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 진지하게 얘기 중이잖아! 대체 알아, 몰라?”“잠깐만, 양지원이라...”강한서는 그 이름을 곱씹어봤지만 전혀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민경하가 옆에서 귀띔했다. “진환에너지 양진환 대표님의 따님 양지원 씨요.”강한서가 멈칫했다. “양 대표님 딸?”“누구? 귓속말하지 말고, 나도 들려줘. 민 실장님이 뭐라고 했는지.”강한서는 어이가 없었지만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민경하가 말했다. “사모님께서 말씀하신 양지원 씨, 혹시 미간에 점이 있고 팔찌도 세 개씩 하고 다니고, 온몸에 집 몇 채 정도 값 나오는 명품을 휘두르고 다니는 분이세요?”“맞아요! 그 사람이에요. 민 실장님, 그분 아세요?”민경하가 웃으며 말했다. “양 대표님 따님이세요. 전 당연히 모르고, 다만 대표님께서 진환에너지와 협업하신 적이 있어서 전에 양 대표님 집안에 대해서 좀 알아봤었죠.”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 그런 말 없었잖아요.”“제가 양 대표님에 관해 보고 올린 뒤 양지원 씨에 관해 얘기하려니까 대표님께서 가정조사 하는 것도 아니고 듣기 싫다고 하셔서 얘기 안 했죠.”“...”한현주가 민경하는 칭찬 했다. “역시 민 실장님 일처리 하나는 최고예요.”강한서는 불만스럽게 자신의 유능한 비서를 째려보았다. ‘다 좋은데, 너무 내 여자친구 앞에서 나대잖아.’“...”‘또 이러시네.’유현진이 민경하에게 말했다. “민 실장님, 얼른 그 양지원 씨에 대해 얘기해줘요.”강한서의 동의를 거치고 나서야 민경하는 한현진과 얘기할 수 있었다. 진환그룹은 10여 년간, 무서운 속도로 떠오르는 회사였다. 양진환은 한주시의 사람이 아니었다. 처음엔 소도시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도시를 거쳐 결국 한주에 안착했다. 양진환은 가방끈이 길지 않았지만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이었고 안목이 뛰어났으며 운도 좋은 편이었다. 마침 에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회의 분위기에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어 기세를 탄 진환그룹은, 경제가 안 좋아 많은 업계가 주춤하던 시기에 승승장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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