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691 - 챕터 1700

2287 챕터

제1691화

강한서는 휠체어를 움직여 사람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시간 내어 와주셨는데 허탕을 뛰게 했네요. 어쨌든 제가 없는 동안 저희 집안을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너무 갑작스러웠던 터라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조금 더 회복되면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그 말의 의미는 너무도 분명했다. 다들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니 그들은 몇 마디 인사를 전하고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때, 강단해가 입을 열었다. “한서야. 다들 오늘 어쩌다 이렇게 모였는데 차라리 이 기회를 빌려 여기 계신 분들께 은서를 소개하는 게 어떻겠니? 괜히 나중에 쓸데없는 소문으로 아이에게 상처 주지 말고.”물론 강단해는 절대 호의로 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강한서는 돌아오자마자 경찰이 강현우를 데려가게 했다. 그러니 강단해는 가만히 당해줄 수는 없었다. 전엔 은서를 이용해 강한서의 유언장을 뒤엎고 싶었다면 지금은 이 아이가 강한서와 송씨 가문을 이간질하는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 강한서가 송씨 가문의 사이가 삐끗거리기만 한다면, 설사 그가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자기 자리를 흔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송씨 가문이 강한서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그건 정말 범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 상대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은서도 강단해의 말에 협조하듯 나지막이 강한서를 불렀다. “아빠.”멈칫한 강한서가 손을 들자 은서가 그에게로 달려가 품에 안겼다. “아빠 어디 갔었어요? 다들 아빠가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전 아빠가 다시는 절 안 보는 줄 알았어요.”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알 수 있었다. 한현진은 주먹을 꽉 움켜쥔 채 강한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한현진은 강한서의 입에서 그 아이가 자기 딸이 맞다고 인정하는 말이 나오기만 하면 바로 다시 강으로 차버릴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강한서는 어느새 어깨까지 내려온 은서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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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2화

차미주는 얼른 팔꿈치로 한성우를 때리더니 그를 노려보았다. “그 입 좀 닫아!”강한서가 다시 강단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둘째 삼촌, 굳이 유전자 검사까지 해야 믿으시겠어요? 저희 집안은 안 그래도 후손이 적어 할머니께서 늘 제가 아이를 많이 낳기를 바라셨어요. 은서가 정말 제 딸이라면 제가 왜 굳이 밖에서 키웠겠어요?”강단해는 완전히 할말을 잃었다. 강씨 가문이 더 이상 기사에 오르내리며 사람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정인월이 입을 열었다. “단해야, 진씨와 함께 손님들을 배웅해 드리거라.”강단해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음속 울분을 가라앉히며 정인월의 말에 대답하더니 손님을 배웅하러 나섰다. 정인월은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한서야, 조금 이따 내 방으로 오렴. 할 얘기가 있단다.”강한서가 대답했다. “네.”장손이 안전하게 돌아오자 긴장된 나날을 보냈던 정인월도 드디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러자 곧 피곤이 몰려왔고 정인월은 진씨 아주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추모회' 참석을 위해 찾아왔던 손님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고 현장에는 곧 송씨 가문 사람과 강한서의 절친만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모두 강한서가 실종된 이후의 일들을 궁금해했다. 하지만 송씨 가문 사람들은 그 일 외에도 강한서와 함께 나타난 송가람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송민준이 그랬다. 당시 송가람이 강한서의 행방을 알고 있을 거라고 한현진은 확신했고 그 요양원을 수색하겠다고 소란을 피웠었다. 비록 송민준이 한현진과 함께 찾아보기는 했지만 당시 그 상황에 그 역시도 송병천과 마찬가지로 한현진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예민해져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의 그는 그저 한현진이 원하는 대로 함께 미친 척 찾아봤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일 때문에 송민준은 송가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송병천에게 얘기하자 송병천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송가람이 깔린느에서의 권한을 더 넓혀주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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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3화

강한서의 말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 한현진은 충격에 빠진 눈빛으로 물었다. “뭐라고?”강한서는 여전히 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면서 기사에서 봤어요. 강운이와 공연장에서 키스하던 사람, 그쪽 아니에요? 우리가 이혼한 거 혹시 그쪽이 강운이와 사귀기 때문이었나요?”송민준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강한서,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다른 사람이 오해하는 건 그렇다고 쳐. 하지만 현진이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몰라? 대체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한현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강한서가 기사를 보고 질투하는 것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강한서는 태연하게 얘기했다. “죄송해요. 어떤 일은 제가 기억을 잘 안 나서 제멋대로 추측했을 뿐이에요. 무례를 범하려던 건 아니었어요.”잠시 멈칫하던 강한서가 다시 말을 이었다. “송 대표와 내 전 와이프가 친했었나? 내 전 와이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네요.”그 말에 송민준이 멍해졌다. “현진이는 내 동생이야. 너 지금 대체 뭐 하는 거야.”“동생?”강한서가 당혹스럽다는 듯 말했다. “송 대표 동생은 가람 씨잖아요.”사람들은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했다. 강한서의 상태가 너무 이상했다. 그의 겉모습과 말투는 전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한현진을 향한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던 다정함이 아니었다. 한현진에게 지금 그의 눈빛은 오직 강한서가 다른 사람을 볼 때에만 느낄 수 있던 낯섦과 차가움이었다. “강한서.”한현진이 눈시울을 붉힌 채 강한서의 그 어떤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 왜 그래? 너 왜 이랬다저랬다 해? 너 나랑 같이 피로연 다녀온 거 기억 안 나?”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피로연?”열심히 기억을 되짚어 보던 강한서가 갑자기 관자놀이를 꾹 누르더니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송가람이 얼른 강한서의 머리를 안마해 주며 다급하게 말했다. “한서 오빠. 생각하지 마요. 의사 선생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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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4화

주강운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한서야, 화가 나면 직접 얘기해. 그렇게 비꼴 필요 없어. 네가 사고를 당했을 때 현진 씨가 어디 있었냐고? 내가 얘기해줄게.”“납치범이 널 강으로 밀어버리자 현진 씨는 주저 없이 널 따라 뛰어내렸어. 넌 행방불명 되었고 현진 씨라고 나은 상황은 아니었어. 3일 동안 고열에 시달렸고 온몸에 동상을 입었어.”“넌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던 현진 씨는 신명에게 희망을 기탁하기도 했어. 홀로 그 가파른 산에 올랐어. 고작 그 산꼭대기에 있다는, 소원 들어주는 영험한 돌 따위에 네 이름을 가득 적기 위해서 말이야. 네가 평안하게 돌아오길 바라면서!”“그만해요...”한현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주강운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의 말투는 더욱 흥분해 있었다. “산꼭대기로 향하는 길은 폭이 불과 30여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아. 한 발만 헛디뎌도 바로 시신도 찾을 수 없게 된다고.”“넌 고작 함정을 파기 위해 나타나지도 않았으면서 네가 사고가 난 동안 현진 씨가 어디서 뭘 했냐고? 현진 씨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넌 고맙게 생각해야 해. 네가 무슨 자격으로 현진 씨를 원망해.”신미정은 그제야 상황 파악을 끝냈다. 강한서는 정말 한현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신미정을 강씨 가문에서 쫓아낸 일이거나 신미정이 한현진에게 약을 먹여 불임으로 만든 일도 말이다...주강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미정이 트집을 잡았다. “강운이 넌 현진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구나. 네가 얘기한 것들은 난 본 적 없어. 하지만 난 한서에게 사고가 나자마자 한현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너와 붙어먹었다는 건 알고 있어. 오늘은 스카이다이빙, 내일은 스키 그리고 그다음 날은 연주회. 정말 한서의 생사가 중요했다면 그 시점에 다른 남자와 그럴 여유가 있었을까? 여우 같은 X.”송민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신미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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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5화

강한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송가람이 말했다. “현진 씨, 의사가 한서 오빠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했어요. 오늘은 이미 충분히 피곤할 것 같은데 할 얘기가 있으면 나중에 오빠가 회복한 다음에...”한현진이 차가운 태도로 송가람의 말을 잘랐다. “제가 지금 강한서와 얘기하고 있잖아요. 좀 닥쳐요.”한현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낮은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만 열면 닥치라니, 한현진 씨는 기본적인 예의가 뭔지도 모르세요?”송가람을 감싸는 강한서의 모습에 한현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모두가 널 찾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네가 어디 있는지도 분명 알고 있었으면서도 억울한 척, 불쌍한 척했어. 손을 대지 않은 게 나에게는 이미 최대로 예의를 지켜준 거야.”강한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가람 씨가 숨겼다고 하더라도 그건 제가 원한 겁니다. 무슨 자격으로 따지시는 거죠?”그 말은 방금 송가람을 감싸주던 것보다 더 큰 살상력이 있었다. 한현진의 심장은 날카로운 칼에 찔린 듯했고 그녀의 얼굴은 순간 잿빛이 되었다. “무슨 자격?”한현진이 입꼬리를 올리며 오른손 무명지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어 보였다. “네 약혼녀라면, 자격이 충분하겠지?”강한서가 멈칫하더니 곧 미간을 찌푸리며 한현진을 훑어보았다. 신미정은 강한서가 한현진과 함께 있으면서 옛 기억을 떠올리고 또 자기를 강씨 가문에서 쫓아내 버릴까 두려웠다. 그러니 그녀는 그 상황을 보더니 곧 입을 열었다. “웃기는 소리. 네가 정말 한서 약혼녀라면 엄마인 내가 모르겠어?”송민준이 냉담한 태도로 말했다. “아들이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모르시는 분이니 그 사실을 모르시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한서 씨가 당신을 강씨 가문에서 쫓아냈으니 약혼녀가 생겼어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죠.”말문이 막힌 신미정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한현진이 가운데서 이간질 하지 않았다면 우리 모자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야.”“이간질?”한현진이 고개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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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6화

송가람은 얼굴을 굳히더니 말했다. “전 그 뜻이 아니라.”“그럼 방관자답게 굴어. 두 사람 일에 끼어들지 말고.”송가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송민준 앞으로 다가가 송민준을 불렀다. “오빠.”송민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넌 모르는 일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였어?”그 말에 송가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오빠, 저도 그때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전 말하고 싶었지만 한서 오빠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제가—”“그만해!”서해금의 송가람의 말을 자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얘기든 돌아가서 해.”송병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전엔 송가람의 마음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젠 그녀의 꿍꿍이를 눈치챌 수 있었다. 더 험한 꼴을 보지 않으려면 서해금은 송가람의 말을 자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이곳은 강씨 가문의 본가였고, 대화를 나누기에 합당한 장소가 아니었다. 입을 닫은 송가람은 입술을 깨물고 붉게 달아오른 눈을 한 채 서해금 옆에 서 있었다. 한현진이 강한서의 휠체어를 밀어주려고 그의 뒤로 다가갔다. 휠체어 손잡이를 건드리자마자 강한서가 한현진에게 말했다. “제가 할게요.”멈칫 행동을 멈춘 한현진은 강한서의 말을 무시한 채 멋대로 그의 휠체어를 밀며 앞으로 걸어갔다. “네가 예전에 사람은 본분을 지키는 게 먼저라고 그랬어. 지금 넌 반신불수가 된 본분이나 똑바로 지키면 돼. 엄한 일에 센 척 하지 말고.”강한서는 말문이 막혔다.“반신불수라니요. 말 참 듣기 싫게 하시네요.”“그래?”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넌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는 않는 내가 좋아서, 그래서 나랑 사귄 거야. 난 내가 한 말은 전부 애정 표현 같은데.”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 한현진은 강한서를 밀며 익숙하게 서재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곧 몸을 돌려 문을 향해 걸어갔다. 강한서가 알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얘기하자면서요. 어디 가요?”한현진은 아무 말 없이 서재의 문을 잠그더니 몸을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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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7화

한현진은 여자 건달처럼 강한서가 하는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단 번에 강한서 셔츠의 단추를 모두 풀어낸 한현진은 두 손으로 양쪽 옷깃을 잡았다. 그녀는 강한서의 반항에도 불구하고 그의 어깨에 걸쳐진 옷을 그대로 벗겨냈다. 그 순간, 온몸을 뒤엎은 크고 작은 상처들이 눈을 찔렀다. 강한서의 몸에는, 특히 그의 등에는 성한 피부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어떤 상처는 이젠 거의 아물어 옅은 붉은색 혹은 갈색의 자국만 남아 있었고, 아직 아물지 않은 건 여전히 상처를 봉합한 바늘 자국과 뒤집힌 살갗이 남긴 흉터가 또렷이 보일 정도였다. 제일 긴 상처는 목뒤에서부터 왼쪽 허리 옆까지 쭉 이어졌다. 상처에는 심지어 아직 동상의 흔적까지 남아 있어 흉측하기에 그지 없었다. 한현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숨 쉬는 것 마저 조심스러웠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어 상처투성이인 등을 만졌다. 한현진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날 밤 피를 뒤집어쓴 강한서의 모습 뿐이었다. 마음 아프고 두려운 감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코 끝이 찡해진 한현진은 목이 메어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강한서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부끄러움과 분노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달아오른 얼굴로 한현진을 밀쳤다. 굳은 얼굴로 화를 억누른 채 말했다. “대체 염치라는 게 있—”말을 다 내뱉기도 전에 강한서는 눈물이 가득 고인 한현진과 눈을 마주쳤다. 커다란 눈물방울이 후드득후드득 떨어졌다. 그녀는 꼴이 말이 아닌 모습으로 흐느껴 울었다. “아파?”한현진의 목소리를 잔뜩 잠겨 있었고 웅얼거리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강한서는 그녀의 말을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입가를 맴돌던 질책의 말들이 그대로 목구멍에 막혀버렸다. 그는 무미건조하게 셔츠를 여미었다. “다 나았는데, 뭐가 아프겠어요.”잠시 생각하던 강한서가 다시 말을 이었다.“가람 씨가 저희가 함께 납치되었었다고 하더라고요. 비록 전 기억이 안 나지만 그것 때문에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돼요.”“죄책감은 개뿔! 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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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8화

한현진이 그제야 바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강한서의 얼굴이 어두웠다. 그는 아마 평생 이렇게 누군가의 손아귀에 있었던 적이 없었을 것이다. 화가 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일어섰다. 비록 발을 제대로 내딛지는 못했지만 다친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노려보았다. “됐죠!”한현진은 아무 말 없이 갑자기 허리를 숙여 강한서의 바지를 벗겼다. 힘이 어찌나 센지 바지를 그대로 종아리까지 내려버렸다. 강한서: “!!!”분노가 치밀어 얼굴이 어두워진 강한서가 한현진을 밀쳤다. 그는 허둥지둥 다급하게 바지를 올렸다. 그의 입에서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변태”, “양아치”와 같은 단어들만 튀어나왔다. 한현진은 비록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한결 놓였다. 강한서가 그녀를 속이지 않았다. 그의 다리엔 확실히 큰 상처는 없었다. 그의 말대로 병상에 너무 오래 누워있어 근육이 위축된 모양이었다. 안 그래도 몸이 허했던 강한서는 갑작스러운 한현진의 양아치 같은 행보에 놀라 한참이나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바지를 입지 못하고 있었다. 한현진이 몸을 일으켜 그의 앞으로 다가가 바지를 올려주었다. 그 순간 강한서는 한현진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한현진을 밀었다. “만지지 말죠.”한현진이 말했다. “계속 밀면 바지를 아예 벗겨버린 채 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지금 네 모습을 보여 줄 거야.”“...”결국 강한서는 대표로서의 자존심을 이기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지금 이런 꼴을 보여줄 수는 없었던 강한서는 어쩔 수 없이 두 눈을 딱 감고 타협해야 했다. “여자가 대뜸 남자 옷을 벗기고 바지를 내리는 게 정말 부끄러운 줄 모르는 거예요?”한현진이 강한서의 바지를 올려주더니 자상하게도 주름 잡힌 옷을 펴주기까지 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강한서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우리 결혼도 했었어.”강한서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이것과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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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9화

“뭐라고?”짧은 순간 동안 한현진은 귀를 의심했다. 강한서는 아무런 감정의 동여 없이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파혼하자고요. 예전의 일은 기억이 안 나요. 전 지금 한현진 씨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한현진은 숨이 턱 막혔다. 강한서가 기억상실인 척하고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있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송가람이 너에게 약이라도 먹인 거야? 아니면 뭐로 약점 잡혔어? 지X 맞은 기억상실이라니. 강한서, 이건 드라마가 아니야. 장난하지 마.”한현진이 무슨 말을 하든 강한서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약 제가 한현진 씨를 기억한다면 생사를 함께 한 사람을 제가 왜 모른 척하겠어요? 전 정말 한현진 씨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나요.”강한서가 냉정할수록 한현진은 불안해졌다. “한성우 씨도 기억하고, 우리 오빠도 기억하고 다른 사람은 전부 기억하면서 왜 유독 나만 잊은 거야? 내가 믿을 것 같아? 혹시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 때문에 화내는 거야? 그래서 일부러 기억 못 하는 척 나 놀라게 하는 거야?”한현진은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말도 두서없이 내뱉었다. “다들 네가 죽었다고 했지만 난 믿지 않았어. 네가 분명 살아있을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살아있으면서 왜 나타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 내가 주강운 씨와 만나면, 아니, 우리 안 만났어... 아니다, 일부러 언론사에 함께 있는 모습을 찍혀서 네가 그걸 보고 질투하게 하고 싶었어. 넌 내가 강운 씨와 가깝게 지내는 걸 제일 싫어했었잖아. 네가 기사를 보면 무조건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어. 이것 봐, 정말 돌아왔잖아...”강한서는 냉담한 표정으로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잔인하기에 그지 없었다. “전 기사를 보고 돌아온 게 아니에요. 가람 씨가 제 장례식이 진행된다고 알려줘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현진 씨가 강운이와... 아니, 그 누구와 만나든 지금 저에겐 전부 똑같아요. 전엔 아무리 뜨거운 감정이었다고 해도 지금의 저에겐 한현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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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0화

한현진이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강한서는 휠체어의 방향을 돌려 서재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의 뒤를 따르던 한현진이 강한서가 문을 열 때쯤 갑자기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살아있어서 너무 다행이야.”강한서가 멈칫하더니 곧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두 사람이 거실에 도착하자 남아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강한서를 부축하러 가려는 송가람의 옷깃을 서해금이 잡아당기며 가지 말라고 눈짓했다. 주강운이 한현진 앞으로 다가가며 나지막이 물었다. “얘기 잘했어요?”한현진이 “네.”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피곤함에 찌든 얼굴로 고개를 돌려 송병천과 송민준에게 말했다. “아빠, 오빠. 집으로 돌아가세요.”한현진이 남아 강한서를 보살피지 않는다는 건 이번의 대화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비록 송병천은 강한서와 송가람이 함께 나타난 것이 꽤 불만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강한서의 건강을 걱정했다. 강한서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나서야 송병천은 가족을 데리고 강씨 가문 본가를 나섰다. 정원에서 차미주와 한성우는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차미주가 일방적으로 한성우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한성우는 방어만 할 뿐 반격하지 않았다. 차미주는 땀이 온몸을 적실 정도로 애를 썼지만 한성우를 때리지 못했다. 3이었던 분노 게이이지가 이젠 7로 솟아올랐다. 바로 이때, 한현진과 그녀의 가족이 나오는 모습을 본 차미주가 한현진을 불렀고 한성우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미주는 한성우가 경계를 늦춘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발을 꽉 딛어버렸다. 찌릿한 고통에 한성우는 그대로 한 발로 콩콩 뛰어다녔다. 차미주가 한현진을 따라가며 물었다. “현진아, 강한서 괜찮은 거지? 너희 화해했어?”한현진이 아직 대답하기도 전에 강민서가 갑자기 따라 나오며 그들을 불렀다. “가람 언니, 오빠가 들어오래요. 할 말이 있다고.”한현진이 주먹을 꽉 움켜쥐고 얼굴을 굳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미주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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