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701 - Chapter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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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1화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강한서가 날 기억하지 못 해.”“뭐? 장난해? 내가 쓴 대본도 이렇게까지 막장은 아니라고. 연기하는 거 아냐?”차미주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현진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방금 서재에서 강한서의 모습은 가짜 같지 않았다. 설사 정말 송가람이 벌인 짓이라 그가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하는 거라고 해도 방금 두 사람이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한현진에게 눈치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강한서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정말 한현진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그의 눈에는 경계와 냉담함 뿐이었다. 강한서가 돌아오긴 했지만 돌아온 강한서는 한현진이 바라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복귀는 안 그래도 명확하지 않은 일들에 안개마저 끼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한현진은 냉정하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 날 기억한다면 내가 송가람을 싫어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왜 굳이 내 앞에서 송가람을 불렀겠어?”차미주가 멈칫했다. ‘그러네. 이건 팔불출인 강한서가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잖아?’“가자.”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돌아가서 마저 얘기해.”차미주는 어쩔 수 없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물음을 다시 삼켜야 했다. 한성우는 차미주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급급했다. 얼른 차미주를 속인 것을 만회하고 싶었던 그가 먼저 차미주에게 다가갔다. “내가 데려다줄게.”“그런 거짓 호의는 필요 없어.”라고 말하려던 차미주는 한성우와 강한서가 절친한 사이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생각을 바꿨다. 만약 강한서가 정말 연기를 하는 것이라면 한성우는 분명 뭐라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우린 택시 타고 돌아가면 돼. 넌 여기 남아서 강한서 좀 지켜봐. 넌 강한서와 제일 친한 친구잖아. 병문안 좀 해.”말하던 차미주가 잠시 멈칫했다. “나 저녁에 요리할 거야. 시간 맞춰 올 수 있으면 901호로 와. 못 오면 말고.”거절당해 어두워졌던 한성우의 두 눈이 그 순간 놀라울 정도로 반짝였다. “장 봐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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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2화

한성우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송가람 씨에게 도와달라고 한 거야?”주강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줬다. 한성우 역시 강한서가 기억상실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그 역시 한현진과 마찬가지로 아마 한현진과 주강운의 스캔들을 보고 화가 나 일부러 기억하지 못하는 척 화풀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개를 돌려 주강운을 본 한성우는 이 일은 시작점부터 끝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성우가 입을 열었다. “강운아, 전에 일은 얘기하지 않을게. 그땐 우리 모두 한서가 죽은 줄 알았고 네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거야. 하지만 이젠 한서가 돌아왔잖아. 어떤 마음은 숨길 수 있으면 숨겨야 해. 우리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데, 여자 하나 때문에 친구도 할 수 없으면 안 되잖아.”주강운의 얼굴엔 그다지 표정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태연하게 앞에 놓인 김이 폴폴 올라오는 찻잔을 보더니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그 둘이 만날 가능성이 아예 사라지지 않는 한, 내가 먼저 나서지는 않을 거야.”“그 둘이 만나지 않는다고 해도 넌 형수님을 마음에 품어서는 안 돼. 둘이 정말 헤어지고 너와 형수님이 만나도 매번 마주쳐야 하는 사이인데, 불편하지 않겠어?”한성우는 노파심에 계속 말을 이었다. 그는 오랜 친구 사이가 같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므로 인해 결국 등지는 모습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형수님처럼 미인의 정석 같은 느낌의 여자를 좋아하는 거면 내가 소개해 줄게. 네 조건엔 네가 원하기만 하면 형수님보다 예쁘고 좋은 여자들 많아. 만나보면 형수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느끼게 될 거야.”주강운의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차미주 씨보다 예쁘고 기품 있고 학력도 높은 사람이 많은데, 넌 왜 굳이 차미주 씨여야만 하는 거야?”“좋아하니까.”차미주 얘기만 나오면 한성우는 말이 많아졌다. “같이 있으면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해도 심심하지 않아. 삶에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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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3화

‘젠장!’그 순간 한성우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강한서, 나중에 무릎 꿇을 걱정이나 해.’멈칫한 강한서는 고개를 돌려 한현진과 눈이 마주쳤다. 아까 서재에 있을 때의 뜨겁던 눈빛과 다르게 지금 한현진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갑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강한서가 방금 내뱉은 말들을 전부 들은 것이 분명했다. 한성우가 강한서를 위해 변명하려 했다. “형수님, 화가 나서 한 얘기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한서가 못된 말 만 내뱉는 거 잘 아시잖아요. 마음에 내키지 않아서 그래요. 질투가 —”“전 장갑 가지러 왔어요.”한현진이 한성우의 말을 잘랐다. 맑은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장갑이라...”한성우가 멈칫했다. “어딨어요?”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서재에 있어.”송가람이 말했다. “제가 현진 씨와 다녀올게요.”“괜찮아요.”한현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제가 가람 언니보다 이 집에 대해 더 잘 알아요.”송가람이 멋쩍게 입을 닫았다. 이번엔 강한서도 송가람 편을 들지 않았다. 한현진은 곧장 서재로 향해 장갑을 가지고 바로 방을 나섰다. 거실을 지나칠 때 그녀가 입을 열었다. “강운 씨, 사무실 가실 거예요? 여기 택시 잡기가 어려워서 그러는데 강운 씨가 데려다주실 수 있을까요?”한현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성우가 맹세컨대 그는 오직 한현진이 연기한 드라마에서만 이렇게 부드러운 한현진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강한서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었다. ‘이... 이건 너무 가짜잖아.’일이 아예 컨트롤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까 봐 한성우는 대의를 위해 희생하기로 했다. “형수님, 강운이 차에 가실 거면 차라리 제 차에 타시죠. 이웃이잖아요. 얼마나 가까워요. 강운이는 같은 방향도 아니고.”한현진은 한성우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미주가 성우 씨 차에 타고 싶지 않대요.”“...”주강운이 한현진과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인지 못 알아들었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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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4화

한성우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그는 속으로 욕을 지껄이며 불퉁하게 말했다. “갚기는 개뿔. 네가 나한테서 가져간 거로 별장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어.”말을 마친 한성우가 잠시 멈칫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넌 형수님 한 명만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물에 빠지더니 어딘가로 끌려가 콩깍지를 치료하는 약이라도 먹은 거야?”강한서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 헛소리나 하려고 있는 거면 꺼져.”한성우가 바득 이를 갈더니 나지막이 욕을 내뱉었다. “미친놈, 사리 분별도 하지 못하는 개자식.”한성우가 막 몸을 일으켜 나가려는데 강한서가 갑자기 그를 불러세웠다. “잠깐만.”우뚝 걸음을 멈춘 한성우가 잘 달래는 게 좋을거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강한서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얘기가 나왔다. “갈 때 입구에 있는 화환 좀 가져가. 눈꼴사나워.”한성우는 순간 강한서를 다시 물속에 집어넣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비꼬듯 말했다. “오빠 말대로 할게요.”“...”한성우는 화환을 둘러업고 자리를 떠났다. 거실엔 사람이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 도우미 몇 명이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현관에 놓인 안스리움 베이치를 쳐다보고 있는 강한서는 고개를 숙인 채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송가람이 허리를 숙여 담요를 강한서의 다리 위에 덮어주며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 “한서 오빠.”생각에 잠겼던 강한서가 송가람의 부름에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당기며 다정하게 말했다. “가람 씨, 오늘은 수고했어요. 기사님께 댁으로 모시라고 할게요.”송가람이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강한서가 멈칫했다. “왜요?”송가람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한서가 곧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저씨가 혼내실까 봐 그래요?”송가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빠만 무사하면 아무리 책망받아도 상관 없어요. 전 오빠 건강이 걱정되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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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5화

차미주는 조수석에 오르면서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강운 씨는 역시 선수야.’차미주는 주강운이 한현진과 함께 앉을까 봐 제일 먼저 차에 올랐다. 그것도 일부러 먼저 뒷자리를 차지했기에 한현진은 당연히 차미주 옆에 앉게 되었다.그러니 주강운은 자연스레 조수석에 올라탔다. 차가 막 출발하려는데 주강운이 갑자기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기사님, 운전면허 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운전기사가 운전면허를 꺼내 주강운에게 보여주었다. 운전면허를 확인한 주강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기사님, 운전면허 사진과 운전자격증명 사진이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운전기사가 얼른 해명했다. “같은 사람 맞아요. 운전자격증명의 사진은 더 젊었을 때 찍은 거라 아마 조금 날씬할 겁니다.”“그래요? 그래도 조금 다른 것 같은데.”주강운이 고개를 돌려 뒤에 앉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현진 씨가 한 번 보세요.”행여나 한현진과 주강운이 필요 이상으로 가까이 있기라도 할까 봐 차미주가 얼른 나서며 말했다. “제가 볼게요. 저 눈썰미가 아주 좋아요. 아무리 포토샵으로 많이 만졌어도 전 알아볼 수 있어요.”그러자 주강운은 거절하지 않고 다정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오셔서 확인해 보세요.”운전기사의 운전자격증명은 조수석 쪽에 붙어 있었기에 제대로 확인하려면 조수석에 앉아야만 했다. 차미주는 단호한 태도로 차에서 내렸고 주강운도 그녀를 따라 차에서 내려와 차미주가 확인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차미주는 운전면허를 손에 들과 운전자격증명과 번갈아 보며 비교해 보더니 말했다. “같은 사람 맞잖아요. 운전자격증명은 조금 손 본 것 같아요. 턱 아래에 있는 짐을 없애버렸어요. 하지만 헤어라인은 그대로잖아요. 뒤로 조금 벗겨졌을 뿐이에요.”운전기사는 할 말을 잃었다. 주강운의 목소리라 뒤에서 들려왔다. “어쩐지 닮은 듯 안 닮은 듯 이상하다 했어요. 역시 미주 씨 눈썰미가 좋네요.”그러더니 곧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님,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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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6화

당시 한현진은 강한서에게만 정신이 팔려 다른 곳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주강운의 말을 듣고 나서야 한현진이 물었다. “저희 아빠가 왜요?”주강운이 멈칫했다. “아저씨가 얘기 안 하셨어요?”한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강운은 생각 끝에 한현진에게 얘기하기로 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 며칠 전 아저씨를 집으로 초대하셔서 쓸데없는 얘기들을 하신 것 같더라고요. 전 그때 집에 없어서 나중에 아주머니를 통해 듣게 됐어요. 아저씨가 식사도 안 하시고 그대로 가셨다고 하시던데, 안색도 안 좋으셨다고 하더라고요.”한현진은 그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송병천이 단 한 번도 한현진에게 그 일에 관해 얘기를 꺼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차미주가 그 말을 듣고 물었다. “아저씨 성격이 얼마나 좋으신데, 할아버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기에 화가 나신 거예요?”주강운이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저와 현진 씨가 교제하는 줄 아시고 마음대로 혼사를 정한 것 같더라고요. 한평생을 마음대로 사신 분이니 모든 사람이 자기 뜻대로 할 거라고 생각하셨겠죠. 아저씨가 거절하시니까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하셔서 말을 험하게 하신 것 같아요.”“...”‘이 입을 놀리지 말았어야 했어.’주진철에 대해서 한현진도 강한서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독단적이고 제멋대로이며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현진이 강한서의 전 와이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강운과의 결혼을 주선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한서는 주강운에게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졌다고 했었다. 한현진은 자신에게 주진철의 눈에 들만한 특별한 점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송씨 가문 친딸이라는 신분이 크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주씨 가문이 이 정략결혼을 통해 얻게 될 이득은 많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아빠는 저에게 그 얘기를 하신 적이 없어요. 아마 신경 쓰고 계시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강운 씨가 그렇게 얘기한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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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7화

“모르겠어. 그냥 감이야.”차미주가 말했다. “머리가 다친 것도 아니고 그냥 물에 빠졌었잖아. 갑자기 기억상실? 게다가 하필 다른 일, 다른 사람은 다 기억하면서 유독 너만 잊었잖아. 너무 판타지 같은 얘기야.”잠시 침묵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하지만 날 모른 척하는 이유가 뭘까? 이해가 안 돼.”차미주가 미간을 찌푸린 채 머리를 쥐어짜더니 머리를 탁 치며 말했다. “나 알았어!”한현진이 차미주를 쳐다보았다. 차미주가 입을 열었다. “봐봐, 그때 강한서가 얼마나 심하게 다쳤어. 당연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잖아. 그러니까 손가락은 쉽게 강한서를 쥐락펴락했을 거야. 강한서에게 너와 헤어지고 자기와 만나지 않으며 살려주지 않겠다고 협박한 게 틀림없어. 강한서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가락에게 복종하면서 널 모르는 척하는 거고.”한현진은 말문이 막혔다. “강한서는 기억상실이 온 거지 바보가 된 게 아니잖아. 송가람은 그렇게 쉽게 강한서를 쥐락펴락할 수 없어.”차미주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러면 강한서가 기억상실인 척할 이유가 뭐가 있어?”잠시 침묵을 지키던 한현진이 갑자기 말했다. “진짜인지 연기인지 방법이 있어.”차미주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무슨 방법?”한현진은 손으로 아까 와이너리의 매니저가 준 시식용 술병으로 장난하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한서 건강 회복되면 그때 다시 얘기해.”차미주는 한현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만 그녀는 한현진을 무조건 신뢰했다. “현진아, 넌 멘탈이 너무 단단한 것 같아. 만약 개자식이 사라진 지 한 달 만에 여자까지 데려와서 날 나 몰라라 하면 난 그 X놈들에게 달려들어 찢어 죽였을 거야.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차라리 날 기억하지 못하는 게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것보단 나아. 송가람의 의도가 얼마나 불순했든, 어쨌든 살려서 돌아왔잖아.”송가람 얘기가 나오자 차미주는 불쾌함을 드러냈다. “강한서를 구하긴 했지만 정말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어. 아까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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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8화

숙희가 집에 있으니 차미주가 간다고 하더라도 숙희를 걱정하고 있을 테였다. 역시 901호로 이사 갔지만 매일 시간 내 고양이를 챙기러 902호로 갔다. 투덜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숙희 넌 귀엽게 생긴 애가 응가는 왜 이렇게 냄새가 지독한 거야?”“개자식 이 무책임한 주인은 널 집에 내버려두고 신경도 안 쓰잖아. 역시 좋은 사람은 아니야, 그렇지?”“숙희, 내가 개자식과 헤어지면 넌 누굴 따라갈 거야?”CCTV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한성우는 웃픈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그의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집안의 CCTV는 강한서가 사고 나기 며칠 전 설치한 것이었다. 출근한 차미주가 한성우에게 숙희가 보고 싶다고 하자 한성우는 바로 CCTV를 설치했다. 원래는 서프라이즈로 알려줄 생각이었지만 그럴 새도 없이 강한서에게 사고가 생겼고 한 달 내내 그 일 때문에 뛰어다니느라 차미주에게 말하지 못했었다. 그 CCTV가 이렇게 오히려 몰래 훔쳐보는 도구가 될 줄이야. 한성우는 쓸쓸하기도 하고 다행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꿈에도 그리던 사람이 자기를 위해 음식을 차리는 모습을 보니 순간 감동이 물밀듯 밀려왔다. 그는 아무도 자기 여자친구에게 눈독 들이지 못하도록 당장이라도 차미주를 데리고 혼인신고 하러 가고 싶었다. 한성우가 여전히 그만의 상상에 빠져 있을 때, 차미주가 숟가락 손잡이로 한성우의 배를 찔렀다. 찌릿한 통증에 한성우가 손을 내렸다. 차미주가 고개를 돌려 숟가락으로 한성우를 가리켰다. “변태야, 누구 몸에 손을 대는 거야?”한성우가 배를 문지르며 억울한 듯한 말투로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차미주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옆에 있던 주방 세제를 한성우에게 던지며 욕을 내뱉었다. “그 느끼함 좀 씻어버려.”한성우는 전혀 타격감 없이 세제를 원위치시키며 나긋하게 말했다. “음식 아직 몇 가지 남았어? 내가 도와줄까?”차미주가 한성우를 힐끔 쳐다보았다. “할 줄 알아?”“말 또 섭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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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9화

한현진이 실소를 터뜨렸다. ‘개자식! 날 기억하지는 못하면서 내 카톡은 기억하고 있네.’한현진은 얼른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당연하게도 전화번호 역시 차단당한 상태였다. 굳은 얼굴로 한참을 생각하던 한현진은 갑자기 강한서가 하던 방법을 떠올렸다. 그리고 잠시 후, 강한서의 휴대폰에 20억이 계좌 이체되었다는 문자가 울렸다. 계좌 이체와 함께 덧붙인 말은 없었다. 곧 그 20억은 다시 돌아왔고 부언으로 물음표 하나가 왔다. 한현진은 또 20억을 송금했다. [네가 전에 나한테 뒀었던 돈이야. 돌려줄 게.]그 돈을 송금하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강한서에게서 온 전화였다. 통화 버튼을 누른 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야?”강한서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한현진이 아마 분노에 휩싸여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말투는 평온하기만 했다.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보내는 건 무슨 의미예요?”“파혼하겠다며. 네가 나에게 보관하라고 줬던 돈이니 돌려줘야지. 혹시 모를 경제 분쟁을 막으려면 말이야.”강한서가 말했다. “민 실장이 우리 사이에 금전적 거래가 있었다는 얘기는 없었는데요.”한현진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거래는 없었지. 네가 주기만 했으니까. 네가 날 꼬실 때 사적으로 나에게 계좌 이체해 준 거야. 민 실장님은 몰라.”강한서가 잠시 침묵했다. “연애할 때 송금한 거라면 증여네요. 헤어졌다고 다시 돌려받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남들이 들으면 절 어떻게 생각하겠어요?”“그러면 난? 헤어졌는데 아직도 네가 준 돈을 가지고 있다는 걸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날 꽃뱀이라고 생각하겠네.”“...”몇 분 후, 강한서가 다시 한현진에게 전화했다. 한현진은 전화를 받는 대신 거절을 눌렀다. 그러자 또다시 몇 분이 흐르고 카톡 알람이 울렸다. 누군가 친구 추가를 한 것이다. 힐끔 휴대폰을 쳐다본 한현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는 거절을 누르며 답장했다. [모르는 사람은 추가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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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0화

하지만 강한서는 아무런 이상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영상통화를 해야 했다. 목소리만으로는 잘 판단이 되지 않았다. “직접 가지러 오시죠.”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도 여배우인데, 남자와 동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제 앞날은 어떡하라고요.”강한서가 말했다. “주강운과 이미 몇 번이나 실검에 올랐으면서 그건 신경 쓰이시나 봐요?”“그건 언론에서 멋대로 추측한 거고요. 해명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사는 곳에서 남자의 옷과 콘돔이 나왔다는 사실이 언론사에 알려지면 청순한 제 이미지가 깨지잖아요. 그러면 손해가 얼마인지 아세요? 전 제 미래를 걸고 도박하고 싶지는 않네요.”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더니 참지 못하고 말했다. “결혼도 했었으면서 청순한 여자 이미지를 이어가는 건 관중과 팬들에 대한 기만 아닌가요?”“그게 뭐 어때서요?”한현진이 편안하게 소파에 기댔다. “지금 연예인 중 이미지 관리 안 하는 사람도 있어요? 팬분들이 좋아하시고 관중이 기뻐해 주시면 그런 것쯤은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해요.”그 말은 당연히 강한서를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 한현진의 페이스북은 영화나 드라마 홍보 때에만 업로드하고 평소엔 인터넷이 되지 않는 것처럼 조용했다. “봄의 연인”이 인기를 얻고 같이 출연했던 다른 배우들은 새로운 드라마에 들어가거나 예능에 출연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한현진은 홍보를 위해 한 번 출연한 것 외에 그 어떤 활동에도 참여한 적이 없었다. 전에 한열과 촬영할 때도 진열커플의 팬들로 인해 꽤 떠들썩해 매니저도 그 기회를 이용해 한현진의 인기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결국 한현진과 송민준에게 동시에 거절당했었다. 한현진은 인기로 먹고사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았다. 송민영처럼 팬들에게 잘 보이고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영원히 회사에서 포장해 준 이미지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사람은 언젠가 그 이미지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한서를 놀리기 위해 그녀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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