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916 챕터

제301화

백아영이 이도하를 위해 ‘애를 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성준이 말하자 전혀 그런 뜻이 아니라 괜히 비꼬는 것처럼 들렸다.그러나 곰곰이 생각하기도 전에 이성준이 시동을 켰고, 차가 붕 앞으로 나가는 순간 무방비 상태의 백아영은 등받이에 쿵 하고 부딪혔다.그뿐만 아니라 곧이어 급커브 하는 바람에 안전벨트도 미처 하지 못한 백아영은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져 이성준의 허벅지에 엎드리는 꼴이 되었다.이내 흠칫 놀라더니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이성준은 꼿꼿이 앉아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싶었고, 이내 그녀의 머리 위로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하긴, 그래도 제 가족이 좋지 않겠어? 현무도 이젠 백채영을 받아들였으니까 나중에 완치하면 날짜 잡아서 백채영과 결혼식을 올리고 현무한테 완벽한 가정을 만들어 줄 거야.”그는 완벽한 가정이라는 말을 유난히 힘주어 말했는데, 마치 대못처럼 백아영의 가슴에 깊숙이 박혔다.빨갛게 달아오른 볼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약을 챙겨서 지하실에 가져가 노인한테 먹이자 숨결이 규칙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약효가 점차 퍼지면서 그녀의 몸은 점점 좋아질 것이며 심지어 다시 깨어날 가능성도 있다.이영철은 눈물을 흘리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백아영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은인이라고 불렀다.약이 효능을 발휘하자 백아영도 한시름을 놓았다. 곧이어 이영철한테 이도하에 관해 물었다.이영철은 이번에 숨김없이 털어놓았다.“도하는 성격이 쌀쌀맞지만 정이 많아, 혹시 약의 신 심씨 일가를 알고 있어?”백아영은 예전에 선우경진과 사담하면서 심씨 일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뛰어난 약재 재배술을 갖춘 가문으로 전통 약재는 물론 극히 드물고 귀한 약재도 재배할 수 있는데 전부 일품에 속했다.따라서 그동안 선우 일가와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선우 일가에게 약재를 공급해줬다.20년 전에 선우 일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자취를 감추면서 심씨 일가와도 자연스럽게 관계가 끊겼다.심씨 일가는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0-16
더 보기

제302화

클럽 소동 이후 이현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공교롭게 ‘지나친’ 백채영 덕분에 목숨을 부지했다라... 사실 그때부터 이성준은 백채영을 의심하고 있었다.일부러 내색하지 않고 그녀의 연기에 적극 동참한 이유도 그녀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경계심을 늦추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리고 사람을 붙여 수시로 감시했고, 백채영이 흘린 단서를 추적한 결과 아니나 다를까 제갈 일가의 행방을 알아냈다.그와 동시에 백채영한테도 완전히 실망했다.감히 제갈연준과 손을 잡고 모성애를 보여주기 위해 이현무를 교통사고 당하게 하다니? 개과천선은 무슨, 구제 불능이 따로 없었다.그는 절대로 백채영을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계속 감시해.”곧이어 그는 심씨 일가를 향해 떠날 준비를 했다....청첩장을 전해주고 다음 날 백아영은 심씨 일가를 찾아갔다.현재 심씨 일가를 이끄는 사람은 젊고 예쁜 여자인데 이름이 심유미라고 했다. 비록 25살밖에 안 되었지만, 카리스마가 넘쳤고 센 언니 포스 때문에 주인장 느낌이 물씬 났다.빨간 드레스 차림에 10cm 되는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백아영의 키를 훌쩍 넘어섰다.공을 들인 메이크업이 돋보이는 얼굴과 진한 스모키 눈화장 때문에 위에서 백아영을 내려다보는 눈길은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오만해 보였다.“선우 일가에서 어쩌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 찾아와 주셨을까요?”그녀의 앞에 서 있는 백아영은 파스텔 블루 원피스를 입었는데, 색깔이 연하고 눈에 띄지 않은 탓에 화려한 심유미와 비교하면 얼핏 수수해 보이기도 했다.그러나 백아영의 순수하고 청순한 분위기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까지 더해 봄날의 햇살보다 눈이 부셔 직시하기 힘들 정도였다.“의사는 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도 약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죠. 심씨 일가에서 약재를 공급하는 만큼 제일 중요한 일환인 지라 선우 일가에 돌아와서 주인장 자리를 물려받은 이상 당연히 약재에 제일 큰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어요?”백아영은 차분한 말투로 말했지만, 심유미에게 치명타를 날렸다.지위만 따져볼 때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0-16
더 보기

제303화

그러나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궁금한 척 물었다.“저기는 평소 약재를 보관하는 창고인가요?”심유미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리고 말을 아끼며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기가 안 좋아서 재수가 없을 수도 있으니 멀리하는 게 좋을 거예요.”대답을 회피하는 심유미 때문에 백아영은 보통 별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더욱 확신했다.그녀는 속으로 별장의 위치를 기억했다.밤이 되자 함께 온 경호원이 백아영의 문 앞에 정자세로 서서 경호하기 바빴지만, 방 안은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백아영은 위아래로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심씨 일가 순찰대의 눈을 피해 약초밭이 있는 깊은 산 속으로 올라갔다. 한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수상한 별장 앞에 도착했다.날씨가 흐린 탓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어둑어둑한 빛 때문에 시야가 선명하지 않았다.별장이 가뜩이나 산속에 있어 그런지 마치 짐승을 가둔 우리처럼 느껴졌다.백아영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과연 부모님이 여기 갇혀 있을까?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다 보니 저도 모르게 별장 입구까지 걸어갔는데, 대문에 달린 도어락을 발견했다.그녀는 미리 준비한 공구를 꺼내 자주 사용하는 숫자 6개 또는 지문을 찾으려고 파우더를 도어락에 발랐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사람이 드나드는 흔적이 선명한데 이렇게 깨끗하다는 건 누군가 흔적을 지우기 위해 닦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그렇다면 어떻게 잠금을 해제해야 한단 말이지?고민하던 찰나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나뭇가지를 밟으면서 별장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백아영이 문득 고개를 돌리자 순찰하는 사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서둘러 별장 옆으로 뛰어가 꽃밭에 몸을 숨겼다.이내 순찰대가 입구에 도착했다. 밤이 깊어서 대충 훑어보고 갈 줄 알았는데 어쨌거나 다들 프로라서 도어락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누가 왔다 갔나 봐!”분위기가 순식간에 팽팽해졌고, 하나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살폈다.“간지 얼마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0-17
더 보기

304화

단지 체형만 비슷했을 뿐, 닮은 사람이 있는 건 아주 흔한 케이스이지 않은가? 예를 들어 이도하와 이성준은 똑같이 덩치가 크고 위압감이 넘쳤다.백아영은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당신 누구야? 왜 날 구해준 거지?”아니나 다를까 눈앞의 남자는 순찰대를 유인하기 위해 조금 전 일부러 소동을 일으켰다.“심씨 일가는 보이는 것만큼 단순한 가문이 아니야. 아무리 선우 일가 사람이라고 해도 붙잡혀 봤자 좋은 결과는 없을 텐데,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싸늘한 말투로 경고했다.“있지 말아야 할 곳에 얼쩡거리지 말고 내일 당장 떠나!”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숲속으로 걸어가더니 자취를 감췄다.백아영은 제 자리에 서서 진지한 얼굴로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심씨 일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대체 누구란 말이지?...밤은 깊어졌고, 칠흑 같은 어둠이 모든 빛을 집어삼켰다.방문이 열리자 갑자기 불어닥친 산속 찬 기운 때문에 침대에 누운 사람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눈을 번쩍 뜬 심유미는 입구에 서 있는 호리호리한 그림자를 발견했다.빛이 너무 어두워서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잽싸게 침대에서 내려와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공손하게 물었다.“여기까지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심씨 일가에 스파이가 잠입했으니 찾아내서 죽여버려.”심유미는 시종일관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네.”여자가 떠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폈다.이내 여자가 멀어져가는 방향을 쳐다보더니 공손하던 표정이 점점 사라지면서 두 눈에 증오와 원망이 차올랐다....백아영은 남자의 경고를 귓등으로 듣고 계속 심씨 일가에 남아 있으면서 다른 방법을 고안해냈다.도어락에 지문이 깨끗이 지워졌으니 심유미한테서 직접 채취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물컵 등 그녀가 사용했던 물건을 훔쳐 가면 손쉽게 지문을 확보할 수 있다.그래서 다음날 백아영은 작업자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는 핑계로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0-17
더 보기

제305화

백아영은 왠지 모르게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심유미와 몸을 섞는 남자를 떠올리자 괜히 기분이 상했고 심지어 싫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이내 무의식적으로 말했다.“그래요? 그냥 평범한 남자에 불과한데 어디가 잘생겼다는 거죠? 저런 사람과 엮여봤자 유미 씨만 손해이지 않겠어요? 이 세상에 잘 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본인과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야죠, 나중에 제가 소개해줄까요?”허영심이 강한 심유미는 체면을 위해서라도 이런 말까지 들으면서 남자를 가까이하지 않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심유미는 시선을 돌리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그러고 나서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아영 씨 약혼자처럼 잘생기고 멋진 남자를 소개해주나요?”이도하가 결혼식 준비를 워낙 거창하게 해서 상류층에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백아영은 이도하만 떠올리면 머리가 지끈거렸다.다만 얼굴은 가식적인 미소를 잃지 않았다.“물론이죠!”멀지 않은 곳에서 물뿌리개로 꽃에 물을 주고 있던 남자의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가면서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섬뜩한 기운을 내뿜었다.“그나저나 아영 씨 약혼자 형님도 참 괜찮은 남자인데, 잘 나가는 사람 중에서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심유미는 한숨을 쉬며 머뭇거렸다.“다만 아이가 있어서 아쉬울 뿐, 아들도 착하다는 소문이 무성해서 1+1도 나쁘진 않잖아요?”백아영의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심유미와 스타일 자체가 달라서 형식적인 대화조차 이어갈 수 없을 지경이다.“결혼하기 전에 애부터 낳는 남자는 아웃이죠!”백아영은 땅을 치며 후회하는 심정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집안 갈등도 많아서 결혼해봤자 행복과는 거리가 멀 거예요. 차라리 아무 남자나 만나서 결혼하고 말지, 이성준은 절대로 안 돼요.”우지끈!희미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손에 든 물뿌리개가 두 동강이 났고, 기다란 손가락을 타고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순간 등골이 서늘해진 백아영은 왠지 모를 오싹함이 밀려와 주먹을 꼭 쥐었다. 어쩌면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0-17
더 보기

제306화

“사실은...”백아영이 변명하려던 순간 밖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려왔고, 남자의 표정이 돌변하더니 그녀를 이끌고 재빨리 옆 칸으로 이동했다.칸막이로 된 공간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라 덩치가 산만 한 남자가 들어서자 유난히 비좁게 느껴졌다.백아영은 그의 품에 거의 안기다시피 했다. 오감을 자극하는 익숙한 숨결에 심장이 두근거렸다.방금 생판 남보다 더 못한 존재냐고 따지는 말은 그녀가 이성준을 저격한 것인데...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백아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남자의 얼굴은 시커멓고, 두 눈에 분노로 가득했다. 이내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너한테 관심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차라리 심유미와 잤으면 잤지, 넌 절대 건드리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고 나서 그녀의 어깨를 잡고 칸막이에서 제일 먼 곳으로 밀어냈다.백아영은 어이가 없었다. 문득 손을 뻗어 턱과 목 사이를 만져보았는데 피부가 나름 진짜 같았지만, 만지작거릴수록 미세한 이질감이 느껴졌다.“누가 만든 거야? 꽤 그럴싸한데?”그녀마저 감쪽같이 속았다니.남자의 안색이 살짝 돌변하더니 화가 나는 와중에 흠칫 놀랐다.“내가 누군지 알아?”“성준아, 너무 티 나잖아.”백아영은 어이가 없었다.이성준의 분노는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비를 맞은 듯 서서히 잦아들었다.상대방을 너무나도 잘 알아서 모든 특징을 파악하고 있지 않은 이상 찰나의 순간에 분장한 사람을 알아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따라서 그가 백아영의 마음을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도 했다.이성준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변했지만, 말투만큼은 여전히 퉁명스러웠다.“어젯밤에 떠나라고 했잖아. 왜 아직도 안 갔어?”비록 일면식도 없는 얼굴을 마주했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다.심지어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안도감이 저절로 들었다.“심유미의 지문을 채취해서 별장 안에 들어가 보고 싶어.”이성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갈 거야. 찾는 물건이 있다면 나한테 얘기해.”백아영이 거절했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0-17
더 보기

제307화

이성준을 고문한다고?끔찍한 장면이 머릿속으로 떠오르자 백아영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이성준이 계속 이곳에 얼쩡대다가는 큰일 날지도 모르니 기회를 봐서 얼른 도망치라고 알릴 심산이었다.백아영이 초조한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심유미 부하가 재빨리 다가와 보고했다.“저기 오네요.”백아영의 가슴이 철렁했다.망했다, 벌써 붙잡히다니? “아영 씨, 저랑 같이 고문하죠?”심유미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백아영을 바라보더니 미리 준비한 채찍을 꺼내 건네주었다.그녀가 팔을 뻗는 순간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가 우아한 몸짓으로 똥물을 들고 여유롭게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저 멀리 나타났다.백아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성준을 쳐다보았다.아무리 분장이라고 해도 결국은 이성준인데, 무려 그 이성준이 똥물을 들고 있지 않은가?!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이야!‘말도 안 돼!’보고하던 사람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아마도 똥물 가지러 가서 놓친 것 같습니다.”결국 머리가 좋아서 일부러 따돌린 게 아니라 그들이 과대평가한 탓에 간과한 것이란 말인가?“절 찾으셨습니까?”이성준은 똥물을 들고 당당하게 심유미 앞으로 걸어갔다. 순간, 코를 찌르는 악취가 확 풍겨왔다.“욱!”심유미는 역겨운 냄새에 허리를 숙이고 헛구역질했다.“일부러 비위를 상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이성준은 깜짝 놀란 척 잽싸게 똥물을 들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그러나 서두를수록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결국 급하게 뒤돌아서려고 하다가 똥물이 밖으로 튀어나왔는데, 마침 심유미의 화사한 치마에 묻었다.심유미는 온몸이 얼어붙었다.“젠장! 감히 나한테 똥물을 끼얹어?! 죽여버릴 거야!!!”백아영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제야 이성준이 심유미의 옷을 갈아입히게 하겠다는 계획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그녀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심유미를 위로했다.“유미 씨, 그것보다 얼른 저랑 가서 샤워해요. 냄새가 너무 고약하네요.”심유미는 정신을 놓고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0-18
더 보기

제308화

이성준은 고개를 숙인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걱정돼?”뜨끔한 백아영은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그의 시선을 피했다.“단지 불필요한 짓이라고 생각해서...”그를 걱정하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은 여자라니.분명 곁에 있지만 왠지 모르게 닿을 수 없는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이성준의 표정이 싸늘해졌다.“어젯밤 이후로 순찰 규정이 바뀌었어. 총 3팀이 교대로 24시간 순찰해.”이 팀이 떠나면 다른 팀이 곧바로 출동할 테니 즉시 해결하는 게 상책이었다.“괜히 시간 지체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서 일이나 봐. 오래 끌수록 내가 상대하는 사람은 더 많아질 테니까.”이성준이 피식 비웃었다.“날 죽이고 싶다면 계속 꾸물대던가.”갑작스러운 냉담한 태도에 백아영은 당황했고, 속으로 참 변덕스러운 남자라고 구시렁댔다.잠시 후 가루약 한 봉지를 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독가루가 들어 있으니까 위급한 상황에 사용해.”손에 든 봉지를 보자 이성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러고 나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순찰대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백아영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별장으로 뛰어가 지문 복사기로 문을 열었다.대낮인데도 별장 안은 어두컴컴했고, 커튼이 전부 처져 있었다. 온도는 바깥보다 훨씬 낮았고, 찜통 같은 더위에도 으슬으슬한 느낌이라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그와 동시에 희미한 피비린내와 함께 이상한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다.백아영은 잔뜩 경계하며 은침을 손에 들고 냄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복도를 지나 1층 끝까지 걸어가서 어느 방 문 앞에 다다르자 조금 전 맡았던 이상한 향기가 유난히 강했고, 피비린내도 물씬 풍겼다.안에 대체 뭐가 있단 말이지?백아영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더니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불안함과 긴장감이 몰려왔다.그녀는 주먹을 꼭 쥐더니 방문을 찔끔 열었다.작은 소리에도 방 안의 사람은 금세 눈치를 챘다.이내 젊은 여자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0-18
더 보기

제309화

“내가 누군지 몰라요?”여자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곧이어 한시름을 놓은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날 죽이라고 심유미가 보낸 사람이 아니라면 다행이고... 전 심유미의 쌍둥이 여동생 심은아라고 해요. 심유미 때문에 여기 갇혀서 지내고 있죠. 심씨 일가 규정에 따르면 쌍둥이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우리 둘은 태어날 때부터 서로 죽고 못 사는 경쟁 관계였죠. 9살 때 심유미랑 겨룬 적이 있는데 승자는 가문을 이어받는 후계자가 될 것이며 패자는...”심은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죄수 신세가 되는 거죠. 하지만 전 평생 갇혀 살고 싶지 않아 4년 전에 몰래 도망쳤어요. 심유미와 재산을 빼앗을 생각 따위 없었고, 조용히 숨어서 평범한 삶을 살려고 했는데 결국 다시 붙잡혀 왔죠. 한번 도망간 사람은 살아갈 권리를 상실하게 되죠. 심유미는 언제든지 날 죽일 수 있고 곧 죽임을 당할지도 몰라요.”심은아는 기운이 없는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당신은 누구죠? 심유미의 원수인가요?”백아영은 심씨 일가에서 후계자를 정하는 방법이 잔인하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지만, 이토록 인정사정없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심은아에게 동정심을 느꼈다.“사람 찾으러 왔어요. 이 별장에 당신 말고 또 누가 갇혀 있어요?”심은아는 고개를 저었다.“저밖에 없어요.”백아영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적나라한 피비린내가 진동했지만, 심은아는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기에 그녀의 피가 아니었다.이내 착잡한 눈으로 심은아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계속해서 냄새를 따라 찾아다니다가 곧이어 방 안의 나무 벽 앞에 멈춰 섰다.나무 벽은 겉보기에 평범해 보였지만, 냄새가 유난히 강하게 풍겨왔다.백아영이 물었다.“이 안에는 뭐가 있나요?”심은아는 제 발 저린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벽이죠, 뭐.”누가 봐도 거짓말하는 모습이다.백아영은 캐묻는 대신 손을 들어 벽을 두드려 내부가 텅 비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즉시 장치를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0-18
더 보기

제310화

잠깐의 감탄을 끝으로 백아영의 시선은 방안을 훑기 바빴다. 그녀는 피비린내의 근원을 찾았다.곧이어 혈홍화를 심은 흙에서 이상한 낌새를 발견했다. 이는 물을 주는 게 아니라 무려 피였다!가느다란 관에서 피가 계속해서 유입되었고, 관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문까지 이어진 것을 발견했다.백아영은 곧바로 작은 문을 향해 걸어갔다.작은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이내 자물쇠를 부수고 땅에 무릎을 꿇고 안을 들여다보았다.1평 정도 되어 보이는 내부 공간은 비좁기 그지없지만, 누군가 웅크리고 있지 않겠는가?!피를 공급하는 관은 바로 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몸에 걸친 옷은 마치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갈아입지 않은 듯 지저분하고 너덜너덜했다. 키가 꽤 커 보이는 남자는 비쩍 말라 뼈만 앙상했다.그를 본 순간 백아영은 심장이 가시에 찔린 듯 고통스러웠다.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며 저도 모르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혹, 혹시 고개를 들어 얼굴 좀 보여줄 수 있나요?”그녀의 소리를 듣자 남자는 움찔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눈앞의 얼굴을 무슨 말로 형용해야 한단 말인가?수년간 의사로 일하면서 시체도 많이 봤다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충격에 휩싸여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얼굴은 살점 하나 남지 않을 정도로 말랐고, 머리뼈를 간신히 감싸고 있는 두피만 남아 있었다. 눈언저리는 움푹 팼고, 눈알의 무게마저 견디지 못해 당장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았다.이게 대체 어디 봐서 사람이란 말인가? 그냥 살아있는 미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러나 눈앞의 ‘미라’는 이목구비와 윤곽, 그리고 골상에서 유추해 볼 때 선우소훈이 보여줬던 사진 속 인물 같았다.바로 그녀의 아버지 온유성 말이다!‘아빠...’백아영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끝끝내 삼켜버렸다. 순간, 감정이 폭발하면서 눈물이 펑펑 흘러내렸다.아버지와 재회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상상했지만, 이런 광경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게 그동안 아버지가 살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0-18
더 보기
이전
1
...
2930313233
...
92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