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Bab 1641 - Bab 1650

2287 Bab

제1641화

한현진의 발 옆에는 아직 절반 남은 물병이 놓여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주강운은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현진과 불과 2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엔 바로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이 있었다. 주강운은 감히 한현진을 놀라게 할 수 없어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앉아 그녀의 곁을 지켰다. 정오가 지나 햇빛은 여전히 강렬했지만 산꼭대기라 추위는 여전했다. 한현진은 비록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지만 그리 두꺼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의 귓불은 이미 추위에 얼어 빨개졌다. “현진 씨…”주강운이 조심스레 한현진을 불렀다. 주강운의 목소리를 못 들은 것인지 한현진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구름과 안개에 휩싸여진 산을 내다보던 주강운이 한참 만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저에게 동생이 있었어요. 이름은 윤석이였고 저보다 두 살 어렸어요. 귀여운 외모에 어렸을 때부터 순하고 똑똑하기까지 했어요. 한 살이 되기도 전에 간단한 단어는 말할 줄 알았죠. 보는 사람마다 활짝 웃어줘서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윤석을 본 사람은 대부분 윤석를 예뻐했죠.““전 태생적으로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걸음마도 말이 트인 것도 전부 또래보다 늦었거든요. 배우는 속도가 늦은 데다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라 집안 어르신들의 예쁨을 받지 못했어요. 어머니도 저 때문에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하셨고요. 윤석이가 태어나고 저에게 향했던 가족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옮겨갔고 그 덕에 전 전보다 훨씬 홀가분해졌어요. 그래서 저도 윤석이를 많이 예뻐했고요.”“윤석이가 태어난 그 시기가 제 인생엔 몇 없던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어요. 윤석이가 두 살이 되던 그해 추석에 고모가 해외에서 돌아오셨고 고모를 맞이하느라 온 집 식구가 바삐 돌아쳤죠.”“고모는 해외에서 저에게 정말 예쁜 자동차 모형을 사 오셨어요. 저와 윤석이 모두 너무 마음에 들어했죠. 저희는 방에서 함께 모형을 가지고 놀았어요.”“그날 집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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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2화

“한서가 전에 저에게 했었던 말을 현진 씨에게 해드릴게요.”“한서가 그랬어요. 내가 있으니까, 넌 나약해져도 괜찮다고.”주강운의 목소리가 바람을 따라 귀에 들어왔다. 한현진은 어렴풋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는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내 본능적 선택이 자구책이라 하더라도, 난 너와 생사를 함께 할 각오가 되어있어.”‘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한현진은 드디어 억누르고 있던 고통을 억제하지 못하고 통곡하듯 울어버렸다. 그 울음소리가 바람 따라, 산골짜기 따라, 쏟아져 내리는 샘물 따라 강한서의 귓가에 전해져 그가 이생에 조금의 미련이라도 남기게 할 수 있을까. 한현진은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와 더불어 억울함과 원망의 마음도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왜 경찰을 데리고 왔어요?”“난 왜 강운 씨를 구한 거죠?”울음 섞인 목소리로 내뱉는 질문이 주강운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힌 채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었다. 마음껏 울분을 토해낸 한현진은 목이 쉬도록 울어버렸다. 점차 잦아들던 한현진의 울음소리가 멈추자 주강운은 그제야 다시 입을 열었다. “내려가요. 내일도 쓰고 싶으면 저와 같이 와요.”“아뇨.”한현진이 짐을 정리하며 고개를 숙인 채 잔뜩 쉰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서 기다릴 거예요.”그러더니 가방을 들고 몸을 일으켜 산 아래로 향했다. 주강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한현진을 뒤따랐다. 잔도를 지나며 다리에 힘이 빠진 한현진이 휘청거리자 주강운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는 긴장한 채 한현진을 잡았다. “괜찮아요?”한현진은 그의 손을 떼어냈다. “괜찮아요.”한현진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잔도를 지나고 한현진의 눈앞은 점점 더 흐릿해졌다. 주강운이 뭔가 얘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한현진은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휘청휘청 어둠 속으로 빠져버렸다…산꼭대기에서 돌아온 한현진은 바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주강운은 한현진을 데리고 진료소로 향했다. 그러나 진료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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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3화

한현진은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 주위엔 온통 신문이 붙여진 벽이 보였다. 머리 위엔 옛날식 전구가 보였는데 하도 오래되어 유리가 거뭇거뭇해져 있었다. 주변엔 전부 낡은 골동품들뿐이었다. 한현진이 덮고 있던 이불은 새로 만든 것인 듯 폭신폭신하면서 따뜻했고 햇빛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있었다. 순간 한현진은 자신이 어느 소설의 여자 주인공처럼 8, 90년대로 타임슬립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다면 강한서 역시 이 시대로 타임슬립 되지 않았을까?’하지만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한현진의 상상을 완전히 깨뜨렸다. 그녀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열은 내렸지만 한 번 아프고 나니 한현진은 수척해졌다. 몸은 여전히 축 처진 듯 기운이 없었고 저녁 내내 고열에 시달렸던 탓에 온몸이 끈적끈적했다. 게다가 며칠 전까지 산에서 지냈었기에 불쾌한 냄새가 나기도 했다.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방안엔 아무것도 없었다. 한 바퀴 둘러보던 한현진은 옷을 여미며 밖으로 나왔다. 문을 나서자 한현진은 자기가 있었던 곳이 옛날식 기와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심지어 그녀가 잔 곳은 안방이었고 동서 양쪽으로 사랑채가 있었다. 마당에는 검은색 강아지 한 마리가 길가의 사람을 향해 짖고 있었다. 마당엔 큰 대문도 없었고 문 어구의 동쪽엔 산사나무가 심겨 있었다. 마침 겨울이라 잎은 졌고 산사만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어 예쁘기도 쓸쓸하기도 했다. 한현진은 어렴풋이 어렸을 적 이 산사나무 아래에서 산사를 따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뒤에서 누군가 멍하니 있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깼어요?”한현진이 몸이 돌리니 그곳엔 낡은 코트를 걸치고 있는 주강운이 서쪽 사랑채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주강운은 한현진이 자기가 입고 있는 낡은 코트를 빤히 쳐다보고 있자 웃으며 설명했다. “할아버님께서 제가 너무 얇게 입었다고 굳이 옷을 꺼내주셨는데 따뜻하네요.”한현진은 주강운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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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4화

한현진은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럼 넌 돌아가. 어차피 널 부른 적도 없잖아.”말문이 턱 막힌 강한서는 결국 코웃음쳤다. “넌 내가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난 그저 사람들 입에서 쓸데없는 소리가 나올까 봐 그런 거야.”‘입만 살아서는. 이러니 할아버지가 괜히 괴롭히시지.’주강운이 끝내 손을 대지 못하자 어르신은 어쩔 수 없이 이웃집 젊은이에게 도움을 구했다. 가위질 한 번에 하나씩, 이웃은 깔끔하게 십여 마리 새끼 돼지의 꼬리 자르기를 끝냈다. 주강운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나지막이 물었다. “저러면... 안 아파요?”어르신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아니면 얘들에게 물어보지 그래?”“...”어르신은 말하며 제일 토실토실한 새끼 돼지 한 마리를 잡아 흥미진진한 태도로 한현진에게 말했다. “현진아, 이놈 어떠냐? 아니면 네가 직접 골라봐. 네 마음에 드는 놈으로 할아버지가 잡아주마.”뒷덜미가 잡힌 새끼 돼지는 뒷발을 차며 마구 울어댔다. 한현진은 손을 뻗어 어르신 손에서 돼지를 구해주며 나지막이 말했다. “고기는 먹고 싶지 않아요.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서 구워주셨던 고구마가 먹고 싶어요.”어르신은 입이 귀에 걸릴 듯 웃었다. “그건 쉽지. 할아버지가 얼른 불을 피워 구워주마.”그러더니 주강운을 보며 말했다. “자네는 현진이를 씻는 데로 데려다주게. 돌아오는 길에 장작 좀 패고.”알겠다고 대답한 주강운이 일어서며 한현진에게 말했다. “가요. 제가 데려다줄게요.”정부에서 어르신들이 지내실 집을 지어주었지만 어르신과 마을의 다른 분들도 이미 자신의 기와집에서 사는 것에 적응되어 아파트를 오히려 불편하게 여겼다. 그러니 아직도 이사를 가지 않고 이곳에 지내시는 것이었다. 정부에서 마련해 준 집에 샤워실은 물론 물, 난방, 전기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한현진이 씻고 나오자 주강운은 통화 중이었다. 한현진이 나오자 주강운은 스피커를 감싸며 말했다. “민준이 전화예요. 받을래요? 받고 싶지 않으면 제가 얘기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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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5화

한현진이 멈칫하더니 곧 고개를 숙였다. 침묵을 지키던 한현진이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강운 씨, 한서는 강운 씨를 제일 친한 친구로 생각했어요. 저도 그렇고요.”“알아요.”주강운이 미소 지었다. 부드러운 미소였지만 그의 얼굴은 조금 창백해져 있었다. “한 번도 감히 한서를 대신하겠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요. 전 단지 현진 씨가 행복했으면 좋겠는 것 뿐이에요.”“그럴게요.”한현진이 속삭이듯 말했다. “강한서는 제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걸 제가 아니까요.”주강운은 가볍게 전화를 움켜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호촌의 생활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몇 년 전, 정부에서는 유호촌에 몇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적지 않은 땅을 점용했다. 그 덕에 많은 주민들이 재개발 보상금을 지원받았고 조금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유호촌에는 그렇다 할 산업도 없고 교육도 따라가지 못해 젊은이를 유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르신 집에 예쁘고 기품 있는 젊은이 두 명이 왔다는 소식은 곧 마을 사돈의 팔촌까지 알게 되었다. 작은 마을의 좋은 점은 바로 집마다 모두 가깝게 지낸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하루 사이 십수 명의 “친척”들이 물건을 주러 왔다거나 지나가다 들렀다는 핑계로 구경하러 왔다. 어르신은 마을에서 꽤 유명한 분이었다. 젊었을 적에 요리사였던 그는 마을에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불려 갔다. 이웃집 할머니는 어르신의 요리가 너무 맛있어 그릇까지 핥아먹을 정도라 설거지할 필요도 없다고 묘사했다. 나중엔 나이가 들어 직접 요리할 수는 없었지만 어르신은 자신이 직접 의학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어느 집 돼지가 살이 찌지 않거나 강아지가 배탈 나거나 혹은 소의 배에 가스가 차면 치료하기도 했다. 다만 어르신은 자신은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운 지식이라는 걸 알기에 한 번도 돈을 받지 않았고 그저 병을 보이러 오면 조금 도움을 주거나 얼른 시내로 보내곤 했다. 유상수의 일에 대해서 마을 사람들은 마치 모르는 일인 듯 아무도 그 일을 입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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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6화

어르신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얘기했다. “그럼 장미 담배 좀 사다 주게.”주강운은 그런 담배 브랜드는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대답했다. “알겠어요.”외투를 집어 든 주강운이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현진 씨는 뭐 필요한 거 없어요?”한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요. 고마워요.”한현진은 정중한 말투로 거리를 두듯 말했다. 주강운은 조금 서운한 눈빛을 띠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다녀올게요.”“네.”한현진이 대답했다. 주강운이 가자 어르신은 그제야 한현진을 불렀다. “현진아. 그만하고 여기 할아버지 옆에 와서 앉으렴.”한현진이 손을 닦으며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어르신에게 다가갔다. 어르신이 옆의 문지방을 툭툭 털었다. “자, 앉아.”한현진은 어르신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한서 그 자식에게 무슨 일 있는 거냐? 너희 싸웠어?”한현진은 어르신이 유상수의 일에 대해 물을 줄 알았다. 강한서에 대해 물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산에서 내려오고부터 한현진은 줄곧 마음을 잘 숨기고 있었다. 그러나 어르신의 관심어린 질문에 그녀는 갑자기 완전히 무너지며 주룩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정도 연세가 되니 어르신은 이제 눈치가 백단이었다. 주강운이 열이 펄펄 끓는 한현진을 데리고 왔을 때 어르신은 이미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이런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르신이 손을 뻗어 다정하게 한현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 거라. 울어야 속이 시원해지지.”그러나 한현진은 너무 오래 울지는 않았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저 내일이면 돌아갈 거예요. 한서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제가 한서 대신 한서가 피땀 흘려 이룬 회사와 가족을 지켜야 해요. 여기 너무 오래 있을 수 없어요.”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현진의 손등을 토닥였다. “내일 할아버지가 데려다주마.”한현진이 고개를 숙이고 한참 후에야 나지막이 대답했다. “할아버지, 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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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7화

어르신은 글도 몰랐고 편지도 쓸 수 없어서 입대 후 증조할머니와는 3년 동안 연락이 끊겼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다른 사람에게 시집갔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집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한 번도 떨어진 적 없는 사람처럼 곧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르신은 중매인을 통해 증조할머니에게 청혼했고 곧 결혼 날짜를 잡게 되었다. 두 분은 곧 생길 새로운 가족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기대로 부푼 나날 속 불행이 들이닥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말이다. 마을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행 후 살해했다. 6개월 사이 네 건의 인명 사건이 일어나 순식간에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여자, 특히 젊은 여자가 있는 집에선 감히 여자 혼자 집밖에 내보내지도 못했다. 당시 방직공장에 근무하셨던 증조할머니는 어르신이 매일 출퇴근을 함께 해줬다. 결혼식이 다가오자 증조할머니 집안에서 갑자기 말을 바꿔 예물을 더 많이 달라고 했다. 알고 보니 증조할머니의 동생이 어느 집 규수를 마음에 품었는데 여자 쪽에서 예물을 많이 요구했고 도무지 그것을 마련할 방법이 없자 증조할머니 댁에서는 말을 바꿨던 것이다. 그 일로 증조할머니는 창피해 어쩔 줄 몰라 했다. 결국 온순하기만 했던 증조할머니는 가족들과 대판 싸우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대의 결혼은 여자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르신이 요구에 맞춰 예물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증조할머니 댁에서는 곧바로 새로운 혼처를 알아보고 더 많은 예물을 주겠다는 집에 시집보낼 수도 있었다. 물론 어르신도 화가 났지만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었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그 집안 사람들이 증조할머니를 불구덩이로 밀어버리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새집을 장만하면서 남은 돈이 많지 않았고 여기저기 돈을 빌렸지만 그래도 조금 부족했다. 당시 어르신이 계시던 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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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8화

그러나 그 사건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증조할머니는 사건의 범인을 지목해 존경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그날 수모를 당한 모습을 들켰다는 사실이 주변 사람에게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증조할머니가 죽지 않은 이유가 운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범인에게 “협조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전에 죽은 여인들처럼 정조를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공장 동료들마저도 증조할머니가 멋 부리기를 좋아했던 탓에 범인의 범죄 대상이 된 것이라며 전부 증조할머니가 흘리고 다닌 탓이라고 얘기했다. 여성의 정조가 그 무엇보다 중요했던 시대에 피해자는 그렇게 질책의 대상이 되었다. 증조할머니의 가족들도 그녀를 창피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물을 더 많이 요구하려고 하더니 사건이 터진 후 어르신이 증조할머니를 싫어하기라도 할까 봐 자진해 그렇게 많은 예물은 필요 없다고 얘기했다. 올곧은 성격의 증조할머니는 그런 억울함을 견딜 수가 없어 홧김에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다른 사람이 발견하고 제때 증조할머니를 구조했다. 증조할머니는 어르신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으셨기에 먼저 파혼을 요구했다. 그런 모습에 어르신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 계기로 마을 사람들이 어떤 인간들인지 똑똑히 알게 된 어르신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증조할머니를 데리고 고향을 영원히 떠나 그곳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유호촌에 정착했다. 두 분이 결혼한 후 어르신도 취직하게 되었다.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2개월 후, 증조할머니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날짜를 확인해 보니 어르신의 아이가 아니었다. 증조할머니는 아이를 지우려고 했지만 먹고 사는 것부터가 문제였던 그 시절에 병원에 갈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어르신은 아이를 낳자고 했지만 증조할머니는 그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어르신 몰래 온갖 방법으로 자기 몸을 괴롭히고 심지어 깨진 도자기 물을 마시는 민간요법을 시도해 보려고도 했다. 다행히 어르신이 발견해 비극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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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9화

한현진은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의 기분을 배려할 줄 알았기에 어르신은 그녀를 특별히 아꼈다. 그 사랑은 처음부터 혈연관계와는 관계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어르신은 한현진이 유상수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어르신은 강한서의 세심한 모습에 그가 다르게 보였다. 강한서는 단 한 번도 한현진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어떻게 어르신을 마주해야 할까 걱정에 휩싸여 있을 때, 강한서는 이미 묵묵히 그녀를 위해 길을 닦아주고 있었다. 어르신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보더니 한참 후에야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곧 설이구나. 봄이 오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질 거야.”벽에 기대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강운도 따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두운 밤하늘엔 별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주강운과 한현진은 아침 일찍 일어나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정리할 물건도 별로 없었다. 애초부터 가져온 물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리할 거라곤 어르신이 준비해 주신 특산품이 전부였다. 아마 한현진과 강한서에게 오라고 했을 때부터 준비해 두었을 것이다. 호두, 곶감, 배와 직접 만든 육포 그리고 말린 자연산 버섯을 비롯해 5kg의 토종란까지. 어르신은 심지어 새끼 돼지 두 마리를 묶더니 두 사람에게 가지고 가라고 하셨다. 한현진은 산처럼 쌓인 어르신의 감동적인 사랑에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새끼 돼지는 당연히 가져갈 수 없었다. 다른 물건 중에서도 한현진은 몇 가지만 골랐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건 어르신의 정성을 무시하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돌아가는 길 한현진은 말이 별로 없었다. 주강운은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건넸다. “좀 자요. 도착하면 깨울게요.”한현진은 그 외투를 받지 않았다. “안 졸려요.”주강운이 나지막이 말했다. “어젯밤에도 늦게 자고 아침엔 또 그렇게 빨리 일어났으면서 어떻게 안 졸려요? 돌아가면 아직 할 일이 많아요. 미리 자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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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0화

몇 시간 후, 한현진과 주강운은 드디어 한주에 도착했다. 버스 터미널에서 나오자 바로 송민준이 보였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엔 냉기가 서려 있었고, 한현진을 보고 나서야 차가운 기운이 녹아내렸다. 송민준은 성큼성큼 걸어와 한현진을 잡아당기더니 그녀를 한참 동안 빤히 쳐다보다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돌아왔으니까 됐어.”한현진이 손을 뻗어 송민준을 안고 눈시울을 붉히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오빠, 미안해요.”송민준은 아무 말 없이 그저 한현진의 뒤통수를 살며시 어루만지더니 한참 만에야 말했다. “오빠가 집에 데려다줄게.”송민준은 고개를 돌려 주강운을 바로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강운아, 고마워. 이 빚은 내가 꼭 갚을게.”주강운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진 씨가 잠자리를 가려서 요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어. 얼른 데려가서 쉬게 해.”그러더니 어르신이 주신 특산품을 송민준에게 건넸다. “현진 씨 잘 보살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말을 마친 주강운이 그만 가려고 하자 송민준이 그를 불러세웠다. “잠깐만. 나 운전했어. 내가 데려다줄게.”주강운이 멈칫하더니 한현진을 쳐다보았고 주강운과 눈이 마주치자 한현진이 말했다. “강운 씨, 같이 가요.”주강운이 고개를 숙여 웃음을 흘렸다. “괜찮아요. 의뢰인을 만나야 해서 회사에서 데리러 올 거예요. 먼저 가요.”한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곧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송민준이 동생과 주강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내가 밥 살게.”인사를 나눈 후 송민준은 한현진을 데리고 차에 올라탔다. 백미러에 비친 주강운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더니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송민준은 한현진을 바라보며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하나 머뭇거리고 있는데 한현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직도 아무 소식 없어요?”송민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 주변은 이미 다 찾아봤어. 인양팀에서 그러는데 아무리 늦어도 2주일이면 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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