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411 - Chapter 420

916 Chapters

제411화

민둥산으로 들어가기 전, 이성준은 이미 경찰에 신고했다.범인과 증거가 눈앞에 훤히 드러난 상황에 육씨 가문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백아영, 네가 감히 경찰에 신고해? 두고 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육홍렬은 눈시울 붉히며 울부짖었고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찬 얼굴은 일그러지고 흉악했다.그러나 육채원이 몸부림치며 다치는 것을 보고선 극도로 괴로워했다.“내 딸한테 손대지 마!”생산기지에서 나온 백아영은 눈앞에 펼쳐진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며 감개무량했다.육홍렬은 비록 사람으로서는 나빴지만 좋은 아버지인 건 확실하다. 그러나 육채원을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과 달리, 잘못된 길에 들어서 범죄를 저지른 일로 딸에게 해를 끼치는 건 참 애석한 일이다.경찰은 육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체포한 후 이성준과 백아영을 경찰서로 데려가 진술을 기록했다.진술하고 나니 어느덧 새벽이 되었다.백아영은 피곤한 몸으로 기지개를 켜며 경찰서에서 걸어 나왔고 이성준은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힘들지? 우리 이제 들어가서 자자.”그의 말에 백아영은 순식간에 두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현무는 지금 어디 있어?”백아영은 이현무 구출 작전과 민둥산 침입이 동시에 진행되었다는 그의 말이 생각났고 예상대로라면 지금쯤이면 구했을 것이다.“확인해 볼게.”이성준은 핸드폰을 꺼내고 나서야 배터리가 없다는 걸 발견했고 백아영의 핸드폰을 빌리려던 찰나 부하 중 한 명이 부랴부랴 달려왔다.“사장님! 백채영 씨가 갑자기 배신하면서 작은 도련님을 납치했습니다. 회장님도 지금 헬기를 타고 이곳으로 오고 있고, 작은 도련님은... 지금 회장님 손에 있습니다.”“뭐라고요?”이현무를 구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충격받은 백아영은 당황함을 숨기지 못했다.이성준도 표정이 어두웠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내가 지금 만나러 가볼게. 백아영, 지금 선우 일가로 가서 최대한 빨리 강원에서 떠나.”이현무를 구하러 가고 싶었던 백아영은 싫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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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내가 널 지켜줄게.”백아영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그래, 널 믿어.”차 안의 분위기는 여전히 굳어있는 듯 억압적이고 불편하게 만들었다.장소에 도착했을 때 문을 열어준 사람은 백채영이었다.그녀는 이성준 옆에 앉아있는 백아영을 보고선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더니 순식간에 증오와 살기로 가득 찼다.“성준 씨, 나랑 결혼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지? 그렇게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람이 고작 백아영 때문에 거짓말을 해?”이성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백채영을 바라봤다.“네가 현무 엄마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약속은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기에 백채영은 그럴 자격이 없다.“하, 그럼 난 엄마 될 자격이 없고 백아영은 자격이 있단 말이야?”백채영은 손가락으로 백아영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쟤만 아니었으면 현무가 할아버지한테 납치될 일도 없었고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어도 됐다고! 백아영이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란 말이야!”“현무 사랑하고 아껴주는 척 연기하지 마. 네가 현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데?”백채영은 비아냥거리며 그녀를 쳐다봤다.“현무를 대신해서 죽을 수도 있어?”“닥쳐!”여자를 때릴 수만 있다면 진작에 발로 차서 죽여버리고 싶은 이성준이었다.백아영은 찰진 소리와 함께 백채영의 뺨을 때렸고 그 눈빛은 극도로 싸늘했다.“백채영, 경고하는데 현무한테 무슨 일 생긴 거면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전에는 그저 백채영한테 혐오감을 느꼈다면 지금은 마음 깊은 곳에서 증오와 통제할 수 없는 살의까지 밀려왔다.백아영의 기세에 놀란 백채영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가린 채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그 한걸음은 마치 백아영에게 진 것 같은 수치심과 굴욕감을 안겨주었다.이제라도 체면을 차리고 싶었지만 백아영은 이미 걸음을 옮겨 그녀를 스쳐 지나가 안으로 들어갔다.홀은 환한 불빛으로 가득했고 곳곳에 서 있는 경호원들은 기습이 가능한 곳을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는 이영철의 품에는 이현무가 있었다.겁 많고 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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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단검의 칼날은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백아영은 한기가 밀려오는 듯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온몸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었다.“풉, 못할 거예요.”백채영은 옆에서 입을 가린 채 뻔뻔한 얼굴로 비아냥거리며 말했다.“현무랑 사이가 좋은 것뿐이지 혈연 관계도 없는데 어떻게 목숨 걸고 지켜주겠어요.”오늘 이현무가 불행하게 죽는다면, 그녀는 백아영에게 이현무가 그토록 찾던 친아들이라고 말해주기로 결심했다.그렇게 된다면 백아영은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할 만큼 후회스러울 테니까!백아영이 이현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이영철은 예상했다는 듯 태연했다.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위협하고 싶었던 사람은 이성준이고, 백아영을 죽이려고 할 때마다 나타난 가장 큰 장애물도 이성준이다.“성준아, 마지막 기회야. 현무를 구하고 싶으면 네가 직접 백아영 죽여! 안 그러면...”이영철은 단검을 쥔 손을 갑자기 아래로 내리눌렀고, 이현무의 상처는 순식간에 커져 피가 쏟아졌다.이현무도 아픈 듯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그 어떤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현무는 할아버지 증손자예요!”이성준은 이를 악문 채 뼈마디에서 달칵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러나 이영철은 광기 어린 표정으로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증손자니까 증조 할머니한테 인사드리러 가야지. 이산 가족 상봉이니 얼마나 좋아. 성준아, 선택은 너한테 달렸어. 백아영 죽일래?!”오늘 끝장 보리라 마음을 굳힌 이영철한테는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그런데 어떻게 백아영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빨갛게 충혈된 그의 두 눈은 피가 흘러나올 것 같았다. 이현무가 사고를 당하는 걸 지켜볼 수도 없었고, 백아영을 직접 죽일 수도 없었으니 차라리 자살하는 게 더 쉬운 선택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우유부단한 자식!”이영철은 불만스러운 듯 꾸짖으며 손에 힘을 주었고, 이현무의 상처는 점점 더 커져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얼굴이 하얗게 질린 거로 보아 이러다가 목이 베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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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정수야, 백아영이 죽었는지 확인해 봐. 숨이 붙어있으면 한 번 더 찔러!”오늘 이 지경에 이르렀을 때, 더 이상 혈육의 정은 존재하지 않았고 남은 건 오직 복수뿐이다.오정수는 바닥에서 일어나 휘청거리며 이성준에게 다가갔다.“사장님, 도련님한테서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얼른 치료받아야 해요.”이성준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마지못해 현실을 받아들였다.오정수는 곧바로 백아영의 목으로 손을 뻗었고 확실히 맥박이 뛰지 않았다.“회장님, 죽었습니다.”마침내 원하던 결과를 얻은 이영철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박장대소하며 웃었고 주름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여보, 드디어 복수에 성공했어요. 이제 그곳에서 억울해하지도, 원망하지도 말고 편히 눈감아요!”이영철은 더 이상 이현무를 잡지 않았고 이현무는 울면서 백아영을 향해 달려갔다.마음이 급한 나머지 바닥에 넘어졌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고 다시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백아영의 팔을 껴안고 목 놓아 울부짖었다.“아영 아줌마, 죽지 마요. 죽으면 안 돼요... 엉엉...”숨이 넘어갈 정도로 울부짖던 그때 가느다란 손이 나타나 그를 껴안았다.“현무야, 울지마. 아줌마 안 죽었어.”눈을 뜬 백아영은 이성준의 품에서 일어나 앉았다. 비록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호흡은 안정을 되찾았다!“아줌마, 너무 다행이에요! 안 죽어서 다행이에요! 엉엉!”이현무는 머리를 백아영의 품에 파묻은 채 울다가 웃었다.박장대소하던 이영철은 어느새 표정이 굳어버렸고 또 다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안 죽었어?!”백아영은 이성준과 눈빛을 주고 받더니 손을 들어 가슴에 꽂힌 단검을 뽑았다.가슴에서 빼내고 나서야 사람들은 단검이 신축성 있다는 걸 발견했고 전부 가슴을 관통했던 게 아니라 1, 2cm만 박혔다.이영철은 순식간에 뭔가를 깨달았다.“너희들이 단검을 바꿨구나!”그가 백아영한테 던져주던 그 단검이 아니었다!경찰서 입구에서 오기로 결정했을 때 백아영은 이영철이 그녀를 죽일 걸 예상했고, 그래서 이성준과 함께 오는 길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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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이성준의 품에 기대고 있던 백아영은 갑자기 몸이 굳어졌다.그제야 성무열과 약속한 두 달의 연애가 생각났고 지금 대외로도 그녀의 남자친구는 성무열이다.그는 서둘러 다가와 손을 뻗어 백아영의 어깨를 감싸 안으려고 했으나 이성준이 놓아주지 않았다.순간 두 사람 사이에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서로 경계하며 불꽃이 튀어 올랐다.양쪽으로 몸이 갈리지는 느낌이 들면서 중간에서 이도 저도 아닌 신세가 된 백아영은 난처함에 몸 둘 바를 몰랐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혼자 갈게...”그러나 아무도 손을 놓지 않았고, 두 남자는 오히려 그녀를 더 꽉 껴안았다.성무열은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아영아, 네가 말해. 누구랑 갈 건지.”이 말은 단순히 누군가를 따라간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았다.어찌 됐든 지금은 성무열의 여자친구이기에 그와 함께 가는 게 맞지만, 그녀의 마음은 그동안 자신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노력한 이성준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아영아, 네가 성준 씨한테 고마움을 느끼는 건 나도 알아. 그건 내가 나중에 보답할 테니까 더 이상 그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돼.”성무열은 입에 발린 소리를 내뱉으며 속 좁게 말을 이었다.“네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고 했잖아.”그 말은 날카로운 바늘처럼 가슴을 찔렀다.이성준은 침울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녀가 답하기만을 기다렸다.백아영은 그들의 뜨거운 시선에 몸이 불타는 듯 따끔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성무열의 말은 일종의 경고이자 도덕적 위협이다.두 달 동안 여자친구가 되어주기로 약속했고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아무리 이성준에게 고마움과 죄책감을 느낀다 해도 지금은...약속도 지켜야 하고, 성무열한테 은혜도 갚아야 하니 이성준한테 진 빚은 앞으로 천천히 만회하기로 생각했다.생각을 가다듬은 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미안한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성준아, 고마웠어.”고맙다는 말은 단번에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다.이성준은 기분이 착잡했고 눈빛에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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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이성준은 넋을 잃은 채 자리에 서 있었고, 그의 손을 살며시 잡은 이현무의 큰 눈에도 실망으로 가득 찼다.“아빠, 아영 아줌마 우리랑 같이 있는 게 싫대요?”이성준은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허리 숙여 이현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약속했다.“아니, 꼭 우리랑 함께할 거야! 무조건!”성무열과 백아영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은 도망치고 있던 백채영을 잡아 왔다.이영철이 무너진 후 의지할 구석이 없었던 백채영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겁에 질린 얼굴로 용서를 빌고 있었다.“성준 씨,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협박받고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 내가 현무 엄마인 걸 생각해서라도 용서해 줘.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한 번만...”이성준은 싸늘하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백채영을 바라봤다. 그동안 그를 구한 적 있다는 이유로, 현무의 엄마라는 이유로 그녀에게 너무 많은 기회를 주었다.그러나 거듭된 기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거부한 채 점점 더 악랄해져 현무를 납치하는 일까지 저질렀다.그녀의 모든 행동은 한 아이의 엄마가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백채영, 넌 권력과 명예밖에 모르는 사람이야. 정상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네 꿈이지? 그래, 내가 그걸 이뤄줄게.”이성준의 말투는 한없이 차가웠다.“지금부터 백씨 일가에 대한 모든 협력 지원을 철회하고, 백채영의 모든 자금을 회수한다!”협력을 철회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순간 백씨 일가는 가장 빠른 속도로 파산하게 되고 백채영은 지금껏 누렸던 모든 걸 잃게 된다!이제 그녀에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빚더미에 올라앉아 가난에 허덕이면서 개보다 못한 생활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안돼, 아니야. 성준 씨, 한 번만 용서해 줘. 제발 한 번만...”백채영은 겁에 질린 울음을 터뜨리며 이성준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려고 몸부림쳤지만 이성준은 혐오스러운 듯 피하며 이현무를 안고 성큼성큼 떠났다.이현무마저도 그저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 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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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불법 약물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가 나온 덕분에 경찰은 최대한 빨리 심씨 일가를 압수 수색할 수 있었다.몰락할 위기에 처하자 심씨 일가 사람들은 법을 어기고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 바빴다.경찰들과 추격전을 벌이고 있던 그때, 외진 산길에서 차 한 대가 통제력을 잃고 숲으로 돌진하여 비탈길을 따라 아래로 굴러떨어졌다.한참을 구르고 나서야 겨우 멈췄고 차는 크게 박살나 꼴이 말이 아니었다.누군가 부서진 차 문을 힘겹게 열어젖혔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안에서 기어 나왔다.산 위에서도 수색하는 발소리가 들려왔지만 부상을 입은 탓에 일어서지 못했고 도망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니 절망한 채로 멍하니 자리에 멈춰있었다.그 순간 그녀의 앞에 반짝이는 구두 한 켤레가 나타났고, 회색의 정장 바지를 따라 올라가자 민우진의 온화한 얼굴이 보였다.그러나 눈빛만큼은 살벌했다.“심유미 씨, 제가 도와줄 테니 저랑 거래하지 않을래요?”이미 궁지에 몰린 심유미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좋아요!” ...그동안 걱정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던 백아영은 피곤한지 꼬박 하룻밤을 잤고 일어나자마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심씨 일가에서 신우 일가의 신약을 복제한 증거를 찾아냈는데, 이는 백아영이 이영철한테 준 약이 진짜고, 나중에 발견된 것이 가짜라는 걸 증명하기에 충분했다.모든 건 심씨 일가에서 계획한 일이었다!심씨 일가에서 어떻게 복제한 신약을 선우 일가와 바꿔치기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할머니를 죽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백아영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었다.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백아영은 당장이라도 증거를 들고 직접 이씨 가문으로 찾아가고 싶었다.그러나 걸음을 떼자마자 성무열이 다시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다 나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움직이면 안 돼. 가만히 누워서 쉬어!”그는 박력 넘치게 말하고선 옆에 있던 선우철한테 명령했다.“이 증거들을 이씨 가문으로 가져다줘요. 사례나 보답은 필요 없고 이걸로 선우 일가와 이씨 가문은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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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선우철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성준 씨, 다름이 아니라 증거를 전달하러 왔습니다.”선우철은 재빨리 증거들을 넘겨줬고 그걸 건네받은 이성준은 예상한 결과인 듯 크게 놀라지 않았다.그는 이현무를 방으로 돌려보낸 후, 이영철이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강원에서 돌아온 그는 줄곧 이곳에 갇혀있었고 몇몇 경호원들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이영철은 여전히 강원에서 입던 옷을 그래도 입은 채 한결같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소파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있었다.앞에 놓인 음식은 차갑게 식어있었고 손자가 아니라 원수를 바라보듯 한 싸늘한 눈빛으로 매섭게 이성준을 노려봤다.“여기엔 왜 왔어? 당장 나가!”이성준은 그에게 다가가 방금 받은 증거들을 건네줬다.“이게 진실이에요. 할아버지가 선우 일가에서 찾은 약은 심씨 일가에서 만든 복제품이에요. 이거 외에도 대량의 복제품을 만든 증거가 발견되었고 할머니의 죽음은 백아영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이영철은 눈빛이 흔들리더니 재빨리 증거들을 건네받아 훑어보았고 표정은 점점 창백해지고 추악해졌다.“아니, 그럴 리가 없어...”손은 저도 모르게 덜덜 떨렸다.“백아영이 한 게 틀림없어. 심씨 일가가 왜 그런 짓을... 절대 아니야...”복수하기 위해 그 어떤 대가도 기꺼이 치르리라 다짐하고 심씨 일가와 손을 잡았는데 이제서야 아내를 죽인 범인이 심씨 일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럼, 그동안 했던 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자신의 아내를 죽인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졌다...“이성준, 네가 날 속이고 있는 게 틀림없어. 이건 가짜야, 다 가짜라고!”이영철은 현실 부정하며 화를 내더니 모든 자료를 찢어 방안에 날렸다.이성준의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싸늘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말했다.“이곳에서 편히 쉬세요. 할머니 복수는 제가 할게요.”말을 마친 그는 돌아서서 떠났다.이영철은 여전히 불신 가득한 얼굴로 소파에 꼿꼿이 앉아 있었으나 전체적인 기운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었다....심씨 일가의 사건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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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지금 이 순간 백아영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마구 뛰었고 마치 꿀 먹은 듯 달콤한 느낌이 들었다.“경진 씨를 위해서 파티 준비했는데 같이 갈까?”이성준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매력적이었고 순간 정신이 멍해진 백아영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졌다.그러나 어디선가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준 씨, 제가 준비했으니까 귀찮게 그럴 필요 없어요.”오는 길에 차가 잠깐 고장 났던 성무열은 다른 사람보다 한발 늦게 도착했다.그러나 도착하자마자 추파를 던지고 있는 이성준의 모습을 보고선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백아영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자신을 과시했다.방금 전까지 핑크빛이 맴돌던 세상에 누군가 찬물을 끼얹은 듯한 불쾌한 느낌이었다.그녀는 자리에 뻣뻣하게 선 채 불편함을 억누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이성준이 표정도 어두워졌고 당장이라도 성무열을 죽여버릴 듯 살기 넘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가족끼리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 성준 씨를 초대하기엔 불편하니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그는 백아영을 끌어안고 건방진 태도로 차를 향해 걸어갔다.백아영은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성준을 바라봤다. 좋은 기분은 순식간에 먹구름이 낀 듯 우울해졌고 경직된 채로 성무열에게 이끌려 갔다.그 모습을 본 선우경진은 한숨을 내쉬었다.선우경진은 줄곧 이성준과 백아영의 사랑을 응원했는데, 구치소에 갇혀 있던 사이에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날 줄은 아예 몰랐고 갑자기 나타난 성무열이 당황스럽기만 했다.서로 좋아하면서도 함께 할 수 없는 그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성무열은 고급 펜션을 예약했다.장소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백아영이 품에 들고 있던 장미꽃을 빼앗아 쓰레기통에 버렸다.백아영은 짜증을 내며 차에서 내렸다.“성무열, 그걸 왜 버려?!”다시 주우려고 했지만 성무열이 제지했다.“내가 더 많이 사줄게.”“그거랑 달라!”백아영은 화가 난 채로 반박했다.“다르다고? 이성준이 준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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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분위기 망치지 말라고 눈치 주는 거나 다름없었다.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그래, 착하지.”성무열은 만족스러운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강제로 껴안은 채 펜션을 향해 걸어갔다.백아영은 고개 돌려 쓰레기통을 바라봤고 그녀의 두 눈은 괴로움으로 가득 찼다.싸울 땐 언제고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되찾은 그들을 바라보며 그저 평범한 커플이 밥 먹듯 하는 사랑싸움인 것 같았다. 하지만...선우경진은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함을 느꼈다.“고모부.”그는 조용히 온유성을 뒤따라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두 사람 사이 어떻게 생각해요?”온유성은 비록 기억을 잃었지만 이성과 지능은 잃지 않았다.선우경진의 질문에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아영이가 두 사람을 보는 눈빛이 달라. 말로는 서로의 첫사랑이라고 하던데, 내가 봤을 땐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증거가 없었고 백아영한테도 여러번 물었는데 돌아오는 건 정말로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가식적인 위로뿐이었다. 선우경진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며칠 동안 살펴볼게요. 성무열이 어떤 사람이든 아영이가 절대 혼자 속앓이하지 않게 도와줄 거예요.”...파티 다음 날, 백아영은 어디선가 느껴지는 좋은 향기에 눈을 떴고 웬 도우미가 손에 장미꽃을 든 채 다가왔다.핑크색 장미꽃은 하트모양을 이루고 있었고 어제 이성준이 선물했던 꽃다발과 색깔만 빼고 거의 똑같았다.순간 심정이 두근거린 백아영은 다급하게 물었다.“누가 보낸 거예요?”“성준 도련님이 사람 시켜서 보내셨어요.”이성준이 보냈다는 말에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어제 쓰레기통에 버려진 장미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는데 다시 똑같은 걸 받으니 기분 좋아진 그녀는 손을 뻗어 꽃을 껴안았다.“저녁을 함께 하고 싶다고 하시던데 가실 거예요?”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성무열이 말했던 것들이 떠올라 차마 그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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