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전 백아영 씨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요. 워낙 심성이 착한 분이라서 어르신을 일부러 해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아마도 무슨 오해가 있는 듯싶은데, 우선 조사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시죠?”“위정! 네가 누굴 위해서 일하는지 잊었어? 비켜, 만약 저년의 편을 들어준다면 네 목숨도 날아갈 줄 알아.”분노에 이성을 잃은 이영철은 일그러진 얼굴로 살기를 뿜어내면서 명령했다.“죽여!”경호원들이 점점 가까워지자 백아영은 등골이 서늘해졌고, 숨 막히는 공포감에 질식할 것 같았다.부상은 둘째치고 몸이 멀쩡하다고 해도 철벽같은 포위를 뚫고 무사히 탈출할 방법은 없었다.그녀가 뭐라고 하든 이영철은 절대 믿지 않았기에 모든 희망을 이성준에게 걸었다.“성준아, 난 할머님을 죽이려고 한 적이 없어. 제발 믿어줘.”이성준은 이씨 가문의 장남이자 수장으로서 논란이 생긴 상황에서는 그래도 발언권과 힘을 가지고 있는 그가 자신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이영철이 싸늘한 시선으로 이성준을 바라보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증거가 확실한데, 아직도 저년을 감싸줄 거야?”빈소에 들어선 이후로 이성준은 유리관 옆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노인을 쳐다보았는데, 이영철과 백아영이 소란을 피우는데도 고개를 돌린 적이 없었다.순간, 모든 갈등과 선택이 그에게 달렸다.이성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길게 쭉 뻗은 눈은 핏발이 가득 섰고, 섬뜩할 정도로 빨갰다.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은 분노와 증오가 차올랐다.“널 믿으라고?”그는 목이 잠긴 듯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허스키한 매력적인 음성이 소름 끼치게 변하는 순간이다.“백아영, 네가 이렇게 독한 사람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네. 어쩐지 그날 선우소훈이 쉽게 약을 내놓는다고 했더니 둘이서 짜고 친 거였어? 가짜 약을 가져가서 내 손으로 할머니를 죽이게 해?”백아영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성준을 바라보았다.“너... 내 말을 못 믿는 거야?”이성준이 자신을 의심할 줄이야!그녀는 이성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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