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18화

작가: 조십일
소독약 같은 건 있을 리 없었기에 한현진은 그저 물로 핏자국만 닦아내고 자신의 스카프로 상처가 닿지 않게 묶어줄 수밖에 없었다.

간단히 치료를 마친 한현진은 운전기사를 향해 말했다.

"이 사람한테도 뭐 좀 먹이게 해줘."

운전기사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쳐다보고만 있자 한현진은 다급히 말을 이었다.

"다 먹으면 그때 나 다시 묶어."

운전기사는 빵 한 봉지를 던져주고는 옆에 있던 다른 남자에게 말했다.

"저 새끼 정신 줄 안 놓게 잘 보고 있어. 나 담배 한 대만 피고 올게."

강한서는 상처투성이인 몸 때문에 입맛이 없어 억지로 몇 입 먹다가 그마저도 못 하겠는지 고개를 저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난 뒤에 두 사람은 곧 다시 묶였다. 가정 폭력남은 그 둘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지만 운전기사 때문인지 더는 손을 대지 않았다.

--------------

한현진과 강한서가 납치되고 나서 두 집안도 모두 발칵 뒤집혔다. 다들 아는 인맥이란 인맥은 총동원해서 그들을 찾고 있었다.

경찰은 CCTV에서 찾은 납치범의 흐릿한 얼굴과 가게 사장의 진술을 토대로 몽타주를 그려내 곳곳에 수배령을 내렸다.

주강운은 그 몽타주를 보더니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고는 차를 돌렸다.

어느새 밤이 되였고 세 명의 납치범들이 번갈아 가며 인질을 지켰다.

한현진은 강한서의 상처가 걱정되어 시간이 조금 지나면 한 번씩 그를 깨우곤 했다.

다행히도 이미 겨울로 접어든 때라 상처에 그리 쉽게 염증이 생기진 않을 것 같았다. 다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데다가 몸을 뒤덮은 상처 탓에 강한서의 얼굴엔 핏기라곤 없었다.

한현진은 핸드폰을 그렇게 깊숙이 숨겼는데 납치범들이 도대체 어떻게 찾은 건지 아직도 의아했다.

강한서가 혹시라도 핸드폰의 블루투스 때문에 들킬까 봐 걱정해 그것까지 껐는데 대체 어떻게 찾아낸 거지?

"현진아."

강한서가 낮은 목소리로 현진을 불렀다.

"응, 왜?"

강한서는 한현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한현진은 눈을 크게 뜨고 물어왔다.

"근데 당신 상처 아직..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619화

    칠흙같이 어두운 밤, 매서운 밤바람이 귓전을 때려왔지만 한현진은 강한서의 손을 꼭 붙잡고는 앞만 보며 미친 듯이 달렸다.지금의 가정 폭력남은 그냥 미친놈 그 자체였다. 나중에 그가 한현진의 이간질을 눈치채는 날엔 한현진과 강한서 모두 죽은 목숨일 것이다.둘은 사람의 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곳까지 달렸다. 주위엔 불빛 한 점 없이 깜깜했다. 한현진은 그런 걸 돌아볼 여유 따윈 없다는 듯이 한 곳만을 향해 달려갔다. 그 곳이 저 지옥 같은 폐공장과 더 멀어질 수 있게, 쉬지 않고 달렸다.얼마나 달렸을까. 다리에 힘이 풀린 강한서가 자리에 주저앉았다."강한서!"그에 깜짝 놀란 한현진이 소리를 질렀다."쉿, 그놈들이 들어."강한서는 빠르게 한현진의 입을 막았다. 말을 하는 강한서의 목소리엔 힘이 이미 다 빠져 있었다.한현진은 하려던 말을 멈추고 강한서를 부축해 일으키려 하는데 순간 손바닥에 따뜻한 액체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주위가 워낙 어두워 그게 무엇인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걸로 보아 피가 맞는 것 같았다."어디 다친 거야?"한현진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물었다."괜찮아. 많이 다친 거 아니야.""피가 이렇게 많이 흐르는데 어떻게 많이 다친 게 아니야."한현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봐봐. 어디 다쳤는지 보게."강한서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셔츠를 들추는 한현진의 손을 잡아 왔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저쪽이 북쪽이야. 올 때 물소리를 들었었어. 이 길만 따라가다 보면 다리가 나올 거야. 거긴 시내랑 아주 멀진 않을 거야.""그럼 같이 가자."한현진은 강한서를 잡아 끌었지만 강한서는 그런 한현진의 손목을 잡았다."현진아, 너 혼자 가야 해.""그게 무슨 소리야?"강한서는 한현진을 달래듯 다정하게 말했다."나 더는 못 뛰어. 애초에 그놈들 타깃은 나였어. 네가 도망가면 행적이 발견됐다고만 생각하고 그놈들도 너 안 잡고 도망갈 거야. 경찰들 보면 그때 네가 다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620화

    한현진은 눈물을 닦아내고 마음을 굳게 먹고는 강한서가 가리킨 방향으로 달려갔다. 강한서는 점점 가까워지는 불빛을 보며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강한서는 납치범들을 따돌리기 위해 힘을 주어 손을 쥐어짜 바닥에 피를 떨어뜨렸다.한현진은 눈물을 흘리며 달렸다. 차마 강한서의 몸에 나 있는 상처들을 떠올리지 조차 못했다. 그러면 정말 참지 못하고 다시 강한서에게로 돌아갈 것만 같아서. 한현진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생각들을 죽을힘을 다해 떨쳐내며 앞으로만 내달렸다. 좀만 더 빨리 그 곳에 닿을 수 있게...그렇게 한참을 달려서야 강한서가 말했던 그 다리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다리 아래에는 강한서가 말했던 대로 강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 위는 안개로 에워싸여 있었으며 살 떨리는 한기가 감돌았다. 그것을 본 한현진은 기쁨에 찬 눈물을 흘렸다. 마침 다리를 건너려 할 때 뒤편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엄습해 오는 두려움에 한현진은 급히 몸을 숨겼다.차는 다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 뒤이어 차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차에서 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그는 다리에 올라 다리 위를 몇 번 오가며 주위를 살폈다. 그 발소리가 마치 지옥에서 온 사자의 걸음 마냥 한현진의 심장을 조여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발걸음 소리는 다시 멀어져 갔고 그 사람은 다시 차로 돌아가 문을 열었다. 가정 폭력남은 다시 붙잡힌 강한서를 향해 물었다. "그 여자 어디 갔어?"강한서는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아예 그쪽으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런 오만방자한 태도에 열받은 가정 폭력남은 강한서의 머리채를 잡아 억지로 고개를 쳐들게 하고는 말했다."내가 묻잖아. 그년 어딨냐고!"강한서의 반쪽 얼굴은 이미 핏자국으로 뒤덮여 그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냉소를 지어 보이고는 가정 폭력남의 얼굴에 피로 가득한 침을 내뱉었다.가정 폭력남은 주먹을 들어 그대로 강한서의 배를 향해 내리꽂았다. 그 주먹질을 신음 소리 하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621화

    강한서의 상처가 더욱 벌어졌다. 극심한 고통에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강한서가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일은 일대로 벌여놓고 우리 관계에 대해선 제대로 들은 게 없나 보네? 현진이는 내 전처야. 너도 머리가 있으면 한 번 생각을 좀 해봐. 자기한테 못되게 굴었던 전남편 구하겠다고 나타날 여자가 세상천지에 있을 것 같아?”강한서의 말이 납치범의 심기를 자극한 듯싶었다. 순간적으로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린 납치범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너 이 X발 우리 마누라랑 바람 피우려고 이혼했냐? 그래서 내 마누라한테 나랑 이혼하라고 시킨 거였냐고, 이 X 발 놈아.”납치범의 말에 어이없어진 강한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네 마누라가 누군지도 모르는데.”“개소리 집어치워!”가정 폭력남은 분노를 터뜨리며 강한서의 말을 끊었다.“우리 마누라, 너 만나고 와서 나한테 이혼서류 내밀었어, 그전까진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애가! 네가 이혼 소송까지 도와줬잖아!”얘기를 꺼낼수록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가정 폭력남이 손을 높이 들어 강한서의 뺨을 거칠게 내리쳤다. “네가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가정 폭력남이 온 힘을 다해 내려친 뺨에서는 얼얼한 통증이 몰려왔고 귓가에서는 순간적으로 ‘윙윙’ 소리가 맴돌았다. 하지만 납치범의 말에서 강한서는 뭔가 새로운 걸 알아낼 수 있었다. 정말 한현진이 얘기했던 대로 이 납치범은 지금 자신을 주강운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한 모양이었다.강한서가 자세히 생각을 하려고 시도하기도 전에 잔뜩 흥분해 버린 가정 폭력남이 강한서의 목덜미를 강하게 내리누르며 말했다.“난 지금 와이프도 잃고 아들도 잃었으며 부모님까지 회사에서 잘리셨어. 우리 가족이 너 때문에 다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고! 이런데도 내가 널 가만히 놔둘 것 같아?”납치범이 미친 사람처럼 깔깔 웃기 시작하더니 입을 열었다.“한현진 그년이 나타나든 안 나타나든 딱히 상관없어. 너 죽이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622화

    한현진은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번호라곤 가족, 강한서, 차미주와 한성우의 번호뿐이었다.한현진은 어쩔 수 없이 한성우의 번호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강한서를 한 손으로 속박하고 있던 가정 폭력남은 다른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어 한현진이 부르는 번호대로 발신창 다이얼을 눌렀다.한편, 한성우는 강한서와 한현진이 있는 곳의 단서를 직접 경찰 측에 알리기 위해 도로 위를 질주 중이었다. 그러다 발신 번호 제한으로 걸려 온 전화에 무의식적으로 통화 수락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한성우가 전화를 받는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한현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한성우가 입을 열어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걸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한현진의 잔머리였을 것이다.“주 변호사님, 저예요.”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의외의 목소리에 놀란 한성우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갓길에 차를 세웠다.한성우는 떨리는 손으로 급하게 휴대전화의 녹음 버튼을 누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어디 계세요? 제가 얼마나 애타게 찾고 있는지 아세요?”대충 무슨 상황인지 눈치채고 재치 있게 대답해 준 한성우에 한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몇 초의 짧은 시간 동안 수화기 너머의 한성우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이 설마 “그 사람을 왜 나한테서 찾아?”와 같은 것일까 봐 걱정돼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한현진이었다.한현진은 일전에 납치범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경찰 쪽에서 이미 어쩌고저쩌고했던 말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그 대화로 이미 둘이 납치를 당했다는 사실을 적어도 친인척들과 친구들은 알고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만약 한성우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태연하게 행동했더라면 오히려 납치범들의 의심을 샀을 것이 분명했다.한현진이 침착하고도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저는 지금 안전해요. 다만, 돌아갈 수가 없을 뿐이에요.”“한서는요? 한서는 지금 어때요?”“한서는…”한현진은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억누르며 반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한서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623화

    한현진이 상황 파악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납치범은 거칠게 휴대전화를 강물에 빠트리며 말했다.“이 개 같은 X 년이, 또 날 갖고 놀았다 이거지?”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한현진도 당황스럽고 억울했다.“속인 적 없어! 강한서가 지금 당신 손에 인질로 잡혀있는데 내가 대체 무슨 용기로 당신을 속여!”한성우가 도착하려면 멀었으니 밖에서 들리는 엔진소리가 한성우의 차일 리는 없었다.이 야밤에 이런 외딴 황무지까지 올 사람이 있나? 설마 경찰이 여길 알아버린 건가?점점 가까워지는 차를 보던 납치범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강한서의 멱살을 억세게 쥐고 있던 납치범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납치범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역시나 경찰인 듯싶었다.이미 피를 많이 흘린 강한서의 얼굴에는 핏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해져 납치범의 손에 멱살만 잡힌 채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힘없이 그 자리에 축 늘어져 있었다.그런 강한서를 보는 한현진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는 납치범이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강한서를 차가운 물 속으로 밀어 넣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불안함을 이기지 못한 한현진이 눈물을 흘리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진짜 속인 적 없어. 제발 한서 좀 놔주면 안 될까?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어딜 도망간다고 그래. 차라리 나를 인질로 잡아. 제발,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그런 한현진의 모습을 보는 강한서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는 한현진이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며 머리를 숙이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것도 하루에 두 번씩이나...점점 가까워지는 차에 납치범의 모든 정신이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밝은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다가오던 차는 다리까지 다다르고 나서야 헤드라이트를 껐다.납치범은 무의식적으로 강한서의 어깨를 짓누르며 재빨리 손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바로 그때, 차 안에서 한 여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624화

    여인의 말에 가정 폭력남이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은 듯 멈칫하더니 곧이어 강하게 여인의 말을 부정하기 시작했다.“그럴 리가 없어!”답답해진 여인이 눈을 붉히며 따졌다.“네가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며, 그럼 그때 차라리 날 찾아와서 따졌어야지. 그깟 같잖은 네 친구들 말만 철석같이 믿고 네 아내를 바람핀 여자로 의심해? 애초에 나한테 해명할 기회를 준 적은 있었어? 내가 너랑 이혼을 결심한 건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너 때문이야. 네가 변해서라고!”가정 폭력남의 표정이 멍해졌다. 완전히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남자가 공허한 표정으로 물었다.“진짜 다 내 잘못이라고?”흔들리는 듯한 가정 폭력남의 모습에 주강운이 여인에게 눈빛으로 무언의 신호를 주었다. 주강운의 눈빛을 읽은 여자가 크게 한숨을 쉬고는 차분한 말투로 대답했다.“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그렇게 그냥 흘려보내자. 더는 아무 죄 없는 사람 다치게 하지 마. 지금 당장 그 사람 풀어주면, 내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게.”의외의 대답에 가정 폭력남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낮게 물었다.“정말...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여인은 두려운 마음에 떨려오는 목소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당연하지...”가정 폭력남은 몇 초 동안 여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마치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대한 의심을 아직 완전히 거두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남자가 언제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몰라 심장을 졸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이리로 와, 나 부축 좀 해줘.”예상치 못한 남자의 태도에 여인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차마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주강운이 여인에게 나지막이 속삭이며 그녀를 안심시켰다.“곧 경찰들이 도착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보세요.”입술을 꽉 오므린 여인은 손가락을 안쪽으로 말아 힘껏 주먹을 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625화

    하지만 이미 상처를 많이 입어 몸에 힘이 없던 강한서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하고 거센 물살에 휩쓸려 2m 되는 곳까지 밀려 나갔다.한현진은 죽을힘을 다해 강한서가 있는 곳으로 헤엄쳐 가까스로 그의 옷깃을 잡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강한서가 떠밀려 가지 않게끔 잡는다 한들 물속에서 한현진이 강한서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끄러운 물소리에 원활한 소통도 하기 힘들뿐더러 여자의 몸으로 건장한 성인 남성을 이끌고 뭍으로 나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상황판단이 끝난 한현진은 두 사람의 얼굴만은 물 위로 노출 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천천히 강한서를 데리고 강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헤엄쳐 가며 어떻게든 살아남을 기회만을 노렸다.하늘이 그녀를 도운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원체 운이 좋은 사람인 것인지 물살을 따라 헤엄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한현진은 물살을 가로막고 있던 나뭇가지를 발견했다. 그녀는 안간힘을 다해 나뭇가지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옮겨 강한서를 그곳에 기댈 수 있게 해주었다. 어찌 됐든 한현진은 그 나뭇가지 덕분에 잠깐이라도 한숨을 돌릴 기회가 생겼다.“강한서...”한현진은 울먹이며 입을 열어 강한서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차오르는 눈물을 간신히 삼켜가며 큰 소리로 다시 한번 강한서의 이름을 불렀다.“강한서, 잠들면 안 돼! 나 더는 너 못 끌고 가. 내가 밑에서 받쳐줄 테니까 넌 이 나뭇가지 타고 올라가. 나도 곧 뒤따라갈게. 우리 빨리 여기서 나가자.”한현진의 부름에 강한서가 쿨럭이며 조금 전 물에 빠지던 순간 먹었던 물을 뱉어냈다. 그는 물에 빠지기 전부터 심한 상처를 입었던 탓에 온몸의 힘이 다 빠져 기진맥진해 있던 상태였다.하지만 한현진의 간절한 울음소리에 강한서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으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천천히 나뭇가지를 붙잡고 조금씩 위로 올라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제대로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나뭇가지가 “콰직” 하는 소리를 내더니 나뭇가지 자체가 물속으로 점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626화

    한현진의 고집에 강한서는 그대로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추운 한겨울 밤, 두 사람은 여전히 그 상태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어떻게든 체력을 아끼려 노력했다. 한현진의 체력 역시 바닥을 찍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극심한 추위에 노출되어 있던 탓에 입술은 보라색으로 변색 되기 시작했고 정신까지 흐리멍텅해지고 있는 상태였다. 오직 삶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만이 남아 그 얇은 나뭇가지를 꽉 붙들고 있었다.그 순간, 육지 근처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부산스러운 소리에 정신을 차린 한현진이 다급하게 강한서를 불렀다.“강한서, 일어나. 사람들 온 것 같아. 우릴 구하러 왔다고!”들뜬 목소리로 고개를 돌린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등 뒤에 있던 강한서가 어느 순간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발견했다.순간적으로 온몸의 피가 차게 식는 기분을 느낀 그녀는 머리끝까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한현진은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텅 빈 수면 위를 바라보며 몇 번이고 큰 소리로 강한서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그녀의 부름에 대답하는 것은 매정하게도 시끄러운 물소리뿐이었다.불안해진 한현진이 잡고 있던 나뭇가지에서 손을 떼 물살을 따라 다시 헤엄쳐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서야 자신의 온몸이 나뭇가지에 꽁꽁 묶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한서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뭇가지에서 손을 떼기 전, 마지막 남은 힘을 총동원해 자신의 허리띠로 한현진을 나뭇가지에 묶어버린 것이었다. 그녀의 손에 힘이 풀려버린 순간에도 강한서의 허리띠가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던 덕에 한현진은 조금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다.얼음장처럼 차가운 강물 속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있던 한현진은 진작에 동상으로 온몸의 감각이 마비되어 있던 상태라 강한서가 무슨 짓을 하든 전혀 눈치챌 수가 없었다.한현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미친 듯이 자신을 감싸고 있던 그 허리띠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던 순간, 육지의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7화

    알겠다고 대답한 한현진이 전화를 끊기 전 호기심을 못 이겨 물었다. “오빠, 문채영 씨와는 어떻게 됐어요?”멈칫한 송민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강한서 그 자식 혹시 네 옆에 있어?”한현진이 움찔하며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가로젓는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한현진이 대답했다. “아뇨. 샤워 중이예요.”송민준이 한현진의 말을 믿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개의치 않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걔한테 내 말 똑바로 전해. 다음에 또 이렇게 입을 가볍게 놀렸다간 내가 그 입을 꿰매 버릴 거라고.”강한서: ...그 말에 한현진이 어색하게 하하, 웃어버렸다. “사실 강한서는 별말 안 했어요...”송민준은 더는 아무 말 없이 일찍 쉬라는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송민준의 얼굴이 공개된 후, 한열의 바람 스캔들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사람들도 점차 한현진이 한열의 사촌누나라는 사실을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열의 성추문은 여전히 일파만파 퍼져나갔다.한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은 [아기 고구마]였다. 이 계정은 피드를 올릴 때마다 다음 업로드 시간을 예고하며 다음엔 마치 증거를 공개할 것처럼 사람들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에 [아기 고구마] 계정의 팔로워는 점차 늘어갔다. 하지만 예고와는 달리 매번 터무니없는 사실들만 업로드 했고 그 피드의 내용으로는 한열이 여자 연예인을 성추행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계정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았다.하룻밤 사이, 한열의 팔로우는 십만 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한열의 회사 측에서는 변호사가 작성한 소장을 공개하며 이미 경찰에 신고를 마쳤고 루머를 퍼뜨린 사람을 찾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열의 회사에서 소장을 공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 고구마]도 페이스북에 점심 열두시부터 라이브 방송으로 빼박 증거를 공개해 한열과 직접 맞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에 네티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 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6화

    말을 아끼던 윤명훈이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계약 해지 때문에 문제가 좀 있어서요. 회사에서는 쿨하게 한열을 보내줄 마음이 없거든요.”그가 한현진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한현진도 알 수 있었다. 윤명훈은 똑똑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한열이 아직 취해 있는 지금 그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윤명훈은 한현진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리가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제가 잠시 후 해명글을 올릴게요. 명훈 씨는 신하리 씨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쓸데없는 기사들 처리해 달라고 연락하세요. 제가 변호사를 선임해 보내드릴게요.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해요.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해명하기 어려워질 거예요.”한열의 바람 스캔들을 터트린 건 그저 페이크에 불과했다. 성추문으로 한열에게 흙탕물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이 그들의 진짜 목적이었다.만약 한현진이 한열의 회사 대표였다면, 자신의 두 손으로 탑급의 자리까지 올린 아이를 이렇게 쉽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계약을 해지 한다고 해도 한열의 빛을 어느 정도는 계속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의 한열은 신하리라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의 인맥까지 갖고 있으니 앞으로 어느 정도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굳이 이렇게까지 끝장을 볼 이유는 없었다. 연예계에게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은 없는 법이었다.그러니 이번 일은 오히려 누군가 한열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해 꾸미고 있는 일 같았다. 전화를 끊은 한현진은 세남매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 했다. 다만 송민준의 눈은 모자이크 처리했다.[저희 오빠와 사촌 동생이 그렇게까지 닮은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신하리]사진 속에서 한현진은 가운데 서 있었고 그녀의 왼쪽엔 송민준이, 그리고 오른쪽엔 한열이었다. 막내 동생인 한승은 아예 잘라버린 후 사진을 업로드 했다.비록 송민준의 눈을 모자이크 처리하긴 했지만 하관만 보아도 한열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닮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5화

    [두 여배우 모두 연기력이 그렇게 뛰어나면서, 대체 얼마나 보는 눈이 없어야 한열을 좋아할 수 있는 거지?][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한열도 미남상이긴 하잖아.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지만.][세 사람 같이 촬영했었잖아요. 한현진이 한열과 신하리가 사귀는 걸 몰랐을까요? 이건 뻔히 알면서도 만난 거잖아요.][살려줘! 나 한현진 정말 좋아한단 말이야. 전에 햇살 유치원 사건 때문에 엄청 호감이었는데. 봄의 연인의 중전마마 역도 완전 잘 소화했었다고. 대체 바람은 왜 핀 거야. 연예계에 사고 안 치는 연예인이 있긴 한 거야?] [두 여신을 동시에 만나다니. 한열, 능력도 좋아. 지까짓게 뭔데...] [한열은 신하리에게 빌붙으려는 목적이었던 거예요. 지금 소속사와 계약 해지를 준비 중이예요. 회사에서도 전혀 신경 안 쓰고 있고요. 신하리가 아니었으면 한열 주제에 어떻게 유명 감독에게 캐스팅 될 수 있었겠어요. 정말 어떻게든 여자 덕 좀 보겠다고 애쓰네.]아래의 댓글들은 더 이상 눈을 뜨고 볼 수도 없었다. 대부분은 그들을 욕하는 악플이었다. 한열과 신하리의 공개 연애에 대해 두 사람의 팬들은 자신의 배우가 아깝다며 강력한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한 후부터 양측의 팬들은 줄곧 다툼을 이어왔다. 두 사람의 커플 팬계정인 [이열치열]은 팬들의 감정 쓰레기통 같은 곳이 되어버려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열은 열애 인정으로 회사와 갈등을 빚어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회사 측은 말도 안 되는 루머를 퍼뜨렸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던 터라 잠깐의 파장을 일으킨 후 곧 사그라들었다. 공개 연애 후 꽤 빠른 속도로 떨어지던 한열의 인기는 요즘 다시 천천히 오르고 있는 추세였다. 회사 측에서 밀어주던 신인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한열의 뒤를 이어받아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회사 측은 화가 치밀었다. 그러니 한열이 바람 폈다는 기사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4화

    한현진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금 예능부 기자 채용 문턱이 이 정도로 낮아진 거야? 두 눈이 멀어도 기자로 활동할 수 있나봐?”진윤: ...‘우리 여신님 사석에서는 이렇게 독설을 날리는 사람이었어?’휴대폰 너머에서 한참을 듣고 있던 차미주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 사진 너와 한열 아니야?”한현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건 나랑 오빠야.”“하지만 이 사진들은 정말 한열과 비슷해 보여. 게다가 네 오빠가 운전한 거 한열 차 아니야?”한현진은 그날 송민준이 운전한 차를 눈 여겨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정말 한열의 차를 운전하고 온 거라면 파파라치가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다시 페이스북을 다운로드 받고 인기 검색어를 확인한 한현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연예 부문의 인기 검색어의 TOP 5는 전부 한열의 바람에 관한 이슈가 차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꽃뱀, 이열 커플 사이에 끼어들다], [이열 커플, 결별 위기 스크린 밖에서도 삼각관계], [한열 살아있네], [찐사랑을 못 숨겨] 등이었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검색어들이 가득 했다. 한현진이 페이스북에 로그인하자 수백 개의 DM과 십만 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신하리와 한열 두 사람의 팬들의 남긴 수많은 욕이거나 일반 네티즌의 호기심에 가득한 댓글일 것이 분명했다. 인터넷이 얼마나 필터 없이 악랄한 글로 난무한 곳인지 잘 알고 있는 한현진은 아예 댓글을 확인하지도 않고 뉴스피드로 들어갔다. 한열과 한현진의 기사는 두 시간에 터졌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각 마케팅 계정에서는 이미 타임 라인까지 정리한 피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현진은 관련 피드를 대충 훑었다. 마케팅 계정의 분석에 의하면 한열과 신하리는 [살의] 촬영 이전에 이미 사귀기 시작했고 송민영이 하차된 후 한열이 자신의 여자친구인 신하리를 여주인공으로 추천했으며 영화 홍보 현장에서의 친밀한 스킨십 사진이 폭로되어 어쩔 수 없이 공개 연애를 택한 것이었다. 그 계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3화

    한현진은 반나절이 걸려서야 일의 자초지종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쩐지 지난번 홍혜림 씨 사건이 있었을 때 왜 진윤 씨가 갑자기 나타나 상황을 반전시키나 했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는 거잖아.’순간 한현진은 뻘쭘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방금 전화를 받고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입도 벙긋하지 말았어야 했다. 진윤의 말처럼 이건 정말 비열한 짓이었다. 유치한 강한서가 벌일 만한 일이 맞긴 한 것 같았다. 강한서 본인 역시 이번 일은 너무 얍삽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어쩌다 아이를 달래주었다.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이라고 해. [정상에서]에서 지금 자체 테스트 중인 스킨 한 세트 줄게. 어때?”진윤이 작게 울먹이며 말했다. “스킨 세 세트?“강한서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와중에 딜을 하는 걸 보니 그리 큰 상처를 받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세 세트 전부 줄게.”진윤이 곧바로 울음을 멈췄다. 절판되어 더는 살 수 없는 게임 스킨과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여신 중 아무리 바보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래요. 제가 오해한 거라고 하죠.”말하며 한현진을 쳐다보던 진윤은 여전히 아쉬워하며 말했다. “현진 누나,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하셨어요. 남자 때문에 손에 넣었던 트로피도 놓칠 수가 있어요.”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결혼이 커리어 영향주지 않아. 이간질 하려고 하지 마.”“형님은 남자니까 당연히 영향을 안 받으시겠죠.”강한서에게 농락을 당한데다 하루아침에 구닥다리에게 여신을 뺐긴 진윤은 누구보다 빨리 흑화 했다. “결혼하면 아이도 낳아야 하잖아요. 어떤 유명한 감독이 임산부를 캐스팅하려고 하겠어요. 제일 예쁠 나이를 남편과 아이에게 바치면 나중에 아이가 클 때쯤엔 본인의 레전드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요. 제가 다 아쉬워서 그래요. 너무 불공평해요.”비록 진윤은 그저 이간질을 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은 현실이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은 여자의 커리어엔 고난과 역경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2화

    한현진: ?강한서가 들고 있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차미주의 목소리였다. “현진아! 너 내연녀가 되어버렸어. 게다가 그 상대가 네 사촌 동생이래.”강한서: ?강한서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그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전여친, 현여친이 뭐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게다가 이 목소리, 왜 이렇게 귀에 익은 거지?’“저... 저기 혹시 전화 잘못 하신 거 아녜요?”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곳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 현진 누나?”한현진이 멍해졌다. ‘날 알아?’“네. 제가 한현진이예요. 누구세요?”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그에게서는 그저 조금 흥분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무슨 일이야?”진윤이 이를 악물었다. “방금 전화 받은 사람 누구예요!”강한서가 말했다. “내 와이프.”“그럴 리가 없어!”진윤이 바득 이를 갈았다. “이 사생팬 같은 아저씨가! 혹시 일부러 날 속이려고 옆에 성대모사하는 분이라고 모셔놓은 거 아녜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유치한 인간인 줄 알아? 그리고 현진이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어.”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거짓말 좀 그만 해요. 현진 누나는 지금 그 티베탄 마스티프와 데이트하는 중이라고요. 만약 누나가 정말 형님 와이프라면 형님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누나가 딴 남자와 데이트하는 걸 지켜볼 수 있어요?”더 이상 진윤을 대꾸하기 귀찮았던 강한서가 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 몇뿐 후, 휴대폰 화면으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여신과 딱 붙어 앉아있는 전남편 형님을 확인한 진윤은 순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현진은 휴대폰에 비춰진 진윤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윤 씨가 강한서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진윤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어댔다. “거짓말쟁이! 뻔뻔한 인간! 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1화

    유난히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을 보며 한 현지는 신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멍청하게 나온 것 같다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강한서는 굳이 자신이 찍겠다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한현진이 눈을 실룩거렸다. “네가 사진을 찍겠다고? 168cm인 나를 138cm로 만들어 버리는 네가? 강 대표님 본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강한서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 실력이 그렇게 별로야?”한현진이 말했다. “쌀을 뿌린 휴대폰을 닭이 부리로 쪼아도 내가 찍은 것 보단 낫다고 할 수 있어.”왠지 수치를 당한 것 같은 기분에 강한서가 이를 악 물면 말했다. “그럼 난 왜 우리가 데이트했을 때 내가 찍어준 사진을 밤새도록 보고 있었던 거야?”강한서가 괜히 그 얘기를 꺼낸 탓에 잊혀 가던 한현진의 기억이 문득 돌아왔다.“사진을 보면서 넌 그저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것뿐이라고 날 설득 하지 않는다면 호텔 앞에서 바로 너와 싸우 버릴 것 같았거든. 내 외모에,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각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하셨는데 넌 대체 어떻게 날 사실 눈으로 찍을 수 있었던 거야?”강한서: ...“사시눈... 처럼 나왔어?”한현진이 일을 악물었다. “내가 뛰어다니는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니까 유체 이탈한 것처럼 찍어줬잖아! 내가 피드를 업로드할 때 실수로 그 사진까지 넣었더니 애들이 나한테 대체 어디서 이런 심령사진을 찍었냐고 물었었어.”“...”활활 타오르던 강한서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어쩌다 가끔... 몇 십 장뿐이었잖아.”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하.”뭔가를 말하려던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자 무릎 정도까지 오는 어린 아이가 옆에 쭈그려 앉아 불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아직 더 놀 거예요? 저희 잠깐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어린 라이 대여섯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한현진: ...창피함에 고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0화

    “하하하.”한현진이 마른 웃음을 지었다.“오빠. 제가 티슈 없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강한서가 눈을 씰룩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핑계였다. 그는 입술을 달싹여 아내를 따라 염치 없이 말했다. “형님, 저도 없어요.”송민준이 가방과 티슈를 두 사람에게 던지며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탁, 소리와 함께 문이 닫겼다. 한현진: ...“오빠가 나한테 화 난 건 아니겠지?”강한서가 우울하게 말했다. “너보단 날 먼저 걱정해야 할 것 같아. 네 오빠가 아무리 너에게 화가 나도 결국은 나에게 그 화살이 돌아올 거야.”한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마음이 좀 놓이네.”강한서: ?한현진이 그의 손을 잡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어차피 오빠가 널 탐탁지 않아 한게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오늘 이 일로 크게 달라지진않을 거야.”“...”‘행복은 본인이 누리고 잘못은 내가 뒤집어쓰고. 정말 좋은 아내네.’강한서는 한현진을 데리고 호텔 라운지로 향했다. 입덧이 끝난 이후로 한현진의 식욕은 줄곧 안정적이었다. 매 끼니마다 많이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지만 배고픔도 빨리 찾아왔기에 하루에 몇 끼씩 먹어야 했다. 그 덕에 지금의 한현진은 송아지처럼 튼튼하기만 했다. 강한서는 임신한 한현진을 위해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한현진에게는 하나도 쓸모가 없었다. 그의 주변엔 임산부가 많이 없었지만 많은 아내들이 임신 후 남편을 괴롭힌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현진에겐 모든 임신의 호르몬 변화가 거짓말처럼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의사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큰 반응 없이 잘 먹고 잘 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사는 강한서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을 자주 다니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한현진은 정서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조금 유치해지기도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한현진은 강한서의 팔을 끌며 굳이 아이들의 흔들 목마에게 타게 해달라며 떼를 썼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9화

    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채영 언니.”문채영이 가방에서 포장한 선물 박스를 건넸다. “첫 만남이라 어떤 선물을 준비하면 좋을지 몰라 제가 직접 향낭을 만들었어요. 향 맡아봐요.”한현진이 조금 의외라는 듯 말했다. “언니도 조향하세요?”문채영이 미소 지었다. “제가 조향에 입문하게 된 것도 민준이 덕분이었어요. 전엔 이런 거 만드는 거 좋아했었거든요.”한현진은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조향하는 송민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줄곧 송민준은 그쪽으론 취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민준은 그 얘기를 꺼내는 것이 불쾌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주문부터 해. 배고파.”멈칫하던 문채영이 시선을 내려 눈에 맴도는 서운함을 숨겼다. 한현진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언니, 오랜만에 오셨을 텐데 오늘은 한주 음식으로 드시는 게 어때요?”문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현진 씨가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해요.”주문한 음식 서빙을 마치고 룸을 나서려는 종업원에게 송민준이 갑자기 말했다. “장어 국수도 주문할게요.”문채영이 힐끗 송민준을 쳐다보자 시선을 올린 그가 마치 변명이라도 하듯 말했다.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지.”‘그래,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다고 하는 건 그렇다고 쳐. 하지만 하고 많은 국수 중에 왜 하필 장어 국수야?’‘오빠가 장어 국수라고 말할 때 언니 표정을 보면 설마 두 사람 사이에 장어 국수와 관련된 스토리가 있었던 건가?’호기심이 활활 불타오른 한현진이 몰래 테이블 아래로 강한서의 손을 꼬집었다. 그러자 강한서는 그녀에게 새우를 발라 주었다. 한현진: ...강한서과 문채영은 너무 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한현진은 문채영의 외할머니와 강한서의 할머니가 먼 친척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워낙 촌수가 먼 사이라 피가 거의 섞이지 않은 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알고 지낸지 한참 후에야 두 가문이 몇 세대 전에는 친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