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서 감히 이성준과 대항할 만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물론 상대가 되지도 않겠지만, 이성준에게 등을 돌리기 전까지 그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영원히 모를 겁니다. 한 번이라도 눈 밖에 난다면 평생 적이 되지 않을 거로 다짐할 테니까.”백아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인재가 이성준을 이렇게 두려워할 줄이야!이성준이 언급만 해도 간담이 서늘한 존재였단 말인가?“아영 씨, 할 일이 있어서 멀리 나가지는 않겠습니다.”비록 오인재는 예의를 차렸지만 경고에 더 가까웠고, 태도에서는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베어져 있었다.백아영은 그를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실망감이 물밀 듯이 몰려와 괜히 기가 죽고 기분이 울적했다. 이성준을 상대하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이라니? 그는 어느새 가장 큰 적수가 되었다.오씨 일가를 나선 백아영은 다음 가문을 부랴부랴 달려갔다.그러나 결과는 오씨 일가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심지어 몇몇은 불친절한 태도로 되려 성까지 냈다.“고작 의술이 대단한 게 무슨 그리 대수라고, 우린 너무 건강해서 탈이니까 당신들 필요 없어!”“이런 바보 같은 사람을 봤나, 눈치가 그렇게 없어서 어떡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필이면 이성준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어? 오늘날의 지경까지 가게 된 건 결국 자업자득에 불과할 뿐이야.” “선우 일가와 손을 잡고 이씨 가문을 대적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일찌감치 단념해!”“당장 꺼져. 괜히 우리 집까지 재수 없게 하지 말고.”집 밖으로 밀려난 백아영은 중심을 잃은 나머지 발목을 삐끗하고 바닥에 넘어졌고, 발목에서 통증이 찌릿 전해져 왔다.그러나 백아영은 아픔 따위 느껴지지 않은 듯 다친 곳은 안중에도 없은 채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고 했다.이때, 늘씬한 그림자가 그녀의 위로 드리워졌다.곧이어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쯧, 선우 일가 아가씨라는 분이 한때는 존귀한 신분 덕분에 만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지 않았나요? 지금은 처지가 영 말이 아니네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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