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되고 왜 나는 안 되는데?”예수진이 투덜거렸다.육현경의 앞에서 기세가 조금은 누그러들었다.자기는 21살에 애 아빠가 됐으면서!“나가.”육현경이 명령조로 말했다. 그녀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예수진은 내키지 않았지만 습관적으로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나가려고 할 때 갑자기 돌아서 한마디 던졌다.“오빠, 그렇게 꽁꽁 싸매지 마. 숨 막히겠어!”육현경은 듣는 척도 안 하고 오히려 더 단단히 이불로 감쌌다.그제야 예수진은 소이연이 옷을 사러 나간 것이 생각났다.뭐야, 홀딱 벗은 거야?얼마나 격렬하게 했으면!그래서 이연 언니 외에 누구한테도 알몸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거야? 동생인 나도 안 된다고?육현경이 이런 남자였다니, 모든 남자들의 본보기네! 칭찬할 만해!예수진이 방에서 나올 때 문을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육현경의 성격에 좀만 훔쳐봐도 죽일 듯이 달려들 것이다.예수진이 거실에서 빈둥거리는 사이 소이연이 쇼핑백을 들고 들어왔다.“사이즈 맞는지 봐봐.”소이연이 침실로 들어가 옷을 침대 위에 던졌다.육현경이 힐끗 쳐다봤다.검정 코트, 희색 티, 카키색 캐주얼 바지, 검은색 팬티에 양말까지 사 왔다.그가 이불을 젖히자 소이연이 급하게 몸을 돌렸다.조금 화가 났다.“바바리맨이야?”부끄러운 줄을 몰라.“이연 씨한테만 이러거든?”그녀에게 영광스러워하라는 말투였다.“다 봤으면서 새삼스럽게.”육현경이 능글맞게 웃자 소이연이 주먹을 꽉 쥐고 나가려고 했다.“문 열지 마. 아직 안 입었어. 수진이 밖에 있는데 보면 난처하잖아.”그가 제지했다.난처한 걸 알면 드레스룸에 가서 입어!소이연이 꾹 참았다.한참 뒤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다 입었어.”그제야 소이연이 천천히 돌아섰다.또 어린이에게 적합하지 않는 장면을 볼까 봐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방금 백화점에 가서 닥치는 대로 옷을 사 왔다.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는 사이즈만 말하고 종업원이 옷을 골라줬다.그런데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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