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591 - 챕터 1600

2287 챕터

제1591화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한현진은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닫았다. 그 사람은 주강운이었다. ‘그래, 외모는 강한서와 비교할 만하지만, 음...’한현진은 그래도 강한서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한현진의 신분을 공개하는 피로연이 끝난 후 그녀는 주강운과 마주친 적이 거의 없었다. 신제품 제작 발표회도 사정이 있어 오지 못했지만 역시나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처리할 줄 아는 그답게 화환을 두 개 보냈다. 못 본 사이 주강운은 살이 빠져 이목구비가 더욱 날카로워졌지만 부드러운 미소만은 여전했다. 주강운은 막 파티에 다녀온 사람처럼 손에는 주머니를 들고 있었고 흰색 슈트를 입고 있었다. 헤어도 스타일링을 받아 우아한 귀공자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강운이 가까워지자 한현진이 미소를 지었다. “강운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주강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근처에서 결혼식이 있었거든요. 오픈 때도 못 와봤는데 마침 근처라 들렀어요. 현진 씨가 가게에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그는 손에 들렸던 주머니를 한현진에게 건넸다. “결혼식에서 준 선물이에요. 이런 건 받으면 좋다고 하던데요.”한현진이 주강운이 건네는 물건들을 받아 자기는 하나만 가지고 나머지는 전혜지에게 주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바쁘신 분이 화환을 보내신 것만으로도 전 너무 고마웠어요. 이렇게 친히 방문해 주셨으니 출연료라도 달라고 할까 봐 겁나는데요?”주강운도 농담을 던졌다. “국숫값 정도면 너무 비싸진 않죠? 지난번 것과 같이 갚아요.”멈칫하던 한현진은 순간 막 이혼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한현진의 명예 훼손 소송을 도와주던 주강운에게 그녀는 국수를 사겠다고 약속했지만 강한서가 주강운의 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치는 덕에 국수를 먹기는커녕 오히려 강한서가 한현진을 데려갔었다. 그렇게 오래된 일은 주강운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밥을 사주겠다고 하면서 계속 미루기만 하다가 한 번에 제대로 약속을 잡은 적이 없었다. 한현진이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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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2화

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해요.”10분만 기다려 달라던 한현진은 여러 가지 일로 계속 자리를 비울 수 없이 10분이 지나고, 또 10분이 지나 2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려가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던 양지원이 물었다. “주강운 씨는 어떻게 한현진 씨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거예요?”주강운이 고개를 들어 양지원을 쳐다보았다. 그는 양지원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에도 주강운은 예의상 묻는 말에 대답했다. “현진 씨는 성격이 좋잖아요. 열정적이고요. 친구에게는 의리도 있는 사람이니 충분히 친하게 지낼 가치가 있는 사람이죠.”“네. 하지만 주강운 씨는 시간개념이 없는 사람을 싫어하시잖아요. 현진 씨가 10분만 기다리라더니 20분이 지나도 아직 내려오지 않는데, 주강운 씨라면 절교 쪽지 한 장 써넣고 가버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주강운은 그제야 눈앞의 양지원이 누군지 떠올렸다. 얼마 전 집안에서 맞선 자리를 주선해 줬었다. 비록 그는 집안에서 주선한 모든 맞선 자리에 나갔지만 그건 그저 집안 어른들의 요구에 응한 것일 뿐이었다. 주강운은 전혀 맞선으로 만난 사람과 연인으로 발전하려는 생각이 없었고, 그러니 당연히 이런저런 핑계를 찾아 거절했다. 양지원이 쪽지라는 말을 꺼내자 주강운은 바로 기억을 떠올렸다. 주강운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실례했네요. 전 맞선으로 연인이 되는 걸 별로 추구하지 않는 타입이거든요. 하지만 집에서 맞선을 나가라고 하니 거절할 수는 없어 핑계를 찾은 것뿐이에요. 그로 인해 지원 씨를 불쾌하게 해 죄송해요.”“...”‘내가 생각한 시나리오와는 전혀 다르잖아?’‘내가 이렇게까지 비꼬는데 전혀 화를 안 내? 성격이 너무 차분한 거 아냐?’괜히 자신만 속이 좁은 사람이 된 것 같아 양지원이 말했다. “뭘 그렇게까지. 사실 상관없어요. 전 그날 차가 펑크가 난 거라 일부러 늦은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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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3화

결국 한현진은 주강운, 양지원과 함께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그녀는 강한서에게도 문자를 보냈지만 그는 일이 너무 바빠 물도 겨우 시간 짜내 마시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강한서는 그 와중에도 질투하는 걸 잊지 않았다. 하지만 한현진이 양지원도 초대했다는 말에 마지못해 질투심을 거두었다. 그는 한현진에게 할 얘기가 있으니 식사가 끝나면 밖에서 딴짓하지 말고 일찍 집으로 돌아가라고 당부했다. 한현진은 강한서가 하려는 말이 뭔지 대충 눈치챘다. 모레는 한현진의 생일이었다. 아마 그녀에게 생일선물을 주려는 것일 테였다. 송병천은 한현진의 생일에 많은 사람을 초대해 성대하게 파티를 열 생각이었지만 한현진에게 거절당했다. 안 그래도 한현진은 이 바닥에서 친구가 몇 명 없었는데 그렇게 큰 파티를 개최해 봐야 재미가 없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릴 수 있었다. 그녀의 신분을 공개한 피로연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생일파티까지 연다면, 송병천이나 딸 사랑이 지극해 그렇다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곱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모저모 말을 하고 나서야 송병천은 결국 가족과 친구 몇 명을 불러 작은 생일파티를 여는 것으로 양보했다. 아무래도 이번은 송병천이 처음으로 한현진이 생일을 챙겨주는 것이었으니 그가 욕심을 부릴 만도 했다. 그 말에 한현진은 결국이 마음이 시큰해져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작은 생일파티라지만 손님맞이도 해야 했으니 강한서와 단둘이 붙어 있을 시간은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그는 당연히 미리 그녀와 더 많이 붙어 있으려고 할 테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현진은 자신도 모르게 밥 먹는 속도를 올렸다. 양지원이 그런 한현진을 보며 끝내 한마디 했다. “현진 씨가 사는 거라 더 많이 드시려는 거예요?”“풉—”사레가 들린 한현진이 입을 틀어막고 기침했다. ‘지원 씨가 강민서랑 바뀐 거 아냐? 저 입은 강한서가 같은 핏줄일 것 같은데.’주강운이 다정하게 종이를 건넸다. “인스타그램 보니까 오디션 붙었던데, 촬영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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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4화

양지원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한현진을 보는 주강운의 눈빛이 단순히 친구를 보는 눈빛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한현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방금까지 주강운과 대화를 나누던 한현진은 발신 번호를 확인하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휴대폰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죄송해요. 잠시 전화 좀 받고 올게요.”그러더니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한현진이 나가자 주강운의 눈빛이 눈에 띄게 실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양지원은 태연하게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녀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주강운 씨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설마 임자 있는 한현진 씨야?’‘절친의 여자친구를 짝사랑한다고... 충격적인데?’한현진은 테라스까지 가서야 통화버튼을 눌렀다. “왜 이제야 전화 받아?”누군가 불만을 털어놨다. “안이 너무 시끄러워서 방금 나왔어.”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일 끝났어?”“응.”강한서가 말했다. “지금 데리러 갈게. 더 늦으면 시간 없어.”“응?”강한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비밀스럽게 말했다. “널 위해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어.”한현진이 웃으며 물었다. “무슨 서프라이즈?”“그걸 얘기하면 더 이상 서프라이즈가 아니잖아. 나 곧 도착해. 너도 이제 마무리하고 나와.”“그래.”전화를 끊은 한현진이 먼저 밥값을 결제하고 주강운과 양지원에서 인사하러 갔다. 한현진이 가겠다고 하자 주강운이 말했다. “제가 데려다줄게요.”“괜찮아요. 강운 씨는 지원 씨 데려다주세요. 시간도 늦었는데 여자 혼자는 위험하잖아요.”주강운이 입술을 짓이겼다. “그래요.”한현진이 고맙다며 인사를 전하고 빠른 걸음으로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양지원이 바로 옆을 가리키며 말했다. “휴대폰 두고 가셨네요.”고개를 돌린 주강운의 시야에 테이블 위에 놓고 간 휴대폰이 보였다. 그는 휴대폰을 가져오더니 말했다. “제가 가져다줄게요. 준비하고 나오세요. 모셔다드릴게요. 아래에서 기다릴게요.”그러더니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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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5화

한현진은 그제야 자신이 방금 하마터면 저승사자의 손아귀에 들어갈 뻔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순간 그녀는 등골이 오싹해지며 식은땀을 흘렸고 온몸에 으스스 소름이 돋았다. 주강운이 그녀의 손을 잡고 처음 들어보는 긴장한 말투로 말했다. “괜찮아요? 부딪혔어요? 왜 말이 없어요? 다친 거예요?”한현진이 입술을 짓이기며 갑자기 그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냈다. 그 행동에 주강운이 멈칫 행동을 멈췄다. 한현진이 고개를 숙이고 옷매무시를 정리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안 부딪혔어요.”그러더니 고개를 들어 주강운을 향해 웃으며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고마워요.”주강운의 한현진의 눈빛에서 그녀가 선을 긋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멍하니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주강운은 눈빛만으로도 유현진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어떤 감정은, 입을 열기도 전에 이미 거절당했다. 고개를 숙인 주강운의 마음이 괜히 씁쓸해졌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다쳤으면 됐어요... 다행이네요.”한현진이 휴대폰을 움켜쥐고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또 무슨 얘기를 꺼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전에 강한서가 주강운을 질투할 때 한현진은 그저 강한서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방금, 한현진은 다급함과 걱정이 섞인 주강운의 눈빛을 똑똑히 마주했다. 그 눈빛에 담긴 감정은 친구를 향한 마음이 아니었다. 한현진은 그동안 자신이 주강운을 오해하게 할 만한 행동을 해 그가 가져서는 안 되는 그런 마음을 품인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설마 지난번 가정 폭력남을 패서 강운 씨를 구해줬던 그때?’‘그건 아닐 거야. 강운 씨는 이성적인 사람이야. 아무리 그래도 생명의 은인이라 좋아하지는 않을 거야. 게다가 절친의 전 와이프이자 현 여자친구인 나를?’주강운은 마음을 너무 잘 숨겨왔다. 만약 조금 전의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었다면 한현진은 절대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주강운은 아직 고백도 하지 않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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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6화

강한서가 도착하자 한현진이 주강운에게 인사했다. “강운 씨, 저 먼저 가볼게요. 잊지 말고 지원 씨 바래다줘요.”“잘 가요.”한현진이 손을 흔들더니 고개를 돌려 빠른 걸음으로 차에 들어갔다. 민경하도 주강운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더니 차에 올라탔다. 주강운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서서히 시야에서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았다. 차 안.한현진은 차에 타자마자 창문에 달라붙어 밖을 내다보았다. 차가 출발해 점점 멀어지자 그녀는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내가 너랑 주강운이 밥 먹는 걸 방해해서 아쉬워?”누군가 옆에서 비꼬며 말했다. 평소라면 한현진은 어떻게든 강한서의 말을 받아쳤겠지만 주강운의 마음을 알게 된 지금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강한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한현진이 갑자기 진지하게 묻자 강한서는 조금 의아해졌다. 그럼에도 그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 텀블러 뚜껑을 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물어봐.”말을 마친 그가 물을 한 모금 마셔 목을 축였다. “나 혹시, 남자들이 쉽게 반하는 그런 스타일이야?”“풉—”강한서는 바로 사레가 들렸고 참지 못하고 기침을 해댔다. 한현진은 그에게 종이를 건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너 이건 무슨 반응이야?”강한서가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한현진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만약 너와 친하지 않다면 처음 봤을 땐 그런 착각이 들만해.”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모두 시각의 동물이었다. 한눈에 봐도 예쁜 사람이라면 사람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한현진은 “다 내가 예쁜 탓이군.”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강한서의 말을 전혀 허투루 듣지 않고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럼 친한 뒤에는?”강한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친해진 뒤에도 널 좋아하는 건 콩깍지 단단히 씌었거나 취향이 독특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한현진의 눈가가 씰룩거렸다. 그녀는 일부러 화난 척 연기하며 강한서를 째려보았다. “취향이 독특하다니? 똑바로 얘기해.”강한서가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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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7화

강한서가 눈꺼풀을 씰룩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얘기했다. “강운이가 너에게 고백했어?”“그건... 아니지만. 내 느낌으론 강운 씨 날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대하고 있는 것 같아.”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기며 물었다. “너희 밥 먹을 때 무슨 일 있었어? 네가 그런 걸 느낄만한 뭔가가?”사고가 난 것도 아니니 굳이 걱정하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한현진이 아까 있었던 사고 이야기는 쏙 빼놓았다. “아무 일 없었어. 그냥 나에게 너무 친절한 것 같아서.”한현진이 말하며 또 긴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뻘쭘해. 강운 씨처럼 허우대 멀쩡하고 성격도 완벽한 사람이 왜 날 좋아하는 거야? 내가 비록 예쁘긴 하지만, 그래도 난 가정이 있는 사람이잖아.”꾹 참고 있던 강한서가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너 지금 내 앞에서 자랑하는 거지?”폭소를 터뜨리던 한현진이 겨우 웃음을 그치고 말했다. “농담이야. 난 정말 고민이야. 강운 씨는 네 제일 오래된 친구잖아. 너무 불편하다고.”강한서가 콧방귀 뀌었다. “전엔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라며?”한현진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넌 그때 우리 오빠에게 질투했잖아. 네가 아무나 질투하는 건지 내가 어떻게 알고.”강한서가 한현진을 노려보았다. “그래서 내 탓이라고?”“내 탓이야, 내 탓.”한현진이 얼른 적극적으로 잘못을 인정했다. “난 너처럼 인기가 많지 않아서 한눈에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 분별하지 못해. 어렸을 때부터 날 좋아한다고 따라다니는 사람이 몇 명 없어서 경험이 없다고, 난.”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어렸을 때부터 연애편지는 수도 없이 받아봤다며?”“...”“어렸을 때 받은 연애편지가 뭐가 진짜겠어. 그냥 애들 장난에 불과한 거지. 그때 정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를 좋아했으면 내가 어떻게 딱 한 명만 사귀어 봤겠어?”강한서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너 말투가 왠지 아쉬워하는 것 같은데?”“아쉽지 않아.”한현진이 강한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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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8화

한현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 오빠가 그렇게 억지 부리는 사람이야? 오빠 요즘 나에게 선물 보낼 때마다 네 것까지 준비해 주거든? 루머 퍼뜨리지 마.”강한서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음 주면 곧 회장 선거야. 만약 내가 회장이 되면 앞으로 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거야. 널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한현진이 조심스레 강한서의 귀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넌 일 때문에 바쁜 거잖아. 내가 왜 그것 때문에 너에게 실망하겠어?”강한서가 말했다. “전에도 일 때문에 가정에 소홀해서 네가 아픈 것도 몰랐잖아.”한현진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네가 일 때문에 바빠서 이혼한 건 아니야.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확실히 강한서는 전엔 워커홀릭이었어. 여자 마음도 잘 몰랐고 변명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지. 하지만 난 그땐 전업주부였으니까 혼자서 허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어. 그러다 보니 오해는 눈처럼 불었고 결국 폭발했던 거야.’강한서는 반성을 잘하는 스타일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들 사이의 문제가 폭발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워커 홀릭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일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취미와 책임감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두 사람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가 모든 것을 바치려는 그 사람이 더 이상 없다면 그가 열심히 일하는 의미는 사라지는 것이다.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주주총회가 얼마나 중요한데, 이런 시기에 나랑 같이 나가는 거, 나는 좀 걱정이야.”강한서가 말했다. “전교 1등이 시험 전에 벼락치기 하는 거 봤어?”“그건 본 적 없어. 하지만 자기가 전교 1등이라는 말을 맨날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본 적 없긴 해.”앞에서 운전하고 있던 민경하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대표님은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전혀 안 그러세요. 사모님 앞에서나 짝짓기하려고 꼬리를 펼치는 공작새처럼 저러시죠. 몸에 있는 모든 깃털을 다 뽐내고 싶으셔서요.”강한서는 민경하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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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9화

‘이렇게 심각하다고? 계건후가 많이 잘못했나 보네.’“아, 맞다. 먼저 현진이한테 돌아오지 말라고 전해. 아직 복잡한 상황이니까 걔까지 끼어들게 할 순 없어.”송민준은 피식 웃고 말았다.“너무 티 나게 잘못을 감싸주는 거 아니에요? 현진이가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까 봐 두렵지 않으세요?”송병천은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현진이가 며칠 전에 이미 나한테 말했어. 계건후를 건드려도 되는지 물어보더라고. 걔는 너보다 똑똑하고 선을 지킬 줄 아는 아이야.”“...”‘아버지한테만 말하고 나한테는 알려주지 않았다니.’송민준은 송병천이 으쓱거리는 말투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했다.“현진이 오늘 저녁 집에 안 돌아올 거예요. 이미 한주에 없어요.”송병천은 멈칫하고 말았다.“어디 갔대?”송민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현진이랑 친하다면서요. 아버지한테 말씀드리지 않았어요?”송병천: ...“똑바로 말 안 해?”송민준은 억지로 웃음을 참아보려고 했다.“저한테도 어디 갈 건지 말하지 않았어요. 아마도 한서 씨랑 함께 있겠죠. 둘 다 연락이 안 되는 걸 보면.”송민준은 송병천이 질투할 줄 알았지만 그가 침묵을 지키다 이렇게 말할 줄 몰랐다.“한서를 봐봐. 어떻게든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려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잖아. 너는 곧 40이 되어가는데 어쩜 아직도 솔로야! 내가 너한테 준 유전자가 아까워. 어떻게 여자 하나 못 꼬셔?”“...”‘아들놈 키워봤자.’송민준이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그러면 아버지가 알아서 처갓집 분들 잘 모셔보시든지요.”“...”송민준은 그래도 돌아가기로 했다.한현진이 회사에서 입지를 굳혀야 했기 때문에 송병천이 직접 나설 수가 없었고 서해금도 가기 싫다고 하니 악역은 송민준이 할 수밖에 없었다.계건후가 구속되자 그의 아내 성하은은 자식을 데리고 송씨 가문을 찾아왔다.송민준은 집에 들어서기도 전에 여자와 아이가 우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이모부님, 건후 씨가 이번에 잘못하긴 했어도 그동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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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0화

송병천은 애써 모르는 척했다.“주얼리 샵은 내가 관리하는 거 아니야. 현진이가 아직 말해주지 않아서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아이들도 보고 있는데 울지 말고. 현진이가 돌아오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볼게.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든 거였다면 내가 혼내줄게.”성하은은 평소에 아이를 돌보면서 놀음만 했고, 심심하면 쇼핑이나 해서 그런지 그렇게 똑똑하지 않았다. 송병천의 자애로운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를 보고 있자니 정말 모르는 듯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가 자기도 모르게 서해금을 쳐다보게 되었다.이때 서해금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몰래 원자재 협력사를 바꿔치기하고 회사 자금을 빼돌렸는데 무슨 할 말이 더 남았어? 그동안 우리가 뭐 섭섭하게 했어? 현진이를 도와 열심히 일하기를 바랐는데 월급이 부족했던 거야? 왜 그런 짓을 해서 내 얼굴에 먹칠해!”성하은이 울며불며 말했다.“이모님께서는 모르셨겠지만 건후 씨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어요. 스트레인지 사장이 바뀐 이후로 장사가 잘 안되어 보너스도 줄었단 말이에요. 평소였다면 그냥 참고 견뎠을 건데 하필 저희 시아버님 시어머님께서 편찮으셔서 수술해야 했어요. 매달 월급으로 주택 대출금과 생활비를 물어야 했고 수술비를 마련할 수가 없었어요. 이모님께 빌려달라고 전화하고 싶었지만 건후 씨가 더는 신세 지면 안 된다면서 말렸어요. 알아서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니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어요. 알았으면 집을 팔아서라도 말렸죠.”성하은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이모님, 이모부님, 건후 씨가 두 분의 믿음을 저버린 건 천부당만부당한 짓이었어요. 그런데 생명이 오가는 일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 용서는 바라지 않아도 효심을 봐서라도 기회 한번 주는 거 어떠세요? 제가 저희 집안과 상의해서 반드시 횡령금을 다시 갚을게요. 네?”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송병천을 쳐다보았다.“여보, 이 자식이 어리석은 짓을 해서 제가 편을 들면 안 된다는 거 알지만 두 아이가 너무 어리잖아요. 저도 혼자 아이를 키워봐서 아는데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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