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916 챕터

제381화

성무열은 백아영의 뒤통수를 손으로 감싸더니 동의없이 소파로 밀어 넣고선 강제로 키스하려고 했다.긴장한 백아영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남녀의 피지컬 차이 앞에선 소용없었다.성무열의 입술은 그녀와 점점 가까워졌다.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이성준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저한테 조커 카드가 있으니까 원하는 대로 바꿔도 되는 거죠? 저 사람이랑 키스해요.”이성준의 기다란 손가락은 옆에 있던 강현을 가리켰다.조커 카드는 게임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무적의 카드였다.처음에는 쓸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인내심의 마지노선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성무열의 행동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저, 저를요?”강현은 소파에 주저앉아 입을 가리며 방금 전 두 사람을 키스시키려고 했던 자신의 시건방진 행동을 원망했다. 자신이 놓은 덫에 스스로 빠지는 꼴이 되었다.성무열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다. 백아영과 달콤한 시간을 보낼 줄 알고 잔뜩 기뻐한 와중에 갑자기 남자랑 키스하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성준 씨, 당신 미쳤어요?”이를 갈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이성준은 코웃음 쳤다.“겁나요?”그 세글자는 완벽하게 성무열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 그는 발로 테이블을 걷어찼다.“됐어요!”말을 마친 성무열은 바닥에 깨진 유리 조각을 밟으며 이성준을 향해 다가갔고 저녁 내내 겪었던 수모와 화를 참을수 없었던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성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일촉즉발의 상황에 백아영은 심장이 마구 뛰었다. 그녀는 이성준이 지금 손을 쓰는 순간 성무열이 인사불성 될 정도로 크게 다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성무열의 사람들이 더 많았기에 이성준 역시 부상을 피할 수는 없다.어찌 됐든 두 사람이 싸우지 않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백아영은 그들 사이를 가로막으며 성무열을 잡았다.“일단 진정해. 재미도 없는 이런 게임으로 왜 싸워. 우리 이제 집 가자. 응?”백아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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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백아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날 원망하고 있으며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건데?’예전 같으면 이런 이성준의 행동이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서로 인연을 끊고 아무 관계도 아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러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이성준, 내가 누구랑 만나든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상처로 가득한 두 사람 사이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백아영은 완전히 놓아버린 듯했다. 이성준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그는 싸늘한 말투로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백아영, 착각하지 마. 너한테 미련이 남아서 헤어지라고 하는 줄 알아?”술 냄새로 가득했지만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다.“우리 할머니 죽인 빚도 갚지 못했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연애하는 거야?”두 눈이 휘둥그레진 백아영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고작 이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유로 헤어지라고 하다니! 복수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너무 터무니없는 경우다!“이성준, 난 할머니를 해친 적도 없고 너한테 빚진 것도 없어. 빚은 이씨 가문이 나한테 진 거지! 그리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말 하는 거야?”백아영은 짜증 내며 그를 밀어냈다.“오늘 밤 같은 일은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어. 무열이랑 함께하기로 결정한 이상 헤어질 생각은 없어!”말을 마친 그녀는 차에 올라타 곧바로 자리를 떴다. 그녀는 이성준과 엮일수록 자신이 고통스럽다는 걸 알고 있었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그는 멀어지는 백아영의 차를 바라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솟구쳤지만, 내뿜을 수 없는 상황에 그저 속으로 삼켰다.고개를 돌려 성무열의 집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곧이어 이를 악문 채 간신히 한 글자씩 내뱉었다.“성무열 죽여버려.”운전석에 앉아있던 위정은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직접 그 말을 듣게 되자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이성준한테서 백아영을 빼앗아 갔다는 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셈이었고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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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백아영이 분주하게 입찰에 필요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보통 이 시간에는 야식을 배달하는 아주머니가 찾아오기 일쑤였기에 그녀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들어와요.”예상과 달리 심은아가 들어왔다.그녀는 향기로운 음식을 손에 든 채 테이블로 다가가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산책 중이었는데 아주머니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면서 부탁하시더라고요. 시간도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쉬고 계셨어요?”말을 이어가던 그녀는 백아영이 작성한 리스트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백아영은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서류를 가렸다.“고마워요. 이것만 정리하고 저도 쉴 거예요. 은아 씨는 잠이 안 와서 산책하고 있었어요?”심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불룩 튀어나온 배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이 자식이 오늘 가만있지 않네요. 아영 씨, 먹으면서 해요. 그럼 전 이만 나가볼게요.”심은아가 떠나자 방안은 다시 조용해졌다.백아영은 별생각 없이 야식을 먹으며 서류를 정리하는 데 전념했다.서재에서 나온 심은아는 조용한 곳을 찾아 전화를 걸었고 침착한 말투로 백아영이 요약했던 모든 내용을 알려줬다.“이번 경매에 모든 돈을 쏟아붓더라도 절대로 선우 일가에 뺏겨서는 안 돼. 돈이 부족하면 회장님한테서 빌려. 이럴 때 서로 도와야지. 백아영과 선우 일가를 공격하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줄 거야. 그리고 변호사한테 연락해서 최대한 빨리 선우경진의 형을 선고하라고 해.”선우경진이 실형을 선고받은 게 대중에게 공개되면 성무열이 아무리 도와줘도 명예를 회복하고 정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명예가 실추된 가문은 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도 인정되지 않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거나 다름없었다.시간적 여유가 많았던 심씨 일가는 그들이 포기하고 처방전을 내놓을 때까지 버티고 있을 셈이었다!경매 시작 두 시간 전.이영철은 돈으로 심씨 일가의 경매를 도와야 한다며 이성준을 찾아왔다.성씨 일가도 이번 경매에 참여하니 오늘 밤은 눈을 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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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경매장.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백아영과 성무열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심유미와 마주쳤고 그녀의 곁에는 이성준이 있었다.이곳은 약재 관련 경매장이기에 업계 관계자 외에는 참석한 사람이 없었다. 이런 곳에 이성준이 왔다는 건 누가 봐도 심유미를 도와주려는 게 뻔했다.백아영은 긴장한 듯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성씨 가문의 실력으로 충분히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성준의 등장으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아영 씨, 내가 가진 걸 빼앗아서 공격할 생각인 것 같은데 쉽지 않을 거예요.”심유미는 다정하게 이성준의 팔짱을 끼더니 득의양양하게 말을 이었다.“성씨 일가도 물론 강하지만 아직 복귀하지 못한 해외 기업에 불과하잖아요. 남원의 왕인 이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텐데? 성준 씨가 이번에 저희를 도와주기로 했으니 아영 씨는 헛걸음하고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네요.”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자 백아영은 기분이 언짢았다.그때 성무열이 백아영의 어깨를 감싸더니 야비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게 무슨 상관이죠? 어차피 경매는 돈 많은 사람이 이기는 싸움인데? 남원에 돌아오기 위해 자금을 몇십조 챙겨뒀는데 설마 이걸로 성준 씨를 못 이기겠어요?”수천억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큰 자본도 결국은 장식에 불과했다.그의 말에 심유미는 입이 파르르 떨렸다.“우열 씨, 큰소리치다가 망신당하는 게 두렵지도 않은가 보죠?”“그건 경매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면 되겠네요.”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을 보인 성무열의 모습에 심유미는 마음이 조급해졌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이성준을 바라보며 그에게서 조금의 위로라도 받고 싶었다.그러나 이성준의 싸늘한 시선은 줄곧 백아영의 어깨에 올려진 성무열의 손에 향했고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진작에 토막냈을 정도로 째려보고 있었다.성무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백아영을 끌어안으며 그를 도발했다.“성준 씨, 누가 돈이 더 많은지 붙어볼래요?”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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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돈이 많고 패기 넘치는 성무열과 달리 백아영은 소심하고 모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심은아가 몰래 알려준 것들을 하나둘씩 손에 넣게 되자 심유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기뻐했다.‘가난한 집안 출신이라 그런지 겁이 많네. 금액이 높아질 때마다 포기하면 시시한데?’득의양양한 심유미와 달리 이성준은 조용히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백아영을 관찰했다.겁이 많고 연약한 사람인 건 맞지만 목적을 이루지 못한 이런 관건적인 순간에 물러설 정도로 희생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한참 고민에 빠진 이성준은 백아영의 의도를 짐작했다. 자금이 부족한 그들은 강원 약초원을 노리고 있었고 이성준은 기꺼이 그녀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기로 결심했다.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경매를 이어갔고 그들의 ‘음모’를 깨닫지 못한 사람처럼 물 흐르듯 돈을 펑펑 쓰며 십여 배의 높은 가격으로 하나둘씩 사들였다.드디어 하이라이트인 강원 약초원의 경매가 시작됐다.백아영은 야심을 감추지 않은 채 200억씩 부르며 가격을 올렸고 어느새 금액은 2000억에 이르렀다.그러자 치열하던 입찰 소리도 어느새 진정되었다.심유미는 옆에 있던 이성준이 오랫동안 가격을 부르지 않자 의아하듯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성준 씨, 얼른 더 불러요.”이성준의 말투는 싸늘했다.“다 썼어요.”“그럴리가?”심유미는 믿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강원 약초원보다 못한 것에 3000억을 쏟아부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자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박력 있게 가격을 올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심유미는 돈이 없을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이성준은 싸늘하게 경매 리스트를 심유미에게 건네줬다. 이번에 이성준이 동원한 자금은 대략 2조였고 지금까지 1조 8000억이 넘는 돈을 써버렸다.리스트를 본 심유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앞에서 많이 쓰지말걸 그랬어요.”이성준은 비웃었다.“다 갖고 싶다면서요?”“자금이 제한된 줄은 몰랐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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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경매 가격은 이미 결정되었고, 경매사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성준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약초원은 백아영한테 넘어가게 된다!“2000억. 더 있으십니까?”경매사는 부드럽게 물었고 더 이상 현장에는 더 높은 금액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심유미는 두 손을 맞잡은 채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이성준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러나 시간이 1분 1초가 지나도 그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2000억.”경매사의 목소리는 또다시 들려왔고 승패가 달린 싸움에 백아영은 긴장함을 늦추지 못했다.그녀는 사람들이 이성준을 조금만 더 붙잡고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2000억. 낙찰입니다.”경매사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순식간에 장내에 울려 퍼졌다.“성무열 씨, 축하드립니다.”끝났다! 드디어 성공했다!마침내 조마조마하던 마음을 내려놓은 백아영은 감격에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코끝이 찡해졌다.성무열은 재빨리 휴지를 꺼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었다.“봐봐, 나랑 같이 있으면 성공한다고 했지!”방금 전 식은땀을 흘리며 누구보다도 긴장하던 사람이 이제야 태연한 척하는 게 우스웠지만 백아영은 모른 척 넘어갔다.성무열은 자금을 충분히 챙기지 않은 자신을 원망하여 투덜거리기도 했다.그 시각 이성준은 2층의 어느 어두운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를 ‘방해’하고 ‘보호’하려던 사람을 따돌렸다.자금을 모으려던 생각조차 없었던 이성준은 단지 심유미한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밖으로 나왔다.그는 백아영의 눈물을 닦아주는 성무열의 모습에 눈빛이 싸늘해졌고 어두운 곳에서 보이지 않는 음산한 살기를 내뿜었다.심유미는 힘이 풀린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로 손발을 떨고 있었다.심씨 일가의 가장 중요한 공급원이자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강원 약초원을 백아영한테 빼앗겼다!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상황에 심유미는 넋을 잃었다.이제 심씨 일가는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불법 약물 운송과 연관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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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그의 달콤한 고백에 심은아는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에는 여전히 사악함이 감돌았고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두 사람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심은아가 보신탕을 다 마신 후 이도하는 빈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그가 떠나자마자 심은아는 베란다로 가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핸드폰 너머로는 심유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약초원이 선우 일가한테 넘어갔어요!”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은 심은아는 순식간에 표정이 험악해졌다.“쓸모없는 놈!”그녀는 싸늘하게 호통을 치면서도 재빨리 머리를 굴려 결단을 내렸다.“일단 약초원의 불법 약물 운송 금지하고 새로운 경로를 찾을 때까지 당분간 기다리고 있어.”약재를 재배하든 불법 약물을 거래하든 강원 약초원은 심씨 일가의 돈벌이 수단이었기에 이런 결정은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이미 연락했는데... 그게...”심유미는 말을 더듬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강원 약초원은 저희가 수년 동안 경매로 얻어서 그런지 그쪽에서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이미 어젯밤에 새로운 물건을 보냈대요. 늦으면 내일 밤 남원에 도착한다고 하는데...”내일부터 물건을 픽업할 사람은 심씨 일가가 아니라 선우 일가다!“안에 20kg에 달하는 불법 약물이...”심유미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졌다.지금 차를 막으려고 해도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선우 일가에서는 픽업할 사람을 보냈고 이런 상황에서 그들을 막는 건 경찰의 주의를 끌 수 있는 행동이었다.그러나 만약 물건들이 남원에 도착해서 선우 일가에게 발견된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고 들키는 순간 심씨 일가는 끝장이다.심유미는 벌벌 떨며 말했다.“이제 어떡하죠?”심은아의 표정은 극도로 차가웠고 이를 악물며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쓸모없는 놈! 사고 칠 때마다 어떡하냐고 물어보면 나보고 어쩌라고? 한심할 정도로 능력이 없네.”핸드폰 너머의 심유미는 어느새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손등이 핏줄이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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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쌍둥이는 부모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고 하던데 심유미와 심은아는 전생에 원수였는지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 났다.이도하의 눈빛은 싸늘하게 변했다.“뭐라고 했는데?”“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아줌마를 죽여버리겠대.”심은아가 말한 아줌마는 심씨 일가에서 보기 드문 착한 사람으로 이도하가 심씨 일가에 있었을 때도 간혹 음식을 가져다준 사람이었다.아줌마 덕분에 지금껏 버티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어린 시절의 심은아를 유일하게 사랑으로 감싸주며 ‘가족’처럼 아껴주었다.“나 때문에 아줌마가 다치게 된 거야. 아줌마 울음소리를 들었는데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무슨 일이 있어도 아줌마 구할 거야...”심은아는 몸을 떨었지만 눈빛은 확고했다.“도하야, 심유미가 시키는 대로 하는 날 용서해 줘.”이도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물었다.“뭘 시켰는데?’심은아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내일 강원 약초원으로 운송되는 화물차가 있는데 거기에 들키면 안 되는 뭔가가 있나 봐. 심유미가 나한테... 그걸 빼돌리라고 시켰어.”말을 이어가던 그녀의 얼굴에는 괴로움이 가득했다.거동이 불편한 임산부로서 기껏해야 마당을 산책할 정도로만 몸을 움직였다. 화물차가 도착할 곳은 선우 일가의 창고로 지금 여기와도 한참이나 떨어진 곳이었다.그녀는 그곳으로 갈 명분조차 없었고 이런 몸으로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물건을 빼돌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성공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심은아는 두려울 게 없다는 듯 단호함을 보였다.“도하야, 만약 내가 선우 일가에 들키면 넌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하고 이씨 가문으로 돌아가. 난...”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배를 바라봤다.“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해도 시도해 볼 거야.”죽을 각오로 이번 일에 뛰어드는 심은아의 모습에 이도하는 눈살을 찌푸렸고 절대 그녀 혼자 위험에 빠뜨릴 수 없었다.이대로 아줌마가 다치게 내버려 둘 심은아가 아니었기에 물건을 가로채는 건 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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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운전한 차는 앞쪽에 주차되어 있었고 이도하도 여전히 운전석에 앉아있었지만 그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다.“도하 씨, 괜찮아요?”무언가를 깨달은 백아영은 재빨리 차 문을 열어 그의 상태를 확인했고 아니나 다를까 그의 허벅지에는 뜨거운 쇠막대기가 꽂혀있다!시트 전체가 피로 물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이도하는 개의치 않은 듯 물었다.“약재는 다 꺼냈어?”“네.”백아영은 감사한 마음으로 서둘러 사람들을 불러 이도하를 치료했다.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었고 불필요한 손실도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 이도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차에 실렸던 불법 약물들은 숲에서 바꿔치기했고, 부족한 부분까지 채워져 있어 들킬 위험은 없었다.이도하는 그것들로 심씨 일가와 거래해서 아줌마를 구해낼 생각이었다.사람을 구한 후, 그는 백아영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며 석고대죄하기로 마음먹었다.이도하의 계획은 매우 철저했지만, 그는 자신이 심은아한테 배신당한걸 몰랐다.선우 일가가 화재 진압에 정신 팔린 틈을 타 심씨 일가의 누군가가 숲으로 들어가 이도하가 숨겼던 불법 약물들을 전부 옮겼다.한 시간 뒤 창고의 불은 모두 꺼졌고 화재 진압으로 다친 사람들도 하나둘씩 치료받고 있었다.하지만 백아영은 아직 쉴 수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화재는 누군가 고의로 저질렀을 가능성이 컸기에 반드시 철저하게 조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찾았어요. 누군가 창고밖에 휘발유를 뿌린 건 찍혔는데 주변 CCTV까지 전부 망가뜨려서 누구인지는 확인 불가입니다.”선우철의 말에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선우 일가는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고 그 말인즉 불을 지른 사람은 내부에 있었다.지금 선우 일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파산해도 떠나지 않은 충성심이 가득한 사람들이어서 아예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유일한 외부인은 이도하와 심은아다.임신 중이라 밖으로 나올 수 없었던 심은아는 일단 용의선상에서 제외고, 이도하는 불은 끈 영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을 희생했는데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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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겉보기엔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백아영처럼 약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 미세한 차이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선우철은 급히 다가와 주의 깊게 살펴보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이 다섯 상자는 중간에서 누군가 가로챈 것 같네요.”‘그럼 원래 들어있던 건 뭐지?’오싹함에 등골이 서늘해졌다.“일부러 불을 지르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상자를 바꿔치기했네. 뭔지는 모르겠지만 심씨 일가한테 아주 치명적인 물건인가 봐.”성무열은 흥미로운 듯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자기야, 설마 불법 약물은 아니겠지?”지금껏 심씨 일가의 불법 약물 출처가 불분명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운송한 건 아닌가 싶은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조금만 일찍 확인했더라면 덜미를 잡을 수도 있었던 상황에 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번 일은 소문내지 말고 비밀로 하죠. 심씨 일가에서 경계를 늦춘 틈을 타 제가 직접 강원에 가서 조사할 거예요!”심씨 일가가 강원 약초원을 이용하여 불법 약물을 밀반입했다면 그쪽에 반드시 증거가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증거만 찾으면 선우경진은 누명을 벗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같이 가자!”성무열의 눈빛에는 설렘이 가득했다.백아영과 함께 먼길을 떠나면 서로 의지하면서 사랑의 불꽃이 튈 거라고 생각했다.“몰래 가는 것만큼 그 누구한테도 들켜서는 안 돼. 무열아, 넌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이곳에 남아줘.”얼굴에 있던 웃음은 점차 사라졌다.그날 밤 백아영은 조용히 남원을 떠나 강원으로 향했다.그와 동시 백채영을 미행하던 사람들로부터 마침내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이현무는 강원의 육씨 가문 저택에 갇혀있다!강원 대부분의 약초원은 육씨 가문의 손에 있고 약초원에 접근하려면 무조건 육씨 가문과 손을 잡아야 한다.지난 몇 년 동안 심씨 일가와 육씨 일가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그곳에 이현무를 가둔 것도 어쩌면 합리적인 일이었다. “현무 구하러 갈 테니까 시간 끌 수 있는 만큼 끌어봐.”말을 마친 이성준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창문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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