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621 - Chapter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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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1화

강한서의 상처가 더욱 벌어졌다. 극심한 고통에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강한서가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일은 일대로 벌여놓고 우리 관계에 대해선 제대로 들은 게 없나 보네? 현진이는 내 전처야. 너도 머리가 있으면 한 번 생각을 좀 해봐. 자기한테 못되게 굴었던 전남편 구하겠다고 나타날 여자가 세상천지에 있을 것 같아?”강한서의 말이 납치범의 심기를 자극한 듯싶었다. 순간적으로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린 납치범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너 이 X발 우리 마누라랑 바람 피우려고 이혼했냐? 그래서 내 마누라한테 나랑 이혼하라고 시킨 거였냐고, 이 X 발 놈아.”납치범의 말에 어이없어진 강한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네 마누라가 누군지도 모르는데.”“개소리 집어치워!”가정 폭력남은 분노를 터뜨리며 강한서의 말을 끊었다.“우리 마누라, 너 만나고 와서 나한테 이혼서류 내밀었어, 그전까진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애가! 네가 이혼 소송까지 도와줬잖아!”얘기를 꺼낼수록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가정 폭력남이 손을 높이 들어 강한서의 뺨을 거칠게 내리쳤다. “네가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가정 폭력남이 온 힘을 다해 내려친 뺨에서는 얼얼한 통증이 몰려왔고 귓가에서는 순간적으로 ‘윙윙’ 소리가 맴돌았다. 하지만 납치범의 말에서 강한서는 뭔가 새로운 걸 알아낼 수 있었다. 정말 한현진이 얘기했던 대로 이 납치범은 지금 자신을 주강운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한 모양이었다.강한서가 자세히 생각을 하려고 시도하기도 전에 잔뜩 흥분해 버린 가정 폭력남이 강한서의 목덜미를 강하게 내리누르며 말했다.“난 지금 와이프도 잃고 아들도 잃었으며 부모님까지 회사에서 잘리셨어. 우리 가족이 너 때문에 다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고! 이런데도 내가 널 가만히 놔둘 것 같아?”납치범이 미친 사람처럼 깔깔 웃기 시작하더니 입을 열었다.“한현진 그년이 나타나든 안 나타나든 딱히 상관없어. 너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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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화

한현진은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번호라곤 가족, 강한서, 차미주와 한성우의 번호뿐이었다.한현진은 어쩔 수 없이 한성우의 번호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강한서를 한 손으로 속박하고 있던 가정 폭력남은 다른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어 한현진이 부르는 번호대로 발신창 다이얼을 눌렀다.한편, 한성우는 강한서와 한현진이 있는 곳의 단서를 직접 경찰 측에 알리기 위해 도로 위를 질주 중이었다. 그러다 발신 번호 제한으로 걸려 온 전화에 무의식적으로 통화 수락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한성우가 전화를 받는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한현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한성우가 입을 열어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걸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한현진의 잔머리였을 것이다.“주 변호사님, 저예요.”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의외의 목소리에 놀란 한성우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갓길에 차를 세웠다.한성우는 떨리는 손으로 급하게 휴대전화의 녹음 버튼을 누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어디 계세요? 제가 얼마나 애타게 찾고 있는지 아세요?”대충 무슨 상황인지 눈치채고 재치 있게 대답해 준 한성우에 한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몇 초의 짧은 시간 동안 수화기 너머의 한성우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이 설마 “그 사람을 왜 나한테서 찾아?”와 같은 것일까 봐 걱정돼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한현진이었다.한현진은 일전에 납치범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경찰 쪽에서 이미 어쩌고저쩌고했던 말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그 대화로 이미 둘이 납치를 당했다는 사실을 적어도 친인척들과 친구들은 알고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만약 한성우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태연하게 행동했더라면 오히려 납치범들의 의심을 샀을 것이 분명했다.한현진이 침착하고도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저는 지금 안전해요. 다만, 돌아갈 수가 없을 뿐이에요.”“한서는요? 한서는 지금 어때요?”“한서는…”한현진은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억누르며 반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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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3화

한현진이 상황 파악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납치범은 거칠게 휴대전화를 강물에 빠트리며 말했다.“이 개 같은 X 년이, 또 날 갖고 놀았다 이거지?”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한현진도 당황스럽고 억울했다.“속인 적 없어! 강한서가 지금 당신 손에 인질로 잡혀있는데 내가 대체 무슨 용기로 당신을 속여!”한성우가 도착하려면 멀었으니 밖에서 들리는 엔진소리가 한성우의 차일 리는 없었다.이 야밤에 이런 외딴 황무지까지 올 사람이 있나? 설마 경찰이 여길 알아버린 건가?점점 가까워지는 차를 보던 납치범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강한서의 멱살을 억세게 쥐고 있던 납치범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납치범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역시나 경찰인 듯싶었다.이미 피를 많이 흘린 강한서의 얼굴에는 핏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해져 납치범의 손에 멱살만 잡힌 채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힘없이 그 자리에 축 늘어져 있었다.그런 강한서를 보는 한현진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는 납치범이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강한서를 차가운 물 속으로 밀어 넣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불안함을 이기지 못한 한현진이 눈물을 흘리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진짜 속인 적 없어. 제발 한서 좀 놔주면 안 될까?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어딜 도망간다고 그래. 차라리 나를 인질로 잡아. 제발,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그런 한현진의 모습을 보는 강한서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는 한현진이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며 머리를 숙이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것도 하루에 두 번씩이나...점점 가까워지는 차에 납치범의 모든 정신이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밝은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다가오던 차는 다리까지 다다르고 나서야 헤드라이트를 껐다.납치범은 무의식적으로 강한서의 어깨를 짓누르며 재빨리 손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바로 그때, 차 안에서 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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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4화

여인의 말에 가정 폭력남이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은 듯 멈칫하더니 곧이어 강하게 여인의 말을 부정하기 시작했다.“그럴 리가 없어!”답답해진 여인이 눈을 붉히며 따졌다.“네가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며, 그럼 그때 차라리 날 찾아와서 따졌어야지. 그깟 같잖은 네 친구들 말만 철석같이 믿고 네 아내를 바람핀 여자로 의심해? 애초에 나한테 해명할 기회를 준 적은 있었어? 내가 너랑 이혼을 결심한 건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너 때문이야. 네가 변해서라고!”가정 폭력남의 표정이 멍해졌다. 완전히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남자가 공허한 표정으로 물었다.“진짜 다 내 잘못이라고?”흔들리는 듯한 가정 폭력남의 모습에 주강운이 여인에게 눈빛으로 무언의 신호를 주었다. 주강운의 눈빛을 읽은 여자가 크게 한숨을 쉬고는 차분한 말투로 대답했다.“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그렇게 그냥 흘려보내자. 더는 아무 죄 없는 사람 다치게 하지 마. 지금 당장 그 사람 풀어주면, 내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게.”의외의 대답에 가정 폭력남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낮게 물었다.“정말...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여인은 두려운 마음에 떨려오는 목소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당연하지...”가정 폭력남은 몇 초 동안 여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마치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대한 의심을 아직 완전히 거두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남자가 언제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몰라 심장을 졸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이리로 와, 나 부축 좀 해줘.”예상치 못한 남자의 태도에 여인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차마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주강운이 여인에게 나지막이 속삭이며 그녀를 안심시켰다.“곧 경찰들이 도착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보세요.”입술을 꽉 오므린 여인은 손가락을 안쪽으로 말아 힘껏 주먹을 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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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5화

하지만 이미 상처를 많이 입어 몸에 힘이 없던 강한서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하고 거센 물살에 휩쓸려 2m 되는 곳까지 밀려 나갔다.한현진은 죽을힘을 다해 강한서가 있는 곳으로 헤엄쳐 가까스로 그의 옷깃을 잡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강한서가 떠밀려 가지 않게끔 잡는다 한들 물속에서 한현진이 강한서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끄러운 물소리에 원활한 소통도 하기 힘들뿐더러 여자의 몸으로 건장한 성인 남성을 이끌고 뭍으로 나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상황판단이 끝난 한현진은 두 사람의 얼굴만은 물 위로 노출 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천천히 강한서를 데리고 강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헤엄쳐 가며 어떻게든 살아남을 기회만을 노렸다.하늘이 그녀를 도운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원체 운이 좋은 사람인 것인지 물살을 따라 헤엄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한현진은 물살을 가로막고 있던 나뭇가지를 발견했다. 그녀는 안간힘을 다해 나뭇가지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옮겨 강한서를 그곳에 기댈 수 있게 해주었다. 어찌 됐든 한현진은 그 나뭇가지 덕분에 잠깐이라도 한숨을 돌릴 기회가 생겼다.“강한서...”한현진은 울먹이며 입을 열어 강한서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차오르는 눈물을 간신히 삼켜가며 큰 소리로 다시 한번 강한서의 이름을 불렀다.“강한서, 잠들면 안 돼! 나 더는 너 못 끌고 가. 내가 밑에서 받쳐줄 테니까 넌 이 나뭇가지 타고 올라가. 나도 곧 뒤따라갈게. 우리 빨리 여기서 나가자.”한현진의 부름에 강한서가 쿨럭이며 조금 전 물에 빠지던 순간 먹었던 물을 뱉어냈다. 그는 물에 빠지기 전부터 심한 상처를 입었던 탓에 온몸의 힘이 다 빠져 기진맥진해 있던 상태였다.하지만 한현진의 간절한 울음소리에 강한서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으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천천히 나뭇가지를 붙잡고 조금씩 위로 올라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제대로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나뭇가지가 “콰직” 하는 소리를 내더니 나뭇가지 자체가 물속으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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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한현진의 고집에 강한서는 그대로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추운 한겨울 밤, 두 사람은 여전히 그 상태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어떻게든 체력을 아끼려 노력했다. 한현진의 체력 역시 바닥을 찍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극심한 추위에 노출되어 있던 탓에 입술은 보라색으로 변색 되기 시작했고 정신까지 흐리멍텅해지고 있는 상태였다. 오직 삶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만이 남아 그 얇은 나뭇가지를 꽉 붙들고 있었다.그 순간, 육지 근처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부산스러운 소리에 정신을 차린 한현진이 다급하게 강한서를 불렀다.“강한서, 일어나. 사람들 온 것 같아. 우릴 구하러 왔다고!”들뜬 목소리로 고개를 돌린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등 뒤에 있던 강한서가 어느 순간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발견했다.순간적으로 온몸의 피가 차게 식는 기분을 느낀 그녀는 머리끝까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한현진은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텅 빈 수면 위를 바라보며 몇 번이고 큰 소리로 강한서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그녀의 부름에 대답하는 것은 매정하게도 시끄러운 물소리뿐이었다.불안해진 한현진이 잡고 있던 나뭇가지에서 손을 떼 물살을 따라 다시 헤엄쳐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서야 자신의 온몸이 나뭇가지에 꽁꽁 묶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한서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뭇가지에서 손을 떼기 전, 마지막 남은 힘을 총동원해 자신의 허리띠로 한현진을 나뭇가지에 묶어버린 것이었다. 그녀의 손에 힘이 풀려버린 순간에도 강한서의 허리띠가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던 덕에 한현진은 조금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다.얼음장처럼 차가운 강물 속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있던 한현진은 진작에 동상으로 온몸의 감각이 마비되어 있던 상태라 강한서가 무슨 짓을 하든 전혀 눈치챌 수가 없었다.한현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미친 듯이 자신을 감싸고 있던 그 허리띠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던 순간, 육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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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화

“강한서...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차미주가 울음을 삼키며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물었다.한성우가 아무 말 없이 입술을 오므렸다. 평소에 그렇게 누군가를 위로해 주는 데에 탁월한 재능이 있던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절대 긍정적으로 행동할 수 없었다.강한서는 수영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깊은 상처를 입은 채 그렇게 물살이 센 곳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란 0에 수렴한다고 봐도 무방했다.강한서와 함께 강물에 뛰어든 그 가정 폭력남의 시체는 이튿날 오후에 바로 발견되어 건져 올려졌지만 강한서에 대한 건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짧게 한숨을 내쉰 한성우가 조용히 말했다.“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잖아. 현진이는 아무 상처도 없이 물속에 오래 있었던 것뿐인데 지금까지 못 깨어나고 있잖아. 강운이가 그러는데 한서, 상처까지 입은 상태로 물에 빠진 거래. 어쩌면... 누가 구해준 거 아닐까? 현진이처럼 한서도 아직 못 깨어난 거고.”차미주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현진이 깨고 나서 아직도 한서 못 찾은 거 알면, 우리 현진이 어떡해...”한현진은 병상에 누워있는 며칠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고열에 시달려야 했다. 그 탓에 가족들은 온종일 그녀 곁에서 수시로 상태를 체크해 줘야만 했다. 병실에 상주 할 수 없었던 차미주도 하루에 두 번씩은 얼굴을 비추었다. 병실로 들어설 때마다 차미주의 눈에 들어온 건 악몽이라도 꾸는 듯 인상을 쓰고 괴로워하는 한현진의 표정과 끊임없이 “강한서” 세 글자만을 외치는 한현진의 입술이었다.멀쩡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단다. 아무런 연관도 없는 제3자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인데 강한서와 각별한 사이였던 한현진의 속은 얼마나 문드러질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차미주는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며 말했다.“그래, 그 범인은 이미 죽었어. 그러면 나머지 두 명은? 대선 직전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건, 분명 배후가 존재한다는 뜻이야. 강한서 삼촌이 사람 시켜서 벌인 짓일지 누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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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8화

“그게 뭐야?”“흔히 말하는 안면인식장애 말이야. 우리가 평소에 농담처럼 얘기하는 그런 거 말고, 그 사람은 정말 사람을 구별하지 못해. 낯선 사람은 더더욱. 오직 옷차림이나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대. 진료를 봤었던 의사가 그러는데 전에 뇌에 종양이 생겨서 수술한 뒤로 저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경찰 측에서도 지인, 친구, 동료를 통해 알아봤는데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게 확실해. 게다가 그 병 때문에 부서 이동도 했었고.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니까 점점 의심이 많아지고 성격도 괴팍해지면서 조울증까지 왔대. 그리고 그 원인으로 당시 사람을 다치게 한 후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했었대.”“전 와이프와 친구들이 그러는데, 감정 기복이 심하고 소유욕이 강했대. 특히 병이 난 후에는 와이프가 이성과 대화만 나눠도 자신을 배신했다고 오해했고 강운이가 와이프의 이혼 소송을 도와주니까 앙심을 품고 손 쓸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거야.”잠시 말을 멈춘 한성우가 속삭이듯 말했다. “경찰은 한서를 강운이로 착각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어.”차미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걸 어떻게 착각해? 강한서와 주 변호사님을 못 알아보면 현진이는 어떻게 알아본 건데? 그 이유는 말이 안 되잖아.”“형수님은 왼쪽 귀 위에 점이 있잖아. 형수님이 출연한 봄의 연인도 인기가 엄청났었고. 납치범은 형수님을 이미 여러 번 봤으니 형수님 신체 특점과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을 거야. 경찰 측에서 납치범의 휴대폰을 복원했는데 그 안에 형수님 동영상이 가득했다고 했어. 복수를 위해서 한서 부부를 납치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거지.”차미주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만약 복수가 목적이라면 현진이와 강한서가 동해에 갔던 그때가 더 좋은 기회였잖아. 왜 하필 주주총회가 있는 날 한성 그룹 앞에서 그런 짓을 한 거야?”얘기하던 차미주의 머릿속에 갑자기 뭔가가 반짝 떠올랐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복수를 하려는 것이든 강한서를 주주총회에 참가하지 못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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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9화

주강운 역시 자연스레 차미주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시선을 아래로 떨군 그가 나지막이 물었다. “현진 씨는 어때?”“열은 이미 내렸는데, 아직 안 깨어났어.”한성우가 양지원을 보더니 어떻게 된 거냐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주강운이 설명했다. “현진 씨 사고 났다는 소식을 듣고 양지원 씨도 병문안 오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 마침 나도 이쪽으로 오는 길이라 같이 온 거야.”한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원 씨, 들어오세요.”양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선물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차미주는 수건을 들고 한현진의 손등을 닦아주고 있었다. 양지원이 들어오자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네곤 하던 일을 계속했다. 한현진은 창백한 얼굴로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야윈 듯 볼은 핼쑥해졌고 이목구비는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평소 방긋방긋 잘 웃고 말주변이 좋던 그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양진환에게서 사건의 모든 과정을 전해 들은 양지원은 대체 얼마나 사랑해야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다리에서 따라 뛰어내릴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상상되지 않았다. 그저 한 남자일 뿐이었다. 송씨 가문의 귀한 딸이라면 어떤 남자든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다. 한현진을 꽤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까지 사랑에 눈이 멀었을 줄이야. 남자 하나를 위해 자기를 이런 꼴로 만들다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긴 한 걸까?“의사가 뭐래요?”양지원이 나지막하게 차미주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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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0화

잠깐 멍해진 주강운은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이번 일은 확실히 제 탓이 맞아요. 저도 그 소송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은...”“몰랐다고요?”차미주는 화가 치밀었다. “이혼 소송을 도와주면서 그쪽 병력이나 인성이 어떤지도 알아보지 않은 거예요? 변호사 경력이 몇 년인데, 소송을 열정으로만 밀어붙이시는 거예요? 주 변호사님은 겁이 없으셔서 죽는 것도 보복당하는 것도 두렵지 않으시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는 끼치지 마셔야죠! 지금 한 명은 죽고 다른 한 명은 다쳤어요. 몰랐다고요? 몰랐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 여자를 데리고 현장에 정확하게 갈 수 있었던 거예요. 강한서가 죽으면 그건 주 변호사님이 죽이신 거예요.”차미주의 말이 너무 심했던 탓에 주강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한성우 역시 차미주가 말이 심한 것 같아 황급히 입을 열었다. “사람을 아직 찾지도 못했는데 죽는다는 말이 왜 나와? 그 소송은 이미 2, 3개월도 더 된 일이야. 그 개자식이 이제껏 칼을 갈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그러더니 또 주강운을 향해 말했다. “강운아, 미주가 한 말 신경 쓰지 마. 형수님이 계속 깨어나지 않아 걱정되어서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거야. 네가 마침 사람을 데리고 가지 않았더라면 한 명도 살리지 못했을 거야. 그 자식은 완전히 미친놈이라니까.”주강운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한성우의 말을 듣기는 한 것인지 그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미주 씨 말이 맞아. 이 일에 나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어. 내가 상황을 잘 알아보고 그 소송을 맡았어야 했어. 내 의뢰인이 이혼 소송 중에 재산분할을 더 받기 위해 나에게 전남편의 병력을 숨겼고 그래서 난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예측하지 못해 이런 상황을 초래했어. 정말 미안해.”한성우가 입술을 앙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차미주처럼 주강운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서도 마음껏 상대방에게 화풀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성우와 강한서는 소꿉친구였고 주강운과도 사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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