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머리가 깨져도 그때의 그 아이가 여자아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아이는 나중에 커서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한성우는 비록 연예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들이 하는 미신을 믿지 않았다.하늘이 정해준 인연이라든가, 붉은 실로 맺어진 운명이라든가 말이다. 그는 오로지 자신만을 믿었다.그가 원하는 것이 생기면 죽도록 노력해서 얻으면 되었다. 마치 그가 차미주를 좋아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으면 되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어쩌면 이것이 운명이겠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그가 곧 기억 속에서 오뚜기 같았던 아이를 잊어갈 때 즈음에 차미주가 그의 인생에 들어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그제야 왜 매번 차미주의 초롱초롱한 두 눈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약해지는지, 왜 맛있는 것이나 재밌는 것이 있으면 차미주와 공유하고 싶은지 이해가 갔다.차미주가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도 기분이 좋았고, 슬퍼하면 마치 돈을 잃었을 때보다 더 슬펐다.왜냐하면, 어릴 때의 그도 차미주의 초롱초롱한 눈에 이끌렸기 때문이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하늘은 다시 차미주를 그의 곁에 붙여주었다.한성우는 가슴이 쿵쾅댔다. 차미주가 팔뚝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음에도 그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에 뽀뽀를 진하게 하곤 꼬옥 끌어안으면서 중얼댔다.“그게 너였어? 내가 널 몰라봤다니...”차미주는 그의 어깨에 턱을 올려두곤 아주 속상해하고 있었다.그녀가 첫사랑이라고, 한성우의 질투를 유발하려고 했던 말로 기억 속에 다정했던 옆집 오빠가 한성우일 줄은 몰랐다. 매력 발산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안목이 한결같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든 지금이든 같은 남자를 선택했으니 말이다.하지만 이런 기이한 인연에 가슴이 다소 간질거리기도 했다.‘한성우가 그때 그 소꿉친구였던 오빠였다니...'...다른 한편, 강한서는 한현진을 태운 채 세기 플라자로 향했다.가는 길 동안 강한서는 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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