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연은 말을 마치고 조용히 문서인을 쳐다봤다.그는 납득하기 어려워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의외로 잘 참고 있었다.필경 이런 곳에서 성격을 죽이지 않으면 더 비참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하룻밤 사이에 아주 큰 교훈을 얻은 셈이다.“잘 지내.”소이연이 한마디 던졌다.솔직히 어떤 말로 두 사람의 결말을 표현했으면 좋을지 몰랐다.참담함을 말하자면 문서인은 이미 참담하기 그지없었다.그가 감옥에 가게 되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문씨 가문이 곧 파산하게 될 것이다.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게다가 뭇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문씨의 죄인이 되어 평생 괴로울 것이다.그러니 더는 그의 분노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그녀가 일어서려는 순간 문서인이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소이연, 날 좋아한 적은 있어?”소이연이 입술을 오므렸다.마지막 만남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전에도 물어본 것 같았는데 대답하지 않았었다.왜냐면 그땐 문서인이 자신의 분토를 터트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진심으로 그 대답을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알고 있었을 텐데? 난 그리 착한 사람이 아니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위해서 매일 접대 자리에 나가고 밤새우면서 일하지 않아.”문서인이 주먹을 꽉 쥐었다.그랬다.그는 애초에 소이연이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다만 갑자기 육현경이 나타나서 열등감 때문에 견딜 수 없었을 뿐, 그때 소이연은 너무나 눈부시게 빛났다.그래서 자신을 속이는 핑계를 찾았다. 헤어지길 잘했으니 후회하지 말자, 소이연은 워낙 지조 없는 여자라서 처음부터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돈을 보고 접근한 것이라고…하지만 그녀를 실망시킨 것은 본인이었다.그것도 소나은 때문에.문서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 한동안 들지 않았다.순간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소이연은 그가 후회한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세상에는 후회를 치료하는 약은 없고 얼마나 후회하는냐만 있으니까.앞으로 그가 겪어야 할 모든 일은 그녀와 아무런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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