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침을 손에 넣자, 불안하던 마음도 조금 안정을 되찾았다. 이 여자가 도와준다면 이성준도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결혼식 전에 이성준을 만나고 싶다는 백아영의 말에 아주머니는 단번에 거절했다.“그 사람 살려준다는 조건으로 당신 아들과 결혼한 거예요. 결혼 전에 상태가 어떤지 직접 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야 겠어요.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네야 안심하고 당신 며느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정도 부탁도 못들어준다면...”백아영은 갓 입은 웨딩드레스를 잡아당기며 말을 이었다.“이 결혼식에 협조 못 합니다.”이 결혼은 백아영이 동의해서 이뤄졌다. 비록 급박하게 준비하긴 했지만, 마을 경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잔치였고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인 곳에서 백아영이 협조하지 않으면 집안 망신을 하는 거나 다름없는 꼴이 된다.아주머니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뺨을 때리고 싶었지만, 곧 시작될 결혼식을 사소한 요구 때문에 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분노하며 입을 열었다.“5분만 시간 줄게!”백아영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이성준의 침대 곁으로 갔다.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은침을 놓았고 이성준은 몸을 떨더니 곧바로 눈을 번쩍 떴다.그러나 아직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었어 입술 외엔 움직일 수 없었는데 그마저도 말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흐릿한 눈빛 사이로 의아하듯 백아영을 바라봤다.“성준아, 내가 네 요혈을 찔렀어. 조금 지나면 기력을 되찾을거고 아마 다섯, 여섯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야. 그럼 망설이지 말고 춘란이랑 함께 도망쳐. 다른 마을을 찾아서 도움을 청하는 게 제일 좋긴 한데 못 찾으면 숨어서 지내다가 몸이 나으면 다시 도망쳐. 이 마을 사람한테 들키지 않으면 안전할 거야.”이성준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봤고 ‘너는?’ 이라고 묻는 듯 했다.백아영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여기서 저 사람들 막고 있을게.”시선을 내리자,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백아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Last Updated : 2023-09-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