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우가 건달 두 명을 데리고 건방지게 들어왔다.손에 밧줄을 든 채 험상궂은 표정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뭔가 사고를 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백아영은 경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물러섰다.“노경우,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노경우는 백채영의 대학 시절 남자친구로, 당시 재벌 2세였다. 그들은 알콩달콩한 커플로 소문이 자자했고, 노경우는 백채영을 위해서 그녀를 적잖이 괴롭혔다. 하여 백아영도 이 부잣집 도련님에게 아무런 호감이 없었다.감옥에서 나온 후 그들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백채영이 이성준과 사귄 뒤로 단 한 번도 노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런 모습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노경우는 손에 들고 있던 밧줄을 잡아당기며 숨김없이 말했다.“당연히 널 데려가려고 왔지.”“노경우, 난 너랑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잡아간다는 거야? 게다가 납치는 불법이야!”백아영은 주머니에 손을 숨긴 채 조용히 핸드폰을 더듬으며 신고하려고 시도했다.몇 년간 건달 노릇을 해온 노경우는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파악했고 부하들에게 핸드폰을 뺏어오라고 명령했다.부하 두 명이 달려들자, 백아영은 은침으로 반격하며 한 명을 찔러 쓰러뜨렸고 나머지 한 명을 상대하려고 정신을 다잡았다.“쓸모없는 놈, 여자한테 지다니!”노경우는 욕설을 퍼부으며 백아영을 향해 걸어갔다.노경우까지 달려든다면 백아영 한 명으로 그들을 상대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제갈연준이 노경우를 잡고, 백아영이 다른 한 명을 제압한다면 일이 훨씬 쉬워진다.백아영은 제갈연준을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연준 씨, 저 사람 막아주세요!”우아하게 소파에 앉아있던 제갈연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여유롭게 백아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도와주면 저한테 뭘 해줄 건가요?”젠틀하고 잘생긴 첫인상과 달리 위급한 상황에서 내뱉은 그의 질문은 백아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어안이 벙벙했다.제갈연준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그 웃음은 여전히 매혹적이었지만 전에 없었던 사악함이 곁들어 있었다.
Last Updated : 2023-09-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