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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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제갈연준은 본인의 요구대로 백아영을 성형시켰다.예전의 그녀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요염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은 마치 여우처럼 교활하고 영악한 느낌이 들었다.이에 제갈연준은 특별히 블랙 가죽 재킷까지 매칭했다.그는 소파에 앉아 턱을 괴고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훑어봤다.“완벽해. 오늘부터 넌 내 약혼녀 제갈미연이야. 이제 연약하고 여성스러운 모습 따위는 버려. 만약 설정과 안 맞게 허점이라도 드러낸다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말을 마친 그는 백아영에게 태블릿을 건넸다.태블릿에 뜬 사진을 본 백아영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당신이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왜 내 아이한테 손을 댄 거죠?!”사진 속 세 살배기 남자아이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엉엉 울고 있었고, 등에는 채찍을 얻어맞은 듯한 핏자국이 두 개 보였다.피로 빨갛게 물든 옷을 보자 백아영의 심장도 찢겨나질 것 같았다.“백아영, 허락도 없이 행적을 드러내고는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았어?”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제갈연준의 모습은 흡사 악마를 연상케 했다.“내가 말했잖아?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네 아들이 대신 갚아줄 거라고.”백아영은 태블릿을 꽉 쥐었다. 가슴이 미어지는 반면 분노가 차올라 당장이라도 그를 죽이고 싶었다.그러나 제갈연준에게 납치당한 이상 아이의 목숨은 그의 손에 달렸기에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를 악물더라도 참아야 하는 숙명이니까.“착하네.”제갈연준은 뿌듯한 얼굴로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밖으로 나가더니 불투명한 유리로 벽을 이룬 자그마한 방 앞에 멈춰 섰다.방 안에는 어떤 남자아이가 갇혀 있는데, 다름 아닌 그녀가 낮에 구해줬던 어린이였다.잠옷 차림으로 유리 벽에 꼿꼿이 기댄 채 차분하면서 잔뜩 경계하는 얼굴로 입구를 바라보는 아이는 겁을 먹은 모습이란 찾아보기 힘들었다.하지만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는 순간 백아영은 그가 애써 두려움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런 상황이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고작 세 살배기 어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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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백아영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아무도 다치게 할 마음은 없었고, 단지 아들과 살아가고 싶을 뿐인데 제갈연준은 기어코 그녀에게 살인을 저지르라고 강요했다.이렇게 어린아이를 어찌 해코지하겠는가?“백아영, 두 아이 중에서 한 명만 선택해. 더는 망설이다가 내가 대신 결정할 수도 있어.”태블릿 영상 속 남자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남자아이는 이제 흘릴 눈물도 없는지 얼굴이 파랗게 질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백아영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결국 항복하고 이를 악문 채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죽일게요! 내 아들한테 손대지 마세요!”“이제야 말이 잘 통하는군.”제갈연준은 미소를 지으며 백아영에게 독약을 건넸다.이는 강한 독성을 지닌 독약으로 죽기 직전까지 지독한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리게 한다.성인조차 견디기 힘들 정도인데, 아이는 오죽하겠는가!그녀는 유리 벽에 기댄 채 서 있는 이현무를 바라보았다. 고작 세 살짜리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손이 덜덜 떨렸다.“백아영, 저 아이는 이성준의 아들이자 백채영의 아들이기도 해. 다름 아닌 저놈 때문에 이성준은 백채영을 선택했거든. 네가 대체 누구 때문에 갖은 고생을 하고, 결국 아들과 생이별을 당했는지 잘 생각해 봐. 바로 백채영 아니겠어?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여전히 호의호식하면서 이씨 가문 사모님으로서의 대우와 삶을 누리고 있는데 정녕 받아들 수 있어?”제갈연준은 잘생긴 얼굴을 백아영의 귀에 바짝 대면서 마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악감정을 끌어내는 악마처럼 유혹했다.“백채영에게 복수하는 가장 잔혹한 방법은 저 아이를 죽이는 거야. 이로 인해 백채영은 모든 걸 잃게 될 테니까.”이 말을 듣자 백아영의 마음속으로 증오가 들끓는 건 사실이다.당시 백채영이 선우 일가의 아가씨를 가장하거나 허수빈을 내보내 그녀를 속이는 일이 없었더라면 제갈연준에게 붙잡히기는커녕 진작에 무사히 남원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 것이다.정작 본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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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유리로 둘러싸인 작은 방 안에 누군가 들어서는 걸 보자 이현무의 자그마한 몸이 흠칫 굳었다.비록 겁을 잔뜩 먹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근엄한 얼굴로 물었다.“누구세요? 왜 날 납치했죠? 우리 아빠는 무려 이성준이라고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죠? 절 금방 찾아낼 테니까 얼른 풀어주세요! 아니면 아주 엄한 처벌을 받을 거예요.”이현무와 비슷한 나이대인 자기 아들을 떠올리자 백아영은 눈앞의 남자아이를 내려다보며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졌다.하지만 이런 처지에서 마음이 약해져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네 아빠가 대단한 사람인 건 사실이야. 왜냐하면 널 구해주라고 날 보냈거든.”백아영은 아이한테 다가가 무릎 꿇고 앉더니 웃는 얼굴로 말을 지어냈다.이현무는 잔뜩 경계하는 얼굴로 백아영을 바라보며 의심이 지우지 못했다.“아빠는 왜 안 왔죠?”“왜냐하면 누나는 스파이니까 몰래 들어와야 널 데리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누가 봐도 꼬맹이한테나 할 법한 거짓말이지만, 백아영의 다정한 눈빛과 시크한 블랙 가죽 옷차림을 본 이현무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말을 믿었다.‘완전 멋지잖아?’이내 자그마한 손으로 그녀를 덥석 붙잡았다.“스파이 누나, 그렇다면 저는 뭘 하면 되죠?”말캉한 손가락이 닿는 찰나 그녀의 보호 본능을 마구 자극했다.백아영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미소를 잃지 않고 어딘가 경직된 동작으로 독이 든 약병을 꺼냈다.“이거 마시면 잠이 들 거야. 그러고 나서 내가 널 데리고 나갈게.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빠를 볼 수 있다고 장담할게.”“네!”이현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약병을 입에 털어 넣었다.순수한 믿음으로 가득 찬 몸짓에 백아영은 죄책감을 느꼈다.독약을 마시자 이현무는 예상대로 정신을 잃었고, 자그마한 몸은 백아영의 품에 폭 안겼다.유리방 밖에서 리사는 제갈연준의 곁에 찰싹 붙어서 사악한 얼굴로 조소를 금치 못했다.“도련님, 백아영이 자기 아들을 독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난리 칠 것 같지 않아요? 진실이 밝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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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제갈연준은 이성준에게 자기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반면, 이성준이 발신 번호를 통해 위치를 알아낸다고 해도 너무 늦었다. 그가 도착했을 때 이현무는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을 것이다.결국 남아 있는 거라고는 백아영을 향한 증오일 테니까.제갈연준의 얼굴은 흐뭇함으로 가득했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축하의 의미로 와인 한 잔을 따르고 마시려는 순간 밖에서 방문을 뻥 걷어차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성준이 검은색 옷차림의 무리를 이끌고 불쑥 쳐들어왔다.제갈연준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여,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문자를 보낸 지 3분도 안 되는데,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다고 해도 이렇게 일찍 도착할 리가 없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이지?그러나 이성준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불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작은 방을 바라보았다. 안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아들이며, 중독된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핏기를 잃은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그리고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는 바로 그의 아들을 독살한 사람이었다.순간 극도로 분노한 이성준은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성큼성큼 걸어가 유리문을 힘껏 걷어찼고, ‘펑’하는 굉음과 함께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깨진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면서 팔을 다친 백아영은 통증에 숨을 헉 하고 들이켰지만, 이현무를 꼭 끌어안고 놓치지 않았다.그와 동시에 고개를 들자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성준이 눈에 들어왔는데, 마치 공포의 대명사인 염라대왕을 마주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두렵기는커녕 오히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성준이 제시간에 나타나서 천만다행이었다.그녀는 단지 독약을 만들거나 시간을 끌려고 약제실에 간 게 아니었다. 사실은 약제실에 도착하자 PC로 선우경진한테 몰래 메일을 보냈는데, 기지 위치를 알려주면서 사람을 구하러 오라고 이성준한테도 연락해달라고 부탁했다.시간을 계산해 볼 때 이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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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제갈연준의 싸늘한 시선이 문득 백아영을 향했고, 칼날처럼 번뜩이는 눈빛은 마치 살갗을 에일 정도로 위험천만했다.순간 숨이 턱 막힌 백아영은 양쪽으로 늘어뜨린 손으로 주먹을 꼭 쥐었다.이내 차분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구해주면 무슨 소용 있어? 내가 개발한 독약은 아무도 해독 못 해. 어차피 3시간 뒤면 이현무는 죽게 될 거야. 정 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해독해 보던가?”백아영은 이현무가 마시고 남은 약병을 리사에게 던졌다.백아영과 비교하면 리사의 독술은 거론할 가치조차 없기에 해독하는 건 더 말이 안 되었다.결국 그녀에게 해독하라는 말은 모욕과 마찬가지였다.리사는 원망이 가득한 눈초리로 이를 악물고 독이 든 약병을 제갈연준에게 건넸다.“도련님, 한번 확인해보시겠어요?”제갈연준은 이미 독약을 확인해 본 적이 있었다. 비록 통증은 느껴지지 않지만 워낙 독성이 강한 맹독이라서 몇 시간 안에 사람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그렇다고 해도 확실한 결과를 얻기 전까지는 백아영의 말을 섣불리 믿을 수 없었다.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네 말이 사실이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만약 그 새끼가 살아 있다면 네 아들의 목숨으로 갚을 테니까.”...강원별장.침대에 누워 있는 이현무의 자그마한 얼굴은 여전히 피범벅이 된 채 핏기가 점점 사라지면서 호흡도 옅어졌다.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잠결에 생을 마감할 것이다.선우경진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말했다.“미안해요, 현무의 독은 내가 해독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복잡하고 특이한 성분 때문에 당시 선우 일가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맹독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선우소훈이 직접 해독한다고 해도 당장은 불가능할 것이다.이성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선우경진의 멱살을 잡더니 그대로 들어 올렸다.“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신의라고 자부하더니, 못하는 게 없지 않아요?”“아픈 환자는 치료할 수 있지만, 이건 독이잖아요.”선우경진의 목소리는 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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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3년 전, 백채영은 제갈연준과 손을 잡고 자기 아들과 백아영의 아들을 바꿔치기했다.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비밀리에 연락하고 거래를 이어왔다.제갈연준은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그렇다면 선우 일가 그 쓰레기들이 해독을 못 했다는 거네?”백채영은 초조한 목소리로 독촉했다.“해독했다면 당신한테 왜 연락했겠어? 얼른 해독제 내놔! 이현무가 곧 죽는다고.”제갈연준이 대답했다.“해독제는 없어. 그냥 죽게 놔둬.”백채영이 펄쩍 뛰었다.“제갈연준, 지금 장난해?! 이현무가 죽으면 난 이성준과 결혼할 기회조차 없다고.”제갈연준이 느긋하게 말했다.“네가 시집 가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지?”그는 냉소와 함께 미련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화가 발끈 난 백채영은 곧바로 전화했으나 이미 차단당했다.제갈연준은 이현무를 죽게 내버려 두려고 마음먹은 듯싶었다.백채영은 절망에 빠져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전화를 끊은 제갈연준은 기분이 한결 좋아져서 고개를 돌려 백아영을 바라보았다.“모성애는 위대하다고 하더니, 아들을 위해서라면 원칙은 물론이고 모든 걸 바칠 수 있나 보네?”그는 여유롭게 등을 기댄 채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백아영, 두 손이 피로 물든 네 모습이 점점 더 마음에 들어.”요염하고 매혹적인 얼굴로 재탄생한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있었는데, 마치 진흙탕에 빠져 온몸이 더러워졌는데도 씻어낼 수 없는 요정처럼 느껴졌다.이제 그녀도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전락한 것이다.“딱 이번만이에요.”백아영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생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앞으로 내 아들을 빌미로 또 살인을 저지르라고 협박한다면 그냥 당신과 같이 죽어버릴 거예요!”제갈연준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이번만이라니? 그럴 리가. 게임은 이제 시작이야. 뇌 연구 프로젝트는 네가 담당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성준을 끌어내려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따내.”그는 백아영의 손을 빌려 이성준에게 타격을 줄 작정이었다.백아영은 속으로 뻔했지만, 아무리 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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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선우경진은 이현무를 해독해주느라 바빠서 그제야 이성준이 휴대폰 액정에 뜬 메일 내용을 봤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이제 와서 감추려고 해도 이미 늦었기에 잠깐의 침묵을 끝으로 느릿느릿 말했다.“사실 6개월 전쯤부터 엑스라는 사람이 보낸 메일을 받기 시작했는데, 전부 제갈 일가에서 새로 개발한 독약에 대한 해독법에 관한 내용이었죠. 물론 메일 덕분에 선우 일가를 독살하려는 제갈 일가의 공격을 여러 번이나 무사히 넘길 수 있었어요. 그동안 연락해보려고 시도했지만, 가상 메일 주소라서 메일을 보내도 전송 실패되면서 상대방을 찾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었죠. 그래서 오늘까지도 엑스가 누구인지 몰라요.”선우경진은 한숨을 내쉬었다.“다만 제가 보기에 엑스는 제갈 일가 사람일 가능성이 커요. 아마도 제갈 일가의 악랄함에 진저리가 나서 개과천선하여 우리를 도와주는 것 같아요. 성준 씨, 이 일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돼요. 아니면 엑스의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어요.”이성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제갈연준이 이현무를 독살하고, 심지어 무슨 독약을 먹였는지 알고 있을 정도면 엑스가 제갈연준의 측근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보여주었다.제갈연준과 함께 있는 이상 연락만 닿는다면 백아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가상 주소로 메일을 보내고 나서 바로 로그아웃하지 않으면 이메일을 받을 수 있죠. 메일 주소 알려주면 제가 어떻게든 연락해볼게요.”만약 연락이 닿는다면 더할 나위 없기에 선우경진은 흔쾌히 알려줬다.이성준은 계정에 로그인해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엑스가 가상 주소로 메일을 다시 보낸다면 미리 설정한 내용으로 자동 회신하기에 상대방이 답신을 보내는 순간 바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그는 엑스라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밝혀내기로 했다....3일 후.블랙 트렌치코트를 입은 이성준은 약제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해독제는 완성되었나요?”약제실 테이블 위에는 각종 약물이 올려져 있었다.선우경진은 산발이 된 채 다크써클은 무릎까지 내려왔고, 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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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도련님, 이성준이 심사위원을 매수하게 그냥 놔둘 거예요? 만약 내정이 확정된다면 우린 경쟁할 기회조차 사라진단 말이에요.”리사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하자 제갈연준이 싸늘한 얼굴로 받아쳤다.“나라고 모르는 줄 알아?”그는 당연히 수수방관할 생각이 없었다.다만 뇌 연구 프로젝트 입찰은 남원에서 진행하고, 남원은 이성준이 꽉 잡고 있지 않은가? 그의 세력 범위 안에서 훼방을 놓는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웠다.“우리한테 백아영이 있잖아요.”리사는 교활한 눈빛으로 말했다.“비록 이현무가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의식을 회복한 게 아니라서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백아영의 도움이 필요할 거예요. 백아영한테 이성준이 심사위원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시킨다면, 설령 이성준의 심기를 건드린다고 해도 아들을 구하려고 차마 백아영을 해코지할 수는 없죠. 그렇게 되면 주도권은 결국 우리 손에 있죠.”제갈연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백아영한테 시키라고?”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지금 이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백아영뿐이죠. 제갈 일가 사람이 행동 개시할 낌새만 보인다면 이성준은 싹을 잘라 버릴 기세라서 시도조차 못 해 볼 테니까.”리사는 열정적으로 분석을 이어갔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백아영의 아들을 납치한 이상 감히 속임수를 쓰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최근에 얻은 새로운 아이템이 있는데...”그녀는 자그마한 박스를 꺼냈고, 안에 정교한 피어싱 한 쌍이 들어 있었다.“이건 초소형 감시카메라예요. 절대 탄로 날 일이 없으며, 수시로 백아영의 행동을 감지할 수 있어요. 자칫 딴짓한다면 곧바로 눈치채지 않겠어요?”이렇게 되면 백아영이 꼼수를 부리는 걸 방지할 수 있었다.제갈연준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피어싱을 만지작거리더니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리사, 아주 잘했어.”...남원의 한 5성급 호텔의 어느 룸.테이블 위의 요리는 이미 차갑게 식었고, 빈 술병들이 널브러져 있었다.50대 중반처럼 보이는 남자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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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따라서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늘 밤의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물론 이성준 앞에서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용기를 내어 최대한 기세등등한 모습을 유지한 채 10cm 넘는 하이힐을 신고 안정모 앞으로 도도하게 걸어갔다.한 손은 그가 앉은 의자 등받이를 짚고 피식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안 대표님, 다들 뇌 연구 프로젝트 입찰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데 공평하게 제갈 일가에도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어요?”안정모는 잽싸게 엉덩이로 계약서를 깔고 앉더니 백아영이 뺏어갈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나서야 짐짓 센 척 큰 소리로 말했다.“그게 무슨 헛소리죠? 그 입 다시 한 번만 놀렸다가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줄 알아요! 지금 당장 룸에서 나간다면 오늘 밤은 그냥 없었던 일로 해줄게요. 아니면 제일 일가와 함께 법원 출석장이나 받을 준비 해요!”입찰이 시작되기 전에 법원부터 출두하면 제갈 일가에게 아주 불리한 일이기에 뇌 연구 프로젝트를 따내는 데 큰 영향을 줄 게 뻔했다.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협박당하자마자 바로 뒤꽁무니를 빼겠지만, 백아영은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이내 새빨간 입술로 호를 그리면서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고, 휴대폰을 안정모 앞에 불쑥 내밀었다.“안 대표님, 우선 이것부터 확인하고 누구 편에 설지 결정할래요?”“보긴 뭘 봐요? 저리 치...”안정모는 짜증 섞인 얼굴로 휴대폰을 치우려고 했다. 하지만 휴대폰에 손이 닿기도 전에 화면에 뜬 사진을 보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온몸이 굳어버렸다.사진 속에는 젊은 여자와 신나게 뒹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각도마저 흠잡을 데 없었고, 고해상도까지 더해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안정모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휴대폰을 덥석 가로채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산산조각이 난 휴대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백아영은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괜찮아요, 이미 백업해서 다른 사진도 많거든요.”안정모는 얼굴색이 창백해졌다.데릴사위로서 오늘날의 위상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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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그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오로지 백아영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이 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녀를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한참이 지나도 입구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백아영은 문 앞에 서서 새빨간 입술로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미안, 그쪽 사람들이 너무 걸리적거려서 내가 대신 손 좀 봤거든?”반면, 복도 바닥에는 위정을 포함한 검은색 옷차림의 보디가드들이 널브러져 있었다.다들 중독된 채 깊은 잠에 빠졌다.“이성준, 이번 라운드의 승자는 나야.”그녀는 비아냥거리며 대담하게 손 키스를 날리면서 도발했다.이성준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봤다.백아영의 미소가 환해질수록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 기운을 점점 잃어가는 이현무 생각이 났다.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1m 90cm에 육박하는 키 때문에 알 수 없는 압박감을 형성했다. 이내 기다란 다리를 움직여 백아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승자라니? 날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니야?”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지만, 항복하는 대신 독가루를 손에 꼭 쥐었다.그러고 나서 이성준이 다가오는 순간 갑자기 공중으로 던졌다.눈앞이 자욱하게 변하면서 가루가 폴폴 흩날리더니 이성준의 몸에 사뿐히 내려앉았다.이 독가루는 독성이 아주 강해서 마시게 되는 순간 호랑이마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게 되며, 이성준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러나 독가루가 바닥에 내려앉을 때까지 남자는 여전히 꼿꼿이 서 있었다.이성준은 손으로 어깨에 쌓인 가루를 툭툭 털더니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싸늘하게 말했다.“다른 수작이 있으면 어디 한 번 부려 봐.”경악을 금치 못한 백아영은 제 자리에 굳어버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심지어 너무 놀란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어떻게, 어떻게 아무 소용이 없을 수 있지?”이성준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리가 있겠는가?이내 그녀를 붙잡으려고 손을 쭉 뻗었다.비록 충격의 도가니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지만, 백아영은 타고난 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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