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261 - Chapter 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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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1화

차미주가 말했다. “봤지, 얘가 네가 지어준 이름을 얼마나 마음에 안 들어 하는지!”한성우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럼 뭐라고 부를 거야?”차미주가 말했다. “고급스러운 이름으로 지어야지. 국제적이면서 부르기 쉬운 거로 말이야.”한성우가 말했다. “니콜라스 앞잡이? 제임스 대군? 어느 쪽이 나은 것 같아?”차미주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너 책 같은 거 안 읽지? 무슨 이름을 그렇게 지어? 지나가는 개도 재수 없다고 할 거야.”한성우가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면 우리 대작가님께서 지어봐요.”차미주가 말했다. “에드워드 숙희.”“...”잠시 침묵하던 한성우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국제적이면서 부르기 쉽긴 하네.”차미주가 눈을 휘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아기 고양이의 분홍색 발바닥을 누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숙희야, 이름 마음에 들어?”고양이는 고개를 들어 작게 “야옹” 울더니 차미주의 손등에 머리를 비볐다. 그러자 차미주는 눈빛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고 기쁜 얼굴로 말했다. “내가 지어준 이름이 마음에 드나 봐.”한성우는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의 입가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미소가 걸려있었다. 목소리도 부드러워졌다. “미래 업계의 금손 작가님께서 지어준 이름인데, 안 좋아하면 보는 눈이 없는 거지.”“놀리지 마.”차미주가 한성우의 말을 받아치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젖병을 들어 아기 고양이에게 양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현관 벨이 울렸다.한성우가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한 배달원이 봉투를 들고 한성우에게 물었다. “한성우 씨?”한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달원은 손에 들렸던 물건을 한성우에게 건넸다. “주문하신 물건입니다. 사인해 주세요.”어리둥절해진 한성우가 생각했다. ‘나 배달시킨 적 없는데?’‘도둑이 시킨 건가?’그렇게 착각한 한성우는 사인한 뒤 물건을 받았다.문을 닫고 물건을 거실로 가져오며 차미주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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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차미주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엄마 같은 절친인 유현진이 할 만한 짓이었다. 전에 차미주가 유현진에게 한성우와 사귄다고 얘기했을 때부터 유현진은 계속 한성우와 잠자리를 갖지 말라고 강조했다.이번엔 “자상”하게도 콘돔까지 준비해 줬다.차미주는 어이가 상실하고 말았다. 그녀는 지금의 한성우에게 무용지물인 콘돔을 보냈다는 건 그를 비웃는 것과 마찬가지기에 한성우가 화를 낸다고 생각했다. 차미주가 그에게 위로를 건넸다. “됐어, 됐어. 어차피 사 준 건데, 그냥 받아. 나중에 쓰면 되잖아.”한성우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쓰긴 뭘 써! 제일 작은 거로 샀잖아!”멈칫하던 차미주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어차피 못 쓰는데, 화까지 낼 일이야?”한성우는 차미주를 노려보았다. “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야.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그렇게 말하면, 스몰 사이즈를 쓰는 남자는 다 자존심이 없는 거야?” 한성우가 콧방귀를 뀌었다. “다른 사람 자존심 따위 내가 알 게 뭐야. 아무튼 난 XL이야. 테이프로 붙이고 쓰는 한이 있더라도 난 XL 쓸 거라고.”한성우의 말에 차미주는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그녀는 어쩐지 한성우가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S 사이즈의 콘돔에 저렇게 쪼잔하게 굴다니. “알았어, 알았어. 화내지 마. 내가 방금 냉장고 보니까 재료가 조금 있던데, 치킨피자 해줄까?’음식을 해준다는 말에, 한성우는 바로 달래졌다. “뉴올리언스 치킨으로 해줘.”“다른 거 먹고 싶다고 해도 재료가 없어.”차미주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한성우는 바로 콘돔을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그러더니 휴대폰을 들어 강한서에게 중지를 들어 올린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 자식이 유현진에게 제일 작은 사이즈를 사도록 부추긴 게 틀림없었다. ...진예원은 불안에 떨며 3일을 보냈다. 3일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4일째 되던 날 아침, 아이들이 한참 등원하던 시간에 경찰차 한 대가 유치원 문 앞에 멈춰 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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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학비를 올린다는 말에 다른 보호자들도 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번에 학비를 인상할 때도 낮잠 자는 침대가 망가져서 낮잠을 잘 수 없다면서 점심에도 아이들을 데려가라고 했잖아요. 애들은 11시에 하원하는데, 저희는 그 시간에 퇴근할 수 없으니 어떻게 데려가겠어요. 그래서 유치원에 그 문제를 반영하니까 자금이 부족해 새로운 침대를 바꿀 수 없다고 다음 학기까지 기다려야 했잖아요. 저희가 다음 학기까지 어떻게 기다려요? 그래서 결국 상의 끝에 매달 학비를 10만 원씩 더 올렸잖아요. 지금 이러는 거 보면, 또 학비를 올리려는 심산일 거예요.”“학비를 올린 지 이제 몇 달이나 되었다고요? 안 그래도 다른 유치원보다 높은데, 또 올린다고요? 우리는 뭐 돈을 낳는 줄 아나 보죠? 매달 학비만 최소 30만 원이에요. 심지어 학식비는 포함되지 않았잖아요. 우린 지금 애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거예요, 아니면 대학교에 보내는 거예요?”“만약 정말 학비를 올리기 위한 거라면, 우리가 함께 나서서 항의 좀 해요. 2개월에 한 번 학비를 올리는 게 어딨어요?”사람들이 엉뚱한 부분에 열을 올리자, 흰 셔츠의 여자가 얼른 입을 열었다. “학비가 다 뭐예요? 우리가 여길 선택한 건 집과 가깝고 유치원 선생님들이 좋기 때문이었잖아요. 애들을 위해서라면 얼마라도 써야죠. 하지만 지금은 학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만약 땅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유치원을 철거해야 할 텐데, 그러면 애들이 계속 유치원에 다닐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요.”그 말은 드디어 보호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순간 사람들을 불안에 빠트렸다. 이때, 한 보호자가 냉정하게 말했다. “아직 아무 소식도 전해진 게 없는데, 우리가 먼저 혼란에 빠지진 말자고요. 몇백 명 아이들의 교육이 걸린 문제예요. 이렇게 큰 문제가 걸린 일에, 아무리 갈등이 있다고 해도 그 책임을 저희가 질 필요는 없잖아요. 유치원도 결국 누군가가 이어서 관리하게 될 거예요. 다들 먼저 진정 좀 하시죠. 괜히 다른 사람에게 이용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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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아침에 흰 셔츠의 여자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오후가 되자마자 바로 수업 정지 통보를 받았으니, 당연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었다. 학부모들은 채팅방에서 연달아 질문을 던졌고, 유치원 측과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저녁이 되어서야 부원장이 채팅방에 나타났다. 「학부모 여러분, 여러분들의 심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유치원이 지금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저희가 임대한 땅이 소유권 분쟁을 진행하고 있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저희에게 휴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어쩔 수 없이 휴교 공지를 올린 겁니다.」그러자 한 학부모가 물었다. 「그럼 일을 해결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휴교는 어느 정도 할 생각이죠?」부원장이 답장했다. 「그건 저도 확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합의를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죠. 만약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소송까지 가야 할 겁니다.」부원장의 말에 학부모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수업할 수 없다는 건가요? 저희는 이미 학비를 지불했어요. 유치원 측의 문제에 왜 저희가 손해를 봐야 하는 거죠?」「그러니까요. 저희 대부분은 모두 맞벌이 부부예요. 다들 아이를 볼 시간이 없어서 유치원에 맡기는 건데, 이렇게 마음대로 휴교하시면, 애들은 어쩌라는 거예요? 저희가 보라는 건가요?」「어제 학식비를 낼 때까지만 해도, 땅 소유권 분쟁이 있다는 얘기는 없었잖아요. 오늘 갑자기 생긴 사건인 거예요?」부원장이 다시 답장했다. 「여러분의 마음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저희도 원하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방금 원장님께 물었더니, 원장님께서도 이번 일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리면서,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이들의 교육 문제 때문에 신경 쓰시는 거 압니다. 원장님께서도 학부모 여러분들의 이해를 바라시는 건 아니에요. 만약 퇴학 신청을 원하시는 분이 계시면, 이번 달 학비와 학식비를 전액 환불해 드리는 것으로 사죄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이번 달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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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 학부모들은 순간 정의감이 불타올랐다. 「이건 너무 막무가내잖아요. 대출도 백 원장님께서 갚으신 건데, 무슨 자격으로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거예요?」「이건 너무 쉬운 문제잖아요. 재판에서 대출 상환 자료를 제출하면서 대출금을 갚으라고 하면 되죠. 돈 한 푼 내지 않고 땅을 뺏으려는 게 어딨어요?」「유치원 측에서도 여태 하지 못한 명의 변경을 그 사람은 어떻게 했대요? 명의 변경,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거 아니잖아요.」한 학부모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문자를 남겼다. 「백 원장님 양딸, 연예인인 것 같던데.」「연예인? 연예인이 이런 짓거리를 한단 말이에요?」「이름 좀 알려줘요. 그 회사 대표도 찾아가고, 인터넷에 폭로도 해야겠어요. 설마 연예인이라고 어쩌지 못하겠어요?」「백 원장님 양녀 이름이 유현진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요즘 방영 중인 “봄의 연인”에서 그 중전 아니에요?」「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사람이 연예인이라고요? 드라마 하나에 몇천억씩 벌어들이면서, 애들 유치원 땅에 소유권 분쟁을 해요?」「연예인에 대한 제 생각에 완전히 못을 박네요. 조작과 탐욕이 끝없는 판이네요.」「어쩐지 그렇게 쉽게 명의 변경을 하더라니, ‘연예인 특혜’네요.」「언론사에 연결해서 폭로하죠. 설마하니 아무도 이 일에 관여하지 않겠어요?」...채팅방에 오가는 문자를 보며 백혜주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학부모들이 이렇게 앞장서는데, 유현진이라고 별 수 있을까?...클라우드 아파트.유현진은 박부자가 보내온 채팅방 캡처를 보더니 물었다. 「이 학부모들은 왜 이렇게 유치원 측의 얘기를 절대적으로 믿는 거예요?」박부자가 말했다. 「제가 미리 사람을 써서 학부모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좀 진행했거든요. 게다가 교육 문제는 원래 학부모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니, 유치원에 문제가 생겼으니 당연히 쉽게 여론에 끌려 가게 되어있어요.」「무슨 교육이요?」박부자가 간단하게 설명하고 나서야 유현진은 오늘 경찰이 출동했을 때, 박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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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난 유치원 쪽 일이 해결될 때까지만 있으라는 거였어. 누가 오래 있으래?”유현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이 테이블과 컴퓨터 등 설비들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 광경에 유현진의 눈매가 치켜 올라갔다. “아예 들어와서 살게?”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미주도 나간 마당에 너도 월세를 같이 부담해줄 사람 필요하잖아.”유현진이 바람 빠진 웃음을 흘렸다. “이건 우리 오빠 집인데 내가 월세를 내?”강한서가 차근차근 설득했다. “넌 월세를 낼 필요가 없긴 하지만 집이 이렇게 큰데, 혼자 살면 나머지 방은 낭비잖아. 너 낭비하는 거 제일 싫어하잖아. 네가 나한테 월세를 주면, 내가 시가의 3배의 가격으로 월세를 낼게. 어때?”유현진이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한성이 전부 내껀데, 내가 이깟 월세가 눈에 찰 것 같아?”“...”“먼저 날 가져야 한성도 네 것이 되는 거야.”“말 같지도 않은 얘기 좀 작작 해.”유현진이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여긴 우리 오빠 집이야. 네가 이렇게 당당하게 들어와 살면, 뭐가 돼? 소문이라도 나면 네가 우리 집 데릴사위인 줄 알겠어.”강한서가 입술을 삐죽였다. “그럼 데릴사위 기분 좀 느껴보지 뭐.”“...”이때, 민경하가 방에서 걸어 나왔다. “사모님, 오셔서 사운드 카드 테스트해 보세요.”유현진이 당황하며 물었다.“무슨 사운드 카드요?”“대표님께서 사모님께 프로들이 사용하는 더빙 설비를 주문하셨어요. 나중에 사모님께서 더빙 작품을 업로드하시거나 라이브로 팬 서비스하실 때면 집에서 녹음하시면 돼요.”유현진이 놀라운 표정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네 컴퓨터가 아니야?”강한서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네가 내 컴퓨터를 사용하고 싶으면 여기로 가져올 수 있어.”“...”민경하와 함께 온 사람들은 프로패셔널한 솜씨로 유현진의 녹음실을 꾸몄다. 방음장치와 반사판까지 전부 설치하니 창고 같던 방은 어느새 모양을 갖추었다. 기계의 성능을 테스트하던 엔지니어가 유현진을 불러 테스트해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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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다행히 강한서는 아닌 척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데 능숙했다. 그는 태연하게 유현진의 옷깃에 손을 올려 그녀의 겉옷을 벗겨주며 그녀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민 실장도 아직 있는데, 체면 좀 지켜주지?”유현진은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가 겉옷을 다 벗기기를 기다린 유현진이 강한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사람이 많으면 못 안아?”강한서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안을 수 있지. 너만 원하면, 언제든지.”민경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프로 정신으로 콩깍지가 씌어버린 강한서를 놀릴 말들을 삼켜냈다. 30분 뒤, 장비 설치가 끝나자 민경하가 사람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유현진은 얼른 녹음실로 들어가 새 장비를 확인했다. 강한서는 텀블러를 들고 그녀 뒤를 따랐다. 유현진은 헤드셋을 만지고 마이크를 건드렸다. 그녀는 녹음실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곧 설비를 켠 유현진은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물었다. “팬 서비스 해줘?”강한서는 멈칫했다. “무슨 팬 서비스?”유현진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성우 팬 서비스. 좋아하는 여자 목소리 있어?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목소리로 여신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게 해줄게.”유현진은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오자 바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녀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강한서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댔다. 그의 눈빛은 더 그윽하고 깊어졌다.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어떤 목소리든 다 따라 할 수 있어?”‘이 개자식, 진짜 이상형이 있었어?’유현진은 티 내지 않고 말했다. “성우는 전부 괴물이라는 말도 있잖아. 네가 상상 못 할 뿐이지, 우리가 못하는 건 없어.”강한서는 눈을 깔고 잠시 생각에 빠진 듯했다. 잠시 후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딱히 좋아하는 목소리는 없고, 듣고 싶은 책은 있어. 그것도 돼?”좋아하는 목소리가 없다는 말에, 유현진의 기분은 꽤 좋아졌다. “책을 읽어주는 크리에이터가 꼭 성우인 건 아니야. 네가 나한테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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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유현진은 내용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책의 시대적 설정은 조선시대였다. ‘그 시절에 이렇게 개방적이었다고?’그녀는 고개를 들어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강한서는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어쩐지 아무런 이상한 낌새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자 유현진은 계속 읽어 내려갔다. “수건이 턱에서부터 가슴으로 흘러내렸다. 서생은 불편한 느낌에 몸을 뒤척였고, 그 덕에 옷은 완전히 벌어지고 말았다.”“서생의 피부는 새하얗고, 건장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연약한 몸매도 아니었다. 성월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경성에서 온 사내라 그런지, 피부도 새하얗고 부드럽네. 평소 주막에 술 마시러 오는 뱃살 피둥피둥한 인간들과는 차원이 달라.’”“오래전 죽은 주모의 남편도, 원래는 서생이었다. 안타깝게도 몸이 허약해 혼인한 지 걷 달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주모는 남편과 몇 번의 잠자리 밖에...”유현진의 목소리가 갑자기 뚝 멈췄다. 강한서는 뒤 내용이 들리지 않자 고개를 들어 유현진을 쳐다보았다. “왜 그래?”그는 너무 평온한 표정이라, 멈칫한 유현진이 오히려 이상해 보였다. 유현진의 머릿속에는 “이거 불건전한 책이야.”와 “이건 너무 정상적인 거야. 문학 작품도 성이라는 화제를 굳이 피하지는 않으니까.”라는 두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결국은 강한서의 독서 스타일을 믿고 계속 읽기 시작했다. 팬 서비스를 하겠다고 약속했기에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몇 번의 잠자리밖에 가지지 못했지만, 그마저도 대충 끝나 버렸던 탓에, 부인들이 얘기하는 너무 좋아서 죽어버릴 것 같은 기분은 느껴보지도 못했다.”“그 일이, 그렇게나 좋은 걸까?”“주모의 시선이 자기도 모르게 서생의 허리춤에 멈췄다. 순간 주모의 볼을 뜨거워졌고, 그녀는 서생의 어깨를 살포시 밀며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날도 더운데, 소인이 몸을 닦아 드릴겠습니다. 시원하실 겁니다.’”“서생은 주모의 말을 못 들은 것인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성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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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그 “팀”에서는 한성우에게 초보, 일반, 고수, 레전드급의 여러 대필 작가를 추천했다. 소설은 교양 수업의 학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고, 한성우도 돈이 부족하지는 않았기에 그는 당연히 거금을 들여 레전드급의 대필 작가를 고용했다. 상대방은 꼭 한성우가 A+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호언장담했다. 역시나 레전드급의 작가라 그랬던 건지, 입금한 3일 뒤, 소설을 완성했다. 그 작가는 한성우에게 소설을 확인하도록 했다. 막힘없이 써 내려간 몇천 자의 소설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역시 레전드네.’한성우는 앞부분만 대충 읽고 바로 나머지 돈도 입금했다. 그리고 자기 이름으로 파일을 저장한 뒤 교수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소설 감성 수업의 교수는 여자였다. 교수님은 한성우가 보낸 “거작”을 보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바로 교장에게 한성우의 행실이 바르지 않고 교수를 희롱한다며 사실을 알렸다. 희롱은 범죄였다. 학교 측에서는 바로 한성우를 불렀고, 엄숙한 태도로 문제를 처리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교장실에 불려 간 한성우는 자신의 “죄”를 알게 된 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누명을 벗기 위해 그는 결국 대필 작가를 고용한 일을 이실직고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을 확인한 학교는 한성우를 경고했고, 그 수업은 당연히 F 학점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이번 일로, 전교에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신우의 동생 신학은 한성우와 동기였고, 그는 한성우의 컴퓨터를 해킹해 그의 “거작”을 손에 넣어 채팅방에 공유했다. 강한서는 “추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제껏 그 “거작”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성우에게 말발로 완전히 밀릴 때면, 강한서는 그 “거작”을 한성우에게 보내 추억 여행을 시켜줬다. 한성우는 그때마다 노발대발했다. 한성우의 흑역사에 유현진은 한참 동안 폭소를 멈추지 못했다. “당하고는 못사는 인간이 그 대필 작게에게 복수 안 했어?”“하려고 했지.”강한서는 코끝으로 유현진의 귀를 비비며 나지막이 말했다. “환불해 달라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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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유현진은 입을 닫더니 눈빛이 흔들렸다.“그, 뭐야. 쓰레기를 아직 안 버려서, 쓰레기 버리고 올게.”유현진은 바로 도망가고 싶었지만 강한서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여자가 도망가도록 놔둘 리가 없었다. 그는 유현진의 손목을 꽉 잡고 굳은 얼굴로 물었다. “언제부터 알았어? 누가 얘기해 준 거야? 설마 민 실장?”유현진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민 실장님도 알아?”“...”“...”‘이놈의 주둥이, 민 실장님에게 덮어씌웠어야지.’강한서의 따가운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유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말해 준 거야.”강한서는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럴 리가.”“정말 네가 말해 준거야.”유현진이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취해서 얘기해 줬어.”강한서는 움찔 몸을 굳히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현진이 멈추지 않고 팩트 폭행을 날렸다.“네가 직접 수술 자국도 보여줬잖아. 비록 내가 계속 거부했지만 네가 굳이 보여주겠다면서.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그녀는 말하며 손으로 크기를 가늠했다. “이만큼 길었어.”강한서의 표정이 굳어졌다. 유현진을 놀리려던 장난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자신이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술에 취헤 그런 비상식적인 짓을 저질렀을 줄은 미처 몰랐다. 자기가 바지를 벗어 직접 유현진에게 상처를 보여줬다는 것만 떠올리면 술기운에 두꺼워졌던 얼굴이 다시 얇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수치스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유현진을 놓고 굳은 얼굴로 나가버렸다. 유현진은 강한서를 놀릴 흔치 않은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강한서를 뒤따라가 쫑알거렸다. “수술대 위에서 무섭진 않았어? 전신 마취한 거야, 아니면 부분 마취? 그곳 수술을 하려면 브라질리언 왁싱해야 하는 거 아냐?”말을 늘어놓던 유현진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커다랗게 뜨더니 말했다. “너 전에 몇 개월 동안 나랑 잠자리를 가지지 않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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