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371 - Chapter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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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1화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진 데다가 표정까지 굳어진 백혜주가 말을 더듬었다.“뭐, 뭐라고요?”가정부는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출근은 물론, 퇴근 시에는 밤길을 걸어 집에 가야 했다. 혹시 묻지 마 식 범죄는 아닐지 걱정되었다. 게다가 시체유기 사건이 일어난 그 구역은 마침 가정부의 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가정부는 며칠 동안 여러 경로로 사건 수색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으며, 누구보다 경찰이 범인을 빨리 검거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사건이 정리되어야만 안심하고 출퇴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오늘 아침 일찍 단톡방에 업데이트된 소식에 의하면 경찰이 경화로 일대를 통제하고 있다고 했고, 캐리어 시체 유기 사건의 핵심 증거를 찾았다고 했다. 그 증거가 고인의 휴대전화인지, 아니면 흉기인지는 자세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백혜주는 경화로라는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던 것이었다. 일찍이 백혜주는 차태오의 휴대전화와 지갑을 훼손한 뒤 경화로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었다. 경화로는 시체가 유기된 장소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제기랄, 수사기관에 들킬까 봐 일부러 떨어진 곳에 증거물을 버려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했는데, 경찰의 업무 효율이 하현주 교통사고 건 때보다 수십 배나 높아졌을 줄이야...’극도의 불안감이 엄습해 오자, 백혜주는 서서히 두피가 저릿저릿해졌고 얼굴엔 핏기가 사라졌다.며칠이나 지났으니, 쓰레기로 버린 증거물들이 모두 깨끗하게 처리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대체 경찰은 무슨 수로 증거물을 확보한 거야?’당시 백혜주는 차태오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자, 휴대전화에 중요한 단서나 증거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휴대전화를 켜지지 않을 정도로 부수고 버렸던 것이었다. 그리고 차태오의 지갑에는 신분증과 각종 카드 외에 별다른 증거물도 남아있지 않았다.‘깨끗하게 처리했고, 그 위에 지문이 남아있을 리 없어. 그러니 경찰이 나를 찾아올 리는 절대로 없을 거야.’백혜주는 마음속으로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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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2화

단호한 유상수의 말에 백혜주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유상수, 그동안 내가 당신 곁에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몰라요? 당신이 상암동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도, 내가 현석이더러 뒤에서 힘을 쓰라고 했었죠? 연현 테크 주식으로만 해도 거의 200억 원을 벌었을 텐데... 재산분할은 언급도 하지 않았잖아요, 100억 원만 달라고 하는 건 과한 부탁 아니잖아요? 당신이 연현 테크에 투자한 160억 중에 적어도 20억은 백현석이 빌려준 거 아니에요? 반년 넘게 지났지만, 주식 배당금이 얼마인지 한 번도 못 봤어요, 어떻게 됐든 간에 원금은 갚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백혜주가 연현 테크를 들먹이자, 유상수는 연현 테크에 물린 돈이 떠올라 얼굴이 잿빛으로 어두워졌다.“뭐라고? 말하기 부끄럽지도 않아? 백현석, 그 녀석을 한주 주씨 가문의 눈에 들게 하려고 내가 얼마나 애를 쓰고 돈을 쏟아부었는지 몰라? 그런데 주시윤과 결혼한 후, 나에게 콩고물이라도 차려졌었나? 내가 먼저 손을 벌리지 않은 것에 고마운 줄 알아! 그리고 너! 요 몇 년 동안 네가 먹고 마시는 것에 든 돈이며, 부잣집 사모님들의 모임에 나가려고 부린 사치며, 다 내 돈이잖아? 단돈 한 푼이라도 네가 벌었던 적이 있어? 인제 와서 이혼해 줄 테니 돈까지 달라고? 난 아직 네가 어떤 제비 새끼와 바람났는지 추궁하지 않았어. 맨몸으로 내쫓지 않은 것에 고마운 줄 알아!”백혜주도 어안이 벙벙해졌다.“날 먹여 살렸다고요? 날 먹여 살린 돈도 전부 회삿돈이잖아요. 당신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내가 뒤에서 기획해 준 덕분이 아니라면 당신이 강씨 가문의 도움을 받을 수나 있었겠어요? 당신이 이렇게 많이 벌 수 있었겠냐고요! 정신 차려요, 애초에 하현주가 왜 이혼하면서 당신을 회사에서 쫓아내려고 했겠어요? 그건 당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돈 몇 푼 있다고 자기 주제도 모르고 하나같이 능력이 없는 데다가 성질머리까지 더러운 가난한 일가친척들까지 회사에 데려다 놓고, 회사를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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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3화

백혜주는 단호하게 유상수의 말을 끊었다.“인제 와서 이런 말 하는 거 징그럽지 않으세요? 당신이 그 여자와 결혼할지 안 할지는 상관없어요. 하지만 우리의 결혼생활을 계속할지는 내가 결정할래요. 위자료도 내가 결정할 거고요. 시간은 내일 하루밖에 못 드려요.”유상수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백혜주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유상수는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이때, 언제 나왔는지도 모르는 최연서가 배를 내밀고 방 앞에 서서 유상수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물었다.“유 대표님, 괜찮으세요?”유상수는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표정을 숨기며 얼른 그녀를 부축하여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배가 불편해진 거야? 왜 벌써 일어났어?”최연서가 다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일어났는데 대표님이 방에 없더라고요. 무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해서 나와봤어요.”그러다가 최연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물었다.“누구 전화였어요? 왜 그렇게 화가 나셨어요?”유상수는 조금 전의 통화에 대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업무 얘기지 뭐, 신경 쓰지 마.”최연서가 말을 이었다.“뉴스를 보고 나서 이틀 내내 악몽을 꿨어요. 깨어나서 대표님이 안 보이니까 무서웠어요.”유상수는 손에 들고 있던 사과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물었다.“무슨 뉴스?”“뉴스 안 보셨어요? 한주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보도됐어요. 바닷가에서 시체 한 구가 숨겨진 캐리어가 발견됐다고 하더라고요.”유상수는 큰 관심이 없는 듯, 건성으로 하현주와 닮은 최연서의 얼굴을 꼬집으며 말했다.“이런 뉴스에 놀랐어? 우리 아들이 나중에 너를 닮아 겁쟁이이면 어떡하니?”최연서는 혐오감을 참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기사만 읽은 게 아니라니까요, 누군가 시신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너무 비참했어요. 그 사람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말라서 몇 번 더 들어가 봤더니... 며칠이 지나도 눈을 감은 차태오의 시체가 잊히지 않네요.”유상수가 흠칫 놀라며 물었다.“차태오라고 했어?”“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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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4화

경찰 쪽에서 확실히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 주위를 지나던 청소부 아주머니가 차태오의 지갑을 발견하고 고여정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었다.청소부 아주머니의 아들이 작업장에서 숨져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었는데, 당시 부검에 참여했던 법의학자가 바로 고여정이었다. 당시 청소부 아주머니는 아들이 근무 중 심정지로 돌연사했다는 사인 확인 증명서를 받은 후 정당한 클레임을 걸 수 있었고, 고여정은 청소부 아주머니에게 많은 도움을 줬었다. 그 뒤로 청소부 아주머니는 고여정의 번호를 계속 저장해 두고 있었다.차태오의 휴대전화를 발견한 후, 청소부 아주머니는 경찰에 신고한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고여정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여정은 청소부 아주머니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확실하지 않아, 먼저 혼자 현장에 와서 차태오의 물건임을 확인한 후 즉시 팀 동료에게 연락했다. 해당 수사팀은 곧 현장에 도착하여 이 지역을 통제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수사팀은 차태오의 깨진 휴대전화를 기술팀에 가져가 복원한 뒤 유용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데이터 복원을 시도했다.핸드폰이 산산이 조각나서 데이터 복구에 큰 애를 먹었는데, 마침 기술팀에서 가장 뛰어난 경찰이 다른 지서로 파견되어 해외 도피 사기 건에 협동 수사를 하러 간 바람에 잠시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나머지 기술팀 동료들은 실력이 제한되어 있어 휴대전화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고여정은 범인에게 시간을 더 주면 도망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민 끝에 상사에게 달려가 남편에게 이 일을 맡기기를 추천했다.수사팀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동의하지 않았다. 사건 파일은 수사 기밀이었기에 절대로 외부인에게 맡길 수는 없다는 의견이었다.하지만 고여정은 장단점을 나열하여 거듭 설득했고, 결국엔 자신의 커리어를 담보로 상사의 승낙을 받아냈다.수사팀장도 가능한 한 빨리 한주시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 만약 가능한 한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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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5화

신우는 이리저리 살펴보고 나서 고개를 들었다.“복원할 수 있을 것 같아.”“얼마나 걸려?”고여정이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늦으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거야.”신우의 말의 옆에 있던 변우석이 발끈했다.“한 시간이요? 이봐요, 허풍도 상황을 봐가면서 떨어야죠? 장수혁 님이 계셨다고 해도 한 시간은 무리라고 할 텐데, 지금 웃기려고 작정한 건가요?”변우석이 언급한 장수혁이 바로 출장 나간 그 실력자였다.기술팀에서 장수혁을 제외하고 가장 뛰어난 사람은 변우석이었는데, 장수혁이 있는 한 변우석은 출세할 날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 장수혁이 부재한 틈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변우석은 모처럼 자기에게도 출세할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고여정이 잠깐 사이에 이런 외부인을 찾아왔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게다가 한 시간이면 복원할 수 있다고 큰소리까지 쳐대니 말이다.‘이렇게 젊은데...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얼굴로 허세는, 참 가소롭단 말이야.’변우석은 고여정을 힐끗 쳐다보았다.“고 법의관님, 사건을 해결하고 공을 세우려고 무리수를 두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를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건 모두의 시간을 낭비하는 겁니다. 우리의 분석이 지체되는 동안 범인은 도망갈 기회를 노릴 겁니다. 그러니 고 법의관님은 지금 수사팀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거란 말이죠.”변우석이 입을 열자 다른 동료들도 신우의 말이 그저 어린애의 장난으로 들렸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한 시간? 국내 최고의 기술자도 감히 그런 말을 못 할 거야.”“무식한 자는 두려움이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고 법의관님은 어디서 저런 사람을 찾아온 거래?”“애인인 것 같은데, 방금 문 앞에서 두 사람이 껴안는 걸 봤거든.”“어쩐지 고 법의관님답지 않게 눈에 필터를 끼고 있더라.”“고 법의관님 그렇게 안 봤는데, 연애하면 물불 안 가릴 줄은 몰랐네요.”고여정은 동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듣고 화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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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6화

정말 신이라고 불러도 될 어마어마한 실력이다!민망함에 얼굴이 빨개져서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변우석의 모습을 본 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배우고 싶어요?”변우석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신우는 침착하게 말했다.“제 아내에게 정중하게 사과한다면 가르쳐드리죠.”변우석은 말문이 막혔다.고여정은 잘난척하며 까불고 있는 남편을 밖으로 끌어냈고 신우는 투덜거리며 불만을 토했다.“이제 원하는 걸 손에 넣었다고 이러기야? 너무 배은망덕하잖아.”고여정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데이터가 기밀이라 넌 보면 안 돼.”말을 이어가던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신우에게 입을 맞췄다.“수고했어. 먼저 집에 가서 쉬고 있어. 나도 오늘은 일찍 집에 갈 테니까 같이 밥 먹자.”흠칫 놀란 신우는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끌어안더니, 두 사람은 곧이어 뜨거운 키스를 나눴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숨을 헐떡일 지경이 이르고서야 신우는 손을 놓았고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집에서 기다릴게.”“그래.”신우를 배웅한 후 안으로 돌아가려던 고여정은 헐레벌떡 뛰어나온 동료에게 가로막혔다.“고여정! 네 남편이 지금 엄청난 일을 했어. 복원한 녹음 파일이 고인이 살해되었을 때의 현장 녹음이래.”같은 시각 신우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가 연결되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처리했어. 그나저나 페넌트는 언제쯤 완성되는 거야?”강한서는 웃으며 답했다.“곧.”“무조건 화려해야 해.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하면 너 재혼할 때 하루 종일 구청 문 닫을 거야.”신우의 말에 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강한서는 사람을 시켜 차태오의 지갑에 소형 위치추적 몰래카메라를 숨겼는데 백혜주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 덕분에 강한서는 추적기에 노출된 위치를 기반으로 재빨리 그녀가 버린 증거들을 찾을 수 있었다.이런 건 직접적인 증거로 채택될 수 없었기에 그는 신우에게 부탁해 오디오 파일을 차태오의 핸드폰으로 옮겨 녹음 파일로 만들었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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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7화

백혜주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지씨 가문은 줄곧 싸늘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고 지정욱은 이틀이 지나서야 그녀를 불러세웠다.“회사가 최근에 인원을 많이 충원해서 자금이 부족해요. 그래서 말인데 일단 160억 정도라도 먼저 꺼내고 싶은데...”유현아는 짜증 났다.“정욱 씨, 투자하겠다며 고집할 땐 언제고 엄마에게 문제가 생기자마자 이러는 게 비겁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지금 도대체 무슨 뜻이죠?”지정욱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현아 씨, 그때랑 지금은 상황 자체가 다르잖아요. 어머니가 살인 혐의를 뒤집어쓰고 있고... 솔직히 살인자의 딸을 며느리로 들이고 싶은 집안은 없을 거예요.”유현아는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채로 이를 악물었다.“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후회하지 마요.”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곧바로 주식 인출하고 싶다며 유상수에게 연락했다.유상수는 백혜주가 적지 않은 금액을 들고 떠나는 바람에 자신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고 호소하며 며칠만 기다리라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유상수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고 유현아는 어쩌면 유상수에게 속았을 수도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백혜주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강한서는 극도로 분노했다.추적하기 위해 파견된 사람들도 공항까지 쫓아갔으나 그녀가 화장실 가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처음 보는 강한서의 분노에 민경하는 어쩔 줄 몰랐지만 한편으로는 독사처럼 사악한 백혜주가 사모님을 찾아갈까 봐 걱정하는 강한서의 마음도 이해되었다.그는 바닥에 놓인 서류를 주워 들며 말했다.“대표님, 이 일은 저희의 불찰이 맞습니다. 백혜주 씨가 눈치가 이렇게 빠른 사람일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백혜주는 현장에 경찰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 후 곧바로 화장실에 있는 자신과 비슷한 체형의 여자에게 코트와 모자를 건넨 뒤 눈에 띄지 않는 옷으로 갈아입고 어물쩍 넘어가는 데 성공했다.중년여성이 이렇게 교활하고 꼼수가 많을 줄 누가 알았을까.공항을 빠져나온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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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8화

강한서는 주씨 가문에서 이런 행동을 할 거라고 예상했다.예전에 한상우가 옆 학교 일진을 때린 적 있었고 당시 맞았던 일진은 홧김에 사람을 불러 한상우가 다니고 있는 학교 앞을 가로막아 시비붙은 적이 있었다. 당시 강한서와 주강운도 마지못해 싸움에 참여하게 되었고 학부모가 불려 올 정도로 일이 커졌다.그러나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주강운이 학교에 나오지 않자 한성우와 함께 집으로 찾아간 적 있었는데 그때 주씨 가문 가정부가 주강운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알려줬다.강한서는 아직도 주강운을 만나러 간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했다. 그는 얼굴이 잿빛으로 변한 채 침대에 엎드려 있었고 등 전체를 가득 채운 채찍 자국에 주강운 어머니는 가슴 아파하며 옆에서 눈물을 흘렸었다.강한서는 어려서부터 할머니 손에 자라면서 금지옥엽으로 키워졌고 사고를 쳐도 기껏해야 손바닥이나 엉덩이 몇 대를 맞는 정도에서 끝났다. 자아가 생긴 사춘기에 이르러서는 글쓰기를 한다던가 책을 읽는 등등 간단한 처벌로 이어졌다. 이에 비해 주씨 가문의 처벌은 끔찍하고 터무니없었다.당시 강한서와 한성우는 난처해할 주강운을 생각하며 병원에 가서도 창문 너머로 쳐다만 볼 뿐 절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주아름에 대한 주진철의 사랑은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걸 무릅쓰고 손찌검을 했으니 이 일로 얼마나 화가 났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주강운도 당시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했는데 주아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그 시각 주시윤은 사진 유포자를 잡아낼 거라며 씩씩거렸다.그중 유력한 후보가 송민준이었는데 원한으로 인해 오히려 주씨 가문에 연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일을 도와주려다가 되레 상대방에게 보복당할 수도 있다.강한서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며칠만 좀 참다가 터뜨리면 얼마나 좋아. 신신당부하자마자 사진이 유출됐으니 그쪽에서는 무조건 형님을 의심하지!”송민준은 기분이 언짢았다.“그러게 누가 현진이를 건드리래? 이 정도에 그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말을 이어가던 그는 또다시 강한서를 원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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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9화

차미주는 그를 힐끗 쳐다봤다.“거실 쓸 거야? 그럼 방으로 들어갈게.”한성우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왜 그렇게 생각해? 이틀 동안 밤늦게까지 대본을 쓰던데 괜찮아? 많이 걱정되네.”한성우는 그녀의 옆에 자리 잡고선 포장해 온 족발을 꺼냈고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자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진 차미주는 긴장하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야식을 챙겨온 그의 모습이 의아했던 차미주는 코웃음을 쳤다.“매일 편하게 일하지 않고 돈 버는 너 같은 대표님은 모르겠지만 밤늦게까지 대본 수정하는게 내 일상이야.”한성우는 웃으며 답했다.“나도 노력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거야. 젊을 때 고생 안 하는 사람이 어딨냐? 다 목숨 걸고 노력하는 거지.”한성우는 말하면서 비닐장갑을 꺼냈다.차미주는 그가 예전처럼 비닐장갑을 건네줄 거라 예상해 손을 뻗었으나 예상과 달리 그는 혼자 장갑을 끼고선 포장지를 뜯고 먹기 시작했다.한입 먹고선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족발 냄새 심해? 일하는데 방해되는 건 아니지?”차미주는 답답함에 퉁명스럽게 말했다.“괜찮아. 배 안 고파.”한성우는 흠칫하더니 물었다.“너 주려고 곱창 사 왔는데 배 안 고파? 은박지에 포장되어 있어서 아직 따뜻한데.”숯불에 구운 매운 곱창은 차미주의 최애인데 이걸 사 오다니. 아무래도 그녀는 이제 한성우의 손바닥 안인 것 같다.하지만 배 안 고프다고 말한 상황에 곱창을 먹는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기에 그녀는 한성우가 한발 물러서 주기를 바라며 시치미를 떼고 담담하게 말했다.“곱창에 지방이랑 콜레스테롤 함량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이 시간 먹는다면 무조건 2kg 찔 거야.”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뭐가 살쪄?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려면 몸에 에너지를 많이 비축해야 해. 고칼로리 음식을 좋아하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거고 다이어트는 어찌 보면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먹어.’라고 말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다이어트를 안 해도 될 합리적인 이유가 생기게 되고 체면을 지키면서 마지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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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0화

한성우는 웃으며 답했다.“이런 걸 똑똑하다고 하는 거야. 강한서도 기분 좋고, 네 친구도 기분 좋고, 다들 좋아하면 그건 거짓말이 아니지.”차미주는 어이가 없었다.“거짓말한 사람치고 핑계가 참 많네.”한성우는 방금 뜯은 젓가락을 그녀에게 건네줬다.“자, 밤새 일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식기 전에 얼른 먹어. 너 주려고 사 온 거야. 난 어차피 못 먹으니까 네가 안 먹으면 다 버려야 해.”차미주는 거절하려 했지만 윤기가 흐르는 곱창이 너무 유혹적이어서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그녀는 ‘마지못해’ 먹는다는 듯 입을 열었다.“안 먹을 수도 있으니까 다음부터는 사기전에 미리 연락해. 안 그러면 낭비잖아.”한성우는 웃으며 답했다.“그래.”젓가락을 받으려고 손을 뻗으며 저도 모르게 한성우와 살이 스쳤는데 그는 반사적으로 재빨리 손을 뺐다.젓가락은 바닥에 떨어졌고 한성우는 마치 바늘에 손을 찔린 것처럼 격렬한 반응을 보이자 차미주는 그대로 얼어붙었다.한성우는 짜증 난 듯 떨어진 젓가락을 줍더니 개봉하지 않은 새것을 꺼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네가 직접 뜯어.”말을 마친 그는 방금 전처럼 건네주는 게 아니라 그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예전부터 이상함을 느꼈지만 차미주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나 곧 그가 의도적으로 스킨십을 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예를 들어 음식을 먹고 같이 테이블이 정리할 때 의도치 않게 머리카락이 팔에 스치기만 해도 한성우는 재빨리 몸을 피했고 물을 건네줄 때도 전처럼 뚜껑을 따서 주는 게 아닌 테이블에 놓고 직접 가지라고 했다.차미주는 그가 일부러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가슴 한편이 미어졌다.사귀지 않았어도 예전에는 사이좋게 지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한성우의 격렬한 반응에 차미주는 그와의 관계가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졌다.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온 한성우는 눈살을 찌푸린 채 걱정 가득한 모습을 보이는 차미주를 발견했다.밝은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가 좌불안석하는 게 의아했지만 한성우는 눈치채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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