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131 - Chapter 140

916 Chapters

제131화

그녀는 불쑥 다가와 백아영의 목을 두 손으로 꽉 졸랐는데, 광기 어린 모습은 악귀가 따로 없었다.“왜 아직도 살아 있는 거야? 죽어! 살아 있으면 안 된다고! 얼른 죽어버려.”선우정현은 선우 일가의 큰 아가씨로서 허수빈이 모셨던 주인이자 그녀가 배신한 사람이기도 했다.또한, 허수빈의 배신으로 아직 행방이 묘연하여 생사를 알 수 없다.목이 꽉 조이는 느낌에 백아영은 너무 괴로웠고, 심장은 마치 끝없는 심연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선우정현이 당신을 그렇게 잘 챙겨줬는데, 왜 죽인 거예요?”“나한테 잘해 줘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결국 난 평생 한낱 도우미에 불과하잖아. 너만 사라진다면 제갈 일가 덕분에 부귀영화는 물론 상류층 생활을 누리는 건 일도 아니야. 선우정현, 죽어 버려! 네가 없어야만 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어.”그녀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그 어떠한 도덕적인 감정 또는 수치심, 감사함, 죄책감 따위 없이 뻔뻔스럽게 말했다.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는 백아영의 머릿속에는 온통 목이 조여 괴롭다는 생각만 들었다.“그렇게 하면 딸아이한테 무슨 영향을 줄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나요? 악명 높은 엄마의 딸로서 대체 어떻게 처세해야 한단 말이죠?”“딸?”허수빈은 멈칫하더니 그제야 딸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듯싶었다. 물론 흉악한 얼굴에는 감정 변화가 전혀 없었다.“걔가 어떻게 처세하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 여태껏 갇혀 있는 동안에 날 구해줄 능력도 없으면서! 그 년도 결국 쓰레기에 불과해.”그녀의 말을 들은 백아영은 마치 온몸에 찬물을 뒤집어쓴 듯 실망감이 몰려와 뼛속까지 시린 느낌이었다.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기대는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친딸마저 거들떠보지 않을 만큼 매정한 사람이 이 세상에 진짜 있을 줄이야!혈육 앞에서는 그녀도 바뀔 거로 생각했던 자신이 우스울 지경이었다.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 백아영은 심지어 어떻게 구출되어 지하실에서 빠져나왔는지조차 모를 정도였다.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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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백아영은 그제야 혼자만의 세상에서 빠져나왔다.이성준을 발견한 그녀는 풀이 죽은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엄마를 만났어.”“알아.”이성준은 이 소식을 듣고 나서 선우 일가를 부랴부랴 찾아갔지만, 넋이 나간 채 길가를 거니는 그녀를 발견할 줄은 몰랐다.“그래서?”“그게...”백아영이 울먹였다.“그 사람한테 딸이란 태어난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존재인가 봐.”이성준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그때 백아영을 도와 편지를 찾아주면서 가족을 향한 그녀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바 있었다. 결국 기대치가 높을수록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닐 테니까.그녀의 손목을 붙잡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불끈 들어갔다.“그렇다면 너도 그 사람을 더는 신경 쓰지 마.”악랄하고 이기적인 어머니를 굳이 그리워할 필요가 있냐는 말이다.다만 그녀의 마음은 공허하기만 했다. 마치 뿌리째로 뽑혀 허공에 매달린 나무처럼 의지할 곳이 없었다.우거지상을 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이성준은 짜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따라와.”이내 그녀의 손목을 잡고 차에 올라탔다.기분이 꿀꿀한 백아영은 어디로 가는지 따지기도 귀찮은 듯 고분고분 차에 타서 여전히 죽상을 하고 있었다.차는 민진 병원 앞에 도착했다.이성준은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창문을 내리고 퉁명한 목소리로 말했다.“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아직도 꽤 많아. 다들 네가 다시 진료하러 돌아오냐고 물어보더라.”병원을 들여다본 백아영은 익숙한 얼굴을 많이 발견했다. 다들 예전에 자주 병 보러 왔던 환자였다.이성준이 말했다.“저 사람들한테 넌 병을 치료해주고 목숨을 구해주는 존재야.”그는 머뭇거리더니 한참 후에야 다시 말을 이어갔다.“만약 다시 돌아가서 출근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가능해. 이곳이야말로 너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니까.”백아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멍한 얼굴로 이성준을 바라보았다.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게 더 위로되는 건 사실이다. 무능함이라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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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화

뜬금없이 화를 내는 이성준 때문에 백아영은 깜짝 놀랐다.그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순식간에 안색이 돌변하는 이성준를 바라보며 어안이 벙벙한 듯 서둘러 말을 보탰다.“남원도 괜찮지. 하지만 나랑 잘 안 맞나 봐. 여기서 일해봤자 항상 사건만 터지고, 나도 사는 게 순탄치 않고, 사장님한테도 폐를 끼치고...”그동안 사고가 끊이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이성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위정에게 말했다.“출발해.”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남원 번화가의 어느 한 잘 나가는 점포 건물 입구에 멈춰 섰다. 이는 무려 5개 점포로 이어진 건물이다.이성준이 물었다.“위치는 마음에 들어?”“어?”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이성준이 말을 이어갔다.“이성 그룹이 관리하는 점포야. 너만 괜찮다면 병원으로 리모델링해서 원장으로 있어.”이내 멈칫하더니 다시 거침없이 말했다.“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성 그룹에서 지은 병원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진 않을 거야.”백아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를 바라보았다.그녀의 걱정거리를 해결하려고 아예 병원을 통째로 지어주겠다는 건가?“만약 병원을 차리기 싫다면 우리 집에 개인 병원도 있으니까 아무 때나 가서 출근해도 돼.”이성준은 통이 크게 애초에 선택권을 여러 개 제공했다.이씨 가문의 개인 병원은 백아영도 알고 있다. 비록 개인 병원이라고 하지만 웬만한 대학병원보다 좋았고, 학력이든 경력이든 최고가 아닌 사람은 얼씬거릴 자격조차 없었다.비록 그녀는 의술이 꽤 뛰어나다고 하지만, 학력이 볼품없는지라 제대로 지원해서 들어간다고 하면 1차에서 광탈했을 것이다.그런데 이성준이 지금 편의를 봐주겠다고 한 것이다.단지 그녀가 남원에 남아서 일하길 바라는 마음일까? 아니면 남원을 떠나는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일까?문득 마음이 심란해진 백아영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이성준을 바라만 볼 뿐,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했다.이성준은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이익을 최우선시했다. 그러나 지금 백아영한테 제안한 조건 중에서 이익이라고 여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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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괜찮아요, 나중에 줘도 돼요. 그나저나 제 손에 든 물건 안 보여요? 너무 무거워서 손이 저릴 지경이니까 문부터 열어줄래요?”백아영은 서둘러 문을 열고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이따가 스페어 키 챙겨줄 테니까 다음번에는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들어와 있어요.”민우진은 갑자기 얼굴이 확 폈다. 스페어 키까지 준다는 건 두 사람이 엄청 각별한 사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니까.“알았어요.”그는 흔쾌히 수락하고, 사 온 물건들을 모두 냉장고에 넣었다.“스페어 키를 뭐 몇 번이나 쓰겠어요? 남원 떠난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제 할 일도 없을 텐데 언제 떠날 생각이에요?”사실 민우 그룹은 아직 인수인계 중이라 할 일이 산더미였다. 그러나 백아영과 연락이 닿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던 기억과 이성준이 백아영의 곁에 얼쩡거려서 느껴지는 위기감 때문에 그는 얼른 백아영을 보내버리고 싶었다.남원은 말썽이 끊이지 않은 곳이니 그녀를 일찍 뜨게 하는 게 시름이 놓였다.백아영은 흠칫하더니 문득 이성준의 말을 떠오르자 다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이성준이 그녀를 만류했을 때 왠지 모르게 떠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왜 그래요?”눈치 빠른 민우진이 머뭇거리는 백아영의 표정을 단번에 알아차렸다.민우진을 제일 친한 친구로 여긴 백아영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녀가 망설이고 흔들리는 이유에 대해 사실대로 털어놓았다.그녀의 말을 듣자 웃음기 가득했던 민우진의 눈이 서서히 싸늘해졌다.그는 어딘가 못마땅하다는 듯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남기로 한 거예요?”백아영은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아직요, 그런데 남아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아영 씨!”민우진은 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여전히 다정하고 차분한 모습을 잃지 않고 말했다.“이성준이 아영 씨한테 좋은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아영 씨를 지켜줄 수 있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아영 씨가 이씨 가문에 있을 때 자칫 이성준의 어머니 때문에 유산할 뻔한 일은 잊었어요? 그때도 이성준은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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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집주인은 1층으로 내려온 뒤 제 갈 길 가는 대신 멀지 않은 골목길로 걸어가더니 알랑거리는 몸짓으로 연신 굽신거렸다.“사장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했거든요? 오후에 이사 갈 거예요.”어두컴컴한 골목 안, 큰 나무 그늘에 서 있는 민우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그는 현금 뭉치를 집주인에게 건네주었다.“이건 비밀로 해주세요. 아니면...”“당연하죠! 우리 빼고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집주인은 잽싸게 돈을 챙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났다.방금 백아영을 쫓아내려고 찾아간 것도 그가 핑계를 대고 집에서 내보내라고 시켰기 때문이다.민우진은 고개를 들어 백아영의 월세방을 올려다보았다.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그는 속으로 묵묵히 사과했다.그녀가 며칠만 더 머물렀다가는 또 다른 변수가 생길까 봐 어쩔 수 없이 강제로 백아영을 떠나게 했다.결국 백아영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민우진도 자리를 떠났고, 집에 돌아가서 그녀의 출발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그때 가서 그는 백아영에게 고백하고 함께 떠날 작정이었다.방에 들어선 백아영은 소박하지만 아늑하게 꾸며진 방을 둘러보며 왠지 모르게 아쉽고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이별에 그녀는 마음의 준비조차 하지 못했다.그런데 지금은 일정을 미룰 핑계마저 없는 상황이었다.결국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성준아, 미안해. 고민 좀 해봤는데 역시나 네 호의를 받아들이는 건 힘들 것 같아. 남원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어. 오늘 오후에 바로 떠날 생각이라서 나중에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비록 이성준과 자주 연락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의 연락처는 잊지 않고 있었다.문자를 보내고 나서 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대충 정리가 끝나갈 때쯤 갑자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아직 점심도 안 되었는데, 설마 집주인이 또 찾아온 건가?백아영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가가서 문을 열었다. 그러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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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다급하게 의사를 찾는 환자의 무례함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기에 백아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이쪽으로 앉으세요. 방이 좁은데 괜찮죠?”어릴 적부터 교양 있게 자란 제갈연준은 조금도 꺼리지 않았고 우아하게 소파에 앉더니 자연스레 손목을 내밀었다.백아영은 그의 맞은 편에 앉아 맥을 짚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세를 알아낸 듯 한참을 망설이더니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 어떠한 독에 중독되신 것 같은데 이건 제가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그동안 많은 난치병을 치료 한건 맞으나 이 세상엔 그녀의 의술 범위에서 멀리 벗어나 있는 병들도 많았고, 특히 2, 3개월 사이에 이런 경우를 적지 않게 부딪쳤다.넓은 세상에 비하면 그녀도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제갈연준의 매력적인 미소는 순식간에 실망과 좌절로 변했다.“그동안 많은 의사를 찾아봤지만 하나같이 치료할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당신이 제 구원자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마지막 지푸라기마저...”그는 갑자기 몸을 백아영에게 기울더니 매혹적인 눈빛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아영 씨, 그동안 많은 난치병을 치료했잖아요. 정말 저는 방법이 없나요? 저 아직 어려요. 이렇게 빨리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고요. 살려만 주신다면 원하는 건 뭐든지 드릴게요. 수십, 수백억도 괜찮고 필요하다면... 이 몸마저 드릴 수 있어요.”잘생긴 얼굴을 가진 제갈연준이 여심을 자극하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니 그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백아영은 순간 몸에서 불타오르는 듯한 느낌이 솟구쳐 올랐다.그녀는 당황한 듯 황급히 뒷걸음질 치더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힘겹게 말을 이었다.“죄송해요. 이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마세요. 세상에는 저보다 의술이 뛰어난 사람들도 많으니까 계속 찾다 보면 치료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나게 될 거예요!”옆에서 힘을 불어넣는 백아영과 달리 제갈연준은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어쨌든 절 치료할 수 없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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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노경우가 건달 두 명을 데리고 건방지게 들어왔다.손에 밧줄을 든 채 험상궂은 표정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뭔가 사고를 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백아영은 경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물러섰다.“노경우,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노경우는 백채영의 대학 시절 남자친구로, 당시 재벌 2세였다. 그들은 알콩달콩한 커플로 소문이 자자했고, 노경우는 백채영을 위해서 그녀를 적잖이 괴롭혔다. 하여 백아영도 이 부잣집 도련님에게 아무런 호감이 없었다.감옥에서 나온 후 그들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백채영이 이성준과 사귄 뒤로 단 한 번도 노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런 모습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노경우는 손에 들고 있던 밧줄을 잡아당기며 숨김없이 말했다.“당연히 널 데려가려고 왔지.”“노경우, 난 너랑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잡아간다는 거야? 게다가 납치는 불법이야!”백아영은 주머니에 손을 숨긴 채 조용히 핸드폰을 더듬으며 신고하려고 시도했다.몇 년간 건달 노릇을 해온 노경우는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파악했고 부하들에게 핸드폰을 뺏어오라고 명령했다.부하 두 명이 달려들자, 백아영은 은침으로 반격하며 한 명을 찔러 쓰러뜨렸고 나머지 한 명을 상대하려고 정신을 다잡았다.“쓸모없는 놈, 여자한테 지다니!”노경우는 욕설을 퍼부으며 백아영을 향해 걸어갔다.노경우까지 달려든다면 백아영 한 명으로 그들을 상대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제갈연준이 노경우를 잡고, 백아영이 다른 한 명을 제압한다면 일이 훨씬 쉬워진다.백아영은 제갈연준을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연준 씨, 저 사람 막아주세요!”우아하게 소파에 앉아있던 제갈연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여유롭게 백아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도와주면 저한테 뭘 해줄 건가요?”젠틀하고 잘생긴 첫인상과 달리 위급한 상황에서 내뱉은 그의 질문은 백아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어안이 벙벙했다.제갈연준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그 웃음은 여전히 매혹적이었지만 전에 없었던 사악함이 곁들어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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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그렇게 많은 선택지를 줬는데 정말 간다고? 사리 분별 못하는 거야?’이성준은 화가 난 채로 핸드폰을 툭 내려놓더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계속해!”싸늘한 그의 말투에 임원들은 자세를 다잡았고 숨도 함부로 내쉬지 못했다.업무 보고하던 임원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보고를 이어갔고 회의가 시끄럽고 따분하게 느껴진 이성준은 참을성마저 없어졌다.“됐어!”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오늘은 그만하자.”수십 명의 임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어 난감했다.이성준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직접 운전해서 백아영의 집으로 향했다.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녀의 방문이 닫히지 않은 걸 본 이성준은 마음 한구석의 긴장은 풀렸지만, 여전히 화는 식지 않았다.그는 성큼성큼 방으로 걸어갔다.“백아영, 조건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럼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수라장이 된 방을 발견했다. 옷과 생활용품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짓밟힌 캐리어가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누가 봐도 몸싸움이 일어난 흔적이다!백아영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성준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분노는 어느새 걱정으로 뒤바뀌었고 이성준은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인근 CCTV를 샅샅이 조사하라고 명령했다.그러나 이상하게도 백아영의 모습이 찍힌 CCTV는 전부 고장 났다.이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범위 넓혀! 수상한 차량이나 사람 단 하나도 놓쳐서는 안 돼!”“대표님, 그 정도까지 확인하려면 시간이 많이...”“무슨 수를 써서라도 빨리 알아내!”...백아영은 손발이 묶이고 입이 막힌 채 뒷좌석에 앉아 꼼짝도 못 했고, 좌우로 건달 한 명씩 앉아있어 도망갈 틈조차도 없었다.그녀는 번화한 도시에서 점점 외진 산속으로 변해가는 차창 밖의 광경을 무기력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얼마나 운전했는지 날이 어두워지고서야 차가 멈췄다.그들은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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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몇 분인지 몇 시간인지도 모를 만큼의 절망 속에서 백아영은 끊긴 비탈길이 보였다.아래는 괴석이 겹겹이 쌓여있는 마른 바닥이었고 이대로 차가 돌진한다면 뼈마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게 된다.이런 상황에서 더는 자신을 구할 수 없게 된 그녀는 절망한 채 배를 움켜쥐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쿵!귀를 찢는 폭발음이 낭떠러지에서 전해왔고 시커먼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노경우는 산길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더니 일이 성사된 듯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그는 곧바로 다른 차에 올라타 자리를 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 레스토랑에 도착한 후 어느 룸으로 들어갔다.테이블은 진수성찬으로 차려져 있었고 의자에 앉아있던 백채영이 다급하게 물었다.“죽었어?”“내가 나섰는데 당연히 죽어야지.”노경우는 백채영의 의자에 걸터앉아 다정하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물었다.“귀염둥이, 일은 잘 끝났는데 어떻게 보상해 줄 거야?”백아영이 죽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백채영은 가방 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이거 줄게. 카드 안에 90억 있어.”카드를 건네받은 노경우의 손은 점점 그녀의 어깨를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내가 널 위해서 사람을 죽였어. 이런 큰일을 돈으로만 해결하면 안 되지.”“그럼 뭘 원하는 거야?”백채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나 곧 사모님 될 사람이야. 함부로 손대지 마.”“우리 원래 알콩달콩했잖아. 이게 어떻게 함부로 하는 거야?”그는 백채영의 손을 뿌리치더니 거리낌 없이 밑으로 향했다.“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네. 오랜만에 한 번 만져볼까?”이성준을 만난 뒤로 그녀는 노경우가 자신에게 어울릴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다시 인연을 맺을 생각도 없거니와 함부로 손을 대는 그가 혐오스럽게 느껴졌다.“노경우, 경고하는데 그 더러운 손 치워!”“경고? 귀염둥이가 이런 말 하면 나 너무 속상해. 그러다가 백아영 죽였다는 걸 말할 수도...”백채영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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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이성준은 그녀를 등에 업고 한참이나 걸었다. 몸의 상처는 고통으로 마비되었고 두 다리는 마치 자기 것이 아닌 듯 기계적으로 움직였다.그렇게 날이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에야 마침내 한 마을을 보았다.가장 가까운 마당에 30대 중반의 여자가 일찍 일어나 돼지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고, 갑자기 들이닥친 피투성이 된 남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당신들...”이성준은 천천히 백아영을 내려놓더니 여자에게 건네주며 쉰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이 사람 살려줘요...”말을 마친 그는 힘이 빠져 그대로 기절했다....다음 날 아침, 백아영이 눈을 번쩍 떴다.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온몸 곳곳에 난 상처가 아파지기 시작했다.‘아파...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두통과 함께 머릿속에 당시 상황이 생각났다. 차가 부딪친 후 누군가가 그녀를 차에서 끌어 내렸고 한참이나 업혀 다닌 기억이 떠올랐다.등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멈출 줄 몰랐지만, 그 사람은 마치 단단한 강철처럼 걸음이 비틀거리긴 했어도 절대 쓰러지지 않았다.차오르는 눈물이 시야를 가렸고 그녀는 황급히 방안을 둘러봤지만, 비좁은 방에는 그녀뿐이었다.백아영은 아픈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향했다.막 문을 열려는 순간 방문이 열리면서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눈을 반짝이며 그녀를 쳐다봤다.“일어났네?”“아주머니,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함께 온 그 남자는요?”“옆방에 있어.”옆방으로 가니 피투성이가 된 이성준이 침대에 누워있었고 눈을 감고 있는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상처로 뒤덮인 그의 몸은 아무런 처치도 되어있지 않아 피가 그대로 흘러내려 딱지가 앉거나 짓무르는 지경에 이르렀다.백아영은 심장이 무언가에 찔린 듯 숨이 막힐 정도로 아팠다.“이 사람 상처에는 왜 약이 안 발라져 있죠?”백아영의 몸에 있는 상처에는 약이 발려져 있었다.‘시간이 없었나? 아니면 약이 부족한가?’아주머니는 예상치도 못한 답을 내놓았다.“우리 집 약을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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