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영이 탄 약인지 아닌지는 단지 추측일 뿐 확실한 증거는 없잖아. 이 사건은 내가 철저하게 조사하고 나서 처리할 거야.”백아영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놀라움 반 기쁨 반 섞인 표정으로 이성준을 바라보았다. 절망에 빠진 마음에 또다시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반면, 백채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모두가 백아영이 분말 유산약을 탔다는 사실을 철석같이 믿고 있을 때 유독 이성준만 의심을 지우지 못하다니?게다가 철저하게 조사까지 한다라...어쨌거나 박라희가 가져온 약인데, 과연 조사를 무사히 피해갈 수 있냐는 말이다.백채영은 제 발이 저린 탓에 서둘러 나서서 말렸다.“여기서 백아영을 제외하고 날 해치려는 사람이 어디 있어? 조사 안 해도 되니까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마.”“괜찮아,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라.”이성준은 소파에 등을 기대며 앉았다. 여유로운 모습과 달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칫 잘못 건드리면 큰일이라도 날 듯한 냉기를 뿜어냈는데, 불쾌한 심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위정아, 조사해.”“네! 사장님.”위정은 잽싸게 대답하고 자리를 떴다.이제 백채영은 말리고 싶어도 속수무책인 지라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단지 박라희가 약을 사면서 최대한 신중하게 어떠한 단서도 남겨두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조사를 피해갈 수만 있다면 다행일 텐데...“성준아, 오늘 채영과 결혼 얘기하려고 찾아온 게 아니야? 그런데 백아영이 범인인지 아닌지를 조사하려고 시간을 다 허비해버리면 주객전도이지 않겠어?”박라희는 간절하게 설득했다. 이내 어딘가 날카로운 말투로 매섭게 몰아붙였다.“지금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려고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거야? 아니면 백아영을 지켜주려고 일부러 시간을 끄는 거야? 다른 사람 눈에 지금 네 행동은 백아영에게 마음이 있는 것으로 보일 뿐, 우리 채영과 아이한테 너무 불공평하고 무책임하잖아.”비수를 꽂는 한 마디는 이간질하기 딱이었다.만약 이성준이 계속해서 조사를 고집한다면 백아영과의 떳떳하지 못한 관계를 인정
Last Updated : 2023-08-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