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경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할아버지, 오늘 있었던 일이 너무 공교롭지 않으세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안심이 될 텐데 왜 방해하셨죠?”“백채영은 뭐니 뭐니해도 선우 일가의 공주님이야. 남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렇게 몰아세우면 결과가 어떻든 망신은 면치 못할 거야. 앞으로 무시라도 당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선우소훈은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경진아, 사회 물을 몇 년이나 마셨다는 사람이 성격이 아직도 그렇게 경솔하면 쓰겠니?”선우경진은 오로지 백채영의 신분을 확인하려다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속으로 나무랐다.하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말했다.“백채영이 도우미가 무슨 독에 중독되었는지 모르는 것 같았어요.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요!”“아까 물어봤거든? 도우미가 뱀독에 중독되었다고 하더라.”선우소훈이 흐뭇하게 대답했다.선우경진은 살짝 놀랐다.“진짜요?”선우소훈은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왜? 내가 너한테 거짓말 할 이유라도 있어?”그건 말도 안 되었다.선우경진은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왜 뻔히 알면서도 훌쩍거리기만 할 뿐,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냐는 말이지? 설마 여자라는 이유로 일부러 투정 부리고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작전인가?그러나 미심쩍은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건 사실이다....선우 일가는 임시로 찾은 별장에 거주했는데, 최대한 자취를 감추려고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걸 기피했다. 따라서 별장 자체도 그리 크고 화려한 편이 아니었다.물론 경비실도 마찬가지였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였다.방에는 책상, 의자, 그리고 1.2m짜리 싱글 사이즈 침대가 놓여 있는데, 야간 경비 중에 그럭저럭 눈 좀 붙일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별장 출입 금지령이 내려진 탓에 결국 경비실이 백아영의 거처가 되었다.딱딱한 침대에서 자려니 그녀는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백아영은 그렇게 경비실에서 몇 날 며칠을 보냈다. 어느 날 오후,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끼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폭우가 쏟아졌다.창문을 타닥타닥
최신 업데이트 : 2023-09-0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