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눈앞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우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전화가 걸려왔고 곧바로 느긋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좋은 소식이 있어요. 온유성이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기억력 저하가 왔는데,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대요.”절망에 빠진 심은아는 드디어 일말의 희망을 되찾았다. 그러나 순식간에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이내 서늘하고 스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심유미, 장난해?”“그럴 리가요? 다름 아닌 우리 가문을 이끄시는 대단한 분인데.”심유미의 나긋한 목소리는 미안함은커녕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비록 대단한 분이라고 했지만 마치 비꼬는 것처럼 들렸다.“그래서 말인데 온유성은 단기 기억상실증이라 의술이 뛰어난 선우 일가의 치료를 받게 된다면 언제 기억을 다시 회복할지 몰라요. 그때 가면 아마 또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요? 계획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좋을 텐데...”얼핏 듣기에는 걱정하는 듯싶지만, 말뜻을 곰곰이 새겨보면 비아냥거림뿐이었다.심은아는 차가운 눈초리로 피식 비웃었다.“언니,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어쨌거나 내가 잘못되면 언니도 심씨 일가 주인이 될 자격이 없잖아?”심씨 일가의 관습에 따르면 쌍둥이는 어려서부터 대결을 거쳐 승패를 가른 후 승자는 주인으로, 패자는 노예가 된다. 이러한 신분 차이는 일생 바뀌지 않는다.다만 그때 승리를 쟁취한 사람은 심유미가 아니라 심은아였다.심은아는 겉보기에 연약하지만, 사실상 성격이 교활하기 그지없다. 능력, 수단, 계략 등 전부 심유미를 훨씬 뛰어넘는다.비록 대결에서 이겼지만, 그녀는 가문을 이끄는 대신 심유미에게 떠넘기고 배후에서 조종하는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선언했다.차마 밝힐 수 없는 많은 일은 그녀가 절대적인 권리를 앞세워 비밀리에 진행한 것이다.심유미는 겉으로 근사해 보이지만 사실상 노예이자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물론 본인도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했고, 심은아를 죽도록 미워했다. 심은아가 죽기를 오매불망 바라지만 한편으로 명령에 따라 하라는 대
최신 업데이트 : 2023-10-2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