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361 - Chapter 370

916 Chapters

제361화

이성준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이제 두 사람은 서로 경계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말인가?그녀를 끌어안은 팔에 힘이 살짝 빠지면서 가라앉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심씨 일가에서 불법 약물을 거래하면 우리 집도 연루되기 마련이야.”즉 오늘 이성준도 불법 약물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왔고, 그녀와 같은 목적이었다.다만 이성준은 심씨 일가와 더욱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려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는 것이며, 그녀는 반대로 진상을 파헤쳐 심씨 일가에게 자업자득이란 무엇인지 톡톡히 가르쳐줄 작정이다.“잠시 협력할래?”이성준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빈 잔을 다시 앞으로 건넸다.이렇게 된 이상 이성준과 손을 잡고 겸사겸사 목표물까지 유인해낸다면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그러나 이성준의 품에 안겨 익숙한 냄새를 맡다 보니 그동안 있었던 일이 머릿속으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듯 마음이 괴로운 백아영은 그 흔한 거짓 웃음조차 지어낼 수 없었는데, 그런 사람 앞에서 어찌 ‘나쁜 여자’ 연기를 할 수 있겠는가?“불법 약물을 찾아내면 심씨 일가를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어차피 목적이 다르니 각자 능력에 맡기자.”백아영은 이성준에게 붙잡을 틈도 주지 않고 벌떡 일어나 잽싸게 도망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람들 틈에 섞여 모습을 감췄다.가슴이 텅 빈 느낌에 허전함이 몰려와 이성준은 와인잔에 금이 갈 정도로 세게 움켜쥐었다.백아영은 단숨에 사람이 별로 없는 복도까지 허둥지둥 달려갔다.곧이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얼굴을 가리더니 코끝이 찡했고, 속으로 못났다고 몇 번이고 욕했다.이성준이 아무리 모질게 굴어도 결국에는 또다시 상처를 입지 않았는가?“호구를 꼬시는데 배짱이 그렇게 없어서 되겠어?”남자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옆에서 울려 퍼지자 백아영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고, 패셔너블하게 차려입은 젊은이를 발견했다.노란색으로 염색한 남자는 누가 봐도 껄렁껄렁한 느낌이다.그는 허리를 굽혀 백아영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Read more

제362화

어차피 뾰족한 수는 없는지라 죽기 살기로 맞서 싸우기로 했다.백아영이 은침을 꼭 쥐고 1대8로 상대하려는 순간, 싸늘한 얼굴로 다가온 이성준을 발견했다. 그의 공격 몇 번으로 놈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했다.심지어 제일 가까이에서 춤을 추던 사람마저 눈치채지 못했다.백아영은 땅바닥에 널브러진 청년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이성준을 번갈아 보았다.“감시카메라가 사방에 널려 있어서 곧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얼른 움직여야 해.”이성준이 성큼성큼 다가와 노란 머리를 둘러업고 백아영을 데리고 후문으로 나갔다.그러고 나서 뒷좌석에 쑤셔 넣은 뒤 시동을 걸고 쏜살같이 달렸다.그와 동시에 백아영에게 말했다.“깨워서 창고 주소 알아내.”척척 돌아가는 상황에 백아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다. 아무리 이성준과 손잡기 싫어도 이미 그의 차에 타지 않았냐는 말이다.차 문도 잠겨 있어서 뛰어내리기에도 늦었다.비록 썩 내키지 않았지만, 심씨 일가 사람이 눈치채서 창고를 옮기기 전에 먼저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결국 어쩔 수 없이 노란 머리를 깨웠다.“당신들 누구야? 뭘 원하는 거야? 당장 풀어주지 못해? 아니면 사람 불러서 죽여버릴 테니까!”노란 머리는 험상궂은 얼굴로 협박했다.다만 밧줄에 꽁꽁 묶인 채 협박한들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백아영은 일부러 냉혹한 모습을 유지한 채 은침을 들고 그의 혈자리를 찔렀다. 갑자기 밀려오는 고통에 노란 머리는 얼굴이 일그러졌고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아악! 아파! 당장 이 침 빼내라고! 아야...”이내 느긋하게 은침을 하나 더 꺼내 손가락에 끼웠고,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침 하나만 더 놓으면 고통은 두 배가 될 거야. 그리고 앞으로 근육통 때문에 평생 괴로워할지도 몰라.”고작 침 하나로 참기 힘들 정도인데, 하나를 더 놓겠다고 하면 어떤 후과가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결국 지레 겁먹고 울면서 애원했다
Read more

제363화

“내가 저 사람을 유인할 테니까 당신이 몰래 들어가.”이성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결정적인 자료와 증거를 확보하는 사람은 백아영이 된다. 즉, 이성준은 증거를 인멸할 기회를 잃는데 결국 심씨 일가와도 끝난다는 뜻이다.정녕 이렇게 쉽게 포기한단 말인가?백아영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성준을 살폈다. 찰나의 순간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성준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말을 보탰다.“사람을 따돌리고 곧바로 찾아갈 테니까 자료를 확보하는 사람이 누구일지는 각자의 능력에 달리지 않겠어?”다시 말해서 늦게 도착하더라도 자료를 빼앗을 자신이 있다는 의미이다.능력이 뛰어난 이성준이라면 안 될 건 없다.그러나 백아영은 창고에 먼저 진입해서 물건을 확보한 다음 자료까지 챙기면 어쨌거나 우세에 처한 셈이다. 따라서 빨리 움직이기만 한다면 자료와 증거를 손에 넣고 잽싸게 도망간다고 할 때 결국 승자는 그녀였다.“그래.”백아영은 이성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둘은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고, 이성준이 일부러 인기척을 내서 창고를 지키는 사람을 대부분 유인해 갔다.점점 멀어져가는 무리를 바라보며 백아영은 몰래 입구에서 안으로 쏙 들어갔다.창고를 지키는 사람은 두 명뿐이고, 그녀는 순식간에 해결했다.그러고 나서 즉시 물건을 찾고 자료와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대부분 경비원을 유인해 간 이성준은 창고와 일정 거리를 확보한 다음 공격을 개시했다. 비록 1대 100이지만 그들의 발목을 잡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시간상 선우 일가 사람이 도착하기 전까지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했다.그때가 되면 백아영은 확실한 우세를 차지할 것이다.그러나 싸움을 이어가는 와중에 옆 창고에서 비밀 경호원이 우르르 걸어 나오는 광경을 똑똑히 목격했다.이들은 이영철의 사람이다.목적은 명확했고, 일제히 11번 창고로 다가갔다.이성준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제야 이영철이 함정을 파놓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는 백아영이 걸려들기만
Read more

제364화

“회장님, 결정을 내려주세요.”오정수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이영철은 눈살을 찌푸렸다. 분노로 가득한 눈초리는 이성준이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하게, 그리고 다시는 자기 계획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 “이성준!”이영철은 지팡이를 짚고 다가가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다시는 현무를 보고 싶지 않은 거야? 당장 멈춰.”공격을 퍼붓던 이성준이 멈칫했다. 그 순간 누군가에게 어깨를 세게 얻어맞은 탓에 극심한 고통이 전신으로 퍼져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러나 이성준은 꾹 참고 더 맹렬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이영철이 이현무를 빌미로 협박했다는 건 쉽사리 죽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섣불리 타협할 필요가 없었고, 백아영을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그러고 나서 이현무의 일에 대해 협의해도 늦지 않았다.위정도 백채영의 뒤를 밟아 이현무를 구하러 갔으니 만약 구출에 성공한다면 더할나위 없다.꿈쩍도 안 하는 이성준을 보자 이영철은 화가 나서 연신 지팡이로 땅바닥을 내리쳤다.오늘 밤 이성준이 불쑥 나타나 훼방만 놓지 않았더라면 백아영은 독 안에 든 쥐인지라 벌써 죽이고도 남았다.하지만 지금은...그는 이를 악물고 힘들게 결정을 내렸다.“성준아, 이대로 가다가 우리 둘 다 피해를 볼 테니까 아무한테도 득이 될 게 없으니 거래를 제안할게. 네가 지금 손을 뗀다면 백아영의 목숨은 살려줄게.”이내 용머리 지팡이를 부숴버릴 기세로 꽉 움켜쥐었다.“대신 그 년이 더는 선우 일가의 덕을 볼 수 없게 패가망신 당하게 할 거야. 이건 그녀가 응당 치러야 할 대가야!”이성준의 안색이 돌변했다. 이내 창고 안의 증거는 아마도 조작된 것으로 백아영과 선우 일가를 겨냥하는 죄증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만약 범행으로 인정된다면 가문이 휘청하지 않겠는가?“만약 내 제안을 거절하고 그녀를 구해주러 기어이 쳐들어간다면 네가 가족이든 말든 관계없이 누가 살아남을지는 운명에 맡길 거야.”이영철의 눈빛이 점점 싸늘하게 변했다.“그리고
Read more

제365화

백아영이 경찰들과 함께 창고에서 나왔을 때 불안하고 당황스러운 반면 이성준의 모습을 찾으려고 저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경비원을 유인하러 갔다가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당최 알 수 없었다.그러나 생각을 지우기도 전에 멀리 떨어진 길가에 이영철과 나란히 서 있는 이성준을 발견했다.두 사람의 주변에는 창고를 지키던 경비원도 있었다.백아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다시 말해서 이성준이 경비원을 유인하겠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결국 경찰이 ‘일망타진’하게 그녀를 속여 창고에 들여보내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했다.알고 보니 오늘 밤 모든 해프닝은 그가 공을 들여 계획한 음모였다.목적은 선우 일가를 무너뜨려 그녀의 버팀목을 빼앗아 가려는 것이다.이게 바로 그의 복수란 말인가? 사람을 죽이는 대신 혈육과 가족을 잃게 하고, 발목을 잡는 존재로 되게 하는 거라니!심장이 마치 칼에 찔린 듯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고, 통증이 거미줄처럼 온몸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몰려왔고, 걷잡을 수 없이 차오르는 실망과 속상함은 그녀를 집어삼킬 듯한 거센 파도 같았다.반면, 이영철은 차에 타며 싸늘한 목소리로 재촉했다.“얼른 타.”이성준은 멀리 떨어져 있는 백아영을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뛰쳐 가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누른 채 주먹을 꽉 쥐었다.곧이어 허리를 숙여 차에 올라탔다.한편, 백아영도 경찰차에 앉았다.두 차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고, 거리가 점점 멀어져갔다....구치소.백아영이 이곳에 갇힌 지도 벌써 3일이 지났다. 살이 쪽 빠진 그녀는 초췌하기 그지없었고,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듯싶었다.얼음장 같은 바닥에 앉아 쇠창살을 바라보니 가슴이 마치 무거운 돌덩이에 짓눌린 듯 숨이 막힐 지경이다.커다란 무력감과 후회가 밀려와 당최 헤어나올 수 없었다.선우 일가는 그녀 때문에 이씨 가문의 표적이 되어 중상모략을 당했다. 더욱이 지금은 그녀의 판단 미스로 인해 함정에 빠져 오늘날의 처지에 놓이지 않았는가
Read more

제366화

이내 눈물이 차올랐고 코끝이 시큰거렸다. 백아영은 즉시 뛰어가 선우소훈과 온유성을 끌어안았다.“할아버지, 아빠...”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죄송해요, 일을 망치고 걱정만 끼쳐드려서...”온유성은 안쓰러운 얼굴로 백아영의 등을 토닥였다. 며칠 못 본 사이에 딸아이는 너무 말라서 뼈가 앙상할 지경이었다.곧이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만 무사하면 돼.”그러고 나서 백아영은 선우소훈을 부축하고 경찰서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체 무슨 수로 그녀를 구했는지 몇 번이고 물었지만, 두 사람은 얼버무리기만 할 뿐 끝까지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차가 멈추자 그제야 ‘돌아온 곳’이 선우 일가 별장이 아니라 외곽에 있는 허름한 2층짜리 주택이라는 걸 발견했다.부축을 받고 차에서 내린 선우소훈의 쭈글쭈글한 얼굴에 미안함이 가득했다.“아영아, 불편할 테지만 일단은 여기서 지내고 있어.”백아영은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설마 선우 일가 파산했어요?”아무리 불법 약물 매매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고작 3일 만에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을 종결하거나 판결을 내리기도 전에 이렇게 빨리 파산할 가능성이 없을 텐데 말이다.선우소훈은 미소를 지은 채 애써 무덤덤한 척 말했다.“언젠가 파산하기 마련이야. 어차피 남기지도 못할 거 미리 파산 신청했지. 부동산을 처분해서 적자도 메꾸고, 그래야 너도 석방하고 경진이도 감형받을 수 있거든.”백아영의 머리가 윙윙 울렸다. 선우소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는 가지만, 차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파산 신청? 선우경진의 감형이라니?그녀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심장은 마치 나락으로 떨어진 듯 싸늘하게 식어갔다.“설마 죄를 시인했어요?”선우소훈의 두 눈에 고통이 피어올랐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얼굴에는 여전히 자상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상황 파악을 잘하는 사람이 선명한 자라고 하잖아. 이미 인정한 걸 뭐 어떡하겠어? 모두가 무사하면 된 거지.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이지 않겠어?
Read more

제367화

“며칠 뒤에 할아버지가 컨디션을 회복하면 다 같이 남원을 떠나자. 말썽이 끊이지 않는구나.”온유성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일가가 파산을 선언한 순간부터 그는 저항을 포기하고 목숨이라도 건질 생각이었다.이렇게 되면 선우경진만 홀로 남원 감옥에 남아서 모든 것을 감당하는 셈이다.칼로 에는 듯 마음이 아픈 백아영은 주먹을 꼭 쥐었다. 절대로 선우경진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증오심이 극에 달한 나머지 그녀는 결단을 내렸다.“이씨 가문의 세력이 아무리 막강하다고 해서 철옹성은 아니죠. 만약 모든 적수와 손을 잡는다면 한번 싸워볼 수는 있지 않겠어요? 이씨 가문에서 문제가 터진다고 가정할 때 빈틈이 생기기 마련입니다.”백아영은 다짐하듯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비록 이번에 모함을 당했지만, 다음번 혹은 다다음 번에는 반드시 꼬투리를 잡아서 오빠의 결백을 증명할 거예요.”몇 달 심지어 1년 뒤에 감옥에서 풀려난다 한들 선우경진의 미래는 망가질 게 뻔했다.감옥살이라는 흑역사는 그의 일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선우 일가의 사람도 모두에게 비난받는 신세로 전락하며, 의술이 뛰어나도 펼칠 곳이 없어 결국 빛을 보지도 못하고 묻히게 된다.설령 참패를 당하더라도 목숨 걸고 현재 상황을 역전시켜야만 했다....백아영은 남원에서 이씨 가문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상대를 밤새 조사했다. 조사하기 전에는 긴가민가했지만, 결과를 보자 깜짝 놀랐다.이씨 가문의 권력이 남원을 주름잡는 반면 적수도 결코 적지 않았다.이씨 가문에 짓눌려 기를 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마치 어둠 속에서 꿈틀대는 벌레처럼 떼를 지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충분히 맞서 싸울 가능성이 보였다.이른 아침, 백아영은 서둘러 원수 중 한 명인 오씨 일가를 찾아갔다.그들도 남원 최고의 명문가로서, 한때 이씨 가문과 대등한 지위에 있었다. 그러나 이성준이 가문을 이어받은 뒤로 피도 눈물도 없는 수단에 밀려 결국 굴복하게 되었다.현재는 사사건건 이씨 가문의 제지를 받아 불만이 날로 커졌지만,
Read more

제368화

“남원에서 감히 이성준과 대항할 만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물론 상대가 되지도 않겠지만, 이성준에게 등을 돌리기 전까지 그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영원히 모를 겁니다. 한 번이라도 눈 밖에 난다면 평생 적이 되지 않을 거로 다짐할 테니까.”백아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인재가 이성준을 이렇게 두려워할 줄이야!이성준이 언급만 해도 간담이 서늘한 존재였단 말인가?“아영 씨, 할 일이 있어서 멀리 나가지는 않겠습니다.”비록 오인재는 예의를 차렸지만 경고에 더 가까웠고, 태도에서는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베어져 있었다.백아영은 그를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실망감이 물밀 듯이 몰려와 괜히 기가 죽고 기분이 울적했다. 이성준을 상대하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이라니? 그는 어느새 가장 큰 적수가 되었다.오씨 일가를 나선 백아영은 다음 가문을 부랴부랴 달려갔다.그러나 결과는 오씨 일가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심지어 몇몇은 불친절한 태도로 되려 성까지 냈다.“고작 의술이 대단한 게 무슨 그리 대수라고, 우린 너무 건강해서 탈이니까 당신들 필요 없어!”“이런 바보 같은 사람을 봤나, 눈치가 그렇게 없어서 어떡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필이면 이성준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어? 오늘날의 지경까지 가게 된 건 결국 자업자득에 불과할 뿐이야.” “선우 일가와 손을 잡고 이씨 가문을 대적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일찌감치 단념해!”“당장 꺼져. 괜히 우리 집까지 재수 없게 하지 말고.”집 밖으로 밀려난 백아영은 중심을 잃은 나머지 발목을 삐끗하고 바닥에 넘어졌고, 발목에서 통증이 찌릿 전해져 왔다.그러나 백아영은 아픔 따위 느껴지지 않은 듯 다친 곳은 안중에도 없은 채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고 했다.이때, 늘씬한 그림자가 그녀의 위로 드리워졌다.곧이어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쯧, 선우 일가 아가씨라는 분이 한때는 존귀한 신분 덕분에 만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지 않았나요? 지금은 처지가 영 말이 아니네요. 참..
Read more

제369화

백아영은 3일 연속 쉬지 않고 다니며 수많은 가문을 방문했지만 협조하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처음에 의욕이 넘치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타격으로 인해 점점 기가 죽었다.밤하늘 아래 2층 주택을 바라보며 허름하면서도 스산한 분위기에 그녀는 가슴이 쓰리고 어깨가 축 처졌다.이내 두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그러나 잠시 후 애써 눈물을 참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우울한 표정을 지우고 기운을 차리고 나서 안으로 들어섰다.괜히 속상함을 드러냈다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걱정을 사게 할 수는 없었다.“할아버지, 아빠, 오늘은 그래도 성과가 좀 있어요. 제가...”말을 마치기도 전에 도우미가 피가 가득 담긴 대야를 들고 선우소훈의 방에서 뛰쳐나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와 동시에 방안에서 구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백아영은 당황한 나머지 급히 뛰어갔다. 이내 침대에 엎드린 채 피를 토하고 있는 선우소훈을 발견했는데, 창백한 얼굴은 핏기가 전혀 없고 뼈만 앙상했다.그녀를 본 선우소훈은 황급히 입을 가리고 핏자국을 지우려고 했다.“아영아, 할아버지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이게 어딜 봐서 괜찮다는 거지?백아영은 서둘러 침대로 다가가 그의 맥박을 짚었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갑자기 병세가 왜 더 심해졌죠?”그럴 리가 없었다. 병세는 이미 안정되게 했기에 약만 제때 먹으면...‘약?’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백아영은 아직 마시지도 못한 한약을 들고 살펴보더니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어갔다.“이건 제가 처방해 드린 약이 아니잖아요.”병세가 심한 선우소훈은 거의 약에 의존하여 연명하는 셈이다. 비록 독한 약이 대부분이지만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그러나 지금 마시는 약은 별 효능이 없는 일반 약초였다.더는 숨기기 힘든 탓에 온유성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남원에서 약을 판매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전부 우리가 직접 산에서 캔 약초야.”백아영은 벼락을 맞은 듯싶었다.머릿속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거라는 심유미의 말이
Read more

제370화

다만 백아영은 잠이 오지 않았다. 이내 정원에 서서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먹구름이 잔뜩 끼어 별조차 자취를 감췄는데, 빛이란 찾아보기 힘들었다.결국 그녀의 기분도 괜스레 울적하고 속상했다.“아영 씨.”이도하가 옆에서 다가오더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앞으로도 협력할 사람을 찾을 거야?”그는 지난 며칠 동안 백아영이 파트너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 다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또한, 그녀가 난관에 부딪혀 실패한 사실도 알고 있었다.백아영은 시도해볼 만한 사람은 거의 다 찾아가 봤다. 비록 희망이 보이지 않아 앞길이 캄캄하지만, 감옥에 있는 선우경진을 떠올리자 굳게 마음먹고 이를 악물었다.“네!”어쨌거나 그녀는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이도하는 한숨을 내쉬었다.“남원 사람은 이미 이성준이라고 하면 지레 겁먹고 감히 적수가 될 생각조차 안 할 거야. 하지만 성씨 일가를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성씨 일가도 한때 남원에서 재벌가에 속했지만, 몇 년 전에 이미 해외로 이민 가서 산업을 이전했기에 남원에 남아 있는 자본이 많지 않았다.심지어 이씨 가문과 아무런 원한이나 갈등이 없었다.“성씨 일가를 이끄는 사람이 교체되었는데 성무열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어. 내일 귀국한다고 하던데?”이는 이도하가 최근에 입수한 소식이다.“자본을 남원으로 다시 이전할 의향이 있다고 했어. 그렇게 되면 이성준과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를 이룰 거야.”만약 성무열과 손을 잡는다면 백아영은 이씨 가문과 맞설 자본을 확보하게 된다.백아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내일 찾아가 볼게요!”성무열의 귀국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탓에 백아영은 정말 어렵게 제이드 펜션 디너쇼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알아냈다.디너쇼에서 그를 만나 협력에 대해 언급하는 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그러나 선우 일가는 파산했기에 백아영의 신분으로 제이드 펜션 디너쇼에 참석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결국 웨이터인 척하고 몰래 들어갈 수밖
Read more
PREV
1
...
3536373839
...
9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