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누구도 그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를 것이다.그녀의 유혹에 죽을 지경인데 차마 건드릴 수 없었다.더군다나 떠날 수도 없어서 계속 옆에서 약발이 사라질 때까지 곁을 지켜줬다.그녀가 자신을 해칠까 봐 노심초사하고 또 자신이 그녀를 덮칠까 봐 중요 부위를 진정시켰다.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간신히 이겨냈다고 생각했는데 깨어나자마자 그녀에게 억울함을 당했다.하나님도 노할 판이다.그의 말을 듣던 소이연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왠지 믿어지지 않았다.몸이 구석구석 다 아픈 것이 꼭 지난번과 똑같았기 때문이다.게다가 육현경의 몸에 생긴 상처들을 봐도 그걸 했다고 증명해 주고 있었다.“못 믿겠으면 병원에 가서 검사해. 집에는 콘돔도 없고 네가 달려드는데 내가 나가서 콘돔 살 여유가 있었겠어?”육현경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그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그녀가 믿지 못해도 탓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상황은 아무리 봐도 섹스할 때 남긴 흔적들이다.소이연이 입술을 깨물었다.18살 때 잠자리를 한 남자가 본인이라는 사실을 숨겼지만 그동안 그의 인품과 자존심, 교양을 지켜본 결과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었다.게다가 그녀를 속인 사실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먼저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지금 소이연은 이런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몰랐다.어쩌면 더는 육현경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마음을 닫아버리고 가장 나쁜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어젯밤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다.그 이유는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고 그의 다정함을 아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마음을 닫아 버리기로 했다.“지금 당신 몸에 상처가 생기고 아픈 건 어젯밤에 너무 반항해서 내가 말리느라 힘 조절을 못해서 생긴 거야. 그리고 내 몸에 상처들은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당신이 복수한 흔적이야.”소이연이 입술을 오므렸다. 더는 들어줄 수 없었다.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이제 믿어?”육
소이연은 화내지 않았다.육현경의 몸에 남긴 걸작들만 봐도 어젯밤에 자신이 얼마나…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졌다. 귀까지 빨개진 것 같았다.“기다려. 내가 나가서 입을 옷을 사 올게.”소이연이 침대에서 일어서며 조용히 말했다.“어제 구해준 보답이라고 쳐.”생사를 오갔는데 옷으로 퉁 치겠다고?알았어. 날 미워하지만 않으면 되지 뭐.옷 한 벌 얻어 입었다는 게 어디야. 돈 절약했네.소이연이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그녀가 방에서 나가려고 문을 열었을 때 예수진이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해서 화들짝 놀랐다.육현경이 다급하게 이불을 들고 벌거벗은 몸을 가렸다.“수진 씨?”소이연은 궁둥 방아를 찧은 예수진을 부축했다.예수진이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재빨리 해명했다.“난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요. 그냥 오빠와 언니가 너무 자는 것 같아서 깨우려고 온 거예요. 오후 4시예요. 어젯밤에 그렇게 고생했는데 배고프지 않아요?”일어나자마자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아서 배고픔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일어났으면 됐어요. 나와서 밥 먹어요. 내가 최고급 보신탕을 주문했거든요. 무조건 기력을 되찾을 거예요.”예수진이 흥분하며 말했다.“먼저 나갔다 올게요.”소이연이 입술을 오므렸다.“어딜 가요?”“수진 씨 오빠 옷을 사려고요.”그 말에 예수진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과장된 표정은 마치 소이연이 엊저녁에 육현경을 어떻게 잡았으면 그 정도냐고 묻는 것 같았다.사실이지만 다행히 마지막까지 가지는 않았다.소이연은 설명하기도 귀찮았다.본인도 믿기 힘든 일을 남에게 믿으라고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그저 침묵하며 방에서 나갔다.예수진은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왠지 전보다 걸음걸이가 요염해진 것 같았다.역시 막 경험한 여자는 자태부터 남달랐다.예수진이 재빨리 방으로 쳐들어갔다.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육현경의 앞으로 다가갔다.“오빠, 언니랑 화해했어?”그의 모습을 보던 예수진이 당사자들보다 더 흥분했다.“아니야.”육
”오빠는 되고 왜 나는 안 되는데?”예수진이 투덜거렸다.육현경의 앞에서 기세가 조금은 누그러들었다.자기는 21살에 애 아빠가 됐으면서!“나가.”육현경이 명령조로 말했다. 그녀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예수진은 내키지 않았지만 습관적으로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나가려고 할 때 갑자기 돌아서 한마디 던졌다.“오빠, 그렇게 꽁꽁 싸매지 마. 숨 막히겠어!”육현경은 듣는 척도 안 하고 오히려 더 단단히 이불로 감쌌다.그제야 예수진은 소이연이 옷을 사러 나간 것이 생각났다.뭐야, 홀딱 벗은 거야?얼마나 격렬하게 했으면!그래서 이연 언니 외에 누구한테도 알몸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거야? 동생인 나도 안 된다고?육현경이 이런 남자였다니, 모든 남자들의 본보기네! 칭찬할 만해!예수진이 방에서 나올 때 문을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육현경의 성격에 좀만 훔쳐봐도 죽일 듯이 달려들 것이다.예수진이 거실에서 빈둥거리는 사이 소이연이 쇼핑백을 들고 들어왔다.“사이즈 맞는지 봐봐.”소이연이 침실로 들어가 옷을 침대 위에 던졌다.육현경이 힐끗 쳐다봤다.검정 코트, 희색 티, 카키색 캐주얼 바지, 검은색 팬티에 양말까지 사 왔다.그가 이불을 젖히자 소이연이 급하게 몸을 돌렸다.조금 화가 났다.“바바리맨이야?”부끄러운 줄을 몰라.“이연 씨한테만 이러거든?”그녀에게 영광스러워하라는 말투였다.“다 봤으면서 새삼스럽게.”육현경이 능글맞게 웃자 소이연이 주먹을 꽉 쥐고 나가려고 했다.“문 열지 마. 아직 안 입었어. 수진이 밖에 있는데 보면 난처하잖아.”그가 제지했다.난처한 걸 알면 드레스룸에 가서 입어!소이연이 꾹 참았다.한참 뒤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다 입었어.”그제야 소이연이 천천히 돌아섰다.또 어린이에게 적합하지 않는 장면을 볼까 봐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방금 백화점에 가서 닥치는 대로 옷을 사 왔다.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는 사이즈만 말하고 종업원이 옷을 골라줬다.그런데 이렇게
”밥 먹어요.”예수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서 두 사람을 불렀다.소이연은 그녀가 계속 기다렸다는 것을 눈치채고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오빠. 안 먹을 거야?”예수진은 떡하니 서있는 육현경을 보며 물었다.소이연이 같이 먹자는 말을 안 해서 눈치를 보는 중이었다.“어젯밤에 고생하고 오늘 하루 종일 굶었더니 오빠 근육이 빠진 거 같아. 내가 특별히 보신탕을 시켰으니까 얼른 와서 먹어.”예수진은 적극적으로 그를 챙겼다.하지만 여전히 소이연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그때 육현경의 배에서 밥 달라는 소리가 들렸다.“당신 동생이 시킨 거니까 먹고 가.”그제야 소이연이 입을 열었다.무표정이던 육현경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예수진도 간사한 웃음을 지었다.소이연은 왠지 두 남매가 연합하여 자신을 골탕 먹이는 것 같았다.외향적인 예수진이 눈앞에 차려 놓은 음식들을 열정적으로 소개했다.“이건 언니 주려고 주문한 거예요. 능이 백숙 오골계탕은 자음 보신 효과가 있어요. 밤을 새워서 다크서클이 장난이 아닌데 이걸 먹으면 생기를 되찾을 거예요.”“그리고 이건 오빠 위해서 주문한 구기자를 넣은 한우탕이야. 효능은 말 안 해도 되겠지?”말을 하면서 육현경을 향해 윙크했다.그는 어이가 없었다.어젯밤에 참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신경을 건드려?“얼른 먹어요.”예수진이 친절하게 그릇에 떠주었다.“수진 씨도 먹어요.”소이연은 육현경을 무시하고 예수진한테만 말을 걸었다.“난 그런 복을 타고나지 않아서 눈으로만 볼게요. 난 저칼로리 식단을 주문했어요. 배우가 되려면 신경 써야 되거든요.”“누가 배우하라고 했어? 그만두고 회사에 돌아와서 출근해.”육현경이 입을 열었다.“맨날 진부하게 출퇴근하고 누가 시키는 일만 하는 거 싫어.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나아.”육현경이 째려보았지만 예수진은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소이연이 국물을 떠주며 화제를 돌렸다.“어제저녁에 어디 갔어요?”“방해될까 봐 호텔에서 잤어요. 요 며칠 휴가 냈거든요. 어차피 마지막 장면
밥을 먹은 뒤 소이연은 예수진과 거실 소파에 앉아 후식으로 과일과 커피를 마시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연예계에 종사하면서 예수진의 웃음 포인트는 생각보다 너무 낮았다.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요란하게 뒤로 넘어지면서 웃어 댔다.하지만 잘 웃는 사람과 있으면 팍팍한 삶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게 되는 것 같았다.소이연이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들고 메시지를 확인했다.출근하지 않아도 업무는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숨넘어가는 예수진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업무 메시지에 답장했다.웃음소리가 그렇게 시끄럽지도 않았다.모든 답장을 마치고 뉴스를 검색했다.갑자기 소이연의 표정이 변했다.한바탕 웃어젖히던 예수진이 커피를 마시려고 일어날 때 그녀의 표정을 보고 다급하게 물었다.“또 무슨 일이에요?”소이연이 눈살을 찌푸릴 때마다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눈살을 찌푸렸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은 아니니까.“어제 문서인과 같이 있었던 일이 언론에 터졌어요.”소이연이 생각보다 차분하게 말했다.하지만 예수진은 차분하지 않았다.소파에서 벌떡 일어서서 소리를 질렀다.“어제 문서인한테 당한 거예요?”예수진의 관심사는 항상 남들과 달랐다.“네.”소이연이 짧게 대답했다.“쓰레기 같은 자식. 전에는 그래도 인간 취급을 해줬는데 이제 보니 완전 저질이네.”예수진이 욕을 퍼부었다.소이연은 대꾸도 하지 않고 뉴스만 주시했다.뉴스에는 그냥 문서인이 소이연을 억지로 더럽히려다가 경찰에 구속되었다고만 써져 있고 두 사람이 침대에 있는 사진이 몇 장 올라와 있었다.사진만 봐도 그녀가 반항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뉴스가 업로드되자마자 바로 실시간 검색에 올랐다.육현경이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문서인을 감옥에 처넣을 수 있으니까.가슴을 진정시킨 뒤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했다.육현경이 구하러 왔을 땐 그녀는 이미 반항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니 육현경이 이 사진을 찍었을 리가 없다. 심지어 어두운 곳에 숨어서 마지막에야 나타날 사
그때 소이연의 휴대폰에서 메시지 한 개가 떴다.육현경이 보낸 것이다.“뉴스 내릴까?”언론은 그들에게 유리하지만 소이연이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걱정된 모양이다.“내버려 둬.”소이연이 바로 답장했다.비록 소나은의 처사가 잔인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을 해친 그녀를 동정할 만큼 착하지는 않았다.앉아서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기로 했다.“알았어.”소이연이 휴대폰을 놓고 소파에서 일어섰다.아직도 쑤시는 몸을 스트레칭하며 흥분하며 뉴스를 보는 예수진을 보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누워있을게요.”예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제 너무 피곤했죠. 얼른 가서 쉬세요.”휴대폰에서 눈도 떼지 않고 한창 네티즌과 함께 열심히 욕하고 있었다.소이연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예수진은 연예인보다 가십거리 기자가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았다.소 씨 가문.뉴스를 보던 소승영이 너무 기쁜 나머지 껄껄 소리를 내며 웃었다.“문서인 녀석, 이런 스캔들로 발목 잡히면 나은은 자연스럽게 피해자가 되지. 그럼 난 정정당당하게 융자를 주지 않아도 되겠군. 심지어 콧대를 들고 문 씨를 욕해도 되겠네. 참 묘한 계략이야.”소나은의 기분도 좋았다.원래 계획대로라면 문서인이 확실하게 소이연을 더럽히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침대에 오른 순간 그녀를 배신하고 바람을 피우는 꼴이 되니 문서인의 명성이 나락하는 것은 물론 소이연도 같이 봉변을 당하는 것이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도에 육현경이 쳐들어오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다. 몰래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그 장면을 봤을 때 그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육현경, 결혼 발표했잖아?근데 어떻게 소이연을 구하러 갔지?그가 쳐들어온 순간 문서인이 맞아 죽는 줄 알았다.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육현경은 소이연에게 미련이 남아 있었다.그렇다면 소이연을 해치면 안 되었다. 아니면 육현경이 찾아와 그녀에게 복수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니까.어쩔 수 없이 소이연이 피해자라는 입장으로 뉴스를 내보내야 했다.여론을 떠들
서교 구치소.소이연은 절차를 마치고 문서인을 만났다.그를 동정해서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모든 진실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소이연은 누구를 먼저 해치지 않지만 절대 누구한테 당하면서 살지 않았다.만약 누가 상처를 주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줬다.하룻밤만에 문서인은 얼굴이 많이 상하고 초췌했다.완전히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문서인은 신중한 사람이었다. 해외에 있을 때 그에게 마음이 끌렸던 것도 항상 깨끗한 하얀 셔츠 아니면 하얀 티를 입고 소년처럼 웃던 순진한 모습 때문이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상쾌했다.하지만 지금은 구질구질하고 더려워졌다.좋아했던 감정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서 지금 비참하기 그지없는 꼴을 보고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문서인이 물었다. 목소리에 분노가 섞여 있었다.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하룻밤을 겪고 나니 워낙 도도하던 문서인에게 굴하지 않는 고집까지 더해졌다.그녀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더더욱 그녀에게서 비웃음 당하고 싶지 않았다.“네가 얼마나 비참한지 보고 싶어서.”소이연이 직설적으로 말했다.하지만 그가 비참하다고 해서 마음이 약해지는 건 아니다.“소이연! 재수없는 너하고 엮인 내가 미쳤지. 그러니까 입 닥치고 있어!”문서인은 갑자기 불이라도 붙은 듯 폭발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앉으세요!”소이연이 입을 열기 전에 교도관이 봉을 들고 호통쳤다.문서인은 경찰이 든 봉을 보고 당황했다.생각하지 않아도 어제 많은 경험을 한 모양이다.육현경도 그를 가만 둘리 없으니까.갑자기 고분고분해졌다.교도관이 문서인을 제압하더니 시선을 돌려 소이연을 바라봤다.계속 심문을 할 건지 묻는 눈치였다.교도관은 소이연에게 매우 정중하게 대했다.아마 육현경과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육현경은 오늘 소이연이 무엇을 할지 알고 있었다.소이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교도관이 공손하게 한쪽으로 물러섰다.그녀가 다시 문서인을 보았다.비록 전보다 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소나은에게 놀아났어. 네가 여기 갇힌 뒤에 뉴스 보지 않았지?”소이연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뉴스를 검색하고 문서인의 앞으로 내밀었다.“감상해 봐.”문서인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이미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한 것 같았다.그가 이를 갈며 말했다.“소이연, 비꼬아서 속이 시원하냐?”“비꼬는 게 아니야. 굳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틀리지는 않았어.”문서인은 참을성이 한계에 도달했다.“그보다 지금 네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어?”소이연은 뉴스에 올라온 사진을 터치해서 문서인에게 보여줬다.“이 사진들 봐.”문서인은 끝내 이기지 못하고 사진을 보았다. 그의 눈이 커지더니 점점 더 벌겋게 충혈되었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나 아니면 현경 씨가 이 사진을 발설했다고 생각할 만큼 둔하지 않겠지? 이 장면은 현경 씨가 오기 전에 발생한 거잖아.”“소이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문서인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아직도 모르겠어? 소나은이 너랑 헤어지려고 짜 놓은 판이잖아. 너를 망가트리고 파산하게 만들고 모든 사람들의 질타를 받게 만들었어.”“거기에 없었는데 어떻게 이 사진을 찍었단 말이야?”문서인이 반박했다.여전히 소나은을 위해 변명하고 자신을 위해 변명했다.“네가 그랬잖아. 나를 끌고 간 곳이 소나은과 네가 만나는 장소라면서 소나은 외에는 누구도 모른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소나은은 네가 하려는 일이 뭔지 알고 미리 방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우리가 무슨 짓을 하는지 찍으려고 하지 않았을까?”소이연이 논리적으로 설명했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문서인은 믿지 않았다.자신을 그토록 사랑하는 소나은이 자신을 배신하고 모함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소나은은 그를 목숨을 버릴 정도로 사랑해서 그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고 믿었다.소이연은 조용히 앉아 문서인의 반응을 살폈다.분명 속으로 알고 있으면서 인정하기 싫어하는 모습이었다.소나은을 위해 미련한 짓을 많이 했고 그녀의 손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
이렇게 보니 그 여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방금 송문수가 침대에 누웠을 때 하지수도 그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마... 하지수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송문수는 찡그린 얼굴로 하지수의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지수가 갑자기 돌아왔으니... “아!”여자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하지수가 여자의 이불을 잡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 침대는 어젯밤 하지수가 덮었던 것이고 지금은 다른 여자가 그 이불을 품고 있었다. 송문수는 정말 더럽지 않은가? 정말 더럽다고 느끼지 않는가? 다른 장소로 옮길 수는 없었나?굳이 그녀가 잤던 침대에서 하겠다는 것인가?굳이 이렇게 그녀와 마주쳐야만 하는가? “뭘 하는 거야!”송문수가 하지수를 힘껏 잡아당겼다. 힘이 세서 하지수는 비틀거리며 거의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송문수는 본능적으로 하지수를 받쳤다. 다음 순간 그는 즉시 하지수를 놓아버렸다. “나가.”송문수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송문수는 바로 몸을 돌렸다. 하지수는 송문수의 냉담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수는 방금 송승우에게 송문수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지금 이렇게 큰 타격을 받았다. 정말 아프게 맞았다. 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어 하얗게 변했다. 조용한 방에서 하지수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하지수의 행동에 놀랐다. 이 여자는 그들과 함께하려는 건가?이건 너무 자극적 아닌가?아직 준비가 안 되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 뒤를 바라보며 하지수가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돌아온 걸 알고 있었다. 송승우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송승우는 그들 사이에 감정이 없다면 더 이상 엉켜 있지 말라고 했다. 그는 하지수가 예전의 일로 송문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서 그를 위
“지수야, 너는 좋은 아이라는 걸 알아. 네가 얼마나 착한지도 알아. 하지만 네가 이렇게 집착하는 건 원하지 않아.”송승우가 좀 더 진지해졌다.“너의 방식은 너 자신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문수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어.” 하지수는 잠시 멈칫하며 송승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다시피 너와 문수의 결혼은 네가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네가 이혼하지 않는 한 부모님은 너희를 이혼할 수 없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송문수와 얽히고 있으면 그의 감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는 이혼하고 싶지만 이혼할 수 없고 놀고 싶어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지금 문수도 진퇴양난이야.” “하지만 나는 송문수가...” “그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그날 밤 음주 운전까지 하면서 너를 만나러 오려 했던 거?”송승우가 물었다.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실제로 송문수가 자신을 어느 정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술을 마셨는데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고 빗속을 뚫고 오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때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인정한다.송문수에게 처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그가 출소하기를 기다리며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지만 송문수 계속 거절했다. “지수야, 너는 너무 순수해.”송승우가 말했다.“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면 당연히 신경 쓰게 돼. 송문수가 네 사고 이후에 너를 찾아온 건 인간적인 걱정일 뿐이고, 그의 음주 운전은 법을 무시한 행동이었을 뿐이야. 혼동하면 안 돼.” “하지만...” “지금 나는 너를 강요하지 않아. 네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시간을 줄게.”송승우가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나는 네가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지만 지금 보니 너는 끝까지 가봐야만 마음을 바꿀 것 같아.” 하지수는 침묵했다. 그래. 하지수는 더 노력하고 싶었다. 하지수는 송문수와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