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주는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 넌 내가 널 좋아하도록 유도한 적 없어. 하지만 네가 꾀병으로 동정심을 유발할 때, 그렇게 얻은 감정엔 이미 동정심과 죄책감이 섞여 있을 거라는 생각 안 해 봤어? 나에게 널 알아갈 시간을 준 거라고? 네가 꾀병을 부려 내가 네 여자친구인 척 연기를 하게 한 건 사실 나와 조 선생님이 만날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리려던 거잖아. 한성우, 이것도 기만이 아니야?”한성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너와 조준이 만나도록 놔두고 싶지 않았어, 맞아. 조준은 좋은 남편감이 아니야.”“그러면 넌 좋은 남편감이야? 네가 좋으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바보처럼 내가 스스로 함정에 빠져들어 네 곁으로 오게 만들고, 네가 싫어지면 혹시 네 전 여자친구들에게 그랬듯이 집 한 채, 차 한 대로 날 내치려고?”한성우의 마음이 욱신거렸다. 그는 순간 6개월간 간 쓸개 다 내준 노력이 죽 쒀서 개 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넌 고작 날 그런 놈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차미주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난 정말 모르겠어. 나에게 무슨 장점이 있어서 네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몸매도 외모도 평범하고 돈도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 벌잖아. 대단한 엄마가 계셔서 평생을 버신 돈으로 많은 혼수를 마련해 주셨지만, 너도 돈이라면 부족하지 않고.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은 바로 내가 멍청하다는 거야. 내가 바보라 재밌어서, 그래서 네가 지겨운 줄도 모르고 날 가지고 노는 거라고.”말이 끝나자마자 차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아래에 도착했습니다. 물건 옮기실 건가요?”“아뇨.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전화를 끊은 차미주가 몸을 일으키려는데 한성우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가려고?”차미주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여긴 네 집이잖아. 내가 여기선 차분하게 생각할 수가 없어.”차미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성우가 갑자기 그녀의 목덜미를 잡더니 키스를 퍼부었다. 그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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