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영이 만다라 꽃을 해독할 수 있었던 건 전부 우연의 일치였다.어제 이곳에 버려진 뒤 백아영은 이미 고통으로 온몸이 무기력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런 꽃이 다시 자라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걸 지켜볼 수 없었던 그녀는 마지막 힘으로 만다라 꽃을 꺾고 뿌리를 뽑았다.그녀의 움직임으로 인해 부러진 만다라 꽃에 독이 든 피가 섞였고, 하룻밤 사이에 꽃 뿌리에서 흰 버섯이 자라났다.맹독의 꽃은 종종 해독 식물을 동반한다.이 버섯으로 해독할 수는 없었지만, 일시적으로 독을 완화할 수 있었기에 백아영은 운 좋게 살아남았다.그러나 그녀가 힘을 되찾고 도망갈 겨를도 없이 제갈연준이 사람들과 함께 산을 오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또다시 독 안에 든 쥐가 되었다.아예 도망칠 기회가 없게 된 그녀는 단김에 모든 꽃의 뿌리를 뽑았다.백아영의 도발에 기분이 상한 그는 이대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그녀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을 괴롭히는 독이 뭔지조차 몰랐기에 해독 방법은 더더욱 몰랐다.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던 그녀는 거의 실신할 지경이었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5시간. 지금 실신하게 된다면 아마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게 된다.백아영은 정신 잃을 정도의 고통을 견디며 은침을 꺼내 손가락을 찔러 독혈을 빼냈고 이건 독성을 연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다.전혀 알려지지 않은 독을 몇 시간 안에 해독하기도 너무 어려운 일인데, 극심한 고통까지 시달리고 있으니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살아남고자 하는 마음에 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제갈연준은 그녀를 괴롭힐 의도로 구경하다가 오히려 백아영의 해독과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생각보다 강인하고 똑똑한 그녀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그렇게 3시간 후, 백아영은 은침으로 독을 해독했다!제갈연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다.“아주 흥미롭네. 리사, 계속해.”그의 말에 리사는 또 다른 알약을 백아영의 입에 쑤셔 넣었고 숨을 고르기도 전에 그녀는 또 다른 극심한 고통에 빠졌다.차라리 죽어서라도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짜증 난 제갈연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고 간만에 관심이 생긴 장난감이었는데 이렇게 죽어버리다니 너무 아까웠다.‘좀 더 갖고 놀았어야 했는데!’그는 백아영의 곁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더니 그녀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손을 뻗었다.다행히 옅은 호흡이 느껴졌다.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제갈연준은 그녀를 품에 안고 주머니에서 해독제를 꺼냈다.그 순간, 죽어가던 백아영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손가락사이에 숨겨둔 가느다란 은침으로 빠르고 무자비하게 제갈연준의 목에 있는 혈을 찔렀다.그는 놀란 표정으로 백아영을 바라봤다.“당신... 해독했어?”백아영은 이미 오래전에 해독했고 산에 있는 약초를 이용해 죽을 지경으로 보이게끔 자신을 허약하게 만들었다.제갈연준이 아직 화 풀릴 만큼 충분히 갖고 놀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렇게 쉽게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걸 알고 있었고 반드시 구하러 온다는 걸 예상했다.그녀는 모든 걸 계획했다.“연준 씨, 게임은 이제 끝났습니다. 전 이만 가볼게요!”자리에서 일어난 백아영은 곧바로 산에서 내려왔다.그녀는 제갈연준과 리사의 대화에서 선우 일가가 독을 완화하기는 했지만 7일밖에 버틸 수 없다는 걸 알아냈고, 만다라 꽃에서 흰 버섯이 자라려면 적어도 하룻밤이 걸린다. 그 말인즉 오늘이 독성을 완화하는 방법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이곳은 제갈 일가의 본거지였지만 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순찰하는 경호원조차도 없었기에 아주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그녀는 오솔길을 따라, 왔던 방향으로 서둘러 돌아갔다.백아영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마을이 있다는 걸 기억했고, 그 마을에 가서 도움을 청한다면 차를 타고 바로 남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같은 시각 수십 대의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마을로 몰려들었고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차에서 내려 말 한마디 없이 마을을 에워싸고 집집마다 수색했다.마을 입구에는 이성준이 창백한 얼굴로 차에 기댄 채 싸늘한 눈빛으로
성큼성큼 산에서 내려온 제갈연준은 즉시 수십 명의 사람을 모아 백아영 찾을 작전을 세웠고 그때 리사가 입을 열었다.“도련님, 큰일 났어요. 이성준 사람들이 지금 마을을 발견했고 여기저기 수색하고 있어요. 이러다가 머지않아 저희까지 찾을 거예요! 너무 많은 사람을 데려와서 저희가 이길 가능성은 없어요. 지금 당장 피해야 해요!”그는 지금껏 이성준을 과소평가했고 이곳을 찾을 능력은 아예 없을 줄 알았다!여기는 제갈 일가의 소규모 사단 기지 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많은 정보와 자원이 있어 성급하게 대피하다가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더 중요한 건... 백아영이 하필 이 순간에 도망쳤다!20분 정도 도망쳤으면 중간에 이성준과 만날 가능성이 아주 컸고 이성준이 그녀를 데려간다면 다시 잡아 오는 건 불가능이다.이렇게 흥미로운 장난감을 어떻게 쉽게 놓아줄 수 있겠는가?“지금 모든 자원을 포기하고 나가서 백아영을 찾는다!”제갈연준의 명령에 리사는 충격받았다.“도련님, 이곳에 있는 자원은 하나같이 다 너무 소중해요. 이렇게 쉽게 포기해서는...”“리사, 지금 내 말에 토 다는 거야?”눈을 가늘게 뜬 그의 모습은 잘생김이 느껴지는 동시에 왠지 모를 섬뜩함도 자아냈다.리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감히 한 글자도 더 내뱉지 못했다.5일 동안 끊임없이 맹독에 시달린 백아영은 정신적, 육체적 모두 극도로 지쳐있었고 걸을때 조차도 비틀거리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그러나 척박한 산속에서 홀로 목숨을 걸고 달려온 그녀에게는 기절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온몸의 고통과 괴로움을 견디며 마을을 향해 힘겹게 한 걸음씩 내디뎠다.산 중턱에 서서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드디어 마을이 보였고 더욱 놀라운 건 그곳에서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이성준이다!‘이성준이 여기에 있다니!’백아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를 만나게 된다면 안전해질 수 있고 제갈연준도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힐 수 없게 된다. 백아영은 만나자마자 독을 완화하는 방법을 알려줄 거라고 다짐했다.
순식간에 두 무리의 사람들은 싸움이 붙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 채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그들을 신경조차 쓰지 않은 이성준은 고개를 들어 산 중턱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분명 백아영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하지만 나무가 너무 많은 탓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요란한 싸움 소리 사이로 환청이 들렸다고 생각했다.“위정, 사람 데리고 나 따라와.”말을 마친 그는 앞장서서 산 중턱을 향해 걸어갔다.울창한 숲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이성준의 모습에 그녀는 다시 희망을 품은 채, 아랑곳하지 않고 전력 질주했다.그녀가 제갈연준에게 잡히지 않고 빨리 달려서 이성준과 만나게 된다면 모든 게 괜찮아진다...“아영 씨, 숨바꼭질은 이제 끝났어요.”제갈연준은 여전히 큰 나무에 우아하게 기댄 채 입을 열었고 마치 말 안 듣는 애완동물을 보는 것처럼 백아영을 바라봤다.그가 말을 마치자, 여덟 명의 건장한 남자가 앞쪽 산길로 달려 나와 백아영의 앞을 막았다.1대8, 독 안의 든 쥐가 분명했다.제갈연준은 그제야 느릿느릿 여유롭게 걸어왔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백아영의 턱을 잡았다.“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 어떻게 하면 당신을 길들일 수 있을까요?”제갈연준의 손에 잡힐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 백아영은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이성준! 나 여기 있어. 여기... 웁!”그는 단번에 백아영의 입을 막아버렸다.그 시각 이성준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깊은 눈으로 산을 올려다보았다.“사장님, 왜 그러십니까?”위정이 의아해서 묻자, 이성준은 숨길 수 없는 절박함으로 입을 열었다.“방금 백아영 목소리 들리지 않았어?”위정은 근처에서 싸우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아니요.”“내가 들었어. 분명히 산에 있을 거야.”이성준의 말투는 단호했고 그는 속도 높여 산을 향해 달렸다.위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고, 백아영이 걱정된 나머지 환청까지 듣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웠다.“사
한편 백아영은 제갈연준에 의해 기지로 옮겨졌고 강제로 헬리콥터를 타게 됐다.헬리콥터는 이륙하여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고 점점 더 멀어졌다.제갈연준은 발밑에 이어진 산줄기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리며 입을 열었다.“그만 봐요. 당신은 절대 이곳에서 도망칠 수 없고, 다시는 이성준을 만날 수도 없어요. 이제 곧 7일이 지날 텐데 저 사람과 선우 일가 노인네까지 모두 죽을 거예요.”헬리콥터 창문에 기대어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던 백아영은 다시는 이성준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남원을 떠나며 이별을 맞이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이건 정말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그녀의 눈가에서는 또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백아영은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었고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순식간에 긴장이 풀려 기절했다.리사는 원망스러운 눈길로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백아영을 노려봤다.“도련님, 이 여자가 기지에 있는 많은 자원과 중요한 자료를 포기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에요? 비료로 쓰일 수 있는 외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람이에요.”“그 이상인 사람이야.”제갈연준은 흥미로운 듯 백아영을 바라보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재밌는 내 장난감이야.”그녀를 향한 제갈연준의 깊은 관심은 리사를 불안과 위기감으로 몰아넣었다.리사는 제갈연준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관심을 갖는 걸 처음 봤다!헬리콥터는 점점 더 멀리 날아갔고 하늘에서는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한편 산 전체를 뒤졌지만, 여전히 백아영을 찾지 못한 이성준은 격렬한 운동으로 호흡이 매우 불안정해졌고 얼굴이 점점 창백하게 변하면서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는 모습에 위정은 걱정이 되어 미칠 지경이었다.“사장님, 그만 찾고 얼른 쉬어요!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납니다.”이성준은 산꼭대기에 서서 밑을 바라봤고 그의 눈은 깊고 우울하며 말할 수 없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저 집은 왜 이상하게 마을이랑 떨어져 있는
이성준은 잠시 소년을 훑어보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어떤 소식을 알고 있는 거지?”“한 시간 전에 제가 소몰이하고 있었는데 그 누나가 절 발견하고 이름이 백아영인데 대표님을 찾아달라며 연락처를 알려줬어요. 소몰이 마치고 돌아가서 아빠 핸드폰으로 전화하려고 하던 중에 마침 산에서 대표님을 봤어요...”“그 사람 어디서 봤어?”이성준이 다급하게 묻자, 소년은 멀지 않은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이요.”이성준이 찾던 산 바로 옆, 기지에서 마을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그가 전에 들었던 건 환청이 아니라 백아영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간절한 목소리였다!그러나 한발 늦었다...“그 후 사람들한테 묶인 채 헬리콥터를 타고 떠나는 걸 봤어요.”일찌감치 이곳에서 도망갔으니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건 당연했다. 이성준이 쫓아가려고 하자 소년이 다급하게 그를 불러세웠다.“대표님, 그리고 누나가 사람들이 중독된 독이 만다라 꽃에서 추출한 거라고 했어요. 만다라 꽃을 부러뜨려 독혈로 물들이기만 하면 다음 날에 흰 버섯이 자라는데 그 버섯이 독을 억제할 수 있대요.”소년의 말에 이성준은 걸음을 멈췄고 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간신히 입을 열어 물었다.“아까 그 사람들 봤을 때 누나... 괜찮아 보였어?”“얼굴이 하얗고 엄청 말랐어요.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였어요.”이성준은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제갈연준에게 붙잡힌 와중에 이렇게 빨리 해독 방법을 알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녀 역시 중독된 거면 몰라도...지난 며칠 동안 백아영이 겪었을 고통에 이성준은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찾아!”...백아영이 깨어났을 때는 좁고 어두컴컴한 방이었다.방에는 커다란 철문이 닫혀 있었고 머리보다도 작은 크기의 창문이 있었는데 그 환경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이었다.그녀는 몸의 무기력함과 아픔을 견디며 천천히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봤다. 끝을 알 수 없는 푸른 바다가 밤하늘 아래서 겹겹이 파
작은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마치 사람의 영혼을 잡아먹는 거대한 짐승처럼 무섭게 느껴졌다.붙잡혀 끌려가는 순간부터 백아영은 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았고 자신에게 어떤 삶이 펼쳐질지 정확히 예상하고 있었기에 살아있는 것만으로 행운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이 여전히 걷잡을 수 없이 밀려왔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오싹해지며 몸을 떨었다.“이건 무기징역인가요?”“업그레이드 버전의 무기징역이라고 할 수는 있겠네요.”제갈연준은 백아영을 바닥에 내던지며 밖을 향해 신호를 주자 도우미 두 명이 수백 개의 병을 손에 든 채 들어왔다.“이제부터 이 독들이 당신의 하루 세끼가 될 거예요.”중독되었을 때의 고통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그걸 매일 겪으라는 말에 온몸이 소름 돋았다.“차라리 죽여줘요!”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모습에 제갈연준은 그녀를 비웃었다.“죽는 건 아주 쉽잖아요. 해독 안 하면 바로 죽을 수 있는데 정말 죽을 거예요?”선우경진은 그녀의 배를 보며 말을 이었다.“아이랑 함께 죽을 생각인가 봐요?”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배를 가렸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좌절을 느꼈다.그동안 독살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여전히 그녀의 곁에서 튼튼하게 버텨준 아이인데 태어날 권리마저 잔인하게 빼앗을 수는 없었다.비록 아이를 낳은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백아영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고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갈연준, 당신은 악마야.”...6개월 후.파도가 휘몰아치는 어두운 밤, 백아영은 출산의 큰 고통을 참고 홀로 남자아이를 낳았다.그러나 그녀가 아이를 안아볼 겨를도 없이 철문이 열렸고 제갈연준이 들어와 아이를 데려갔다.“아이는 건드리지 마!”백아영은 서둘러 뒤따라갔지만 출산 직후 일어설 힘조차 없었던 탓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선우경진은 엉엉 우는 아이를 안고 비아냥거리며 입을 열었다.“이런 꼴로 어떻게 아이를 키워요? 제가 자비로운 마음으로 잘 키워 줄게요!”백아영은 앞으로 기어가며 간
개인 병원의 수술실.백채영의 비명과 함께 남자아이가 태어났다.의사는 아이를 백채영에게 건네주지 않고 곧바로 뒷문으로 나갔고, 갓 태어난 또 다른 남자아이를 데려와 그녀의 옆에 두었다.백채영은 창백하고 허약한 모습으로 아이를 바라봤는데 그 눈빛은 극도로 싸늘했다.“네가 백아영 아들이야? 정말 징그럽고 역겹네. 두고 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삼 년 뒤 강원.거리는 휴대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는 여자아이들로 붐볐고 그들에게 포위된 사람은 슈퍼스타가 아닌 세 살배기의 남자아이였다.수트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그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풍겼으나 섬세하고 조각 같은 외모는 귀여움을 자아냈다. “너 정말 귀엽다! 혹시 천사야?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 있지? 너무 사랑스러워.”“진짜 훔쳐 가고 싶을 정도 치명적인 귀여움이네.”“누나한테 막대사탕 있는데 먹을래?”이현무는 건네받은 막대사탕을 바라보며 선글라스를 벗더니 곧바로 이를 악물고 자리를 떴다.이성준의 아들, 이씨 일가의 도련님으로서 항상 진지한 모습과 품위를 유지했어야 한다. 막대사탕을 좋아하지만, 고작 그걸로 넘어갈 수 없었던 그는 체리빛 입술을 오므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그를 뒤따라오던 중년 여성은 재빨리 길가로 걸어가 차 문을 열며 공손하고 경직된 어조로 입을 열었다.“도련님, 타세요.”차에 오르려던 참에 갑자기 길 한복판에 강아지 한 마리가 뛰어와 바닥에 엎드린 채 덜덜 떨고 있었고, 마주 오던 차는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고 강아지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길 한가운데로 달려가 강아지를 품에 안았다. 이제 그 역시도 차에 치일 표적이 됐다.끼익!거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차가 눈앞까지 이르렀고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가느다란 그림자가 달려와 이현무를 껴안고 길가로 굴러 다행히 사고를 피했다.바닥에서 두 바퀴를 굴러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여자의 가느다란 팔에는 여러 개의 멍과 상처가 생겼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도 백아영은 입맛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몇 입 먹고 난 뒤 배가 아플 정도였다. 그녀는 이성준의 품에 안겨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이성준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껴안고 자리에서 크게 화를 냈다. “윌리엄스, 혹시 음식에 독을 넣은거예요?!”윌리엄스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져서 급히 변명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 백아영은 힘겹게 이성준의 손목을 잡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윌리엄스가 독을 넣지 않았어. 내가...”“너 왜 그래?” 이성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아영을 안은 팔뚝을 가볍게 떨었다. 백아영은 몹시 아팠지만 눈길은 부드러웠고 약간 희색을 띠었다. “윌리엄스에게 실례지만, 국왕께 하룻밤 묵을 방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줘.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를 불러줘.”이성준이 눈치를 채지 못하자 백아영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방금 맥을 짚었는데, 나 임신했어.” 이성준의 동공은 움츠러들었다가 한참 만에 겨우 회복되었다. 찰나의 놀라움 뒤에는 오히려 걱정이 밀려왔다.“임심했는데 통증이 이렇게 심해?”그는 조바심이 나서 윌리엄스에게 의사를 불러오도록 재촉했다. 백아영은 아파서 힘이 없었던 나머지 그의 품에 푹 기대어 있었다. 전에 백아영은 이런 비슷한 환경에서 한 아이가 강제로 유산되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산에 가서 실랑이를 벌였고, 이로 인해 병세가 심했다. 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고생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아영은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상적이야.”‘정상이라니?’ 이성준은 다른 여자가 임신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몰랐지만, 백아영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둘째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8개월 후. 산부인과 수술실 문이 열리자 이성준이 급히 달려들였다. 점잖던 남자는 안달복달한 얼굴로 물었다.“제 마누라는 어때요? 무사한가요?”“모녀는 무사합니다.”
집사는 경악했다.“폐하, 그들은 굴러들어 온 복도 차버리니 분명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윌리엄스의 안색을 본 집사는 목이 메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윌리엄스는 조금 전까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성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경외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간신히 이빨 사이로 글자를 밀어냈다.이, 이 대표?” 이성준은 경멸하듯 그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윌리엄 집안의 자식이 확실히 다 컸네.” 윌리엄스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했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 이성준을 처음 만났다. 그때 이성준은 아직 소년이었지만, 기세가 등등하고, 과감하며, 감히 국왕인 윌리엄스의 아버지와 거래를 논했다. 그 당시 그의 아버지조차도 이성준을 대단하게 여겼다. 심지어 윌리엄스에게 앞으로 절대 이성준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 나라의 세력이 처참하게 약해질 것이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성준은 악마라고 마음에 새겨 두었다. 게다가 윌리엄스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 이성준은 그의 나라에 협조하지 않는 대신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반년 동안 누워계셨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윌리엄스는 일찌감치 이번 생은 절대 H 국에 가지 않기로 했고, 절대로 이성준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거래 협력을 모두 점진적으로, 완곡하게 해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상 악마를 멀리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다. 백아영은 뜻밖에도 이성준의 아내였다! 어떤 생명의 은인 규칙, 첫눈에 반한 사랑 따위는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어떤 계획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왜 행동을 하기 전에 백아영의 신원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후회되었다! 악마를 끌어들여 버렸다... “복을 차버린다나 뭐라나,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윌리엄스가 집사를 발로 매우 세게 찼
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도 일어서더니 기세등등하게 백아영과 이성준을 포위했다. 험상궂은 얼굴의 한 남자가 환영 반 협박 반인 어투로 말했다. “두 분, 차에서 내리십시오.”차 밖에서는 윌리엄스가 활짝 웃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아영이 차에서 내리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곁에 있던 집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폐하, 궁전의 수비를 모두 강화 완료했습니다. 궁전 주위에 800명의 호위 병사를 추가로 파견했어요. 이분들은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되셔서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혼 변호팀 사람들은 이미 도착하셨고 두 분이 차에서 내리시면 바로 처리할 수 있어요.”“폐하, 곧 미인을 품에 안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윌리엄스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갔다. 산 위에서 백아영의 워낙 강인한 모습에 사람도모자라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은 백아영의 대단한 솜씨도, 그녀의 남편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념할 수밖에 없다. 모두 생명의 은인으로 보고 첫눈에 반하게 만든 백아영 탓이었다. 그는 이 나라의 왕이다. 그가 마음에 드는 한 반드시 그의 것이다. 또한 결혼 후 백아영을 자신의 매력에 매료시켜 점차 이성준을 잊게 할 자신이 충만했다. 윌리엄이 생각을 하던 중, 차 문이 열리고 관광버스에서 백아영이 내렸다. 윌리엄스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그녀를 반겼다.“아가씨, 또 뵙네요.”윌리엄스가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고 백아영은 입을 다물었다. 백아영의 뒤로 큰 덩치의 이성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머리 위로 이성준은 차갑게 말했다.“내 아내를 뺏으려는 게 너야?” 이성준은 포위망 속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의 구역에서 그는 독 안에 든 쥐였지만 그는 움츠러들지도 않고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이성준의 기는 모두를 앞질러 버려 마치 모든 것을 장악하는 왕인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서늘한 몇 글자가 사람을 더욱 섬뜩하게 했다. 집사는 높은 인물들을 많이 보았었기에 즉시 이성준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이곳은 그들의 궁전이
윌리엄스는 어안이 벙벙했다.백아영의 솜씨는 정말 놀라웠다. 그녀의 기묘한 침을 꽂는 기술이 더욱 놀라웠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백아영의 몸에는 빛이 보였다.그녀의 아름다움은 남달라서 비길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백아영은 여전히 은침을 손에 들고 윌리엄스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만 좀 건드리세요. 알아들으셨죠?”“저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윌리엄스의 의욕 넘치는 말은 눈앞으로 가까워져 오는 침에 놀라 목이 메었다. 순식간에 덮쳐 온 위험과 두려움이 그를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게 했다.백아영은 다시 경고했다.“잘 가세요. 바래다 드리지는 않을게요.”젊고 고집스러운 윌리엄스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위협은 그를 이성적으로 뒤로 물러나 타협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백아영은 바늘을 다시 집어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네 부하는 경련을 일으키다가 10여 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몸을 일으키자 멀리 떨어진 곳에 백아영이 보였다. 비록 뒷모습뿐이었지만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폐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부족했어요.”윌리엄스는 백아영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너희 탓이 아니야. 저 소녀가 너무 강할 뿐이야. 가자. 이제 내려가야지.”부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여왕님을... 그냥 이렇게 포기하시려고요?”윌리엄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그럼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겠어?”말이 통하지도 않고 싸워서 이기지도 못하니 부하는 조용히 입을 꾹 닫았다.하지만 윌리엄스는 미소를 띠었다.“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이야.”이성준은 열매 한 봉지 가득 따왔다. 그는 열매를 깨끗이 씻은 뒤 쟁반에 담아 백아영 앞에 대령했다. 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방금 돌아오는 길에 들었는데 누가 너를 귀찮게 했다면서?”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문제를 일으켰어.”이성준은 자초지종을 듣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백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아파서 머리까지 다쳤나. 걱정 마세요, 위험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돌아가시면 의사부터 보세요. 잘 케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백아영은 진지하게 당부했지만 상대방은 한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백아영이 그만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저 지금 진지해요.”“이것은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은 반드시 몸으로 갚아야 합니다.”윌리엄스 왕족?백아영은 입헌군주제인 국가에 왔다. 이곳은 현대사회와 어우러졌지만 여전히 왕권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의 왕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하고 성숙하며 상당한 재주를 가졌다고 전해졌다. 왕은 1년 넘게 국가 정무를 질서 있게 처리했다.다시 이 풋풋하고 고집 센 청년을 본 백아영은 목이 메었다. 왕은 소문과는 좀 다른듯했다.백아영은 청년한테 잡힌 손을 빼냈다.“그냥 눈에 보여서 구해준 거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리고 저는 결혼까지 한 여자에요.”“결혼하셨군요...”청년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젊고 예쁜 백아영이 일찍 결혼했으니 흔치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청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는 재혼에 대해 편견이 없어요. 남편분과 이혼해도 그대를 왕후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저는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청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제야 난처한지 땅바닥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백아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슨 복잡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다.곧이어 청년도 벌떡 일어났다. 너무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인지 몸을 휘청거리자 곁에 있던 남성이 얼른 그를 부축해 주었다.청년은 휘청거리는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그의 맑은 눈은 어느새 포악해졌다.“아가씨, 억양을 들어보면 외국인인 것 같네요. 아직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룰에 대해 잘 모
하지만 백아영은 현무가 힘들어할까 봐 차마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관광지 한 곳만 더 돌고 남원에 돌아갈 생각이었다.이성준은 진지하게 말했다. “출산 장려 정책은 참 옳아.”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자식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현무도 동생이 생기지.”어린 노동자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그의 뜻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이성준은 방긋 웃으며 백아영을 벽에 바짝 붙였다. “여보, 우리 현무에게 동생 만들어주자.”이날 현무와 백아영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화면 속에서 백아영의 안색은 살짝 하얗게 보였다.하지만 별다르게 불편한 곳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낮에 산에 오르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괜찮아,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럼, 내일 일단 산을 내리지 말고 호텔에서 쉬는 거예요?”내일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백아영은 단호하게 답했다.“맞아.”그제야 현무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통화를 끊고 백아영의 이마에 길쭉한 손이 닿았다. 이성준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실제로 봤을 때 백아영은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성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 내가 의사인데 모르겠어?”“하룻밤을 묵어도 좋으니까, 난 네가 좋아하는 열매를 좀 따올게.”이 산의 열매는 특산물이었기에 백아영이 매우 좋아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후, 이성준은 혼자 산꼭대기에 가서 열매를 땄고, 백아영은 아름다운 산기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침 풍경을 감상했다. 그녀는 조용히 열매를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찻집 안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도와주세요! 여기 도와주세요!”“의사 없어요? 응급처치할 줄 아는 사람 혹시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저의 도련님을 살려주세요...”식당에서 대략 이십 대 초반의 한 청년이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
한 달 뒤.인천공항에서 현무는 양복을 차려입고 반듯하게 서서 웃음을 가득 머금고 백아영을 배웅했다.“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다 와요. 여기 일은 저한테 맡겨요.” 현무는 이성준의 아들답게 한 달 만에 기본적인 경영 업무를 배웠고, 심지어 위정을 도울 수 있었다.또한 그는 이성준의 외아들인 만큼 이성그룹의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도 모든 주주와 직원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기에 일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성준의 한 달간 밑받침을 잘 깔아놓은 덕에 안심하고 현무와 위정에게 이성그룹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위정의 불평도 적어졌다. 그는 앞으로 일할 날에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내 아들 최고.”백아영은 현무를 꼭 끌어안고 그의 볼에 쪽 뽀뽀했다.“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영상통화 해. 날마다 기분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누가 감히 너를 괴롭히면, 엄마와 아빠가 바로 날아와서 때려 놓을 거야.”백아영의 품에서 현무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순간 엘리트에서 어린 아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하지만 이성준의 말과 백아영의 행복을 생각하며 현무는 마음을 가다듬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엄마 걱정하지 마, 외삼촌과 위정 아저씨가 계셔서 아무도 날 못 괴롭혀. 내가 좀 더 크면 내가 엄마를 보호해야 해.”백아영은 감동되어서 감정이 벅차 놀랐다. 현무는 너무 든든한 아들이었다.선우경진은 팔짱을 낀 채 한쪽에 서 있었다. “이씨 가문의 일은 해결됐지만 아직 선우 일가가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 마.”“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아이템도 많이 생각해 둬.”한 달 동안 그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급한 불은 거의 다 껐다. 하지만 의학은 끝이 없고 신약 연구는 더 중요했기에 선우경진은 수시로 백아영을 감시했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다른 곳에서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얻으면 신약을 개발하는데 더 쉬웠다.이성준은 한쪽에
현무는 계획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만,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는 좀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이성준은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성준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바로 계획을 하나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았다.현무는 골똘히 생각했다.“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매일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것과 함께 있는 것을 동시에 이룰 수 없어.”“왜요?”현무가 공부해서 잘하고 매일 학교 갔다 오면 자연스레 백아영을 볼 수 있고 그녀도 즐거워하는 게 일상이었다.“너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었어?”현무가 네 살 되기 전까지 백아영은 그의 곁에 있어줄수 없었다. 백아영이 돌아온 후, 비록 온 가족이 드디어 모였지만,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고 때마다 백아영은 떠나야 했고, 항상 바쁜 일상에 기쁠 때도 있었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았다. 현무는 그런 백아영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엄마는 나와 함께 있어서 기분이 나쁜 거예요?”어린 현무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돌기도 전에 이성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엄마가 놓인 상황 때문이지. 남원에서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과 언제든지 생기는 변화 때문이야.”“만약 누군가가 이 짐을 대신 나눠주고, 그런 일들을 완전히 해결해 주고, 엄마가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준다면 매일 즐거워할 거야.”현무는 어리지만 총명해서 즉시 이성준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빠, 제가 엄마의 일을 나누어서 해도 돼요?”이성준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너는 할 수 있어.”“그런데 힘들 거야. 엄청 힘들 수 있어. 대신에 엄마를 오랫동안 못 볼 텐데, 그래도 할래?”현무는 힘든 것은 두렵지 않지만, 오랫동안 백아영을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현무는 머뭇거렸다. 그는 섭섭해서 고뇌했다.“나 그냥 엄마랑 여행 가면 안 돼?”이성준은 자애로운 아버지의 미소를 지었다. “네가 경영대를 일찍 졸업하면 돼.”현무는 지능이 높아서, 월반하는
이성준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은퇴할 생각이야.”‘역시!’백아영이 머릿속으로만 하던 황당한 추측을 이성준 입으로 직접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왜 이성준이 갑자기 도망 오려 했던 건지, 그리고 왜 그 큰 짐을 위정과 선우경진한테 내던졋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성준은 그들을 훈련하고 있었다.수단이 좀 잔인했을 뿐이다.“왜 갑자기 은퇴하고 싶은 거야?”백아영은 아직 앞날이 밝은 이성준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성준은 백아영을 응시하며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쓱쓱 만졌다.“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이성준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아 수많은 고통을 겪었다.이성준의 괴로운 심정은 눈에 훤히 비쳤다.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영아, 앞으로 남은 생 동안 나는 네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은퇴하고 쇼핑센터를 떠나면 원한도 모두 훨훨 털어 버릴 수 있다. 두 사람은 세계 여행하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백아영의 머릿속은 멍해졌다.백아영은 이성준이 은퇴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자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성준이 계획한 미래에 항상 그녀가 있었다. 그의 미래는 온통 백아영 한사람이었다.백아영은 감동되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가 환상하던 미래는 정말 기대할 만한 것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내가 선우경진과 위정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아.”겨우 보름밖에 안 되었는데, 그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참지 못하는데 정말 큰 일이라면 더 감당하기 어려워할 게 뻔했다.이성준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사색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현무 이제 다섯 살이니까 남자 다 됐지.”백아영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현무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지?”이성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안 될 게 뭐가 있어?”‘안 될 게 뭐가 있겠냐고? 현무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이성준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다섯 살 때,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