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라면 활기차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당연한 건데 그와 달리 현장은 축의금을 걷는 사람조차 없었다.이도하는 거침없이 신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노크했다.“아영아, 나왔어.”백아영은 고개 돌려 심은아를 바라봤다.“은아 씨, 문 좀 열어봐요.”애써 굳건하게 유지하던 평정심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녀는 제갈연준이 이도하를 협박하기 위한 카드였기에 오늘 무사히 결혼식을 마쳐야 앞으로의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고, 지금 문을 열고 이도하와 마주치는 순간 이 결혼은 성사될 수 없게 된다.“왜요?” 움직이지 않는 심은아의 모습에 백아영은 관심을 보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아뇨, 아니에요.”그녀는 마지못해 한 걸음씩 문을 향해 걸어갔고 방문 앞에서 팔을 들어 손잡이를 잡았다.문 건너편에 이도하가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손잡이를 꽉 쥐었고 왠지 모를 싸늘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은아 씨?”백아영의 재촉에 당황하고 짜증이 났지만 도저히 문을 열 수 없었던 심은아는 최후의 수단으로 갑자기 배를 움켜쥐더니 불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아영 씨, 갑자기 배가 아파서 그러는데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죄송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허둥지둥 화장실로 뛰어갔고, 도망치는 게 너무 티 났던 그녀의 모습에 백아영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화장실 문을 바라봤다.심은아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을 걸 예상하고 있었던 그녀는 기다리지 않고 방에 있던 다른 사람을 시켜 문을 열었다.안으로 들어온 이도하는 간단하고 형식적인 프로세스를 따라 백아영을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그들이 차례로 떠나 아래층에 내려간 후에야 심은아가 화장실에서 나왔다.그녀는 창가에 서서 차에 오르는 백아영과 이도하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봤고 입가엔 섬뜩한 미소를 띠었다.‘백아영, 날 의심하면 어때? 어차피 넌 제갈연준에게 잡혀갈 운명이고 난 선우 일가에 남아서 네 아빠를 죽여버릴 텐데...’...이씨 가문의 본가.이성준은 별장 입구 기둥에
“여긴 내가 잘 지키고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침울한 표정의 이성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이고는 이현무를 안고 차에 올랐다.차 안의 분위기는 우울했고 오직 이현무의 작은 흐느낌소리만 존재했다.이성준은 손목 들어 시계를 보더니 순간 결혼식이 시작됐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아직도 신경 쓰고 있는 자신을 비웃었다.“위정, 공항으로 가자.”...오직 이성준을 화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준비한 결혼식은 거창하고 성대했다.남원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열렸을 뿐만 아니라 남원의 모든 유명 인사들이 초대된 탓에 현장은 매우 웅장하고 시끌벅적했다.이제부터 남원의 모든 사람들은 선우 일가의 백아영과 이씨 가문의 이도하가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하지만 백아영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고 선우 일가의 골수 정합 결과가 나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아영 씨, 결혼식 시간이 되었으니 이제 나오시죠.”메이크업실의 문이 열리면서 웨딩헬퍼가 들어왔고 그와 동시에 백아영이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오빠, 결과 어때요?”미래를 결정짓는 일인 만큼 극도로 긴장한 백아영은 목소리마저 떨고 있었다.“아영아, 미안해. 고모부와 승구 골수 정합 결과는 불일치야.”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선우경진의 말에 마음속의 희망과 간절함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백아영은 좌절감에 얼굴을 가린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눈물방울은 손가락 사이로 뚝뚝 흘러내렸다.피할 수 없는 상황에 백아영은 결국 웨딩헬퍼를 따라 드레스의 치맛자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어깨를 짓누를 듯한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힘겹게 한 걸음씩 홀을 향해 걸어갔다.가던 중 하필이면 백채영을 마주쳤고 그녀는 화려한 고급 드레스를 입고 한없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백아영, 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 이제부터 내 남자한테 매달릴 자격조차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이제 동서라고 불러야 하나?”그녀의 말에 남아있던 마지막 희망의 불씨가 꺼지면서 멘탈이 와르르
백아영은 핸드폰과 가방을 메이크업실에 그대로 둔 채 예식장으로 향했다.전화벨이 계속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선우경진은 초조하게 시간을 보았고, 지금 당장 선우 일가에서 출발해도 결혼식을 막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결혼식 현장.밝은 조명 아래 낭만적인 꽃들로 꾸며진 예식장에는 미모가 출중한 한 쌍의 아름다운 커플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백아영과 이도하였다.목사님은 인자한 웃음을 띠며 혼인 서약서를 읊었다.“이도하 씨, 오늘 백아영 씨를 아내로 맞이하게 됩니다. 평생의 동반자로서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랑하고 앞으로 그 어떤 곤란이 닥쳐도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옆에서 지켜주고 함께할 것을 약속합니까?”백아영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이도하의 눈빛은 마치 먹이를 노려보는 사악한 뱀처럼 음흉했고 입꼬리를 올리더니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네!”순간 등골이 서늘해진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하얗게 질린 얼굴은 메이크업으로도 가려지지 않을 정도였다.이건 결혼이 아니라 끝이 안 보이는 지옥이다.목사님은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백아영 씨, 오늘 이도하 씨를 신랑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평생 사랑하고 아껴주며... 할 것을 약속합니까?”‘아니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네...”목사님은 미소를 지으며 하객들을 바라봤다.“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중에서 혹시 반대하시는 분 있나요?”하객석은 옅은 불빛으로 비춰졌고, 축복하는 얼굴로 우아하게 앉아있는 하객들의 모습은 평화로웠다.목사님은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모두의 축복을 받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되길 바라면서 이제 반지 교환을...”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식장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3m 높이의 두꺼운 문이 ‘쿵’하며 벽에 부딪혔고 낭만적인 음악 소리마저 뒤덮은 굉음은 마치 천둥과도 같았다.예식장의 로맨틱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깨져버렸고 검은색 수트를 차려입은 이성준이
“이도하. 네가 감히 백아영을 넘봐?”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아무런 자비도 베풀지 않고 이도하의 배를 걷어찼다. 힘이 너무 센 탓에 쓰러지면서 옆에 있던 케이크와 술잔에 부딪히게 되었고 모두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났다.이성준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백아영의 손목을 잡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힘이 어찌나 센지 백아영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비틀거리며 그를 따라갔고 박력 넘치는 이성준의 모습에 그녀의 심란함은 극에 달했다.“이성준! 당장 멈춰!”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 이도하는 당장 그를 따라잡으려 했지만 순간 위정과 경호원들이 달려와 그를 포위했다.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싸움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아영은 혼란 속에서 이성준에게 이끌려 예식장을 빠져나왔고 아래층으로 내려오자마자 차에 올라 자리를 떴다. 이도하가 경호원들을 쓰러뜨리고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땐 이미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텅 빈 길을 바라보며 분노로 얼굴이 시뻘게졌다.“이성준!”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계획도 성공하고 심은아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모든 게 수포가 되었다...그때 이도하의 핸드폰이 울렸고 전화기 너머로 제갈연준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쓸모없는 놈. 이깟 일도 제대로 못 하다니, 심은아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나 봐?”“그 사람 건드리지 마!”이도하는 두려움에 울부짖었고 줄곧 강철같은 남자가 지금 이 순간은 벌벌 떨고 있었다.“백아영 찾아올게. 내가 목숨 걸고 무조건 데려갈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줘. 반나절이면 돼!”“그래. 못 찾으면 심은아는 죽는 거야.”제갈연준은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 이도하에게 모든 희망을 걸지 않았던 그는 싸늘하게 명령했다.“플랜B 시작해. 지금 당장 백승구 발작하게 병원으로 약 보내. 백아영한테 선택의 여지를 줘서는 안 돼!”이성준이 데려간들 어떠한가?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조건 돌아오게 되어있다!제갈연준은 일찌감치 병원에 사람을 심어뒀고 그의 명령을 받자마자 누군가 간호사인 척 약을
이도하는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그들을 쫓았다.처음에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백아영만 남원 밖으로 끌어내면 손을 놓으려고 했는데 이성준이 나타나는 바람에 이제는 피를 보아야만 한다.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백아영을 되찾아야 한다!이도하는 도로를 질주했고 이를 악문 모습에서 그의 비장함과 심란함을 알 수 있었다.그러던 중 우연히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백아영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웨딩드레스를 입고 치맛자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뛰는 모습은 마치 도망치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초조한 표정으로 달리며 차를 세우려 했다.옷차림은 너무 아름답고 눈에 띄었지만 넋을 잃고 달리는 모습에 사람들은 행여나 안 좋은 일에 엮이지는 않을까 싶어 쉽사리 차를 세우려 하지 않았다.“백아영, 왜 혼자 여기 있어?”이도하를 발견한 백아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아무 말 없이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올라타 서둘러 운전하라고 재촉했다.“은침으로 기습해서 이성준 잠깐 기절했어요. 얼마 버티지는 못할 텐데 지금 빨리 승구 데리고 남원에서 떠나야 해요!”생사를 건 싸움이 될 줄 알았는데 제 발로 찾아온 백아영을 보며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이성준이랑 같이 가고 싶지 않아?”“같이 떠나고 싶어요.”자신의 진심을 숨기지 않았지만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그런데 승구의 목숨이 더 중요해요.”만약 그녀를 강요하지 않았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이성준이 백아영을 향해 999보를 걸어갔지만 그녀는 도망치기 일쑤였다.“다른 곳에서 혼인신고하고 성형 수술한 뒤, 모든 일들이 해결된 후에 돌아오면 이성준도 더는 미련이 없을 거예요.”이도하는 이제 백아영이 가엾게 느껴졌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사랑은 물론 어쩌면 목숨까지 희생해야 한다.“원하는 대로 백승구는 죽지 않을 거야.”백승구는 인간 자체가 악마인 데다가 제갈연준과 같은 배를 탔기에 절대
차는 빠른 속도로 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도망치는 데 성공한 백아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왠지 모를 허탈함도 느꼈다.길이 아예 막혔으니 이성준도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렸을 것이고 이 상황에서 따라잡는 건 불가능이었다.산바람이 부는 길가에 서서 점점 멀어지는 이도하의 차를 바라보며 이성준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워졌고 분노가 몸을 뒤덮고 있었다.줄곧 그의 옆을 지키던 위정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냈다는 건 도하 도련님이 미리 준비한 것 같네요.”...이성준을 따돌린 뒤 이도하는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을 더 달려 외딴 깊은 산속으로 향했다.처음에 가기로 했던 곳과 너무 상반되는 분위기에 백아영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미간을 찌푸렸다.“왜 이런 곳으로 왔어요?”이도하는 샛길로 들어가더니 한참을 달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차를 멈췄다.그는 백아영의 질문을 무시한 채 차 문을 열었고 그녀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백승구와 함께 끌어냈다.곧이어 싸늘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백아영 데려왔으니까 이제 나와!”근처 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며 나뭇가지가 헤집히자 제갈연준이 우아한 걸음걸이로 다가왔다.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여전히 사악한 미소가 있었고 공격적으로 백아영을 노려봤다.“우리 애기, 오랜만이네.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제갈연준을 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백아영은 잔뜩 경계하며 백승구를 부둥켜안았다.“제갈연준, 네가 왜 여기 있어?”“이도하 씨, 설마 당신이 배신한 거예요?”당황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백아영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미안해.”제갈연준은 고통스러워하는 백아영을 누구보다도 즐겼기에 오랜만에 마주한 그녀의 모습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아영아, 전에도 얘기했듯이 넌 내꺼야. 널 다시 내 곁으로 데려오기 위해 정말 애썼어. 처음부터 이도하는 계획적으로 너한테 접근했고 지금까지 했던 모든 행동이 널
하지만 이제는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백아영이 아니었다.그녀는 한 손으로 백승구를 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은침을 꺼냈고 위에는 청독이 묻어 있었다.“승구의 친부가 누군지 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말을 마치자마자 헬기 한 대가 날아왔고 숲 전체의 나뭇잎이 프로펠러의 바람에 마구 흔들렸다.헬기의 문이 열리자 이성준이 나타났고 검은 수트를 입고 있는 모습은 마치 치타처럼 공격적이었다.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밧줄을 움켜쥐며 풀쩍 뛰어내리더니 아래로 미끄러지듯 멋지게 바닥에 착지했다.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왔고 제갈연준은 완벽하게 포위되었다!“이성준, 내가 분명히 사람 보내서 막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찾아왔지?”너무나도 계획적인 움직임이었다!이성준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다. 그녀가 가방 속에 숨겨둔 위치추적기를 꺼내자 희미한 붉은 빛이 번쩍였다.“제갈연준, 네가 아무리 머리를 써도 이성준 손바닥 안이야. 처음부터 네 계획을 알아채고 작전 세워서 일부러 이도하 씨가 날 데려가게 했어.”약탈혼은 가짜였지만 제갈연준을 잡기 위해 이도하가 백아영을 데려가게끔 서로 손을 잡았다!“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알려줄 만큼 흥분하지 않은 게 아쉽긴 한데 괜찮아. 네 입을 열 방법은 아주 많거든.”4년 동안 제갈연준이 저질렀던 파렴치한 짓들을 생각하면 하나씩 모조리 되갚아 주고 싶었다.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오랫동안 계획했던 일이 망쳐지자, 제갈연준의 얼굴은 분노로 어두워졌고 즉시 달려가서 이성준을 죽이고 싶었지만, 이성의 끈을 붙잡으며 말했다.“이도하, 당장 백아영 잡아. 그러면 이성준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거야!”제갈연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아영을 붙잡더니 날카로운 칼날을 그녀의 목에 댔다.“이성준, 사람들 철수시키지 않으면 백아영은 오늘 나랑 같이 죽을 거야.”순간 자신감을 되찾은 제갈연준은 말을 이어가면서 이도하의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백아영이 손에
이도하가 곧바로 태세 전환하는 건 제갈연준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을 못 잡던 그때 백아영이 독가루를 뿌렸고, 동시에 날카로운 은침이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이 바늘에 찔리는 순간 모든 전투력을 잃은 채 독 안의 든 쥐가 된다.이건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백아영과 이성준의 철저한 계획이다. 그녀가 은침으로 제갈연준을 기절시킨 후 이성준이 그를 잡는다면 도망치는 건 절대 꿈꿀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은침이 제갈연준의 피부를 찌르려는 순간, 품 안에 있던 백승구가 잠에서 깨어나더니 악몽이라도 꾼 듯 몸부림을 쳤다.비록 힘은 세지 않았지만 은침의 정확도에 영향을 주어 원하던 곳보다 살짝 빗겨 난 다른 위치에 놓게 되었다!몸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던 제갈연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백아영한테서 멀어져 그를 에워싼 경호원들을 향해 돌진했다.백아영은 답답한 마음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잡아!”이성준도 곧바로 제갈연준을 잡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비록 백아영은 실패했지만 아직 주위에는 수많은 경호원이 있었고 심지어 이성준이 직접 손을 쓰고 있으니 쉽게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이성준이 막 쫓아가려는 찰나 어디선가 느껴지는 싸늘한 눈빛에 순간 동공이 흔들리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백아영!”백승구는 날카로운 칼로 주저 없이 백아영을 찔렀다.품에 안고 있어 미처 반응하지 못한 백아영은 칼날이 살갗을 찌르고 심장을 관통할 만큼 깊이 파고들어 와도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그저 믿기 힘들다는 듯 멍하니 품 안에 안긴 아이를 바라봤다.등에 흐르는 피는 붉은 매화처럼 퍼져갔고 이성준은 제갈연준을 잡을 겨를도 없이 백아영을 향해 달려갔다.그는 한 손으로 백아영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 백승구의 멱살을 잡더니 분노하며 바닥에 내던졌다. 안 그래도 아픈 몸이 바닥에서 두 바퀴 구르자 이제는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그러나 그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한 듯 여전히 독사처럼 사악한 눈으로 백아영을 노려보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도 백아영은 입맛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몇 입 먹고 난 뒤 배가 아플 정도였다. 그녀는 이성준의 품에 안겨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이성준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껴안고 자리에서 크게 화를 냈다. “윌리엄스, 혹시 음식에 독을 넣은거예요?!”윌리엄스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져서 급히 변명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 백아영은 힘겹게 이성준의 손목을 잡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윌리엄스가 독을 넣지 않았어. 내가...”“너 왜 그래?” 이성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아영을 안은 팔뚝을 가볍게 떨었다. 백아영은 몹시 아팠지만 눈길은 부드러웠고 약간 희색을 띠었다. “윌리엄스에게 실례지만, 국왕께 하룻밤 묵을 방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줘.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를 불러줘.”이성준이 눈치를 채지 못하자 백아영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방금 맥을 짚었는데, 나 임신했어.” 이성준의 동공은 움츠러들었다가 한참 만에 겨우 회복되었다. 찰나의 놀라움 뒤에는 오히려 걱정이 밀려왔다.“임심했는데 통증이 이렇게 심해?”그는 조바심이 나서 윌리엄스에게 의사를 불러오도록 재촉했다. 백아영은 아파서 힘이 없었던 나머지 그의 품에 푹 기대어 있었다. 전에 백아영은 이런 비슷한 환경에서 한 아이가 강제로 유산되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산에 가서 실랑이를 벌였고, 이로 인해 병세가 심했다. 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고생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아영은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상적이야.”‘정상이라니?’ 이성준은 다른 여자가 임신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몰랐지만, 백아영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둘째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8개월 후. 산부인과 수술실 문이 열리자 이성준이 급히 달려들였다. 점잖던 남자는 안달복달한 얼굴로 물었다.“제 마누라는 어때요? 무사한가요?”“모녀는 무사합니다.”
집사는 경악했다.“폐하, 그들은 굴러들어 온 복도 차버리니 분명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윌리엄스의 안색을 본 집사는 목이 메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윌리엄스는 조금 전까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성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경외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간신히 이빨 사이로 글자를 밀어냈다.이, 이 대표?” 이성준은 경멸하듯 그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윌리엄 집안의 자식이 확실히 다 컸네.” 윌리엄스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했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 이성준을 처음 만났다. 그때 이성준은 아직 소년이었지만, 기세가 등등하고, 과감하며, 감히 국왕인 윌리엄스의 아버지와 거래를 논했다. 그 당시 그의 아버지조차도 이성준을 대단하게 여겼다. 심지어 윌리엄스에게 앞으로 절대 이성준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 나라의 세력이 처참하게 약해질 것이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성준은 악마라고 마음에 새겨 두었다. 게다가 윌리엄스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 이성준은 그의 나라에 협조하지 않는 대신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반년 동안 누워계셨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윌리엄스는 일찌감치 이번 생은 절대 H 국에 가지 않기로 했고, 절대로 이성준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거래 협력을 모두 점진적으로, 완곡하게 해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상 악마를 멀리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다. 백아영은 뜻밖에도 이성준의 아내였다! 어떤 생명의 은인 규칙, 첫눈에 반한 사랑 따위는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어떤 계획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왜 행동을 하기 전에 백아영의 신원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후회되었다! 악마를 끌어들여 버렸다... “복을 차버린다나 뭐라나,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윌리엄스가 집사를 발로 매우 세게 찼
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도 일어서더니 기세등등하게 백아영과 이성준을 포위했다. 험상궂은 얼굴의 한 남자가 환영 반 협박 반인 어투로 말했다. “두 분, 차에서 내리십시오.”차 밖에서는 윌리엄스가 활짝 웃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아영이 차에서 내리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곁에 있던 집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폐하, 궁전의 수비를 모두 강화 완료했습니다. 궁전 주위에 800명의 호위 병사를 추가로 파견했어요. 이분들은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되셔서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혼 변호팀 사람들은 이미 도착하셨고 두 분이 차에서 내리시면 바로 처리할 수 있어요.”“폐하, 곧 미인을 품에 안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윌리엄스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갔다. 산 위에서 백아영의 워낙 강인한 모습에 사람도모자라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은 백아영의 대단한 솜씨도, 그녀의 남편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념할 수밖에 없다. 모두 생명의 은인으로 보고 첫눈에 반하게 만든 백아영 탓이었다. 그는 이 나라의 왕이다. 그가 마음에 드는 한 반드시 그의 것이다. 또한 결혼 후 백아영을 자신의 매력에 매료시켜 점차 이성준을 잊게 할 자신이 충만했다. 윌리엄이 생각을 하던 중, 차 문이 열리고 관광버스에서 백아영이 내렸다. 윌리엄스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그녀를 반겼다.“아가씨, 또 뵙네요.”윌리엄스가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고 백아영은 입을 다물었다. 백아영의 뒤로 큰 덩치의 이성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머리 위로 이성준은 차갑게 말했다.“내 아내를 뺏으려는 게 너야?” 이성준은 포위망 속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의 구역에서 그는 독 안에 든 쥐였지만 그는 움츠러들지도 않고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이성준의 기는 모두를 앞질러 버려 마치 모든 것을 장악하는 왕인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서늘한 몇 글자가 사람을 더욱 섬뜩하게 했다. 집사는 높은 인물들을 많이 보았었기에 즉시 이성준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이곳은 그들의 궁전이
윌리엄스는 어안이 벙벙했다.백아영의 솜씨는 정말 놀라웠다. 그녀의 기묘한 침을 꽂는 기술이 더욱 놀라웠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백아영의 몸에는 빛이 보였다.그녀의 아름다움은 남달라서 비길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백아영은 여전히 은침을 손에 들고 윌리엄스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만 좀 건드리세요. 알아들으셨죠?”“저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윌리엄스의 의욕 넘치는 말은 눈앞으로 가까워져 오는 침에 놀라 목이 메었다. 순식간에 덮쳐 온 위험과 두려움이 그를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게 했다.백아영은 다시 경고했다.“잘 가세요. 바래다 드리지는 않을게요.”젊고 고집스러운 윌리엄스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위협은 그를 이성적으로 뒤로 물러나 타협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백아영은 바늘을 다시 집어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네 부하는 경련을 일으키다가 10여 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몸을 일으키자 멀리 떨어진 곳에 백아영이 보였다. 비록 뒷모습뿐이었지만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폐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부족했어요.”윌리엄스는 백아영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너희 탓이 아니야. 저 소녀가 너무 강할 뿐이야. 가자. 이제 내려가야지.”부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여왕님을... 그냥 이렇게 포기하시려고요?”윌리엄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그럼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겠어?”말이 통하지도 않고 싸워서 이기지도 못하니 부하는 조용히 입을 꾹 닫았다.하지만 윌리엄스는 미소를 띠었다.“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이야.”이성준은 열매 한 봉지 가득 따왔다. 그는 열매를 깨끗이 씻은 뒤 쟁반에 담아 백아영 앞에 대령했다. 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방금 돌아오는 길에 들었는데 누가 너를 귀찮게 했다면서?”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문제를 일으켰어.”이성준은 자초지종을 듣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백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아파서 머리까지 다쳤나. 걱정 마세요, 위험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돌아가시면 의사부터 보세요. 잘 케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백아영은 진지하게 당부했지만 상대방은 한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백아영이 그만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저 지금 진지해요.”“이것은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은 반드시 몸으로 갚아야 합니다.”윌리엄스 왕족?백아영은 입헌군주제인 국가에 왔다. 이곳은 현대사회와 어우러졌지만 여전히 왕권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의 왕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하고 성숙하며 상당한 재주를 가졌다고 전해졌다. 왕은 1년 넘게 국가 정무를 질서 있게 처리했다.다시 이 풋풋하고 고집 센 청년을 본 백아영은 목이 메었다. 왕은 소문과는 좀 다른듯했다.백아영은 청년한테 잡힌 손을 빼냈다.“그냥 눈에 보여서 구해준 거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리고 저는 결혼까지 한 여자에요.”“결혼하셨군요...”청년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젊고 예쁜 백아영이 일찍 결혼했으니 흔치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청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는 재혼에 대해 편견이 없어요. 남편분과 이혼해도 그대를 왕후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저는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청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제야 난처한지 땅바닥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백아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슨 복잡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다.곧이어 청년도 벌떡 일어났다. 너무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인지 몸을 휘청거리자 곁에 있던 남성이 얼른 그를 부축해 주었다.청년은 휘청거리는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그의 맑은 눈은 어느새 포악해졌다.“아가씨, 억양을 들어보면 외국인인 것 같네요. 아직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룰에 대해 잘 모
하지만 백아영은 현무가 힘들어할까 봐 차마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관광지 한 곳만 더 돌고 남원에 돌아갈 생각이었다.이성준은 진지하게 말했다. “출산 장려 정책은 참 옳아.”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자식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현무도 동생이 생기지.”어린 노동자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그의 뜻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이성준은 방긋 웃으며 백아영을 벽에 바짝 붙였다. “여보, 우리 현무에게 동생 만들어주자.”이날 현무와 백아영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화면 속에서 백아영의 안색은 살짝 하얗게 보였다.하지만 별다르게 불편한 곳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낮에 산에 오르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괜찮아,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럼, 내일 일단 산을 내리지 말고 호텔에서 쉬는 거예요?”내일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백아영은 단호하게 답했다.“맞아.”그제야 현무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통화를 끊고 백아영의 이마에 길쭉한 손이 닿았다. 이성준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실제로 봤을 때 백아영은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성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 내가 의사인데 모르겠어?”“하룻밤을 묵어도 좋으니까, 난 네가 좋아하는 열매를 좀 따올게.”이 산의 열매는 특산물이었기에 백아영이 매우 좋아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후, 이성준은 혼자 산꼭대기에 가서 열매를 땄고, 백아영은 아름다운 산기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침 풍경을 감상했다. 그녀는 조용히 열매를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찻집 안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도와주세요! 여기 도와주세요!”“의사 없어요? 응급처치할 줄 아는 사람 혹시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저의 도련님을 살려주세요...”식당에서 대략 이십 대 초반의 한 청년이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
한 달 뒤.인천공항에서 현무는 양복을 차려입고 반듯하게 서서 웃음을 가득 머금고 백아영을 배웅했다.“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다 와요. 여기 일은 저한테 맡겨요.” 현무는 이성준의 아들답게 한 달 만에 기본적인 경영 업무를 배웠고, 심지어 위정을 도울 수 있었다.또한 그는 이성준의 외아들인 만큼 이성그룹의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도 모든 주주와 직원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기에 일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성준의 한 달간 밑받침을 잘 깔아놓은 덕에 안심하고 현무와 위정에게 이성그룹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위정의 불평도 적어졌다. 그는 앞으로 일할 날에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내 아들 최고.”백아영은 현무를 꼭 끌어안고 그의 볼에 쪽 뽀뽀했다.“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영상통화 해. 날마다 기분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누가 감히 너를 괴롭히면, 엄마와 아빠가 바로 날아와서 때려 놓을 거야.”백아영의 품에서 현무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순간 엘리트에서 어린 아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하지만 이성준의 말과 백아영의 행복을 생각하며 현무는 마음을 가다듬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엄마 걱정하지 마, 외삼촌과 위정 아저씨가 계셔서 아무도 날 못 괴롭혀. 내가 좀 더 크면 내가 엄마를 보호해야 해.”백아영은 감동되어서 감정이 벅차 놀랐다. 현무는 너무 든든한 아들이었다.선우경진은 팔짱을 낀 채 한쪽에 서 있었다. “이씨 가문의 일은 해결됐지만 아직 선우 일가가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 마.”“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아이템도 많이 생각해 둬.”한 달 동안 그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급한 불은 거의 다 껐다. 하지만 의학은 끝이 없고 신약 연구는 더 중요했기에 선우경진은 수시로 백아영을 감시했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다른 곳에서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얻으면 신약을 개발하는데 더 쉬웠다.이성준은 한쪽에
현무는 계획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만,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는 좀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이성준은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성준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바로 계획을 하나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았다.현무는 골똘히 생각했다.“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매일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것과 함께 있는 것을 동시에 이룰 수 없어.”“왜요?”현무가 공부해서 잘하고 매일 학교 갔다 오면 자연스레 백아영을 볼 수 있고 그녀도 즐거워하는 게 일상이었다.“너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었어?”현무가 네 살 되기 전까지 백아영은 그의 곁에 있어줄수 없었다. 백아영이 돌아온 후, 비록 온 가족이 드디어 모였지만,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고 때마다 백아영은 떠나야 했고, 항상 바쁜 일상에 기쁠 때도 있었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았다. 현무는 그런 백아영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엄마는 나와 함께 있어서 기분이 나쁜 거예요?”어린 현무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돌기도 전에 이성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엄마가 놓인 상황 때문이지. 남원에서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과 언제든지 생기는 변화 때문이야.”“만약 누군가가 이 짐을 대신 나눠주고, 그런 일들을 완전히 해결해 주고, 엄마가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준다면 매일 즐거워할 거야.”현무는 어리지만 총명해서 즉시 이성준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빠, 제가 엄마의 일을 나누어서 해도 돼요?”이성준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너는 할 수 있어.”“그런데 힘들 거야. 엄청 힘들 수 있어. 대신에 엄마를 오랫동안 못 볼 텐데, 그래도 할래?”현무는 힘든 것은 두렵지 않지만, 오랫동안 백아영을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현무는 머뭇거렸다. 그는 섭섭해서 고뇌했다.“나 그냥 엄마랑 여행 가면 안 돼?”이성준은 자애로운 아버지의 미소를 지었다. “네가 경영대를 일찍 졸업하면 돼.”현무는 지능이 높아서, 월반하는
이성준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은퇴할 생각이야.”‘역시!’백아영이 머릿속으로만 하던 황당한 추측을 이성준 입으로 직접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왜 이성준이 갑자기 도망 오려 했던 건지, 그리고 왜 그 큰 짐을 위정과 선우경진한테 내던졋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성준은 그들을 훈련하고 있었다.수단이 좀 잔인했을 뿐이다.“왜 갑자기 은퇴하고 싶은 거야?”백아영은 아직 앞날이 밝은 이성준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성준은 백아영을 응시하며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쓱쓱 만졌다.“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이성준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아 수많은 고통을 겪었다.이성준의 괴로운 심정은 눈에 훤히 비쳤다.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영아, 앞으로 남은 생 동안 나는 네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은퇴하고 쇼핑센터를 떠나면 원한도 모두 훨훨 털어 버릴 수 있다. 두 사람은 세계 여행하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백아영의 머릿속은 멍해졌다.백아영은 이성준이 은퇴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자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성준이 계획한 미래에 항상 그녀가 있었다. 그의 미래는 온통 백아영 한사람이었다.백아영은 감동되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가 환상하던 미래는 정말 기대할 만한 것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내가 선우경진과 위정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아.”겨우 보름밖에 안 되었는데, 그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참지 못하는데 정말 큰 일이라면 더 감당하기 어려워할 게 뻔했다.이성준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사색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현무 이제 다섯 살이니까 남자 다 됐지.”백아영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현무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지?”이성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안 될 게 뭐가 있어?”‘안 될 게 뭐가 있겠냐고? 현무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이성준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다섯 살 때,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