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진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그녀는 멍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송민준은 침대 끝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한현진의 발에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 차미주는 멀지 않는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한현진은 고개를 돌려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등불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꿈속의 어두컴컴한 모습이 아니었다. 몸 여기저기가 아파져 왔고 뼈 사이사이로 한기가 느껴졌다. 창가로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송민준을 보며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 “오빠.”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한현진마저도 깜짝 놀랐다. 잔뜩 쉰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마치 썩은 풀물질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그러나 마침 그 목소리에 송민준은 움찔 행동을 멈추더니 휙 고개를 들었다. “현진아, 깼어? 어때?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 아파? 목은 안 말라? 배는 안 고파?”송민준은 잔뜩 흥분해 횡설수설하기까지 했다. 잠깐 졸고 있던 차미주도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그녀는 하마터면 기쁨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현진아. 드디어 깨어났어. 정말 깜짝 놀랐잖아.”한현진은 목이 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차미주는 얼른 컵을 건넸고 한현진은 두 모금 마시더니 컵을 옆으로 밀었다. 송민준이 다정하게 말했다. “먼저 좀 쉬고 있어. 내가 의사 불러올게.”그러나 한현진이 송민준을 불러세웠다. “오빠, 강한서는요? 강한서는 어떻게 됐어요?”송민준이 고개를 숙이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너보다 많이 다쳐서, 군도 쪽으로 보내졌어.”한현진의 입술은 새하얗게 질려있어 너무도 허약해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강단 있게 빛났다. 한현진은 송민준을 몇 초간 빤히 쳐다보더니 곧 차미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차미주는 송민준처럼 연기력이 좋지 않았다. 마음에 찔린 그녀가 한현진의 시선을 피하며 헛기침했다. “민준 오빠, 현진이랑 잠깐 계세요. 제가 가서 의사 부를게요.”말을 마친 차미주가 도망쳤다. 한현진의 시선이 다시 송민준에게 향했다. “오빠, 내 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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