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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1화

운무산 정상.구름과 안개가 산봉우리를 에워싸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산 정상에서 바라본 끝없는 하늘의 구름은 마치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바닷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고개를 숙여 산 주변을 둘러보니 녹음이 우거진 뭇산들로 수려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진명은 산 정상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감탄하듯 주변을 둘러보았다.이곳에서 순수하고 농후한 영기가 느껴졌다. 별장 뒷산보다 더 짙고 순수한 영기였다.예전에는 실력이 형편없어서 이 정도로 순수한 영기를 흡수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미 축기경을 돌파했기에 운무산의 영기도 마음대로 흡수하여 수련의 경지를 높이는데 사용할 수 있었다.“빨리 수련부터 해야지!”진명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자세를 잡았다.몇 달 전, 명정그룹을 도와 약용화장품을 제련하기 위해 운무산 정상에 취영진을 설치한 적 있었다.진법이 이미 설치되었으니 진안을 가동하기만 하면 취영진을 이용해서 주변의 영기를 끌어모아 수련에 사용할 수 있었다.그는 유리옥패를 꺼내 진안이 있는 곳에 놓고 취영진을 가동했다.진법이 가동되면서 운무산 주변의 영기가 신속히 모여들더니 작은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그것은 취영진을 통해 진명의 체내로 흡수되었다.꿀꺽!진명은 보영단 한 알을 삼킨 뒤, 영기를 흡수하고 보영단의 에너지를 운영하여 두 기운이 서로 화합되게 만들었다. 그러자 체내 영기의 흡수가 더 빨라졌다.시기가 성숙되었을 때, 진명은 거대한 영기를 이끌어 정체기 돌파를 시도했다. 실패가 거듭되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쾅!진명의 몸이 흔들리더니 체내의 영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거듭되는 노력끝에 그는 드디어 축기 초기에서 중기로 돌파했다!“드디어 해냈어!”진명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어서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수련에 몰두했다. 체내 기운이 조금 안정된 뒤, 그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서서 산을 내려갔다.강성더힐.가정부가 맛있는 아침 준비를 마치자 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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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2화

임정휘는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화제를 돌렸다.진명의 기분이야 어떻든 그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외삼촌, 잠깐만요. 언니도 아직 안 내려왔어요.”“설마 진명 씨랑 같이 나간 걸까요?”하소정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 진명 그놈은 혼자 나갔어. 아린이가 같이 나가는 모습은 못 봤는데….”임정휘가 멈칫하며 대답했다. 그제야 그는 임아린이 아직 주방으로 내려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진명을 그토록 사랑하는 임아린이 그와 헤어지는 게 이번이 벌써 두 번째이니 기분이 안 좋은 건 비단 진명뿐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임정휘는 딸이 힘겨운 마음에 입맛이 없어서 안 내려오는 거라 단정지었다.“소정아, 아린이 아직 자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방에 가서 언니 좀 불러봐.”잠시 머뭇거리던 임정휘가 말했다.“알았어요.”하소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임아린의 방은 2층에 있었다.방 밖에 도착한 하소정이 방 문을 두드렸다.“언니, 일어나서 아침 먹어!”하소정이 밖에서 큰소리로 불렀지만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방을 둘러보았지만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외삼촌, 언니 방에 없는데요?”놀란 하소정은 아래층을 향해 소리쳤다.“뭐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그 말을 들은 임정휘는 화들짝 놀라며 거실로 나갔다.“화장실에도 없어요!”하소정은 2층 화장실 문까지 열어보았지만 임아린은 보이지 않았다.“이상하네! 얘는 아침부터 어디 간 거지?”임정휘도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찰칵!그런데 이때, 거실 구석에 위치한 방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임아린이 약간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로 밖으로 나왔다.고개를 든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임정휘와 박기영을 보고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방을 나서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을 마주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건 임정휘와 박기영도 마찬가지였다. 임아린이 아침부터 자신의 방이 아닌 진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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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3화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임아린은 어제 진명과 헤어지고 박기태를 만나보겠다고 분명히 약속했었다.그런데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헤어지기는커녕, 그와 같이 밤을 보냈다니!임정휘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진명 이 나쁜 자식이! 죽여버릴 거야!”정신을 차린 임정휘는 불같이 화를 내며 울부짖었다.임아린과 헤어지고 기분이 안 좋아서 새벽부터 마음을 달래러 나간 진명이 조금 걱정은 됐었는데 모두 그의 착각이었다니.지금 생각해 보면 진명이 상실감에 새벽부터 나간 게 아니라 온 세상을 다 가진 심정이었을 것을 생각하니 더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이런 망할 자식이!’“외삼촌,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언니랑 진명 씨는 사귀는 사이잖아요. 두 사람이 같은 방을 써도 전혀 문제될 게 없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요. 여자가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건 너무 구시대적인 생각이에요!”하소정은 입을 삐죽이며 언니와 진명의 편을 들었다.“그게 아니라….”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임정휘는 당장이라도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하소정의 말에 반박하는 대신, 임아린을 쏘아보며 따지듯 물었다.“임아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어제 나랑 분명히 약속했잖아. 진명 그놈이랑 헤어진다고.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야!”“아빠, 일단 진정하시고… 어제 진명 씨가 나한테 약속했어요. 한달 안에 우리를 가문에 돌아갈 수 있게 돕겠다고요! 어차피 아빠가 원하는 건 임씨 가문의 가주 자리에 복귀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꼭 우리 두 사람을 찢어놓을 필요는 없잖아요.”임아린은 큰마음을 먹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어차피 임정휘에게 들킨 마당에 솔직히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한 달 안에?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해? 진명 그 자식 고작 종사절정의 경지잖아. 한달이 아니라 일 년을 줘도 이태준을 쓰러뜨릴 수 없어.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가문으로 돌아가? 네가 바보 같아서 그놈에게 속은 거야!”임정휘는 화가 치밀어서 미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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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4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건 불가능해 보였다.“고아 주제에 우리 아버지를 쓰러뜨린다고? 웃기지도 않네!”그런데 이때, 차가운 웃음 소리와 함께 이영걸이 무인들을 데리고 거실에 들어섰다.“이영걸? 네가 여긴 어쩐 일이지?”놀란 임정휘는 바로 경계 태세를 취하며 상대를 노려보았다.“영감, 진명 그 자식 지금 어디 있어? 당장 나오라고 해!”이영걸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쏘아보며 명령했다.지난 번 매복 작전이 실패한 뒤, 북왕 이태준은 부상이 좀 호전 되면 채씨 가문과 연합해서 진명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그 뒤로 며칠이 지나고 몸에 상처도 많이 좋아지자 드디어 진명에게 공격을 개시하기로 했다.하지만 북왕의 신분으로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침입하는 건 모양 빠지는 일이니 이영걸에게 에이스팀을 붙여 거처까지 찾아오게 한 것이다.반보전왕경을 돌파한 이강우의 실력과 이경수 등 실력자들이 모였으니 진명 하나 제거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이영걸, 지금 뭐 하자는 거지?”“우리 가문이 3년 동안 진명을 지켜준다고 선포했어. 그런데 너희 가문은 우리 경고를 매번 무시하더니 이제는 아예 거처까지 쳐들어와? 지금 우리랑 싸우자는 거야?”박기영이 불쾌한 얼굴로 이영걸을 비난했다.“그래서 뭐?”“박기영, 가문 내세워서 잘난 척하지 마. 오늘부터 우리 가문과 박씨 가문은 적이야! 박씨 가문에서 계속 진명을 돕겠다고 한다면 우리도 가만히 지켜만 보지 않을 거야!”이영걸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난 번, 이태준이 매복 작전을 펼쳤을 때, 박씨 어르신이 나서서 중재하기는 했지만 두 가문은 철저히 적이 된 건 아니었다.하지만 이번에 아무 이유도 없이 진명을 저격하고 나섰다는 건 이씨 가문이 박씨 가문과 전쟁을 선포한 거와 다름없었다.“뭐라고?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그 말을 들은 박기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북왕 이태준은 실력으로 치면 박씨 가문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박씨 가문에 전쟁을 선포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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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이영걸은 차갑게 소리치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들을 쏘아보았다.“그 자식 지금 집에 없어. 아침 일찍 차 끌고 어디 나갔어.”임정휘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집에 없다고? 영감, 내가 세 살 먹은 어린애인 줄 알아?”이영걸은 비웃음을 터뜨리며 임정휘를 잡아먹을 듯이 쏘아보았다.“믿든 말든 네 자유야!”임정휘의 얼굴도 차갑게 굳었다.권력을 잃자 이런 꼬맹이들도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과거에는 그래도 임씨 가문 가주로 모두의 존경을 받았는데 지금은 어린 후배에게까지 영감 소리를 들으니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거짓말은 나한테 안 통해!”이영걸은 차갑게 웃더니 진기를 운용하더니 주변을 둘러보며 크게 소리쳤다.“진명, 이 미꾸라지 같은 놈이 어디 숨어 있는 거야? 당장 안 나와? 곱게 나오지 않으면 내가 임아린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말을 마친 이영걸이 등 뒤에 있는 이강우, 이경수에게 눈짓하자 그들은 바로 임아린과 임정휘의 주변을 둘러쌌다.“네 놈이 여기가 어디라고!”그 말을 들은 임정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딸의 앞을 다급히 막아섰다.“시작해!”진명이 여전히 얼굴을 드러내지 않자 이태준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임아린은 진명의 가장 소중한 존재, 그녀를 손에 쥐고 있으면 진명은 미끼를 물 수밖에 없었다.슥!이영걸의 명령과 함께 이경수가 손을 뻗어 맹렬한 공세로 임아린의 목을 노렸다.놀란 임아린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로 연신 뒷걸음질쳤다.하지만 무공 실력이 형편없는 그녀가 이경수의 공격범위를 벗어날 수 있을 리 만무했다.“그만해!”위급한 순간에 임정휘가 다급히 이경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고작 이런 실력으로?”이경수는 피식 비웃음을 짓더니 임정휘를 향해 손바닥을 휘두르며 공격을 개시했다.쾅!격렬한 마찰음과 함께 이경수의 장풍이 임정휘의 공격을 관통하고 진기의 여파가 임정휘의 가슴에 맞았다.푸흡!임정휘는 피를 토하며 공중을 날아 바닥으로 추락했다.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임정휘의 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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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그거 안 놔?”그런데 이때, 박기영은 이영걸이 잠시 시선이 분산된 틈을 타서 손에 맹렬한 기세를 담아 신속히 이영걸을 향해 뻗었다.무리를 상대하려면 우두머리부터 제압해야 한다!이영걸이 이 무리의 우두머리였고 고작 종사 초기의 경지밖에 오르지 못했기에 박기영은 이영걸만큼은 자신 있었다.지금 종사후기까지 도달한 그녀의 실력으로 갑작스럽게 공격하면 이영걸을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이영걸만 제압하면 임아린을 구한 뒤에 그를 이용해서 그가 데려온 무인들을 협박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었다.하지만 생각은 완벽했지만 현실은 잔혹했다.이영걸에게만 정신이 쏠린 그녀는 반보전왕경의 경지에까지 오른 이강우의 실력을 너무 간과하고 있었다.“어딜!”이영걸의 뒤를 지키던 이강우가 차가운 웃음과 함께 신속하게 이영걸의 앞을 막아서며 손바닥으로 박기영의 공격을 막아냈다.쾅!격렬한 마찰음과 함께 이강우의 손바닥이 박기영의 공격을 찢어버리고 남은 진기의 여파는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박기영을 공격했다.물론 박기영이 박씨 가문의 딸이었기에 그녀를 상대로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다. 이강우는 진기를 일부분 회수한 후, 손목을 틀어 박기영의 어깨를 공격했다.얼굴이 하얗게 질린 박기영이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렇게 심각한 상처는 아니었다.공격에 성공한 이강우는 다시 몸을 비틀어 박기영에게 달려들었다.박기영은 다급히 몸을 피했지만 실력 차이가 워낙 심했기에 억지로 몇 번 피하다가 결국엔 이강우에게 붙잡혔다.“박기영, 감히 나한테 기습 공격을 시도해? 주제도 모르고!”이영걸은 음침한 얼굴로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조금 전, 박기영의 손아귀가 눈앞까지 왔을 때, 정말 잡히는 줄 알았다. 이강우가 빠르게 대처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그는 박기영의 손에서 인질 행세를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안도도 잠시, 등 뒤에 서 있던 하소정이 갑자기 움직였다.“도둑 같은 놈! 당장 우리 언니 풀어줘!”하소정은 태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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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하소정은 대량의 피를 뿜으며 끈 떨어진 연처럼 날아 벽에 부딪치며 쓰러졌다.그게 끝이 아니었다.격분한 이영걸의 온 힘을 다한 공격에 하소정은 심각한 내상을 입고 거의 기절한 상태였다. 그녀의 몸에서 점점 생기가 빠져나가고 있었다.“소정아!”그 모습을 본 임아린은 목이 터져라 울부짖으며 이영걸의 손등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헉!이영걸은 고통에 가쁜 숨을 들이키며 잡고 있던 임아린의 목을 놓았다.“이 망할 여자가! 죽여버릴 거야!”이영걸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임아린의 뺨을 때렸다. 임아린은 그 자리에서 바닥에 쓰러졌다. 이영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힘껏 때렸다.당장이라도 이 여자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임아린은 강성 4대 미인 중 으뜸으로 불리는 존재, 예전부터 그녀의 미모를 탐내던 이영걸이었다. 게다가 그녀를 이용해서 진명을 위협할 수도 있었다.중요한 순간에 그는 방향을 조금 비틀어 급소를 피했다.“이년 잡아서 일으켜!”이영걸이 차갑게 명령했다.두 명의 무인들이 다가와서 임아린을 쥐 잡듯이 잡아 바닥에서 일으켰다.“도련님, 진명 그 자식 정말 여기 없는 것 같은데 이제 어떻게 할까요?”이경수가 굳은 표정으로 이영걸에게 물었다.“어쩔 수 없지! 임아린이 우리 손에 있는 한, 진명 그 자식은 우리 손아귀를 절대 벗어날 수 없어!”말을 마친 이영걸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말했다.“일단 임아린 데리고 임씨 저택으로 가. 그리고 거기서 기다리면 돼. 진명 그 놈이라면 무조건 죽으러 거기까지 올 거야!”“네, 알겠습니다.”이경수는 찬성의 의미로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임아린이 그들 손에 있는 한, 진명은 무조건 미끼를 물 것이다!일단 임아린을 임씨 저택으로 끌고 간 뒤, 거기에 그물을 친다면 진명은 죽을 줄 알면서도 스스로 걸어 들어올 게 분명했다.“그럼 박기영은 어떻게 처리할까요?”이강우가 약간 난감한 말투로 물었다.박기영을 제압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엄연히 박씨 가문의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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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8화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야. 그 놈은 고작 종사절정의 실력이라고. 본가에 간다고 해도 죽은 목숨일 거야….”임정휘가 절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가슴속에서 슬픔과 분노가 치솟았다.한 때는 임씨 가문 차대 가주로 불리던 그고 예린 그룹의 이사장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보면 아부를 떨기 바빴고 모두가 선망하던 존재였다.그런데 지금은 제 손으로 백 년이나 이어져 온 가업을 빼앗겼고 초라한 꼴로 가문에서 쫓겨나야 했다. 딸과 조카가 죽어가는데 지켜줄 수도 없는 처지였다.임정휘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도 없이 컸다.쾅!그리고 이때, 거실 옆 침실 문이 열리더니 임씨 어르신이 힘겹게 벽을 짚으며 밖으로 나왔다.거실에서 들리는 소란에 침대에서 마음을 졸였던 어르신이었다.하지만 이미 무공을 쓸 수 없는 폐인이 되어버렸고 아직 건강도 회복 단계였기 때문에 이제야 이를 악물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정휘야, 당장 박씨 가문에 연락할 방법부터 찾아봐! 진명 혼자 힘들 수 있지만 박씨 가문은 달라. 지금 아린이와 박기영 씨를 구할 수 있는 건 그 방법밖에 없어!”어르신이 다급히 말했다.평생 단련한 수련이 물거품이 되었지만 현명한 두뇌는 아직 죽지 않았다.진명 혼자 이태준을 상대하기엔 실력이 너무 부족했다. 하지만 박씨 가문은 달랐다. 그들은 이태준보다 더 훌륭한 무인이 많았다. 이영걸이 박기영까지 잡아갔으니 이 소식을 들은 박씨 가문에서 절대 수수방관할 리 없었다.박씨 가문이 나서준다면 임아린과 진명 두 사람 다 희망이 있었다. 만약 진명 혼자 이태준과 대적한다면 죽을 길밖에 없다.“맞네요!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당장 박기태에게 전화해야겠어요!”어르신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임정휘는 절망했던 마음을 가다듬고 급히 핸드폰을 찾아 박기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상황을 간략해서 박기태에게 설명했다.그 소식을 들은 박기태는 크게 분노하며 박씨 어르신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소식을 들은 박씨 가문은 당장 회의를 소집했다.한편, 전화를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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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9화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아린이랑 소정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임정휘는 울분을 터뜨리며 진명을 잡아먹을 듯이 쏘아보았다.이영걸의 목적은 진명이었다. 진명이 자리를 비우지 않았더라면 이영걸이 임아린과 하소정을 공격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임정휘는 자신이 능력이 없어 딸과 조카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모든 잘못을 진명에게 돌렸다.“좀 닥쳐요!”진명은 시뻘건 두 눈으로 차갑게 임정휘를 쏘아보며 욕설을 내뱉었다.하지만 지금은 임정휘와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는 임아린을 구하러 가려고 재빨리 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거실 바닥에 쓰러져 힘겨운 숨을 내뱉고 있는 하소정을 보자 다시 걸음을 멈추고 하소정을 부축했다.“하소정, 괜찮아?”하소정의 흉부를 진찰한 진명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오장육부가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언제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조금만 늦었으면 그녀의 목숨을 보장하기 힘들었다.“이영걸 이 나쁜 자식! 죽여 버릴 거야!”진명은 하늘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소정은 임아린의 사촌동생이자 그의 동생 같은 존재였다. 진명과는 예전부터 사이가 좋았다.이영걸이 임아린을 잡아간 것도 분한데 하소정은 그의 손에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진명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분노를 느꼈다.“진명 씨, 나는 상관하지 말고… 언니 구하러 가요….”하소정은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진명에게 말했다.아마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뜻으로 말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보다 진명이 어서 임아린을 구하러 가기를 바랐다.“걱정하지 마. 아린 씨는 내가 어떻게든 구할 거야. 하지만 그 전에 너부터 살려야지!”진명은 치미는 분노와 살기를 억누르고 품에서 활혈단 하나를 꺼내 하소정의 입에 넣어주었다.그러고는 침을 꺼내 신속히 하소정 흉부의 혈자리에 침을 놓았다. 심맥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오장육부에 내상을 입어 위급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예전에 임아린이 처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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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화

“자네는 지금 겨우 종사절정에 도달했어. 이태준과의 실력 차이가 너무 심해. 지금 본가로 가서 아린이를 구하려고 해도 죽자고 덤비는 거와 같아! 내가 보기에는 여기서 소정이부터 치료하는 게 좋겠네. 박기영 씨와 아린이는 박씨 가문에 맡기게!”임씨 어르신은 수심 가득한 얼굴로 진명을 말렸다.의술로 아무도 진명을 따라올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의 병도 몇 번이나 치료해 주었으니 하소정을 치료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하지만 임아린을 구한다고 본가에 쳐들어가는 건 말리고 싶었다.진명 혼자의 힘으로 이태준의 손에서 두 여자를 구한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다!“그건 안 되죠! 아린 씨를 구해야 합니다!”진명은 다급히 말하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이 재빨리 문을 나섰다.“진명, 내 말을 들어! 정휘가 박씨 가문에 연락했으니 그쪽에서도 어떻게든 박기영 씨를 구하려고 준비할 거야. 게다가 그쪽에 이미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을 텐데 충동적으로 들어갔다가 죽는 길밖에 없어….”임씨 어르신은 다급히 소리치며 진명을 불렀지만 진명은 이미 차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진명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아버지, 됐어요. 저놈이 죽을 길을 자처하는데 그냥 내버려 두세요! 어른 말을 안 듣고 혼자 날뛰다 죽은 게 우리 탓도 아니잖아요!”임정휘는 멀어지는 진명의 차를 냉랭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그게 무슨 소리야? 그래도 우리 가문이 큰 은혜를 입은 사람이야! 어떻게 그런 사람이 죽으러 가는 걸 지켜보기만 할 수 있어?”임씨 어르신이 잔뜩 불쾌한 얼굴로 아들을 핀잔했다.“알죠. 그런데 말려도 듣지 않는 걸 어떻게 해요?”임정휘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이태준은 진명의 적이기도 하지만 임정휘가 이를 갈 정도로 증오하는 존재이기도 했다.가능하다면 임정휘도 진명이 이태준의 손에 죽는 건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을 자처하는 진명을 말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이렇게 하자! 나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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