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511 - Chapter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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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1화

“아무것도 모르면서, 현진 씨가 뭔데 멋대로 구는 거예요?”한현진은 양지원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말했다. “양지원 씨. 전에 만나셨던 친구분들은, 지원 씨가 패션에 대해 모른다고 비웃던가요?”양지원이 멈칫하더니 입술을 앙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럴 리가 없었다. 친구는 그저 친구일 뿐이었다. 높은 곳에 올랐다고 비교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인생의 밑바닥을 걷고 있을 때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 것. 가끔 욕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절대 뒤에서 칼을 꽂지 않았다. “지원 씨. 친구를 사귀려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주변 환경에 어울리려는 것도요. 하지만 그 방향과 사람이 틀렸어요. 정말 지원 씨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모든 곳에서 지원 씨 덕을 보려고 하지 않아요.”“지원 씨도 보셨다시피, 이 바닥의 많은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살아요. 겉모습은 화려해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목적과 이익을 위해, 자신조차도 역겨운 모습을 연기하죠. 하지만 지원 씨는 그럴 필요 없어요. 지원 씨를 뭐라고 하든, 지원 씨가 가진 모든 것, 지원 씨 지금의 위치는 그런 인간들이 평생을 노력해도 만질 수 없는 높은 곳이라고요.”“그 인간들은 어두운 구석에서 지원 씨를 깎아내리면서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할 뿐이에요. ‘봐, 양진환 대표 딸이면 뭐 어쩔 거야? 결국은 촌년일 뿐이잖아.’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현실은요? 그 인간들은 지원 씨 앞에선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조아리며 지원 씨 비위를 맞추려고 하죠. 지원 씨 한마디면 그들은 쉽게 계약을 따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전에 말했던 것처럼 지원 씨는 여기에 맞출 필요가 전혀 없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지원 씨에게 맞춰야 하죠.”양지원이 입술을 짓이기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현진도 이번 도박엔 그다지 자신이 없었다. 비록 양지원은 강민서처럼 곱게 자란 부잣집 딸 만의 도도하고 오만한 모습은 없었지만, 그녀가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현실을 직시했을지는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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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2화

한현진이 그를 밀어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그냥 이혼해. 2천억이면 너보다 젊고 멋있는 남자를 한 무더기 찾을 수 있어.”“...”‘쓸데없는 얘기는 꺼내지 말았어야 했어.’파티가 끝나기도 전에 송병천에게서 전화가 왔다. “현진아. 몇 시에 올 거니? 아빠가 이미 침대 정리를 끝냈어. 네 오빠가 수면에 좋은 아로마 오일도 준비했고. 얼른 돌아와서 마음에 드는지 보렴.”한현진이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9시가 되었다. 아버지가 집에서 자신이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죄책감이 몰려왔다. “아빠, 저 얼른 들어갈게요. 늦었는데 기다리지 마세요.”“늦긴. 너도 기다릴 겸 아직 TV 보고 있었어. 운전 번거로울까 봐 데리러 가게 사람 보내겠다고 해도 싫다고 하니, 네 오빠더러 가라고 할까? 이렇게 늦었는데, 마음이 놓이질 않네.”“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강한서가 데려다줄 거예요.”“...”마음이 놓이지 않는 건 바로 강한서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막 집으로 데려온 딸이, 곧 다시 강씨 집안의 며느리가 되면 다시 한집안에서 지내는 건 어려운 일이 되니까. 하지만 한현진이 좋아하니, 더 이상 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송병천은 어쩔 수 없이 당부했다. “한서에게 운전 조심하라고 해. 급할 것 없다고. 안전이 제일이라고 말이야.”“네.”전화를 끊은 후, 강한서와 한현진은 양진환 부부와 친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한성우는 일 처리 하나는 빨랐다. 한현진이 그에게 부탁한 물건은 진작 준비되어 있었다. 강한서가 차에 옮긴 후 한현진을 태우고 청하구에 있는 송씨 가문의 별장으로 향했다. 송병천은 실제로 집에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TV의 내용이 하나도 머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모든 신경은 문밖에 집중되어 있었다.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만 들려도 그는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갔다. 옆에 앉아있던 송민준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놀리듯 말했다. “아예 의자를 가져가 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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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3화

송가람은 싸구려 에코백을 보며 자신은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명품 가방을 떠올렸다. 그녀는 하마터면 미소도 유지하지 못할 뻔 했다. 이런 싸구려 물건으로 자신의 명품 가방을 바꾸다니. ‘대체 어떻게 뻔뻔하게 저런 얘기를 하는 거야?’송병천이 한현진을 칭찬했다. “역시 현진이가 생각이 깊어. 이런 부분까지 신경 쓰다니.”송가람은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질투를 누르며 에코백을 열었다. 안을 확인한 그녀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비웃음이 걸렸다. 역시나, 송가람의 생각대로 한현진이 가지고 온 물건은 전부 싸구려뿐이었다. 한현진이 눈을 예쁘게 휘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람 언니,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안 들면 저기 더 있어요. 마음에 드는 거로 바꿔요.”송가람은 위선적인 한현진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지었다. “당연히 현진 씨에겐 제일 좋은 거로 직접 골랐겠죠. 우리가 취향이 그렇게 비슷한데, 현진 씨 마음에 드는 물건이면, 저도 마음에 들어요.”한현진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입꼬리를 씩 올려 미소 지었다. “그러면 다행이네요.”한현진이 집으로 돌아온 후, 송병천은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행여라도 딸이 불편할까, 집에서 누구보다 분주하게 다녔다. 정리를 마치고 송병천은 또 한현진을 끌고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 그녀의 어렸을 적 이야기였다. 한현진도 차분하게 송병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눈 깜짝할 사이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계속 말이 없던 서해금이 귀띔했다. “여보, 시간이 늦었어요. 이제 방으로 들어가요. 현진이도 첫날인데, 잠자리가 적응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새 방에 적응도 좀 해야죠.”송병천이 아쉬움 가득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돌려 한현진에게 말했다. “현진아, 일찍 쉬어. 아빠 방은 바로 네 위층이야. 무슨 일 있으면 아빠 불러.”“네. 그럼 아빠, 아주머니도 일찍 쉬세요.”송가람도 옆에서 그녀에게 잘 잘고 인사를 전한 뒤 송병천 부부와 함께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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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4화

송민준이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나야.”한현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오빠, 시크한 척 하더니 100일에도 기저귀를 했네요.”송민준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침대에 실수도 했는걸.”한현진이 웃음을 터트리며 계속 사진첩을 넘겼다.송민준이 태어난 후 사진 속 가족은 눈에 띄게 점점 화목해졌다. 사진첩엔 송민준의 성장을 기록 했을 뿐만 아니라 세 식구의 가족사진도 꽤 있었다.마지막 가족사진으로 넘어 가자 송민준은 이미 5, 6살 정도로 보였고 그의 앞에는 송병천이 한아름을 부축 한 채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한아름은 코트를 입고 있었지만 그녀의 배는 이미 눈에 띄게 커져 있었다.한아름은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 임신 때문이었는지 전 사진들과 달리 얼굴은 조금 더 통통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엄마 특유의 따뜻한 기운이 흘러나왔고, 그 따뜻함 그녀의 모습을 한껏 기품 있게 만들었다.그것이 마지막 사진이었다.사진첩에 담겨 있던 모든 기록은 거기에서 또 끊어졌다.송민준이 말했다.“엄마가 널 가졌을 때 계속 식욕이 없으셔서 자신이 음식을 먹지 못해서 네가 제대로 크지 않을까 봐 걱정했었어. 그래서 매일 억지로 조금이라도 먹으려고 했고 몇 개월 뒤에야 체중이 조금 붙기 시작했지. 너 어렸을 때 몸은 좀 어땠어?”한현진이 시선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길러 주신 엄마가 그러셨는데 전 신생아 중에서는 제법 튼실했대요.”송민준이 웃으며 말했다.“엄마가 아셨으면 흐뭇해 하셨을 거야.”한현진은 코끝이 찡 했고 눈시울도 붉어졌다.“오빠, 엄마... 엄마는 절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거예요?”송민준도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다 지나간 일이야. 네가 이제라도 건강하게 돌아왔으니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어.”한현진이 사진첩을 닫으며 잠시 마음을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오빠 전 대체 어떻게 바뀌게 된 거예요? 알아 내셨어요?”송민준이 입술을 짓이겼다.“요즘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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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5화

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직원과 그렇게 친하면 제가 왜 그 디자이너를 해고했는지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송민준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이유에서였든, 뭐라도 얘기 좀 해줘. 그래야 나도 가서 대답해 주지.”송가람이 직접 물어봐달라고 부탁했으니 송민준도 당연히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그는 단지 한현진에게 둘러댈 핑곗거리를 달라고 물어보는 것뿐이었다. 송가람은 서해금과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 아꼈었던 동생이었다. 송민준에게도 당연히 어느 정도 감정이 있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사건 후, 송가람 역시 그들 남매 사이를 돌리려 애쓰고 있었다. 물론 송민준은 송가람과 거리감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었다. 한현진이 입술을 삐죽였다. “오빠, 스트레인지는 이제 제 소관이에요. 그러니 제가 당연히 정리해야죠. 저도 그렇게 빨리 사람을 해고할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그 디자이너가 기어코 기어오르잖아요. 능력도 없으면서 아부 밖에 할 줄 모르고. 입만 열면 서 대표님이 어쩌고 하면서요. 지금 스트레인지 대표는 저예요. 전 대표로 저를 누르려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죠. 날 대표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저에게도 굳이 곁에 남겨둘 이유가 없어요. 스트레인지는 명품만 취급하는 곳이에요. 그러니 호객 행위는 절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요. 통 큰 고객만 보면 어떻게든 들러붙는 게 아니라, 브랜드라면 당연히 브랜드의 자신감과 자존심이 있어야 해요. 제가 만약 쇼핑하면서 이런 사람을 마주친다면, 구매 욕구가 완전히 사라졌을 거예요. 스트레인지에는 문제점이 많아요. 저를 대표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제품과 서비스도 엉망이에요. 제가 어떻게든 먼저 해결할 구멍을 찾아야죠.”송민준이 물었다. “전부 바꿀 생각인 거야?”한현진이 멈칫했다. “설마요. 밖에서 스카우트해 오고, 새로운 직원을 모집하고 다시 교육하고 맞춰가면 시간도 길고 너무 많은 정력이 필요해요. 게다가 전부 갈아엎는 건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제가 오자마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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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6화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다. 몸을 뒤척인 그녀는 그렇게 점차 꿈나라로 떠나게 되었다.송씨 가문으로 들어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생각과 달리 겉으로는 화목하게 지내고 있었다.특히 송가람이 더 그랬다. 정말로 친자매라도 된 것처럼 송가람은 그녀를 불러 쇼핑을 하자고 하면서 내일은 같이 머리하러 가기, 모레는 피부 관리받으러 가거나 오후 티타임을 가지자고 그녀와 약속을 잡으려 했다.그녀는 아주 뻔뻔하게 친한 척 들이댔다. 설령 한현진이 여러 차례 그녀의 약속을 거절해도 말이다.송가람은 피부 관리받으러 갔다가 오면 한현진을 위해 산 것이라며 피부 관리 제품을 주었고, 나가서 쇼핑하러 갔다 오면 또 그녀를 생각하며 고른 것이라고 옷을 선물하기도 했다.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송가람이 그녀에게 선물한 옷만 벌써 10벌이 넘었다.다만 송가람이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선물한 옷 사이즈는 전부 스몰 사이즈였다.한현진은 키가 컸기에 골격이 작은 편은 아니었다. 게다가 몸무게는 50kg 정도였기에 스몰 사이즈 입기엔 확실히 몸에 꼈다.자존심이 있었던 그녀는 당연히 송가람에게 스몰 사이즈가 몸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송가람이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잘해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하간에 원래 송가람의 것이었어야 할 스트레인지를 그녀가 가져갔으니 말이다.역시나 송가람이 그녀에게 옷을 선물했다는 소식은 ‘자연스럽게' 송병천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고 송가람에게 세심하고 다정한 언니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누구든 한현진에게 잘해준다면 송병천은 다 마음에 들어 했다. 그래서 며칠이 지난 뒤, 송병천은 바로 송가람에게 차 한 대를 선물했다. 물론 한현진의 몫도 있었다.다만 송가람은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아빠, 난 차 필요 없어. 그 대신 Caline의 생산팀에 가게 해줘.”한현진은 멈칫했다. ‘이게 목적이었구나?'그러자 송병천은 미간을 찌푸렸다.“생산팀엔 여러 가지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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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7화

송병천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허락하지 않은 이유에 송가람이 걱정되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한현진이 송가람보다 실력이 달리는 것에 있었다. 송가람은 비록 천식을 앓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서해금 곁에서 조향에 대해 배웠기에 조향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두 딸을 함께 보내면 당연히 비교당할 것이 분명했기에 송병천은 소중한 한현진이 다른 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송가람의 요구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한현진이 계속 말을 이었다.“아빠, 가람 언니가 다른 회사로 들어가는 것보다 차라리 우리 회사로 들어가는 게 더 낫잖아요. Caline에는 아주머니도 있으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올 수 있잖아요. 남의 회사로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송가람은 한현진을 의외라는 눈빛으로 보았다. 하지만 한현진의 의외의 행동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송가람은 바로 울먹거리며 말했다.“아빠, 나 그냥 보내줘. 만약 정말로 발작이라도 일으키면 남은 평생 절대 조향에 꿈도 꾸지 않을게.”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송병천은 더는 거절할 수가 없어졌다.“그래. 그럼 현진이랑 같이 Caline으로 들어가.”송가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 아빠.”식사를 마친 뒤 잠깐의 휴식을 하고 한현진은 외출하려고 했다. 그녀가 막 거실로 내려오자 찻잔을 들고 방으로 올라가려는 듯한 송가람을 보게 되었다.한현진은 예의상 인사를 하곤 가려고 했지만 송기람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현진 씨. 방금 나 도와줘서 고마워요.”한현진이 바로 답했다.“나도 고마워요. 그동안 그렇게 예쁜 옷들을 많이 선물해 줘서요.”송가람은 멈칫하더니 이내 그녀를 훑어보면서 말했다.“아직 입어 안 봤어요? 혹시 사이즈가 맞지 않는 거라면 내가 가서 교환해 줄게요.”한현진은 멈칫하더니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 괜찮아요. 사이즈가 딱 맞더라고요. 마치 날 위해 만들어진 옷처럼요.”송가람은 입술을 틀어 물더니 담담한 눈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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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8화

한현진은 미간을 만지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지. 걔가 그때 나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 ‘현진 씨, 이 옷이 가게에서 아주 잘 팔리는 옷이라네요. 내가 일반 사이즈로 골라왔어요.'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방에 가서 입어 봤거든? 허, 전부 어디서 귀신들이 입을 만한 옷으로 골라온 것도 모자라 전부 작아서 몸에 딱 들러붙었어. 내가 그런 옷을 어떻게 밖으로 입고 나가?”차미주는 바로 맞장구를 치면서 욕했다.“허! 일반 사이즈는 염병! 걔가 너 일부러 엿 먹이는 거야! 지금 스몰 사이즈는 걔처럼 뼈만 남아 귀신같은 애만 입을 수 있단 말이야!”“그래, 이건 그냥 참고 넘길 수 있었어. 너 전에 양지원 씨 기억해? 송가람이 그 사람이랑 친한 사이인 것 같더라고. 난 지금 걔가 양지원 씨에게 이상한 바람을 넣어서 내 사업을 방해할까 봐 걱정이야.”그러자 한성우가 웃으며 말했다.“현진 씨, 눈앞에 일에 다른 거 잊은 거 아니에요?”“그게 무슨 말이에요?”“송가람은 귀국한 지 1년도 안 돼요. 그런 사람이 양지원이랑 친하면 얼마나 친하겠어요? 송가람이 정말로 양지원이랑 친구라면, 다른 사람들이 양지원을 향해 쑥덕거리는데 정말로 모른 척 방관하고 있었겠어요?”한현진은 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양지원은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어떤 의도를 품고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송가람의 가식적인 면모를 알아보지 못했을 리가 있겠는가?그러니 송가람이 그녀에게 했던 말은 그저 그녀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다.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문이 열리더니 강한서가 치킨을 들고 들어왔다. 한현진은 바로 소파에서 일어나 강한서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얼른 가자. 빨리. 나랑 같이 네일하러 가.”“고스톱 친다고 하지 않았어?”“안 쳐! 지금은 일이 더 중요해!”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강한서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한성우가 소리를 질렀다.“치킨은 내려놓고 가야지!”강한서는 한성우에게 건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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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9화

한성우는 차미주의 말과 행동에 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얼른 말해!”차미주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었고 그를 재촉했다.한성우는 아주 형상적인 만가닥버섯을 보며 입술을 틀어 물었다.“그렇게 가느다랗지 않아.”차미주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빨개진 얼굴로 발을 들어 한성우를 툭 차면서 이를 갈았다.“내가 언제 그걸 물어왔어?!”한성우는 순간 그녀의 발목을 잡더니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내가 정말로 네 첫사랑이 맞아? 왜 내 앞에서 이런 야한 얘기를 해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건데?”차미주는 신체 접촉만 없다면 아주 대범해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신체 접촉하면 그녀는 마치 돌하르방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리게 되었다. 특히 한성우가 지금처럼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할 때면 더더욱 말이다.하지만 이 상태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한성우의 그곳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머리에 찬물이 촥 끼얹은 것처럼 정신을 차리게 된다.차미주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내가 언제 네가 내 첫사랑이라고 했는데?”한성우는 나직하게 웃더니 그윽한 눈길로 목소리도 낮게 깔았다.“지난번 내 생일 파티 때 그랬잖아. 내가 처음이라고. 그럼 당연히 내가 네 첫사랑이잖아. 아니야?”비록 그는 그날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잘은 나지 않았지만, 그때의 분위기와 대화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게다가 차미주가 엄청나게 수줍어하면서 그의 품에 파고들었던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그날 밤을 언급하자 차미주의 귀가 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한성우가 그간 사귀었던 상대가 꽤 된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그녀는 바로 이성을 되찾고 말했다.“그게 왜 첫사랑이야? 넌 조 선생님 다음으로 세 번째야!”“조준은 뭔 조준이야. 사귀지도 못했으면서. 근데, 다른 한 놈은 누구냐?”한성우의 목소리에 진지함이 묻어났다.“안 알려줄 거야!”차미주가 일어나려고 하자 한성우는 그녀의 허리를 꽉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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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0화

차미주에게 첫사랑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학창 시절 그녀가 짝사랑하던 남자들은 썸도 타보지도 못하고 남사친으로 되어버렸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은 그녀가 직접 소개팅을 주선한 적도 있었고 둘이 잘 되어 작년에 결혼 축의금도 내주었다.그리고 다른 남사친들은 여자친구가 생기거나 아니면 그녀와 같은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 그녀는 지금까지 솔로일 리가 없을 것이다.“없지?”한참이나 입을 열지 않는 차미주에 한성우가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말했다.“지금 혹시 나 질투하라고 머릿속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니지?”차미주는 절대 한성우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바로 고개를 꺾어 그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아니, 있어! 그리고 나한텐 소꿉친구도 있어. 어릴 때 매일매일 안고 놀았단 말이야. 어디를 가던 날 데리고 다녔고 얼굴도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좋은 친구야.”원래는 그를 놀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한성우의 말을 들으니 그녀는 비록 남자아이의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어릴 때 기억이 떠올랐다.“그때의 난 완전 뚱뚱했지. 힘도 세고.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랑 놀면 힘 조절에 실패해서 울리곤 했어. 그러면 그 아이들은 쪼르르 엄마한테 달려가 고자질했지. 그러면서 나한테 못생긴 오크다, 힘센 슈렉이다, 커서 결혼도 못 한다고 말하면서 나를 놀렸지. 난 그때 상처를 엄청 받았어. 그런데 그 아이가 나 대신 나를 놀리던 아이들을 혼내줬어. 그리고 나한테 귀엽고, 인형 같다고, 커서 시집을 못 가면 자기가 나랑 결혼해 주겠다고 나를 달랬어. 그때 걔가 나랑 결혼하면 내가 복이 많아서 부자가 될걸 그랬어.”한성우는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그게 달래는 거야? 한 방 먹이는 거지!”차미주는 바로 그를 째려보았다.“걔가 너 같은 줄 알아?!”한성우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그렇게 잘 달래주었으면서 왜 너랑 결혼 안 한 거냐?”차미주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건... 걔네 부모님이 큰돈을 벌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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