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마주치려는 찰나 백아영이 잽싸게 쪼그려 앉았고, 사람 벽 사이로 몸을 숨겼다.이성준의 눈에는 길길이 날뛰며 욕설을 퍼붓는 여자만 들어왔다.비록 명문가 자제이지만, 품격이나 아량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고 갑질하는 모습이 눈꼴 사나웠다.그는 무심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심유미도 이런 일에 관심 없는지라 이성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성준 씨, 성무열이 도착했다고 하는데 찾으러 가실까요?”성무열이 귀국해서 사업을 확장할 의향이 있는 이상 이씨 가문의 라이벌이 되기 마련이다. 만약 백아영과 먼저 접촉하게 된다면 선우 일가에게 재기하는 기회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선우 일가를 어떻게 무너뜨렸데, 심유미와 이영철이 어찌 이런 상황을 용납할 리가 있겠는가?따라서 오늘 밤의 목표는 성무열에게 협력을 제안하는 것이다.이 바닥에서는 오로지 이익만 존재할 뿐, 영원한 적은 없다.하락세를 걷는 선우 일가와 막강한 이씨 가문 사이에서 성무열도 어떤 선택을 내릴지 뻔할 테니까.이성준의 안색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비록 이영철의 강요에 못 이겨 떠밀려 오긴 했지만, 성무열과 협력하는 걸 반대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해야만 백아영은 철저히 단념하고 남원을 떠나 현재의 분쟁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그는 더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한편, 자기 앞에 쪼그리고 앉은 백아영을 보며 여자는 기고만장한 얼굴로 다리를 들어 올렸는데, 신발이 백아영의 얼굴에 닿을 지경이었다.“닦아!”이를 본 주변의 손님들은 다소 측은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서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백아영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사람들 다리 사이로 이성준과 심유미의 발이 다른 방향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제야 조마조마하던 가슴을 쓸어내렸고, 한편으로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씁쓸함이 몰려왔다.그녀는 심호흡하더니 애써 마음을 다스리고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디저트 박스를 주웠다.이때, 분노에 가득 찬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최신 업데이트 : 2023-11-03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