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소나은에게 놀아났어. 네가 여기 갇힌 뒤에 뉴스 보지 않았지?”소이연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뉴스를 검색하고 문서인의 앞으로 내밀었다.“감상해 봐.”문서인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이미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한 것 같았다.그가 이를 갈며 말했다.“소이연, 비꼬아서 속이 시원하냐?”“비꼬는 게 아니야. 굳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틀리지는 않았어.”문서인은 참을성이 한계에 도달했다.“그보다 지금 네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어?”소이연은 뉴스에 올라온 사진을 터치해서 문서인에게 보여줬다.“이 사진들 봐.”문서인은 끝내 이기지 못하고 사진을 보았다. 그의 눈이 커지더니 점점 더 벌겋게 충혈되었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나 아니면 현경 씨가 이 사진을 발설했다고 생각할 만큼 둔하지 않겠지? 이 장면은 현경 씨가 오기 전에 발생한 거잖아.”“소이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문서인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아직도 모르겠어? 소나은이 너랑 헤어지려고 짜 놓은 판이잖아. 너를 망가트리고 파산하게 만들고 모든 사람들의 질타를 받게 만들었어.”“거기에 없었는데 어떻게 이 사진을 찍었단 말이야?”문서인이 반박했다.여전히 소나은을 위해 변명하고 자신을 위해 변명했다.“네가 그랬잖아. 나를 끌고 간 곳이 소나은과 네가 만나는 장소라면서 소나은 외에는 누구도 모른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소나은은 네가 하려는 일이 뭔지 알고 미리 방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우리가 무슨 짓을 하는지 찍으려고 하지 않았을까?”소이연이 논리적으로 설명했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문서인은 믿지 않았다.자신을 그토록 사랑하는 소나은이 자신을 배신하고 모함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소나은은 그를 목숨을 버릴 정도로 사랑해서 그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고 믿었다.소이연은 조용히 앉아 문서인의 반응을 살폈다.분명 속으로 알고 있으면서 인정하기 싫어하는 모습이었다.소나은을 위해 미련한 짓을 많이 했고 그녀의 손
소이연은 말을 마치고 조용히 문서인을 쳐다봤다.그는 납득하기 어려워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의외로 잘 참고 있었다.필경 이런 곳에서 성격을 죽이지 않으면 더 비참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하룻밤 사이에 아주 큰 교훈을 얻은 셈이다.“잘 지내.”소이연이 한마디 던졌다.솔직히 어떤 말로 두 사람의 결말을 표현했으면 좋을지 몰랐다.참담함을 말하자면 문서인은 이미 참담하기 그지없었다.그가 감옥에 가게 되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문씨 가문이 곧 파산하게 될 것이다.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게다가 뭇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문씨의 죄인이 되어 평생 괴로울 것이다.그러니 더는 그의 분노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그녀가 일어서려는 순간 문서인이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소이연, 날 좋아한 적은 있어?”소이연이 입술을 오므렸다.마지막 만남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전에도 물어본 것 같았는데 대답하지 않았었다.왜냐면 그땐 문서인이 자신의 분토를 터트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진심으로 그 대답을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알고 있었을 텐데? 난 그리 착한 사람이 아니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위해서 매일 접대 자리에 나가고 밤새우면서 일하지 않아.”문서인이 주먹을 꽉 쥐었다.그랬다.그는 애초에 소이연이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다만 갑자기 육현경이 나타나서 열등감 때문에 견딜 수 없었을 뿐, 그때 소이연은 너무나 눈부시게 빛났다.그래서 자신을 속이는 핑계를 찾았다. 헤어지길 잘했으니 후회하지 말자, 소이연은 워낙 지조 없는 여자라서 처음부터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돈을 보고 접근한 것이라고…하지만 그녀를 실망시킨 것은 본인이었다.그것도 소나은 때문에.문서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 한동안 들지 않았다.순간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소이연은 그가 후회한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세상에는 후회를 치료하는 약은 없고 얼마나 후회하는냐만 있으니까.앞으로 그가 겪어야 할 모든 일은 그녀와 아무런 관
소나은이 해맑게 웃으며 다정하게 불렀다.“언니.”소이연은 오히려 궁금했다. 소나은이 아직도 문서인을 관심해서 보러 온 건가?아니면 본인 입으로 자신이 얼마나 나쁜 인간인지 말해주러 왔나?소이연은 그녀처럼 가식적인 성격이 아니어서 아는 체하지 않았다. 구치소에서 나오자 입구에 기자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순간 왜 모여들었는지 깨달았다.쇼를 하지 않으면 소나은이 완벽하게 매듭을 짓지 못하겠지.소이연은 기자들이 눈치채기 전에 재빨리 승용차에 올라타고는 조용히 떠났다.…구치소 내에서 소나은과 문서인이 마주 앉아 있다.초췌한 문서인을 본 소나은은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다. 병신처럼 자신의 잔꾀에 놀아나고 이 결과를 초래한 것도 자업자득이니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고 여겼다.“나은아.”문서인이 조용히 불렀다.그러면서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방금 소이연이 한 말들이 전부 사실이지만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자신을 속이면 적어도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다.하지만 그의 손이 닿기 전에 소나은이 피하면서 한마디 했다.“더러워.”문서인이 소나은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인상을 찌푸리며 대놓고 싫어하는 티를 내고 있었다.전에 다정하고 진심으로 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문서인이 주먹을 불끈 쥐고 손을 거뒀다.“확실하게 말해줄 것이 있어서 왔어. 우리 헤어져. 앞으로 오빠와 문씨 가문의 일은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소나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더는 문서인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지만 쇼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끌었다.“내가 무엇을 하든 용서해 준다고 했잖아. 지금 나와 선을 긋겠다는 거야?”문서인이 코웃음을 쳤다.“그럼 뭐겠어? 난 자선가가 아니야. 오빠가 다시는 일어설 수 없고 문씨 가문도 망하게 생겼는데 나도 같이 매장당해야 돼? 지금 모습이 얼마나 추한지 거울 좀 봐. 나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소나은이 인상을 쓰며 그를 경멸했다.“하하.”그 말에 문서인이
”소나은!”문서인은 치가 떨리도록 원망스러웠다.살면서 지금처럼 후회한 적이 없었다.소이연을 포기하고 소나은을 선택한 것이 너무나 후회되었다.만약 소이연과 약혼식을 올리고 결혼했더라면 지금처럼 비참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어쩌면 아이마저 생겼을지도 모른다.문서인의 눈동자가 벌개졌지만 소나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완전 미친개 됐네. 앞으로 개 우리에서 천천히 미쳐가! 문서인, 육현경이 나선 이상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썩다가 뒤져!”소나은은 재빨리 떠났다.문서인이 미치고 펄쩍 뛰어도 상관하지 않았다.지금은 그의 면상만 봐도 구역질이 났다.솔직히 문서인을 싫어하면서부터 얼굴을 보는 것이 역겨웠다.이제 더는 이 역신을 보지 않아도 된다.소나은이 구치소에서 나올 때 딴 사람 마냥 표정을 바꾸었다.억지로 눈물을 짜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슬픈 표정을 지었다.“나은 씨. 이 지경이 됐는데 문서인을 보러 온 거예요? 이런 남자 때문에 눈물 흘릴 가치가 있을까요?”“나은 씨. 문서인은 지금 어때요? 후회하고 있어요?”“나은 씨, 이번에 문서인이 배신하고 소이연을 겁탈한 것에 대해 할 말이 있어요?”기자들이 벌떼처럼 몰려오자 그녀는 허둥대며 어쩔 바를 몰랐다.한참 뒤에야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문서인과 저희 언니 일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뉴스를 보지 않았더라면...”그녀는 이런 충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말끝을 흐리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기자들이 서둘러 위로했다.그제야 소나은은 자신을 진정시키고 사과했다.“미안해요. 문서인과 저희 언니 일이 타격이 너무 커서 제가 추태를 보였네요.”기자들이 나서서 그녀를 다독였다.소나은이 말했다.“내 언니에게 그런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미워하지 않았을 거예요.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를 배신한다 해도 언니만 아니었다면 용서해줄 수 있었어요. 필경 감정이 없는 사람을 옆에 붙잡아 둘 수 없잖아요. 하지만 그 사람이 내 가
소이연이 눈살을 찌푸렸다.“제대로 운전 못 해요?”“아가씨. 미안해요.”기사가 서둘러 사과하면서 상황을 설명했다.“앞에 차가 갑자기 들어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급정거를 했어요.”“조심하세요.”소이연이 쌀쌀 맞게 굴었다.그 순간 앞 차에서 검정색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다가와 차창을 두드렸다.남자의 키가 너무 커서 위협적으로 느껴졌다.소이연이 당황했다. 왠지 납치당할 것 같았다.“그냥 가요!”소이연이 격동하며 소리 질렀다.“아가씨. 앞뒤로 다 막았어요.”그 말에 소나은은 깜짝 놀라 경찰에 신고하려고 휴대폰을 꺼냈다.마침 휴대폰이 울려서 허둥지둥 통화 버튼을 눌렀다.“나은 씨. 저 심아윤이에요.”소나은이 멍해졌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내 경호원과 같이 저희 농원으로 오세요. 나은 씨와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심아윤이 담담하게 말했다.“걱정 마세요. 심씨는 지저분한 짓거리를 하는 가문이 아니에요. 소나은 씨의 안전과 재산에 위협되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아요.”소나은은 어쩔 바를 몰랐다.심아윤이 계속 말했다.“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도리를 알고 있겠죠?”말을 마치고 통화를 끊었다.어려서부터 잔꾀가 많은 소나은이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다.그녀는 다급하게 차에서 내려 검정 옷을 입은 사람을 따라 다른 차에 올라탔다.차는 정안 외곽으로 달려 고풍스러운 차 농원에 멈추었다.차 농원에 들어서는 순간, 옛날 시대에 온 것 같았다.석목 조각과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예품은 현대 작품이 같지 않았다.그녀는 하인을 따라 다실로 들어갔다.안에서 심아윤이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나은 씨.”심아윤이 먼저 다정하게 불렀다.“아윤 씨. 반가워요.”소나은이 예의를 갖추었다.“앉으세요.”“고마워요.”두 여자가 마주 앉았다.심아윤은 다예사더러 소나은에게 차를 따르게 한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내가 왜 나은 씨에게 연락해서 보자고 했는지 알고 있겠죠. 나를 도와 소이
”나은 씨. 어때요?”심아윤이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했다.소나은은 자리에서 펄쩍 뛰며 큰소리로 웃고 싶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소승영이 주식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유백희와 양화랑이 나서서 반대하는 바람에 울화통이 터졌지만 계속 참았었다. 소준환은 개뿔도 없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소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물려 받아?아들이라는 이유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다른 사람은 개처럼 일해야 되겠냐고?꿈 깨셔!내가 원하는 건 절대 누구한테도 뺏기지 않아.가족이 다 뭐라고, 내 앞 길을 막는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할게요.”소나은이 갑자기 대답했다.“뭘 하면 되죠?”“난 정말 나은 씨처럼 시원시원한 사람과 일하는 걸 좋아해요. 뭘 할지는…”심아윤이 싸늘하게 웃었다.소나은에게 계획을 말하자 그녀가 경악했다.심아윤이 이렇게 살벌할 줄은 몰랐다.소이연을 완전히 골로 보내는 계획이지만 속으로 은근 통쾌했다.개털이 된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흥분되기 시작했다.하지만 소나은도 생각이 깊은 사람이다.“성공한 뒤에 소씨를 나한테 넘기지 않으면 어떡하죠? 당신 신분이 높아서 내가 해칠 수도 없고, 게다가 이 일은 원래 정당하지 않은 일이라 나만 손해 보잖아요. 뭐, 아윤 씨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협조하려면 서로 신뢰해야 성공할 확률도 높잖아요.”“이건 소씨 10% 주식이에요.”심아윤이 바로 서명한 주식 계약서를 소나은에게 넘겼다.그녀가 이렇게 나올 줄 진작에 알고 있었다.소나은이 주식 계약서를 보더니 또 화색을 띄었다.“나은 씨 아버지는 50% 주식을 갖고 있었어요. 소이연에게 10% 넘겨줘서 지금은 40% 남아 있고요.”심아윤은 차분하게 말했다.“이 10% 주식은 소씨 다른 주주들 손에서 산 거니까 걱정 마세요. 아버지가 눈치채지 못했어요. 계획이 성공하면 다시 30% 사서 줄게요. 그러면 나은 씨는 소씨 가문에서 최대 주주가 될 테니 모든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소나은은 기뻐서 어쩔 바를 몰랐다.심아윤이 자신과 손을
그 소식을 들은 소이연은 조금 놀랐다.가장 비참한 결말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 봤자 문서인이 10년, 20년 감옥살이를 할 거라 여겼는데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돌이켜 보면 그도 참 불쌍했다.한 여자한테 놀아나서 문씨 가문까지 파산되었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으니 낭패한 모습으로 사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아니면 죽음을 선택해서 고통에서 벗어나려 한 건가?소이연은 이런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그렇다고 가책을 느낀 것은 아니다.필경 그를 해친 것은 자신이 아니니까.동정심도 아니다.문서인은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그저 생명은 소중한 것인데 귀한 목숨을 포기했다는 것에 조금 안쓰러웠을 뿐이다.문서인이 자살하자 SNS에서도 그에 대한 비난이 줄어들었다.대부분 사람들이 죽은 문서인에게 경의를 표했다.언론도 보름만에 막을 내렸다.소이연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할 때 육현경에게서 연락이 왔다.받아야 하나?그녀는 망설였다.보름 동안 육현경은 먼저 찾아오지 않았다.문서인이 자살했던 날에 메시지 하나만 보낸 것이 다였다.“괜찮아?”하지만 답장해 주지 않았다.그 뒤로는 방해하지 않았는데 오늘 갑자기 연락이 왔다.소이연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현경 씨.”공손한 호칭으로 인해 두 사람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민이 학교에 남았어.”육현경이 본론만 말했다.소이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육민을 언급하면 저도 모르게 긴장되었다.주말이면 육현경이 빠짐없이 육민을 데리고 그녀 집에 왔었다.또한 고맙게도 소이연이 학교에 육민을 데리러 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무슨 일이야?”소이연이 다급하게 물었다.“국어를 못해서 어떻게 배워줘도 소용이 없대. 내가 학교에 갔었는데 담임 말로는 민이가 한글을 떼지 못해서 학과 진도에 지장을 준다고 하더라.”“이제 1학년이야. 뭐가 그리 심각해? 귀족사립학교도 아니고 사립학교가 무슨 공부를 빡 세게 시켜?”소이연은 불쾌했다.
소이연은 퇴근하고 바로 육현경의 집으로 향했다.집에 들어서자 식탁에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그제야 지금 저녁 시간이고 밥을 먹고 오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문씨 아저씨가 소이연을 다정하게 부르며 같이 식사하자고 했다.육민도 그녀의 다리를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엄마, 엄마. 보고 싶었어요. 같이 밥 먹어요. 아저씨가 맛있는 거 엄청 많이 해줬어요.”육민의 애교에 이기지 못하기도 했지만 전에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아 쓰러지는 바람에 문서인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을 생각하면 더는 이런 저급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다.지금 문서인은 이 세상에 없지만 육현경이 아직 살아 있다.육현경은 문서인보다 더 위험한 인물이다.소이연이 식탁에 앉았다.육현경은 오히려 그녀가 들어와서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고상한 자세로 식탁에 앉아 있었다.소이연은 상이 부러질 정도로 차려 놓은 음식들을 보았다.대부분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들이었다.하지만 그의 입맛도 그녀와 비슷해서 별로 놀랄 것도 없었다.소이연이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식사하는 내내 육민이 깔깔 웃는 소리만 들렸다.소이연이 집에 온 것이 얼마나 기쁜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육민이 계속 그녀에게 반찬을 짚어주면서 연신 맛있냐고 물었다.그녀가 젓가락을 놓으려 할 때마다 더 먹으라고 요구했다.그러면서 밥을 잘 먹고 건강해야 여동생을 낳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소이연은 그 말에 하마터면 사레에 걸릴 뻔했다.평생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아들이 생긴 이후로 더더욱 생각이 없었으니 둘째를 낳을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엄마는 민이 하나면 충분해.”소이연이 육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육민이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벌였을 때 그녀가 먼저 말했다.“엄마 이젠 배불러. 더 먹으면 속이 불편해. 민이는 한창 클 나이니까 많이 먹어.”“알았어요.”육민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어른이 되어서 아빠처럼 키가 크게 되면 엄마를 보호할 수 있어요. 그때면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
이렇게 보니 그 여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방금 송문수가 침대에 누웠을 때 하지수도 그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마... 하지수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송문수는 찡그린 얼굴로 하지수의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지수가 갑자기 돌아왔으니... “아!”여자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하지수가 여자의 이불을 잡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 침대는 어젯밤 하지수가 덮었던 것이고 지금은 다른 여자가 그 이불을 품고 있었다. 송문수는 정말 더럽지 않은가? 정말 더럽다고 느끼지 않는가? 다른 장소로 옮길 수는 없었나?굳이 그녀가 잤던 침대에서 하겠다는 것인가?굳이 이렇게 그녀와 마주쳐야만 하는가? “뭘 하는 거야!”송문수가 하지수를 힘껏 잡아당겼다. 힘이 세서 하지수는 비틀거리며 거의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송문수는 본능적으로 하지수를 받쳤다. 다음 순간 그는 즉시 하지수를 놓아버렸다. “나가.”송문수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송문수는 바로 몸을 돌렸다. 하지수는 송문수의 냉담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수는 방금 송승우에게 송문수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지금 이렇게 큰 타격을 받았다. 정말 아프게 맞았다. 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어 하얗게 변했다. 조용한 방에서 하지수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하지수의 행동에 놀랐다. 이 여자는 그들과 함께하려는 건가?이건 너무 자극적 아닌가?아직 준비가 안 되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 뒤를 바라보며 하지수가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돌아온 걸 알고 있었다. 송승우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송승우는 그들 사이에 감정이 없다면 더 이상 엉켜 있지 말라고 했다. 그는 하지수가 예전의 일로 송문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서 그를 위
“지수야, 너는 좋은 아이라는 걸 알아. 네가 얼마나 착한지도 알아. 하지만 네가 이렇게 집착하는 건 원하지 않아.”송승우가 좀 더 진지해졌다.“너의 방식은 너 자신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문수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어.” 하지수는 잠시 멈칫하며 송승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다시피 너와 문수의 결혼은 네가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네가 이혼하지 않는 한 부모님은 너희를 이혼할 수 없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송문수와 얽히고 있으면 그의 감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는 이혼하고 싶지만 이혼할 수 없고 놀고 싶어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지금 문수도 진퇴양난이야.” “하지만 나는 송문수가...” “그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그날 밤 음주 운전까지 하면서 너를 만나러 오려 했던 거?”송승우가 물었다.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실제로 송문수가 자신을 어느 정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술을 마셨는데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고 빗속을 뚫고 오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때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인정한다.송문수에게 처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그가 출소하기를 기다리며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지만 송문수 계속 거절했다. “지수야, 너는 너무 순수해.”송승우가 말했다.“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면 당연히 신경 쓰게 돼. 송문수가 네 사고 이후에 너를 찾아온 건 인간적인 걱정일 뿐이고, 그의 음주 운전은 법을 무시한 행동이었을 뿐이야. 혼동하면 안 돼.” “하지만...” “지금 나는 너를 강요하지 않아. 네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시간을 줄게.”송승우가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나는 네가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지만 지금 보니 너는 끝까지 가봐야만 마음을 바꿀 것 같아.” 하지수는 침묵했다. 그래. 하지수는 더 노력하고 싶었다. 하지수는 송문수와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