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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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오늘 아침, 식탁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식사하기 위해 한데 모였다.선우 일가 세 사람을 제외하고 심은아와 이도하, 그리고 이성준과 이현무도 있었다.이현무를 이것저것 챙겨주던 백아영이 가끔 이성준과 눈이 마주칠 때면 심장이 마구 뛰었다.이를 본 선우소훈은 흐뭇한 얼굴로 싱글벙글 웃었다.“성준아, 현무 데리고 며칠 더 있지? 너희들이 있으니까 아영도 기분이 좋은가 봐, 밥도 많이 먹고.”이성준은 의미심장하게 백아영을 바라보았다.“정말요?”백아영은 뜨끔한 나머지 민망한 듯 구시렁거렸다.“현무만 보면 너무 좋아서 그래요.”물론 이성준은 언급하지도 않았다.곧이어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오늘은 아빠를 치료하기 위해 장비를 사용한다고 했죠?”그동안 컨디션 조절을 통해 온유성의 몸도 서서히 회복되었기에 슬슬 신경 치료를 진행해도 가능했다.선우 일가에서 개발한 특수 장비는 신경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치료를 받고 나면 온유성이 제정신을 되찾을 확률이 높았다.선우경진은 한껏 흥분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세팅을 마쳤고 이따가 밥 다 먹고 나서 고모부 데리고 갈 거야.”그 소식에 식탁을 둘러싼 사람들은 기쁜 마음에 웃음꽃이 피었다.다만 심은아는 제외였다. 식탁 밑으로 숨겨진 손은 주먹을 꼭 쥐었고, 속으로 당황함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온유성이 의식을 회복하게 된다면 그녀의 정체를 밝힐 게 뻔했다.게다가 선우 일가 사람한테 선우정현의 행방을 알려준다면 그녀의 계획을 망칠 것이다.따라서 절대로 온유성이 깨어나게 할 수 없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백아영은 이현무를 방으로 데려다주고는 온유성이 치료받는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방문을 나서자마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성준을 발견했다.“성준아, 무슨 일 있어?”이성준의 잘생긴 얼굴은 시종일관 시크했고, 마치 선심을 베푸는 듯 말했다.“너랑 같이 가줄게.”어제부터 이성준의 태도는 쌀쌀맞고 소외감이 느껴졌지만,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에 불과한지라 다소 생뚱맞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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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선우경진이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고 한지라 백아영은 패닉에 빠졌다.“아빠!”“아아아!!”온유성은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침대에서 일어나 몸에 연결된 튜브를 거칠게 뜯어냈는데,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그러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광기에 휩싸인 모습이다.이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족족 집어던졌다.“죽어! 빌어먹을 놈들아, 죽어버려!”선우경진은 급히 달려가 여러 대나 얻어맞은 끝에 온유성을 겨우 붙잡았다. 하지만 미쳐 날뛰는 사람을 제압하기에는 선우경진 혼자서 무리였다.이내 이성준도 선우경진을 돕기 위해 나섰고, 두 사람은 안간힘을 써서 온유성을 막았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목놓아 울부짖었다.쩌렁쩌렁한 목소리 때문에 목청이 찢어지는 건 아닌지 싶었고, 입가에 언뜻 핏자국까지 보였다.이를 본 백아영은 가슴이 미어졌고, 재빨리 다가가 손목을 붙잡고 맥박을 짚었는데 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온유성은 이미 이성을 잃었고, 정신병도 더 심해졌다. 이미 광기에 빠져 지쳐 죽기 전까지는 계속 날뛰고 있을 것이다.장비를 중단한 결과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정도라니!백아영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눈물이 점점 차올랐다.한편, 심은아의 방.샤워기 헤드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고, 이미 해체한 콘센트 옆에 심은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두꺼비집이 내려가서 정전되도록 일부러 회로를 태워 먹었다.그녀의 두 눈에는 온통 악랄한 속셈으로 가득 찼다.치료가 중단된 결과는 매우 처참했다. 온유성이 완전히 미쳐버리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나중에 의식을 회복해서 그녀의 계획을 망치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은아야?”이도하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오면서 손잡이가 딸깍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아쉽게도 문이 잠긴 탓에 그는 들어갈 수 없었다.“괜찮아? 전기가 나갔나 봐. 아마 뜨거운 물도 끊겼을 텐데 씻지 말고 기다려. 감기 걸릴지도 몰라.”심은아는 문을 힐긋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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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심은아는 곧바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온유성 씨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도하야, 우리도 얼른 따라가 보자.”장비실에 도착한 심은아는 침술책을 들고 한쪽으로 배우면서 치료하는 백아영을 발견했다.회생술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심은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나 찰나의 긴장을 끝으로 이내 시름을 놓았다.비록 회생술은 생명을 구하는 놀라운 효과가 있지만, 기술이 복잡하고 배우기 어려운지라 침을 놓는 건 더더욱 난도가 있기에 백아영이 고작 책을 보면서 익힌다고 해서 단번에 성공할 리가 없었다.온유성은 어차피 죽게 될 것이다!백아영의 등에 피가 점점 퍼졌고, 창백한 얼굴은 핏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흘러내렸지만 안정적인 손놀림으로 침을 하나씩 놓았다.비록 처음 배우는 침술이자 책에 적혀 있는 대로 따라 했지만, 백아영은 탄탄한 학습 재능과 끈기를 바탕으로 마지막 침까지 침착하게 놓았다.미쳐 날뛰던 온유성이 서서히 진정을 되찾았다.“다행이야! 고모부는 이제 괜찮아.”선우경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경악을 금치 못한 심은아는 안색이 돌변했다.이럴 수가! 백아영이 진짜 성공하다니?!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백아영을 빤히 쳐다보는 온유성은 두 눈이 반짝였다.“넌... 누구지?”침을 놓자마자 모든 기력을 다한 백아영은 이성준의 품에 힘없이 쓰러졌다.피곤함에 지친 그녀는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그러나 온유성의 시선을 마주친 순간 다시 활기를 되찾았고,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전... 전 당신의 딸이에요.”의혹이 확신으로 변하자 온유성은 감격스러운 듯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우리 딸... 정현과 내 딸이구나... 정현이랑 참 닮았네.”온유성은 위안이 되면서도 다급하게 물었다.“정현은 어디 있어? 그녀도 구해준 거야?”“아니요. 아빠, 엄마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백아영이 초조하게 물었다.온유성의 눈빛은 고통으로 가득 찼고, 힘없는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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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제 발 저린 심은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러나 곧바로 평정심을 되찾고 고개를 들어 세상 억울한 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으로 이도하를 바라보았다.“내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해? 그런 짓을 왜 하겠어? 명분이 없잖아.”심은아가 흐느끼며 말했다.“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내가 그런 사람처럼 보여? 어떻게 날 못 믿을 수 있어?”그녀는 섭섭한 듯 눈물을 뚝뚝 흘렸다.서럽게 우는 여자의 모습에 이도하는 의심을 싹 지우고 더는 추궁할 겨를도 없이 그녀를 위로해주기 바빴다.“그런 뜻 아니야. 난 널 믿어! 내가 잘못 봤어. 난 맞아도 싸니까 그만 울고 차라리 마음껏 때려.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이도하가 사과하고 달래주고 나서야 심은아는 겨우 그를 용서해줬다.선우경진은 온유성이 쉴 수 있게 방으로 데려갔다.기진맥진한 백아영도 이성준의 품에 안겨 자리를 옮겼다.이성준은 그녀를 침대에 사뿐히 눕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푹 쉬어.”피곤함이 극에 달한 백아영은 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없었고, 졸음이 몰려온 나머지 눈만 감으면 잠이 들 것 같았지만, 애써 정신을 붙잡은 채 이성준이 일어서는 찰나 옷깃을 덥석 붙잡았다.이성준은 흠칫 놀랐다.“왜 그래?”“너한테 할 말 있어.”백아영의 목소리는 갈라졌고, 들릴 듯 말듯 작았다.이성준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자고 일어나서 얘기해.”이내 멈칫하더니 한마디 보탰다.“깨어날 때까지 기다릴게.”그러나 지금 당장 말하고 싶은 백아영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방금 자칫 아버지를 잃을 뻔했다는 상황이 너무 뼈저리게 다가와 다시는 누군가를 놓치거나 잃고 싶지 않았다.물론 이성준도 마찬가지였고, 이제 단 1초라도 더 기다릴 수 없었다.“이성준, 미안해.”백아영은 이성준의 소매를 꼭 붙잡았다.“지난번에 승구를 구하려고 너한테 했던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 아이가 생부랑 있는다고 해서 완벽한 가정을 이룬다는 자체가 성립이 안 되잖아? 이도하와 함께 할 생각도, 사랑할 생각도 없었어.”이성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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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할머니의 부재는 그에게 큰 충격과 다름없다.백아영은 걱정과 불안에 아프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를 악문 채 침대에서 일어나 이성준을 쫓아갔다.선우 일가를 나서서 이미 차에 시동을 건 이성준을 간신히 따라잡았다.이성준은 차창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들어가서 쉬어.”불과 몇 분 만에 그의 모습은 180도 달라졌다. 두 눈은 빨갛게 충혈된 채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를 썼다.백아영은 더더욱 걱정되었다.이내 차 문을 벌컥 열고 올라탔다.“나도 같이 가! 약을 먹었는데 왜 이런 사달이 났는지 알고 싶어.”이성준은 이를 꽉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액셀을 밟는 순간 차가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2층 창가에 서서 차가 떠나는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심은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얼굴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훗, 내가 심어놓는 폭탄이 드디어 터졌나 본데, 백아영, 이번에 가면 다시 돌아올 생각하지 마.”...백아영은 이성준을 따라 이씨 가문 본가로 부랴부랴 달려갔다.이때, 이씨 가문 본가는 곡소리로 가득했고 분위기가 비통하기 그지없었다.노인은 이미 지하실에서 빈소로 옮겨졌다. 유리로 된 관 속에 반듯하게 누워 있는 사람의 초췌한 얼굴은 생기란 찾아보기 힘들었다.보아하니 돌아간 지 몇 시간은 지난 듯싶었다.본가를 찾은 이씨 가문 친척들은 상복을 입고 관 앞에 무릎 꿇은 채 통곡하면서 울부짖었다.이영철은 옆에 서서 손으로 관을 짚은 채 새빨간 두 눈으로 노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는데,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할머니...”이성준이 관으로 다가가 안에 누워 있는 노인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희망의 불씨마저 꺼져버렸다.그녀는 정말로 죽었다.강철처럼 의연하던 남자도 눈시울이 붉어지며 목이 메어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거죠?”분명 병세가 호전되어 안정을 되찾고 컨디션이 나날이 좋아진 덕분에 모두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날 거란 희망을 품고 하나같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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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증거가 확실한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해?”이영철의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상복을 입고 통곡하는 이씨 가문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번쩍 들더니 원망과 증오가 담긴 시선으로 백아영을 노려보았다.순간, 그녀는 범인이자 살인자 신세로 전락했다.“어떻게 이럴 수 있죠? 약이 귀하다고 공짜로 주는 게 꺼려지면 애초에 거절하면 되잖아요. 굳이 가짜 약으로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다니!”“결국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겠죠. 그때 이 약으로 회장님이랑 거래했다잖아요.”“이런 악랄한 사람이 있나?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라지 않다니! 결국 가짜 약으로 할아버지를 속여 할머니만 피해를 봤잖아요.”“대체 무슨 낯짝으로 본가에 온 거죠?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은 죽어도 마땅해요!”...백아영은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비록 그동안 선우소훈과 갈등이 있었지만 모든 건 백채영이 중간에서 훼방을 놓은 탓이지 않은가? 선우 일가의 아가씨라는 신분이 밝혀진 이후로 선우소훈은 진심으로 그녀를 챙겨주었다.따라서 이처럼 귀한 약을 바꿔치기했을 리가 없었다.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약이라고 한 이상 단 하나일 뿐, 절대로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그녀는 즉시 앞으로 다가가 이영철의 손에서 약을 건네받아 꼼꼼히 살펴보았다.물론 선우 일가의 보물과 유사하게 생겨서 언뜻 보기에는 똑같지만 약효가 훨씬 떨어졌고, 어느정도 차이가 났다.굳이 비교하자면 오리지널과 짝퉁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이 약은 가짜예요.”백아영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일가의 가보가 아니라 짝퉁이에요. 할머님께서 드신 약만큼 효과가 뛰어나지 않거든요? 가짜 약이 왜 선우 일가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어요!”“짝퉁이라... 하하하!”이영철은 얼굴이 일그러졌다.“이 약을 본 의사들이 하나같이 귀한 보물이라며 목숨까지 살리는 신비한 효능이 있다고 했어. 이런 건 구하기도 어려워서 선우 일가가 애지중지 숨겨두는 게 아니겠어? 이렇게 고급스러운 짝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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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회장님, 전 백아영 씨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요. 워낙 심성이 착한 분이라서 어르신을 일부러 해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아마도 무슨 오해가 있는 듯싶은데, 우선 조사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시죠?”“위정! 네가 누굴 위해서 일하는지 잊었어? 비켜, 만약 저년의 편을 들어준다면 네 목숨도 날아갈 줄 알아.”분노에 이성을 잃은 이영철은 일그러진 얼굴로 살기를 뿜어내면서 명령했다.“죽여!”경호원들이 점점 가까워지자 백아영은 등골이 서늘해졌고, 숨 막히는 공포감에 질식할 것 같았다.부상은 둘째치고 몸이 멀쩡하다고 해도 철벽같은 포위를 뚫고 무사히 탈출할 방법은 없었다.그녀가 뭐라고 하든 이영철은 절대 믿지 않았기에 모든 희망을 이성준에게 걸었다.“성준아, 난 할머님을 죽이려고 한 적이 없어. 제발 믿어줘.”이성준은 이씨 가문의 장남이자 수장으로서 논란이 생긴 상황에서는 그래도 발언권과 힘을 가지고 있는 그가 자신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이영철이 싸늘한 시선으로 이성준을 바라보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증거가 확실한데, 아직도 저년을 감싸줄 거야?”빈소에 들어선 이후로 이성준은 유리관 옆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노인을 쳐다보았는데, 이영철과 백아영이 소란을 피우는데도 고개를 돌린 적이 없었다.순간, 모든 갈등과 선택이 그에게 달렸다.이성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길게 쭉 뻗은 눈은 핏발이 가득 섰고, 섬뜩할 정도로 빨갰다.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은 분노와 증오가 차올랐다.“널 믿으라고?”그는 목이 잠긴 듯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허스키한 매력적인 음성이 소름 끼치게 변하는 순간이다.“백아영, 네가 이렇게 독한 사람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네. 어쩐지 그날 선우소훈이 쉽게 약을 내놓는다고 했더니 둘이서 짜고 친 거였어? 가짜 약을 가져가서 내 손으로 할머니를 죽이게 해?”백아영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성준을 바라보았다.“너... 내 말을 못 믿는 거야?”이성준이 자신을 의심할 줄이야!그녀는 이성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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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깜짝 놀란 위정은 충격에 휩싸여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사장님이 백아영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죽이라고 명령할 수 있지?차마 그럴 리가 없을 텐데?패닉에 빠진 그의 귓가에 문득 두 사람만 들리는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녀를 데리고 먼저 도망쳐, 나중에 따라갈 테니까.”위정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회장님의 비밀 경호원은 피도 눈물도 없다. 만약 빈소에서 맞서 싸우게 된다면 이성준이 목숨을 걸더라도 백아영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백아영을 데리고 나온 이상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도망친다면 남아서 경호원의 발목을 붙잡는 이성준이 있기에 아직 한 줄기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역시 사장님은 백아영 씨를 버린 게 아니었다.위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고 나서 백아영에게 다가가는 순간 차 한 대가 쏜살같이 달려와 곧장 백아영을 들이받으려고 했다.“백아영 씨!”위정은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사람을 구하려고 뛰어가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별장 입구 서 있는 이영철의 표정은 극도로 싸늘했다. 그녀가 어디서 죽든 관심이 없고, 머릿속으로 오직 더 빨리, 더 확실하게 죽일 방법만 생각했다.그는 백아영을 저승길로 보내 아내한테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할 작정이다.땅바닥에서 허둥지둥 기어 일어난 백아영은 도망가기에 너무 늦었는지라 코앞까지 바짝 다가온 범퍼를 하염없이 쳐다보기만 했다.그러나 위기일발의 순간, 조수석 차 문밖에 힘겹게 매달린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차량의 가속도에 힘입어 점프한 뒤 그녀의 앞에 착지하여 부딪히기 일보 직전에 옆으로 확 밀쳤다.그리고 본인은 차량에 부딪혀 저 멀리 날아갔다.순간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싶었고, 백아영은 뼈만 앙상한 남자가 차에 부딪혀 높이 튕겨 올라 땅바닥에 쿵 하고 떨어지는 광경을 똑똑히 지켜보았다.땅바닥에 부딪힌 머리가 깨지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하지만 의식을 잃기 직전에도 그녀가 무사한 걸 보자 피 묻은 입술을 힘겹게 끌어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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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비밀 경호원이 뛰어갔을 때, 땅바닥에 흥건한 핏자국을 제외하고 온유성과 박아영은 온데간데없었다....“아빠...”움직이는 도중 몸이 흔들거리는 느낌에 백아영은 서서히 눈을 떴다.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지만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진 탓에 머리가 지끈거렸다.하지만 고통 따위 안중에도 없이 당황한 눈빛으로 두리번댔다.“아빠?”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온유성은 얼굴이 창백했고 핏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지어 호흡마저 멈춘 것처럼 그녀의 옆에 있는 침상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는데 생사가 가늠이 안 되었다.의사와 간호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다급하게 외치면서 온유성을 수술실로 밀고 갔다.그와 동시에 백아영도 옆 수술실로 이동했다.온유성이 수술실로 사라지는 순간 서로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백아영은 초인간적인 힘을 발휘하여 병상에서 훌쩍 뛰어내렸다.바닥에 착지할 때 등에 난 상처가 다시 터지면서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으나 전혀 개의치 않고 수술실 문을 향해 뛰어갔다.“아빠!”“아영아, 진정해!”선우경진이 서둘러 달려와 백아영을 붙잡았다.“고모부한테 이미 응급처치해 드려서 심박수가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무사할 거야. 수술을 마치고 살아서 수술실에서 나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비록 그렇다 하지만 백아영은 대부분 그녀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라는 걸 알아차렸다.안 그래도 갖은 고문을 받아 뼈만 앙상한 사람인지라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교통사고까지 당했으니 살아갈 확률은 극히 낮았다.백아영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펑펑 쏟았다.“이게 다 제 탓이에요. 저 때문이에요! 만약 날 지켜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아빠도 차에 치이는 일이 없었을 텐데... 차라리 내가 치일걸... 목표는 나였는데...”선우경진은 안쓰러운 마음에 백아영을 끌어안았다.갑자기 선우 일가에서 뛰쳐나온 온유성을 발견하고 따라간 곳이 바로 이씨 가문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한발 늦어서 차량이 백아영을 들이받는 광경을 멀리서만 볼 수밖에 없었다.그나마 가까이 있던 온유성이 질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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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선우경진은 이성준이 찾아왔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당장 뛰쳐나가 주먹다짐이라도 하고 싶었다.그러나 이성을 잃고 날뛰는 대신 성질을 꾹 참았다. 어쨌거나 백아영의 원한이자 감정싸움인지라 결정권은 그녀한테 있었다.이내 백아영을 바라보았다.“성준 씨를 만날 거야?”백아영의 머릿속에 이성준이 한 말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자신을 의심하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결국은 그녀의 탓이라며 원망도 했다.심지어 죽이라고 명령까지 하지 않았는가?온유성이 그녀를 구하려고 차에 치여 혼수상태에 빠진 것도 결국은 이성준 때문이었다.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고, 백아영은 더는 이성준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피곤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얼굴로 벽에 기댔다. 곧이어 갈라진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울려 퍼졌다.“아니요.”...병원 밖.이성준은 1층에 서서 눈살을 찌푸린 채 앞에 있는 건물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위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장님, 쳐들어갈까요?”이성준과 백아영 사이에 너무나도 큰 오해가 생겨버렸다. 그녀를 구해주려는 좋은 의도였지만, 온유성이 연루되어 다치게 되었으니 얼른 해명해야만 했다.다만 선우 일가 사람으로 빼곡히 둘러싸인 병원을 몸싸움 없이 뚫고 들어간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이영철의 비밀 경호원도 호시탐탐 노리는 와중에 선우 일가까지 상대한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하기 마련이므로 비밀 경호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었다.이성준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방법 찾아봐.”그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씨 가문 집사가 굳은 표정으로 서둘러 뛰어왔다.“도련님, 할머님 장례식이 곧 시작되오니 회장님께서 얼른 복귀하라고 합니다.”집사는 머뭇거리며 한마디 보탰다.“도련님이 장손이라서 할머님 장례식에 불참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네요.”예절은 둘째 치더라도 할머니와 각별한 정이 있는 이성준이 참석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백아영은...이성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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