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151 - Chapter 160

916 Chapters

제151화

이성준이 곧 결혼할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동고동락한 시간이 무색하게 다시 한번 두 귀로 똑똑히 확인한 백아영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모든 잡념이 씻겨 내려가 오로지 씁쓸함만 남았다.공허한 마음속엔 자조뿐이었다.대체 무엇을 기대했단 말이지? 애초에 아무것도 바라지 말아야 했다.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백아영을 보자 민우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내 주먹을 꽉 쥐었지만, 말투만큼은 다정하기 그지없었다.“컨디션은 괜찮나 봐요, 이제 갈까요?”“...네.”백아영은 창문에 비친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록 바로 눈앞에 있었지만, 마치 환영처럼 닿을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두 사람은 어디까지나 운명의 장난에 놀아났을 뿐, 이제 꿈에서 깼으니 그녀도 떠나야만 했다.백아영은 천천히 시선을 돌리고 뒤돌아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그녀가 떠나는 찰나 이성준은 본능적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였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병원을 떠나 민우진은 백아영을 자신의 별장으로 데려갔다.“아영 씨가 실종된 날에 짐을 몽땅 우리 집으로 가져왔는데, 괜찮죠?”민우진이 그녀의 짐을 잃어버리지 않게 대신 챙겨줬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오히려 고맙죠. 아니면 빈손으로 남원을 떠날 뻔했다니까요? 안 그래도 가진 게 없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네요.”민우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다정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빈손으로 떠나진 않을 거예요.”이내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는데 볼록하게 뛰어나왔다. 손바닥 안에는 평생 단 한 번만 주문 제작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남원을 떠나는 그 날 민우진은 그녀에게 프러포즈할 계획이다.백아영은 민우진이 짐을 가리키는 줄 알고 별생각 없이 고개를 돌려 차창 밖으로 점점 멀어져 가는 거리의 풍경을 내다보았고, 마음속으로는 알 수 없는 서글픔과 씁쓸함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이 도시를 떠나는 건가...?곧이어 차는 별장 앞에 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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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지하실에서 목격했던 허수빈의 악독하고 매정한 모습은 마치 낙인처럼 지워지지 않았고, 엄마에 대한 모든 환상을 깨부쉈다. 그녀는 평생 다시는 허수빈을 마주칠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이 말을 듣자 허수빈은 흐느끼기 시작했다.“아영아, 엄마가 지하실에 너무 오래 갇혀 있어서 가끔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실수할 때가 많아. 하지만 네가 찾아왔던 그날은 멀쩡했어. 당시 누구인지는 대충 짐작이 갔는데 그 자리에서 감히 내 딸이라고는 못했거든. 괜히 나 때문에 너도 선우 일가에 연루될까 봐 겁이 났어.”그녀는 진심으로 말했다.“그래서 선을 긋기 위해 잔인한 말을 할 수밖에 없었어. 그렇게 해야만 널 지키지 않겠어?”생각지도 못한 변명에 백아영은 어안이 벙벙했다.하지만 그날 악을 쓰는 허수빈의 모습은 절대로 연기는 아닌 듯한데...“아영아, 엄마 믿지? 우린 피와 살을 나눈 혈육인데, 내가 어찌 널 싫어할 수 있겠어? 만약 정말 널 미워했다면 네가 무사히 자랐으면 하는 바람에 갖은 수를 써서 보육원에 보내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말을 이어갈수록 허수빈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아영아, 이런 엄마를 용서해줄래? 혹시 기분이 상했다면 엄마를 욕하고 때려도 좋아. 다만 제발 못 본 척하지 말아 줘.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가족은 너뿐이니까.”마지막 한 마디는 백아영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건드렸다.그날 지하실에서 있었던 일을 지우고 싶다고 해서 잊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허수빈의 눈물을 차마 외면하지는 못했다.갈등과 망설임 때문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허수빈은 곧바로 다가가 백아영의 손을 잡았다.“아영아, 네가 어렸을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했지만 앞으로 최대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줄게. 이제 더는 떨어져서 지내지 않아도 돼.”비쩍 마른 허수빈의 손가락은 뼈마디만 남아서 아플 정도로 딱딱했고, 애정이 생기기는커녕 오히려 반감만 들었다.백아영은 친어머니와 같이 있어 본 적이 없어서 이런 느낌이 과연 맞는 건지 짐작이 잘 안 갔다.결국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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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너무 늦어. 그 사람은 남원에 오래 머물지 않을 거야. 지금 아니면 영원히 아빠 찾을 생각하지 마.”허수빈은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게다가 이씨 가문에서는 결혼 준비하느라 바쁠 테니까 날 붙잡으러 다닐 여유까지 없을 거야. 내가 잘만 숨어 있는다면 절대 안 잡힐걸? 아영아, 이번에 네 아빠를 찾을 유일한 기회인데 엄마가 어찌 떠날 수 있겠어? 만약 무조건 남원을 떠나야 한다면...”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한숨을 쉬었다.“넌 먼저 가. 나중에 네 아빠를 찾으면 데리고 같이 갈게.”마지막 말을 내뱉었을 때 허수빈의 눈동자는 영혼이 없었다. 이는 누가 봐도 혼자서는 사람을 찾기도 전에 붙잡힐 것 같은 모양새였다.그런데도 그녀는 머물러 있기로 하지 않았는가?비록 허수빈과 그녀의 남편에 대해 전해 들은 적은 없었지만, 지금 보니 두 사람은 금슬이 꽤 좋아 보였다.이에 감동한 백아영은 한편으로 흐뭇하기도 했다.결국 또 한 번 망설이기 시작했다.잠시 후, 그녀는 느릿느릿 말했다.“저도 같이 찾아줄게요.”민우진은 불안한 마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당장이라도 백아영을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결국 타고난 성격 때문에 그녀의 뜻을 존중해줬다.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집주인이 아영 씨한테 월세방에서 나가라고 했으니 아영 씨 어머님을 모시고 호텔에 묵는 것도 위험하잖아요. 차라리 우리 집에서 지내는 게 어때요? 그동안 저도 같이 사람을 찾아줄 테니까.”두 사람을 설득할 방법이 없는 이상 최대한 빨리 사람을 찾아 줘야만 백아영을 데리고 떠날 수 있었다.민우진은 남원에 남아 있는 백아영의 유일한 친구이기에 현재 상황에서 딱히 부탁할 만한 다른 사람도 없었다.별장에 들어서고 나서 허수빈은 얼른 상대방의 정보를 알려줬다. 딱히 유용한 내용은 아니었고, 유일한 단서가 다름 아닌 제갈이라는 성을 가졌다는 것이다.제갈이라는 두 글자 성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았고, 게다가 신분이 귀한 편인 지라 백아영의 머릿속에 단번에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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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20년 넘게 처음으로 목욕하는 허수빈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행복한 기분을 만끽했다.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는 모습과 달리 그녀의 눈빛은 악랄함과 사악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백채영이 선우 일가 지하실에서 그녀를 풀어줬을 때 선우주영이 치료해준 덕분에 이미 제정신으로 돌아왔고, 또한 백채영을 통해 일부 진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물론 백아영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다만 백채영이 그녀를 풀어준 조건이 바로 백아영을 찾아가서 기회를 틈타 죽이라는 것이었다.이보다 더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백아영을 죽이는 건 물론 선우 일가 사람들도 같이 매장할 작정이었다....이틀 후 민우진은 제갈연준을 찾았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문을 열고 들어선 백아영은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흰색 셔츠를 차려입은 그는 고상한 기품은 물론 잘생긴 외모까지 더해 어디 하나 빠짐없는 완벽함이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심지어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며, 괜스레 친해지고 더 깊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었다.하지만 이는 단지 가식적인 겉모습에 불과할 뿐, 사실상 매정하고 교활한 사람인지라 겉보기와 전혀 달랐다.지난번에 그런 사건을 겪고 나서도 제갈연준은 백아영을 보고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더욱이 스스럼없이 웃으며 말했다.“아영 씨가 제 지인의 딸이었군요. 만약 진작 알았더라면 그날 도와줬을 텐데.”그의 말투는 반성은커녕 오로지 가식으로만 가득했다.백아영은 예의상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허수빈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초조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제갈연준 씨, 혹시 우리 남편의 행방을 아시나요?”제갈연준은 허수빈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백아영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잔뜩 긴장한 채 제갈연준을 바라보았다.허수빈은 다시 물었다.“지금 어디 있어요?”제갈연준은 미묘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동안 겪은 일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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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제갈연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백채영은 한창 해독 침술을 배우고 있을 거예요. 날짜를 미룰수록 그녀가 마스터할 가능성만 커질 뿐, 그만큼 우리의 실패 확률도 높아진다는 걸 의미하죠.”그는 결혼식 날까지 기다리는 걸 찬성하지 않았다.선우 일가의 행방을 어렵게 알아낸 만큼 남원에게 모조리 죽여버릴 작정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결혼식까지 해독 침술을 마스터할 일은 없을 테니까. 왜냐하면 백채영은 선우 일가의 진짜 아가씨가 아니거든요. 선우소훈 그 노인네가 백채영한테 감쪽같이 속았어요.”허수빈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그날 지하실에서 풀려난 이후로 바로 별장을 떠나는 대신 우연한 기회에 선우주영과 백채영의 대화를 엿듣고 나서 백채영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래서 결혼식 당일에 손을 쓰기로 하는 이런 대담한 계획을 세웠다.제갈연준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눈썹을 치켜떴다.“가짜라고요? 그럼 진짜는 어디 있죠?”선우 일가의 아가씨는 해독 침술을 익혀서 선우 일가를 제압하는 제갈 일가의 독술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굳이 따지자면 그는 선우 일가 아가씨를 제일 죽이고 싶었다.“모르겠어요.”허수빈의 눈빛에는 사악함이 가득했다.“일단 선우 일가 사람을 죽이고 나서 수소문하면 어떻게든 알아내겠죠? 그때 가서 죽여도 늦지 않을 거예요.”...결혼식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전날 밤, 선우소훈은 결혼을 앞둔 백채영을 서재로 불러 자상한 말투로 물었다.“채영아, 요즘 결혼 준비하랴 해독 침술 배우랴 고생이 많아.”곧 이성준과 결혼한다는 생각에 백채영은 기분이 날아갈 듯싶었고, 얼굴에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이내 고분고분 대답했다.“아니에요.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만약 예식 전까지 해독 침술을 다 배우면 엄청난 혼수를 준비해서 으리으리한 결혼식을 마련해주겠다는 선우소훈의 말이 문득 떠오르자 그녀는 다시 말을 보탰다.“해독 침술 책은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 있으니까 내일 아침이면 모두 마스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할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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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다만 기다리면서 최대한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백아영이 도로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허수빈이 거침없이 걸어 들어왔다.“아영아, 얼른 일어나. 제갈연준 씨가 네 아빠를 찾았대. 지금 만나러 가자.”친아버지의 소식에 백아영은 잡념을 떨쳐버렸다.생기를 잃은 표정은 이내 기대와 희망이 차올랐다. 그녀는 잽싸게 침대에서 일어나 후다닥 씻고 외출 준비를 했다.너무 이른 시간이라 민우진과 대부분 도우미는 아직 꿈나라에 있었다.백아영은 그래도 민우진에게 나간다고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허수빈이 펄쩍 뛰면서 말렸다.“며칠 동안 신세를 졌으니 자게 놔둬. 우리끼리 네 아빠 보러 가자.”친아버지를 만나는 자체가 워낙 사적인 일인지라 굳이 민우진을 깨워 아침 댓바람부터 데리고 다닐 필요는 없었다.결국 백아영은 허수빈과 단둘이 집을 나섰다.불안과 초조, 기대를 안고 허수빈을 따라 목적지에 도착한 백아영은 어안이 벙벙했다.“여기라고요?”이는 바로 오늘 이성준과 백채영이 결혼하는 호텔이었다.“제갈연준 씨도 네 아빠가 여기서 일한다는 소식을 방금 알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마침 이성준과 백채영의 결혼식이 있는 호텔이네.”허수빈은 누가 봐도 이 결혼식을 찬성하지 않은 모습이었다.“나라고 오고 싶었겠니? 다만 네 아빠가 바쁜지 전화도 안 받으니까 직접 찾으러 올 수밖에 더 있겠어?”이씨 가문의 결혼식인 만큼 모든 직원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일 것이다.오늘 이성준이 결혼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울적한데, 결혼식장에서 두 눈으로 목격하는 건 오죽하겠는가?그녀는 호텔에 발을 들이고 싶은 생각조차 없었다.“바쁘다는데 굳이 지금 들어가서 방해할 필요 있어요? 이따가 일 다 보고 나서 연락이 닿으면 밖에서 만나요.”“안 돼!”허수빈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내가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선우 일가 사람이 곧 찾아올 거야.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어. 지금 당장 들어가서 네 아빠를 데리고 떠나야 해.”딱히 반박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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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잠깐만요.”허수빈의 목소리가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백아영을 죽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오늘이 절호의 기회예요.”“오늘이요?”백채영이 어리둥절했다.허수빈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백아영이 결혼식을 망치려고 찾아왔다가 결국 실패하고 돌아가는 길에 발을 헛디뎌 건물에서 떨어졌다고 하면 완벽한 시나리오잖아요. 설령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자업자득에 불과할 뿐, 앞으로 채영 씨는 남편을 빼앗길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얼마나 좋아요?”이 말을 듣는 순간 백채영은 마음이 혹했다. 백아영이 진짜 이런 이유로 생을 마감한다면 아무리 그녀에게 호감이 있는 이성준이라도 정이 뚝 떨어질 것이다.그녀는 즉시 결정을 내렸다.“당신 말대로 해요. 난 뭘 하면 되죠?”“이 건물 모든 CCTV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설정해 줘요. 감시 카메라 사각지대를 이용해서 백아영을 처리할 테니까.”고작 CCTV 접근 권한을 설정하는 건 백채영에게 식은 죽 먹기와 다름없었다.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알았어요.”전화를 끊고 나서 허수빈은 재빨리 제갈연준에게 연락했다.“CCTV 접근 권한을 설정해준다고 하니까 이제 행동 개시해도 돼요.”사진을 들고 비상계단을 나선 백아영은 곧장 어느 한 직원에게 다가가 물었다.“죄송한데 이 사람 보신 적 있어요?”이를 본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백아영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뒤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실례하지만 이분 혹시 그쪽 직장 동료이신가요?”그러나 상대방도 똑같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아니요.”백아영은 무거워진 마음으로 사진을 꼭 쥐었다. 이쯤이면 허수빈이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그런데 왜 그녀를 속였단 말이지?백아영은 불안에 떨며 다급히 비상구를 향해 뛰어갔다. 그러나 비상계단에 다다른 순간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했던 허수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허수빈은 대체 무엇을 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혼식장에 찾아온 걸까?불안감이 점점 커진 백아영은 허수빈에게 당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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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백아영은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다. 이성준한테 전화를 거는 와중에 DNA 감식처에서 연락이 왔다.“여보세요? 저번에 의뢰하셨던 감정 보고서 결과가 나왔는데, 직접 찾으러 오실 거예요? 아니면 재택으로 보내드릴까요?”이는 백아영이 친자 확인을 맡겼던 보고서였다.그녀는 서둘러 물었다.“혹시 검사 결과를 먼저 알려줄 수 있을까요?”“네.”휴대폰 너머로 대답이 들려왔다.“첫 번째 감정 결과에서 백채영과 박라희는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성립될 가능성이 99%라고 나와 있어요.”백채영과 박라희는 역시나 친모녀였다.어쩐지 박라희가 간이고 쓸개고 빼줄 듯 백채영을 한결같이 챙겨준다고 했다.“두 번째 감정 결과에서 백채영과 선우소훈 사이에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습니다.”물론 딱히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그동안 백채영이 보여준 허술한 면이 너무 많아서 아무리 봐도 선우 일가 아가씨와 거리가 멀었다.아니나 다를까 백채영은 가짜였다.당시 혈액 검사할 때 그녀도 감정을 맡겼으니 백채영이 가짜인 이상 선우 일가 아가씨는 본인일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백아영은 숨이 점점 가빠지더니 서둘러 물었다.“세 번째 감정 결과는 어때요?”“백아영과 선우소훈 사이에는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가슴 속에 피어오르던 희망의 불씨가 순식간에 점멸되었다.허수빈의 딸도 아니고 선우 일가와도 관계가 없다니?결국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사람도 아닌데, 단지 영문도 모른 채 휘말리게 된 타인에 불과했다.어쩌면 앞으로 평생 가족을 찾기는 그른 듯싶었다.백아영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가지러 갈 시간이 없으니까 친자확인서를 헤이빌딩으로 보내줄 수 있나요? 선우소훈 씨한테 전해 주면 됩니다. 제일 빠른 거로 보내주세요.”곧이어 헤이빌딩 입구에 수십 대의 고급 승용차가 줄줄이 도착했다.신랑 신부가 탄 차량이 도착했다!문이 열리고 차에서 내린 이성준은 무난한 신랑 예복을 입었는데, 평소와 거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감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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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한편, CCTV를 통해 이성준과 선우 일가의 움직임을 감시하던 제갈연준도 백아영을 발견했다.그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이어셋으로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허수빈을 향해 호통쳤다.“백아영을 찾으러 갔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1층 로비에 나타난 거죠?!”허수빈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나도 모르죠. 분명 13층에서 아빠를 찾으라고 했는데... 죽일 년 같으니라고, 지금 당장 붙잡으러 갈게요.”“붙잡긴 뭘 붙잡아요! 이미 이성준과 마주쳤단 말이에요.”제갈연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오늘 감히 내 계획을 방해한다면 당신도 독살해버릴 테니까!”허수빈은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그녀도 아직 빌딩 안에 있으므로 제갈연준이 독가스를 살포한다면 반드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이내 재빨리 설득했다.“백아영이 우리 계획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우연히 맞닥뜨렸을 뿐인데 괜찮을 거예요. 게다가 로비에서 독가스를 살포해봤자 100% 효과를 보기는 어려워서 선우 일가 사람이 죽는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제갈연준 씨, 우선 상황을 좀 지켜봅시다.”제갈연준은 살얼음 같은 눈빛으로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로비 감시카메라를 통해 이어셋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반면, 홀에서 백아영은 아연실색한 얼굴로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고, 발바닥부터 오한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비록 가장 빠른 속도로 계단을 내려왔지만, 결국은 사람들이 빌딩 안으로 진입하기 전에 막지 못했다.이미 홀에 들어선 이상 제갈연준의 감시 범위에 있을 텐데, 언제 독가스를 살포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체 무슨 수로 사람을 구해야 한단 말인가?“백아영, 여기서 뭐해?”베일을 쓰고 있는 백채영은 얼굴이 보일 듯 말 듯했으나 악랄한 눈빛까지 숨길 수 없었다.그녀는 속으로 허수빈을 욕하기 급급했다. 감시카메라 접근 권한까지 줬는데, 여태껏 백아영을 죽이지 못했다니!게다가 백아영이 눈앞에 나타날 기회를 줘서 괜히 결혼한다고 들떠 있는 그녀의 기분을 망치게 하지 않았겠는가!빌딩 안은 제갈연준의 감시 범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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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이성준의 그윽한 시선은 백아영한테서 떨어질 줄 몰랐다. 호수처럼 깊은 눈동자 속에서는 마치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듯싶었다.이때, 목구멍에서 쥐어 짜낸 듯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왜 따라가야 하지?”딱 잘라 거절하는 대신 이유를 묻는 이성준 때문에 백채영은 머릿속에 비상벨이 울리면서 불안감이 치솟았다.그녀는 서둘러 대답을 가로챘다.“이유가 있나? 날 질투하고 증오하는 거지! 예전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것을 빼앗으려고 하더니 지금도 예외는 아니야.”“백아영! 진짜 욕심이 끝이 없네?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 있어?”백채영은 손가락으로 입구를 가리켰다.“지금 당장 꺼져. 그나마 오늘 내 결혼식이라서 없던 일로 해줄게. 아니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선우소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그녀에게 미안했던 마음도 혐오감이 몰려와 싹 사라졌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당장 이 자를 끌어내! 감히 우리 손녀딸의 결혼식을 망치러 다시 찾아온다면 그 자리에서 죽여버려!”곧이어 선우 일가 사람 두 명이 다가가 백아영을 끌어내려고 했다.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가는 백아영은 절대로 끌려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이성준의 팔을 붙잡았다.“성준아, 백채영이랑 결혼하지 마. 나랑 같이 가자, 제발!”이성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끌어내려는 사람을 제압했다. 그러고 나서 진지한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백아영, 대답해. 이유가 뭔데?”그는 싫은 티도 내지 않고 똑같은 질문을 두 번이나 했다.두 눈이 마주친 백아영은 심장이 두근거렸고 당장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왜냐하면, 그게... 백채영은 너랑 어울리지 않아! 그동안 저지른 잘못만 해도 얼마나 많은데, 네가 모르는 것도 수두룩하거든. 날 따라오면 다 알려줄 테니까 설령 백채영과 결혼하고 싶다고 해도 상대방에 대해 낱낱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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