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 그룹.9시 10분.강한서를 제외한 모든 주주가 전부 현장에 도착했다. 오직 민경하의 앞자리만이 비어있었다. 강단해의 시선이 강한서의 자리를 훑고 지났다. 그는 소매를 걷어 시간을 확인했다. 옆에 있던 이사가 바로 강단해의 의미를 알아듣고 헛기침하더니 말했다. “민 실장, 충분히 오래 기다린 것 같은데. 자네 상사는 언제 오나? 모든 주주가 강 대표만 기다리고 있어. 아무리 확신이 섰다고 해도 이건 너무 안하무인 아닌가?”민경하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대표님께서 납치가 되셔서, 제가 이사회에 주주총회 연기를 신청했습니다.”그 말에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작은 웃음소리가 연이어 들려왔고 현장은 곧 웃음바다가 되었다. “민 실장님, 오늘은 만우절이 아니에요.”“납치요? 지금 범죄 영화 찍어요? 역시 젊은이들은 재밌게들 노네요.”“설마, 떨어질까 봐 자신이 없어서 못 오고 있는 건 아니죠?”...“조용하세요.”강단해가 책상을 두드리자 웅성거리던 소리가 천천히 멈추었다. 그는 민경하를 힐끔 쳐다보았다. “이 주주총회가 어떤 의미인지, 굳이 내가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불가항력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오늘 주주총회를 미룰 자격 없어. 입장 제한까지 아직... 3분 남았군. 3분 안에 오면 오는 거고, 만약 못 온다면 규칙대로 기권하는 것으로 간주할 거야.”“누가 기권이라는 거냐?”연로한 여자의 목소리가 문 쪽에서 들려왔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강단해가 고개를 돌리자 진씨의 부축을 받으며 정인월이 회의실 입구에 나타났다. 강단해가 얼른 몸을 일으켰다. “어머니, 편찮으셔서 안 온다고 하셨잖아요.”정인월이 태연하게 말했다.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와 봤어.”주위를 훑어보던 정인월이 말했다. “한서는?”민경하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회장님, 대표님께 사고가 있었어요. 아마 납치를 당하신 것 같아요. 지금 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요.”강단해 쪽 사람들이 얼른 입을 열었다. “아침에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