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101 - Chapter 110

916 Chapters

제101화

백아영은 왠지 모르게 제 발 저린 듯 거의 무의식중으로 넥타이를 손에서 놓고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백채영은 백아영이 이성준과 같이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심기가 불편했다.이내 도도한 말투로 명령했다.“백아영, 이리 와서 웨딩드레스 좀 들어줘.”이 말을 듣자 백아영은 찬물을 머리에 끼얹은 느낌이 들었다. 아까만 해도 혼란스럽던 마음이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싸늘하게 식어갔다.웨딩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백채영이다.마음이 아무리 흔들린다고 해도 절대로 딴생각하면 안 되었다.백아영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답답함과 씁쓸함이 몰려왔다. 곧이어 고개를 푹 숙인 채 백채영의 뒤로 걸어가 기다란 드레스 자락을 들어 올렸다.그녀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백채영이 이성준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모습을 마냥 지켜보기만 했다.백채영이 입은 웨딩드레스는 유난히 화려했다. 넘치는 아우라와 고귀한 기품을 지닌 여자가 입었더라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을 테지만, 그런 분위기와 거리가 먼 백채영이 입으니 어딘가 허접하고 촌스러워 보였다.결국 이성준은 그녀를 쳐다보는 것조차 안구 테러라고 생각했다.오히려 데일리룩 차림의 백아영이 청순하고 편안한 느낌이라면 그녀는 발끝에도 못 미쳤다.그의 시선은 백아영한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고, 문득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신부가 백아영이면 얼마나 좋겠냐는 생각마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이성준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발견한 백채영은 순간 질투와 분노로 가득 찼다.이렇게 차려입었는데도 쳐다보기는커녕 오히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백아영에게 관심이 있단 말인가?아니나 다를까 그녀에게 가장 위협적인 사람은 역시나 백아영이다.백채영은 애써 분노를 삼키고 이를 악물었다. 백아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사악함이 가득했다.“백아영, 피팅룸에 있는 들러리 드레스 좀 입어볼래? 친구 대신 어떤 느낌인지 보게.”지금 그녀에게 신부 들러리 드레스를 입어보라고 한 건가?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성준의 ‘전 와이프’한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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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에 담긴 의미는 저마다 달랐고, 심지어 농락하듯 휘파람 부는 사람도 있었다.탱크톱 디자인의 미니 웨딩드레스는 등이 찢어지면서 통으로 흘러내릴 뻔했다. 백아영은 일단 가슴이라도 가리자는 생각에 훤히 드러난 등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민망함이 극에 달한 그녀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피팅룸으로 뛰어갔다.그런데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서 피팅룸 도어락이 고장 났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았다.그녀는 조급한 나머지 손마저 떨렸다. 적나라한 시선과 희롱 섞인 농담은 마치 발가벗고 공개 처형당하는 기분이었다.백채영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망신당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백아영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제는 이성준에게 집적대는 용기마저 없을 테니까.어쩌면 이성준도 백아영한테 실망할지도 모른다.하지만 미소를 짓고 있던 백채영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이성준은 슈트 재킷을 벗더니 재빨리 백아영의 어깨에 걸쳐 몸을 완전히 감쌌다.이내 단단한 팔로 그녀의 어깨를 두르고 품에 끌어안았다. 커다란 몸집은 마치 난공불락의 성벽처럼 단번에 모든 시선과 악의를 차단했다.게다가 이성준의 싸늘한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함부로 쳐다봤다가 눈알 파버리는 줄 알아!”무시무시한 기운은 섬뜩할 정도였다.아까만 해도 구경하기 바쁜 사람들은 겁을 먹고 황급히 시선을 피하더니 뒤꽁무니를 뺐다.백아영은 고개를 들고 이성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빨갛게 물든 눈시울에서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다이아몬드처럼 맑고 깨끗한 눈물은 이성준의 마음마저 적셨다.그동안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애틋함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집에 데려다줄게.”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더니 백아영을 끌어안고 매장을 나섰다.백채영은 자신이 안중에도 없는 듯 백아영만 챙기고 떠나는 이성준을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재킷을 벗어서 입혀주고, 백아영을 챙겨주는 것도 모자라 데리고 떠나기까지 하다니? 우스갯거리도 아니고 이걸 본 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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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백아영은 떨리는 몸으로 그의 머리를 끌어안고 목 놓아 울었다. 그동안 뛰어난 의술로 각종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자부했지만, 지금은 부족하고 얄팍한 의술 때문에 눈앞의 사람조차 구하지 못한다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난장판이 된 현장과 울며불며 난리 치는 사람들 틈으로 훤칠한 그림자가 유유히 다가와 백아영 앞에 멈춰 섰다.선우경진은 허리를 굽혀 재빨리 이성준의 컨디션을 체크하더니 입을 열었다.“아직 살릴 수 있어.”말을 마치고 나서 옆에서 겁에 질려 벙쪄 있는 백채영을 바라보았다.“집에서 나오기 전에 내가 가르쳐줬던 침술 있지? 그 방법으로 이성준의 목숨을 구할 수 있으니까 얼른 와서 침을 놔줘.”물론 그동안 선우경진이 가르쳐준 내용을 백채영은 하나도 익히지 못했다.더욱이 직접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건 말도 안 되었다.그녀는 당황한 마음에 연신 고개를 저었다.“아직 실전에 써 본 적도 없는데 성준 씨 목숨으로 시험할 수는 없어요. 오빠가 먼저 성준 씨한테 침을 놔주면 안 돼요? 난 다른 사람도 구해줘야 하니까.”이번 교통사고는 대형 사고라서 피바다 속에 누워있는 사람이 주변에 널렸다. 조금만 지체한다면 그들은 목숨마저 위태로울지 모른다.선우경진은 백채영을 끌어당겨 은침을 그녀의 손에 쥐여줬다.“이성준은 네 남자야. 목숨을 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네 손에 달렸어.”말을 마친 선우경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중상을 입은 다른 환자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그의 의도는 뻔했다. 만약 백채영이 진짜 의학 천재라면 평소에 아무리 농땡이를 피우거나 잔꾀를 부린다고 해도 비상 상황에서는 천재 본능을 발휘하여 이성준을 구할 것이다.그러나 그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다면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심지어 신분조차 조작일 가능성이 컸다.따라서 이성준도 더는 선우 일가의 사위가 아니며, 죽든 지 말든지 그의 알 바가 아니었다.선우경진의 단호한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은침을 든 백채영의 손이 저도 모르게 덜덜 떨렸고, 하얗게 질린 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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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백아영은 은침을 빼앗아 오더니 이성준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피가 멈췄고, 호흡도 점점 규칙적으로 변해갔다.그는 드디어 구사일생했다.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백아영은 온몸의 힘이 쭉 빠지고 맥없이 피 웅덩이에 털썩 주저앉았다. 눈물은 여전히 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지만, 기쁜 마음에 입꼬리는 점점 올라갔다.그와 동시에 구급차도 빠르게 현장에 도착했다.구급대원들이 우르르 뛰어와서 응급구조를 했고, 부상자를 하나둘씩 구급차에 태웠다.이성준의 차례가 왔을 때 백채영은 백아영의 손에 든 은침을 빼앗아 가더니 표독스러운 얼굴로 경고했다.“아까 성준 씨를 구해준 사람이 너란 걸 함부로 발설하지 마!”만약 선우 일가에서 백아영이 사람을 구했고, 심지어 단번에 선우 일가 의술을 익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의 신분을 의심하기 마련이다.“선우 일가 의술은 대외비야. 네가 지금 몰래 배웠는데 가만둘 거로 생각해? 백아영, 너만 입단속 잘하면 서로 좋지 않겠어?”백아영도 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몰래 의술을 배우게 된 셈이니 화를 자초할 생각은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들것을 밀고 이성준과 함께 구급차에 올라타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떼기도 전에 백채영이 그녀를 옆으로 밀쳤다.“성준 씨는 내 약혼남인데, 네가 왜 따라가? 혼자 집에나 가!”백아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성준을 내려다보자 마치 심장이 쥐어뜯기는 고통에 괴롭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입장도 애매하고, 더욱이 따라갈 자격이 어디 있겠는가?이내 이성준은 구급차에 실렸다. 이때, 그의 손가락이 움찔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선우경진도 다가와서 구급차에 올라탔고, 이내 문이 닫히더니 쏜살같이 출발했다.구급차 안에서 이성준의 상태를 체크하던 선우경진은 흐뭇한 얼굴로 백채영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그녀를 향한 의심도 깨끗이 지웠다.“백 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하는 천재라더니 사실이구나! 실전이 처음인 것치곤 완벽한데? 심지어 침술을 업그레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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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의사를 보내고 나서 백채영은 따뜻한 물을 받아 침대맡에 놓았다. 이성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를 지경이었다.이내 손을 뻗어 단추를 하나씩 풀자 쇄골부터 가슴, 복근까지 눈앞에 훤히 드러났다.백채영은 눈을 떼지 못했다. 몸매가 이 정도로 좋을 줄이야! 예전에 만났던 남자와 비교하면 그들은 비실비실한 약골에 불과했다.멋진 남자란 바로 이런 사람을 말하는 건가?그녀는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더니 저도 모르게 복근을 향해 손을 뻗었다.그러나 손끝이 닿기도 전에 커다란 손이 백채영의 손목을 덥석 붙잡더니 순식간에 쳐냈다.“아!”백채영은 아픈지 비명을 질렀고, 고개를 드는 순간 이성준의 서늘한 눈빛과 딱 맞닥뜨렸다.“뭐 하는 거야?”“몸, 몸 좀 닦아주려고...”백채영은 서둘러 설명했다.“봐봐, 물수건도 있잖아.”이성준은 옆에 있는 대야를 흘끔 쳐다보더니 싸늘하던 표정이 서서히 풀렸다. 그제야 백채영을 놔주고는 다시 자신의 옷을 잠그기 시작했다.물론 말투는 여전히 차갑고 소외감이 느껴졌다.“네가 닦아줄 필요는 없어.”딱 잘라 선을 긋는 이성준의 쌀쌀맞은 모습에 백채영은 울컥했다. 이내 목숨까지 구해준 은인에게 오미란마저 태세를 전환했는데, 당사자인 이성준은 더 감지덕지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그러자 상처받은 표정을 짓더니 훌쩍이며 말했다.“성준 씨, 아직 상처가 덜 회복되어서 따뜻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면 건강에 좋대. 치료요법에 적극 협조해줘야 하지 않겠어? 지금 결코 가벼운 상처가 아니라고! 만약 제때 치료하지 않았더라면 목숨마저 잃었을지도 몰라. 성준 씨가 교통사고 당하고 나서 내가 치료해주려고 침을 놓았을 때 얼마나 가슴 아프고 두려웠는지 알아? 당시 걷잡을 수 없이 떨리는 손을 진정하기 위해 엄청난 의지력을 발휘했었어. 난 다시는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 제발 성준 씨를 잘 돌볼 수 있게 해주면 안 돼?”이성준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날 구한 사람이 너라고?”백채영의 눈빛은 의기양양하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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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채영아, 왜 다시 왔어?”막 외출하려던 선우경진은 넋이 나간 백채영을 발견했다.“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파?”걱정된 선우경진은 그녀의 맥을 짚었고 아무 이상이 없는 모습에 마음을 놓았다.도둑이 제 발 저린 듯 마음이 조마조마해진 백채영은 대충 둘러댈 핑계를 생각했다.“성준 씨가 임신한 몸으로 계속 병원에 있는 게 아이한테 안 좋을 거라며 얼른 돌아와서 쉬라고 하더라고요.”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경진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산모와 아이를 걱정하는 모습에 훌륭한 약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병원에 계속 있는 게 안 좋은 건 맞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다녀와야겠네.”선우경진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사고 현장에서 했던 침술은 그저 일부였고 지금 상태에서 추가로 맞아야 후유증 없이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어. 마침 돌아온 김에 내가 계속 가르쳐줄 테니까 배우고 병원 가.”그 말에 아연실색한 백채영은 너무 놀란 나머지 두피가 저려올 것만 같았다.한 번만으로도 이미 들통난 마당에 계속 침을 놓는다는 건 이성준한테 자신을 폭로하는 격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마땅히 거절할 만한 이유가 없었던 그녀는 마지못해 선우경진을 따라 다음 침술을 배웠다....교통사고가 난 지 이틀이 지났는데, 백아영은 여전히 선우 일가의 별장에 갇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성준에 관한 소식마저 들을 수 없었던 그녀는 하루 종일 마음이 심란해져 안절부절못했고 회복은 잘하고 있는지, 괜찮은 게 맞는지 단 한 번만이라도 그를 만나고 싶었다.“백아영.”백채영은 어쩔 수 없이 백아영을 찾아왔고 질투와 증오로 가득 차 있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속 분노가 조금 일그러졌다.“성준이 지금 어떻게 됐어?”백아영은 다급하게 물었고 그 모습에 순간 이성준이 자신을 대하던 싸늘함과 소홀함이 떠오른 백채영은 모든 게 백아영의 탓이라며 질책했다!“많이 걱정되나 봐?”백채영은 일부러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조롱 섞인 말투로 되물었다.백아영은 멈칫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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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병원에 도착한 백아영은 다급하게 병실 문을 열었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초췌한 모습의 이성준이 보였다.자신을 구하려고 사고 난 그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고 미친듯이 아파왔다.그날 이성준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밀어냈다...백아영을 마주하자 싸늘함으로 가득 차던 이성준의 눈빛은 조금 풀려졌다.“나 보러 온 거야?”목이 쉰 채 간신히 입을 연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듣기 좋았다.백채영은 자신한테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상냥한 이성준의 모습에 질투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백아영, 이 망할 불여우 같으니.’“성준 씨의 부상은 계속 침을 맞아야 후유증이 안 남는데, 침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이 놓는 게 회복에 좋을 것 같아서 내가 백아영 데려왔어. 침술은 내가 가르쳐줬으니 선우 일가에 들키면 혼이 나겠지만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내가 기꺼이 할 수 있지.”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백채영과 달리 이성준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이 할 줄 몰랐기에 백아영을 데려온 걸 그도 있었고 까발리는 게 귀찮아서 아무 말 안 했을 뿐이다. 그의 시선은 줄곧 백아영을 향했다.“넌 다친 데 없어?”사고 당시 이성준은 그녀를 밀어냈고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까지 지켜보고 있었다.심한 부상을 입은 사람이 자신을 신경 쓰고 걱정하는 모습에 백아영은 코끝이 찡해졌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성준아, 그날 구해줘서 고마웠어.”“너도 날 구했잖아?”잘생긴 그의 얼굴에서 희미하게 웃음기가 보였고 백아영은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이나 말없이 서로를 마주봤고 병실안은 미묘한 분위기가 맴돌았다.질투와 분노로 가득 찬 백채영은 뚜껑이 열릴 직전이었고 당장이라도 백아영을 내쫓고 싶었다.“백아영,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치료해!”이를 악물며 말하는 백채영의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든 백아영은 병상으로 다가갔다.“성준아, 여기 있는 붕대 잠깐 풀게.”이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는 침대에 앉아 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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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며 백아영은 가슴이 아파지기 시작했다.그녀는 면봉을 들더니 조심스럽게 그의 상처를 소독했다.이성준은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자신을 치료하는 백아영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봤고, 밖에서 헛구역질하는 백채영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눈꼴이 사나웠다.그는 이제야 비로소 백아영의 매력을 알아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혼할 상대는 백채영이다...30분뒤 백아영은 치료를 마쳤고 상처를 다시 감쌌다.“상처에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며칠 동안은 최대한 침대에서 내려오지 말고 편안하게 쉬어. 단백질 많이 섭취하고, 야채랑 과일...”주의사항을 알려주는 의사가 분명히 있었겠지만, 백아영은 다시 신신당부했다.그녀는 장황하게 말을 길게 늘어놓았고 이성준은 참을성 있게 끝까지 들었다.“알겠어, 다음에는 언제 와?”모두 세 차례의 침술이 이어져야 한다.“모레, 그때는 내가 올 때 국이라도...”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채영은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내쫓기 시작했다.“됐어, 끝났으면 얼른 돌아가. 집에 아직 네가 해야 할 일 많이 남았잖아!”백아영은 병실에서 밀려났고 나오자마자 부랴부랴 이것저것 사 온 뚱보 아줌마와 마주쳤다.“사모님... 아영 씨.”뚱보 아줌마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저...”백아영이 입을 열려고 하자 백채영은 경고의 눈빛을 보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 만나러 왔어요.”뚱보 아줌마는 깜짝 놀라 물었다.“채영 씨랑 함께 오신 거예요?”아줌마 역시도 두 사람이 물과 불처럼 서로 용납할 수 없는 대립 관계라는걸 알고 있었기에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놀라웠다.“도우미 주제에 뭘 그렇게 많이 물어봐요? 얼른 들어가서 물건 치우고 할 일 하세요. 계속 여기서 주절주절 말하면서 농땡이 피우면 확 잘라버릴 거예요!”백채영은 두 사람이 대화할수록 조마조마해졌고 비밀이 폭로될까 봐 호통을 치며 거들먹거렸다.그녀의 말에 난처해진 뚱보 아줌마는 화가 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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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별장으로 돌아온 백채영은 일부러 못되게 굴면서 백아영더러 별장 전체를 혼자서 청소하도록 시켰고 청소가 끝날 때까지 자지 못하게 했다.백채영은 모든 걸 태연하게 받아들였고 며칠 동안 한가할 틈이 없었다.그 시각 백채영은 선우소훈의 서재로 불려 갔고 그곳엔 선우경진도 있었다. 선우소훈은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백채영을 바라봤다.“채영아, 치료는 잘되어 가?”“네, 세 차례 치료가 끝나면 성준 씨는 아무런 후유증도 남기지 않을 겁니다.”자신만만한 그녀의 모습에 선우소훈은 마음이 놓이는 듯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내 손녀야. 의술이 뛰어나네!”선우경진과 눈이 마주치자, 그는 옆에 있는 금고에서 세월의 흔적이 담긴 의서 한 권을 꺼냈다.“이건 해독 침술에 관한 건데, 배울 수 있는지 한번 봐봐.”세월의 흔적과 달리 책은 매우 잘 보존되어 있었고 거의 파손되지 않았다.펼쳐보자 온통 알아볼 수조차 없는 천문기호였지만 백채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할 수 있어요!”그녀의 답에 선우소훈의 미소는 더욱 환해졌고 흐뭇해졌다.“그럴 줄 알았어! 결혼까지 열흘 남짓 남았으니 결혼 전에 다 배울 수 있겠지?”그러자 백채영은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디 제가 치료해 주길 기다리는 사람이 있나요?”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배울 수 없다고 말하려고 했다.선우소훈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부담을 덜었다.“할아버지는 네가 결혼식 전에 다 배웠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야. 배운다면 세상에서 가장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해 줄게.”성대한 결혼식이라는 말에 욕심이 생긴 백채영은 두 눈이 탐욕으로 가득 찼다.“결혼 전에 꼭 다 배우겠습니다!”해독 침술이 필요한 사람이 없다면 그녀는 모든 걸 거짓말로 대충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선우소훈은 기뻐서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해독 침술은 너무 심오하여 선우 일가 그 누구도 배워낼 수 없었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백채영한테서 그들은 가능성을 보았다.그녀는 선우경진을 따라 공부하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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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이성준은 더 이상 묻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깊고 차가웠다.그때 병실 문 옆에는 뚱보 아줌마가 살금살금 다가와 안을 훔쳐보고 있었다.방금 전 백채영은 평소와 다름없이 핑계를 대며 물건을 사러 가게 아줌마를 내보냈고 그녀는 일부러 다시 되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침을 놓고 있던 건 백아영이다!백채영이 자기가 한 것마냥 공로를 빼앗고 득의양양해 하는 모습을 생각하자 그녀 역시도 백아영을 대신해 안타까움을 느꼈다.아줌마는 핸드폰을 꺼내 몰래 이 장면을 촬영했고 기회를 찾아 백채영의 악랄한 모습을 모두 까발릴 생각이었다.그 시각 백채영은 병원 아래층 정원을 산책하며 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녀는 병원 특유의 향과 소독제 냄새를 아주 싫어했으며 안에 있는 것조차도 짜증이 나 모든 치료가 끝나면 다시 올라가려고 했다.“채영이?”그 시각 오미란이 깜짝 놀라며 다가왔다.“여기서 뭐 해?”손에 보양품을 든 채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에 이성준을 만나러 온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 백채영은 초조해졌다.이성준은 아직 침맞고 있고 끝나려면 적어도 20여 분은 걸린텐데 지금 올라가면 틀림없이 마주치게 된다!백아영이 치료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오미란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게 얻은 호감마저 사라져 버리게 된다.백채영은 머리를 굴리더니 이내 서럽고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어머님, 그냥 마음이 심란해서 혼자 생각하며 좀 걷고 싶었어요.”마음이 심란하다는 그녀의 말에 오미란은 다급하게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사실 별거 아닌데, 성준 씨와의 결혼이 다가오니까 조금 겁이 났나 봐요. 그래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결혼 전에 느끼는 두려움은 대부분 여성이 겪는 일이었고 오미란도 마찬가지였다.동질감을 느낀 오미란은 차분하게 백채영을 달래며 그녀를 위로했다.백채영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시간을 바라보며 치료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시간이 다 되어가자, 백채영은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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