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 구해줘서 고마워.”심은아를 끌어안고 있는 이도하의 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백아영은 정신을 차리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선택의 여지가 없었잖아요. 그래도 덕분에 아빠를 찾게 되었어요. 고마워요.”이도하가 그녀의 부모가 아직 살아있고 끔찍한 곳에 갇혀 있다는 단서를 흘리지 않았더라면 심씨 일가를 찾아낼 수도, 아버지를 찾을 수도 없었다.협박을 당하면서도 그녀를 도우려고 일부러 말실수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서로한테 빚진 게 없는 거죠?”불편한 마음으로 지내지 않길 바라는 백아영의 배려에 이도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기회가 된다면 백아영의 아들을 찾아주기로 마음먹었다.“아 참, 백승구 친부는 노경우예요. 비밀리에 제갈연준의 밑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조심해요.”“노경우요?”예상치 못한 이름에 백아영은 깜짝 놀랐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더니...”그동안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이 노경우의 아이였다는 생각에 역겨움을 느꼈으나 이 정보는 너무 유용했다.비록 본성이 악하지만 그래도 세 살배기 아이에 불과했고, 그동안 함께했던 정을 쉽사리 버리지 못했던 그녀는 백승구가 백혈병으로 죽는 걸 지켜볼 바엔 차라리 노경우를 잡아 그를 살리기로 마음먹었다.“알려줘서 고마워요.”“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그럼 난 은아랑 이만 가볼게.”막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갑자기 심은아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힘없이 이도하의 몸에 쓰러졌다.“배가... 배가 너무 아파...”말을 이어가는 동안 그녀의 치마에 핏자국이 번졌다.“은아야, 왜 그래?!”깜짝 놀란 이도하는 재빨리 심은아를 끌어안았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백아영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은아 씨, 혹시 임신하셨어요?”심은아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에 알았어요...”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어 백아영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아영 씨, 제발 우리 아이 살려줘요...”“걱정 말아요.
최신 업데이트 : 2023-10-23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