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감탄을 끝으로 백아영의 시선은 방안을 훑기 바빴다. 그녀는 피비린내의 근원을 찾았다.곧이어 혈홍화를 심은 흙에서 이상한 낌새를 발견했다. 이는 물을 주는 게 아니라 무려 피였다!가느다란 관에서 피가 계속해서 유입되었고, 관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문까지 이어진 것을 발견했다.백아영은 곧바로 작은 문을 향해 걸어갔다.작은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이내 자물쇠를 부수고 땅에 무릎을 꿇고 안을 들여다보았다.1평 정도 되어 보이는 내부 공간은 비좁기 그지없지만, 누군가 웅크리고 있지 않겠는가?!피를 공급하는 관은 바로 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몸에 걸친 옷은 마치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갈아입지 않은 듯 지저분하고 너덜너덜했다. 키가 꽤 커 보이는 남자는 비쩍 말라 뼈만 앙상했다.그를 본 순간 백아영은 심장이 가시에 찔린 듯 고통스러웠다.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며 저도 모르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혹, 혹시 고개를 들어 얼굴 좀 보여줄 수 있나요?”그녀의 소리를 듣자 남자는 움찔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눈앞의 얼굴을 무슨 말로 형용해야 한단 말인가?수년간 의사로 일하면서 시체도 많이 봤다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충격에 휩싸여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얼굴은 살점 하나 남지 않을 정도로 말랐고, 머리뼈를 간신히 감싸고 있는 두피만 남아 있었다. 눈언저리는 움푹 팼고, 눈알의 무게마저 견디지 못해 당장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았다.이게 대체 어디 봐서 사람이란 말인가? 그냥 살아있는 미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러나 눈앞의 ‘미라’는 이목구비와 윤곽, 그리고 골상에서 유추해 볼 때 선우소훈이 보여줬던 사진 속 인물 같았다.바로 그녀의 아버지 온유성 말이다!‘아빠...’백아영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끝끝내 삼켜버렸다. 순간, 감정이 폭발하면서 눈물이 펑펑 흘러내렸다.아버지와 재회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상상했지만, 이런 광경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게 그동안 아버지가 살아
최신 업데이트 : 2023-10-18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