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람은 싸구려 에코백을 보며 자신은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명품 가방을 떠올렸다. 그녀는 하마터면 미소도 유지하지 못할 뻔 했다. 이런 싸구려 물건으로 자신의 명품 가방을 바꾸다니. ‘대체 어떻게 뻔뻔하게 저런 얘기를 하는 거야?’송병천이 한현진을 칭찬했다. “역시 현진이가 생각이 깊어. 이런 부분까지 신경 쓰다니.”송가람은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질투를 누르며 에코백을 열었다. 안을 확인한 그녀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비웃음이 걸렸다. 역시나, 송가람의 생각대로 한현진이 가지고 온 물건은 전부 싸구려뿐이었다. 한현진이 눈을 예쁘게 휘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람 언니,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안 들면 저기 더 있어요. 마음에 드는 거로 바꿔요.”송가람은 위선적인 한현진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지었다. “당연히 현진 씨에겐 제일 좋은 거로 직접 골랐겠죠. 우리가 취향이 그렇게 비슷한데, 현진 씨 마음에 드는 물건이면, 저도 마음에 들어요.”한현진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입꼬리를 씩 올려 미소 지었다. “그러면 다행이네요.”한현진이 집으로 돌아온 후, 송병천은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행여라도 딸이 불편할까, 집에서 누구보다 분주하게 다녔다. 정리를 마치고 송병천은 또 한현진을 끌고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 그녀의 어렸을 적 이야기였다. 한현진도 차분하게 송병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눈 깜짝할 사이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계속 말이 없던 서해금이 귀띔했다. “여보, 시간이 늦었어요. 이제 방으로 들어가요. 현진이도 첫날인데, 잠자리가 적응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새 방에 적응도 좀 해야죠.”송병천이 아쉬움 가득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돌려 한현진에게 말했다. “현진아, 일찍 쉬어. 아빠 방은 바로 네 위층이야. 무슨 일 있으면 아빠 불러.”“네. 그럼 아빠, 아주머니도 일찍 쉬세요.”송가람도 옆에서 그녀에게 잘 잘고 인사를 전한 뒤 송병천 부부와 함께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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