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영은 한발 물러나 성무열의 곁에 서더니 힘들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아까는 오해였어. 반지는 돌려줄게.”이내 반지를 빼서 이성준에게 건넸다.이성준의 동공이 커지더니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태도가 바뀌어도 이렇게 빨리 바뀔 줄은 몰랐다.이건 그가 알던 백아영이 아니었다.“오해라고?”이성준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방금 나한테 마음이 흔들렸잖아.”그 순간, 애틋하던 감정은 결코 거짓일 수가 없었다.백아영의 기분이 점점 가라앉았다. 옆에 있던 성무열이 손을 덥석 붙잡더니 점점 힘이 들어갔는데 눈에 보이지 않은 압박감으로 다가왔다.결국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었다.“성준아, 네 외모를 너무 과소평가한 거 아니야? 너한테 마음이 있든 말든 그런 상황에서 과연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진심 어린 고백과 힘들게 준비한 이벤트가 고작 외모를 내세운 유혹으로 변질하다니!그렇다면 백아영은 유혹에 넘어간 쉬운 여자에 불과하다는 말이지 않은가?“백아영, 넌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성무열이 나타난 이후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당최 납득이 안 갔다.애써 유지한 백아영의 가식적인 모습은 이성준 앞에서 낱낱이 까밝혀 지는 듯싶었고,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라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아직 나에 대해 잘 모른다고 쳐.”그러고 나서 반지를 이성준의 손에 쥐여주고 허둥지둥 뒤돌아서 성무열의 요트에 올라타 얼른 출발하라고 재촉했다.이성준과 몇 초만 더 붙어있다가는 들통날까 봐 조마조마했다.백아영의 마음을 눈치챈 성무열은 속으로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올랐지만, 차마 분출하지는 못하고 마치 승자가 된 듯 우쭐거리며 말했다.“이성준 씨, 마음을 사로잡는 게 아니라 단지 외모를 내세워 유혹하는 건 무의미해요. 다음부터 괜히 헛수고하지 마세요. 시간만 낭비하고 웃음거리가 되는 신세밖에 더 있겠어요?”이성준은 손에 쥔 반지를 으스러뜨릴 기세로 꽉 쥐었다.안색은 극도로 차가웠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시선으로 멀어져가는 성무열의 요트를 바라
최신 업데이트 : 2023-11-1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