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익숙한 그 목소리에 한현진은 바로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차렸지만 겁이 나 차마 돌아볼 수가 없었다. 돌아본 후 실망할까 봐 두려웠다. “강한서!”차미주가 문 앞에 나타난 사람을 보며 놀란 마음에 소리를 내질렀다. 그녀는 단 한 번도 강한서의 얼굴이 이렇게 반가웠던 적이 없었다. 한현진은 마치 모든 기력이 쭉 빠진 것 같았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굳은 몸을 돌렸다. 강한서는 휠체어에 앉아 안으로 들어왔다. 한 달 사이, 강한서는 많이 핼쑥해져 있었다. 머리도 짧게 잘라 이목구비가 더욱 날렵해 보였고 혈색은 오랜 병마에 시달린 사람처럼 창백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휠체어를 밀고 있는 사람은, 바로 송가람이었다. 순식간에 분노가 한현진의 온몸을 휩쓸었다. 그녀는 자기 추측이 틀리지 않을 거라 확신했었다. 강한서가 사고를 당한 뒤의 송가람이 풍기던 이상한 기운은 전혀 한현진의 착각이 아니었다. 정말 송가람이 강한서를 숨기고 있었다. 한현진은 붉어진 눈으로 주강운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는 억울함, 분노와 그리운 감정을 가득 담은 채, 성큼성큼 강한서를 향해 걸어갔다. 강한서의 시선이 한현진에게 머물렀다. 덤덤한 눈빛으로 한현진을 쳐다보더니 곧 시선을 돌렸고 손을 돌려 휠체어의 핸들을 움직여 한현진을 피해 갔다. 멈칫, 한현진은 충격에 빠진 채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 강한서는 안으로 들어서서야 영정 사진을 확인했다. 그는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아마 오늘 여러분께서 헛걸음하신 것 같네요.”강한서는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정인월을 쳐다보더니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강한서가 정인월을 향해 말했다. “할머니, 저 돌아왔어요.”정인월이 염주를 꽉 움켜쥐었다. 혼탁하던 눈빛이 점점 흐릿해졌고 목소리도 잔뜩 잠겨 말이 아니었다. “돌아왔으면 됐어. 왔으면 됐어.”강민서도 드디어 참지 못하고 강한서에게 뛰어가 그의 품에 파고들더니 하염없이 흐느꼈다. “오빠, 정말 깜짝 놀랐잖아. 왜 이제야 돌아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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