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그 비용은 두 어르신의 비상금으로 내고 있었다.하 영감은 아내가 퇴원하고 집에 돌아가면 아들 손주가 그 돈을 나눠 내라고 당부하며, 두 사람이 먼저 낸 돈을 반드시 두 사람에게 갚으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었는데 돈이 없으면 믿을 곳이 없었다.두 노인은 비록 독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자신들에게 돈이 한 푼도 없으면 아들과 손주들은 자신들에게 잘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옛말에 아들보다는 돈주머니가 더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비록 두 부부는 비상금으로 몇천만 원을 가지고 있지만 아들딸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준다면 한 집에 적어도 천오백만 원씩은 나눠줄 수 있었다. 공으로 들어오는 돈을 누가 싫어하겠는가?간호사가 어제의 계산서를 가져왔고, 그 종이를 받아 든 하 영감은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 구시렁댔다. "이제 고작 며칠이나 됐다고 전에 냈던 돈을 벌써 다 썼다니."그는 아들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인당 얼마씩 낼지 상의한 다음에 돈 모아서 이 돈 내거라. 괜히 병원에서 재촉할라.""아버지, 두 분 돈 다 쓰신 거예요?" 하씨 집안 첫째가 물었다.하 영감이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왜? 너희들보고 내라니 기분이 나쁘냐? 나랑 네 엄마한테 돈이 얼마나 있다고 이걸 다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네 엄마가 아프고 나서 지금까지 너희들 중에 돈을 낸 녀석이 있기나 해? 나랑 네 엄마가 너희들을 지금까지 키우고, 성공까지 시켜줬는데, 너희 엄마가 아프니까 병원비를 내는 건 당연한 일 아니더냐?"하씨 집안 첫째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저희가 언제 안 낸다 그랬어요. 엄마가 이번에 얼마를 쓸지 몰라서 그렇죠. 요 며칠 정말 돈이 물 새듯 나가고 있잖아요." 그들은 비록 나름 생활이 폈다고 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고 매일같이 돈이 물 새듯 나가는 데다 그 돈을 자신들이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첫째는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괜히 사람은 가난해도 되지만 아프면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니었다."그러게, 너희들이
하 영감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영향은 바로 그가 가장 중시하고 있고, 가장 잘나가던 둘째 손자가 인터넷에서 벌어졌던 일 때문에 회사에서 정직을 당한 것이었다.하 영감은 하예정의 반격이 이렇게 힘이 강할 줄은 몰랐다. 무려 하지문을 정직시킬 수 있다니. 하지문은 회사에서 고위직인 사람이었다. 대표 이사를 제외하면 그 아래로 부대표였고 그다음이 바로 하지문이었다. 그런데 본사에서 전화가 한 통 오더니 곧바로 하지문을 정직시켰다.하지문은 무려 연봉이 2억은 되는 사람이었다."아직이요, 지문이가 상사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물어봤는데 성씨 그룹 대표의 동생이 지문이의 정직을 요구하고 회사에서 쫓아내라고 햇대요. 다행히 지문이에게 능력이 있어서 아직은 정직에 그친 거죠. 완전히 해고를 당한 건 아니니 돌아갈 여지는 있을 거예요."하 영감이 걱정스레 물었다. "그 대표의 동생은 왜 지문이를 싫어하는 것이냐? 설마 그 망할 계집이 찾은 뒷배는 아니겠지?""그건 아니에요. 그 사람은 재벌가의 아가씨예요. 성씨 가문은 관성에서 두 번째로 큰 가문으로 재산이 몇십조는 되는 집안인 데다 이제는 1위인 전씨 가문을 따라잡을 기세인데 어떻게 하예정의 뒷배일 수가 잇겟어요? 듣자 하니 실시간 검색어가 그 아가씨의 검색어 순위를 밀어서 화가 난 탓에 지문이를 내모는 거래요."지금은 두 개의 검색어가 전부 사라졌다.그 성씨 가문의 아가씨의 화가 풀리고 나면 하지문은 아마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 듯싶었다."다 그 망할 계집애 때문이야. 그 계집애 때문에 우리가 큰 손실을 보게 된 거지. 지금은 실시간 검색어가 다 내려갔지?""그래도 화제는 아직 되고 있는 데다 글들도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요."하 영감은 또다시 하예정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은 뒤 물었다. "무슨 방송에서 조정할 사람을 찾았느니, 합의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연기라도 해야지. 이 일로 애들이 일을 못 하게 할 수는 없지."하예정이 반격을 시작한 뒤로 아들과 손자들은 일에도 영향을 받았다. 그 손실은 다
성씨 가문 아가씨가 전씨 가문 도련님을 열렬히 쫓아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 겨우 전씨 가문 도련님과 함께 엮여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는데 그들때문에 화제가 줄었다고 그 아가씨는 화를 낸 것이다.재벌 가문 아가씨는 무슨, 남자를 구경도 못 해 본 게 분명했다!남자 하나 때문에 그들 집안을 짓밟다니, 정말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하씨 집안 모두가 힘을 모은다고 해도 그 아가씨를 어떻게 할 방도는 없었다.시내에 와 이런 일을 겪고 나서야 하 영감은 걷는 놈 앞에 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하 영감은 자신의 손자들이 대단하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손자보다 수십 배는 대단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있었다."왜 그런 것이냐? 전에 이야기를 다 마쳤지 않으냐? 아버지와 네 삼촌이 대본도 다 준비해 놓고 합의할 때, 사람들에게 우리가 진짜로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하예정이 합의하지 않으면 그 애가 나빠 보이게 제대로 연기할 생각이었는데, 왜 갑자기 취소가 된 것이냐?"하씨 집안 할머니도 다급하게 물었다. "지문이가 뭐라니? 그 사람들이 안 도와주겠대?"하지문은 휴대폰 너머로 또 무슨 말을 한 듯, 둘째 아들은 체념한 듯 전화를 끊은 뒤 첫째에게 말했다. "지금은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나서지 않는대요. 하는 수 없이 우리가 몇 번 더 찾아가는 수밖에 없겠어. 지난번에 지명이 더러 동생들 데리고 가라고 했잖아. 젊은 애들이라 좀 충동적으로 나왔나 봐. 여덟째는 하예정의 가게를 부수겠다고 했다지, 뭐야. 그건 합의가 아니라 기름을 붓는 거지.""형, 다 같이 상의해서 어른들인 우리가 직접 하예정을 찾아가 사과하면서 인터넷에 올린 글을 삭제하고 화해했다는 글을 다시 올려달라고 하는 건 어때요? 그래야만 이 사단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인터넷의 힘은 그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뛰어났고, 그들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진작에 이럴 줄 알았다면 이 방법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하예정의 가게를
"태윤 씨, 저 지금 당신 회사 아래예요. 아직 퇴근 안 한 거예요? 저 당신이랑 점심 먹으려고 당신 데리러 왔어요. 깜짝 놀랐죠? 기쁘지 않아요?"전태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놀라기는 확실히 놀랐다.하지만 기쁨은, 존재하지 않았다.전태윤의 자제력이 좋지 못했다면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을지도 몰랐다."태윤 씨?"대답이 들리지 않자, 하예정은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전태윤은 넥타이를 잡아당겨 풀며 조용히 말했다. "저 이미 퇴근했어요. 근데 클라이언트께서 아직 가지 않으셔서 지금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에요. 아마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아니면 먼저 돌아갈래요? 조금 있다가 제가 가게로 갈게요.""얼마나 걸려요? 저 차를 몰고 온 게 아니라 택시를 타고 왔거든요. 괜찮아요, 저 회사 입구에서 기다릴게요. 당신 일 다 하고 나면 같이 가요."전태윤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본 뒤 말했다. "회사 맞은편에 카페 있는데 거기서 기다려요. 조금 있다가 데리러 갈게요."고개를 돌려보니 정말로 카페가 있는 것을 본 하예정은 별다른 생각 없이 전태윤의 말에 따랐다.하예정과의 통화를 마치고 난 전태윤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갑자기 쳐들어와 그의 진짜 신분이 탄로날까 그는 지금 두려워하고 있었다…하예정이 데리러 온 탓에, 전태윤은 접견실로 들어간 뒤 클라이언트와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빠르게 마무리했다.그런 뒤 소정남과 그 몇몇 임원들에게 클라이언트와 함께 관성 호텔로 식사 대접을 하라고 지시했다."전 대표님은 안 가시는 겁니까?"클라이언트가 반사적으로 물었다."급한 일이 있어서, 저는 함께 못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제가 다시 식사 대접하겠습니다."오늘의 이 중요한 클라이언트는 다름이 아니라 A시 제일 재벌 예씨 가문의 다섯째, 예준하였다.예진 그룹은 관성에도 자회사가 있었지만 여태까지 두 그룹은 서로 거래가 별로 없었다. 예진 그룹이 관성에 자회사를 세웠을 때도 눈치껏 해당 지역의 거물들과 케잌 싸움은 하지 않았었기에 자회사는
카페에서 전태윤을 기다리던 하예정은 괜히 앉아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라떼 두 잔을 주문하며 테이크아웃해달라고 말했다.입구와 가까운 곳에 앉은 그녀는 차를 몰고 온 전태윤을 단박에 알아본 뒤 곧바로 포장한 커피 두 잔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예쁜 얼굴에 미소가 드러나더니 전태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차를 몰고 가까이 온 전태윤은 그녀의 앞에서 멈췄다.다가온 하예정이 조수석에 타고는 안전벨트까지 하자, 전태윤은 그제야 다시 시동을 걸었다."당신 왜 마스크를 쓰고 있어요? 그것도 까만 마스크를요."하예정은 무심하게 물었다.전태윤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조용히 마스크를 벗었다. 이미 회사 입구를 벗어났으니 이제 그를 알아볼 사람은 없었다.비록 아직 그의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것이 좋았다.전태윤이 설명하지 않자, 하예정도 더 묻지 않은 채 화제를 돌렸다. "커피 마실래요? 당신 주려고 샀어요. 제가 먼저 먹을게요, 다 먹고 나면 제가 운전할 테니 당신 마셔요.""고마워, 난 괜찮아."전태윤은 원래 단 커피는 입에 대지 않았다."그럼 가서 효진이에게 줘야겠네요. 효진이는 라떼 좋아하거든요. 매일마다 점심 먹고 나면 라떼에 디저트 곁들여 먹는 걸 엄청 좋아해요.""여자들은 단 커피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나는 잘 안 마셔, 좋아하지도 않고."하예정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사실 저도 잘 안 먹어요. 많이 먹으면 몸에도 안 좋고요."심효진이 라떼를 시킬 때면 하예정은 보통 과일 주스를 시켰다."오늘은 왜 갑자기 날 데리러 올 생각을 한 거야?"전태윤은 낮고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오기 전에 전화라도 하지. 내가 회사에 없었으면 헛걸음할 뻔했잖아."오늘 그의 스케줄은 마침 점심시간 때쯤에 회사에 있었다.평소였다면 이 시간에 그는 보통 회사에 없었다."식사 시간이 다 됐는데도 일을 해요?"전태윤은 응하고 대답하며 말했다. "대부분 협상은 식사 자리에서 이뤄지지."하예정은 알겠다는 듯 대답하며 말했
"참, 당신에게 할 얘기가 있어요."하예정은 화제를 돌렸다.여전히 대수롭지 않은 말투에 전태윤은 하예정이 자신의 침묵 때문에 화를 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왠지, 그녀가 화를 내지 않자 전태윤은 기분이 영 말이 아니었다."무슨 얘긴데요?""할머니께서 저희 집에서 주말 이틀 동안 묵고 싶대요. 저더러 당신이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꼭 얘기하라고 하더라고요. 당신은 할머니 친손주인데 어떻게 동의하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할머니는 아마 부부 두 사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할까 봐 걱정하고 있는 듯했지만, 괜한 생각이었다.그와 전태윤은 오붓한 시간은 없는 이름만 부부인 사이였다.낮에는, 각자 할 일을 했고, 밤에는 각자 따로 잘만 잤다.무슨 일이 있어야만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나 시간은 몹시 적었다.당시 초고속으로 결혼했을 때, 하예정은 자신의 결혼 생활은 파트너와 그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정말로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살고 있었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조금 마음이 흔들렸었다. 하지만 자신이 전태윤을 데리러 온 것에, 전태윤이 침묵을 하자 그녀는 피어오른 불씨를 꺼버렸다.계약했던 대로 살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5개월 뒤면, 다시 솔로가 되는 것이다.전태윤은 정말로 할머니가 오지 않았으면 바랏다. 할머니는 능구렁이나 다름없이, 손주들을 골리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그와 하예정은 아직 이름만 부부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할머니는 일단 오게 되면 분명 무슨 수를 써서든 두 사람을 한 침대에서 재우려할 게 뻔했다."우리 주말에도 각자 할 일로 바빠서 할머니 곁에 있어 줄 시간이 없으니,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본가에 있는 게 낫지 않겠어? 적어도 본가에는 은퇴한 아들, 며느리가 있으니 할머니랑 놀아줄 수도 있고 말이야."전태윤의 말을 들은 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어쩐지 할머니가 혼자 결정하지 말고 꼭 전태윤에게 물어보라고 끊임없이 당부한다 했더니,
대화가 벽에 가로막힌 듯 뚝 끊겼다.하예정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묵묵히 창밖의 풍경만 바라봤다.가게에 돌아갔을 때, 하예진도 마침 도착한 참이었다."언니."하예정은 차에서 내리며 언니를 불렀다.고개를 돌린 하예진은 동생 부부를 보자 포동포동한 얼굴에 미소를 띄며 동생에게 물었다. "태윤 씨와 어디 다녀오는 거야?""같이 식사하자고 회사로 데리러 간 거였어. 언니, 어때? 일자리는 찾았어?"차에서 내린 전태윤도 하예진에게 처형이라고 불렀다.하예진은 웃으며 대답하다 동생이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안색이 곧장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 못 찾았어. 이력서를 한가득 넣었는데도 대답이 없으면 곧바로 거절하더라고."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이가 이제 막 두 살 넘었다는 걸 알고는 나에게 아이가 그렇게 어린데, 일이 많으면 집중이 분산되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더라고. 그 말에 화가 확 차오르더라. 애가 있다고 일에 집중하지 않는 애 엄마가 어딨어?""그래서 나는 아이는 돌봐줄 사람이 있어서 출근 시간에는 일에 완벽히 집중할 수 있다고 했더니 귀가 먹은 건지 귓등으로도 안 듣더라고. 언제부턴지 애를 낳고 난 여자는 일을 찾는 데도 차별을 받는 것 같아."하예진은 오전 내내 일자리를 찾느라 지치고 배도 고팠지만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그러다 시댁에서 욕을 하며, 주형인과 헤어지고 나면 어떻게 살겠냐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사회를 떠난 지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장점은 더 이상 장점이 아니었고, 일을 찾을 수가 없어, 그녀가 회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녀는 회사의 선택을 기다려야 했다.그녀는 다시 회계팀장이 되기를 바랐지만, 지금 보기에는 무슨 직책이든 일자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언니, 괜찮아.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찾아. 맞는 자리가 있을 거야."언니를 달랜 하예정을 팔짱을 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밥부터 먹고,
식사를 마친 뒤, 하예진은 집으로 가 쉬겠다고 말했다.오전 내내 일자리를 찾느라 그녀는 몹시 피곤했다.일도 못 찾은 데다 적잖이 충격도 받아 그녀는 집으로 가 이력서를 다시 쓸 생각이었다. 지망을 더 넓히면 다른 일자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언니, 내가 바래다줄게."하예진은 자신의 제부를 쳐다봤다.전태윤은 적당히 대답했다. "처형, 전 먼저 회사로 가보겠습니다.""그래요, 운전 조심하고." 하예진은 그에 당부를 건넸다. 그렇게 전태윤이 떠나고 난 뒤에야 그녀는 아직도 자고 있는 아들을 안은 뒤 동생의 차에 탄 뒤 말했다. "태윤 씨 점심 식사 시간이 길지 않으면 넌 그냥 도시락을 회사로 가져다줘. 괜히 왔다 갔다 하게 하지 말고, 점심시간인데 쉴 시간도 없잖아.""알았어."하예정은 시동을 걸었다.그녀는 이제 다시는 전씨 그룹에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괜히 언니에게 잔소리만 들을 게 뻔했다. 척 보기에도 언니는 전태윤이라는 제부를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전태윤이 회사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오후 업무 시간이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그를 본 비서는 곧장 공경한 태도로 말했다. "대표님, 비서실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고개를 끄덕인 전태윤은 진중한 걸음으로 사무실로 향하며 비서에게 지시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만, 다른 건 다 빼고."그는 아메리카노만 좋아했다.비서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대표님, 오후에는 커피 안 드시지 않아요?"전태윤은 보통 오전에 한 잔 마시고 하루를 버텼다. 만약 오후에 마신다면 밤에 잘 자지 못하기 때문에 오후에는 보통 마시지 않았다.전태윤은 비서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고, 감히 더 묻지 못한 비서는 전태윤이 사무실에 들어가자 얼른 커피를 내리러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간 전태윤은 소정남이 망원경을 들고 창밖에서 무언가를 보고 있는 모습에 굳은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망원경을 확 뺏어 든 전태윤이 입을 열었다. "내 물건 함부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