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321 - 챕터 330

916 챕터

제321화

차는 빠른 속도로 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도망치는 데 성공한 백아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왠지 모를 허탈함도 느꼈다.길이 아예 막혔으니 이성준도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렸을 것이고 이 상황에서 따라잡는 건 불가능이었다.산바람이 부는 길가에 서서 점점 멀어지는 이도하의 차를 바라보며 이성준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워졌고 분노가 몸을 뒤덮고 있었다.줄곧 그의 옆을 지키던 위정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냈다는 건 도하 도련님이 미리 준비한 것 같네요.”...이성준을 따돌린 뒤 이도하는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을 더 달려 외딴 깊은 산속으로 향했다.처음에 가기로 했던 곳과 너무 상반되는 분위기에 백아영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미간을 찌푸렸다.“왜 이런 곳으로 왔어요?”이도하는 샛길로 들어가더니 한참을 달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차를 멈췄다.그는 백아영의 질문을 무시한 채 차 문을 열었고 그녀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백승구와 함께 끌어냈다.곧이어 싸늘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백아영 데려왔으니까 이제 나와!”근처 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며 나뭇가지가 헤집히자 제갈연준이 우아한 걸음걸이로 다가왔다.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여전히 사악한 미소가 있었고 공격적으로 백아영을 노려봤다.“우리 애기, 오랜만이네.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제갈연준을 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백아영은 잔뜩 경계하며 백승구를 부둥켜안았다.“제갈연준, 네가 왜 여기 있어?”“이도하 씨, 설마 당신이 배신한 거예요?”당황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백아영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미안해.”제갈연준은 고통스러워하는 백아영을 누구보다도 즐겼기에 오랜만에 마주한 그녀의 모습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아영아, 전에도 얘기했듯이 넌 내꺼야. 널 다시 내 곁으로 데려오기 위해 정말 애썼어. 처음부터 이도하는 계획적으로 너한테 접근했고 지금까지 했던 모든 행동이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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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하지만 이제는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백아영이 아니었다.그녀는 한 손으로 백승구를 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은침을 꺼냈고 위에는 청독이 묻어 있었다.“승구의 친부가 누군지 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말을 마치자마자 헬기 한 대가 날아왔고 숲 전체의 나뭇잎이 프로펠러의 바람에 마구 흔들렸다.헬기의 문이 열리자 이성준이 나타났고 검은 수트를 입고 있는 모습은 마치 치타처럼 공격적이었다.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밧줄을 움켜쥐며 풀쩍 뛰어내리더니 아래로 미끄러지듯 멋지게 바닥에 착지했다.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왔고 제갈연준은 완벽하게 포위되었다!“이성준, 내가 분명히 사람 보내서 막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찾아왔지?”너무나도 계획적인 움직임이었다!이성준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다. 그녀가 가방 속에 숨겨둔 위치추적기를 꺼내자 희미한 붉은 빛이 번쩍였다.“제갈연준, 네가 아무리 머리를 써도 이성준 손바닥 안이야. 처음부터 네 계획을 알아채고 작전 세워서 일부러 이도하 씨가 날 데려가게 했어.”약탈혼은 가짜였지만 제갈연준을 잡기 위해 이도하가 백아영을 데려가게끔 서로 손을 잡았다!“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알려줄 만큼 흥분하지 않은 게 아쉽긴 한데 괜찮아. 네 입을 열 방법은 아주 많거든.”4년 동안 제갈연준이 저질렀던 파렴치한 짓들을 생각하면 하나씩 모조리 되갚아 주고 싶었다.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오랫동안 계획했던 일이 망쳐지자, 제갈연준의 얼굴은 분노로 어두워졌고 즉시 달려가서 이성준을 죽이고 싶었지만, 이성의 끈을 붙잡으며 말했다.“이도하, 당장 백아영 잡아. 그러면 이성준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거야!”제갈연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아영을 붙잡더니 날카로운 칼날을 그녀의 목에 댔다.“이성준, 사람들 철수시키지 않으면 백아영은 오늘 나랑 같이 죽을 거야.”순간 자신감을 되찾은 제갈연준은 말을 이어가면서 이도하의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백아영이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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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이도하가 곧바로 태세 전환하는 건 제갈연준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을 못 잡던 그때 백아영이 독가루를 뿌렸고, 동시에 날카로운 은침이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이 바늘에 찔리는 순간 모든 전투력을 잃은 채 독 안의 든 쥐가 된다.이건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백아영과 이성준의 철저한 계획이다. 그녀가 은침으로 제갈연준을 기절시킨 후 이성준이 그를 잡는다면 도망치는 건 절대 꿈꿀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은침이 제갈연준의 피부를 찌르려는 순간, 품 안에 있던 백승구가 잠에서 깨어나더니 악몽이라도 꾼 듯 몸부림을 쳤다.비록 힘은 세지 않았지만 은침의 정확도에 영향을 주어 원하던 곳보다 살짝 빗겨 난 다른 위치에 놓게 되었다!몸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던 제갈연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백아영한테서 멀어져 그를 에워싼 경호원들을 향해 돌진했다.백아영은 답답한 마음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잡아!”이성준도 곧바로 제갈연준을 잡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비록 백아영은 실패했지만 아직 주위에는 수많은 경호원이 있었고 심지어 이성준이 직접 손을 쓰고 있으니 쉽게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이성준이 막 쫓아가려는 찰나 어디선가 느껴지는 싸늘한 눈빛에 순간 동공이 흔들리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백아영!”백승구는 날카로운 칼로 주저 없이 백아영을 찔렀다.품에 안고 있어 미처 반응하지 못한 백아영은 칼날이 살갗을 찌르고 심장을 관통할 만큼 깊이 파고들어 와도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그저 믿기 힘들다는 듯 멍하니 품 안에 안긴 아이를 바라봤다.등에 흐르는 피는 붉은 매화처럼 퍼져갔고 이성준은 제갈연준을 잡을 겨를도 없이 백아영을 향해 달려갔다.그는 한 손으로 백아영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 백승구의 멱살을 잡더니 분노하며 바닥에 내던졌다. 안 그래도 아픈 몸이 바닥에서 두 바퀴 구르자 이제는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그러나 그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한 듯 여전히 독사처럼 사악한 눈으로 백아영을 노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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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승구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자라는 모습을 전부 지켜봤어. 비록 몇 달에 한 번씩 보긴했지만 이목구비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절대 틀리지 않을 거야!”그의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백아영은 현실 부정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성준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고 재빨리 구급상자로 상처를 지혈하며 침착하게 말했다.“경진 씨가 네 아버지와 백승구의 DNA로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혈연관계 없다고 나왔어.”결정적인 증거였다.“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제갈연준이 바꿔치기했을 가능성도 있을 거야.”그간의 마음고생과 마지막 희망까지 산산조각났다.그녀는 여태껏 자신이 깊이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까지 기억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얼굴을 보기도 전에 제갈연준에게 안겨 갔고 이틀이 지나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아마도 그때 제갈연준이 아이를 바꾼 게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었다.“그럼... 내 아이는?”백아영은 벼랑 끝 절벽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진 듯한 느낌이었다.“제갈연준, 내 아이는?!”제갈연준은 경호원들과 싸우고 있었는데 독가루에 중독된 덕분인지 몸놀림이 그리 민첩하지 않아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그러나 그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여전히 사악함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백아영, 백승구 어떻게 자랐는지 알려줄까? 처음 기어가는 법을 배웠을 때 수백 명의 아이들과 함께 젖병을 빼앗았어. 이긴 아이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조리 죽여버렸는데 이 잔인한 승부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끝까지 버틴 게 백승구야. 네 아이는 어떻게 됐는지 말 안 해도 알겠지?”절벽 아래 떨어진 채 큰 바위에 짓눌려 온몸이 부서진 듯한 느낌에 백아영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쿨럭’하며 피를 토했다.“젠장!”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성준은 단호하게 말했다.“이도하, 가만히 서서 뭐하는 거야. 얼른 잡아서 죽여버려야지!”이도하가 달려가려던 순간 제갈연준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늦었어.”말이 끝나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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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백아영, 침착해. 제갈연준의 말에 흔들리지 마. 아이는 널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데 절대 죽게 만들지는 않았을 거야. 무조건 살아있어!”초점 잃은 두 눈동자가 잠깐 반짝였으나 또 다시 걷잡을 수 없는 막연함에 사로잡혔다.이성준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약속했다.“내가 꼭 찾아서 안전하게 너한테 데려다줄게. 믿어줘!”굳건하고 확신에 찬 그의 목소리는 백아영의 마음을 잠식하고 있는 어둠이라는 딱딱한 껍데기를 조금씩 깨뜨렸다.끝없는 심연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구원해 줄 빛을 보았다.힘을 얻게 된 백아영은 두려움과 절망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었고 다시 살아난 듯 안정을 되찾았다.“나머지 일은 나한테 맡기고 일단 넌 치료부터 해.”이성준은 조심스럽게 백아영을 안아 바깥쪽 차량으로 향했고 고개를 숙이자 바닥에 누워있는 백승구를 보게 되었다.그의 안색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했는데 입가에는 선홍색의 핏자국이 보였다.친아들로 여기고 오랫동안 사랑해 온 탓일까, 지금도 백아영은 그를 보면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이를 눈치챈 이성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제갈연준이 키운 아이라면 백혈병도 가짜일 텐데 죽지는 않을 거야.”“위정, 백승구 데려가.”말을 마친 그는 다시 백아영의 귓가에 속삭이며 안심시켰다.“함부로 대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순간 마음이 녹아버린 백아영은 감동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모순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백승구의 사기와 기만, 심지어 악랄함까지 미워하면서도 그를 보면 마음이 약해졌고 이성과 감성의 그 사이에서 주저하고 있었다.이 모든 걸 눈치챈 이성준은 일찌감치 백승구를 챙겼고 그의 모습에 백아영은 쉰 목소리로 답했다.“고마워.”이성준은 무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몸의 상처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고 마음의 상처는 더더욱 말할 수가 없었기에 후회가 밀려왔다.“널 따라오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그는 제갈연준을 잡기 위해 백아영을 이 일에 끌어들인 자신을 원망했고 아무리 치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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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그녀는 외부인이자 제3자에 불과한 자신이 이성준의 품에 안겨있는 게 낯 뜨거웠다.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으나 부상을 입은 탓에 중심을 못 잡았고, 휘청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성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백아영...”잡으려 손을 뻗은 순간 백아영은 잽싸게 몸을 피했고 마침 선우경진이 그녀를 부축했다.손은 어색하게 허공에서 굳어 버렸고 표정마저 어두워졌다.그녀 역시 마음이 무거웠지만 애써 이성준의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오늘 일은 정말 고마웠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보답할게.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와. 그럼, 이만...”그녀는 백채영의 눈치를 살피고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들어갈게.”그녀는 선우경진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별장으로 들어갔고 선우경진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이성준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곧 선우 일가의 별장 앞에는 이성준과 백채영 둘만 남았다.이성준은 백아영이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며 표정이 어두워졌고 분위기는 엄동설한이 된 듯 찬 바람만 쌩쌩 불었다.백채영은 그런 이성준이 두려웠다.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기 싫었던 그녀는 억울한 듯 불쌍한 척하며 입을 열었다.“성준 씨, 방해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 화내지 마... 난 그냥...”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백채영은 대성통곡했다.“성준 씨가 날 버리고 떠날까 봐 두려워서...”이성준은 당장이라도 발차기를 날리고 싶을 만큼 그녀의 모습이 꼴 보기 싫었고, 이제는 인내심과 감정을 잃은 지 오래였다.제갈연준이 아직 잡히지 않았으니 백채영도 언젠가 쓸모가 있을 거란 생각만으로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전에 말했듯이 테스트를 전부 통과해야만 현무 엄마가 될 수 있다고 했지? 얼른 수업받으러 가.”부정하지 않았다는 건 아직 기회가 남았다는 뜻이기에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 성준 씨 실망하지 않게 최대한 빨리 모든 테스트를 통과할게.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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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말을 마친 리사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백채영은 꺼진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홧김에 욕설을 퍼부었다.“능력도 없는 주제에 성격까지 더럽네. 쓰레기 같은 년!”그녀는 리사가 말한 아들에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았고 전혀 관심이 없었다.4년 전 제갈연준과 아이를 바꾼 후 백채영은 아들의 존재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생사는 더욱 궁금하지도 않았다.노경우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 알려질 바엔 차라리 아이가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그녀는 백승구와 이성준이 만날 때마다 늘 조마조마했다. 제갈연준이 아이를 원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라면 일찌감치 저세상으로 보냈을 것이다.통화를 마친 백채영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수업하러 갔고 같은 시각 위정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백채영 씨가 제갈 일가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통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위치 추적을 못 했습니다.”“계속 지켜봐.”...이도하는 이성준과 함께 떠나지 않았고 심은아를 만나기 위해 함께 선우 일가로 들어갔다.그 시각 백아영이 다쳤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걸음을 옮기던 심은아는 마침 계단에서 이도하와 마주쳤다.이도하는 그녀를 위아래로 자세히 훑어봤고 무사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곧이어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더니 그녀를 품에 안은 채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다행이야!”제갈연준에게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무섭고 당황했는지, 그녀를 잃을까 봐 얼마나 두려웠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그녀를 지키기 위해 제갈연준의 조건을 마다하지 않았고, 이성준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스스로 호랑이굴에 들어가게끔 백아영까지 속였다.무의식적으로 이도하를 끌어안았던 심은아는 어깨 너머로 보이는 백아영의 모습에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겁에 질려 허둥지둥 그를 밀어냈다.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안절부절 못한 채 죄책감이 가득한 모습이었다.“죄송해요. 숨길 생각은 아니었어요. 도하랑 서로 사랑하는 걸 아는데 차마 입을 열기가... 전 빼앗을 생각도 없고 제 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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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은아 구해줘서 고마워.”심은아를 끌어안고 있는 이도하의 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백아영은 정신을 차리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선택의 여지가 없었잖아요. 그래도 덕분에 아빠를 찾게 되었어요. 고마워요.”이도하가 그녀의 부모가 아직 살아있고 끔찍한 곳에 갇혀 있다는 단서를 흘리지 않았더라면 심씨 일가를 찾아낼 수도, 아버지를 찾을 수도 없었다.협박을 당하면서도 그녀를 도우려고 일부러 말실수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서로한테 빚진 게 없는 거죠?”불편한 마음으로 지내지 않길 바라는 백아영의 배려에 이도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기회가 된다면 백아영의 아들을 찾아주기로 마음먹었다.“아 참, 백승구 친부는 노경우예요. 비밀리에 제갈연준의 밑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조심해요.”“노경우요?”예상치 못한 이름에 백아영은 깜짝 놀랐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더니...”그동안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이 노경우의 아이였다는 생각에 역겨움을 느꼈으나 이 정보는 너무 유용했다.비록 본성이 악하지만 그래도 세 살배기 아이에 불과했고, 그동안 함께했던 정을 쉽사리 버리지 못했던 그녀는 백승구가 백혈병으로 죽는 걸 지켜볼 바엔 차라리 노경우를 잡아 그를 살리기로 마음먹었다.“알려줘서 고마워요.”“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그럼 난 은아랑 이만 가볼게.”막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갑자기 심은아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힘없이 이도하의 몸에 쓰러졌다.“배가... 배가 너무 아파...”말을 이어가는 동안 그녀의 치마에 핏자국이 번졌다.“은아야, 왜 그래?!”깜짝 놀란 이도하는 재빨리 심은아를 끌어안았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백아영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은아 씨, 혹시 임신하셨어요?”심은아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에 알았어요...”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어 백아영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아영 씨, 제발 우리 아이 살려줘요...”“걱정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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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백아영, 얼른 누워!”심은아의 치료를 마친 선우경진은 백아영의 방으로 들어와 강제로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아이 찾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넌 무조건 쉬고 있어. 말 안 들으면 제갈연준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도 너한테 얘기 안 할 거야.”백아영은 어쩔 수 없이 가만히 누워있어야만 했다.밤에는 지속적으로 악몽을 꾸었고 꿈속은 불쌍한 아이의 모습으로 가득했다.아이는 포대기에 싸여 있어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누군가가 아이를 강제로 끌고 가자, 필사적으로 쫓아갔지만 턱없이 부족했고 점점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만질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상황과 더불어 아이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그녀를 집어삼켜 마치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에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아가야!”그녀는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침대에 앉아있었고 상처가 벌어진 듯 등이 따끔했으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창밖에 캄캄한 하늘을 바라보자 마음속의 초조함과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오더니 점점 높아지는 파도에 좀처럼 진정할 수 없었다.‘아이는 잘 있을까?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며칠 동안 치료하고 있었지만, 백아영의 상태는 크게 호전되지 않았고 나날이 심해지는 정신적인 고통에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선명했다.그녀의 모습에 선우경진도 마음이 아팠으나 도울 방법이 없었다.그날 저녁, 죽 두 숟가락 외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백아영은 멍하니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온통 아이밖에 없었고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문 앞에는 이성준과 이현무가 있었다.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백아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들의 등장에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성준은 초췌한 그녀의 모습에 눈빛이 흔들렸지만, 여전히 잘생긴 얼굴을 유지하며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현무가 계속 다리 아프다고 하는데 네가 좀 봐줘. 다른 의사 선생님들은 원인을 못 찾겠대.”이성준의 품에 안겨있던 이현무는 많이 아픈지 괴로워하며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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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백아영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성준은 무관심하고 싸늘한 시선을 급히 옮겼다.기쁘고 행복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백아영은 이현무를 품에 꼭 안은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현무 여기서 자도 돼?”그를 바라보는 백아영의 눈은 반짝 빛났고 오랜만에 본 모습에 이성준은 마음이 흔들렸으나 이내 단호하게 거절했다.“안돼.”이현무는 재빨리 백아영의 팔을 끌어안더니 간절한 눈빛으로 애처롭게 그를 바라봤다.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백아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진지하게 말했다.“현무 다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매일 마사지 해줘야 돼. 안 그러면 계속 아플 거야. 그리고 완치 안 된 상태에서 자주 움직이는 건 다리에 무리 가니까 여기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백아영은 주춤했다.“게다가 늦은 시간에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불편하잖아. 성준아, 마침 옆에 빈방 있거든? 마음이 안 놓이면 너도 여기 있어.”이현무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같이 있어요.”이성준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더니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다리 나으면 바로 갈 거야.”“앗싸! 아줌마랑 같이 있는다!”이현무는 기뻐하며 백아영을 껴안았고 인형처럼 말랑말랑한 녀석이 품에 안기자, 그간 공허했던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순식간에 채워졌다.그녀는 소파에 앉아있는 이성준을 보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날 밤 이현무는 백아영과 함께 잤고 며칠 만에 처음으로 악몽을 꾸지도, 밤중에 깨어나지도 않았다.품에 안겨있는 이현무가 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백아영과 달리 이현무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살며시 침대에서 내려온 그녀는 씻은 후 밖으로 나왔고 문밖에는 도우미가 손에 정장을 든 채 기다리고 있었다.정장을 건네받은 백아영은 왠지 모르게 긴장되었다.이성준에게 옷을 선물한 건 처음이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문 앞에서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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