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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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그런데 눈에 들어온 거라고는 비상계단 안으로 쏙 사라지는 백아영의 모습뿐이었다.자기를 부를 땐 언제고, 본인이 먼저 가버린단 말인지?순간 욱하고 화가 난 이성준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그녀를 붙잡으러 가고 싶었다.물론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도 했다.그는 비상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한편, 비상구 너머로 백아영은 입이 틀어막힌 채 꽉 붙잡혀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귓가에는 제갈연준의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미 알고 있나 보네요? 감히 내 계획을 망치려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군.”백아영은 소름이 끼쳤다. 자비 따위 없는 제갈연준의 손에 들어간 이상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초조한 눈빛으로 비상구를 향해 가까워지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속으로 이성준이 얼른 제갈연준을 발견하기를 간절히 바랐다.눈앞까지 다가온 이성준의 그림자가 비상구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고 문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성준아, 너랑 어울리지도 않은 백채영과 기어코 결혼하고 싶다면... 둘이 행복하길 바랄게.”비록 제갈연준이 말을 했지만, 목소리는 백아영과 똑같았다.깜짝 놀란 백아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등골이 오싹했다. 제갈연준이 성대모사에 능할 줄이야!‘망했다!’그녀는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가 우뚝 멈추는 게 보였다.이성준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문고리를 잡은 손은 마치 철까지 뭉그러트릴 만큼 힘이 잔뜩 들어갔다.행복하길 바란다고?‘포기 하나는 참 빠르군, 아주 잘하는 짓이야!’어쩌면 그녀에게 기대한 자체가 실수였는지도 모른다.결국 화가 나서 쌩하니 뒤돌아선 이성준은 활짝 열린 엘리베이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고, 온몸에서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잽싸게 따라나선 백채영이 능청스럽게 말했다.“성준 씨, 그만 화 풀어. 백아영은 원래 그래. 항상 날 질투해서 뭐든 빼앗으려고 애를 쓰지. 그냥 무시하고 쫓아내는 게 답이야.”말을 이어가는 와중에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 비상구를 바라보는 백채영의 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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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그는 주먹을 살짝 쥐었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제갈연준, 오늘 네가 무슨 수작을 부려도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 우린 이미 선우 일가 공주를 찾았거든? 그녀가 해독 침술을 익힌 이상 고작 제갈 일가의 독 따위 우리한테 더는 아무런 위협이 안 돼.”“그래? 선우 일가 사람이 과연 오늘을 살아 넘길 수 있을지 어디 한번 두고 봐?”제갈연준은 손가락으로 이어셋을 톡톡 건드리더니 명령했다.“살포해!”순간 빌딩 곳곳의 환풍구에서 독가스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비록 지하 주차장까지 살포하지는 않았지만, 계단 입구에서 하얀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걸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선우경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막 도착해서 기회를 엿보고 독가스를 퍼뜨리려는 제갈연준을 협박해서라도 쫓아내려고 했는데, 일찌감치 빌딩 내부에 잠입해서 경호원들이 감시하는 와중에 대량의 독가스를 살포할 줄은 몰랐다.심지어 독성이 제일 강한 독가스라서 해독 침술을 마스터한 선우 일가 아가씨만이 해독할 수 있었다.그러나 여태껏 백채영의 의술을 직접 인증한 적이 없지 않겠는가?지금은 단지 백채영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해독 침술을 마스터한 게 사실이길 바랄 뿐이었다.“제갈연준! 선우 일가에서 해독을 다 하면 넌 죽었어.”백아영은 자욱한 독가스를 바라보자 절망에 빠졌고, 전신을 뒤덮는 한기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해독이라니? 어쩌면 곧 죽게 될 사람은 백채영이 해독해 주기를 믿고 있는 선우 일가일지도 모른다.그녀가 큰소리로 외쳤다.“선우경진 씨! 백채영은 선우 일가의 아가씨가 아니라 가짜라고요. 의술 따위 모르니까 그녀가 구해줄 거라 기대하지 말고 빨리 독성을 억제할 방법을 모색해 봐요!”중독 초기는 곧 골든타임이다. 선우 일가 정도면 최대한 서두른다고 할 때 충분히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이때, 선우경진의 동공이 흔들렸다.마음속에 품었던 의심은 점점 불안감으로 바뀌었고,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백아영, 그 말 감당할 수 있겠어?”백아영은 단호하게 말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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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한편, 예식장도 독가스로 자욱했고, 빌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중독되었다.경사스러운 분위기의 결혼식 현장은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해 곡소리로 가득했다.다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참고 황급히 건물 밖으로 도망쳤다.빌딩 입구에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이성준은 안색이 창백하고 입가에 희미한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그는 오미란을 부축해서 화단 옆에 앉히더니 침착한 모습으로 선우소훈에게 물었다.“어르신, 이 독을 해독할 수 있습니까?”비록 누군가 결혼식에 독가스를 퍼뜨려 이 상황을 모면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의외이긴 했으나 뛰어난 의술을 자랑하는 선우 일가가 있는 만큼 당연히 극복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다만 선우소훈은 고개를 저으며 백채영을 바라보았다.“오직 채영만이 해독할 수 있어.”“채영아... 쿨럭쿨럭!”말을 이어가던 선우소훈은 피를 토했고, 목소리마저 쉬었다.“이 독가스가 바로 해독 침술 책에 있는 독이야. 얼른 해독해 줄래?”이내 모든 사람은 기쁜 얼굴로 백채영을 바라보았는데,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하나같이 기대로 가득했다.“백채영 양은 역시나 대단해요. 우리한테 그야말로 단비 같은 존재네요.”“제발 살려주세요. 너무 고통스러워서 죽을 것 같아요.”“맞아요, 채영 씨 얼른 사람을 구해주세요.”사람들은 간절하게 애원하면서 독촉했다.하지만 이러한 구원의 소리는 백채영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고, 뿌듯함과 허영심을 충족해주기는커녕 공포와 패닉으로 다가왔다.그녀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결혼식 날에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몰랐다. 모두가 중독된 상황에서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오로지 그녀뿐이라니?물론 해독 침술 책 따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아... 아파요...”백채영은 아프다는 핑계로 아예 바닥에 주저앉았다. 비실비실한 모습은 손조차 들기 어려운 듯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할아버지, 저 너무 힘들어요. 힘이 다 빠져서 움직이질 못하겠어요. 전 사람 구하기 글렀으니까 할아버지가 우선 어떻게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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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어서요! 제발! 더는 못 버티겠어요.”그녀를 재촉하는 소리에 백채영은 마치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했다.결국 패닉에 빠진 나머지 눈물이 핑 돌았다. 머릿속으로는 재빨리 빠져나갈 구멍만 생각하고 있었다.“저, 전... 사실 아직 해독 침술을 익히지 못했어요.”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녀는 데미지를 최소화하는 핑계를 털어놓았다.“할아버지, 죄송해요. 단지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생각에 거짓말했어요. 이렇게 빨리 써먹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선우소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백채영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힘없는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채영아, 그게 무슨 말이니?”“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해독 침술을 마스터할 수 있을 거예요. 저 금방 배우니까 일단 할아버지가 독성을 억제할 방법부터 찾아볼래요?”선우소훈이 그녀에게 희망을 거는 이상 무슨 수를 쓰든 지 목숨을 구해줄 테니까 아직 살아남을 기회가 있었다.물론 그녀는 제 살기 바쁜지라 다른 사람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선우소훈은 몸도 아프지만 마음이 더 괴로웠다. 백채영을 향한 사랑과 포용을 아끼지 않았기에 무조건적인 믿음이 생겼고, 이렇게 큰 거짓말을 할지는 상상도 못 했다.결국 모든 사람을 지옥으로 몰아넣지 않았는가?이제 와서 대체 무슨 낯짝으로 믿어주길 바란단 말이지?“할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백채영은 우리 선우 일가 사람이 아니에요.”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온 선우경진이 다른 비상구를 통해 밖으로 나오다가 마침 감정보고서를 전해주러 온 사람을 마주치는 바람에 우연히 감정 결과를 보게 되었다.이때, 백채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혐오감으로 싸늘하게 식어갔고,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백채영은 선우 일가 아가씨를 가장한 가짜 공주이자 거짓말쟁이예요. 의술 따위 전혀 모르니까 해독 침술을 영원히 익히지 못할 거예요! 우리를 구하는 건 꿈도 꾸지 마세요.”선우경진은 감정보고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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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화

안 그래도 기운이 없는 백채영은 뺨을 얻어맞자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아픈 것도 있지만 난처한 나머지 변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주위에서 또다시 그녀를 향한 욕설이 터져 나왔다.이 난리 통에 대충 무슨 일인지 파악한 사람들도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백채영을 죽이려 들었다.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백채영은 겁에 질려 덜덜 떨었고, 감히 그 누구도 마주할 엄두를 못 내고 일어나서 비틀거리며 도망쳤다.멀어져가는 백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선우소훈의 두 눈은 빛을 잃은 지 오래되었고, 오로지 후회와 고통으로 가득했다.“다 내 잘못이야. 네 말 대로 백채영을 쉽게 믿는 게 아니었는데...”적어도 그녀의 의술을 검증하고 나서 결혼식에 참석할지 말지 결정했더라면 제갈 일가가 쫓아와서 이렇게 많은 무고한 사람을 해칠 일은 없었을 것이다.선우경진은 선우소훈을 부축하고 독성을 억제하기 위해 재빨리 침을 놓았다.선우 일가도 20년 동안 괜히 은둔 생활을 한 게 아니었다. 비록 선우 일가의 맹독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잠시나마 독성을 억제해서 최소한 일주일은 버틸 수 있었다.“할아버지 탓이 아니에요. 제갈연준은 이미 우리의 행방을 알고 있었죠. 심지어 아무도 모르게 예식장에 독가스까지 살포했는데, 우리 중에 스파이가 있는 게 확실해요.”선우소훈이 굳이 예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제갈연준에게 독살당했을 것이기에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선우소훈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경진아, 넌 중독되지 않았으니 할아버지가 죽더라도 꼭 스파이를 찾아내서 갈기갈기 찢어버려!”“할아버지, 희망을 잃지 마세요. 할아버지는 살아남을 거예요.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어요.”선우경진은 다정한 목소리로 할아버지의 기분을 달래줬다.“혹시 혈액 검사할 때가 생각나세요? 당시 백채영과 백아영의 피를 동시에 검사했는데 선우 일가의 혈액 검사 기계가 문제 있을 일은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피가 잘못되었다는 걸 의미하죠. 즉 혈액이 바꿔치기 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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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이를 본 오미란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성준아, 너 지금 어디가? 아직 독이 풀린 게 아니니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창백한 얼굴로 운전석에 앉은 이성준의 표정은 굳건했다.“백아영 구하러 갈 겁니다.”말을 마친 그는 페달을 밟았고 마이바흐 한 대가 쏜살같이 그녀의 눈앞을 스쳐 지났다.“성준아!”오미란은 걱정이 되어 급히 따라가려 했지만 선우경진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사모님, 이렇게 뛰어다니다가는 독이 더 빨리 퍼질 수도 있어요. 일단 독을 억제하는 침을 놔드릴게요. 성준 씨는 제가 뒤따라갈테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되고, 이대로 죽게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유일하게 중독되지 않은 선우경진은 혼자서 현장에 있는 모두를 진정시켜야만 했다.이곳에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서둘러 조치를 취해야 했고 백아영을 구한다고 해도 살아남을 가능성이......일찌감치 뒷길을 생각한 제갈연준은 최대한 빨리 백아영을 데리고 남원을 떠났다.차는 산길을 따라 한참을 달려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마을에 들어섰고 계속해서 운전하자 인적이 드문 골짜기를 지나 어느 한 은밀한 기지에 도착하게 되었다.겉보기에는 평범한 작은 마을이었지만 그 속에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백아영은 맹독이 가져다주는 극심한 고통을 견뎌내며 간신히 오는 길을 기억했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힘을 다한 상태였다.제갈연준은 손쉽게 그녀를 차에서 끌어 내렸다.내리자마자 요염하게 차려입은 젊은 여인 두 명이 그에게 다가왔고 한 명은 왼쪽, 한 명은 오른쪽에서 그를 에워싸며 입을 열었다.“도련님, 또 새로운 비료를 구했군요.”“생긴 것도 괜찮고 쓸만하니까 만다라 꽃도 좋아할 거야.”‘비료?’백아영은 지금껏 생각했던 모든 의혹이 풀렸다. 산 중턱에 이르렀을 때 무성한 나무와 관목 잡초 사이로 보라색 가시꽃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언뜻 보기에 십여 그루밖에 안 됐지만 대부분 싹을 틔우고 있는 꽃봉오리 상태였고 아름다운 동시에 왠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제갈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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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46시간 후.남원의 어느 깊은 산속 절벽 위에는 이성준이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고, 그의 트렌치코트는 바람에 날려 펄럭펄럭 소리를 냈다.핏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해진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걱정에 휩싸여 안절부절못했다.결혼식에서 사고가 났을 때 위정은 마침 건물 밖에서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덕분에 운 좋게 중독되지 않은 그는 이 순간 백아영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위정 또한 이성준에 대해 극도로 걱정하고 있다. 이성준의 독은 일시적으로 억제되었을 뿐 독소는 여전히 몸을 해치고 있었고,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경우에는 병원에 가만히 누워있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그러나 백아영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계속해서 그녀를 찾았고, 이에 따라 몸은 급속도로 쇠약해졌다.“사장님.”위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를 설득했다.“일단 편히 쉬세요. 아영 씨를 찾을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습니다.”이성준은 무거운 눈빛으로 발밑의 산을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절대 이대로 눈 감을 수 없어.”눈을 감으면 머릿속은 온통 백아영이 살해당하는 모습으로 가득 찼고, 느껴본 적 없는 두려움은 그에게 공포를 가져다주었다.그제야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백아영이 마음속에서 이렇게까지 중요한 존재가 되었음을 깨달았다.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녀가 원하는 건 이유조차 묻지 않고 들어줬을 것이다.‘백아영, 대체 어디 있는 거야!’“사장님, 단서 찾았어요! 동쪽 산간 지역에서 수상한 차량 한 대가 발견됐고 제갈연준 씨도 아마 그 방향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큽니다!”위정은 서둘러 달려와 소식을 전했고 이틀 동안의 수색 끝에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귀중한 단서였다.이성준은 곧바로 차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모든 인원을 동원해서 지금 당장 쫓아가! 어느 한구석도 놓쳐서는 안 돼!”문을 열려던 그는 몸이 살짝 흔들렸지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의연하게 차에 올라탔다.뒤에서 걱정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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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리사는 제갈연준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골라서 했다.그녀의 아부에 기분이 좋아진 제갈연준은 웃으며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고 한시라도 빨리 백아영이 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그러나 산 중턱에 이르렀을 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죽어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뿌리가 뽑힌 만다라 꽃을 손에 들고 꼿꼿이 서 있는 백아영을 보았다!얼굴은 창백했지만 괴로운 기색은 전혀 없었고, 이 척박한 야생의 산속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그녀의 눈은 마치 한겨울에 피어나는 흰 매화처럼 놀라웠다.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제갈연준은 넋을 잃은 채로 그녀를 바라봤다.깜짝 놀란 리사가 저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너 왜 아직도 안 죽었어?!”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제갈연준은 굳은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해독이 완벽하게 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이는 독성의 표적화된 완화로서 장시간의 재발을 억제할 수 있다.“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제갈연준은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죽음의 끝에서 벗어난 백아영은 그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비꼬았다.“그걸 제가 왜 당신한테 말해야 하죠?”그녀는 제갈연준의 손을 뿌리치고 손에 쥐고 있던 만다라 꽃을 쓰레기처럼 땅에 던졌다.만다라 꽃은 성장조건이 까다로워 뿌리를 뽑힌 후에는 다시 심어도 꽃을 피울 가능성이 없게 된다. 땅에 떨어진 순간 섬세하고 아름다운 꽃봉오리는 순식간에 시들었고 자신이 그토록 정성껏 가꾸었던 꽃이 사라지는 걸 목격한 제갈연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를 더욱 분노하게 만든 건 이 만다라 꽃뿐만 아니라 산 중턱의 모든 만다라 꽃이 모두 뿌리째 뽑혀 있다는 사실이었다!모든 꽃이 없어졌다!“백아영, 당신 죽고 싶어 환장했네!”분노가 극에 달한 그는 백아영의 목을 움켜쥐고 그녀의 몸을 들어올렸다.숨 막히는 고통에 얼굴은 파랗게 질려버렸고 마치 저승의 문이 열리는 듯 눈앞이 캄캄해졌으나 조금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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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백아영이 만다라 꽃을 해독할 수 있었던 건 전부 우연의 일치였다.어제 이곳에 버려진 뒤 백아영은 이미 고통으로 온몸이 무기력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런 꽃이 다시 자라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걸 지켜볼 수 없었던 그녀는 마지막 힘으로 만다라 꽃을 꺾고 뿌리를 뽑았다.그녀의 움직임으로 인해 부러진 만다라 꽃에 독이 든 피가 섞였고, 하룻밤 사이에 꽃 뿌리에서 흰 버섯이 자라났다.맹독의 꽃은 종종 해독 식물을 동반한다.이 버섯으로 해독할 수는 없었지만, 일시적으로 독을 완화할 수 있었기에 백아영은 운 좋게 살아남았다.그러나 그녀가 힘을 되찾고 도망갈 겨를도 없이 제갈연준이 사람들과 함께 산을 오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또다시 독 안에 든 쥐가 되었다.아예 도망칠 기회가 없게 된 그녀는 단김에 모든 꽃의 뿌리를 뽑았다.백아영의 도발에 기분이 상한 그는 이대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그녀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을 괴롭히는 독이 뭔지조차 몰랐기에 해독 방법은 더더욱 몰랐다.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던 그녀는 거의 실신할 지경이었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5시간. 지금 실신하게 된다면 아마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게 된다.백아영은 정신 잃을 정도의 고통을 견디며 은침을 꺼내 손가락을 찔러 독혈을 빼냈고 이건 독성을 연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다.전혀 알려지지 않은 독을 몇 시간 안에 해독하기도 너무 어려운 일인데, 극심한 고통까지 시달리고 있으니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살아남고자 하는 마음에 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제갈연준은 그녀를 괴롭힐 의도로 구경하다가 오히려 백아영의 해독과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생각보다 강인하고 똑똑한 그녀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그렇게 3시간 후, 백아영은 은침으로 독을 해독했다!제갈연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다.“아주 흥미롭네. 리사, 계속해.”그의 말에 리사는 또 다른 알약을 백아영의 입에 쑤셔 넣었고 숨을 고르기도 전에 그녀는 또 다른 극심한 고통에 빠졌다.차라리 죽어서라도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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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짜증 난 제갈연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고 간만에 관심이 생긴 장난감이었는데 이렇게 죽어버리다니 너무 아까웠다.‘좀 더 갖고 놀았어야 했는데!’그는 백아영의 곁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더니 그녀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손을 뻗었다.다행히 옅은 호흡이 느껴졌다.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제갈연준은 그녀를 품에 안고 주머니에서 해독제를 꺼냈다.그 순간, 죽어가던 백아영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손가락사이에 숨겨둔 가느다란 은침으로 빠르고 무자비하게 제갈연준의 목에 있는 혈을 찔렀다.그는 놀란 표정으로 백아영을 바라봤다.“당신... 해독했어?”백아영은 이미 오래전에 해독했고 산에 있는 약초를 이용해 죽을 지경으로 보이게끔 자신을 허약하게 만들었다.제갈연준이 아직 화 풀릴 만큼 충분히 갖고 놀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렇게 쉽게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걸 알고 있었고 반드시 구하러 온다는 걸 예상했다.그녀는 모든 걸 계획했다.“연준 씨, 게임은 이제 끝났습니다. 전 이만 가볼게요!”자리에서 일어난 백아영은 곧바로 산에서 내려왔다.그녀는 제갈연준과 리사의 대화에서 선우 일가가 독을 완화하기는 했지만 7일밖에 버틸 수 없다는 걸 알아냈고, 만다라 꽃에서 흰 버섯이 자라려면 적어도 하룻밤이 걸린다. 그 말인즉 오늘이 독성을 완화하는 방법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이곳은 제갈 일가의 본거지였지만 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순찰하는 경호원조차도 없었기에 아주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그녀는 오솔길을 따라, 왔던 방향으로 서둘러 돌아갔다.백아영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마을이 있다는 걸 기억했고, 그 마을에 가서 도움을 청한다면 차를 타고 바로 남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같은 시각 수십 대의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마을로 몰려들었고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차에서 내려 말 한마디 없이 마을을 에워싸고 집집마다 수색했다.마을 입구에는 이성준이 창백한 얼굴로 차에 기댄 채 싸늘한 눈빛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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