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54화

작가: 도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0-29 18:00:00
백채영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문을 밀더니 단번에 위정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던 위정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고 정신을 차렸을 땐 백채영이 이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방안의 침대는 비어있었다.

“성준 씨는요?”

백채영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위정이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고 문을 닫았다.

‘어떡하지? 이제 끝났어!’

백채영한테 들킨 건 정말 큰 일이나 다름없었기에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몰랐던 위정은 식은땀만 줄줄 흘리고 있었다.

“웁...”

괴로움과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찬 백채영은 격렬하게 몸부림쳤고 계획에 영향 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이성준이 비밀리에 나간 일을 즉시 이영철에게 알리려고 했다!

두 사람이 다투는 사이 창문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성준이 사뿐히 창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백채영을 싸늘하게 바라봤고 위정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갑자기 쳐들어오는 걸 미처 막지 못했어요. 어떻게 처리할까요?”

평소 같으면 백채영을 기절시켜 인적 없는 곳에서 처리했을 텐데, 지금 그녀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이영철이 무조건 의심할 것이고 백채영을 통해 제갈연준의 행방도 알아내야 했으니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다.

이성준의 싸늘한 눈빛에 백채영은 두려움을 느꼈고 이간질하기도 전에 이성준의 손에 처리될까 봐 무서웠다...

그녀는 밖에 있는 경호원들이 들을 수 있게끔 일부러 큰 소리를 냈다.

“웁...”

곧이어 이성준의 싸늘한 눈빛이 사라지더니 이내 차분하게 변했다.

그는 소파로 걸어가더니 늠름하고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

“풀어줘.”

위정은 깜짝 놀랐다.

“사장님?”

지금 놓아주는 순간 백채영은 이영철에게 달려가 이 일을 알릴게 분명했고 그럼 이현무를 구하기 위해 비밀리에 준비하던 계획은 무용지물이 될 뿐만 아니라 현무의 생명도 위협받게 된다.

하지만 이성준은 늘 자신의 계획에 확신이 있는 사람이기에 위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백채영을 놓아주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355화

    그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백채영은 두 눈이 반짝 빛났다.“정말이야?”리사와 손을 잡던, 이영철의 손을 잡던 백채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두 이성준과 결혼하는 것이다.그런데 이성준이 직접 그녀와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니 어려운 길보다 쉬운 길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난 한번 내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야.”이성준은 그녀와 약속했다.그는 약속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기에 원칙적인 실수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한번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다.그러니 백채영이 이현무를 찾아오기만 한다면 이성준과 결혼할 수 있다.거절할 수 없는 유혹에 백채영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현무는 내 아들이야. 성준 씨가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아도 내가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해 찾아올 거야. 그런데...”백채영은 억울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성준 씨, 우리 세 식구 그동안 헤어져서 고생이 많았잖아. 그래서 말인데, 현무를 찾은 날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도 될까?”4년 전 이성준과의 결혼식도 시간을 너무 오래 끈 탓에 사고가 났고 이번에는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백채영의 고약한 심보가 눈에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이성준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래.”이성준의 약속을 받은 후 백채영은 기뻐하며 방을 나섰고 곧바로 이영철의 서재로 향했다.알 수 없는 이성준의 행동에 위정은 미간을 찌푸렸다.“사장님, 채영 씨가 현무 도련님을 찾아오면 약속을 번복할 생각입니까?”그는 이성준이 백채영과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하지만 이랬다저랬다 하는 건 이성준의 스타일이 아니었고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는 건 그의 원칙과도 같았다.‘줄곧 지켜온 원칙을 깨뜨릴 만큼 상황이 긴박한 건가?’이성준은 바보를 보는듯한 싸늘한 눈빛으로 위정을 훑어봤다.“얼른 백채영 쫓아가지 않고 뭐해? 어디로 가는지 지켜봐야지.”지금 나간다면 아마 이현무를 만나러 갈 것 같은데... 위정은 순식간에 깨달았다.“사장님, 중간에서 가로챌 계획이군요!”백채

    최신 업데이트 : 2023-10-30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356화

    선우소훈과 온유성을 모시고 저녁을 먹던 백채영은 선우경진에게 연락이 왔다는 핑계로 방에서 빠져나왔고 나오자마자 표정이 굳은 채 멍하니 서있는 선우철과 마주쳤다.“왜 그래요?”“아영 씨, 죄송해요. 하나도 구하지 못했어요.”선우철의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사람을 시켜 남원에 있는 모든 병원과 한약방에 들렀는데 하나같이 약재가 팔렸거나 품절됐다고 하더군요.”이번에 심씨 일가에서 수입한 약재들은 희귀한 건 맞으나 시중에서 아예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드문 건 아니었다.게다가 이런 약재를 사는 사람이 워낙 적으니 어느 정도 재고가 남아있기 마련인데 전부 매진되고 품절된 건 상식에 어긋난 일이었다.“몇몇 사장님들은 죄책감을 느끼는 듯 눈빛을 피했는데 뭔가를 숨기는 것처럼 수상했어요.”가증스러운 그들의 모습에 선우철은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평소에 선우 일가의 지원으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선우 일가가 어려움에 처하자 도움을 주키는커녕 되려 돌을 던지는 모습에 허탈함을 느꼈다.하지만 아직 많은 중환자들이 선우 일가의 뛰어난 의술과 독점적인 약에 의지하여 치료받고 있고 선우 일가의 명성을 위해서든, 사람들의 목숨을 위해서든 반드시 약재를 구해야만 한다.“그 사장님들 만나러 가보죠.”선우철은 망설였다.“이씨 가문의 비밀 경호원들이 호시탐탐 아영 씨를 노리고 있어요. 지금 밖으로 나가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집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한 건 사실이다. 선우경진이 있었더라면 나가지 않았을 텐데 아무도 없는 상황이니 그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내일 밤이면 약을 끊게 되는 환자가 생길 텐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야 해요.”백아영은 단호하게 말한 뒤 빠른 걸음으로 선우 일가에서 나왔다.그녀가 한약방에 도착했을 땐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그곳에는 아직도 약재를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그러나 한약방 사장은 백아영과 선우철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큰소

    최신 업데이트 : 2023-10-30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357화

    백아영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었고 이내 부드럽게 말했다.“내일 꼭 구해올게요.”그녀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날이 어두워져서 문을 닫아야 한다는 핑계를 댔으니 낮에 다시 찾아오기로 마음먹었다.다음날, 백아영은 일부러 한약방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그들을 살폈다.누군가 약을 사러 들어가자 곧이어 뒤따라 들어갔고 그녀의 등장에 사장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흐느끼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왜 또 왔어요? 말했잖아요, 당신들이 원하는 건 여기에 없다고! 백번 찾아와도 똑같아요!”백아영은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 입을 열었다.“오늘은 들국화랑 참마 사러 왔어요.”이 두 가지는 가장 흔하고 많이 사용되는 한약재로 모든 한약방이라면 셀 수 없이 많은 양이 보관되어 있다.그러나 사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그것도 없어요!”“사장님, 뜬눈으로 헛소리하다니 참 어이가 없네요.”백아영은 고개를 들어 그가 다른 손님에게 준비하고 있는 약을 보았고 위에는 버젓이 참마와 들국화가 있었다. 약장 서랍도 열려있었는데 그 안에는 들국화로 가득했다.이를 보자 사장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이내 백아영은 선우철을 보며 말했다.“사장님이 많이 피곤한가봐요. 어차피 다 사버릴 생각이니까 가서 참마랑 들국화 전부 가져와요.”그녀는 안전을 위해 외출할 때 수십 명의 경호원과 함께 나왔고 참마와 들국화를 전부 옮기기엔 충분한 인원이었다.사장은 그들이 포댓자루로 약재를 옮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식은땀은 흘리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다리를 벌벌 떨었다.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에 그는 결국 모든 걸 내려놓았다.“아영 씨, 이렇게 부탁할게요. 제발 저희 한약방에서만 사지 말아주세요. 이러다 저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예상했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약재를 사는 것뿐인데 설마 죽기라도 하겠어요? 사장님, 이런 시시한 농담은 재미없어요.”사장은 무서움에 입술까지 부르

    최신 업데이트 : 2023-10-30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358화

    이성준은 주먹을 불끈 주더니 이내 검은색 카드 한 뭉치를 들고 트렌치코트를 걸친 후 창밖으로 몸을 내던졌다.30분 후, 그는 민씨 가문의 집에 나타났다.민우진과 이성준은 줄곧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기에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분노가 치밀어오른 민우진은 재벌집 도련님의 우아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이성준 씨,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선우 일가와 관계를 끊으라고 강요할 생각이면 꿈도 꾸지 마! 당신이 어떤 수단으로 억압하든 난 최선을 다해 아영 씨 도울 거니까!”어젯밤 민씨 가문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약재를 선우 일가로 보냈다.다만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희귀한 약재들은 민씨 일가도 재고가 많지 않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그 역시도 다른 한약방에 연락했지만, 약재를 팔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선우 일가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었다.이성준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할 말 다했어? 이제 내 차례지?”이성준은 검은색 카드 몇 장을 꺼냈다.“이건 내 전용 명함이야. 남원 전체에서 이 명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 명도 안 돼. 이 명함은 내 친구이자 파트너를 의미하고 있어. 믿을만한 한약방에 이 명함을 주면서 나중에 날 찾아오면 무조건 투자하거나 원하는 요구에 응해줄 거라고 얘기해. 그 대가로 선우 일가에 약재를 제공해달라고 부탁해 줘.”한약방 상인들은 지금껏 이씨 가문의 권력이 두려워 감히 약재를 팔지 못했는데, 이제 이성준 본인이 직접 약속했으니 그들도 더 이상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등가교환은커녕 누가 봐도 이성준이 밑지는 장사였다!민우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백아영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야.”민우진한테 거절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이성준은 명함을 그의 손에 쥐어줬다.“백아영한테는 얘기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민우진한테 이성준은 눈엣가시같이 거슬리는 존재였고 이성준도 마찬가지였다.당장이라도 그가 백아영의 주위에서

    최신 업데이트 : 2023-10-30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359화

    ‘뭐지?’깜짝 놀란 백아영은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고 눈가에 맺힌 눈물은 석양빛에 반사되며 영롱하게 빛났다.그녀의 표정에는 놀라움, 충격, 당혹감이 담겨있었다.백아영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거두었고 그녀의 작은 움직임에 민우진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마음속의 희망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된 채 현실을 마주했다.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놀랐어요? 그렇게 보답을 받을 생각은 없어요.”평온한 말투로 가볍게 말하는 건 농담하는 게 틀림없었다.그제야 마음이 놓인 백아영은 당황함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농담은 하나도 안 웃겨요.”민우진은 애써 미소를 유지했지만 그의 마음은 물에 잠긴 듯 우울했다....약재를 정리하던 백아영은 또 다른 좋은 소식을 접했다.“남원에서 불법 약물을 공급하고 있는 곳을 찾았어요. 로즈 클럽이에요.”누군가 클럽에서 몰래 약을 파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약을 사는 사람들이 젊은 남녀라는 것이다.노는 사람인 척 클럽에 들어간다면 약물을 파는 사람과 만날 확률이 극히 높아지기에 현재로서는 그게 가장 빠르고 단순한 방법이기도 하다.그렇다면...백아영은 크롭티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가족도 알아보지 못할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불편한 듯 스커트를 내렸다.“정말 괜찮을까요?”평소의 청순한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은 마치 남의 옷을 훔쳐 입은 어린아이같이 귀여웠다. 이런 모습이 처음이었던 민우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봤다.“예뻐요.”백아영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봤다.‘우진 씨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나?’옆에서 지켜보던 선우철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씰룩였다.‘귀신같은 이 꼴이 예쁘다고? 사랑에 눈이 멀었네.’그는 어색하게 기침하며 충고했다.“긴장 풀고 자연스럽게 행동해요. 어색한 모습이 보이는 순간 다른 사람들도 금방 알아챌 거예요.”그 말에 스커트를 잡고 있던 손이 잠깐

    최신 업데이트 : 2023-10-3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360화

    그녀는 흥분하고 갈망하는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먹이’를 찾았다.수상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곧바로 민우진의 테이블로 향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백아영이 주위를 살피던 그때 어둠 속에서 목표물을 발견한 듯 두 남자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먹이’를 고른 백아영은 계획대로 민우진를 향해 걸어갔고 불과 10여 미터 남짓했을 때 갑자기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끌고 갔다.몸이 기울어진 백아영은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았다.“뭐 하는 짓이에요?!”그녀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들었고 희미한 불빛 속에서 보인 이성준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몇 번을 보아도 감탄을 자아내는 그의 자태에 지금 이 순간의 분위기가 더해지자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다.백아영은 심장이 움츠러들었고 가슴속에 억눌린 슬픔이 순식간에 밀려와 코끝이 찡해졌다.이성준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빈 잔을 가리켰다.“술 따라봐.”자신을 웨이터로 착각한 이성준을 보며 한편으로는 섭섭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거절했다. “저 웨이터 아닙니다.”“그래서 뭐? 어차피 너도 스폰서를 찾으려고 그 꼴로 이곳에 있는 거잖아?”이성준은 테이블에 현금 뭉치를 올려놓더니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원하는 건 다 줄 수 있으니까 잘해봐.”그의 모습에 백아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가슴 쓰라리고 애틋하던 감정은 순식간에 분노와 좌절로 변했다.‘설마 여자 꼬시러 온 거야?’사랑한다며 말해놓고 그녀를 의심하는 건 둘째라 치고, 돌아서서 이런 추잡스러운 곳에서 여자를 꼬시고 있었다니 그야말로 쓰레기였다.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백아영을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나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채 손목이 다시 그에게 잡혔고, 몸을 통제할 수 없었던 백아영은 그대로 이성준의 허벅지에 앉았다.주위의 소음에 귀가 먹먹할 정도였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숨소리가 들렸다.가깝고 익숙한 느낌에 가슴이

    최신 업데이트 : 2023-10-3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361화

    이성준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이제 두 사람은 서로 경계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말인가?그녀를 끌어안은 팔에 힘이 살짝 빠지면서 가라앉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심씨 일가에서 불법 약물을 거래하면 우리 집도 연루되기 마련이야.”즉 오늘 이성준도 불법 약물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왔고, 그녀와 같은 목적이었다.다만 이성준은 심씨 일가와 더욱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려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는 것이며, 그녀는 반대로 진상을 파헤쳐 심씨 일가에게 자업자득이란 무엇인지 톡톡히 가르쳐줄 작정이다.“잠시 협력할래?”이성준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빈 잔을 다시 앞으로 건넸다.이렇게 된 이상 이성준과 손을 잡고 겸사겸사 목표물까지 유인해낸다면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그러나 이성준의 품에 안겨 익숙한 냄새를 맡다 보니 그동안 있었던 일이 머릿속으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듯 마음이 괴로운 백아영은 그 흔한 거짓 웃음조차 지어낼 수 없었는데, 그런 사람 앞에서 어찌 ‘나쁜 여자’ 연기를 할 수 있겠는가?“불법 약물을 찾아내면 심씨 일가를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어차피 목적이 다르니 각자 능력에 맡기자.”백아영은 이성준에게 붙잡을 틈도 주지 않고 벌떡 일어나 잽싸게 도망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람들 틈에 섞여 모습을 감췄다.가슴이 텅 빈 느낌에 허전함이 몰려와 이성준은 와인잔에 금이 갈 정도로 세게 움켜쥐었다.백아영은 단숨에 사람이 별로 없는 복도까지 허둥지둥 달려갔다.곧이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얼굴을 가리더니 코끝이 찡했고, 속으로 못났다고 몇 번이고 욕했다.이성준이 아무리 모질게 굴어도 결국에는 또다시 상처를 입지 않았는가?“호구를 꼬시는데 배짱이 그렇게 없어서 되겠어?”남자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옆에서 울려 퍼지자 백아영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고, 패셔너블하게 차려입은 젊은이를 발견했다.노란색으로 염색한 남자는 누가 봐도 껄렁껄렁한 느낌이다.그는 허리를 굽혀 백아영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최신 업데이트 : 2023-10-3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362화

    어차피 뾰족한 수는 없는지라 죽기 살기로 맞서 싸우기로 했다.백아영이 은침을 꼭 쥐고 1대8로 상대하려는 순간, 싸늘한 얼굴로 다가온 이성준을 발견했다. 그의 공격 몇 번으로 놈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했다.심지어 제일 가까이에서 춤을 추던 사람마저 눈치채지 못했다.백아영은 땅바닥에 널브러진 청년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이성준을 번갈아 보았다.“감시카메라가 사방에 널려 있어서 곧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얼른 움직여야 해.”이성준이 성큼성큼 다가와 노란 머리를 둘러업고 백아영을 데리고 후문으로 나갔다.그러고 나서 뒷좌석에 쑤셔 넣은 뒤 시동을 걸고 쏜살같이 달렸다.그와 동시에 백아영에게 말했다.“깨워서 창고 주소 알아내.”척척 돌아가는 상황에 백아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다. 아무리 이성준과 손잡기 싫어도 이미 그의 차에 타지 않았냐는 말이다.차 문도 잠겨 있어서 뛰어내리기에도 늦었다.비록 썩 내키지 않았지만, 심씨 일가 사람이 눈치채서 창고를 옮기기 전에 먼저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결국 어쩔 수 없이 노란 머리를 깨웠다.“당신들 누구야? 뭘 원하는 거야? 당장 풀어주지 못해? 아니면 사람 불러서 죽여버릴 테니까!”노란 머리는 험상궂은 얼굴로 협박했다.다만 밧줄에 꽁꽁 묶인 채 협박한들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백아영은 일부러 냉혹한 모습을 유지한 채 은침을 들고 그의 혈자리를 찔렀다. 갑자기 밀려오는 고통에 노란 머리는 얼굴이 일그러졌고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아악! 아파! 당장 이 침 빼내라고! 아야...”이내 느긋하게 은침을 하나 더 꺼내 손가락에 끼웠고,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침 하나만 더 놓으면 고통은 두 배가 될 거야. 그리고 앞으로 근육통 때문에 평생 괴로워할지도 몰라.”고작 침 하나로 참기 힘들 정도인데, 하나를 더 놓겠다고 하면 어떤 후과가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결국 지레 겁먹고 울면서 애원했다

    최신 업데이트 : 2023-10-31

최신 챕터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6화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도 백아영은 입맛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몇 입 먹고 난 뒤 배가 아플 정도였다. 그녀는 이성준의 품에 안겨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이성준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껴안고 자리에서 크게 화를 냈다. “윌리엄스, 혹시 음식에 독을 넣은거예요?!”윌리엄스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져서 급히 변명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 백아영은 힘겹게 이성준의 손목을 잡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윌리엄스가 독을 넣지 않았어. 내가...”“너 왜 그래?” 이성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아영을 안은 팔뚝을 가볍게 떨었다. 백아영은 몹시 아팠지만 눈길은 부드러웠고 약간 희색을 띠었다. “윌리엄스에게 실례지만, 국왕께 하룻밤 묵을 방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줘.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를 불러줘.”이성준이 눈치를 채지 못하자 백아영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방금 맥을 짚었는데, 나 임신했어.” 이성준의 동공은 움츠러들었다가 한참 만에 겨우 회복되었다. 찰나의 놀라움 뒤에는 오히려 걱정이 밀려왔다.“임심했는데 통증이 이렇게 심해?”그는 조바심이 나서 윌리엄스에게 의사를 불러오도록 재촉했다. 백아영은 아파서 힘이 없었던 나머지 그의 품에 푹 기대어 있었다. 전에 백아영은 이런 비슷한 환경에서 한 아이가 강제로 유산되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산에 가서 실랑이를 벌였고, 이로 인해 병세가 심했다. 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고생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아영은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상적이야.”‘정상이라니?’ 이성준은 다른 여자가 임신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몰랐지만, 백아영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둘째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8개월 후. 산부인과 수술실 문이 열리자 이성준이 급히 달려들였다. 점잖던 남자는 안달복달한 얼굴로 물었다.“제 마누라는 어때요? 무사한가요?”“모녀는 무사합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5화

    집사는 경악했다.“폐하, 그들은 굴러들어 온 복도 차버리니 분명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윌리엄스의 안색을 본 집사는 목이 메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윌리엄스는 조금 전까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성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경외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간신히 이빨 사이로 글자를 밀어냈다.이, 이 대표?” 이성준은 경멸하듯 그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윌리엄 집안의 자식이 확실히 다 컸네.” 윌리엄스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했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 이성준을 처음 만났다. 그때 이성준은 아직 소년이었지만, 기세가 등등하고, 과감하며, 감히 국왕인 윌리엄스의 아버지와 거래를 논했다. 그 당시 그의 아버지조차도 이성준을 대단하게 여겼다. 심지어 윌리엄스에게 앞으로 절대 이성준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 나라의 세력이 처참하게 약해질 것이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성준은 악마라고 마음에 새겨 두었다. 게다가 윌리엄스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 이성준은 그의 나라에 협조하지 않는 대신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반년 동안 누워계셨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윌리엄스는 일찌감치 이번 생은 절대 H 국에 가지 않기로 했고, 절대로 이성준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거래 협력을 모두 점진적으로, 완곡하게 해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상 악마를 멀리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다. 백아영은 뜻밖에도 이성준의 아내였다! 어떤 생명의 은인 규칙, 첫눈에 반한 사랑 따위는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어떤 계획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왜 행동을 하기 전에 백아영의 신원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후회되었다! 악마를 끌어들여 버렸다... “복을 차버린다나 뭐라나,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윌리엄스가 집사를 발로 매우 세게 찼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4화

    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도 일어서더니 기세등등하게 백아영과 이성준을 포위했다. 험상궂은 얼굴의 한 남자가 환영 반 협박 반인 어투로 말했다. “두 분, 차에서 내리십시오.”차 밖에서는 윌리엄스가 활짝 웃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아영이 차에서 내리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곁에 있던 집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폐하, 궁전의 수비를 모두 강화 완료했습니다. 궁전 주위에 800명의 호위 병사를 추가로 파견했어요. 이분들은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되셔서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혼 변호팀 사람들은 이미 도착하셨고 두 분이 차에서 내리시면 바로 처리할 수 있어요.”“폐하, 곧 미인을 품에 안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윌리엄스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갔다. 산 위에서 백아영의 워낙 강인한 모습에 사람도모자라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은 백아영의 대단한 솜씨도, 그녀의 남편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념할 수밖에 없다. 모두 생명의 은인으로 보고 첫눈에 반하게 만든 백아영 탓이었다. 그는 이 나라의 왕이다. 그가 마음에 드는 한 반드시 그의 것이다. 또한 결혼 후 백아영을 자신의 매력에 매료시켜 점차 이성준을 잊게 할 자신이 충만했다. 윌리엄이 생각을 하던 중, 차 문이 열리고 관광버스에서 백아영이 내렸다. 윌리엄스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그녀를 반겼다.“아가씨, 또 뵙네요.”윌리엄스가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고 백아영은 입을 다물었다. 백아영의 뒤로 큰 덩치의 이성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머리 위로 이성준은 차갑게 말했다.“내 아내를 뺏으려는 게 너야?” 이성준은 포위망 속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의 구역에서 그는 독 안에 든 쥐였지만 그는 움츠러들지도 않고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이성준의 기는 모두를 앞질러 버려 마치 모든 것을 장악하는 왕인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서늘한 몇 글자가 사람을 더욱 섬뜩하게 했다. 집사는 높은 인물들을 많이 보았었기에 즉시 이성준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이곳은 그들의 궁전이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3화

    윌리엄스는 어안이 벙벙했다.백아영의 솜씨는 정말 놀라웠다. 그녀의 기묘한 침을 꽂는 기술이 더욱 놀라웠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백아영의 몸에는 빛이 보였다.그녀의 아름다움은 남달라서 비길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백아영은 여전히 은침을 손에 들고 윌리엄스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만 좀 건드리세요. 알아들으셨죠?”“저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윌리엄스의 의욕 넘치는 말은 눈앞으로 가까워져 오는 침에 놀라 목이 메었다. 순식간에 덮쳐 온 위험과 두려움이 그를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게 했다.백아영은 다시 경고했다.“잘 가세요. 바래다 드리지는 않을게요.”젊고 고집스러운 윌리엄스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위협은 그를 이성적으로 뒤로 물러나 타협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백아영은 바늘을 다시 집어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네 부하는 경련을 일으키다가 10여 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몸을 일으키자 멀리 떨어진 곳에 백아영이 보였다. 비록 뒷모습뿐이었지만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폐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부족했어요.”윌리엄스는 백아영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너희 탓이 아니야. 저 소녀가 너무 강할 뿐이야. 가자. 이제 내려가야지.”부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여왕님을... 그냥 이렇게 포기하시려고요?”윌리엄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그럼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겠어?”말이 통하지도 않고 싸워서 이기지도 못하니 부하는 조용히 입을 꾹 닫았다.하지만 윌리엄스는 미소를 띠었다.“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이야.”이성준은 열매 한 봉지 가득 따왔다. 그는 열매를 깨끗이 씻은 뒤 쟁반에 담아 백아영 앞에 대령했다. 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방금 돌아오는 길에 들었는데 누가 너를 귀찮게 했다면서?”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문제를 일으켰어.”이성준은 자초지종을 듣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2화

    백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아파서 머리까지 다쳤나. 걱정 마세요, 위험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돌아가시면 의사부터 보세요. 잘 케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백아영은 진지하게 당부했지만 상대방은 한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백아영이 그만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저 지금 진지해요.”“이것은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은 반드시 몸으로 갚아야 합니다.”윌리엄스 왕족?백아영은 입헌군주제인 국가에 왔다. 이곳은 현대사회와 어우러졌지만 여전히 왕권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의 왕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하고 성숙하며 상당한 재주를 가졌다고 전해졌다. 왕은 1년 넘게 국가 정무를 질서 있게 처리했다.다시 이 풋풋하고 고집 센 청년을 본 백아영은 목이 메었다. 왕은 소문과는 좀 다른듯했다.백아영은 청년한테 잡힌 손을 빼냈다.“그냥 눈에 보여서 구해준 거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리고 저는 결혼까지 한 여자에요.”“결혼하셨군요...”청년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젊고 예쁜 백아영이 일찍 결혼했으니 흔치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청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는 재혼에 대해 편견이 없어요. 남편분과 이혼해도 그대를 왕후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저는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청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제야 난처한지 땅바닥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백아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슨 복잡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다.곧이어 청년도 벌떡 일어났다. 너무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인지 몸을 휘청거리자 곁에 있던 남성이 얼른 그를 부축해 주었다.청년은 휘청거리는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그의 맑은 눈은 어느새 포악해졌다.“아가씨, 억양을 들어보면 외국인인 것 같네요. 아직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룰에 대해 잘 모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1화

    하지만 백아영은 현무가 힘들어할까 봐 차마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관광지 한 곳만 더 돌고 남원에 돌아갈 생각이었다.이성준은 진지하게 말했다. “출산 장려 정책은 참 옳아.”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자식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현무도 동생이 생기지.”어린 노동자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그의 뜻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이성준은 방긋 웃으며 백아영을 벽에 바짝 붙였다. “여보, 우리 현무에게 동생 만들어주자.”이날 현무와 백아영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화면 속에서 백아영의 안색은 살짝 하얗게 보였다.하지만 별다르게 불편한 곳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낮에 산에 오르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괜찮아,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럼, 내일 일단 산을 내리지 말고 호텔에서 쉬는 거예요?”내일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백아영은 단호하게 답했다.“맞아.”그제야 현무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통화를 끊고 백아영의 이마에 길쭉한 손이 닿았다. 이성준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실제로 봤을 때 백아영은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성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 내가 의사인데 모르겠어?”“하룻밤을 묵어도 좋으니까, 난 네가 좋아하는 열매를 좀 따올게.”이 산의 열매는 특산물이었기에 백아영이 매우 좋아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후, 이성준은 혼자 산꼭대기에 가서 열매를 땄고, 백아영은 아름다운 산기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침 풍경을 감상했다. 그녀는 조용히 열매를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찻집 안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도와주세요! 여기 도와주세요!”“의사 없어요? 응급처치할 줄 아는 사람 혹시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저의 도련님을 살려주세요...”식당에서 대략 이십 대 초반의 한 청년이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0화

    한 달 뒤.인천공항에서 현무는 양복을 차려입고 반듯하게 서서 웃음을 가득 머금고 백아영을 배웅했다.“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다 와요. 여기 일은 저한테 맡겨요.” 현무는 이성준의 아들답게 한 달 만에 기본적인 경영 업무를 배웠고, 심지어 위정을 도울 수 있었다.또한 그는 이성준의 외아들인 만큼 이성그룹의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도 모든 주주와 직원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기에 일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성준의 한 달간 밑받침을 잘 깔아놓은 덕에 안심하고 현무와 위정에게 이성그룹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위정의 불평도 적어졌다. 그는 앞으로 일할 날에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내 아들 최고.”백아영은 현무를 꼭 끌어안고 그의 볼에 쪽 뽀뽀했다.“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영상통화 해. 날마다 기분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누가 감히 너를 괴롭히면, 엄마와 아빠가 바로 날아와서 때려 놓을 거야.”백아영의 품에서 현무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순간 엘리트에서 어린 아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하지만 이성준의 말과 백아영의 행복을 생각하며 현무는 마음을 가다듬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엄마 걱정하지 마, 외삼촌과 위정 아저씨가 계셔서 아무도 날 못 괴롭혀. 내가 좀 더 크면 내가 엄마를 보호해야 해.”백아영은 감동되어서 감정이 벅차 놀랐다. 현무는 너무 든든한 아들이었다.선우경진은 팔짱을 낀 채 한쪽에 서 있었다. “이씨 가문의 일은 해결됐지만 아직 선우 일가가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 마.”“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아이템도 많이 생각해 둬.”한 달 동안 그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급한 불은 거의 다 껐다. 하지만 의학은 끝이 없고 신약 연구는 더 중요했기에 선우경진은 수시로 백아영을 감시했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다른 곳에서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얻으면 신약을 개발하는데 더 쉬웠다.이성준은 한쪽에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9화

    현무는 계획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만,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는 좀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이성준은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성준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바로 계획을 하나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았다.현무는 골똘히 생각했다.“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매일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것과 함께 있는 것을 동시에 이룰 수 없어.”“왜요?”현무가 공부해서 잘하고 매일 학교 갔다 오면 자연스레 백아영을 볼 수 있고 그녀도 즐거워하는 게 일상이었다.“너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었어?”현무가 네 살 되기 전까지 백아영은 그의 곁에 있어줄수 없었다. 백아영이 돌아온 후, 비록 온 가족이 드디어 모였지만,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고 때마다 백아영은 떠나야 했고, 항상 바쁜 일상에 기쁠 때도 있었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았다. 현무는 그런 백아영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엄마는 나와 함께 있어서 기분이 나쁜 거예요?”어린 현무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돌기도 전에 이성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엄마가 놓인 상황 때문이지. 남원에서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과 언제든지 생기는 변화 때문이야.”“만약 누군가가 이 짐을 대신 나눠주고, 그런 일들을 완전히 해결해 주고, 엄마가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준다면 매일 즐거워할 거야.”현무는 어리지만 총명해서 즉시 이성준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빠, 제가 엄마의 일을 나누어서 해도 돼요?”이성준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너는 할 수 있어.”“그런데 힘들 거야. 엄청 힘들 수 있어. 대신에 엄마를 오랫동안 못 볼 텐데, 그래도 할래?”현무는 힘든 것은 두렵지 않지만, 오랫동안 백아영을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현무는 머뭇거렸다. 그는 섭섭해서 고뇌했다.“나 그냥 엄마랑 여행 가면 안 돼?”이성준은 자애로운 아버지의 미소를 지었다. “네가 경영대를 일찍 졸업하면 돼.”현무는 지능이 높아서, 월반하는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8화

    이성준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은퇴할 생각이야.”‘역시!’백아영이 머릿속으로만 하던 황당한 추측을 이성준 입으로 직접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왜 이성준이 갑자기 도망 오려 했던 건지, 그리고 왜 그 큰 짐을 위정과 선우경진한테 내던졋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성준은 그들을 훈련하고 있었다.수단이 좀 잔인했을 뿐이다.“왜 갑자기 은퇴하고 싶은 거야?”백아영은 아직 앞날이 밝은 이성준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성준은 백아영을 응시하며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쓱쓱 만졌다.“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이성준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아 수많은 고통을 겪었다.이성준의 괴로운 심정은 눈에 훤히 비쳤다.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영아, 앞으로 남은 생 동안 나는 네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은퇴하고 쇼핑센터를 떠나면 원한도 모두 훨훨 털어 버릴 수 있다. 두 사람은 세계 여행하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백아영의 머릿속은 멍해졌다.백아영은 이성준이 은퇴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자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성준이 계획한 미래에 항상 그녀가 있었다. 그의 미래는 온통 백아영 한사람이었다.백아영은 감동되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가 환상하던 미래는 정말 기대할 만한 것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내가 선우경진과 위정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아.”겨우 보름밖에 안 되었는데, 그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참지 못하는데 정말 큰 일이라면 더 감당하기 어려워할 게 뻔했다.이성준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사색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현무 이제 다섯 살이니까 남자 다 됐지.”백아영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현무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지?”이성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안 될 게 뭐가 있어?”‘안 될 게 뭐가 있겠냐고? 현무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이성준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다섯 살 때, 이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