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661 - Chapter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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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1화

주호현의 발표는 시간을 끌려는 수단이 아니라 강한서 팀의 연구 개발 진척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었다. 알렉스가 리소그래피의 핵심 기술 연구에 성공한 것이다. 이건 전체 업계에서도 그야말로 선세이셔널한 성과였다. 일단 테스트를 통과하기만 하면 대량 생산이 가능했고 곧 해외 기술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리소그래피의 핵심 기술의 상업 가치는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방금까지 강단해 편에서 구경하듯 서 있던 임원들은 지금 이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프리젠테이션을 마친 주호현은 발표의 마지막에 얘기했다. “여러분, 연구 개발은 이미 마지막 테스트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시기에 팀장 교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돼요. 만약 이 테스트 결과가 누설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같은 업계의 사람들이었으니 모두가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하고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강단해가 한성 그룹을 장악하려는 것은 그의 일이었다. 그러나 만약 그 욕심으로 인해 주주들의 이익에 손해가 가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었다. 새로운 기술의 혁신이 그들에게 재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것은 너무 분명한 일이었다. 누군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강단해 대표님, 전 주 대표님 말씀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시기에 새로운 팀장을 지정했다고 문제라도 생기면 아무도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죠.”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맞장구쳤다. “황 대표님 말씀이 맞아요. 지금 시기에 새로운 팀장을 넣는다는 건 리스크가 있어요. 차라리 테스트가 끝난 후 팀장을 선임하죠.”“강단해 대표님, 모든 건 테스트가 우선입니다.”... 차가운 얼굴을 한 강단해가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한현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절대 우호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리소그래피의 핵심 기술 연구가 새로운 진전을 이루었다는 소식을 강한서는 회사에 알린 적이 없었다. 만약 그에게 사고가 나지 않았고 회장 선거 주주 총회에서 이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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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2화

강현우를 무시한 한현진을 그를 피해 가려고 했다. 그러나 강현우가 바로 한현진 앞을 가로막았다. “한현진 씨는 저희 형한테 정말 마음이 깊으신가 봐요. 자신의 모든 걸 걸어서 형의 팀을 지키려고 하다니. 이미 죽은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건 그저 시간이나 조금 뒤로 미루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어요?”“얘기 끝났어요?”한현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얘기 끝났으면 비켜요.”강현우가 씩 웃었다. “형수님. 우리 형은 죽었고, 한성은 언젠가 저희 아버지 것이 될 거예요. 전 아버지의 유일한 아들이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한성은 제 것이 되겠죠. 전 사실 여자의 이혼 경력은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는 않아요. 저희 두 집안도 서로에게 걸맞은 집안이니 절 남편감으로 고민해 보시는 건 어때요. 저와 결혼하면 앞으로 강씨 가문의 사모님이 될 수 있어요.”강현우의 정말이지 한현진의 외모에 푹 빠져있었다. 한현진의 신혼 첫날밤 취기가 올라 보여줬던 매혹적인 모습은 줄곧 강현우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전엔 강한서가 두려웠기에 뒤에서 몰래 한현진에게 찝쩍거렸지만 이젠 강한서도 없으니 당연히 무서울 것도 없었다. 한현진을 바라보는 강현우의 눈빛은 더 이상 아무런 숨김도 없었다. 한현진은 강현우의 말에 화가 치밀어 하마터면 실소를 터뜨릴 뻔했다. 그러나 곧 진정한 그녀는 눈앞에 있는 뇌가 맑은 트러블메이커를 훑어보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강현우 씨는 괜찮아도 강현우 씨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으시겠죠.”강현우는 한현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저희만 마음을 정한다면 아버지가 동의하지 않을 것도 없죠. 송씨 가문과 사돈을 맺을 수만 있다면 아버지도 좋아하실 거예요.”한현진은 돼지 족발에서 손을 빼내며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살펴보았다. “아버지께서 꽤 건강하신 것 같던데, 돌아가시고 나서야 한성을 물려받으면 전 아마 늙은 할망구가 되도록 기다려야 하겠네요. 왜 현우 씨가 직접 후계자 선거에 나서지 않는 거예요? 선거 되기만 하면 누구와 결혼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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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3화

한현진이 뭔가를 인식했을 땐 그 차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그녀가 막 차를 따라가려는데 마침 민경하의 차가 한현진에 눈앞에 멈춰 섰다. 민경하가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한현진을 불렀다. “사모님, 차에 타세요.”한현진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차 문을 열고 앞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저 앞에 있는 차 빨리 따라잡아요.”멈칫하던 민경하가 말했다. “무슨 차요?”“하얀색 차요. 얼른.”한현진이 잔뜩 흥분한 채 말했다. “저 강한서 봤어요.”움찔하던 민경하가 자세히 물을 새도 없이 바로 차에 시동걸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연됐던 터라 민경하는 그 차량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한현진의 지시에 따라 두 블록을 쫓아갔다. 결국엔 신호등에 걸려 발목이 잡혔고 파란불이 켜졌을 땐 그 차량은 이미 종적을 감춘 후였다. 민경하도 어느 쪽으로 쫓아가야 하는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민경하가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사모님,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잘못 봤을 리가 없어요.”한현진이 흥분하며 말했다. “강한서가 맞아요. 제가 그 눈을 봤어요. 맞다. CCTV 확인해 봐요. 차량 번호 조회하고 차만 찾을 수 있으면 강한서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민경하도 지체없이 곧장 신우에게 연락해 사람을 통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쪽의 피드백은 민경하의 차가 도착하기 전 하얀색 차량 같은 건 전혀 찍힌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 돼요. 제가 분명히 봤다고요.”한현진은 믿을 수 없었다. “CCTV 영상 보내라고 해요.”민경하가 나지막이 말했다. “사모님, 경찰 측 영상은 이미 확인한 것만으로도 최선이라 복사할 순 없어요. 신우 씨가 거짓말할 리도 없고요. 아마 사모님께서 너무 피곤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요즘 최대한 쉬시는 게 좋겠어요.”“제가 잘못 보지 않았어요.”한현진이 고집스레 그 말을 내뱉었다. 민경하도 마음이 아팠던 터라 그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먼저 집으로 모셔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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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4화

칵테일을 맛만 본 한현진은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멍때렸다. 사실 바텐더는 한현진이 누군지 알아보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현진의 예쁜 외모도 한몫했지만 술에 취해 내 남편이 한주에서 자산이 제일 많은 재벌이라고 떠드는 건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건 허풍도 아니었다. 정말로 부가티를 운전한 남편이 그녀를 데리러 왔었다. 하루 사이 여러 번 놀라움을 자아냈으니 기억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였다. 아직 저녁이 되기 전에라 바에는 사람도 몇 명 없었다. 바텐더는 칵테일을 만드는 술잔을 씻으며 한현진과 대화를 나누었다. “남편분께 좀 이따 데리러 오라고 전화하시는 게 어떠세요?”한현진이 멈칫했다. “제 남편을 아세요?”“전에 여기서 술에 취하셨을 때 제가 남편분께 데리러 오라고 전화드렸거든요.”물론 전화번호는 한현진이 직접 알려준 것이었다. 한현진의 기억은 진작 흐릿해져 있었다. 그녀는 단지 자기가 그때 취해 주사를 부린 흑역사를 강한서에게 촬영 당해 “협박”당한 사실만 기억했다. 비록 강한서는 계속 그 동영상은 한현진 스스로 촬영한 것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줄곧 강한서가 자기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현진은 늘 자신은 술버릇이 좋다고 생각했다. 사실 전엔 별로 취한 적이 없었다. 다만 그날 저녁 일은 정말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한현진은 갑자기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져 바텐더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그이가... 언제 데리러 왔어요?”“제가 전화 드리고 몇분도 안 돼 도착하셨어요. 손님께서 너무 취하셔서 헛소리도 계속하시고 다이아몬드 반지로 술을 바꾸겠다고 하셔서 남편분께서 굉장히 불쾌해하셨어요. 그런데도 손님께 화를 내지 않으시더라고요. 무서워 보이는 분이셨지만 성격이 좋은 것 같았어요.”‘성격이 좋다라...’누군가 강한서를 이렇게 묘사하는 건 처음이었다. 다만 한현진도 바텐더의 말을 대충 이해했다. 술에 취해 헛소리를 해대는 인간에게 화도 내지 않고 질책도 하지 않은 채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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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5화

바텐더가 한현진에게 계산서를 보여주었다. 결제를 마친 한현진은 마스크를 쓰고 외투를 든 채 밖으로 나왔다. 칵테일은 알코올 향은 강하지 않았지만 알코올 함량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몇 잔이나 들이킨 한현진은 앉아있을 땐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일어나 몇 걸음 걷다 보니 눈앞이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발이 삐끗한 한현진의 몸이 옆으로 기울며 술을 들고 있는 젊은 남자와 부딪혔다. 술로 샤워를 한 남자가 한현진의 팔을 잡고 따지려 했다. 한현진은 지갑을 열어 안에서 현금 한 장을 꺼내 남자에게 쥐여주었다. “드라이 값으로 충분해요?”한현진은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세탁비로 충분한지 묻었다. 돈이 바닥에 떨어지자 한현진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남자가 화를 냈다. 그는 한현진의 팔은 잡은 채 분노했다. “누가 그깟 돈 달래? 젠장, 사과해.”잡힌 팔이 아팠던 유현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발버둥 쳤다. “이거 놔.”상대방은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돈을 누구 얼굴에 던지는 거야? 얘기 똑바로 해!”“안 던졌어. 지가 떨어진 거야.”상대방은 한현진의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손을 뻗어 그녀의 마스크를 벗기려 했다. “사람이 얘기하는 데 마스크나 씨고 있고, 존중 뭔지 알긴 해요?”상대방의 손이 막 한현진의 마스크에 닿으려는데, 누군가에 의해 손목이 잡혀 뒤로 확 꺾어졌다. 얼굴이 창백해진 남자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젊은 남자의 손목을 잡고 있던 남자가 가까이 다가와 젊은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친구, 남자가 여자와 뭘 따지고 그래. 술에 취해서 그쪽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거야.”말하며 남자는 돈을 젊은 남자의 주머니에 넣어뒀다. “옷도 별로 더러워지지 않았네요. 씻으면 입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그는 말하며 힘을 더 주자 젊은 남자는 고통에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엔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그제야 손목을 놓아주며 씩 웃었다. “고마워요, 친구.”젊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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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6화

정명석의 질문에 언짢아진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러면 뭐? 이렇게 나에게 질척거리는 거, 강한서 대신이라도 되어주려고 이러는 거야?”정명석이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 “내가 미쳤어?”“미친 게 아닌데 왜 따라다녀?”“...”정명석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난... 난 그저 네 꼴 좀 보려고 그런다, 왜?”정명석은 그럴싸한 핑곗거리를 찾았다. “그때는 네가 날 차고, 지금은 다른 사람이 널 차버렸으니 역시 인생은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거 아니겠어?”한현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정명석은 그제야 한현진의 표정 변화를 발견하고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참, 네가 정 강한서가 보고 싶으면 나에게 사정 해봐. 내가 큰마음 먹고 강한서인 척해줄 테니까.”한현진이 굳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됐어. 사정 안 해도 돼. 나에게 그때 날 차는 게 아니었다고 사과만 하면 돼.”앞에 보이는 길에 고인 물을 빤히 쳐다보던 한현진이 손가락을 까닥였다. “여기 와 봐.”한현진이 굴복한 줄 안 정명석은 옷매무시를 정돈하고는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애초부터 태도가 좋았으면 내가 굳이 네 탓을 했— 젠장.”정명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현진은 그를 인행도로 아래로 밀어버렸다. 마침 차 한 대가 물웅덩이를 지나쳤고 뛰어오른 물방울은 그대로 정명석의 얼굴을 적셨다 그의 새햐안 옷은 흙탕물이 튀어 물에 젖은 걸레 같은 꼴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정명석이 막 화를 내려는데 웃고 있는 한현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정명석은 멈칫하고 말았다. 불쾌하던 마음이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지고 없었다. 정명석도 한현진을 따라 웃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몇 년이나 흘렀는데 아직도 이렇게 유치하네.”웃음을 거둔 한현진이 표정 관리를 했다. 정명석은 다시 한현진 앞에 다가서며 나지막이 물었다. “너 그때 왜 나와 헤어지려 했던 거야?”한현진이 정명석을 힐끔 쳐다보았다. “네 아버지께서 찾아오셨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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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7화

정명석의 그 말은 헛소리 같았지만 한현진은 그 말에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현진의 표정은 순식간에 티가 나도록 변했다. 정명석은 뚫어버릴 듯 쳐다보는 한현진의 눈빛에 불편해졌다. 그는 자기 속셈을 들킨 줄 알고 감히 한현진의 눈을 쳐다볼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린 정명석이 일부러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생각해 봐. 내가... 그때 일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정명석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한현진이 이미 택시에 탄 후였다. 상황 파악을 끝낸 정명석이 쫓아갔지만 한현진은 이미 차 문을 닫았고 택시는 쌩하니 가버렸다. 정명석의 입술이 분노로 씰룩였다. 그는 이를 갈며 욕을 지껄였다. “양심 없는 X.”한현진이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9시였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송병천은 송민준과 함께 사람을 데리고 한현진을 찾으러 가려 했다. 집으로 돌아온 한현진에게서 술 냄새가 나자, 송병천과 송민준은 부자는 걱정되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나 한현진은 태연했고 오히려 송병천에게 물었다. “아빠, 가람 언니 돌아왔어요?”“왔어. 밥 먹고 방에 들어갔어. 가람이에게 볼 일 있어?”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람 언니와 친구분 데리고 놀러 가기로 약속했거든요. 내일 언제 출발할지 물어보려고요.”송병천과 송민준이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지금 한현진의 상태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나쁘다고 하기엔 난리를 치지도 않았고 제때 잠을 자고 때맞춰 밥을 먹었다. 그러나 좋다고 하기엔 확실히 너무 빨리 괜찮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고작 얼마 전만 해도 실종되기도 했으니까. 이상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전보단 나아 보였다. 송병천과 송민준이 입을 열기 전에 송가람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9시에 나가요. 만약 너무 이른 것 같으면 10시도 괜찮아요. 애들에게 얘기하면 돼요.”한현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9시로 해요.”두 사람이 약속을 잡는 모습을 본 송병천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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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8화

송가람이 한현진 남매에게 말했다. “오빠, 현진 씨. 여기서 호텔은 가까우니까 제가 데리고 걸어갈게요. 조금 쉬다가 호텔 근처 야시장 구경하면 돼요.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일찍 집에 들어가 쉬어요.”한현진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래요. 저도 마침 친구와 헤어샵에 가기로 했거든요.”레스토랑에서 나온 한현진은 친구가 데리러 온다는 핑계로 송민준을 쫓아보냈다. 송민준이 떠나고 얼마 후 하얀색 아우디가 한현진 눈앞에 멈춰 섰다. 한현진이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바로 한현진의 절친인 차미주였다. 차미주는 검정색 티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고 심지어 마스크까지 검정색이었다. 그녀의 올블랙 착장에 놀란 한현진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왜 이렇게 입었어?”“무협 영화 안 봤어? 저녁에 뭔가 일을 꾸밀 때는 이렇게 입어줘야 한다고. 그래야 눈에 안 띄지.”한현진이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고대에는 불빛이 없으니까 이렇게 입으면 다른 사람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어디를 가든 불빛이 있잖아. 이렇게 관종처럼 입으면 누가 못 봐?”“...”차미주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러네.”차미주는 말하며 뒷좌석에서 남자 외투를 걸쳤다. “이러면 좀 괜찮아?”“...”한현진이 뭔가를 얘기하려는데 차미주가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 “손가락 나왔어.”한현진이 얼른 차미주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송가람과 친구들은 함께 레스토랑에서 나왔다. 입구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 후 그 사람들을 그곳을 떠났고 송가람은 잠시 기다리더니 택시에 올라탔다. 차미주가 이내 시동을 걸어 택시 뒤를 따랐다. 송가람을 태운 택시는 한참을 달려 한 요양원 근처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송가람이 요양원으로 곧장 들어갔다. 주차할 곳을 찾는 차미주는 기다릴 새도 없이, 한현진은 먼저 차에서 내려 송가람을 뒤쫓았다. 송가람은 익숙한 곳인 듯 들어오자마자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향했다. 한현진은 옆에 놓인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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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9화

한현진은 옷을 꽉 움켜쥐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옷을 한참이나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하자 간병인이 한현진을 불렀다. 번쩍 정신이 든 한현진이 손을 놓으며 쉰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간병인은 한현진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얼른 세탁물을 가져다줘야 했기에 별 다른 생각 없이 옷을 안고 자리를 벗어났다. 가방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했다. 전화를 받은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12층이야. 올라와.”차미주가 곧 12층으로 올라왔다. 그러자 한현진은 차미주에게 방금 발견한 일을 말하자 그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대로 본 거 맞아?”한현진이 조금 흥분하며 말했다. “미주야, 그 옷은 강한서가 입던 옷과 사이즈가 같아. 똑같이 등 쪽 상처로 피가 스며있었고. 난 이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아. 난 어쩐지 강한서가 이곳에 있는 것 같아. 느껴져.”차미주는 늘 한현진의 편이었다. 물론 말도 안 된다고 여겨지는 이 상황에서도 말이다. “그러면 우리 들어가서 손가락이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봐.”한현진은 진작 그러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송가람이 나오면 그때 들어가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강한서가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한현진은 단 일초도 더 기다릴 수 없었다. 차미주는 기세등등하게 한현진을 끌고 병실 문을 열었다. 병실의 침대는 비어있었고 창가에 서 있던 송가람은 소리를 듣고 몸을 돌리더니 곧 멈칫 행동을 멈추었다. “현진 씨, 여긴 어떻게?”한혀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차미주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강한서는요? 강한서 어디에 숨겼어요?”“내가 무슨 한서 오빠를 숨겨요?”송가람이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모른 척 하지 말아요. 아픈 것도, 사고가 난 것도 아니면서 이 저녁에 병원엔 왜 왔어요? 그것도 몰래 사람 눈 피해 가면서요.”송가람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전 병원에 제 선생님 병문안 온 거예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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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0화

자리에 앉아있던 송가람의 선생님은 그 상황을 보더니 얼른 싸움을 말리려 했다. 그러다 어떻게 된 일인지 휠체어에서 미끄러졌고 마침 송가람의 종아리에 부딪혔다. 순간 중심을 잃은 송가람은 휘청이다 바닥에 넘어졌다. 그 휠체어도 위태위태 당장 넘어질 것 같았다. 문어구에 도착한 송민준은 바로 그 장면을 목격했다. 그와 함께 들어온 여자가 깜짝 놀라며 얼른 달려가 휠체어를 잡았다. 그 여자는 한현진을 향해 화를 쏟아냈다. “왜 사람을 밀고 그래요?”차미주가 얼른 말했다. “대체 어느 눈으로 현진이가 미는 걸 봤다는 거예요? 분명 저 할아버지가 본인이 미끄러져서 송가람 씨와 부딪힌 건데.”“당신들은 누구예요? 아무 이유 없이 제 할아버지 병실에 들이닥쳐서는 뭐가 그렇게 당당해요?”송민준이 얼른 앞으로 나와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여긴 제 여동생인 한현진입니다. 아마 가람이에게 볼 일이 좀 있는 것 같아요.”그는 말하며 송가람을 부축하더니 한현진은 한쪽으로 끌어와 속삭였다. “나가서 얘기해.”그러나 한현진은 송민준의 손을 뿌리치며 나가기를 거부했다. 한현진이 말했다. “오빠, 강한서가 여기 있어요.”송민준이 움찔 행동을 굳혔다. “뭐?”“강한서가 여기 있다고요.”한현진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오빠. 강한서 아직 살아있어요. 강한서가 이 병원에 있다고요.”송민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진아, 힘들지?”“오빠. 틀림없어요. 강한서 정말 여기 있어요. 저 강한서 필적을 봤다고요.”말하며 한현진은 송민준을 그 화이트보드 앞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오른쪽 하단을 가리켰다. “오빠. 이거 봐요. 이거— 글 어디 갔어?”한현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조금 전까지 화이트보드 오른쪽 하단에 있던 흐릿한 글씨체가 이젠 자취를 감추었다. 순간 흥분한 한현진이 눈을 붉히며 송가람에게 따졌다. “가람 씨가 지웠어요?”송가람은 두려움에 떠는 척 불쌍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전 모르는 일이에요.”한현진이 송민준의 팔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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