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당신에게 할 얘기가 있어요."하예정은 화제를 돌렸다.여전히 대수롭지 않은 말투에 전태윤은 하예정이 자신의 침묵 때문에 화를 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왠지, 그녀가 화를 내지 않자 전태윤은 기분이 영 말이 아니었다."무슨 얘긴데요?""할머니께서 저희 집에서 주말 이틀 동안 묵고 싶대요. 저더러 당신이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꼭 얘기하라고 하더라고요. 당신은 할머니 친손주인데 어떻게 동의하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할머니는 아마 부부 두 사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할까 봐 걱정하고 있는 듯했지만, 괜한 생각이었다.그와 전태윤은 오붓한 시간은 없는 이름만 부부인 사이였다.낮에는, 각자 할 일을 했고, 밤에는 각자 따로 잘만 잤다.무슨 일이 있어야만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나 시간은 몹시 적었다.당시 초고속으로 결혼했을 때, 하예정은 자신의 결혼 생활은 파트너와 그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정말로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살고 있었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조금 마음이 흔들렸었다. 하지만 자신이 전태윤을 데리러 온 것에, 전태윤이 침묵을 하자 그녀는 피어오른 불씨를 꺼버렸다.계약했던 대로 살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5개월 뒤면, 다시 솔로가 되는 것이다.전태윤은 정말로 할머니가 오지 않았으면 바랏다. 할머니는 능구렁이나 다름없이, 손주들을 골리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그와 하예정은 아직 이름만 부부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할머니는 일단 오게 되면 분명 무슨 수를 써서든 두 사람을 한 침대에서 재우려할 게 뻔했다."우리 주말에도 각자 할 일로 바빠서 할머니 곁에 있어 줄 시간이 없으니,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본가에 있는 게 낫지 않겠어? 적어도 본가에는 은퇴한 아들, 며느리가 있으니 할머니랑 놀아줄 수도 있고 말이야."전태윤의 말을 들은 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어쩐지 할머니가 혼자 결정하지 말고 꼭 전태윤에게 물어보라고 끊임없이 당부한다 했더니,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