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501 - 챕터 1510

2289 챕터

제1501화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차미주가 말했다.“현진아, 양지원 씨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지 않아?”한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는 사람이야?”차미주가 한현진의 볼을 툭 치며 말했다. “스타일 봐봐. 예전에 강한서와 막 결혼했을 때, 너도 저런 스타일이었잖아. 파티가 있으면 드레스룸에 있는 모든 액세서리를 전부 하려고 했었잖아. 안 예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누가 너 돈 없다고 무시하기라도 하듯이 말이야.”한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 “철없을 때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어때?”강한서와 막 결혼했을 때 한현진은 많은 시기와 질투를 받았었다. 몇 번은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많은 그들은 자신을 면전에 주고 비웃기도 했었다. 한현진은 워낙 반항적인 성격이라 그들이 비웃으면 비웃을수록 더 정면충돌했다. 그들이 사지 못하는 액세서리, 가방을 강한서의 신분을 빌려 마음껏 예약했고 가지기 어려운 물건일수록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 했다. 예약한 물건이 도착하면 바로 화려하게 풀장착한 뒤 파티에 참석해 시기와 질투 어린 얼굴들을 감상했다. 한껏 자랑하고 돌아오면 꼭 후회하곤 했었다. ‘고작 한 방 먹이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쓰다니, 나 바보야?’그러니 몇 번 그런 일을 겪은 후, 한현진은 더 이상 화려하게 장착하고 자랑하지 않았다. 차미주가 굳이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한현진은 자신의 흑역사를 완전히 잊고 살았을 것이다. 양지원은 그 당시 한현진보다 더 심했다. 옷은 둘째치고, 몸에 두르고 나온 액세서라만 보더라도 최소한 몇 채 집값 정도는 할 것 같았다. 한마디로 걸어 다니는 졸부 같았다. 그러니 계 매니저가 양지원에게 굽신거렸을 테였다. 양지원은 갑질하며 까다롭게 구는 스타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디자인이 못생겼다고 했고 상대방도 겉으로는 기분 나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우아한 스타일의 새로운 코디에 양지원은 오히려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차미주의 말이 맞았다. 어쩌면 양지원은 자신의 스타일링이 예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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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2화

“네 말을 들어?”한현진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어디 변명이나 들어보자.”“...”민경하가 옆에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솔직하게 얘기하세요. 진정성 있는 얘기야말로 필살기에요.”강한서가 민경하를 노려보았다. “그놈의 입 좀!”“누구 입이 어쨌다는 거야! 민 실장님 괴롭히지 마.”민경하는 순간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역시 줄을 잘못 서지 않았어. 사모님은 편들어 주실 줄 알았지.’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언제 괴롭혔다고 그래. 매번 민 실장 보너스가 제일 많단 말이야. 팀 내부에서도 불만이 있을 정도라고.”한현진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민 실장님이 사람 다룰 줄 알아서 다행이지, 네 그 성격을 받아 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어?”민경하는 감히 그 공로까지 안을 수 없어 얼른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일하실 땐 안 그러세요. 당근과 채찍을 분명히 하시는 분이라 직원들이 좋아해요.”강한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민경하를 쳐다보았다. 민경하는 바로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말은 잘해.’한현진이 이렇게까지 물었으니 더 이상 숨길 수는 없는 상황이라 강한서는 친구를 팔아먹기로 결심했다. “사실 처음엔 나도 몰랐어. 나중에 성우 연기가 너무 억지스러워서 나한테 들킨 거지.”한현진이 이를 악물었다. “눈치챘으면서 왜 나에게 얘기 안 했어?”“나와 성우가 한 편이라고 네가 오해할까 봐. 너 기억 안 나? 걔네 둘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을 때, 네가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나랑 싸운 거였잖아. 경비원에게 날 사생팬이라고 해서 하마터면 들어가지도 못할 뻔 했었고.”“...”강한서의 말에 한현진은 그때의 일을 떠올렸다. 당시 그녀는 차미주에게 상처받아 한성우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강한서를 원망했다. 비록 조금 충동적이긴 했지만, 결국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한성우는 진짜로 차미주를 속여 그녀를 옆에 둔 것이었다. 강한서가 말했다. “그때 난 정말 당당했어.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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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3화

“꺼져! 진지하게 얘기 중이잖아! 대체 알아, 몰라?”“잠깐만, 양지원이라...”강한서는 그 이름을 곱씹어봤지만 전혀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민경하가 옆에서 귀띔했다. “진환에너지 양진환 대표님의 따님 양지원 씨요.”강한서가 멈칫했다. “양 대표님 딸?”“누구? 귓속말하지 말고, 나도 들려줘. 민 실장님이 뭐라고 했는지.”강한서는 어이가 없었지만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민경하가 말했다. “사모님께서 말씀하신 양지원 씨, 혹시 미간에 점이 있고 팔찌도 세 개씩 하고 다니고, 온몸에 집 몇 채 정도 값 나오는 명품을 휘두르고 다니는 분이세요?”“맞아요! 그 사람이에요. 민 실장님, 그분 아세요?”민경하가 웃으며 말했다. “양 대표님 따님이세요. 전 당연히 모르고, 다만 대표님께서 진환에너지와 협업하신 적이 있어서 전에 양 대표님 집안에 대해서 좀 알아봤었죠.”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 그런 말 없었잖아요.”“제가 양 대표님에 관해 보고 올린 뒤 양지원 씨에 관해 얘기하려니까 대표님께서 가정조사 하는 것도 아니고 듣기 싫다고 하셔서 얘기 안 했죠.”“...”한현주가 민경하는 칭찬 했다. “역시 민 실장님 일처리 하나는 최고예요.”강한서는 불만스럽게 자신의 유능한 비서를 째려보았다. ‘다 좋은데, 너무 내 여자친구 앞에서 나대잖아.’“...”‘또 이러시네.’유현진이 민경하에게 말했다. “민 실장님, 얼른 그 양지원 씨에 대해 얘기해줘요.”강한서의 동의를 거치고 나서야 민경하는 한현진과 얘기할 수 있었다. 진환그룹은 10여 년간, 무서운 속도로 떠오르는 회사였다. 양진환은 한주시의 사람이 아니었다. 처음엔 소도시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도시를 거쳐 결국 한주에 안착했다. 양진환은 가방끈이 길지 않았지만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이었고 안목이 뛰어났으며 운도 좋은 편이었다. 마침 에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회의 분위기에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어 기세를 탄 진환그룹은, 경제가 안 좋아 많은 업계가 주춤하던 시기에 승승장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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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4화

그들은 늘 화려했다. 심지어 머리핀 같은 작은 액세서리도 몇십만 원이나 했다. 그들의 화제는 늘 각 오너가의 가쉽이거나 명품에 관한 얘기였다. 양지원은 브랜드 로고를 보고 인터넷으로 찾아봐야 했지만 그들은 눈으로 훑기만 해도 어느 제품인지, 가격은 얼마인지 바로 알아보았다. 그들과 빨리 어울리기 위해, 또는 남들이 물었을 때 브랜드 이름도 말하지 못할까 봐 한주시로 온 후 양지원은 미친 듯이 명품을 사들였다. 비싸고 한정판인 것들로만 골라서 말이다.양씨 집안이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 양진환은 일 때문에 딸과 함께 하지 못했으니 그녀를 응석받이로 키웠다. 그러니 그는 그런 양지원을 한 번도 제지하지 않았다. 한주시의 명품샵들은 양지원을 좋아했다. 다름이 아니라, 단지 그녀가 돈 많은 호구였기 때문이었다. 한현진이 입술을 짓이겼다. 어떤 의미에서, 양지원은 정말 자신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다만 한현진은 진작 빠져나왔다면, 양지원은 오히려 점점 더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한현진이 물었다. “그러니까 민 실장님 얘기는 양지원 씨가 그렇게 입고 다니는 건, 그 바닥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는 거예요?”“어떻게 보면 그런 거죠.”민경하가 말했다. “양지원 씨는 한주에 친구가 별로 없어요. 양 대표님은 자주 상업 파티에 참석하시는데, 어디든 따님을 데리고 다니시거든요. 양지원 씨를 소개하려는 것도 있지만 좋은 남편감을 찾으려는 목적도 있어요.”“그 바닥이 어떤지, 사모님도 잘 아시잖아요. 일반인이 쉽게 받아들이긴 힘든 곳이죠. 양지원 씨는 경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최대한 그 바닥의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니까요.”“하지만 사실 양지원 씨의 친구들이라고 하는 그 사람들은, 전혀 양지원 씨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들이 양지원 씨와 친구를 하는 건, 그저 양지원 씨 집안 때문이에요. 양씨 가문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앞에서는 마음에도 없는 말로 칭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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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5화

민경하는 옆에서 굳은 얼굴로 전혀 대화에 끼지 못하고 있는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더니 헛기침했다.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대표님께 부탁해 양 대표님께 여쭤보라고 하시면 어때요? 대표님 양 대표님과 꽤 가까운 사이거든요.”그러더니 민경하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강한서 쪽으로 밀고 한 편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한현진이 강한서에게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 파티 어디에서 하는지 알아봐 줄 수 있어?”거들먹거리려던 강한서는 한현진의 “여보”라는 말에 결국 와르르 무너졌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그건 왜?”“양지원 씨와 친해져서 스트레인지의 고객으로 만들어보려고. 그리고 너 앞으로 어떤 파티나 모임이든 전부 나 데리고 다녀. 가서 얼굴도장 좀 찍어야겠어.”강한서가 말했다. “너 전엔 그런 모임 제일 싫어했었잖아.”“전엔 말 많은 놈들 상대하기 귀찮아서 싫어했던 거고. 지금은 다르잖아. 난 그 사람들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앞에서 몇 시간씩 욕먹어도 괜찮아.”“...”“됐어. 얼른 물어봐. 알아보고 전화해.”그렇게 말한 한현진이 전화를 끊었다. 불퉁해진 강한서가 고개를 들어 민경하를 보며 물었다. “얘 지금 날 도구로 이용한 거예요?”민경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용이라도 당할 수 있으면 다행이죠. 까다롭게 굴지 마세요. 사모님은 지금 전과는 다른 분이세요. 그 집에서 사위를 바꾸는 일은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요.”강한서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욕설을 내뱉었다. “나가요!”민경하는 태블릿 PC를 끌어안고 홀연히 자리를 비켰다. 한편, 가게에서 나온 양지원은 온몸이 불편했다. 가게에서 옷을 가지려고 했지만 이젠 그런 기분마저도 없어져 바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도우미가 그녀를 보더니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도우미는 한참 만에야 양지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가씨, 돌아오셨어요.”도우미의 반응에 양지원은 생각했다. ‘역시 안 예쁜가 봐.’양지원의 마음속에 한현진을 향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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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6화

양지원이 멈칫하더니 그제야 자신이 전에 주문했던 화려한 드레스를 떠올렸다. 막 가져오라고 말하려던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현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머뭇거리던 양지원이 말했다. “차 매니저님, 가게에 블랙 계열의 심플한 드레스 있나요?”차 매니저가 의아해하더니 물었다. “드레스 바꾸시려고요? 전에 주문하신 이 드레스, 저희가 프랑스에서 공수해 온 거예요. 예약금도 이미 냈고 이 드레스를 원하지 않으시면 예약금은 돌려드릴 수가 없어요. 그리고 배송비용도 양지원 씨께서 부담하셔야 하고요.”양지원이 태연하게 말했다. “싫다고는 얘기하지 않았어요. 블랙 드레스로 골라줘요. 심플한 디자인이면 돼요. 지난번에 제가 주문한 드레스와 같이 보내주시면 돼요.”강한서는 곧 양진환에게서 그들이 참석하는 파티 시간과 장소를 알아냈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양진환은 강한서의 질문에 바로 그에게 두 장의 초대장을 보내줬다. 사실 이 초대장은 이미 주최측에서 강한서에게 보냈었다. 하지만 이런 술자리에 강한서는 웬만하면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니 데스크에서는 민경하에게 확인한 후 초대장을 바로 처리해 버렸다. 집에서 잠시 휴식한 한현진은 준비를 마치고 강한서와 함께 파티에 참석했다. 강한서와 한현진이 파티장에 도착하자,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사람이 이혼 후 처음 다정해 보이는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참석한 것이었다. 지금의 한현진에게는 송씨 가문이라는 화려한 배경이 생겼다. ‘설마 또 강한서와 재결합한 건가?’강한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티 나지 않게 한현진에게 말했다. “비밀 연애할 거라며? 이게 비밀 연애야?”한현진이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널 공개하겠다니까 싫다는 거야?”강한서가 콧방귀를 뀌었다. “날 이용해 인맥을 늘리려는 거 아냐?”한현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싫어?”“내가 감히?”한현진이 피식 웃었다. “우리 집에서도 허락했는데,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잖아.”“만약 파파라치에게 찍혀서, 내가 네 스폰서라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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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7화

멈칫한 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양지원을 쳐다보았다. 양지원은 가게를 나설 때와 같은 액세서리를 하고 있었다. 다만 메이크업은 전보다 더 세련되었고 검은색 V넥의 롱드레스를 입고 있어 우아하고 기품 있어 보였다. 양지원도 한현진을 알아보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러더니 아주 잠깐, 골치가 아픈 듯 어색한 기류를 뿜어냈다. 그녀의 옆에서 양지원과 많이 닮았지만 그녀보다는 세월의 흔적이 많아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양지원의 어머니인 것 같았다. 양진환이 딸이 오자 기분 좋게 그녀를 불렀다. “이리 와. 아빠가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 이분은 한성 그룹의 강한서 대표야. 옆에 계신 이분은 강 대표의 여자친구인 한현진 씨.”그러더니 곧 고개를 돌려 두 사람에게 말했다. “여긴 우리 딸 지원이, 양지원. 전에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마침 잘됐네. 젊은 사람끼리 인사하렴.”양지원이 입술을 짓이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현진은 그녀가 아침에 있었던 일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 만난 적이 있다는 티를 내지 않았다. 한현진이 쿨하게 손을 내밀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양지원 씨.”양지원은 한현진을 훑어보더니 그제야 천천히 손을 내밀고 짧게 악수했다. 강한서에게 인사를 건넬 때도 양지원은 무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아버지가 강한서와 친하다고 해서, 혹은 강한서의 외모가 훌륭하다고 해서 그를 경외하는 눈으로 보지 않았다. 한현진은 순간 마음이 놓였다. 양진환과 그의 아내는 강한서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한현진은 그들과 잘 친하지 않아 먼저 말을 걸지 않았고 그저 양진환과 그의 아내가 말을 걸면 예의 있게 대답할 뿐이었다. 양진환과 그의 아내는 모두 시원시원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말할 때도 업계의 다른 대표처럼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쉽게 다른 사람을 평가하거나 어느 업계의 어느 일에 관해 누설하지도 않았다. 양진환은 소문처럼 가방끈 짧은 촌놈이 단순히 운만으로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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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8화

양진환의 아내가 남편의 팔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말했다. “한서 여자친구 있었어요?”양진환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당연한 소릴. 생긴 것도 멀끔하고 능력도 있으니 여자친구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양진환의 아내가 말했다. “난 우리 지원이랑 이어주려고 했더니.”“어어 주긴 뭘 이어줘. 좋은 애인 건 사실이지만 한서는 이혼했었잖아. 우린 지원이 하나뿐인데, 난 하 밖에 없는 내 딸은 이혼한 남자에게 시집보내고 싶지는 않아.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길 줄 알고. 송병천 딸이 가지라고 해.”양진환의 아내가 그를 툭 치며 말했다. “지금이 어떤 세월인데 이혼을 신경 써요?”“어떤 세월이든 난 상관없어. 멋대로 쓸데없는 일 만들지 마.”양진환의 아내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냥 한마디 했을 뿐인데 말하는 것 좀 봐요. 당신만 딸 아까운 줄 알아요? 나도 우리 딸 아까워요. 매번 당신만 좋은 아빠고 난 나쁜 엄마지!”양진환은 얼른 아내의 손을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내가 말을 예쁘게 못 해서 그래. 아량 넓은 당신이 용서해.”그의 아내는 마지못해 양진환의 말을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한현진과 강한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벗어난 뒤 한현진이 강한서의 손을 놓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가서 놀아. 난 일 보러 가야겠어.”강한서가 그녀를 잡아세웠다. “너 무슨 일을 벌이려고?”한현진이 말했다. “양지원 씨 곁에 있는 사람들이 대체 어떤 인간들인지 지원 씨에게 보여주려고.”강한서가 멈칫했다. “어떻게 하려는 거야?”한현진이 강한서에게 바짝 다가와 그의 귓가에 속삭이더니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다녀올게.”그러니 한현진이 곧 자리를 떠났다. 마음이 놓이지 않은 강한서가 민경하를 불렀다. “민 실장이 가서 현진이 좀 지켜봐요.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뒤처리 좀 해줘요.”민경하가 말했다. “사모님 수단 좋으시잖아요.”강한서가 민경하를 노려보았다. “가라고 하면 좀 가요.”민경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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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9화

양지원은 서서히, 그들이 진심으로 자신과 친구로 지내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그저 양지원이라는 고객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한현진은 예외였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목적을 분명하게 밝혔다. 오히려 그 모습에 반감이 줄어들었다. 양지원이 덤덤하게 말했다. “저와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거라면, 오늘 그 디자이너를 내쫓지 마셨어야 했어요.”“전 양지원 씨를 제 단골로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건 아니에요. 단지 양지원 씨가 제 가게에서 더 많이 소비하게 하기 위해 예쁘지도 않은 걸 예쁘다고 칭찬하는, 그런 식의 강매라면 전 차라리 하지 않을 거예요.”양지원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뭐가 다르다는 거죠. 결국은 제가 그쪽 가게에서 제품을 사게 하려는 거잖아요.”한현진이 웃음을 거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양지원 씨. 맞지 않는 곳에 억지로 어울리려고 하실 필요 없어요. 지원 씨는 그 사람들과 달라요. 이 바닥에서 양 대표님 정도면, 지원 씨가 본인을 억지로 바꿔가며 맞추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오히려 그들이 지원 씨에게 맞춰야 하죠.”멍해졌던 양지원이 곧 창피한 듯 한현진의 말을 받아쳤다. “누가 맞췄다고 그래요? 전 단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할 뿐이에요.”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정말 좋아하는 거라면 제가 지원 씨 액세서리를 뺐을 때, 그렇게까지 불편한 기색을 하지 마셨어야 해요. 지원 씨에게 그건 단순히 액세서리가 아니라, 그들과 어울리는 통행증 같은 거잖아요. 하지만 사실 지원 씨에게 그런 건 필요하지 않아요. 양 대표님께서 지원 씨를 위해 가꿔주신 세상은, 지원 씨가 자유롭게 지원 씨 답게 살기에 충분해요. 힘들게 다른 사람에게 맞출 필요는 없다는 얘기죠.”양지원이 뭐라고 얘기를 하려는데 커튼 너머로 불만을 늘어놓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라고 불러놓고는 한참이나 지났는데, 어디 간 거야?”“나도 못 봤어. 설마 우리 갖고 장난하는 거야?”안하윤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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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0화

안하윤이 굳어버린 몸을 돌려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 냈다. “지원아. 네... 네가 여기 어떻게?”양지원이 냉랭한 눈빛으로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내가 여기 없었으면, 저에 대한 안하윤 씨의 진심을 어떻게 알았겠어요?”“지원아, 그... 방금 그건 오해야. 난...”양지원이 차가운 태도로 안하윤의 말을 끊었다. “안하윤 씨, 저희 이름 부를 정도로 친하진 않은 것 같은데요.”안하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양지원이 주변을 슥 훑어보았다. “저와 안하윤 씨는 친하지 않아요. 친구도 할 수 없고요. 여러분 중 안하윤 씨 친구가 계시다면 앞으로는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 이런 사람과 인연을 맺고 싶지 않거든요. 친구의 친구로도 말이죠.”양지원의 뜻은 너무도 분명했다. 방금 한 얘기는 못 들은 거로 할 테니 안하윤과 친구를 할 것인지, 자신과 친구를 할 것인지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그건 선택지가 없는 문제였다. 안하윤을 포함한 그들 모두 양지원와 친분을 쌓고 싶어 했다. 유씨 가문이 사건에 휘말린 후, 그들과 제일 친분이 깊었던 안하윤 집안이 제일 큰 손해를 입었다. 그들은 지금 억지로 겨우겨우 버티는 중이었다. 안하윤이 업계의 많은 파티에 참석하는 건 더 많은 인맥을 만들어 사업을 늘리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했다. 양지원의 스타일이 아무리 촌스러워도, 안하윤은 양지원에게 사업을 구걸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언행은 사실 가당치도 않은 것이었다. 그러니 양지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안하윤에게서 멀어졌다. 심지어 단 한 명도 안하윤을 대신해 설명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변명의 여지도 없는 일이었다. 양지원이 안하윤이 하는 말을 전부 들었다는 건 자신들이 한 말도 당연히 들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양지원이 그걸 문제 삼지 않아 준 상황에 그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굳이 안하윤의 편을 들 필요는 없었다. 안하윤은 창백한 얼굴로 이 상황을 지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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