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311 - 챕터 320

916 챕터

제311화

“아, 아빠?”백아영은 당황한 나머지 패닉에 빠져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이제 가족 찾기를 포기하고 혈연관계 따위 관심이 없는 줄 알았지만,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는 순간 그동안 다잡았던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졌다.그는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였다! 무려 20년 동안 고생이란 고생을 다 한 사람이지 않은가?가까스로 찾아내서 목숨까지 구했는데 죽어가는 모습을 마냥 지켜볼 수가 없었다.“아빠, 안 돼요! 죽지 마세요! 엄마도 찾아야 하고 나중에 집으로 같이 돌아가야 한단 말이에요.”백아영은 덜덜 떨며 은침을 꺼내 그에게 침을 놓아주려고 했지만, 손이 너무 떨려서 혈자리마저 제대로 찾지 못했다.자칫 침을 잘못 놓았다가 사람을 구하기는커녕 죽여버릴지도 모른다.“백아영!”이성준은 재빨리 걸어가 커다란 손으로 백아영의 팔목을 붙잡았다.“침착해, 네가 정신을 차려야만 아버지를 구할 수 있어.”이성준의 손바닥은 따뜻하면서도 힘이 넘쳤는데 마치 마법이 깃들어 있는 듯 백아영의 마음을 다잡아줬고, 폭우 속에서 떨고 있는 그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었다.덜덜 떨리던 손이 차츰 진정되었고, 그녀는 곧바로 온유성에게 침을 놓았다.침을 놓자 출혈이 멈추기 시작했고, 잔뜩 흥분한 온유성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면서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백아영은 마치 구사일생한 사람처럼 온몸에 힘이 쫙 빠지면서 이성준의 품에 털썩 쓰러졌다.그러나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다시 기운을 차렸다.아직은 시름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그녀는 심은아에게 물었다.“혹시 또 갇혀 있는 사람이 있나요?”아버지를 찾았지만 아직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선우정현은 어디에 있단 말이지?심은아는 고개를 저었다.“어릴 때부터 여기 갇혀 있어서 밖에 나가본 적이 없어요.”그녀가 문지기 역할을 ‘겸사겸사’ 하기 전에 온유성이 이미 갇혀 있었는지라 다른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딱히 유용한 단서를 찾지 못한 백아영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온유성이 이 정도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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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온유성을 방으로 데려갔을 때 선우소훈이 부축을 받으며 걸어 들어왔고, 그를 보자 역시나 비통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그러고 나서 아픈 몸을 이끌고 진료를 이어갔다.“아영이가 제때 구해줘서 천만다행이야. 1~2년만 더 지났더라면 목숨을 다해서 저세상에 갔을지도 모르겠네.”선우소훈은 제일 좋은 약재를 선별해서 약을 지어오라고 시켰다. 이는 온유성의 몸을 이른 시일 내에 회복하게 하고 심지어 정신병마저 치료할 수 있다.“정신병도 치료가 돼요?”정신병은 신경계 질환으로써 의술만으로는 완치할 가능성이 희박했는데, 선우 일가의 뛰어난 의술에 또 한 번 감탄한 백아영이었다.선우소훈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빠가 완전히 정신을 놓은 건 아니고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라고 보면 돼. 그동안 가끔 의식을 회복할 때가 있는데 이런 케이스는 치료하기 훨씬 수월하거든. 약을 먹고 다시 깨어난다면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가 있을 거야. 물론 그런 시간이 점점 많아질 테니까 안심해.”백아영은 감격에 겨워 눈시울이 빨개졌다. 큰 돌이 짓누르는 듯한 가슴이 마침내 한결 홀가분해졌다.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한시름을 놓는 순간 심은아의 얼굴만큼은 수심이 가득했고, 남몰래 주먹을 꼭 쥐었다....심씨 일가.빨간색 잠옷 원피스를 입고 느긋한 자세로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심유미의 앞에 흠씬 두들겨 맞은 경호원들이 의기소침한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실책을 범하는 바람에 도망갈 틈을 만들어 놈들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 어떠한 벌도 달갑게 받겠습니다.”“끌고 가.”심유미는 무심한 얼굴로 경호원들을 내보냈고, 굳이 이런 일로 조급하거나 화도 나지 않았다.경호원들이 떠난 뒤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허리에 타올만 두른 제갈연준이 걸어 나왔다.그는 자연스럽게 침대로 올라가 심유미를 끌어안았다.제갈연준의 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우리 아영은 귀여울 정도로 순진하네. 아버지를 구하면 그만이지, 굳이 한 사람을 더 데려가서 말이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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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이성준 때문에 백아영은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사실 할 말은 산더미처럼 많았다. 아버지를 찾았으니 백승구의 골수와 일치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어쩌면 이도하와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이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비록 그녀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마치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닫았다.결국 어쩔 수 없이 엉뚱한 말만 내뱉었다.“이번에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어.”두 눈에 가득하던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변했다.이성준은 몰래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제 와서 대체 무엇을 바라냐 말이다.그녀를 도와 아버지를 구해줬다고 마음이 바뀌어 자신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우스갯거리가 따로 없는 상황이었다.“나름대로 목적이 있어서 심씨 일가에 찾아간 거니까 겸사겸사 도와준 거야.”쌀쌀맞은 말투로 대답하고 이성준은 기다란 다리를 움직여 성큼성큼 걸어갔다. 훤칠한 뒷모습은 왠지 모르게 싸늘한 기운을 풍겼다.멀어져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백아영은 씁쓸한 기색이 역력했다.마이바흐 안.운전 중인 위정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사장님, 이번에 제갈연준을 찾는 데 실패해서 다시 심씨 일가에 잠입할 건가요?”이성준이 심씨 일가에 직접 찾아간 이유는 바로 제갈연준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백아영이 나타날 줄은 몰랐고, 결국 그녀를 도와주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수포로 되었다.이제 소란까지 일으킨 이상 다시 잠입하기에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이성준은 딱히 신경 쓰지 않고 무심한 말투로 대답했다.“나중에 다시 기회를 보자.”이현무의 다리가 아직 완치되기 전이라 이성준은 요 며칠 본가에서 지내며 아들을 돌봐주려고 했다.그러나 본가에 들어서는 순간 신혼집처럼 꾸며진 정원과 주택을 발견했고,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경사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이성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금세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이게 뭐 하는 짓이지?”입구를 지키던 경호원이 황급히 대답했다.“오늘 아침에 도하 도련님이 오셨는데, 도련님의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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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선우경진이 박스를 들고 들어오면서 방 안의 불을 켰다.순간 사방이 훤해졌지만, 심은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침대 위에는 온유성만이 얌전히 누워서 옅은 숨을 내뱉고 있었다.트렌치코트를 입은 선우경진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다가가 온유성의 맥박을 짚어보더니 정상인 걸 확인하고 나서야 감시카메라가 든 박스를 열어 조립하기 시작했다.이는 그가 늦은 밤에도 불구하고 사 온 것이다.온유성은 체력도 약하고 정신병까지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특수한 방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결국 그의 병세와 돌발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침실에도 카메라를 설치했다.세팅을 마치고 나서 상황실과 연결된 것까지 확인한 다음 자리를 뜨려던 선우경진은 갑자기 불어닥친 찬바람을 느꼈다.이내 고개를 돌리자 활짝 열려 있는 창문을 발견했다.‘가기 전에 분명 닫았을 텐데?’순간 의혹이 든 선우경진은 즉시 경계하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펄럭이는 커튼을 훑어보았고, 마치 사람이 숨어있는 듯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선우경진은 은침을 꺼내 들고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한 걸음씩 커튼을 향해 걸어가 옆으로 확 젖혔다.그러나 뒤에는 텅텅 비어 아무도 없었다.선우경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창가로 걸어가 밖을 내다보았다. 고요한 밤, 밖에는 인기척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밤바람이 쌩쌩 불었다.설마 바람 때문에 열린 건가?선우경진은 긴장을 풀었지만 그래도 상황실에 신신당부했다.“이 방을 중점적으로 감시해. 혹시라도 조는 사람이 있다면 혼날 줄 알아!”그러고 나서 창문을 잠그고 방을 나섰다.그가 떠나간 뒤 에어컨 실외기 사각지대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있던 심은아가 그제야 허리를 살짝 폈다.그녀의 얼굴은 이미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빌어먹을! 감히 내 계획에 훼방을 놓다니!’감시카메라를 설치한 이상 그녀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기에 다시 기회를 찾아야만 했다....백아영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자정이 넘었다.백승구는 잠이 들었지만 호흡이 여전히 가빴고, 얼굴은 예전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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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백아영은 밤새 백승구와 함께 병원에서 지냈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결혼 준비하러 선우 일가로 향했다.오늘은 그녀와 이도하가 결혼하는 날이다.이제 가족으로 인정받았으니 선우 일가에서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다.다만 억지로 진행하는 결혼식인 만큼 기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거울 속에 비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바라보며 백아영은 마치 자신을 옥죄는 족쇄처럼 느껴져 가슴이 답답했다.“골수 이식 수술의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고모부의 혈액을 채취해서 검사를 맡겼으니 시간상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에 결과가 나올 거야. 만약 일치한다면 바로 파혼하면 돼.”선우경진이 백아영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그녀에게 살길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만약 일치한다면 더할나위 없었다.“아영 씨, 들어가도 돼요?”문밖에서 심은아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선우경진이 다가가 문을 열어주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웨딩카가 곧 도착할 예정이라 우선 가서 일 좀 볼게. 마침 은아도 왔으니 아영이랑 있어 주면 되겠네.”“네, 걱정하지 마세요.”심은아는 아름다운 생화로 부케를 만들어 백아영의 앞에 내밀었다.“아침에 정원에서 딴 꽃으로 만든 거예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부케로 써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별다른 재주가 없어 이런 식으로 결혼을 축하해줘서 미안해요.”비록 신혼이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백아영은 예의상 부케를 받아들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그리고 심은아의 손을 다정하게 붙잡고 말했다.“은아 씨, 이도하가 어렸을 때 심씨 일가에 다녀갔다고 하던데 혹시 만나본 적 있어요?”이영철은 어렸을 때 이도하가 다쳐서 심씨 일가 아가씨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그녀는 학대와 구타를 당하면서 고달픈 삶을 살았다고 했는데 어쩌면 심은아일 가능성이 컸다.심지어 이도하가 오매불망 그리워하는 꿈속의 여인이 심은아가 아니냐는 의심마저 들었다.심은아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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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결혼식이라면 활기차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당연한 건데 그와 달리 현장은 축의금을 걷는 사람조차 없었다.이도하는 거침없이 신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노크했다.“아영아, 나왔어.”백아영은 고개 돌려 심은아를 바라봤다.“은아 씨, 문 좀 열어봐요.”애써 굳건하게 유지하던 평정심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녀는 제갈연준이 이도하를 협박하기 위한 카드였기에 오늘 무사히 결혼식을 마쳐야 앞으로의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고, 지금 문을 열고 이도하와 마주치는 순간 이 결혼은 성사될 수 없게 된다.“왜요?” 움직이지 않는 심은아의 모습에 백아영은 관심을 보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아뇨, 아니에요.”그녀는 마지못해 한 걸음씩 문을 향해 걸어갔고 방문 앞에서 팔을 들어 손잡이를 잡았다.문 건너편에 이도하가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손잡이를 꽉 쥐었고 왠지 모를 싸늘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은아 씨?”백아영의 재촉에 당황하고 짜증이 났지만 도저히 문을 열 수 없었던 심은아는 최후의 수단으로 갑자기 배를 움켜쥐더니 불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아영 씨, 갑자기 배가 아파서 그러는데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죄송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허둥지둥 화장실로 뛰어갔고, 도망치는 게 너무 티 났던 그녀의 모습에 백아영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화장실 문을 바라봤다.심은아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을 걸 예상하고 있었던 그녀는 기다리지 않고 방에 있던 다른 사람을 시켜 문을 열었다.안으로 들어온 이도하는 간단하고 형식적인 프로세스를 따라 백아영을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그들이 차례로 떠나 아래층에 내려간 후에야 심은아가 화장실에서 나왔다.그녀는 창가에 서서 차에 오르는 백아영과 이도하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봤고 입가엔 섬뜩한 미소를 띠었다.‘백아영, 날 의심하면 어때? 어차피 넌 제갈연준에게 잡혀갈 운명이고 난 선우 일가에 남아서 네 아빠를 죽여버릴 텐데...’...이씨 가문의 본가.이성준은 별장 입구 기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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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여긴 내가 잘 지키고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침울한 표정의 이성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이고는 이현무를 안고 차에 올랐다.차 안의 분위기는 우울했고 오직 이현무의 작은 흐느낌소리만 존재했다.이성준은 손목 들어 시계를 보더니 순간 결혼식이 시작됐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아직도 신경 쓰고 있는 자신을 비웃었다.“위정, 공항으로 가자.”...오직 이성준을 화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준비한 결혼식은 거창하고 성대했다.남원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열렸을 뿐만 아니라 남원의 모든 유명 인사들이 초대된 탓에 현장은 매우 웅장하고 시끌벅적했다.이제부터 남원의 모든 사람들은 선우 일가의 백아영과 이씨 가문의 이도하가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하지만 백아영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고 선우 일가의 골수 정합 결과가 나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아영 씨, 결혼식 시간이 되었으니 이제 나오시죠.”메이크업실의 문이 열리면서 웨딩헬퍼가 들어왔고 그와 동시에 백아영이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오빠, 결과 어때요?”미래를 결정짓는 일인 만큼 극도로 긴장한 백아영은 목소리마저 떨고 있었다.“아영아, 미안해. 고모부와 승구 골수 정합 결과는 불일치야.”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선우경진의 말에 마음속의 희망과 간절함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백아영은 좌절감에 얼굴을 가린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눈물방울은 손가락 사이로 뚝뚝 흘러내렸다.피할 수 없는 상황에 백아영은 결국 웨딩헬퍼를 따라 드레스의 치맛자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어깨를 짓누를 듯한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힘겹게 한 걸음씩 홀을 향해 걸어갔다.가던 중 하필이면 백채영을 마주쳤고 그녀는 화려한 고급 드레스를 입고 한없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백아영, 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 이제부터 내 남자한테 매달릴 자격조차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이제 동서라고 불러야 하나?”그녀의 말에 남아있던 마지막 희망의 불씨가 꺼지면서 멘탈이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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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백아영은 핸드폰과 가방을 메이크업실에 그대로 둔 채 예식장으로 향했다.전화벨이 계속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선우경진은 초조하게 시간을 보았고, 지금 당장 선우 일가에서 출발해도 결혼식을 막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결혼식 현장.밝은 조명 아래 낭만적인 꽃들로 꾸며진 예식장에는 미모가 출중한 한 쌍의 아름다운 커플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백아영과 이도하였다.목사님은 인자한 웃음을 띠며 혼인 서약서를 읊었다.“이도하 씨, 오늘 백아영 씨를 아내로 맞이하게 됩니다. 평생의 동반자로서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랑하고 앞으로 그 어떤 곤란이 닥쳐도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옆에서 지켜주고 함께할 것을 약속합니까?”백아영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이도하의 눈빛은 마치 먹이를 노려보는 사악한 뱀처럼 음흉했고 입꼬리를 올리더니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네!”순간 등골이 서늘해진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하얗게 질린 얼굴은 메이크업으로도 가려지지 않을 정도였다.이건 결혼이 아니라 끝이 안 보이는 지옥이다.목사님은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백아영 씨, 오늘 이도하 씨를 신랑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평생 사랑하고 아껴주며... 할 것을 약속합니까?”‘아니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네...”목사님은 미소를 지으며 하객들을 바라봤다.“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중에서 혹시 반대하시는 분 있나요?”하객석은 옅은 불빛으로 비춰졌고, 축복하는 얼굴로 우아하게 앉아있는 하객들의 모습은 평화로웠다.목사님은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모두의 축복을 받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되길 바라면서 이제 반지 교환을...”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식장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3m 높이의 두꺼운 문이 ‘쿵’하며 벽에 부딪혔고 낭만적인 음악 소리마저 뒤덮은 굉음은 마치 천둥과도 같았다.예식장의 로맨틱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깨져버렸고 검은색 수트를 차려입은 이성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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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이도하. 네가 감히 백아영을 넘봐?”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아무런 자비도 베풀지 않고 이도하의 배를 걷어찼다. 힘이 너무 센 탓에 쓰러지면서 옆에 있던 케이크와 술잔에 부딪히게 되었고 모두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났다.이성준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백아영의 손목을 잡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힘이 어찌나 센지 백아영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비틀거리며 그를 따라갔고 박력 넘치는 이성준의 모습에 그녀의 심란함은 극에 달했다.“이성준! 당장 멈춰!”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 이도하는 당장 그를 따라잡으려 했지만 순간 위정과 경호원들이 달려와 그를 포위했다.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싸움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아영은 혼란 속에서 이성준에게 이끌려 예식장을 빠져나왔고 아래층으로 내려오자마자 차에 올라 자리를 떴다. 이도하가 경호원들을 쓰러뜨리고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땐 이미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텅 빈 길을 바라보며 분노로 얼굴이 시뻘게졌다.“이성준!”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계획도 성공하고 심은아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모든 게 수포가 되었다...그때 이도하의 핸드폰이 울렸고 전화기 너머로 제갈연준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쓸모없는 놈. 이깟 일도 제대로 못 하다니, 심은아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나 봐?”“그 사람 건드리지 마!”이도하는 두려움에 울부짖었고 줄곧 강철같은 남자가 지금 이 순간은 벌벌 떨고 있었다.“백아영 찾아올게. 내가 목숨 걸고 무조건 데려갈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줘. 반나절이면 돼!”“그래. 못 찾으면 심은아는 죽는 거야.”제갈연준은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 이도하에게 모든 희망을 걸지 않았던 그는 싸늘하게 명령했다.“플랜B 시작해. 지금 당장 백승구 발작하게 병원으로 약 보내. 백아영한테 선택의 여지를 줘서는 안 돼!”이성준이 데려간들 어떠한가?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조건 돌아오게 되어있다!제갈연준은 일찌감치 병원에 사람을 심어뒀고 그의 명령을 받자마자 누군가 간호사인 척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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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이도하는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그들을 쫓았다.처음에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백아영만 남원 밖으로 끌어내면 손을 놓으려고 했는데 이성준이 나타나는 바람에 이제는 피를 보아야만 한다.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백아영을 되찾아야 한다!이도하는 도로를 질주했고 이를 악문 모습에서 그의 비장함과 심란함을 알 수 있었다.그러던 중 우연히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백아영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웨딩드레스를 입고 치맛자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뛰는 모습은 마치 도망치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초조한 표정으로 달리며 차를 세우려 했다.옷차림은 너무 아름답고 눈에 띄었지만 넋을 잃고 달리는 모습에 사람들은 행여나 안 좋은 일에 엮이지는 않을까 싶어 쉽사리 차를 세우려 하지 않았다.“백아영, 왜 혼자 여기 있어?”이도하를 발견한 백아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아무 말 없이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올라타 서둘러 운전하라고 재촉했다.“은침으로 기습해서 이성준 잠깐 기절했어요. 얼마 버티지는 못할 텐데 지금 빨리 승구 데리고 남원에서 떠나야 해요!”생사를 건 싸움이 될 줄 알았는데 제 발로 찾아온 백아영을 보며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이성준이랑 같이 가고 싶지 않아?”“같이 떠나고 싶어요.”자신의 진심을 숨기지 않았지만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그런데 승구의 목숨이 더 중요해요.”만약 그녀를 강요하지 않았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이성준이 백아영을 향해 999보를 걸어갔지만 그녀는 도망치기 일쑤였다.“다른 곳에서 혼인신고하고 성형 수술한 뒤, 모든 일들이 해결된 후에 돌아오면 이성준도 더는 미련이 없을 거예요.”이도하는 이제 백아영이 가엾게 느껴졌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사랑은 물론 어쩌면 목숨까지 희생해야 한다.“원하는 대로 백승구는 죽지 않을 거야.”백승구는 인간 자체가 악마인 데다가 제갈연준과 같은 배를 탔기에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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