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301 - Chapter 1310

2301 Chapters

제1301화

다른 친구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아름이 송민준을 좋아하는 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두 명문 가문의 결혼은 일반적으론 두 가문 모두 반기는 일일 것이다.주씨 가문에서는 확실히 그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송씨 가문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송민준은 그런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송가람이 화제를 돌렸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연와를 준비했다고 내려오래.”같은 시각. 강한서의 카톡 한구석엔 “팔찌 판매자”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카톡 계정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여러 개 떠 있었다. 그 계정은 심지어 알람 설정이 꺼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햇살 유치원 사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모든 화살은 진예원과 유치원의 한 주임에게 향했다. 많은 증거와 증인들은 주방의 모든 지시는 두 사람이 내린 것임을 입증했다. 직원들은 주방 위생 문제로 반발했었지만 모두 해고로 협박당해 감히 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검찰에서 이미 이 사건을 인수하여 조사하고 있었고, 앞으로 진행 상황을 꾸준히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인터넷은 또 한 번 떠들썩해졌다. 사이다를 마신 듯 속이 뻥 뚫리는 동시에, 네티즌들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던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걱정했다. 하지만 곧, 어디선가 햇살 유치원이 국공립화 신청을 했고 아마도 ZF에 인수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소식은 하늘에서 내려준 서프라이즈와 같았다. 하지만 그 소식의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웠고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교육청은 태그하며 정확한 소식을 전해주기를 바랐다. 그래야만 학부모도 안심할 수 있었다. 너도나도 태그하자 끊임없이 울리는 알람에 시끄러웠던 건지, 점심이 다가오자 교육청은 드디어 간단한 답변을 해주었다. 「사립 유치원 국공립화, 진행 중입니다.」간단한 몇 글자였지만, 그 소식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이건 완전히 위기가 기회로 된 셈이었다. 국공립 유치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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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그 장면은 드라마의 마지막 클라이맥스였다. 유현진은 정치적으로 이용 당한 뒤 버러진 폐비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중전의 일생은 악독했고 비극적이면서 가여웠다. 극 중의 그런 악역은 원래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 당연했지만, 유현진은 자신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했다. 중전이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중전을 미워할 수는 없었다. 유현진은 연기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관계자의 글과 드라마의 시너지 효과로 인성갑과 연기 천재라는 연관 검색어가 유현진을 따라다녔다. 그 연관 검색어를 발견한 유현진은 하마터면 손에 쥐고 있던 컵을 떨어뜨릴 뻔했다. ‘대체 어느 착한 인간 만든 검색어인 거야. 너무 무섭잖아. 이렇게까지 치켜세우지 말라고. 본성이 드러날까 봐 걱정이란 말이야...’“현진아. 너 팬 이름 생겼어.”차미주가 다가와 휴대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니케.”“풉—”유현진이 이번엔 참지 못하고 물을 뿜었다. “죽을래? 누가 지었어?”유현진은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 이름은 너무 과하잖아.’차미주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 “난 너랑 어울리는 것 같은데? 하늘에서 내려온 승리의 여신이 연예계를 평정하다.”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 “아마 욕을 바가지로 먹을 거야.”“욕하는 놈들은 자기들도 니케로 이름 바꾸라고 해. 바꿀 능력이나 있어? 너처럼 연기력이 좋기는 하대?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야. 아마추어나 시끄럽게 말이 많지.”유현진이 차미주를 놀렸다. “지금 했던 말 그대로 반박해 줘.”차미주는 멈칫하더니 이내 진지하게 말했다. “누가 그랬어. 바보랑은 맞고 틀리고를 따지는 게 아니랬어. 그런 사람들과 똑같게 굴면서 내 창작에 영향 줄 수는 없어.”“쳇.”유현진이 말을 이었다. “좀 이따 송가람 생일 파티 갈 거야?”“가야지. 공짜 온천인데 왜 안 가?”차미주가 말했다. “송가람이 쓰는 건 송씨 가문 돈이잖아. 넌 송씨 가문의 딸이고. 그러니까 네가 날 초대한 것과 마찬가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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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3화

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 “아무튼, 주의 좀 해.”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민경하가 여러 명의 사람과 우르르 들어왔다. 그들은 저마다 드레스를 두세 벌 들고 거실에 일렬로 줄 맞춰 섰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고르신 드레스에요. 마음에 드는 게 있는지 확인하시고 없으시면 다시 준비하겠습니다.”“...”놀란 차미주는 턱이 떨어질 듯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너희는 드레스를 이렇게 선택해?”유현진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어쩐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민 실장님. 오늘은 송가람 씨 생일인데, 제가 이렇게 입고 가는 게 맞는 걸까요?”‘이건 내가 시선을 뺏는 거잖아.;민경하도 어쩔 수 없었다. “저도 대표님께 얘기를 드렸습니다만, 대표님께서 사모님은 오바하는 스타일이니 사모님의 액세서리를 전부 가져와 몇십 개를 고르라고 하셨어요.”곧이어 뒤에 있던 사람들은 들고 있던 박스를 열었다. 그 안엔 전부 화려한 주얼리가 들어있었다. “...”차미주는 더 크게 벌어진 입을 손으로 닫더니 고개를 돌려 유현진에게 물었다. “너 전에도 이렇게 부자처럼 스타일링하고 파티에 참석했었어?”유현진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예전의 그녀는 나이도 어렸고 유치했다. 그땐 일부러 과한 차림으로 파티에 참석했었다. 이유는 뒤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화를 돋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의 유현진은 이젠 제법 성숙한 어른이었다. 오히려 강한서가 점점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 유치해졌다. “저 이거 안 입어요. 강한서한테 전화해서 가져가라고 해요. 드레스 룸에 있는 옷 아무거나 입고 갈 거예요.”민경하가 말했다. “사모님께서 직접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 말은 안 들으시거든요.”유현진은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들어 강한서의 번호를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강한서가 물었다. “드레스 골랐어?’“나 드레스 안 입어.”강한서가 말했다. “생일 파티엔 다 드레스 입을 거니까 너도 입어야 해. 그건 예의라고.”“그래도 네가 보낸 이런 건 안 입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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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화

개량 한복을 입은 유현진은 입을 열지 않을 땐 조선시대의 양반집 규수 같은 느낌이었다. 거울을 보며 두 바퀴 돌아보던 유현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엉덩이가 너무 커보이네.”“...”사람들이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차미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네 예쁜 얼굴 감상 좀 하게 그 입 좀 다물어줄래?”...백혜주는 창백해진 얼굴로 경찰서에서 나왔다. 유현아는 멀지 않은 곳에 주차하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혜주가 차에 올라타자 유현아가 얼른 물었다. “엄마, 어떻게 됐어요?”백혜주가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 “모든 아이들의 신체검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와야 한대. 유치원은 영업 정지당했고, 다시는 교육 업계엔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될 거야.”“그럼 작은어머니는...”백혜주가 냉담한 태도로 말했다. “그까짓 돈을 탐내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텐데. 다 자기 탓이지, 뭐.”입을 다물었던 유현아가 잠시 후 나지막이 말했다. “엄마, 유현진이 X이 그 땅과 건물을 기부했어요. 애초부터 가질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를 힘들게 하려는 게 목적인 것 같아요.”백혜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최근 일어났던 일을 빠르게 회상하더니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왜 계속 날 저격하는 거지?”순간 백혜주의 머릿속엔 반짝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고 백혜주의 생각도 곧 끊겨 버렸다. 백혜주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니 백혜주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누구세요?”“사모님, 원하시는 바를 이루게 되신 거 축하드려요.”휴대폰 너머에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 너머의 사람이 참지 못하고 기침했다. 움찔, 백혜주의 몸이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녀는 곧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유현아는 백혜주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누구 전화길래 나 몰래 받는 거야?’백혜주는 사람이 한적한 곳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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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5화

백혜주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성질을 죽이고 말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나도 그렇게 많이는 없어. 준비할 시간 좀 주면—”“내 병은 너 못 기다려. 3일. 3일 안에 돈을 안 보내면 그땐 그 집 큰 따님 찾아갈 거야.”전화를 끊은 백혜주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그때 깔끔하게 처리했어야 했는데!’“엄마.”유현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백혜주는 유현아임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누구랑 통화한 거예요? 차까지 내려서.”“아무것도 아니야.”백혜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 아빠 집에 있어?”유현진이 입을 삐죽였다. “말했잖아요. 요즘 계속 그 X 집에서 지내면서 그 X 배만 신경 쓰고 있어요.”“데려다줘.”유현아가 멈칫했다. “어디로요?”백혜주가 굳은 얼굴로 차 문을 열었다. “네 아빠한테.”가는 길 내내 백혜주의 미간은 펴지지 않았다. 그녀는 유상수가 다른 일에 대해 알게 되는 건 두렵지 않았지만, 하현주가 둘째를 유산한 진실만은 유상수에게 들킬 수는 없었다. 당시 유상수는 사립 병원의 의사에게 몰래 돈을 넣어주며 미리 아이의 성별을 알아 왔다. 남자아이였다. 그때 유현아는 4살이었고 백혜주도 고작 갓 스무 살을 넘겼을 때였다. 학벌도, 능력도 없던 그녀에게 유상수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하현주가 남자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안 뒤로 유상수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점점 가정적으로 변해갔고 하현주와 산부인과를 다니기도 했다. 심지어 백혜주와는 점점 거리를 두었다. 백혜주는 하현주의 아이가 태어나면 유상수가 더 이상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 미혼모인 자신과 딸은 어떻게 될까? 그런 두려움에 백혜주는 차태오와 손잡고 하현주의 아이를 유산시켰다. 그건 유상수의 첫아들이었다. 그는 그 아이가 태어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아이는 그만 뱃속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그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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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6화

백혜주는 집안을 둘러보았다. 최연서가 멀지 않은 곳에서 컵에 물을 따르고 있었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목소리를 한껏 깔고 말했다.“오빠도 내가 여기서 하현주가 어떻게 교통사고를 당했는지에 대해 말 꺼내는 거 싫죠?”유상수는 그대로 경직되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백혜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전 내려가서 차에서 기다릴게요. 오빠가 오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나가버렸다.유상수는 당황한 얼굴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저 미친 여자가 정말! 정말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감히 내 앞에서 그 일을 꺼내? 그런다고 본인한테는 아무런 타격이 없을 것 같아?!'유상수의 안색이 변해가고 결국 겉옷을 챙겨 최연서에게 말했다.“잠깐 나갔다 오 마.”최연서는 바로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저랑 같이 식사한다고 하셨잖아요. 왜 저 여자가 오자마자 가려는 건데요?”유상수는 그녀의 손을 잡고 토닥토닥 두드렸다.“그냥 두어 마디 얘기만 하고 바로 돌아오마.”최연서는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무슨 얘기인데 나가서 해야 하는 거예요?”그러자 유상수는 대충 둘러댔다.“회사 일이야. 대충 두어 마디만 하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최연서는 비록 기분이 언짢았지만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겉옷을 들어 그에게 입혔다....클라우드 아파트 902호.차미주는 연한 핑크색의 원피스를 입고 방에서 나오더니 치맛자락을 들며 한성우 앞에서 한 바퀴 빙 돌며 물었다.“이 옷 어때?”한성우는 턱을 매만지며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음... 뭔가 귀여운 척, 어린 척하는 것 같아.”차미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야, 지금 벌써 8벌 째야. 내가 입고 나온 옷마다 넌 별로라고 지금 말하고 있잖아. 왜, 네 눈엔 내가 뭘 입어도 안 어울리냐?”그러자 한성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내 눈에 넌, 뭘 입어도 다 예뻐. 다만 네가 입고 나온 옷들이 생일 연회에 입고 가기엔 이상할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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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차미주는 우물쭈물하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네 친구가 비싼 것만 선물하니까 내 선물이 너무 초라해 보이잖아. 그래서 도저히 꺼낼 수가 없어서 현진이가 너한테 줄 때 얼버무렸어.”한성우는 바로 코웃음을 쳤다.“그러니까 넌 거저 한 끼를 챙겨 먹었다는 거네? 나한테 선물도 주지 않고?”차미주는 주눅이 든 목소리로 말했다.“어차피 그날 선물 많이 받았잖아. 딱히 부족한 것도 없어 보이던데, 왜 지금에 와서 그때 일을 따지는 거야?”“남이 준 건 남이 준 거고, 네가 준 건 네가 준 거지. 그게 같아?”한성우는 뜸을 들이다 다시 말을 이었다.“너 그럼 그날 왜 내 생일 파티에 온 건데? 그때 우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잖아, 안 그래?”“그거야... 조 선생님이 오신다고 하니까 간 거지...”차미주는 애꿎은 치맛자락만 꼼지락거렸다.“원래는 조 선생님과 친해지려고 네가 날 초대했다고 말하려고 했었어. 근데 네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계속 나한테 꼬치꼬치 캐물을 줄 누가 알았겠냐? 혹시라도 내 속셈이 들통날까 봐 두려워서 너를 꽉 안고 있었던 거야. 내 얼굴 보지 못하게...”“...”한성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그저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것이 차미주가 조준과 친해지기 위해 그랬다는 말에 순간 기분이 확 나빠졌다.그리고 생일 다음 날 아침 조준이 방문을 노크할 때 심히 당황한 모습을 보이던 차미주를 떠올렸다. 마치 자신과 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조준이 알아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듯 말이다.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한성우는 순간 씁쓸함이 밀려왔다.“조준이 그렇게도 좋아?”한성우가 갑자기 물었다.차미주는 당황하더니 한참 후에야 답했다.“예전에는 아주 좋아했지. 근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뭔가 조 선생님은 나에게 안개 같은 사람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그냥... 너처럼 그렇게 현실적이고 솔직하지 않은 것 같아.”한성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솔직하다고? 어느 부분이?”“그냥 모든 게 눈에 보이잖아. 비록 네 입에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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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8화

사실 조준은 한성우만큼 잘생긴 외모가 아니었다. 차미주가 조준에게 콩깍지가 쓰인 건 그저 조준의 의사라는 직업 필터 때문이었다.마치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서 반장은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하고 예체능을 배우는 학생들은 공부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꽉 틀어막힌 인식처럼 말이다.차미주에게 연예계에서 일하는 한성우 같은 사람은 매일 그저 수많은 유혹이 오가는 알록달록한 세계에 사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랬기에 당연히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조준과 그를 비교할 수 없었다.그리고 지금, 그녀는 한성우의 다리 위에 앉아 반강압적으로 이 문제에 대답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그의 얼굴이... 잘생겨 보이기도 했다.어쩌면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탓일까. 그녀의 심장이 저도 모르게 두근두근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했다.그의 시선을 마주한 차미주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이 가슴이 뛰게 되었고 말도 버벅거리게 되었다.“내, 내, 내, 내가 왜, 왜 이런 하찮은 질문에 대, 대답해야 하는 건데!”그녀는 있는 힘껏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댔다.“궁금하면 조 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봐.”그러자 한성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난 조준보다 내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해. 너 혹시 눈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차미주는 헛구역질하는 제스처를 보이며 말했다.“자아도취 심하네!”대화를 나누고 있던 와중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한성우가 현관을 확인하러 간 사이 차미주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땐, 한성우는 소파에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고 테이블 위엔 선물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안에는 연두색의 작은 꽃 패턴 원피스가 있었다.어딘가 바닷가에 놀러 가면 입을 법한 원피스였지만 질감은 아주 좋아 보였다.그녀는 바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뭐야? 내 거야?”한성우는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아니, 여자 친구한테 주려고.”그러자 차미주가 말했다.“내가 지금 네 여자 친구잖아.”그러다가 이내 뜸을 들이며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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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9화

“...”송민준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강한서에 송민준은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그는 굳어진 얼굴로 강한서를 몇 초간 빤히 보다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난 왜 예전에 네가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란 걸 몰랐지?”강한서는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그건 네가 일찍 해외로 나가서 그렇잖아. 우리가 함께 있은 시간이 별로 없었으니까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거야.”송민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 설마 현진이가 네 마음을 받아줬다고 마음 편해진 거 아니지?”강한서는 바로 겸손한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형님의 인정까지 받아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 현진이는 너를 많이 신경 쓰는 것 같더라고.”“... 자신감 넘치네. 만약 네가 마음에 안 든다면 어떻게 하려고?”그러자 강한서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그럼 뭐 어쩔 수 없는 거지.”“?”송민준은 어이가 없었다.강한서는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몇 초 지나지 않아 휴대폰 화면에 여자의 형체가 나타났다.“강한서, 지금 어디길래 주위가 이렇게 까만 거야?”강한서가 말했다.“여긴 까맣지 않아.”말을 마친 그는 휴대폰을 들어 송민준에게 건넸다. 휴대폰 속 여자를 확인한 송민준은 잠깐 멈칫하더니 입술을 틀어 문 채 한참이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여자도 당황한 듯 침묵하다가 이내 그를 불렀다.“민준 오빠, 오빠야?”송민준은 한참 후에야 대답하였다.“응.”...유현진은 강한서의 연락을 받자마자 집에서 나왔다.강한서가 말하길 송민준이 주차장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유현진은 상당히 당황했고 송민준이 강한서를 차에 타지 못하게 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강한서는 이미 송민준의 차에 타고 있었다.한성우와 차미주도 시간에 맞춰 같이 내려왔다.여하간에 공짜로 차를 얻어 탈 기회였기에 한성우는 당연히 그 기회를 놓칠 인물이 아니었다.그렇게 동생만을 데리러 온 송민준의 차엔 그들도 앉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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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0화

강한서는 룸미러로 뒤를 힐끔 보더니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커플이라면 응당 앞자리에 나란히 앉고 방해꾼 같은 솔로들은 뒷자리에 앉아야 했다.그가 손을 들어 기어를 움직일 때 우연히 유현진의 맨살에 닿게 되었다. 유현진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송민준의 눈썹이 쉼 없이 들썩거렸다.“넌 눈에 곰팡이가 폈냐? 손 어디에다 두는 거냐? 기회를 틈타 변태 짓을 하려고?”차미주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어버리게 되었다. 엄청 진지하게 꺼낸 말이었지만 차미주의 웃음소리에 순간 분위기도 기묘해졌다.그리곤 입술을 틀어 물며 웃음을 참는 듯 말했다.“민준 오빠, 저 두 사람 비록 이혼하긴 했어도 결혼 기간은 꽤 길었어요. 그간 무슨 짓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손등이 스쳤다는 이유로 그렇게 화내실 필요는 없다고 봐요.”“...”송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미주는 유현진의 둘도 없는 친구였기에 뭐라 할 수도 없었다.옆에 있던 한성우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어진 모습으로 차미주의 소매를 살짝 당기며 말했다.“넌 알고 있는 게 너무 많아.”가는 길 내내 다들 즐거운 마음이었다.물론 송민준을 제외하고.송가람의 생일 연회는 온천 리조트에서 진행되었고 유현진과 강한서도 전에 온 적 있는 곳이었다.몇 년 전, 밸런타인데이에 유현진은 직접 리조트를 예약하고 강한서와 둘만의 세계를 보내며 휴식을 즐기려 했었다.그러나 강한서가 준비하고 있었던 프로젝트의 실험 결과에 오류가 생기면서 새벽까지 야근하게 되었었다.그렇게 다음 날 그녀와 함께 온 리조트에서 온종일 잠만 자게 되었다.그녀가 기대했던 둘만의 세계는 그녀가 노곤히 잠을 자는 강한서를 노려보는 것으로 끝이 나게 되었다.심지어 잠에서 깬 강한서는 온천을 즐기며 잠을 자면 피로가 싹 풀린다고 말했었다.신경을 써서 준비한 섹시한 잠옷은 결국 하나도 입지 못해보고 둘만의 세계는 끝이 났다.다음날 체크아웃을 할 때 잔뜩 굳어진 그녀의 얼굴을 본 강한서는 의아한 듯 말하기도 했었다.“네가 오고 싶다고 했잖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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