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521 - 챕터 1530

2289 챕터

제1521화

한성우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잡더니 이리저리 휙휙 돌려보았다. 너무나도 뚫어지게 쳐다보는 한성우에 차미주는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그녀는 한성우의 손을 쳐내고 째려보았다.“뭐 하는 거야?”한성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보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네가 왜 여자야?”차미주의 낯빛이 어두워졌다.“뭔 개소리야? 나랑 한창 사귀고 있었으면서 이제야 여자인 걸 알았다는 거냐?”“아니 그게 아니라...”말발이 청산유수 급이었던 한성우는 순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입만 벙긋거리다가 한참 지나서야 말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그, 네가 말한 소꿉친구 오빠야.”차미주의 입가가 바르르 떨렸다.“뭔 개소리야? 어디에 뭐 홀렸어? 아무리 질투가 나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지 않나?”한성우는 설명이 통하지 않자 바로 별명을 불렀다.“튼튼아?”그러자 차미주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삐걱 고개를 돌린 그녀가 입을 열었다.“뭐...라고?”한성우는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너 어릴 때 튼튼이라고 불리지 않았어?”차미주는 바로 화를 내면서 그의 목을 졸랐다.“네가 그 별명을 어떻게 알아? 너 설마 현진이한테 내 과거까지 속여서 다 털어내게 한 거야? 말해!”튼튼이는 차미주의 할머니가 지어준 별명이었다. 그때 그녀의 엄마가 이혼하지 않았을 때였다. 맞벌이 부부였던 터라 그녀는 할머니와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할머니에겐 아들도 많았고 손주도 많았다. 그녀에게 잘해주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순 없었지만 나쁘게 대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할머니는 그녀의 엄마가 남동생을 낳아주길 바랐지만, 그녀의 엄마는 거절했다. 그래서 할머니는 그런 그녀의 엄마와 반항하기라도 하듯 그녀에게 ‘튼튼이'라고 남자아이의 별명을 지어주었다.그녀의 엄마는 여러 차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고집을 부리며 밖에서도 그녀를 튼튼이라고 불렀다.어차피 아이들은 그게 남자 이름인지, 여자 이름인지 분간하지 못한다면서 많이 부르면 자기 이름인 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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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2화

한성우는 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그야 그때까지 난 계속 그 어릴 때 뚱뚱이가 남자아이인 줄 알았지.”“...”차미주는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그때의 너랑, 지금의 네가 얼마나 차이가 큰지 알아? 그때는 얼굴에 주름 하나 없이 탱글탱글하던 아이였어. 볼에 홍조가 커다랗게 퍼져있었고. 지금의 여성스러운 너랑 완전히 딴 판이였다고.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널 알아봐.”차미주는 전혀 한성우의 입에 발린 소리에 달래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혈질을 일으키며 말했다.“2년이었어. 2년 동안 넌 내가 남자인 줄 안 거야? 눈은 장식이냐?! 내가 남자라고 생각했으면서 나한테 결혼하겠다고는 왜 한 거냐?”한성우는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그때는 어려서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 난 또 네가 인지장애가 있어서 자신의 성별도 모르나 했지. 그래서 왜 남자애가 시집을 못 간다고 이렇게까지 우나 생각하면서 그냥 대충 달래준 거지.”그의 말에 더 화가 난 차미주는 바로 손을 들어 그의 팔뚝을 찰싹찰싹 때리며 말했다.“하! 이 쓰레기! 어릴 때부터 그렇게 흘리고 다녔냐?! 내 첫사랑까지 망쳐놓고! 당장 내 소꿉친구 오빠 돌려내!”한성우는 너무나도 억울했다.어렸던 그가 무심코 했던 행동이 플러팅일 줄은 어떻게 알겠는가?그는 심지어 어릴 때 오뚜기처럼 생긴 그 아이를 엄청 좋아하기도 했다. 그때 그가 살던 곳은 화려하게 발전된 곳이 아니었기에 아이들의 차림새도 당연히 도시의 아이들과 달랐다. 거기다 마시는 물과 살고 있는 땅이 달랐으니 대부분 아이의 피부는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어느 날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그는 미꾸라지 같은 아이들 무리에서 오뚜기처럼 생긴 복스러운 아이를 발견했고 바로 귀엽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하지만 오뚜기 같은 애가 미꾸라지 같은 애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평소에 남의 일에 무관심하던 그도 정의의 사도가 되어버렸다.오뚜기처럼 생긴 아이는 생긴 것도 귀여울 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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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3화

그는 머리가 깨져도 그때의 그 아이가 여자아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아이는 나중에 커서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한성우는 비록 연예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들이 하는 미신을 믿지 않았다.하늘이 정해준 인연이라든가, 붉은 실로 맺어진 운명이라든가 말이다. 그는 오로지 자신만을 믿었다.그가 원하는 것이 생기면 죽도록 노력해서 얻으면 되었다. 마치 그가 차미주를 좋아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으면 되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어쩌면 이것이 운명이겠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그가 곧 기억 속에서 오뚜기 같았던 아이를 잊어갈 때 즈음에 차미주가 그의 인생에 들어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그제야 왜 매번 차미주의 초롱초롱한 두 눈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약해지는지, 왜 맛있는 것이나 재밌는 것이 있으면 차미주와 공유하고 싶은지 이해가 갔다.차미주가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도 기분이 좋았고, 슬퍼하면 마치 돈을 잃었을 때보다 더 슬펐다.왜냐하면, 어릴 때의 그도 차미주의 초롱초롱한 눈에 이끌렸기 때문이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하늘은 다시 차미주를 그의 곁에 붙여주었다.한성우는 가슴이 쿵쾅댔다. 차미주가 팔뚝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음에도 그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에 뽀뽀를 진하게 하곤 꼬옥 끌어안으면서 중얼댔다.“그게 너였어? 내가 널 몰라봤다니...”차미주는 그의 어깨에 턱을 올려두곤 아주 속상해하고 있었다.그녀가 첫사랑이라고, 한성우의 질투를 유발하려고 했던 말로 기억 속에 다정했던 옆집 오빠가 한성우일 줄은 몰랐다. 매력 발산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안목이 한결같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든 지금이든 같은 남자를 선택했으니 말이다.하지만 이런 기이한 인연에 가슴이 다소 간질거리기도 했다.‘한성우가 그때 그 소꿉친구였던 오빠였다니...'...다른 한편, 강한서는 한현진을 태운 채 세기 플라자로 향했다.가는 길 동안 강한서는 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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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4화

여하간에 송가람이 먼저 룰을 어기고 그녀의 고객을 빼앗아 간 것이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송가람이 강한서를 좋아하지 않던가? 송가람이 강한서를 존경하지 않던가? 그러면 송가람에게 그렇게 좋다고 접근을 하면서 따라다니던 강한서가 그녀에게 어떻게 잘해주는지 보여줄 생각이었다!세기 플라자엔 네일샵은 하나였고 쇼핑몰 3층에 있었다.매장은 아주 컸다. 비록 네일샵이긴 했지만 네일만 하는 것이 아니었고 다른 것도 했다. 예시를 들면 속눈썹 붙이는 것도 말이다. 다만 네일이 시그니처인 것이다.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자 직원이 바로 달려와 말했다.“죄송합니다, 손님. 여긴 여자들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남자분께선 저희가 밖에 따로 휴식 공간을 만들었으니 그곳에서 차를 마시면서 기다려 주세요.”“...”한현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송가람에게 강한서가 자신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 물 건너가게 된 것이다.강한서는 이런 직원의 태도에 아주 만족하며 그녀에게 파이팅을 불어넣기도 했다.“파이팅, 네 능력으로 정정당당하게!”한현진은 즐거운 듯 웃고 있는 강한서를 째려보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안내하던 직원이 물었다.“손님, 저희 샵은 처음이시죠?”“네.”한현진은 건성으로 대답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손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그냥 미스 한이라고 불러주세요.”“네, 미스 한 님. 저기, 어디서 많이 뵌 것 같아서 그런데... 혹시... 어디서... 아, 기억났어요. 미스 한 님 어느 배우를 닮았네요.”한현진은 표정 변화 하나도 없이 말했다.“그래요? 제 남편도 그러더라고요. 나중에 거지가 되면 나한테 화장만 해서 어느 배우인 척 가서 팬 사인회 열라고요.”그러자 직원은 나직하게 웃으며 말했다.“남편분께서 정말 유머러스하시네요.”한현진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렇죠. 안 그랬으면 결혼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얼굴만 보고 살 수는 없잖아요.”직원은 은근히 자랑하는 것 같은 그녀의 말에 눈썹을 살짝 치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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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5화

한현진은 자신의 빠른 대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원래 송가람의 이름을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송가람이 먼저 양지원과 약속을 잡은 것이었고 그렇다면 양지원이 자주 가는 곳으로 예약할 가능성이 아주 컸다.“그래요?”한현진은 전혀 몰랐던 것처럼 말했다.“정말 우연이네요.”직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제가 미스 한 님을 양지원 님이 계신 방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양지원 님이 계시는 방에 저희 샵 최고의 네일 아티스트가 있거든요. 어떤 디자인이든 전부 다 할 수 있어요.”한현진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부탁드릴게요.”“에이, 부탁은요. 그럼 어떤 거로 하실지 고르셨나요?”한현진은 대충 훑어보곤 물었다.“어떤 디자인이 윤지 씨 실적을 올려줄 수 있는 건가요?”직원은 다소 당황한 듯했다. 분위기도 순식간에 어색해졌다.한현진은 웃으면서 말했다.“됐어요. 업계 비밀인데 물어보면 안 되겠죠. 윤지 씨 서비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었던 것일 뿐이에요. 윤지 씨도 기쁘고 저도 기쁘면 좋잖아요.”직원은 그녀의 말에 감동하게 되었다. 그녀가 이 직업을 택한 후로 가격을 네고하는 손님은 아주 많이 봤지만 이렇게 자신을 걱정해주는 손님은 처음이었다.직원은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럼 이 디자인으로 하세요. 손님께선 네일 자주 하지 않으신 것 같으니 이거로 하면 좋을 거예요. 이건 손톱이 길지 않아서 딱 맞거든요. 그리고 제 실적은 신경 안 써주셔도 돼요. 제 실적을 올려줄 수 있는 디자인은 미스 한 님한테 실용적이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하고 나면 평소 손톱이랑 비슷한 거라 너무 화려하지 않을 거고 일상생활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거예요. 그 대신 회원 가입 해주세요. 3개월 치를 회원 카드에 충전을 해두면 총 세 번 더 하실 수 있고 번마다 10% 가격 할인해드리거든요.”한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그녀는 심지어 가격이 얼마인지도 물어보지 않고 바로 회원 가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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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6화

“지원 씨는 네일이 처음이에요. 여기 이 샵도 내가 추천해서 온 거니 당연히 내가 지원 씨 취향을 더 잘 알죠.”한현진은 멈칫했다.“네일을 안 해봤다고요?”송가람도 순간 자신이 말을 잘못 꺼냈다는 것을 알고 굳어졌다.그녀는 바로 시선을 돌려 양지원을 보았지만, 양지원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송가람은 속으로 고뇌했다. 한현진이 양지원과 친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양지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을 뱉어낸 것이다. 그녀는 한현진이 뻔뻔하게 자신을 따라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입술을 틀어 문 송가람은 얼른 말을 고치려 했다.“그러니까 내 말은 그런 화려한 디자인은 안 해봤다고요.”한현진은 안도했다.“가람 언니, 말 좀 제대로 해요. 난 또 언니가 양지원 씨 이런 것도 못 해봤다고 말하는 줄 알았잖아요.”송가람의 입꼬리에 힘이 들어갔다. 겨우겨우 화제를 돌리려고 시도했건마는 한현진이 다시 원래의 화제로 돌려버렸다.“내가 어떻게...”“어떤 컬러가 나한테 어울릴 것 같아요?”줄곧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던 양지원이 한현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송가람의 가슴이 살짝 내려앉았다.한현진이 답했다.“시원한 계열의 색깔이 어울릴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거는 네일 아티스트한테 하나씩 발라서 보여달라고 해요. 그래야 어떤 색이 더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거든요.”그리고 이내 네일 아티스트를 향해 말했다.“전문가잖아요. 추천할 만한 컬러는 없을까요?”네일 아티스트는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양지원과 송가람은 함께 샵으로 몇 번이나 왔었다. 그리고 매번 송가람이 양지원에게 이것저것 골라주면서 뭐가 이쁘다고 하면 그녀는 해주었다. 비록 컬러는 양지원에게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여하간에 송가람과 양지원은 샵의 VIP 고객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양지원도 별말 없이 네일을 받았다.하지만 지금, 그녀가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여하간에 양지원이 먼저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네일 아티스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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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7화

양지원은 송가람을 보았다.송가람은 덜컥 내려앉은 마음으로 말했다.“내 생일 파티에 와준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데요. 사이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초대한 건 아니에요. 그냥 예의상 초대한 거죠.”“아, 그래요.”한현진은 고개를 끄덕이곤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굳이 말을 덧보탤 필요가 없었다. 양지원이 이미 눈치를 챘을 테니 말이다.그녀는 자신이 언젠가 이렇게까지 계획적일 줄은 몰랐다. 예전에 이런 수법을 쓰는 사람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지금 양지원 앞에 있는 그녀는 그 수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자신을 거슬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부러 빈정대며 더 거슬리게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이런 방법은 힘이 많이 소모되는 것뿐만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도 나 자신이었다.그러니 차라리 모두가 고통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녀의 직업은 배우이니 고대로 연기를 해서 돌려주면 된다.송가람이 뭐라고 말하려던 순간에 양지원이 네일 아티스트에게 말했다.“추천할 만한 컬러가 있을까요?”당연히 있었다. 다만 두 사람이 알려준 스타일 중 누구의 말대로 추천해야 할지는 몰랐다.네일 아티스트는 좌우를 힐끔 보다가 순간 송가람이 양지원의 스타일에 대해 말한 후 양지원이 대꾸하지 않고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그래서 그녀는 속으로 정하곤 옆에 있던 네일 샘플을 가져와 양지원에게 컬러를 보여주었다.송가람은 당연히 양지원의 기분을 파악하고 있었다. 멍청이 같은 안하윤이 양지원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안하윤의 이름 언급으로 양지원의 태도가 차가워졌다는 것만큼은 바로 눈치챘다.송가람은 당연히 안하윤과 깊은 사이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인맥을 넓힐 뿐이다. 어떤 신분의 사람이든 그녀는 마음을 보여줄 정도로 친해지진 않는다.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고 해도 싫은 티도 내지 않았다.하지만 안하윤은 그녀의 먼 친척이라면서 친한 척해댔고 무슨 일이든 그녀에게 다 말해주길 좋아했다.그래서 파티에서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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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8화

그녀는 입술을 틀어 문 채 말했다.“전에 한현진 씨가 내가 스트레인지에서 한 주문 제작 예약금을 언제든지 환불해 줄 거라고 말했던 걸 기억하는데, 오늘 이렇게 우쭐대는 모습을 보니까 고작 며칠이나 지났다고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한현진은 양지원의 말에 웃으면서 대꾸했다.“쟁취할 수 있는 거면 쟁취해야 하지 않겠어요?”양지원은 손을 바꾸어 네일 아티스트에게 건네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그 생각은 안 해봤어요? 한현진 씨가 아무리 나한테 이렇게 아부를 떨어도 나로 인해 사업이 잘될 거란 거 말이에요. 난 한현진 씨랑 친하지 않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 경쟁 성공의 결과물이 되고 싶지 않네요.”“어떤 선택을 하든 다 양지원 씨 자유죠. 난 그냥 최선을 다해 쟁취하는 것이고요. 결과가 어떻든 난 사실 딱히 신경 쓰지 않아요. 그래도 양지원 씨와는 친구가 되고 싶네요.”양지원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친구요?”고개를 든 양지원이 말을 이었다.“나로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접근한 거면서, 우리가 친구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한현진은 멈칫하더니 다시 미소를 지었다.“그럼 지금 당장 예약금을 돌려드리죠.”양지원은 뜻밖이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한현진은 핸드백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양지원에게 내밀었다.“올 때 그럼 연락해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하다가 이내 다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양지원을 보았다.“양지원 씨 말이 맞아요. 난 그런 목적으로 접근한 거예요. 내가 실례했네요.”그녀는 말을 꺼내면서 다시 양지원에게 다가가 핸드백에서 펜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명함에 뭔가를 끄적이더니 다시 양지원에게 주었다.“잡지 제목을 여기에 썼으니까 시간이 나면 보는 걸 권장해요. 패션 잡지이니 양지원 씨에게 도움이 아주 많이 될 거예요. 그리고 스트레인지의 새로운 팀장이 만든 작품이 아주 예쁘거든요. 흥미가 생기면 언제든지 다시 방문해주세요. 그럼 전 이만.”말을 마친 한현진은 바로 떠나버렸다.양지원은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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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9화

그러자 강한서가 웃었다.한현진은 바로 고개를 돌려 그를 째려보았다.“내가 실패했는데, 넌 웃음이 나와?”강한서는 다정한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난 네가 성장한 것 같아서, 기뻐서 웃는 거야.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잖아. 그렇다는 건 잘못을 바로잡을 줄도 아는 사람이 되었단 소리지. 반성은 아주 어려운 거야. 너 예전만 해도 잘못을 저지르고 계속 안 그랬다고 억지 부렸잖아. 변명도 하면서.”“...그땐 네가 한 발도 양보 안 해주니까 그런 거잖아.”한현진은 그의 말에 이를 빠드득 갈면서 말했다.“그러니까 네가 성장했다고 말하는 거잖아.”강한서는 얼른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달랬다.“기억해. 이 세상엔 쉬운 사업이란 없어. 네가 어떤 고객을 원하면, 그 고객이 뭘 좋아하는지부터 파악해.”“만약 그저 인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거면, 언젠가 뜻밖의 일로 사이가 틀어져 고객을 전부 잃게 될 거야. 네가 파는 물건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가치를 인정하면 사람들도 구매 욕구에 지갑을 열게 될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고객을 만드는 근본이야. 그리고 인맥은 그냥 그 근본에 살짝 도움을 얹어주는 것일 뿐이야.”한현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맞아. 내가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네.”강한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괜찮아. 처음이잖아. 처음엔 다들 빨리 잘되고 싶은 마음에 그러기도 해. 게다가 나쁜 일도 아닌걸.”그는 이내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최근 가게 매출은 어때?”한현진은 고개를 저었다.“그럭저럭이야. 스트레인지가 내 손에 넘어온 뒤로 거물급 고객님이 온 적은 없어. 대부분 그냥 둘러보고 나가는 사람들뿐이야. 하지만 가게에 있는 제품들은 이미 유행을 지난 것들이긴 하지만 가게 인지도 때문인지 그래도 사는 사람은 있었어. 다만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뿐이야.”“가게 장부는 봤어? 매달 지출과 수입은 봤어?”한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이틀 전에 봤어.”“어땠어?”한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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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0화

그날 이후 한현진은 다시 모든 신경을 액세서리에 쏟아부었다.그녀는 거의 매일 가게로 나와 디자이너들이 만든 시안을 보았다. 원래부터 주얼리를 좋아하기도 했고 강한서와 결혼했을 때도 강한서를 따라다니며 알게 된 지식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산 것도 많았다. 그래서 디자인에 대해 그녀만의 이해와 안목도 있었다.시간을 빠르게 흘러 두 주라는 시간이 지났다.이날도 한현진은 가게로 왔다. 디자이너가 있는 방으로 가자 계 매니저가 바로 달려와 말했다.“한 대표님,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제가 할 말이 좀 있습니다.”한현진은 마침 전날의 디자인 시안을 보고 있었고 그의 말에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그냥 여기서 하세요.”계 매니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재무에 관련된 얘기라 여기서 하기엔 좀 아닌 것 같아서요.”한현진은 멈칫하더니 시안을 내려놓고 말했다.“그럼 나가서 하죠.”밖으로 나오자 계 매니저가 말했다.“한 대표님, 곧 직원들 월급날이에요.”한현진이 물었다.“회사 카드에 돈이 없나요?”계 매니저가 답했다.“이번 달까지는 괜찮아요. 하지만 다음 달 직원들에게 줄 월급이 없어요. 이번 달 저희 가게에서 총 60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거든요. 원석을 들여올 돈도 모자라고 다음 달 직원들의 월급을 챙겨주지 못할 정도예요. 계속 이렇게 하다간 아마 몇 달도 못 버티고 망하게 될 거예요. 한 대표님, 얼른 방법을 생각해내셔야 해요. 가게를 이렇게 망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한현진이 말했다.“기다려 봐요. 지금 생각 중이니까.”“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신제품의 반응이 어떨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전 일단 먼저 재고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금 순환이 안 되는 상황에서 신제품이 나와봤자 생산하는 것도 문제잖아요.”한현진은 고개를 들었다.“예전엔 다 어떻게 처리했죠?”“예전에 서 대표님께선 인맥으로 처리하셨어요. 이런 제품들도 서 대표님께서 직접 하고 행사에 참여하시면 바로 이틀 정도로 다 팔렸었죠.”계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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