게 없었던 이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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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백아영은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잘못 봤어. 난 이런 거 관심 없거든? 가자.”그러나 이때 이성준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사진관으로 끌고가더니 웃으며 말했다.“네가 좋아하니까 한번 찍어줘야지.”반항하기도 전에 이성준에게 이끌려 탈의실로 들어갔고 정신을 차렸을 땐 하트가 새겨진 커플룩을 맞춰 입은 채 카메라를 마주하고 있었다.커플도 아닌데 이런 사진을 찍고 있으니 백아영은 몸 둘 바를 몰랐다.그러나 그녀와 달리 이성준은 자연스럽게 백아영의 어깨를 감쌌고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웃어야지, 귀염둥이.”귀염둥이라니! 처음 들어본 호칭은 마치 전류처럼 흘러들어 그녀의 심장을 저격했고 철벽이었던 마음의 벽에 금이 생겼다.찰칵!셔터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혔고 사진사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두 분 다 외모가 출중한 데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마저 가득하니 사진이 아주 잘 나왔어요. 이렇게 자연스럽고 달달한 커플 사진은 저도 오랜만에 찍어보네요.”말을 이어가던 사진사는 방금 찍은 사진을 그들에게 건네주었다.사진 속 이성준은 애틋하고 다정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고 있었고 백아영은 수줍으면서도 설렘 가득한 표정이었다.사랑하는 감정을 숨길 수 없듯 사진에는 서로에 대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이건 백아영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성준을 향한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진을 보며 그녀는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시선을 돌렸다.이성준은 기분이 좋은 듯 그녀를 놀리듯이 바라봤다.“아주 잘 나왔네요.”사진이 마음에 드는지 이성준은 거침없이 두 배의 돈을 지불한 뒤 백아영이 보는 앞에서 방금 찍은 사진을 핸드폰 배경 화면으로 바꿨다.그녀는 설레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다른 사람 보면 오해해.”“무슨 오해?”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다. 행여나 그가 더 깊이 파고들까 봐 걱정되었던 백아영은 서둘러 문밖으로 자리를 피했다.쇼핑을 계속하다가는 마음을 완전히 뺏길 것만 같았다.사진관에서 뛰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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