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연준은 이성준에게 자기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반면, 이성준이 발신 번호를 통해 위치를 알아낸다고 해도 너무 늦었다. 그가 도착했을 때 이현무는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을 것이다.결국 남아 있는 거라고는 백아영을 향한 증오일 테니까.제갈연준의 얼굴은 흐뭇함으로 가득했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축하의 의미로 와인 한 잔을 따르고 마시려는 순간 밖에서 방문을 뻥 걷어차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성준이 검은색 옷차림의 무리를 이끌고 불쑥 쳐들어왔다.제갈연준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여,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문자를 보낸 지 3분도 안 되는데,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다고 해도 이렇게 일찍 도착할 리가 없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이지?그러나 이성준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불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작은 방을 바라보았다. 안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아들이며, 중독된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핏기를 잃은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그리고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는 바로 그의 아들을 독살한 사람이었다.순간 극도로 분노한 이성준은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성큼성큼 걸어가 유리문을 힘껏 걷어찼고, ‘펑’하는 굉음과 함께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깨진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면서 팔을 다친 백아영은 통증에 숨을 헉 하고 들이켰지만, 이현무를 꼭 끌어안고 놓치지 않았다.그와 동시에 고개를 들자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성준이 눈에 들어왔는데, 마치 공포의 대명사인 염라대왕을 마주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두렵기는커녕 오히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성준이 제시간에 나타나서 천만다행이었다.그녀는 단지 독약을 만들거나 시간을 끌려고 약제실에 간 게 아니었다. 사실은 약제실에 도착하자 PC로 선우경진한테 몰래 메일을 보냈는데, 기지 위치를 알려주면서 사람을 구하러 오라고 이성준한테도 연락해달라고 부탁했다.시간을 계산해 볼 때 이성
Last Updated : 2023-09-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