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혁이 자기 생각을 더 말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살며시 문이 열렸다.“삐... 걱!”작은 그림자가 문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어머니, 여기 계셨군요, 이 아저씨는 누구입니까?”웬 꼬마가 허준혁을 보며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그 꼬마는 주만영의 딸 주영이었다. 그녀는 임동현에게 인사하고 방으로 돌아갔지만 주만영을 찾지 못하자, 이곳까지 쫓아왔다.“버릇없이! 아저씨라고 부르면 어떡해! 얼른 허 대장님이라고 다시 불러!”주만영이 꾸짖었다.“네! 허 대장님, 안녕하세요!”주영이 허리를 굽혀 절하며 소리쳤다.주영은 어렸지만 자란 환경 탓인지,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꼬마는 엄마가 이렇게 긴장하신 것은 분명히 눈앞에 있는 아저씨의 미움을 살까 봐 두려워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러고는 서둘러 호칭을 바꿨다.주영이 들어오자마자 주만영을 향해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허준혁은 순간 얼떨떨해졌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주만영의 가정 형편을 계속 곁눈질로 파악하고 있었다.‘남편 있다는 말도 못 들었는데, 딸이라니? 혹시 수양딸로 저 아이를 거둬들인 건가? 맞아, 그럴 가능성이 높아!’“괜찮아요. 꼬마야, 그냥 삼촌이라고 불러.”허준혁은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애써 태연하게 물었다.“안 돼요! 어머니께서 허 대장님이라고 부르라고 하셨으니 저는 허 대장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께서 화를 내실 것입니다.”꼬마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허준혁이 막 말을 하려고 타이밍을 보던 중, 주만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 주영아, 너 먼저 나가 봐! 엄마는 허 대장님과 이야기 중이니, 다시는 들어오지 말거라.”“오, 알겠어요, 엄마! 그러면 허 대장님과 계속 얘기 나누세요, 전 먼저 갈게요.”꼬마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뒤도 안 보고 방을 나갔다.“삐걱!”꼬마가 문틈 사이로 빠져나가며 빠르게 문을 닫았다. 방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허준혁은 하고 싶은 말을 애써 삼켰다. 어떻게든 방금 들어온 이 꼬마의 정체부터
Last Updated : 2023-12-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