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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임아린은 잔뜩 실망한 얼굴로 진명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말했다.사실 아주 예전에 임정휘를 비롯한 장로들이 벤처 캐피털의 배후에 진명과 서 씨 가문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기한 적 있었다.하지만 임아린은 진명을 굳게 믿었다. 그녀가 아는 진명은 정 깊은 사람이라 이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임 씨 가문을 몰아세우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모든 일의 배후는 서 씨 가문의 단독 소행이며 진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믿었다.그런데 아티스트리 그룹을 인수한 숨은 배후가 진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이 모든 시련의 주모자가 진명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진명에게 가졌던 모든 환상이 잔인하게 깨진 순간이었다.“젠장! 우릴 구하러 온 줄 알았더니 이태준이랑 똑같은 놈이었잖아!”눈에 독기를 품은 임정휘가 욕설을 퍼부었다.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벤처 캐피털이 존재했다. 그 회사가 예린 그룹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지 않았다면 회사에서 그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 같은 처지로 전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모든 게 진명과 서 씨 가문의 음모라고 생각하니 그는 모든 분노와 원망을 진명에게 쏟았다.“임아린, 일단 내 말 좀 들어봐. 벤처 캐피털의 배후는 이태준이야. 나 아니라고…. 아티스트리 그룹을 인수한 건 당신을 돕고 싶어서였어. 아티스트리 그룹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지켜볼 수 없었다고.”진명은 다급히 해명하려고 나섰지만 임아린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나를 돕고 싶었다고? 서 씨 가문과 결탁해서 내 할아버지가 몸져누운 기회를 틈타 예린 그룹을 압박한 거? 그게 날 도운 거란 말이야?”입술을 질끈 깨문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진명을 잊지 못해서 정략결혼만큼은 막으려고 했다. 그래서 아티스트리 그룹을 팔기로 결정했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 과정에서 가주의 자리까지 내놓아야 했다. 지금 그들 부녀는 가문에서 파문당할 위기까지 왔다.그런데 진명은 복수를 위해 이런 비열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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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이번 사건으로 임정휘는 회사의 대권과 가주의 자리를 잃었다. 진명과 서 씨 가문에 대한 그의 증오는 극에 달했다. 진명이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그의 귀에는 변명으로만 들렸다.그 말을 들은 임아린은 입을 다물었다.며칠 전이었다면 진명을 믿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하지만 가문 내부에 너무 많은 변고가 생겼다. 모두가 그녀에게 이 씨 가문과 정략결혼을 하라고 강요했다. 유일하게 그녀의 편에 서준 사람이 임정휘였다. 딸을 보호하기 위해 그는 가주의 자리까지 잃었다.지금 그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인 임정휘밖에 없었다.임정휘가 진명과 서 씨 가문을 배후라고 지목했을 때, 조금 주저는 했지만 결국 그녀는 아버지를 믿기로 했다.임아린이 침묵을 고수하자 진명도 그녀의 마음을 알아챘다.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실망만 남았다.예전의 그는 언젠가는 임아린과 다시 잘될 날이 올 거라 믿었고 한 번도 진심으로 그녀를 포기한 적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걸었던 모든 희망과 기대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상대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데 혼자 구차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빠른 포기가 모두에게 나은 선택이었다.“아린 씨는 정말 바보예요. 진명이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헌신을 했는데 어떻게 사람에게 그렇게 상처 주는 말을 해요! 정말 너무하네요!”분노한 서윤정이 임아린을 쏘아보며 비난했다.임아린이 그녀의 라이벌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진명이 빨리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기를 바랐지만 그녀가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상처 주기를 원했던 게 아니었다.“서윤정 씨, 여긴 당신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에요!”임아린이 차갑게 말했다.안 그래도 혹시 저번처럼 진명을 오해한 게 아닌가 잠시 주저하긴 했지만 진명과 서윤정이 사귀는 사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분노가 치밀었다.이제 진명은 그녀의 남자친구가 아닌 서 씨 가문에서 점찍은 사윗감이었다. 임 씨 가문이 그에게 했던 일을 생각하면 복수를 계획해도 모자를 판에 진심으로 그녀를 도울 리 없다.“정말 은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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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임현식은 살기가 득실거리는 눈으로 진명을 쏘아보았다.다른 장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증오에 찬 눈빛으로 진명 일행을 노려보았다.“어르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벤처 캐피털의 배후는 이태준이지 제가 아닙니다.”진명은 불쾌한 얼굴로 다시 한번 강조했으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현식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헛소리 그만 지껄여!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아직도 우리와 북왕의 사이를 이간질해? 정말 답도 없는 놈이네! 예린 그룹을 대표해서 네놈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어!”차갑게 말을 마친 그는 손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진명에게 달려들었다.“감히 누구한테!”“진 선생은 우리 정 씨 가문에 수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진 선생을 해하려는 자는 우리 정 씨 가문의 적입니다!”정우가 냉소를 지으며 손짓하자 전왕경을 돌파한 노인이 진명의 앞을 막아서더니 임현식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쾅!격렬한 마찰음과 함께 임현식과 노인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두 사람의 실력이 비등비등했기에 숨 막히는 신경전이 오갔다.임현식과 노인이 싸우는 사이, 임 씨 가문 장로들이 정우가 데려온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면서 혼란한 전투가 벌어졌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태준은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정 씨 가문에는 실력이 출중한 무인이 많았다. 그와 이 씨 가문이 혼자 상대하기엔 버거운 적이었다.그런데 임 씨 가문에서 돕겠다고 나서주었으니 승리는 그들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진명, 넌 몇 번이고 우리 가문이 하려는 일을 방해했어! 나도 줄곧 너를 없애버릴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고! 그런데 네가 오늘 네 죽음을 자처하고 나섰으니 그 소원 이루어 주지!”이태준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공중으로 치솟아 진명의 방향으로 주먹을 날렸다.“어딜 감히!”이태준과 대치하던 노인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임현식을 밀어내고 이태준의 등에 주먹을 꽂았다.“일단 이 귀찮게 하는 영감부터 처리해야겠군! 진명 넌 얌전히 기다려!”분노한 이태준이 살기를 품고 노인에게 달려들었다.혼자서 두 명이나 상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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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싸움을 지켜보던 서윤정이 상황이 불리해지자 몰래 어르신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그녀의 구조요청을 본 어르신은 곧장 가문의 무인들을 집결시키고 이쪽으로 달려왔다.서윤정과 진명 두 사람 다 무사한 것을 확인한 그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할아버지, 드디어 오셨네요!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어르신의 등장에 서윤정은 화색을 띠며 달려가서 그를 맞았다.안도하는 진명, 서윤정과는 다르게 임 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이태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까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윤정아, 괜찮아?”서 씨 어르신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저 괜찮아요. 그런데 진명 씨가 다쳤어요. 이태준 때문에 팔 한쪽이 부러졌어요. 할아버지가 저 대신 복수 좀 해주세요!”서윤정이 씩씩거리며 고자질했다.“뭐라고? 이태준 이놈이! 감히 누구를 건드려? 죽고 싶구나!”분노한 서 씨 어르신이 손을 휘젓자 강렬한 기운이 신속히 이태준을 향해 날아갔다.“전왕중기!!”이태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전왕의 경지까지 오르긴 했지만 서 씨 어르신은 이미 중기까지 돌파한 사람이다. 한 등급이나 차이가 나는데 그가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정면으로 부딪치기는 무리라고 판단한 이태준은 몸을 날려 간신히 공격을 피했다.“전왕 초기? 이태준, 네 놈 자식이 벌써 전왕경을 돌파하다니! 그래서 이토록 오만방자했던 거구나!”놀랍도록 강해진 이태준의 기운에 서 씨 어르신도 조금 당황하신 듯했다.북왕 이태준이 반보 전왕에서 정체기를 겪고 있었다는 사실은 강성 무인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북왕이 남왕보다 먼저 정체기를 극복하고 전왕경까지 오르다니!나이도 그들보다 어린 이태준이 벌써 전왕경까지 돌파했으니 2세대 중에서는 일인자로 봐도 무방하다.더 중요한 건 나이가 어려서 아직 더 올라갈 길이 멀다는 것이었다.서 씨 어르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정 씨 가문과 임 씨 가문, 이 씨 가문이 뒤섞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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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하지만 그건 진명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서 씨 가문과 진명은 도덕에 어긋나는 일을 저지른 적 없는데 왜 임현식이 이런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 씨 어르신이 대답하기 전에 진명이 먼저 나섰다.“어르신, 조금 전에 이미 말씀드렸습니다만, 벤처 캐피털의 배후는 이태준입니다. 저희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요! 간사한 놈의 궤변에 속지 마세요!”진명이 냉랭하게 경고했다.“허튼소리! 내가 판단한 일이다. 어린 녀석한테 훈계 당할 정도로 내가 머저리는 아니야! 어쨌든 너랑 서 씨 가문은 우리 가문에 정중하게 사과하지 않으면 오늘 이곳을 한 발작도 벗어날 수 없어!”임현식이 억지를 부렸다.“네 실력으로? 어림도 없지! 임현식, 네 형이 여기 있었으면 나도 조금은 긴장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영감은 앓아누웠다면서! 전왕초기의 네 실력으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할 자격은 없어!”서 씨 어르신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그래? 그건 붙어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임현식이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수련 경지가 서 씨 어르신보다 무려 한 급 차이나 나지만 여기는 그의 아지트고 가문에는 훌륭한 무인들이 많았다.임현식을 제외하고도 가문에는 반보 전왕경까지 돌파한 강자가 몇 명이나 더 있었다.그들이 연합해서 싸운다면 아무리 서 씨 어르신이 강해도 공격을 다 당해내지는 못할 것이다.“임현식, 정말 나랑 끝까지 가보겠다는 건가? 그럼 어쩔 수 없지! 너희가 무슨 능력으로 우리 서 씨 가문을 쓰러뜨리는지 두고 보지!”차갑게 식은 서 씨 어르신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흘러넘쳤다.서 씨 어르신과 임현식의 팽팽한 기 싸움으로 인해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 차갑게 식었고 당장이라도 큰 싸움이 폭발할 것 같았다.“잠깐만요!”일촉즉발의 순간에 진명이 그들을 말렸다.오늘로 이태준이 벤처 캐피털의 배후라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그가 임 씨 가문에 어떤 불순한 의도를 품고 접근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임 씨 가문과 서 씨 가문이 이 일로 싸워서 쌍방 다 부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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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임 씨 가문에서 나랑 서 씨 가문이 예린 그룹에 해를 가한 배후라는 것을 증명할 만한 확실한 증거만 찾으면 그때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진명은 흔들리는 임현식의 얼굴을 확인하고 단호하게 약속을 했다.그 말을 들은 임현식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잠시 고민하던 그가 결정을 내렸다.“좋아! 네놈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오늘은 네 말대로 이쯤에서 싸움은 그만하지. 앞으로 네놈과 서 씨 가문이 한 짓이라는 게 밝혀지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임현식이 냉랭하게 말했다.“뭐라고요? 그건 말도 안 되죠!”임현식이 진명의 말에 동의하자 당황한 건 이태준이었다.지금 이 씨 가문의 인원으로는 정 씨 가문 사람들도 상대하기 버거운데 서 씨 어르신까지 간섭하고 나섰으니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임현식과 임 씨 가문 사람들이 싸움에서 빠지면 이 씨 가문은 정 씨 가문과 서 씨 가문을 상대할 힘이 없다.“어르신, 진명과 서 씨 가문이 배후라는 건 기정된 사실이잖습니까! 저놈 말 믿지 마세요!”조급해진 이태준이 말했다.“북왕, 난 저놈이 한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이건 중대한 사안이야. 장난이 아니라고. 그래서 확실한 증거를 찾은 뒤에 다시 얘기해도 늦지 않아!”임현식이 담담하게 말했다.이태준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무력으로 임 씨 가문을 협박해서 임정휘를 가주 자리에서 끌어내린 인간이니 그에게 호감은 가지 않았다.이태준을 도운 것도 진명이 예린 그룹을 해한 배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이미 진명과 얘기가 끝났으니 이태준을 위해 싸워줄 이유도 없었다.“이태준 씨? 우리 사이에는 아직 볼일이 남았죠?”진명이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차갑게 말했다.이태준은 임아린은 강제로 데려가려고 했고 갑자기 기습 공격을 시도하여 그의 한쪽 팔을 부러뜨렸다.그러니 이태준만큼은 곱게 보낼 수 없었다.“너….”이태준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가 불리했다.진명은 정 씨 가문과 서 씨 가문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기에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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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하지만 이대로 눈 뜨고 이태준이 위험에 빠지는 꼴을 두고 볼 수도 없었다.난감해하던 찰나에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둘째 삼촌, 삼촌도 아시다시피 예린 그룹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건 북왕의 도움이 컸잖아요. 우리 가문의 은인인데 우리가 손 놓고 있으면 배은망덕한 거 아닌가요? 게다가 저분은 우리가 초대한 손님이세요. 그러니 어찌 진명 패거리가 북왕을 공격한다는데 손 놓고 구경만 하겠어요. 소문이라도 나면 우리 가문 이미지만 나빠질 거예요!”백정이 정색해서 말했다.“그건….”임현식은 말문이 막혔다.백정이 억지를 부린다는 느낌도 조금 있었지만 아주 일리가 없는 얘기도 아니었다.이태준은 손님의 신분으로 임 씨 가문에 방문했다. 만약 가문의 저택에서 이태준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다면 가문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게 분명했다.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임 씨 가문에서 진명과 서 씨 가문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가문의 체면은 바닥으로 굴러떨어질 것이다.가문의 명예를 생각하면 백정의 편을 들어야겠다고 임현식은 생각했다.“영감, 서 씨 가문과 북왕 사이의 갈등은 우리 가문과는 상관없어. 하지만 여긴 우리 저택이야. 우리 가문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북왕을 너무 몰아세우지는 말게! 북왕이 안전하게 이곳을 떠난 뒤에 무슨 짓을 하든 그건 간섭하지 않겠네!”임현식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수는 없지. 이태준 이 자식이 먼저 진 선생의 팔을 부러뜨렸는데 진 선생을 생각해서라도 이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어!”“영감,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임현식이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며 서 씨 어르신을 쏘아보았다.서 씨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잠시 주춤했다.대가족을 거느린 가문이 가장 중요시하는 게 체면이었다. 이 일은 임 씨 가문의 명예와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니 그것을 무시하고 이태준과 싸움을 벌인다면 두 가문에 이득이 될 게 하나도 없었다.물론 이태준이 먼저 진명의 팔을 부러뜨렸으니 상대를 쉽게 놓아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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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모두가 뒤로 물러섰고 마당의 중심에 서 씨 어르신과 이태준만 남았다.“첫 공격이다!”서 씨 어르신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손에 기를 끌어 모았다.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알기에 이태준은 정면으로 막아내는 대신 몸을 날려 신속히 피하는 쪽을 택했다.“두 번째!”이태준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서 씨 어르신이 두번 째 공격을 날리면서 상대의 퇴로를 막았다.하지만 이태준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이럴 줄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방향을 틀어 가볍게 두 번째 공격을 막아냈다.“마지막!”서 씨 어르신의 눈빛에 살기가 돌더니 그의 주변으로 강한 회오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날카로운 기세를 가지고 이태준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갔다.“전왕 중기까지 갔으니 대단한 줄 알았더니 가소롭군요!”이태준은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무빙으로 어르신의 일격을 피했다.하지만 그는 중심을 잡기도 전에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바람은 날카로운 기세를 띄고 있었지만 진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가짜였던 것이다.‘안 돼! 속았다!’당황한 이태준이 신속히 뒤로 후퇴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서 씨 어르신의 내력이 담긴 바람이 산을 가를 기세로 거칠게 이태준을 향해 휘몰아쳤다.이태준은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제야 앞서 했던 두 번의 공격은 그를 방심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는 마지막 공격이었다.전왕 초기의 실력으로 수비에 집중하면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잘 피할 자신이 있었다.하지만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실력 차이가 너무 심했다. 한 방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한순간 방심했던 탓에 피할 기회를 잃었으니 억지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주먹에 기를 모으고 신속히 서 씨 어르신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들었다.쾅!굉음과 함께 어르신의 진기가 날카로운 비수처럼 이태준의 공격과 방어막을 뚫었다.우드득!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이태준의 팔이 골절되었다. 하지만 전혀 줄어들지 않은 여파가 계속해서 이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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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어르신, 오늘 많은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오늘 일은 두고두고 기억하죠. 오늘 당한 것을 돌려드릴 기회가 있을 겁니다!”가슴을 부여잡고 일어난 이태준이 날이 선 말투로 말했다.“그럴 능력이 생겼을 때 다시 얘기하지!”서 씨 어르신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금방 전왕 초기를 돌파한 이태준이 그를 초월하려면 최소 십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그 전에 그가 서 씨 가문과 맞서려는 건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이태준 씨, 서 씨 어르신과의 약속은 끝났지만 아직 우린 할말이 많잖아요?”정우가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무인들과 함께 앞으로 나왔다.“그게 무슨 말이야? 저 어르신이랑 약속했잖아. 세 번의 공격만 막아내면 이번 일은 없었던 거로 하겠다고! 지금 약속을 번복하겠다는 건가?”얼굴이 음침하게 굳은 이태준이 따지듯 물었다.“네. 서 씨 어르신께서 그런 약속을 하셨죠. 하지만 그건 진 선생과 서 씨 가문, 그리고 당신이 한 약속입니다. 우리 가문과는 아무 관련이 없죠! 우리 가문의 진원단을 강탈해간 빚은 아직 안 갚았잖아요? 내가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정우가 차갑게 말했다.이태준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백정이 끼어들었다.“이건 너무하잖아요! 서 씨 어르신은 북왕과 세 번의 공격으로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하셨어요. 우리 가문의 모두가 그 증인이고요. 그때 정 씨 가문에서도 별말 없었잖아요! 공격이 끝나자마자 끼어드는 건 우리 가문을 무시하는 겁니까!”백정은 자신이 임 씨 가문을 대표해서 이태준을 두둔하면 정 씨 가문도 어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말이 끝나자 임현식과 장로들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그건 아니죠! 우린 임 씨 가문을 무시할 생각도 없고 그대들을 적으로 돌릴 생각도 없습니다.”정우가 침착하게 말했다.“그래서 이게 뭐 하자는 건가?”임현식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렇게 하죠. 우리도 서 씨 가문과 같은 조건을 내걸겠습니다.”말을 마친 정우가 냉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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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정우가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는 못해! 진원단은 내가 사용했어. 그냥 원하는 값을 얘기해. 시중에 판매되는 가격보다 더 비싸게 쳐서 줄 테니!”이태준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당신은 정말!”정우는 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진원단은 진명이 직접 제련한 진귀한 약이다. 이태준이 이미 사용했다고 했으니 돌려받을 수도 없었다.“2천억입니다. 2천억을 배상하면 이 일은 없었던 거로 하겠습니다.”정우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2천억? 좋아. 돌아가면 사람을 시켜 보내라고 하지!”이태준은 돈이 아까웠지만 흔쾌하게 대답했다.진원단이 2천억의 가치를 가졌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쉽게 구할 수 없는 약인 것은 틀림없었다.정 씨 가문의 추격을 피하려면 적당히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좋습니다!”이태준이 한발 물러서자 정우를 비롯한 정 씨 가문 무인들의 표정도 한결 풀어졌다.쌍방이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혼잡하기 그지없던 싸움이 끝이 났다.“진명 씨, 끝났으니까 이제 돌아가자.”서윤정이 진명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잠시만 기다려주겠어요?”진명은 고개를 흔들고는 임정휘와 임아린 부녀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지켜준다고 약속했으니 이제 돌아가시죠!”그는 좋은 사람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으니 끝까지 책임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임아린에게 실망스러웠지만 약속은 약속이었다. 짧은 인생에 미련이나 후회 같은 건 남기고 싶지 않았다.“가식적인 말은 집어치워!”임정휘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임아린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에 앉았다. 두 부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렇게 현장을 떠나버렸다.진명은 씁쓸한 표정으로 점점 사라지는 임아린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이번에 임아린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했다. 이태준과 싸우다가 한쪽 팔이 부러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잔인했다.실망감, 분노, 씁쓸함 온갖 감정이 뒤엉켜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진명 씨, 괜찮아?”서윤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명을 바라보며 물었다.임아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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