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351 - 챕터 360

916 챕터

제351화

이대로 죽을 운명인 건가?그녀는 남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자신에게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몰라 오늘 아침에도 잠 못 이루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독가루를 만들었다.그런데 이렇게 빨리 사용될 줄은 몰랐다.백아영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명령했다.“독 퍼뜨려!”말이 끝나자, 그녀가 데려온 경호원들은 즉시 해독제를 삼켰고 동시에 몸에 지니고 있던 독가루를 뿌렸다. 순식간에 연기가 흩날리며 산 전체로 퍼졌다.“얼른 입과 코 막아!”비밀 경호원은 큰 소리로 외쳤고, 그들이 무방비한 틈을 타 백아영과 선우 일가는 재빨리 운전해 자리를 피했다.일사불란하게 도망치는 그들의 모습에 비밀 경호원들은 깜짝 놀랐다. 이렇게 비겁하다니!“잡아!”선두에 있던 비밀 경호원이 노발대발하며 말하자 오프로드 차량들이 재빨리 숲을 빠져나와 선우 일가를 추격했고 수십 대의 차가 산길에서 위험한 추격전을 벌였다.선우 일가가 한발 앞서 도망쳤지만 약재를 실은 대형 화물차는 여러 방면에서 오프로드 차량보다 훨씬 뒤처졌고 그렇게 두 사람 간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약재 차량을 버리지 않으면 곧 잡힐 겁니다.”누군가가 제안했지만,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선우경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안돼. 이 약재들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 있다고! 어떻게든 가지고 돌아가야 해!”하지만 이대로라면 이씨 가문에게 잡히는 건 시간문제였고 약재는 물론 사람까지 잃게 생겼다.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만큼 상황은 매우 긴박했다.바로 그때 백아영은 앞에서 순찰하고 있는 경찰차를 보고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경찰이 있으니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할 거예요!”아니나 다를까 금방이라도 따라잡으려던 비밀 경호원들은 경찰이 막고 있는 걸 보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섰고 이를 본 선우 일가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안전하고 약재도 지킬 수 있게 되었다!“운이 좋네.”줄곤 긴장하던 선우경진도 마침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고 그의 지휘하에 차들은 가지런히 주차되어 검사받을 준비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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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선우경진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저희 물건 아닙니다!”약재를 인수하고 검사를 담당하던 책임자는 그제야 뭔가 깨달은 듯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지금껏 심씨 일가에서 약재를 제공받으며 단 한 번도 불량품을 발견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괜찮을 줄 알고 자세하게 확인하지 않았는데...”그는 애초에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이런 불법 약물이 그 안에 숨어있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심씨 일가에서 꾸민 일이에요!”백아영은 이를 악물었고 순식간에 등골이 오싹해졌다.이제야 모든 실마리가 풀렸다. 심씨 일가는 가문의 영광을 위해 겉으로는 선우 일가와 손을 잡은 척했지만, 뒤에서는 온유성을 20년 넘게 고문할 정도로 처음부터 다른 의도를 품고 있었다.오늘날 그들은 이영철과 힘을 합쳐 선우 일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이제는 모함까지 일삼았다.지금 같은 일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선우 일가는 영원히 파멸될 것이다!이 얼마나 악랄하고 사악한 수법인가!“담당자 누구시죠?”이렇게 많은 불법 약물이 발견되었으니 경찰로 송치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잘못되면 감옥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백아영이 모든 일을 떠안고 책임을 인정하려던 그때 선우경진이 그녀를 잡더니 입을 열었다.“접니다.”백아영은 당황했다.“오빠...”“올바르게 사는 게 선우 일가의 가훈이었어. 지금껏 한 번도 불법 약물에 손댄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니까 진실은 분명히 밝혀질 거야. 오빠는 남자여서 감옥에 며칠 있어도 괜찮아.”선우경진은 걱정스러운 듯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네가 걱정이야. 아직 귀찮은 일들이 많이 남았는데 고생해야겠어. 여긴 선우철. 줄곧 내 밑에서 일하던 아이야. 능력 좋고 믿음직하니까 어려운 일 있으면 물어보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선우경진은 가장 믿음직하고 아끼던 부하를 소개해 주었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너무 애쓰지 마. 못 버틸 것 같으면 고모부랑 함께 남원에서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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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일단 시장에 가서 대량으로 구매하세요. 가격이 비싸도 상관없으니 살 수 있는 만큼 사서 급한 일부터 해결하죠.”선우경진이 없으니 모든 일은 백아영이 결정 내리고 책임져야 했다.모든 걸 정리한 후에야 그녀는 눈물을 닦고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며 선우소훈과 온유성을 찾아갔다.그녀의 모습에 선우소훈은 걱정이 가득했다.“왜 벌써 왔어? 조금이라도 더 쉬지.”백아영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충분히 잘 쉬었어요. 저녁 함께 먹고 싶어서 왔어요.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시는 콘스프로 준비했어요.”“그래, 그래. 아영이가 함께 먹는다니 더 맛있겠는걸?”선우소훈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경진 이 자식은 약재 구하러 간다더니 하루 종일 코빼기도 안 보이네.”선우경진이 언급되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애써 감정을 숨기며 말했다.“오빠가 다른 일로 바쁘다고 저한테 잘 돌보라고 부탁했어요.”이영철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에 백아영까지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으니 바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은 선우소훈의 방으로 옮겨졌고 창가에 앉아있던 심은아는 비꼬는 듯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밥이 넘어간다고? 그래, 많이 먹어둬. 며칠 지나면 밥도 못 먹게 될 거야.’마침 이도하도 음식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고 창밖을 바라보며 싸늘하고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심은아의 모습에 오싹함을 느꼈다.상냥하고 온화한 심은아의 얼굴에 나타나서는 안 될 미소였기에 생소함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고 나아가 불안감이 밀려왔다.“은아?”말소리가 들리는 순간 심은아는 돌변하더니 고개를 돌리며 부드럽게 이도하를 바라봤다.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산뜻한 봄바람처럼 느껴져 사람을 기분 좋게 했다.아름다움과 부드러움만 있을 뿐, 악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습에 이도하는 자신이 잘못 본 거라며 착각했다!하지만 지금껏 무언가를 잘못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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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백채영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문을 밀더니 단번에 위정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녀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던 위정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고 정신을 차렸을 땐 백채영이 이미 안으로 들어왔다.그러나 방안의 침대는 비어있었다.“성준 씨는요?”백채영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위정이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고 문을 닫았다.‘어떡하지? 이제 끝났어!’백채영한테 들킨 건 정말 큰 일이나 다름없었기에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몰랐던 위정은 식은땀만 줄줄 흘리고 있었다. “웁...”괴로움과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찬 백채영은 격렬하게 몸부림쳤고 계획에 영향 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이성준이 비밀리에 나간 일을 즉시 이영철에게 알리려고 했다!두 사람이 다투는 사이 창문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성준이 사뿐히 창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백채영을 싸늘하게 바라봤고 위정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입을 열었다.“사장님, 죄송합니다. 갑자기 쳐들어오는 걸 미처 막지 못했어요. 어떻게 처리할까요?”평소 같으면 백채영을 기절시켜 인적 없는 곳에서 처리했을 텐데, 지금 그녀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이영철이 무조건 의심할 것이고 백채영을 통해 제갈연준의 행방도 알아내야 했으니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다.이성준의 싸늘한 눈빛에 백채영은 두려움을 느꼈고 이간질하기도 전에 이성준의 손에 처리될까 봐 무서웠다...그녀는 밖에 있는 경호원들이 들을 수 있게끔 일부러 큰 소리를 냈다.“웁...”곧이어 이성준의 싸늘한 눈빛이 사라지더니 이내 차분하게 변했다.그는 소파로 걸어가더니 늠름하고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풀어줘.”위정은 깜짝 놀랐다.“사장님?”지금 놓아주는 순간 백채영은 이영철에게 달려가 이 일을 알릴게 분명했고 그럼 이현무를 구하기 위해 비밀리에 준비하던 계획은 무용지물이 될 뿐만 아니라 현무의 생명도 위협받게 된다.하지만 이성준은 늘 자신의 계획에 확신이 있는 사람이기에 위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백채영을 놓아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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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그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백채영은 두 눈이 반짝 빛났다.“정말이야?”리사와 손을 잡던, 이영철의 손을 잡던 백채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두 이성준과 결혼하는 것이다.그런데 이성준이 직접 그녀와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니 어려운 길보다 쉬운 길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난 한번 내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야.”이성준은 그녀와 약속했다.그는 약속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기에 원칙적인 실수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한번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다.그러니 백채영이 이현무를 찾아오기만 한다면 이성준과 결혼할 수 있다.거절할 수 없는 유혹에 백채영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현무는 내 아들이야. 성준 씨가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아도 내가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해 찾아올 거야. 그런데...”백채영은 억울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성준 씨, 우리 세 식구 그동안 헤어져서 고생이 많았잖아. 그래서 말인데, 현무를 찾은 날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도 될까?”4년 전 이성준과의 결혼식도 시간을 너무 오래 끈 탓에 사고가 났고 이번에는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백채영의 고약한 심보가 눈에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이성준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래.”이성준의 약속을 받은 후 백채영은 기뻐하며 방을 나섰고 곧바로 이영철의 서재로 향했다.알 수 없는 이성준의 행동에 위정은 미간을 찌푸렸다.“사장님, 채영 씨가 현무 도련님을 찾아오면 약속을 번복할 생각입니까?”그는 이성준이 백채영과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하지만 이랬다저랬다 하는 건 이성준의 스타일이 아니었고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는 건 그의 원칙과도 같았다.‘줄곧 지켜온 원칙을 깨뜨릴 만큼 상황이 긴박한 건가?’이성준은 바보를 보는듯한 싸늘한 눈빛으로 위정을 훑어봤다.“얼른 백채영 쫓아가지 않고 뭐해? 어디로 가는지 지켜봐야지.”지금 나간다면 아마 이현무를 만나러 갈 것 같은데... 위정은 순식간에 깨달았다.“사장님, 중간에서 가로챌 계획이군요!”백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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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선우소훈과 온유성을 모시고 저녁을 먹던 백채영은 선우경진에게 연락이 왔다는 핑계로 방에서 빠져나왔고 나오자마자 표정이 굳은 채 멍하니 서있는 선우철과 마주쳤다.“왜 그래요?”“아영 씨, 죄송해요. 하나도 구하지 못했어요.”선우철의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사람을 시켜 남원에 있는 모든 병원과 한약방에 들렀는데 하나같이 약재가 팔렸거나 품절됐다고 하더군요.”이번에 심씨 일가에서 수입한 약재들은 희귀한 건 맞으나 시중에서 아예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드문 건 아니었다.게다가 이런 약재를 사는 사람이 워낙 적으니 어느 정도 재고가 남아있기 마련인데 전부 매진되고 품절된 건 상식에 어긋난 일이었다.“몇몇 사장님들은 죄책감을 느끼는 듯 눈빛을 피했는데 뭔가를 숨기는 것처럼 수상했어요.”가증스러운 그들의 모습에 선우철은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평소에 선우 일가의 지원으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선우 일가가 어려움에 처하자 도움을 주키는커녕 되려 돌을 던지는 모습에 허탈함을 느꼈다.하지만 아직 많은 중환자들이 선우 일가의 뛰어난 의술과 독점적인 약에 의지하여 치료받고 있고 선우 일가의 명성을 위해서든, 사람들의 목숨을 위해서든 반드시 약재를 구해야만 한다.“그 사장님들 만나러 가보죠.”선우철은 망설였다.“이씨 가문의 비밀 경호원들이 호시탐탐 아영 씨를 노리고 있어요. 지금 밖으로 나가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집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한 건 사실이다. 선우경진이 있었더라면 나가지 않았을 텐데 아무도 없는 상황이니 그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내일 밤이면 약을 끊게 되는 환자가 생길 텐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야 해요.”백아영은 단호하게 말한 뒤 빠른 걸음으로 선우 일가에서 나왔다.그녀가 한약방에 도착했을 땐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그곳에는 아직도 약재를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그러나 한약방 사장은 백아영과 선우철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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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백아영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었고 이내 부드럽게 말했다.“내일 꼭 구해올게요.”그녀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날이 어두워져서 문을 닫아야 한다는 핑계를 댔으니 낮에 다시 찾아오기로 마음먹었다.다음날, 백아영은 일부러 한약방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그들을 살폈다.누군가 약을 사러 들어가자 곧이어 뒤따라 들어갔고 그녀의 등장에 사장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흐느끼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왜 또 왔어요? 말했잖아요, 당신들이 원하는 건 여기에 없다고! 백번 찾아와도 똑같아요!”백아영은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 입을 열었다.“오늘은 들국화랑 참마 사러 왔어요.”이 두 가지는 가장 흔하고 많이 사용되는 한약재로 모든 한약방이라면 셀 수 없이 많은 양이 보관되어 있다.그러나 사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그것도 없어요!”“사장님, 뜬눈으로 헛소리하다니 참 어이가 없네요.”백아영은 고개를 들어 그가 다른 손님에게 준비하고 있는 약을 보았고 위에는 버젓이 참마와 들국화가 있었다. 약장 서랍도 열려있었는데 그 안에는 들국화로 가득했다.이를 보자 사장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이내 백아영은 선우철을 보며 말했다.“사장님이 많이 피곤한가봐요. 어차피 다 사버릴 생각이니까 가서 참마랑 들국화 전부 가져와요.”그녀는 안전을 위해 외출할 때 수십 명의 경호원과 함께 나왔고 참마와 들국화를 전부 옮기기엔 충분한 인원이었다.사장은 그들이 포댓자루로 약재를 옮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식은땀은 흘리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다리를 벌벌 떨었다.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에 그는 결국 모든 걸 내려놓았다.“아영 씨, 이렇게 부탁할게요. 제발 저희 한약방에서만 사지 말아주세요. 이러다 저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예상했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약재를 사는 것뿐인데 설마 죽기라도 하겠어요? 사장님, 이런 시시한 농담은 재미없어요.”사장은 무서움에 입술까지 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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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이성준은 주먹을 불끈 주더니 이내 검은색 카드 한 뭉치를 들고 트렌치코트를 걸친 후 창밖으로 몸을 내던졌다.30분 후, 그는 민씨 가문의 집에 나타났다.민우진과 이성준은 줄곧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기에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분노가 치밀어오른 민우진은 재벌집 도련님의 우아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이성준 씨,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선우 일가와 관계를 끊으라고 강요할 생각이면 꿈도 꾸지 마! 당신이 어떤 수단으로 억압하든 난 최선을 다해 아영 씨 도울 거니까!”어젯밤 민씨 가문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약재를 선우 일가로 보냈다.다만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희귀한 약재들은 민씨 일가도 재고가 많지 않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그 역시도 다른 한약방에 연락했지만, 약재를 팔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선우 일가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었다.이성준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할 말 다했어? 이제 내 차례지?”이성준은 검은색 카드 몇 장을 꺼냈다.“이건 내 전용 명함이야. 남원 전체에서 이 명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 명도 안 돼. 이 명함은 내 친구이자 파트너를 의미하고 있어. 믿을만한 한약방에 이 명함을 주면서 나중에 날 찾아오면 무조건 투자하거나 원하는 요구에 응해줄 거라고 얘기해. 그 대가로 선우 일가에 약재를 제공해달라고 부탁해 줘.”한약방 상인들은 지금껏 이씨 가문의 권력이 두려워 감히 약재를 팔지 못했는데, 이제 이성준 본인이 직접 약속했으니 그들도 더 이상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등가교환은커녕 누가 봐도 이성준이 밑지는 장사였다!민우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백아영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야.”민우진한테 거절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이성준은 명함을 그의 손에 쥐어줬다.“백아영한테는 얘기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민우진한테 이성준은 눈엣가시같이 거슬리는 존재였고 이성준도 마찬가지였다.당장이라도 그가 백아영의 주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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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뭐지?’깜짝 놀란 백아영은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고 눈가에 맺힌 눈물은 석양빛에 반사되며 영롱하게 빛났다.그녀의 표정에는 놀라움, 충격, 당혹감이 담겨있었다.백아영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거두었고 그녀의 작은 움직임에 민우진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마음속의 희망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된 채 현실을 마주했다.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놀랐어요? 그렇게 보답을 받을 생각은 없어요.”평온한 말투로 가볍게 말하는 건 농담하는 게 틀림없었다.그제야 마음이 놓인 백아영은 당황함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농담은 하나도 안 웃겨요.”민우진은 애써 미소를 유지했지만 그의 마음은 물에 잠긴 듯 우울했다....약재를 정리하던 백아영은 또 다른 좋은 소식을 접했다.“남원에서 불법 약물을 공급하고 있는 곳을 찾았어요. 로즈 클럽이에요.”누군가 클럽에서 몰래 약을 파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약을 사는 사람들이 젊은 남녀라는 것이다.노는 사람인 척 클럽에 들어간다면 약물을 파는 사람과 만날 확률이 극히 높아지기에 현재로서는 그게 가장 빠르고 단순한 방법이기도 하다.그렇다면...백아영은 크롭티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가족도 알아보지 못할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불편한 듯 스커트를 내렸다.“정말 괜찮을까요?”평소의 청순한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은 마치 남의 옷을 훔쳐 입은 어린아이같이 귀여웠다. 이런 모습이 처음이었던 민우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봤다.“예뻐요.”백아영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봤다.‘우진 씨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나?’옆에서 지켜보던 선우철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씰룩였다.‘귀신같은 이 꼴이 예쁘다고? 사랑에 눈이 멀었네.’그는 어색하게 기침하며 충고했다.“긴장 풀고 자연스럽게 행동해요. 어색한 모습이 보이는 순간 다른 사람들도 금방 알아챌 거예요.”그 말에 스커트를 잡고 있던 손이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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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그녀는 흥분하고 갈망하는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먹이’를 찾았다.수상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곧바로 민우진의 테이블로 향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백아영이 주위를 살피던 그때 어둠 속에서 목표물을 발견한 듯 두 남자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먹이’를 고른 백아영은 계획대로 민우진를 향해 걸어갔고 불과 10여 미터 남짓했을 때 갑자기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끌고 갔다.몸이 기울어진 백아영은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았다.“뭐 하는 짓이에요?!”그녀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들었고 희미한 불빛 속에서 보인 이성준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몇 번을 보아도 감탄을 자아내는 그의 자태에 지금 이 순간의 분위기가 더해지자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다.백아영은 심장이 움츠러들었고 가슴속에 억눌린 슬픔이 순식간에 밀려와 코끝이 찡해졌다.이성준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빈 잔을 가리켰다.“술 따라봐.”자신을 웨이터로 착각한 이성준을 보며 한편으로는 섭섭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거절했다. “저 웨이터 아닙니다.”“그래서 뭐? 어차피 너도 스폰서를 찾으려고 그 꼴로 이곳에 있는 거잖아?”이성준은 테이블에 현금 뭉치를 올려놓더니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원하는 건 다 줄 수 있으니까 잘해봐.”그의 모습에 백아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가슴 쓰라리고 애틋하던 감정은 순식간에 분노와 좌절로 변했다.‘설마 여자 꼬시러 온 거야?’사랑한다며 말해놓고 그녀를 의심하는 건 둘째라 치고, 돌아서서 이런 추잡스러운 곳에서 여자를 꼬시고 있었다니 그야말로 쓰레기였다.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백아영을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나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채 손목이 다시 그에게 잡혔고, 몸을 통제할 수 없었던 백아영은 그대로 이성준의 허벅지에 앉았다.주위의 소음에 귀가 먹먹할 정도였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숨소리가 들렸다.가깝고 익숙한 느낌에 가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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