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916 챕터

제371화

시선이 마주치려는 찰나 백아영이 잽싸게 쪼그려 앉았고, 사람 벽 사이로 몸을 숨겼다.이성준의 눈에는 길길이 날뛰며 욕설을 퍼붓는 여자만 들어왔다.비록 명문가 자제이지만, 품격이나 아량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고 갑질하는 모습이 눈꼴 사나웠다.그는 무심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심유미도 이런 일에 관심 없는지라 이성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성준 씨, 성무열이 도착했다고 하는데 찾으러 가실까요?”성무열이 귀국해서 사업을 확장할 의향이 있는 이상 이씨 가문의 라이벌이 되기 마련이다. 만약 백아영과 먼저 접촉하게 된다면 선우 일가에게 재기하는 기회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선우 일가를 어떻게 무너뜨렸데, 심유미와 이영철이 어찌 이런 상황을 용납할 리가 있겠는가?따라서 오늘 밤의 목표는 성무열에게 협력을 제안하는 것이다.이 바닥에서는 오로지 이익만 존재할 뿐, 영원한 적은 없다.하락세를 걷는 선우 일가와 막강한 이씨 가문 사이에서 성무열도 어떤 선택을 내릴지 뻔할 테니까.이성준의 안색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비록 이영철의 강요에 못 이겨 떠밀려 오긴 했지만, 성무열과 협력하는 걸 반대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해야만 백아영은 철저히 단념하고 남원을 떠나 현재의 분쟁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그는 더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한편, 자기 앞에 쪼그리고 앉은 백아영을 보며 여자는 기고만장한 얼굴로 다리를 들어 올렸는데, 신발이 백아영의 얼굴에 닿을 지경이었다.“닦아!”이를 본 주변의 손님들은 다소 측은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서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백아영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사람들 다리 사이로 이성준과 심유미의 발이 다른 방향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제야 조마조마하던 가슴을 쓸어내렸고, 한편으로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씁쓸함이 몰려왔다.그녀는 심호흡하더니 애써 마음을 다스리고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디저트 박스를 주웠다.이때, 분노에 가득 찬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1-03
더 보기

제372화

백아영과 성무열의 악연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다.당시 성씨 일가는 남원에서 이씨 가문과 1, 2위를 다투는 최고의 명문가에 속했다.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성씨 일가의 도련님으로서 성무열은 늘 친구들 사이에서 ‘왕’ 대접을 받았다.그러나 ‘왕’ 노릇에 질린 그는 문득 평범한 학교에 가서 공부하기로 했다. 심지어 심이안으로 이름도 바꾸고 마치 일반 중산층 집안 자녀인 척 ‘평민’의 삶을 체험했다.우월한 외모에 성격까지 튀어서 금세 학교의 인기남으로 등극했다.때마침 성무열에게 또 한 번의 무료함이 찾아온 순간, 어느 날 농구 경기에서 멋지게 3점 슛을 성공시키는 그의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는 수많은 여학생 사이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백아영을 발견했다.머리를 높게 묶고 순백색 원피스를 입은 채 책을 끌어안은 청순하면서도 얌전한 모습은 무리 지어 소리 지르는 여학생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그녀에게 관심이 생긴 성무열은 일부러 접근하기 시작했다.그러나 매력이 아무리 넘쳐도, 얼굴이 아무리 잘생겨도, 농구를 아무리 잘해도, 스케이트보드를 아무리 잘 타도 결국은 그녀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심지어 공부나 방해하지 말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처음으로 좌절을 겪어본 성무열은 이런 철벽녀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승부욕이 자극받은 결과 백아영에 대한 ‘광적인 추구’가 시작되었다.청소년의 연애는 안 그래도 유치한데 성무열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고 볼 수 있었다.그는 마치 밥 먹고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백아영의 관심을 끌려고 하루가 멀다 하게 그녀를 귀찮게 했다.머리를 잡아당기고, 책상에 물을 붓고, 숙제까지 훔쳤다.백아영의 평화로운 학교생활은 금세 엉망진창이 되었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과 다름없었다.나중에 그가 갑자기 전학 갔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무려 3일 동안 자축했고, 그 뒤로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세월이 흘러 10년 뒤에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망나니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1-03
더 보기

제373화

“재벌 집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정략결혼 하는 가문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성무열의 말을 들은 백아영은 기가 찼다. 비록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자신이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으려고 했다. 결혼, 감정 등은 그에게 고작 게임에 불과했다.“미안.”백아영은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난 이익을 위해 결혼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우리 집에서도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도움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결코 이런 식은 아니야.”가치관이 다른 이상 이 협상은 결렬된 것과 다름없다.그러나 여태껏 가슴에 품은 여자를 위해 일부러 귀국까지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알았어, 알았어. 결혼이 싫으면 별수 없고, 요구를 낮추면 될 거 아니야?”이내 그윽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지그시 바라보며 추파를 던졌다.“2달 동안 내 여자친구가 되어줘. 혹시라도 그 전에 사랑에 빠진다면 나랑 결혼하고, 그래도 별 감정이 없으면 헤어져. 절대로 매달리지 않을 테니까.” 이는 백아영에게 아주 유리한 조건이다. 딱 2달만 참고 견디면 되지 않은가?다만...“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성무열과 사랑에 빠지는 일은 절대로 없기에 전혀 고민거리가 안 되었다.그러나 이 제안을 승낙하는 순간 거짓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성무열은 피식 비웃었다.“이성준? 민우진? 둘 중 누구든 상관없어.”이내 백아영의 앞으로 바짝 다가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더니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아영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 몰라? 2달이면 사랑에 빠지기 충분하지! 물론 실패한다고 해도 내 탓이니까 깔끔하게 인정할게.”자신감이 넘치는 성무열의 모습에 백아영은 할 말을 잃었다. 굳이 이성준 때문이 아니더라도 성무열과 사랑에 빠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아영아, 난 오늘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와서 빈손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야.”성무열은 기세등등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낯익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만약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1-03
더 보기

제374화

주변의 온도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성무열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이성준의 눈빛은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다.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죄책감을 느꼈지만, 나란히 서 있는 이성준과 심유미를 보자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미 갈라선 이상 더는 아무 관계도 아니지 않은가? 굳이 따지자면 원수이자 적수일 텐데.그녀가 누구와 있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말이다.잠깐의 충격을 끝으로 심유미는 정신을 차리고 비아냥과 경멸이 가득한 표정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아영 씨가 선우 일가의 재기를 위해 선뜻 몸까지 팔아버릴 줄은 몰랐네요?”첫 만남에 연인 관계를 맺었다는 건 단지 겉모습에 끌려 대가를 필요로 한 거래일 뿐, 결코 사랑이 아니다.백아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즉시 반박하려는 순간 성무열과 2달 동안 사귀겠다는 약속이 떠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비록 몸까지 팔면서 타락한 정도는 아니지만, 감정을 이용하여 거래를 한 건 사실이기에 괜히 떠벌려 봤자 본인만 난처할 것이다.성무열은 그녀를 지켜주기라도 하듯 어깨를 더욱 다정하게 끌어안았다.“말에 가시가 잔뜩 돋쳐 있네요? 유미 씨랑 성준 씨가 여기까지 찾아온 목적도 저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가 아닌가요? 하지만 포기하세요. 제가 귀국한 이유는 사실 아영 때문이거든요.”이내 고개를 돌려 애틋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지그시 바라보았는데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우린 소꿉친구로서 한 번도 서로를 잊은 적이 없죠. 결국 돌고 돌아 만나게 될 운명인데 당신들 따위가 끼어들 틈이 어디 있겠어요? 내가 있는 한 아영을 괴롭히는 건 꿈도 꾸지 마세요. 그동안 우리 아영이가 받았던 수모와 모욕은 제가 대신 일일이 갚아 줄 거예요!”백아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를 소꿉친구라고 칭하다니?어떻게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허튼소리를 할 수 있지?그러나 체면이 살아난 건 사실이다. 앞에 서 있는 심유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화가 나서 이만 바득바득 갈았다.백아영과 성무열이 그런 인연이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1-03
더 보기

제375화

“아영은 제 여자친구니까 괜히 집적거리지 말고 처신 잘하세요.”말을 마친 그는 백아영의 손을 잡고 억지로 깍지를 끼더니 이성준의 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며 자랑했다.이성준은 허공에 멈춘 손으로 주먹을 꽉 쥐더니 핏줄이 불끈 튀어 올라왔고, 살기가 솟구쳤다....디너쇼가 끝난 뒤 제이드 펜션을 나선 심유미의 안색이 유난히 어두웠다.그녀는 이를 갈며 말했다.“성준 씨, 설마 이대로 포기하는 건 아니죠? 선우 일가와 성씨 일가가 손잡는 꼴을 마냥 지켜보기만 할 거예요?”이성준의 낯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온몸으로 냉기를 뿜어냈는데, 살아있는 빙산이 따로 없었다.또한, 말투는 딱딱하고 서늘하기만 했다.“협력 건에 대해 당신이랑 제이드 펜션까지 같이 가준다고만 했지, 협상이 결렬해도 나랑 상관없죠.”말을 마친 그는 심유미를 지나쳐서 차에 올라탔다.길가에 서서 멀어져 가는 마이바흐를 바라보던 심유미는 화가 나서 발만 동동 굴렀다.이성준은 단지 형식적으로 협조하는 척했다. 결국 일부러 눈감아 준 거랑 뭐가 다르냐는 말이다.선우 일가와 성씨 일가의 협력으로 인해 그녀의 모든 계획이 틀어졌기에 얼른 수습해야만 했다.심유미는 서둘러 심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비록 이성준은 분노가 차올라 성무열을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지만, 이성적으로 성무열과 선우 일가의 협력은 백아영에게 유리한 점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성씨 일가는 선우 일가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며 백아영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둘이 손을 잡는다고 해서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위정아, 알아냈어?”이성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운전하던 위정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족히 3초가 지나서야 힘겹게 입을 열었다.“백아영 씨와 성무열 씨는 중학교 동창인데, 당시 두 사람이... 확실히 연인 관계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학교 다닐 때 심이안이 백아영에게 집적거린 탓에 백아영은 성가시다고 여겼을지 몰라도 남이 보기에는 단지 연인의 장난에 불과했다.게다가 심이안은 워낙 제멋대로인지라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1-04
더 보기

제376화

성무열은 사람 됨됨이가 부족할지라도 일 처리 하나는 끝내주었고 그날 밤 바로 선우 일가의 펜션을 산 후 가족 모두를 돌려보냈다.선우소훈과 온유성 앞에서는 예의 바른 사람인 척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그의 모습에 백아영은 소름이 돋았다.“선우 일가의 재산도 이틀 동안 회수될 거고 그러면 한약방은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됩니다. 이번 사건이 선우 일가의 명예에 먹칠한 건 맞으니, 사업에도 치명타를 입을 겁니다. 곧바로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잠깐의 휴식을 취하면서 심씨 일가의 프로젝트를 빼앗는데 집중하는 걸 제안합니다. 강원의 약초원은 심씨 일가의 가장 큰 사업입니다. 이걸 빼앗는다면 무조건 혼란에 빠질 거고 그 틈을 노려 약점을 알아내면 승산있는 싸움입니다.”진지하고 논리정연하게 말한 그의 생각은 백아영이 세운 계획과 거의 맞아떨어졌고, 처음으로 성무열을 다시 보게 되었다.‘트집 잡고 돈만 많은 줄 알았는데 능력도 나쁘지는 않네.’병상에 누워있던 선우소훈은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그렸고 주름 가득한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좋은 생각이군! 아영이가 이번에 훌륭한 파트너를 만났구나! 그런데...”선우소훈이 걱정이 앞섰다.“왜 이렇게 도와주시는 거죠? 혹시 요구 사항이라도?”이익 없는 일에 나서는 건 사업가의 마인드에 어긋났기에 선우소훈은 백아영이 불평등한 계약을 제안받은 건 아닌가 싶어 걱정됐다.여자친구가 되는 조건으로 거래했다는 걸 알게 되면 병세가 더욱 심해질 선우소훈이 생각난 그녀는 무조건 이 일을 숨기기로 결정하고 돌아오기 전 성무열과 입을 맞췄다.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성무열을 바라보는 백아영과 달리 그의 두 눈에는 애틋함이 맴돌더니 곧이어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며 사람들 앞에서 백아영의 손을 잡았다!숨겨주기로 약속해 놓고 이렇게 배신하다니!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한 백아영은 손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수록 성무열은 더 꽉 잡았다.“어르신,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저랑 아영이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고 연인이었어요.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1-04
더 보기

제377화

백아영이 다른 사람과 만나고 있다!“아영 씨...”민우진은 쉰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니죠? 한 번도 언급한 적 없는 사람이잖아요. 이 사람과 만나고 있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죠?”선우소훈과 온유성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에 민우진까지 나타나다니!그의 날카로운 질문에 백아영은 미쳐버릴 지경이었다.민우진을 바라보는 성무열의 눈빛에는 적개심이 가득했다.‘이성준, 민우진 모두 백아영한테 감정이 남아있네!’하루 만에 만난 두 명의 라이벌을 생각하며 성무열은 이참에 완벽하게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입을 삐쭉 내밀더니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백아영을 바라봤다.“아영아, 나에 대해서 얘기했던 적 한 번도 없어? 우리 집은 내가 너 아니면 결혼 안 한다는 것까지 다 알고 있는데.”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성무열을 당장이라도 걷어차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저 째려볼 수밖에 없었다.온유성과 선우소훈이 지켜보고 있으니 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그때는 무열이가 떠났다는 게 너무 충격이었고 큰 상처로 남았어요. 차마 언급할 수가...”“그래서 지금은 용서한 거예요?”민우진의 목소리에서는 그의 다급함이 느껴졌다.“그때는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이니까... 이 사람 탓은 아니죠.”백아영은 이런 말을 하는 자신한테 역겨움을 느꼈다.그녀의 말에 민우진은 벼락을 맞은 듯 큰 충격을 받았고 눈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동안 옆에서 지켜주고, 아껴주고 행여나 백아영이 겁먹지는 않을까 고백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며 미뤘다.그러나 그가 지키고 기다린 세월은 첫사랑이 돌아온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첫사랑의 등장만으로 백아영이 흔들리다니, 지금 보니 민우진의 사랑과 기다림은 그저 우스갯거리에 불과했다.그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조심스러워하며 시간을 헛되이 보낸 자신을 원망했다.조금 더 일찍 마음을 표현했더라면...“아영이를 잘 챙겨주는 가장 친한 친구라고 들었어요.”사람들을 등진 채 민우진을 바라보고 있는 성무열의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1-04
더 보기

제378화

“그동안 챙겨줘서 고맙다고 했지. 별말 안 했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나 봐.”성무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거짓말을 하더니 자연스레 백아영을 끌고 방으로 돌아갔다.“시간이 별로 없어. 이틀 후면 약초원 경매 프로젝트가 시작될 텐데 연구에 집중해야지.”그의 말에 백아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잡생각마저 사라졌다.이번 경매에서 약초원을 입찰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했기에 백아영은 심씨 일가의 사업 프로젝트를 면밀히 파헤치기 시작했다.그렇게 잠을 자지도, 밥을 먹지도 않고 연구에 전념했다.다음날 성무열이 시건방지게 다가와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힐끗 보더니 집중하고 있던 백아영을 방해했다.“데이트하러 가자.”백아영은 거절했다. 경매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 어찌 데이트할 수 있겠는가!“남자친구랑 데이트하는 건 가장 기본적인 일인데 싫어? 이런 게 싫으면 나랑 자러 갈래?”기대감으로 반짝이는 그의 눈빛에 등골이 오싹해진 백아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래, 데이트 하자!”데이트라면 영화를 보거나 쇼핑하는 걸 생각했겠지만 성무열은 아니었다. 그는 백아영과 함께 클럽에 갔다!클럽은 그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장소 중의 하나였고 남녀 사이에 불꽃이 가장 빨리 튀는 곳이기에 백아영도 분명 좋아할 거라고 착각했다.“...”어차피 데이트해도 흔들릴 마음조차 없으니 백아영은 놀러 온 셈치고 즐기기로 했다.그 시각 이씨 가문의 본가.서재에서는 술 냄새가 진동했다.이성준 앞에는 술 몇 병이 놓여있었고 그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깊은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었다.백아영과 성무열이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줄곧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무기력함을 느꼈다.분노가 치밀어 올라도 이현무를 찾기 전까지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또 술 한잔을 마셨다.“사장님.”그때 조심스럽게 문을 열며 들어온 위정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몇 초간 망설이다 용기 내어 말을 꺼냈다.“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1-04
더 보기

제379화

그런데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커다란 손에 손목이 잡혔다.고개를 들자 눈앞에 나타난 이성준의 얼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차갑고 싸늘한 그의 표정에는 살기까지 맴돌아 험상궂었다.“주량이 안되면 게임 하지 말아야지?”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지만 꾸짖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를 향한 걱정이 느껴졌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백아영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이성준을 바라봤다.“제 여자친구가 놀고 싶어 하든 말든 그건 성준 씨가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은데요?”성무열은 백아영의 어깨를 감싸며 과시했고 그의 행동에 눈빛이 어두워진 이성준은 살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무열 씨가 남원에 돌아왔는데 당연히 제가 대접해야죠. 이 게임은 저랑 해요.”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성무열의 친구였지만 그들 역시도 이성준을 두려워하고 있었다.이성준과 진실 게임을 하게 되는 상황이 올 거라고는 감히 상상할 엄두조차 못 냈다.게다가 살인을 저지를 법한 살벌한 분위기에 어찌 게임을 할 수 있겠는가?강현은 성무열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이만하고 끝내자.”‘데이트를 망쳤는데 이대로 끝낸다고? 꿈도 꾸지 마.’성무열은 이성준을 바라보며 야비한 웃음을 지었다.“좋아요. 모든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자신이 있다면 한번 놀아보죠.”자리에는 성무열의 사람들로 가득했기에 누가 봐도 이성준이 지는 상황이다.성무열은 데이트에 끼어든 이성준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다!더 이상 단순한 게임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에 백아영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렸다.“무열아, 나 몸이 안 좋아. 집에 데려다줘.”백아영의 속셈을 모를 리 없었던 그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사랑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자기야, 조금만 기다려 줘. 내가 어떻게 이 게임에서 이기는지 보여줄게!”성무열은 이 자리에서 기필코 이성준을 무너뜨리고 싶었다.백아영이 계속하여 말을 이으려던 그때 이성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자들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1-05
더 보기

제380화

기분 상한 이성준의 모습에 성무열은 마음속의 답답함이 조금 풀렸다.이성준을 이기는 건 힘들지만, 그의 부러움과 질투심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미친놈.’백아영은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진실만 말하기로 약속해 놓고선 방금 말했던 모든 것들이 지어낸 허튼소리에 불과했다. 백아영은 그와 함께 눈을 본 적도, 눈사람을 만든 적도 없었다.눈 올 때마다 토끼보다 빠른 속도로 기숙사 건물로 뛰어갔던 사람이 성무열이었다!“진정성 있게 게임을 해야지.”백아영은 불만을 터뜨렸다.“나 진지해.”성무열은 백아영의 어깨를 감싸고선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말했다.“네가 그때 도망치지만 않았더라면 눈사람을 만들 수도 있었어.”“만들고 눈사람을 나한테 던지게?”그해 이튿날, 백아영이 아침 일찍 교실로 가던 중 성무열이 커다란 눈덩이를 든 채 그녀를 쫓아다니며 던졌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고 그 일로 인해 눈덩이에 트라우마가 생겼다.순간 말문이 막힌 성무열은 행동마저 부자연스러웠다.그저 백아영을 놀리고 싶은 마음으로 눈싸움을 시작했던 건데 일방적인 ‘공격’으로 기억에 남을 줄은 몰랐다.클럽이 워낙 시끄러운 탓에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는 들리지 않았으나 입술이 귀에 닿으며 다정하게 귓속말하는 모습은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이를 본 이성준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쿵’하고 주사위를 테이블에 올려놓고선 이를 악물며 말했다.“계속해요.”이번 판은 성무열이 졌고 이성준이 공격할 차례였다.그러나 성무열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입가에 웃음을 띠며 물었다.“말해봐요. 성준 씨가 듣고 싶은 성씨 일가의 비밀이 뭔지.”어차피 헛소리로 대충 넘겨짚어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이 게임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 이성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몇 마디를 내뱉었다.“팔굽혀펴기 500개.”“뭐라고요?”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에 성무열은 깜짝 놀랐다. 이건 체벌이었다!미치지 않는 이상 누가 팔굽혀펴기를 단숨에 500개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11-05
더 보기
이전
1
...
3637383940
...
92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