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611 - 챕터 1620

2287 챕터

제1611화

한현진은 비록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강한서 몸에 얼룩덜룩한 핏자국을 보며 주르륵 흘린 눈물이 강한서의 볼을 적셨다. 그녀의 공포와 긴장은 가파르게 뛰어대는 한현진의 심장 소리와 함께 강한서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강한서는 한현진을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묶여있는 손발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고개를 조금만 들어도 뒤통수의 상처가 당겨져 극심한 통증이 전해졌다. 그는 고통을 참아내며 회답하듯 한현진 얼굴의 눈물을 비볐다. 강한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울지 마. 괜찮아. 나 안 아파.”강한서의 위로에 한현진의 울음소리가 오히려 더 커졌다. 이렇게 많은 피를 흘렸는데, 안 아플 리가 없었다. 강한서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잔뜩 쇠약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울지 마. 나중에 저 자식들 돌아오면 눈치챌 거야.”그 말은 그 어떤 위로보다 효과 만점이었다. 한현진은 얼른 눈물을 거두었다. 그러나 여전히 북받치는 감정을 누르며 억지로 눈물을 참으려니 어깨가 작게 움찔거렸다. “어떻게 신고했어?”강한서가 한현진의 주의를 분산시키려 했다. 자신보다 한현진이 더 긴장하고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한현진이 간단하게 휴대폰을 숨긴 과정을 설명했다. 그걸 들은 강한서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움직임에 상처가 건드려져 강한서는 자신도 모르게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움직이지 마.”한현진이 코를 훌쩍였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웃음이 나와?”강한서가 한현진을 놀리며 말했다. “나는 내가 복 많은 놈인 것 같아서 웃은 거야. 이렇게 용감한 여자친구를 만나다니, 선견지명이 있었어.”평소의 한현진이라면 강한서의 말에 어깨가 하늘까지 치솟았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그녀는 전혀 웃을 수 없었다. 강한서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나지막이 말했다. “휴대폰 가져와. 경찰에게 전할 말이 있어.”그러자 한현진은 또 힘겹게 휴대폰을 꺼내 강한서에게 건넸다. “여보세요? 지금 저희가 있는 곳 위치 파악되셨나요?”강한서는 말하며 창밖의 환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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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화

강한서는 한현진에게 휴대폰의 블루투스를 끄고 절전모드를 켠 뒤 뒷좌석 틈 사이에 끼우라고 말했다. 강한서의 말대로 휴대폰을 숨긴 한현진의 콧등엔 긴장감으로 인해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한현진이 휴대폰을 숨길 때 강한서는 그녀의 오른손 검지 손톱이 부러져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온 피가 굳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울컥 울음이 올라오자 강한서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한서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다친 곳이 아파?”한현진은 말하며 또 자책했다. “내가 차라리 회사에서 기다릴 걸 그랬어. 네가 회사 앞에서 내리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정신을 차린 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저 인간들은 날 납치하려고 온 거야. 내가 그곳에서 안 내렸어도 어차피 주차장에서 내렸어야 했어. 그럼 결국 저 인간들에게 손을 쓸 기회를 줬을 거야. 이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저 사람은 왜 너를 납치하려 한 거야? 저 사람은 너랑 아무런 원한도 없잖아. 나에게 복수하려는 거면 날 납치해야 하는 거 아냐?”강한서가 멈칫했다. “그 사람? 납치범 말하는 거야?”“네가 마스크 벗겼던 남자 있잖아.”한현진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너 전에 강운 씨가 가정 폭력남에게 맞았던 거 기억해? 나와 미주가 가서 강운 씨 구해줬던 날 말이야. 그 남자가 바로 그 가정 폭력남이야.”그는 흉악한 얼굴에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체포될 당시에도 그는 한현진에게 가까이 다가가 독설을 퍼부었기에 한현진의 기억 속에 깊이 박혀있었다. “그 사람이라고?”강한서가 인상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한현진은 강한서의 옷을 훑어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혹시, 당신을 강운 씨로 착각한 거 아냐?”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네가 그 사람이 강운이와 바닥에서 뒹굴면서 오랫동안 몸싸움을 벌였다고 했잖아. 만약 원한이 그렇게 뼈에 사무칠 정도로 깊어 복수하려는 거라면, 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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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3화

한성 그룹.9시 10분.강한서를 제외한 모든 주주가 전부 현장에 도착했다. 오직 민경하의 앞자리만이 비어있었다. 강단해의 시선이 강한서의 자리를 훑고 지났다. 그는 소매를 걷어 시간을 확인했다. 옆에 있던 이사가 바로 강단해의 의미를 알아듣고 헛기침하더니 말했다. “민 실장, 충분히 오래 기다린 것 같은데. 자네 상사는 언제 오나? 모든 주주가 강 대표만 기다리고 있어. 아무리 확신이 섰다고 해도 이건 너무 안하무인 아닌가?”민경하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대표님께서 납치가 되셔서, 제가 이사회에 주주총회 연기를 신청했습니다.”그 말에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작은 웃음소리가 연이어 들려왔고 현장은 곧 웃음바다가 되었다. “민 실장님, 오늘은 만우절이 아니에요.”“납치요? 지금 범죄 영화 찍어요? 역시 젊은이들은 재밌게들 노네요.”“설마, 떨어질까 봐 자신이 없어서 못 오고 있는 건 아니죠?”...“조용하세요.”강단해가 책상을 두드리자 웅성거리던 소리가 천천히 멈추었다. 그는 민경하를 힐끔 쳐다보았다. “이 주주총회가 어떤 의미인지, 굳이 내가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불가항력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오늘 주주총회를 미룰 자격 없어. 입장 제한까지 아직... 3분 남았군. 3분 안에 오면 오는 거고, 만약 못 온다면 규칙대로 기권하는 것으로 간주할 거야.”“누가 기권이라는 거냐?”연로한 여자의 목소리가 문 쪽에서 들려왔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강단해가 고개를 돌리자 진씨의 부축을 받으며 정인월이 회의실 입구에 나타났다. 강단해가 얼른 몸을 일으켰다. “어머니, 편찮으셔서 안 온다고 하셨잖아요.”정인월이 태연하게 말했다.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와 봤어.”주위를 훑어보던 정인월이 말했다. “한서는?”민경하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회장님, 대표님께 사고가 있었어요. 아마 납치를 당하신 것 같아요. 지금 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요.”강단해 쪽 사람들이 얼른 입을 열었다.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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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4화

강단해는 씁쓸한 듯 말했다."어머니는 이미 저일 거라고 확신하셨던 거죠?"정인월은 오래도록 입을 다물고 있다가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네가 아니면 됐어."강단해는 멀어져가는 정인월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며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보안실에서 영상을 보고 난 모두가 그렇듯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정인월은 더 그러할 것이다. 민경하는 CCTV를 돌려보는 정인월을 보고는 손까지 떨려왔다. 온 힘을 다해 감정을 억눌러서야 정인월 앞에서 추태를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차 번호와 용의자의 얼굴 사진을 확보한 경찰은 바로 사건 수사에 돌입했다.보안실을 나온 강민서는 곧장 민경하에게로 달려갔다."실장님, 우리 오빠 어떻게 됐어요? 진짜 납치 된 거예요?""경찰이 지금 조사중이에요.""회장님한테 연락 대신해 줘서 고마워요.""우리 오빠거든요!"말을 하는 강민서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내가 아무리 오빠를 싫어한대도 정말 무슨 일이 생기길 바란 건 아니었다고요."CCTV 속의 몸이 피떡이 되도록 맞고 있던 강한서를 떠올린 민경하도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괜찮을 거예요. 회장님 좀 잘 챙겨주세요. 몸도 안 좋으신데 대표님 오시기 전에 또 무슨 일 생기면 안 되잖아요."강민서는 울음을 삼키며 대답했다."알겠어요."강민서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바로 말을 이었다."송씨 가문에도 연락해 줘요. 새언니한테 인맥 총동원해서 오빠 찾아달라고 해줘요."민경하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꺼냈다."사모님께서도 대표님 구하시려다 같이 납치되셨어요. 송씨 가문에는 이미 연락해놨습니다."강민서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새언니가 오빠를 구하려다가 같이 끌려갔다는 소리예요?""네."그 말을 들은 강민서의 마음도 더욱 복잡해졌다.민경하는 때마침 걸려 오는 전화를 받고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봉고차 안.둘이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차 문이 다시 열렸다.세 사람이 마침 물건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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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5화

가게 사장은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칼을 막았지만 손바닥을 뚫고 지나간 칼의 그 위력만 많이 줄였을 뿐 배에 꽂히는 것까진 막지 못했다.사장의 배로부터 피가 솟구쳐 오르고 사장은 배를 쥐여잡으며 바닥에 쓰러졌다.깜짝 놀란 운전기사가 두 눈이 시뻘게져 또 칼을 휘두르려 하는 가정 폭력을 향해 소리쳤다."갈 거야 말 거야? 안 탈거면 나 먼저 간다!"그제서야 가정 폭력남은 칼을 거두고 차에 탔다.한현진은 온몸의 피가 다 굳어 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냥 단순 납치범이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칼까지 몸에 지니고 있는 게 사람의 목숨 따위는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았다. "X발, 미친 거야? 경찰 오면 어떡하려고 그래!"운전기사는 가정 폭력남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경찰 이미 왔어."가정 폭력남은 칼에 묻은 피를 닦아 낸 종이를 창밖으로 던지며 덤덤하게 말했다."아까 계산할 때 저 새끼 전화받고 나서부터 이상했어. 뭐 계산을 잘못해? 쟤 그냥 경찰 연락받고 시간 끌어주고 있던 거라고."잠시 멈칫하던 운전기사는 순간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진작에 말했으면 약을 썼지. 길바닥에서 칼부림 내면서 경비원까지 불러놓고 지금 그딴소리가 나와?"가정 폭력남은 계속 무표정을 유지한 채로 말을 이었다."반대 방향으로 가. 여긴 경찰들이 곧 올 거야. 전에 봐뒀던 곳도 이젠 위험해.""젠장!"운전기사는 상스러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거칠게 운전대를 돌렸다.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한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경찰들이 자신의 뜻 대로 움직여 주지 않고 가게 주인에게 연락을 한 탓에 원래 계획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금 납치범들이 또 위치를 바꿔서 경찰은 역시나 허탕을 칠 것이 뻔했다. 다른 방법을 찾아 최대한 빨리 이 소식을 전해야 했다.납치범들의 차가 떠난 지 십여 분이 지나고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배가 찔린 채로 바닥을 뒹굴고 있는 가게 사장을 보고서야 경찰은 이게 그들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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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6화

가장 나이가 어려 보이는 경찰 하나가 이해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직원을 사장님이랑 착각한 것 같은데 뭐 문제가 되나요?"다들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진 못하니 착각하는 것도 지극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저한테 가격 물어볼 때 제가 라이터 빌려주면서 얘기도 좀 했었어요. 우리 직원은 스무 살 좀 넘은 어린앤데 아무리 기억력이 안 좋아도 저 같은 아저씨랑 그렇게 어린 애를 착각하는 게 말이 돼요? 우리가 같은 유니폼을 입은 것만 빼면 어디 닮은 데도 없는데. 직원이 아까 얘기하던 사람은 나라고 했는데도 처음엔 믿지 못했어요. 저를 오랫동안 쳐다보고 나서야 그런가 보다 하며 나갔죠.""이 정도면 눈이 문제가 아니라 머리가 이상한 거 아니에요?""이게 제일 이상했어요. 낯선 사람은 잘 가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근데 저도 잠깐 본 거라서 확신은 못 드려요."경찰은 사장이 말한 대로 받아 적고는 사장을 구급차에 태워 보냈다.때는 이미 납치범들이 방향을 틀어버린 뒤라 경찰들이 폐공장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팀원 하나가 한성 그룹 후계자가 납치된 흰색 봉고차와 지금 수색 중인 차량 번호가 일치하니 사람을 더 풀어 수색 범위를 넓히라는 연락을 전해왔다.때마침 주강운은 어머니가 소개해 준 맞선 상대와 헤어지고 차에 타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켰다. 그제서야 한성우가 걸었던 몇십 통의 부재중 전화를 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현진에게서도 위치 공유 문자가 와있었다.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주강운은 한성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의 1초 만에 전화를 받은 한성우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너 왜 전화를 이제야 받아! 한서랑 형수님 지금 납치됐어. 경찰이 방금 연락 왔는데 한주시 외곽에서 납치범들 흔적을 발견했대. 경찰로는 부족하니까 네가 사람들 좀 풀어. 나눠서 찾자.""납치? 제대로 안 거 맞아? 현진 씨가 좀 전에 위치 공유 보냈는데."그 말을 들은 한성우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경찰도 형수님 연락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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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7화

한현진은 하도 울어 빨갛다 못해 짓무른 눈을 하고서 당장 강한서에게 달려 나가고 싶었지만 어깨를 누르는 납치범의 손에 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온통 핏자국으로 물든 몸을 하고 바닥에 축 늘어진 강한서를 보며 한현진은 할 수 있는 게 눈물을 흘리는 것밖에 없었다.한현진을 잡고 있던 남자도 이 광경을 눈 뜨고 보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한현진을 누르는 손에 힘을 조금 풀었다. 그 작은 틈을 눈치챈 한현진은 바로 강한서를 향해 달려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죽도가 한현진의 목에 닿으며 뽀족하게 튀여나온 가시가 피부를 찔렀지만 한현진은 비명을 속으로 삼켜내며 강한서를 꼭 끌어안았다."X발, 겁대가리 없이 핸드폰을 숨겨?"가정 폭력남의 눈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 빨개져 있었다. 그는 부러져가는 죽도를 던지고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삽을 집어 들었다.삽으로 한현진을 내리치려 할 때, 가정 폭력남이 누군가에 의해 나가떨어졌다.차에서 물건을 가지고 돌아오던 운전기사는 제가 없었던 잠깐 사이에 벌어진 참혹한 광경에 표정이 썩을대로 썩어 있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가정 폭력남의 멱살을 잡아 끌어으올리며 말했다."야, 내가 사람은 죽이지 말라고 경고했지. 내 말은 어디로 들은 거야?"말을 하면서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가정 폭력남의 복부를 여러 번 발로 차고는 말을 이었다."다시 한 번 정신줄 놓고 사람 때리는 거 눈에 띄면 너부터 죽일 거야 내가."운전기사에게 제대로 맞은 건지 수차례 걷어차인 복부를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은 남자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있었다.가정 폭력남을 한쪽으로 치워버린 운전기사가 한현진과 강한서에게로 다가갔다. 운전기사가 손을 들어올리는 것에도 놀란 한현진 몸을 피하자 기사는 잠시 멈칫하더니 한현진의 입을 막고 있었던 테이프를 뜯어주고는 빵 한 조각을 던져 주었다.한현진은 그 빵을 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충고하는데 뭐라도 먹는 게 좋을 거야. 나한테 자존심 부려서 좋을 거 없잖아. 지금 안 먹으면 언제 또 줄지 알고.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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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8화

소독약 같은 건 있을 리 없었기에 한현진은 그저 물로 핏자국만 닦아내고 자신의 스카프로 상처가 닿지 않게 묶어줄 수밖에 없었다.간단히 치료를 마친 한현진은 운전기사를 향해 말했다."이 사람한테도 뭐 좀 먹이게 해줘."운전기사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쳐다보고만 있자 한현진은 다급히 말을 이었다."다 먹으면 그때 나 다시 묶어."운전기사는 빵 한 봉지를 던져주고는 옆에 있던 다른 남자에게 말했다."저 새끼 정신 줄 안 놓게 잘 보고 있어. 나 담배 한 대만 피고 올게."강한서는 상처투성이인 몸 때문에 입맛이 없어 억지로 몇 입 먹다가 그마저도 못 하겠는지 고개를 저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난 뒤에 두 사람은 곧 다시 묶였다. 가정 폭력남은 그 둘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지만 운전기사 때문인지 더는 손을 대지 않았다.--------------한현진과 강한서가 납치되고 나서 두 집안도 모두 발칵 뒤집혔다. 다들 아는 인맥이란 인맥은 총동원해서 그들을 찾고 있었다.경찰은 CCTV에서 찾은 납치범의 흐릿한 얼굴과 가게 사장의 진술을 토대로 몽타주를 그려내 곳곳에 수배령을 내렸다.주강운은 그 몽타주를 보더니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고는 차를 돌렸다.어느새 밤이 되였고 세 명의 납치범들이 번갈아 가며 인질을 지켰다.한현진은 강한서의 상처가 걱정되어 시간이 조금 지나면 한 번씩 그를 깨우곤 했다.다행히도 이미 겨울로 접어든 때라 상처에 그리 쉽게 염증이 생기진 않을 것 같았다. 다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데다가 몸을 뒤덮은 상처 탓에 강한서의 얼굴엔 핏기라곤 없었다.한현진은 핸드폰을 그렇게 깊숙이 숨겼는데 납치범들이 도대체 어떻게 찾은 건지 아직도 의아했다.강한서가 혹시라도 핸드폰의 블루투스 때문에 들킬까 봐 걱정해 그것까지 껐는데 대체 어떻게 찾아낸 거지?"현진아."강한서가 낮은 목소리로 현진을 불렀다."응, 왜?"강한서는 한현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그 말을 들은 한현진은 눈을 크게 뜨고 물어왔다."근데 당신 상처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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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9화

칠흙같이 어두운 밤, 매서운 밤바람이 귓전을 때려왔지만 한현진은 강한서의 손을 꼭 붙잡고는 앞만 보며 미친 듯이 달렸다.지금의 가정 폭력남은 그냥 미친놈 그 자체였다. 나중에 그가 한현진의 이간질을 눈치채는 날엔 한현진과 강한서 모두 죽은 목숨일 것이다.둘은 사람의 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곳까지 달렸다. 주위엔 불빛 한 점 없이 깜깜했다. 한현진은 그런 걸 돌아볼 여유 따윈 없다는 듯이 한 곳만을 향해 달려갔다. 그 곳이 저 지옥 같은 폐공장과 더 멀어질 수 있게, 쉬지 않고 달렸다.얼마나 달렸을까. 다리에 힘이 풀린 강한서가 자리에 주저앉았다."강한서!"그에 깜짝 놀란 한현진이 소리를 질렀다."쉿, 그놈들이 들어."강한서는 빠르게 한현진의 입을 막았다. 말을 하는 강한서의 목소리엔 힘이 이미 다 빠져 있었다.한현진은 하려던 말을 멈추고 강한서를 부축해 일으키려 하는데 순간 손바닥에 따뜻한 액체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주위가 워낙 어두워 그게 무엇인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걸로 보아 피가 맞는 것 같았다."어디 다친 거야?"한현진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물었다."괜찮아. 많이 다친 거 아니야.""피가 이렇게 많이 흐르는데 어떻게 많이 다친 게 아니야."한현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봐봐. 어디 다쳤는지 보게."강한서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셔츠를 들추는 한현진의 손을 잡아 왔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저쪽이 북쪽이야. 올 때 물소리를 들었었어. 이 길만 따라가다 보면 다리가 나올 거야. 거긴 시내랑 아주 멀진 않을 거야.""그럼 같이 가자."한현진은 강한서를 잡아 끌었지만 강한서는 그런 한현진의 손목을 잡았다."현진아, 너 혼자 가야 해.""그게 무슨 소리야?"강한서는 한현진을 달래듯 다정하게 말했다."나 더는 못 뛰어. 애초에 그놈들 타깃은 나였어. 네가 도망가면 행적이 발견됐다고만 생각하고 그놈들도 너 안 잡고 도망갈 거야. 경찰들 보면 그때 네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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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0화

한현진은 눈물을 닦아내고 마음을 굳게 먹고는 강한서가 가리킨 방향으로 달려갔다. 강한서는 점점 가까워지는 불빛을 보며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강한서는 납치범들을 따돌리기 위해 힘을 주어 손을 쥐어짜 바닥에 피를 떨어뜨렸다.한현진은 눈물을 흘리며 달렸다. 차마 강한서의 몸에 나 있는 상처들을 떠올리지 조차 못했다. 그러면 정말 참지 못하고 다시 강한서에게로 돌아갈 것만 같아서. 한현진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생각들을 죽을힘을 다해 떨쳐내며 앞으로만 내달렸다. 좀만 더 빨리 그 곳에 닿을 수 있게...그렇게 한참을 달려서야 강한서가 말했던 그 다리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다리 아래에는 강한서가 말했던 대로 강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 위는 안개로 에워싸여 있었으며 살 떨리는 한기가 감돌았다. 그것을 본 한현진은 기쁨에 찬 눈물을 흘렸다. 마침 다리를 건너려 할 때 뒤편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엄습해 오는 두려움에 한현진은 급히 몸을 숨겼다.차는 다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 뒤이어 차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차에서 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그는 다리에 올라 다리 위를 몇 번 오가며 주위를 살폈다. 그 발소리가 마치 지옥에서 온 사자의 걸음 마냥 한현진의 심장을 조여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발걸음 소리는 다시 멀어져 갔고 그 사람은 다시 차로 돌아가 문을 열었다. 가정 폭력남은 다시 붙잡힌 강한서를 향해 물었다. "그 여자 어디 갔어?"강한서는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아예 그쪽으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런 오만방자한 태도에 열받은 가정 폭력남은 강한서의 머리채를 잡아 억지로 고개를 쳐들게 하고는 말했다."내가 묻잖아. 그년 어딨냐고!"강한서의 반쪽 얼굴은 이미 핏자국으로 뒤덮여 그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냉소를 지어 보이고는 가정 폭력남의 얼굴에 피로 가득한 침을 내뱉었다.가정 폭력남은 주먹을 들어 그대로 강한서의 배를 향해 내리꽂았다. 그 주먹질을 신음 소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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