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141 - Chapter 150

916 Chapters

제141화

무고한 사람의 목숨으로 타협을 강요하는 그들의 모습에 모든 호감이 사라졌고 백아영은 이를 악문 채 불편함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전 정말 아들분과 결혼 못 해요. 실은...”그녀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중상을 입고 초췌해진 이성준의 모습을 보며 말을 이었다.“저희 이미 결혼했고 제가 저 사람 아내예요. 그러니까 아들분과 결혼 못 합니다. 이제 다 나으면 아들분께 괜찮은 여성분 소개해 드릴게요.”“아내? 사기 치지 마!”아주머니는 조금도 믿지 않았고 논리적으로 분석했다.“내가 시골에 산다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 나도 좋은 건 알아. 저 사람은 명품을 입고 있는데 넌 싸구려 옷을 입고 있잖아. 그런데 두 사람이 어떻게 부부일 수가 있겠어. 기껏 해 봤자 비서겠지 뭐.”“저희 둘은...”백아영이 설명하려고 하자 아주머니는 귀찮다는 듯 호통을 치며 말했다.“허튼소리 하지 마. 내 아들이 널 좋아하니까 넌 무조건 시집와야 해. 어쨌든 결론만 말하자면, 네가 내 아들이랑 결혼해야 저 남자를 구할 수 있어. 싫으면 그냥 죽게 놔두던지!”아주머니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고 백아영은 자신이 더 이상 무슨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한다.“아주머니, 살려주신 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꼭 보답하러 다시 올게요. 저 사람 치료할 약은 제가 다른 곳에서 구해보도록 할 테니까 신세 지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백아영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이성준을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우고 떠나려 했다.그녀는 자신이 의사이기 때문에 산에서 약초를 캐도 이성준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때 아주머니가 다가와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힘껏 떼어냈다. 그녀의 품에서 떨어진 이성준은 딱딱한 침대에 그대로 부딪혔고 처리되지 않은 상처는 순식간에 다시 터져 피가 흘렀다.안색은 점점 더 창백해졌고 백아영은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성준아!”다가가려고 하자 아주머니는 어찌나 힘이 센지 그녀의 팔을 꽉 잡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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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아주머니는 예상이라도 한 듯 만족스럽게 웃었고 바보 아들은 옆에서 환호했다.“나 마누라 생겼다~”환호로 가득 찬 집안은 백아영을 소름 돋게 했고 오한이 느껴졌다.아주머니는 이성준에게 접근하지도 못하게 하며 손수 치료하는 건 더더욱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을 의사를 불러와 이성준을 치료했고 백아영은 비좁은 방에 갇혀 내일 있을 결혼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밤이 되자 누군가가 방문을 열었다. 바보 아들은 구멍 난 반바지만 입고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방에 들어왔다.“결혼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내 말 잘 들어. 오늘 밤 내 아들이랑 같이 자. 뭘 해야 하는지는 너도 알지?”아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반짝이는 두 눈으로 백아영을 노려봤다.“마누라, 마누라. 나랑 같이 자자...”말을 마친 그는 팔을 뻗으며 백아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꼴을 보니 멍청한 건 맞지만 자려면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순식간에 소름이 돋았고 속이 뒤집혀 메스꺼움을 느꼈다.그녀는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일으켜 피했지만, 1초 만에 아주머니한테 붙잡혀 뺨을 맞았다.상처가 터지면서 볼도 화끈거리며 아파졌다.“감히 피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아주머니는 백아영의 살을 비틀며 그녀를 밀었다.“침대 가서 똑바로 누워. 내 아들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 남자 확 죽여버릴 거야!”몸부림치던 백아영은 순식간에 그대로 굳어버렸고 저도 모르게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이성준을 위해서라면 더 이상 반항할 여지가 없었다.그녀는 멍청하기 그지없는 아들을 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결혼식은 내일이잖아요. 내일 밤에는 제가 제대로 할 테니까 오늘은 안 돼요! 결혼하기로 했으면 이 정도 예의는 지켜야죠. 그렇지 않으면 이 결혼 없던 일로 할 거예요!”“감히 나한테 조건을 걸어? 내가 오늘 밤이라면 무조건 오늘 밤이야!”아주머니는 곧바로 욕설을 퍼부었고 또 때리려고 하자 백아영은 피하지 않고 강인함을 보이며 말했다.“계속 강요하면 오늘 밤 여기서 죽어버릴 거예요.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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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여자는 따듯한 물 한 잔을 백아영에게 건네줬다.산속의 밤은 유난히 더 추웠는데 그녀는 구멍이 난 얇은 겉옷 하나만 입고 있었고 팔뚝에는 멍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있었다.자주 맞는 게 분명했다. 백아영은 울렁거리는 속을 억누르며 그녀를 바라봤다.“당신도... 이곳에 갇힌 거예요?”“네, 스물두 살 때 속아서 이곳에 왔어요. 도망치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마을 사람 전부 한통속이라 매번 잡혀 왔고 그럴 때마다 맞았어요.”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직 상처가 있으니까 그 남자 신경 안 쓰고 도망친다고 해도 멀리 못 갔을 거예요.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게 마음 편해요.”운명이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또다시 속이 메스꺼웠다.“그 남자가 구해줄 거라고 기대하지도 말아요. 잘생겼던데 상처가 나으면 아마 마을 이장 딸에게 팔릴 거예요. 쇠사슬로 묶여서 도망갈 수도 없어요.”‘이성준이 쇠사슬에 묶인 채 다른 여자랑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백아영은 온몸이 소름 돋아 견딜 수가 없었다.이성준은 차라리 죽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할 사람이다.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그를 구한 게 아니라 불구덩이로 밀어 넣은 거나 다름없는 꼴이 된다. 절대 그런 처지에 놓이게 할 수도 없었고 그녀 역시도 바보 아들과 부부가 되는 건 싫었다.재빨리 머리를 굴린 백아영은 마음을 먹은 듯 입을 열었다.“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죠?”여자는 체념하며 답했다.“당연하죠, 그런데 그럴 수가...”“할 수 있어요!”백아영은 여자의 손을 붙잡으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간절하게 말했다.“내일 결혼하면 모든 사람의 관심이 저한테로 쏠릴 거예요. 제가 시간을 끌 테니까 그 기회를 틈타서 성준이랑 같이 도망쳐요.”결혼식은 마을 전체가 참여하니 절호의 기회인 건 맞다. 그러나 여자는 망설였다.“계속 의식을 잃고 있으면 저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의식을 찾을 방법이 있어요. 걷고 뛸 수도 있으니까 은침 하나만 구해줘요. 하나면 돼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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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은침을 손에 넣자, 불안하던 마음도 조금 안정을 되찾았다. 이 여자가 도와준다면 이성준도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결혼식 전에 이성준을 만나고 싶다는 백아영의 말에 아주머니는 단번에 거절했다.“그 사람 살려준다는 조건으로 당신 아들과 결혼한 거예요. 결혼 전에 상태가 어떤지 직접 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야 겠어요.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네야 안심하고 당신 며느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정도 부탁도 못들어준다면...”백아영은 갓 입은 웨딩드레스를 잡아당기며 말을 이었다.“이 결혼식에 협조 못 합니다.”이 결혼은 백아영이 동의해서 이뤄졌다. 비록 급박하게 준비하긴 했지만, 마을 경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잔치였고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인 곳에서 백아영이 협조하지 않으면 집안 망신을 하는 거나 다름없는 꼴이 된다.아주머니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뺨을 때리고 싶었지만, 곧 시작될 결혼식을 사소한 요구 때문에 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분노하며 입을 열었다.“5분만 시간 줄게!”백아영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이성준의 침대 곁으로 갔다.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은침을 놓았고 이성준은 몸을 떨더니 곧바로 눈을 번쩍 떴다.그러나 아직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었어 입술 외엔 움직일 수 없었는데 그마저도 말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흐릿한 눈빛 사이로 의아하듯 백아영을 바라봤다.“성준아, 내가 네 요혈을 찔렀어. 조금 지나면 기력을 되찾을거고 아마 다섯, 여섯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야. 그럼 망설이지 말고 춘란이랑 함께 도망쳐. 다른 마을을 찾아서 도움을 청하는 게 제일 좋긴 한데 못 찾으면 숨어서 지내다가 몸이 나으면 다시 도망쳐. 이 마을 사람한테 들키지 않으면 안전할 거야.”이성준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봤고 ‘너는?’ 이라고 묻는 듯 했다.백아영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여기서 저 사람들 막고 있을게.”시선을 내리자,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백아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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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결혼식은 축사, 덕담 등 잡다하게 진행됐고 어느새 30여 분이 지났다.시간을 따졌을 때 이쯤이면 이성준은 기력을 되찾고 춘란과 함께 마을을 벗어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어느덧 맞절의 순서가 다가왔다. 비록 혼인신고를 한 건 아니지만 식에서 서로 맞절했다는 건 다른 의미에서 이 관계를 받아들인다는 뜻이기에 그와는 더더욱 맞절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백아영은 이성준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어야 했다.“신랑 신부의 맞절이 있겠습니다.”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허리를 굽히려 했다. 오늘 밤에도 이곳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적이었지만 다른 한편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맞절의 역겨움도 금방 사리질 거란 희망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자, 신랑 신부 맞절.”사회자의 날카롭고 높은 목소리가 울렸고 바보 아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맞절하면 내 마누라가 된다. 헤헤.”백아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허리를 굽혔다.“백아영, 하기만 해봐!”갑자기 분노에 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순간 심장이 찌릿하며 떨려온 백아영은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뒷마당에서 걸어 나온 이성준을 발견했다.그는 여전히 피로 물든 옷을 입고 있었고 곳곳에 난 상처는 딱지가 앉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분노와 살기를 내뿜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백아영은 넋을 잃은 채로 그를 바라봤고 심장이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왜 도망 안 갔지? 도대체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거야?’의사는 적어도 3일이 지나야 깨어날 수 있고 완전히 몸을 일으키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멀쩡하게 서 있는 이성준의 모습에 아주머니 역시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의사의 소견만 듣고 무방비 상태로 그를 혼자 방에 내버려뒀다. 그런데 하필 맞절하는 관건적인 순간에 나타나다니!아주머니는 곧바로 호통을 쳤다.“백아영 씨 스스로 제 아들과 결혼하겠다고 했어요. 깨어나니까 더 좋네요. 친구의 결혼을 지켜볼 사람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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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석양이 지자 두 사람의 그림자는 담벼락에 비쳤고 서로를 꼭 끌어안는 모습은 눈부시게 빛났다.이성준과 백아영이 진짜 부부든 아니든 결혼식장에서 신부에게 입을 맞춘 것만으로도 신랑 일가에서는 더 이상 백아영과 결혼할 면목이 없게 된다.아주머니는 노발대발하며 입을 열었다.“빌어먹을 것들. 감히 내 아들의 결혼식을 망치다니! 대철아, 당장 저 사람들 잡아. 오늘 죽여버릴 거야!”대철은 아주머니의 큰아들로, 나이는 서른이 넘었고 체구가 커서 유난히 험악해 보였다. 그는 곧바로 몇 명의 건장한 남자들을 거닐고 이성준을 향해 돌진해 왔다.이성준은 아쉬운 듯 입맞춤을 멈췄고 고개를 들더니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대철의 배를 걷어찼다.그의 발차기에 몇 미터 날아가 바닥에 쓰러진 대철은 고통스러운 듯 울부짖었다.이성준은 한 손으로 백아영의 허리를 감싸더니 그녀를 벽 모퉁이의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고, 곧바로 싸움을 이어갔다.부상입고 상처와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건장한 청년들은 때려눕히는 그의 잔혹함에 사람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서로 돕겠다며 나서려던 사람들은 바닥에 하나둘씩 쓰러지는 그들의 모습에 머뭇거리며 뒤로 물러서더니 그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죽고 싶으면 덤벼!”이성준은 경멸하듯 그들을 바라보며 건방지게 한마디 말을 남기더니 백아영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쿵!문이 닫히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그 시각 방안에 들어온 이성준은 힘이 빠진 듯 그녀를 향해 쓰러졌다.“성준아!”백아영은 황급히 그를 껴안고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혔다.그제서야 핏기 없이 창백해진 그의 얼굴을 발견했다. 숨결마저 점점 약해져 갔고 몸에 난 상처는 터져버려 피가 쉴 새 없이 흘러왔다.방금 엄청난 힘으로 싸운 건 전부 억지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백아영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파졌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그러게 왜 돌아온 거야? 춘란이랑 같이 이 마을에서 벗어났으면 안전했을 텐데!”이성준은 그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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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잠깐만, 배가 왜 이렇게 아프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저도 배가...”“대철 엄마, 여기 음식이 상한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배가 아프지?”금방이라도 들이닥칠 듯 기세등등해서 문을 두드리던 사람들은 저마다 얼굴이 파랗게 질려 고통스럽게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로 향했다.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문은 금세 조용해졌다.백아영은 바깥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폈고 마치 전쟁을 끝낸 사람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배가 아파서 다행이네, 안그러면...”고개를 돌리자, 생각보다 담담한 이성준의 모습에 뭔가 깨달았다.“설마 음식에 뭐 넣었어?”“설사약.”백아영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제 생각해 보니 깨어났을 때 바로 나타난 게 아니라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 시간 동안 약을 탄 게 틀림없다.비겁한 방법을 사용한 건 맞지만, 덕분에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백아영은 방 안의 약초를 끌어모아 은침과 함께 이성준의 상처를 치료했다.안 그래도 부상을 심하게 입은 상황에 정신적인 피로가 극에 달하자 저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몇 시간이 지난 후, 설사약은 어느새 약효를 잃었고 문밖에서는 다시 인기척이 느껴졌다.아주머니는 욕설을 퍼부으며 사람들을 모아 들이닥칠 계획을 짜고 있었고 낡아빠진 문은 삐걱삐걱 소리내기 시작했다.백아영은 신경이 곤두섰다. 이성준에게 놓았던 은침도 이제 효과를 잃어가고 전투력도 바닥났다.이 상태로 사람들이 쳐들어온다면 그녀와 이성준은 맞아 죽을 게 분명했다.도망칠 기회조차 없었기에 1초라도 더 버티자는 생각으로 서둘러 방 안에 있던 탁자와 장롱으로 온 힘을 다해 문을 막았다.그렇게 간신히 30분을 버티다가 결국 인원수에 밀려 문과 장롱이 함께 쓰러졌다.백아영마저 중심을 못 잡고 뒤로 넘어지려던 찰나 누군가가 안정감 있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이성준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고생했어.”그녀는 코끝이 시큰해지며 절망으로 가득 찼다.문이 열렸으니 이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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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기세등등하던 아주머니마저도 시퍼렇게 멍이 든 채 누워있었고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됐다.백아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울먹였다.“우리 살았어...”“응.”이성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말했잖아. 내가 있는 한 그 누구도 널 건드릴 수 없다고.”그는 몰래 설사약을 넣을 때 주방장에게 핸드폰을 건네받아 위정에게 위치를 보냈고 몇 시간 동안 위정이 사람을 데리고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백아영은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그를 바라봤다.“성준아, 우리... 성준아?”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성준은 그녀의 몸 위로 쓰러졌고 아마도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었던 것 같다.백아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다급하게 외쳤다.“위정 씨, 성준을 침대로 옮겨주세요. 제가 치료할 테니까 얼른 구급상자도 가져와요!”위정이 막 가지러 가려던 참에 문 앞에 나타난 백채영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백채영은 싸늘한 표정을 한 채 침대 곁으로 다가가더니 그녀를 바닥으로 밀어냈다.“백아영, 넌 진짜 왜 그러냐? 네가 성준 씨 이렇게 만들어 놓고 무슨 자격으로 치료한다는 거야? 저리 꺼져!”아직 상처가 완벽하게 치료되지 않은 백아영은 바닥에 쓰러지며 상처가 터졌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그녀는 아파할 겨를도 없이 혼수상태에 빠진 이성준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많이 다쳤어. 지금 당장 치료해야 해. 내가 할게...”“이사람 다친 건 내가 사람 구해서 치료할 테니까, 너랑은 아무런 상관없어!”백채영은 침대 곁으로 가서 이성준을 품에 안으며 그녀를 위협했다.“앞으로 성준 씨한테서 멀리 떨어져! 만약 다시 한번 귀찮게 매달리고 힘들게 만든다면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말이 끝나자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방으로 들어와 재빠르게 이성준을 옮겼다.“백아영, 며칠 후면 우리 결혼식이야. 그러니까 똑똑히 기억해. 저 사람은 내 약혼자고 내 남편이야!”백채영의 눈빛은 가시처럼 날카롭게 그녀를 찔렀다.“그 사람이 널 구한 건 그냥 동정심이야. 염치가 있다면 다시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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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백아영은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우진이 달려왔다.그는 며칠 동안 필사적으로 그녀를 찾으러 다니며 걱정되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상처투성이가 된 채 병상에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 민우진은 가슴이 아파왔고 성큼성큼 침대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는 목이 메어 울컥하며 입을 열었다.“아영 씨, 미안해요. 산속까지 알아보며 좀 더 일찍 찾아냈어야 하는데.”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했으면 이렇게까지 다치지도 않았고, 하마터면 목숨마저 잃을뻔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민우진에게 안긴 백아영은 적응이 안 됐는지 손을 뻗어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이게 어떻게 당신 탓이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심각한 거 아니니까 며칠 지나면 금방 나을 거예요.”민우진은 그녀의 병세를 주의 깊게 살펴보더니 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안심되어 마음을 놓았다.“누가 그곳으로 데려갔어요?”“노경우.”백아영은 눈빛이 어두워졌다.“백채영 전 남자친구예요.”서로 아무런 원한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그녀를 죽인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백채영이 떠올랐다.그러나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었다.민우진의 온화함은 온데간데없어졌고 눈빛에서는 싸늘함이 느껴졌다.“제가 사람 시켜서 한번 알아볼게요.”“당신은 이 일에 끼어들지 말아요. 노경우 지금 살인 혐의로 수배 중이어서 자극한 순간 무슨 짓이든 저지를 사람이에요. 이 일은 경찰한테 맡겨요. 전 당신이 다치는 걸 보고싶지 않아요.”그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민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겠어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숨긴 채 몰래 알아볼 계획이었다.백아영의 목숨을 위협한 사람을 이렇게 가만둘 수 없었다!“아영 씨, 지금 백채영뿐만 아니라 노경우도 호시탐탐 당신을 노리고 있어요. 이제 더 이상 손 안 쓸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남원에 남아있는 건 정말 위험한 것 같아요.”민우진은 진지하게 제안했다.“내일 당장 남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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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린 민우진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이성준을 만날 수 없더라도 내일 당장 떠날 결심을 내릴 수 없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그런데 계속 남원에 머무르는 건 변수가 너무 많다.민우진은 더 이상 백아영에게 사고가 생기는 걸 용납할수 없었다. 그러나 이성준과의 만남이 그녀의 마음속에 낙인을 남겨 마음이 커지는 걸 더 용납할 수 없었다.어떻게서든 백아영을 이곳에서 떠나게 만들어야만 한다.잠깐 생각에 빠진 그는 마음을 먹은 듯 입을 열었다.“아영 씨가 직접 이성준을 만나 안부를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볼게요. 다만 확인한 후 바로 남원을 떠날 거라고 약속해 줘요.”이성준을 만나 그의 안부를 확인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걱정할 이유가 없었기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이씨 일가의 개인병원, 백아영과 민우진은 청소부 옷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독채인 VIP 병동으로 향했다.“이성준은 1층에 있어요. 미리 확인했으니까 지금 들어가서 청소한다면 다른 사람은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사전에 이곳의 상황을 모두 파악한 민우진은 백아영을 데리고 목적지를 향해 다가갔다.그러나 병실 입구에 도착하려던 찰나 백채영이 이영철과 오미란을 데리고 오는 걸 보았다.“지금 들어가면 안 돼요.”민우진은 재빨리 백아영의 손목을 잡고 자리를 피했다.병실 문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이성준은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고 창백한 얼굴을 한 채로 깊이 잠들어 있었다.백아영은 심장이 무언가에 눌린 듯이 가슴이 아팠다.민우진은 그녀를 데리고 독채에서 나와 외벽을 따라 꽃밭으로 들어갔다.“저 앞에 있는 창문이 이성준 병실이에요. 일단은 밖에서 엿들으면서 상황을 지켜봐요.”이영철과 오미란이 왔으니 틀림없이 이성준의 병세를 얘기할 거고, 그걸 듣고 백아영이 마음을 놓을 수만 있다면 이것 또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민우진을 따라 창가로 걸어가자, 뜻밖에도 이성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아픈 곳 없어요.”‘깨어난 거야?’백아영은 기쁨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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