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671 - Chapter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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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1화

한현진의 문자에 차미주는 놀라고 말았다. 이미 한 번 찾아봤으니 차미주는 한현진이 이젠 포기할 줄 알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차미주는 어쩐지 오늘 일어난 일들이 환상처럼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참지 못하고 한성우에게 얘기했다. “현진이가 본 글씨와 피 묻은 옷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떠나서, 민준 오빠가 그렇게 마침 그 타이밍에 나타난 것도 조금 이상해. 안 그래?”“내 생각을 묻는 거야?”한성우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난 형수님이 한서를 송가람 씨가 숨기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발생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라 생각해. 만약 한서가 살아있으면 우리에게 연락 안 했겠어? 송가람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살아있는 사람을 무슨 수로 막아둬?”차미주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네 말도 맞아. 하지만 난 송가람이 좋은 사람 같지 않아. 친구와 놀러 간다고 했으면서 병원으로 간 건 대체 뭐야?”“갑자기 전화 받고 갔을 가능성은 없는 거야?”말문이 막힌 차미주가 불퉁하게 말했다. “넌 대체 왜 자꾸 손가락 편을 들어?”“편을 드는 게 아니라 난 그저 형수님이 너무 슬픔에 빠져서 신경이 곤두서서 그런 환상을 한 거라고 생각해. 넌 형수님이 현실을 직시하도록 도와야지, 같이 미쳐 날뛰지 말고.”말하며 한성우는 사과를 차미주 입가에 가져갔다. “달아, 먹어 봐.”차미주가 인상을 쓰무 한성우가 건네는 사과를 밀어냈다. “같이 미쳐 날뛴다니? 난 무조건 내 절친을 지지하겠다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뿐이야. 정말 현진의 억측이라고 해도 현진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함께 할 거야.”“난 의리밖에 모르는 여장부 같은 네 모습이 좋다니까.”한성우는 말하며 차미주 앞으로 다가갔다. “친구만 도와주지 말고 네 남자친구도 좀 도와줘.”차미주는 한성우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널 도울게 뭐가 있어?”“한서 사고로 우리 부모님께서 생각이 많으신가 봐. 요즘 또 맞선을 주선하시기 시작했어. 여자친구가 있다고 하니까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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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2화

이해가 된 주강운은 이내 낮게 웃으며 말했다. “배우고 싶으시면 당연히 가능하죠. 하지만 스카이다이빙 자격증은 그렇게 쉽게 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먼저 체험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한현진이 곧이어 물었다. “언제요?”주강운이 반문했다. “언제 체험해 보고 싶어요?”한현진이 말했다. “내일요.”“내일요?”“시간 안 돼요?”주강운은 옆에 놓은 서류를 힐끔 쳐다보더니 입술을 짓이겼다. “돼요. 그러면 제가 내일 데리러 갈게요.”“그래요.”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고마워요.”“일찍 자요. 내일 제가 전화드릴게요.”주강운은 다정하게 한현진과 인사를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그러더니 곧장 몸을 일으켜 옷장을 열고 안에서 옷을 꺼냈다. 준비를 마치고 내려오자 주강운의 어머니가 마침 컵을 들고 올라가고 있었다. 늦은 저녁에 차려입고 집을 나서는 아들을 보더니 다급하게 주강운을 불러세웠다. “강운아, 이렇게 늦었는데 어디 가는 거니?”주강운이 신을 갈아신으며 대답했다. “회사에 물건을 놓고 와서요. 가지러 가요.”“무슨 물건이길래 꼭 이 밤에 가야 해?”“의뢰인 물건이라서요.”주강운이 외투를 걸치며 말을 이었다. “금방 돌아올게요.”곧이어 주강운의 어머니가 “기사님에게 데려다 달라고 해.”라는 말을 입밖으로 내뱉기도 전에 주강운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주강운의 어머니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쩐지 주강운이 조금 흥분해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집을 나선 주강운은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돌아왔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또 집을 나섰다. 그는 8시에 송씨 본가 근처에 도착해 한현진에게 전화했다. 한현진은 금방 깬 듯 목소리가 조금 쉬어있는 것 같았다. 한현진이 말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금방 준비하고 나갈게요.”주강운이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천천히 준비해요. 급해하지 않아도 돼요.”전화를 끊은 주강운은 어쩐지 조금 긴장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손을 뻗어 차광판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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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3화

주강운이 의아해했다. “사진이요?”“네.”한현진이 대답했다. “스카이다이빙은 처음이라 기념하고 싶어서요.”주강운이 말했다. “액션캠은 가져오지 못했어요.”“그냥 내리기 전에 몇 장 찍으면 돼요. 가능할까요?”주강운이 웃으며 대답했다. “찍고 싶으면 찍어요. 전 그냥 액션캠이 없어서 사진이 현진 씨 생각처럼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한현진이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충분해요.”말하며 카메라를 켠 한현진은 셀카를 몇 장 찍더니 휴대폰을 한편으로 던져버리곤 심호흡하더니 눈을 감고 말했다. “이제 됐어요.”주강운이 피식 소리 내 웃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 “단두대에 올라가는 장군 같네요.”한현진이 막 주강운의 말을 받아치려는데 주강운은 그녀를 데리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 차가운 바람이 순간 얼굴을 때리듯 스쳤다. 그 느낌은 마치 바늘이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자유낙하로 인해 귀압이 변화하면서 한현진은 귀에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거대한 윙윙 소리를 제외하면 다른 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공포에 한한현진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누군가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주강운이 그녀의 손을 잡고 두 팔을 벌리고 다리를 구부리라고 눈짓해서야 한현진은 정신이 들었다. 낙하산이 펴진 후 낙하 속도는 줄어들었다. 귓가에 맴돌던 바람도 점차 평온해졌다. 목을 꽉 막고 있던 공포도 조금씩 사라졌다. 한현진은 보호 안경 너머의 넓게 펼쳐진 땅을 보고 있었다. 한현진은 바로 그 순간 인간이란 자연과 우주 가운데서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착륙하면서 작은 사고가 있었고 한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부딪쳤다. 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멍이 들었고 주강운은 굉장히 미안해했다. 같이 온 조종사가 주강우에게 뼈를 다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주강운의 미간은 전혀 펴지지 않았다. “그래도 병원에 가 봐요.”주강운이 제안했다. “괜찮아요.”한현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한 번 더 뛰어요.”주강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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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4화

예술영화에 들어갔다는 소문 외엔 아무 소식도 없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조용하더니 갑자기 나타난 이유가 “연애” 때문이라니. 게다가 마케팅 계정은 증거나 논리가 명확했다. 한현진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근거로 그녀 뒤에 턱이 반쯤 나온 남자의 사진과 전에 백화점에서 한현진을 지켜주던 변호사의 사진을 대조해 보니 목에 있는 점까지 똑같았다. 그러니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팬들은 곧 그 실검으로 인해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 아무리 성공할 의지가 없는 사람을 많이 봐왔어도 한현진 같은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한현진의 페이스북의 댓글은 짧은 몇 시간 사이 벌써 몇만 개나 달렸다. [이 연애, 꼭 해야 해요?][언니, 일에만 몰두하면 얼마나 좋아요? 왜 남자를 만나요?][연예계에서 남자친구를 찾으면 뭐라고 안 하겠어요. 하필이면 변호사예요. 혹시 헤어지면 흑역사를 퍼뜨려 앞길을 막을까 두렵지 않아요?][수연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한현진이 다 까먹었어. 성취욕이 하나도 없네.][수연(중전의 어렸을 적 이름)은 수연이고, 한현진은 한현진이죠. 좋은 건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의 이미지와 감독이에요. 모두들 콩깍지를 벗어버려요.][지나가는 사람인데, 전 꽤 어울리는 것 같아요. 팬들이 너무 많은 것까지 간섭하는 거 아니에요? 20대인데 연애도 못 해요? 어차피 아이돌도 연기파 배우로 나가는데, 좋아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댓글 중에 몇 개는 송민영 팬들이 한현진 팩인 척하는 거예요. 주인은 이미 나락 가버렸는데 계집종이 아직도 여기서 난리네요. 다른 사람 인기에 묻어가지라도 않으면 사람들이 잊어버릴까 겁이라도 나나 봐?][죄송. “봄의 연인”은 현진 언니의 시작이었지만 누군가는 영원히 오르지 못할 정상이었죠.]안티팬을 반박하던 사람들은 순간 뭔가를 떠올렸다. [전에 현진 언니가 페이스북에서 두 사람은 그저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했었잖아요. 이번엔 해명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실검에 오른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잖아요. 설마… 묵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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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5화

“소문이 나든 말든 놔둬요. 가짜가 진짜가 되지는 않잖아요.”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현진의 태도에 송민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해명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정말 너와 강운이 사이에 뭐가 있는 줄 알아. 강한서가 간지 이제 얼마나 됐다고 이런 소문은 너한테 불리해.”“우리 주변 사람들이 다 알았을까요?”한현진은 마치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듯 보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든 신경 쓰지 말고 지금 당장 돌아와. 주강운과는 거리 둬.”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오빠. 날조된 기사 때문에 친구와 절교할 거예요?”“이건 달른…”“뭐가 달라요. 저도 주 변호사님도 신경 안 쓰는데 관련 없는 사람들만 다급해하네요.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하라고 하세요. 바이크 출발해요. 먼저 끊을게요.”말하더니 한현진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송민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젯밤 한현진 뜻대로 온 병원을 뒤져 강한서를 찾은 후 조금 진정된 것 같더니 이렇게 다음날 바로 이런 사고를 칠 줄이야. 그는 드디어 강한서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달았다. 한현진은 제어할 수 있다니, 보통은 아니었다. 이때 벨소리가 울렸고 주강운이 휴대폰을 확인하니 주아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굳이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주씨 가문에서 떠보기 위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송민준은 휴대폰을 무음모드로 전환한 후 벨소리가 울리든 말든 한편으로 던져버렸다. 한현진을 제어할 수 없으니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한편, 전화를 끊은 한현진은 헬멧을 쓰고 주강운의 허리를 감싸안고 나지막이 말했다. “출발해요.”주강운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는 고개를 숙여 허리에 올려진 손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세차게 뛰었다. “민준이가 현진 씨에게 무슨 볼일이 있대요?”한현진이 말했다. “마케팅 계정에서 강운 씨가 제 남자친구라고 했대요. 오빠가 저더러 강운 씨와 거리를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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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6화

주강운의 마음이 설레어왔다.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꽉 잡아요.”그는 곧 바이크를 출발했다. 한현진과 주강운이 “열애 중”이라는 사실은 곧 인스타그램을 통해 퍼져나갔고 그 일은 꽤 소란스러워졌다. 한현진의 제일 친한 친구인 차미주도 다른 사람 입에서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물론 인터넷에 떠돌던 기사는 진작 보았었다. 하지만 당시 차미주는 그저 구경하듯 기사를 읽었을 뿐이었다. 한현진이 정말 주강운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당시 이혼 후 강한서는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소문이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도 퍼져나갈 때, 차미주는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헛소문이 도처에 퍼지도록 내버려두며 설명도 해명도 없는 것은 한현진의 일 처리 방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차미주는 그래도 끝까지 자기 친구를 믿었다. “환승 연애라니? 현진이가 연애하는데 내가 모르겠어? 이 자식들은 정말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소란도 다 피운다니까.”한성우가 차미주를 힐끔 쳐다보았다 .“사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네 친구는 요즘 전혀 가만히 있지를 못하네? 오늘은 스카이다이빙, 내일은 번지점프, 그다음 날은 또 사이클에 스키. 파파라치가 사진을 잘만 찍었던데? 강운이와 손 잡지 않으면 꼭 안겨 있고. 누가 보통 친구와 그러고 놀아?“차미주가 한현진 대신 해명했다. “꼭 안겨 있는 건 주 변호사님이 현진이에게 스카이다이빙을 가르쳐주느라 그런 거지. 손을 잡은 건, 그건 현진이가 넘어질 뻔하니까 주 변호사님이 부축해 준 거고. 그냥 마침 사진이 찍혔을 뿐이야.”“그래?”한성우가 휴대폰을 꺼내더니 주강운이 한현진에게 꽃을 선물하는 사진을 찾아 태연하게 물었다. “그러면 이건? 주강운 손에 들린 꽃을 빤히 보면서 왜 웃는 거야? 포장이 예뻐서?”말문이 막힌 차미주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한성우은 기가 막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하필 주강운이야? 한서가 알면 젠장, 얼마나 마음에 내키지 않겠어?”“현진이 그런 사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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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7화

차미주가 한성우를 노려보았다. “난 나의 그 ‘가치관이 이상한’ 친구 찾으러 가.”한성우가 캐리어를 잡아끌었다. “너 이건 너무 막무가내 아냐? 한현진 본인도 해명하지 않았어. 내가 한서 대신 화도 못 내?”“너 그게 화내는 거야? 그거 인신공격이야. 나더러 현진이와 놀지도 말라고? 현진이가 아니면 내가 널 만날 수나 있었겠어?”“그래, 그래, 그래. 형수님이 우리를 이어준 거 맞아. 고맙게 생각해. 됐지?”말하며 한성우는 차미주를 안방으로 끌었다. “틈만 나면 가출하는 이런 못된 방법은 대체 누구에게 배운 거야?”차미주가 콧방귀 뀌었다. “여긴 네 집이지 내 집도 아니잖아. 가출이라고 할 것도 없어. 그리고 나 옷도 안 가졌어. 그냥 너 놀라게 하려는 거야.”한성우가 캐리어를 들어 확인했다. 역시나,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 한성우는 어이가 없었다. “늑대와 소년 이야기 알아?”차미주가 한성우를 힐끔 쳐다보았다. “이야기 속 어른들은 딱 한 번 소년을 믿지 않고 소년에게 가지 않아 양을 잃었어. 현실에선 만약 네가 오지 않는다면 넌 여자친구를 잃게 되는 거야. 넌 내가 짐을 안 가지면 못 갈 줄 알아?”한성우는 말발 하나는 너무 좋았다.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봐, 나 지금도 쫓아왔잖아.”그는 말하며 차미주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자기야, 배 안 고파? 야식 뭐 먹고 싶어? 이 오빠가 사줄게.”야식이라는 말에 차미주는 기분이 좋아졌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거울에 비친 동글동글해진 얼굴을 보니 순간 우울해졌다. “야식, 야식, 야식. 먹는 것밖에 몰라. 너 복근도 다 사라졌어.”한성우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탄탄한 복근을 내려다보고 또 화가 나 볼이 빵빵한 차미주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입술을 짓이기며 떠보듯 물었다. “그럼 나... 다이어트할까?”“진작 해야 했어.”한성우는 순간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는 우울한 척하며 말했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꾸준하게 할 수 없는데.”차미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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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8화

차미주가 발신자 번호를 확인했다. 유선 전화로 걸려 온 전화였다. 차미주가 물었다. “지금 전화를 받기 불편한 상황이라서요. 무슨 일이시죠?”“한성우 씨 와이프세요?”차미주가 “네.”라고 대답했다. ‘여자친구도 와이프라고 할 수 있지.’상대방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하나병원입니다. 저희 병원에서 최근 정자은행을 확장하고 있어서요. 건강하고 정자 품질이 좋은 남성분들의 기증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보상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성우 씨는 매년 저희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셨고 저희 병원의 오랜 고객님이라고 할 수 있으세요. 그러니 이번 정책이 나오자마자 한성우 씨께서 혹시 기증 의사가 있으신지 여쭤보려고 저희가 먼저 연락드렸어요.”순간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한 차미주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의사가 있어도 그럴 능력이 없을 텐데?”“네?”“큼큼, 아니에요. 몸이 안 좋아서요. 기증하고 싶어도 어렵다고요.”전화 건 여자가 물었다. “한성우 씨 요즘 아프셨나요? 그건 급하지 않아요. 건강을 회복하면 그때 오셔도 돼요. 저희는 그저 먼저 등록해 드리려고요.”“아니... 한성우가 매년 그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데 한성우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세요?”“무슨 문제요?”여자는 조금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한성우 씨는 꽤 건강하신데요. 저희도 요즘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에야 연락드린 거예요. 말씀하신 문제라는게, 구체적으로 뭘 말씀하시는 거죠?”차미주가 말했다. “장전을 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총을 쏘겠어요.”여자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녀는 한참 만에야 드디어 차미주가 말한 “장전하지 못하는 총”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되었다.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게 아닌가요? 저희가 직접 전화를 드려 기증을 요청하는 분들은 모두 정자의 품질이 굉장히 좋으세요. 절대 말씀하신 그런 상태가 있을 수 없어요.”차미주가 멈칫했다. “그러니까 회복했다는 말이에요?”“회복이요?”여자는 차미주의 말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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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9화

한성우는 차미주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안 것인지 생각할 새도 없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는 자신의 “죄”를 제일 작게 포장하려고 애를 썼다. “... 맞아. 다만 내가 표현한 만큼 심각한 건 아니었어.”차미주가 한성우를 노려보았다. “아직도 날 속이려는 거야.”“아니야.”한성우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땐 정말 너무 아팠어. 나도 네가 그렇게까지 긴장할지 몰랐어서 조금 장난하고 싶었어.”“장난?”차미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내가 바보처럼 네 곁을 맴돌면서 널 챙기느라 바삐 돌아치는 모습을 보는 게 재밌었어?”“아니, 난 그런 생각한 적 없어.”한성우가 움직였지만 또 차미주에게 밀리고 말았다. “일어나지 마. 패버릴 수도 있으니까.”한성우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바닥에 누워야 했다. 그는 나지막이 물었다. “미주야, 넌 언제부터 날 좋아한 거야?”차미주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바득 이를 갈며 말했다. “누가 너 같은 사기꾼을 좋아해! 네가 애초부터 꾀병으로 날 속인 줄 알았으면 내가 왜 너 같은 개자식과 엮이겠어?”한성우가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난 진작부터 널 좋아했어.”차미주는 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이 개자식이 자기를 몇 달 동안 속여 걱정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면 차미주는 혈압이 180으로 치솟는 것 같았다. “불쌍한 척 하지 마.”“거짓말 아니야.”한성우가 고개를 들어 차미주를 바라보았다. “처음엔 네가 한 음식이 좋았어. 나중엔 너와 티격태격하며 지내는 게 좋았고. 하지만 난 그때는 그게 좋아하는 건 줄 몰랐어. 왜냐하면 넌 정말 내가 전에 좋아하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거든. 목소리도 크고 힘도 세고, 툭하면 주먹부터 올라가고. 성격은 고집스러운 데다 외모도 너무 예쁜 편은 아니었고 다리도 짧았잖아.”차미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녀는 순간 쿠션으로 한성우의 숨통을 눌러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때의 넌 조준을 좋아하고 있었잖아. 아직 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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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0화

차미주는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 넌 내가 널 좋아하도록 유도한 적 없어. 하지만 네가 꾀병으로 동정심을 유발할 때, 그렇게 얻은 감정엔 이미 동정심과 죄책감이 섞여 있을 거라는 생각 안 해 봤어? 나에게 널 알아갈 시간을 준 거라고? 네가 꾀병을 부려 내가 네 여자친구인 척 연기를 하게 한 건 사실 나와 조 선생님이 만날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리려던 거잖아. 한성우, 이것도 기만이 아니야?”한성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너와 조준이 만나도록 놔두고 싶지 않았어, 맞아. 조준은 좋은 남편감이 아니야.”“그러면 넌 좋은 남편감이야? 네가 좋으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바보처럼 내가 스스로 함정에 빠져들어 네 곁으로 오게 만들고, 네가 싫어지면 혹시 네 전 여자친구들에게 그랬듯이 집 한 채, 차 한 대로 날 내치려고?”한성우의 마음이 욱신거렸다. 그는 순간 6개월간 간 쓸개 다 내준 노력이 죽 쒀서 개 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넌 고작 날 그런 놈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차미주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난 정말 모르겠어. 나에게 무슨 장점이 있어서 네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몸매도 외모도 평범하고 돈도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 벌잖아. 대단한 엄마가 계셔서 평생을 버신 돈으로 많은 혼수를 마련해 주셨지만, 너도 돈이라면 부족하지 않고.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은 바로 내가 멍청하다는 거야. 내가 바보라 재밌어서, 그래서 네가 지겨운 줄도 모르고 날 가지고 노는 거라고.”말이 끝나자마자 차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아래에 도착했습니다. 물건 옮기실 건가요?”“아뇨.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전화를 끊은 차미주가 몸을 일으키려는데 한성우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가려고?”차미주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여긴 네 집이잖아. 내가 여기선 차분하게 생각할 수가 없어.”차미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성우가 갑자기 그녀의 목덜미를 잡더니 키스를 퍼부었다. 그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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