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준하는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부모님이야 당연히 우리를 위해 생각하셔서 그러겠지. 다만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법을 선택하셨을 뿐이야. 그 때문에 우리가 곤란한 거고.”“그러니까, 너희 부모님도 평소에 널 이렇게 강요하셔?”성소현이 물었다.“음... 우리 부모님은 내가 성인이 된 후로부터 내 일엔 아예 신경 안 쓰셔. 아니, 날 신경 쓴 적이 없다고 해야 할 거야. 난 어릴 적부터 큰형이 알아서 챙겨줬어. 우리 집안 어른들은 보통 아랫사람의 일에 관여하지 않아. 다만 나이를 먹고도 결혼하지 않으면 좀 재촉할 뿐이야.”그러자 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맞아, 나도 너의 집 어른들은 매우 개명하고 전씨 일가와 같은 가풍이라고 들었어. 어쩐지 너희 집이랑 전씨 일가가 갑부가 될 수 있더라더니. 가풍 때문인 거야. 그래서 가문이 번창하는 거고.”“소현아, 엄마가 더 이상 나랑 만나지 말라지?”성소현도 솔직하게 대답했다.“응, 너희 집이 너무 멀어서 절대 날 시집보낼 수 없다셔. 어찌 단호하게 말씀하시는지... 그리고 우리 관성에도 젊고 우수한 남자들이 많다는 거야. 재벌이 아닌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도 좋으니까 멀리 시집갈 생각만 하지 말래.”성소현과 예준하는 아직 혼담을 나누기엔 이른 사이인데 이경혜는 벌써 이렇게 급하게 막고 있다.예준하는 또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집이 먼 것 외에는? 또 뭐라셨어?”“다른 건 없어, 그냥 계속 멀다고만 하셔. 너 이 문제만도 해결하기 어려운데, 또 다른 문제가 있길 원하는 거야?”예준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지 않아.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주머니도 천천히 받아들이실 거야.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네가 언제 나를 받아줄 거냐는 거야.”“음...”기분이 조금 좋아진 성소현은 운전하며 말했다.“나 여태 남한테서 구애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구애받고, 보호받고, 아껴주는 느낌을 더 즐기고 싶어.”예준하는 성소현의 말을 깊이 새겨들었다.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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